This series is divergent; therefore, we may be able to do something with it. -- Oliver Heaviside

 

$\frac{1}{r}$꼴을 갖는 Coulomb potential은 IR 발산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학부 역학 수준에서 계산할 수 있는 궤도방정식을 풀어 얻는 Rutherford scattering의 미분단면적(differential cross-section)을 계산할 경우 다음과 같은 $\sin^{-4} (\theta/2)$의 꼴을 갖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 \frac{d\sigma}{d\Omega} \propto \frac{1}{\sin^4 (\theta/2)} $$

이 식을 적분하여 얻는 총산란단면적(total cross-section)은 발산한다.

$$ \sigma_{\text{tot}} = \int \frac{d \sigma}{d \Omega} d \Omega \propto \int \frac{d(\cos \theta)}{\sin^4 (\theta/2)} \to \infty$$

양자역학에서 Coulomb potential이 주어졌을 때의 산란문제를 풀 때도 이 성질과 관련된 현상이 나타난다. Griffiths 양자역학에서는 Coulomb potential을 Yukawa potential의 질량이 없는 극한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등장하지 않지만 Landau 3권이나 교수님 세대의 메인 레퍼런스(...)란 느낌이 있는 Shiff책을 뒤적이다 보면 asymptotic region에서 파동함수가 평면파인 $e^{ikz}$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로그가 붙은 추가적인 위상항(phase factor)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psi \sim e^{ikz + (i/k) \log [k(r-z)]} $$

교재에서는 이런 Coulomb potential의 IR 발산에 대해 'Coulomb potential이 장거리 상호작용(long-range interaction)이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설명을 써놓지만, 구체적으로 무한원점에서 0으로 수렴하는 다른 potential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다[각주:1].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고전역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 포스트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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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lomb potential이 주어졌을 때 그 potential을 따라 움직이는 시험 입자(test particle)의 궤도방정식을 푸는 문제는 몇 안 되는 정확하게 풀 수 있는 고전역학 문제이다. 심지어 궤도방정식 위키백과 페이지가 있을 정도. 시간에 대한 거리의 미분방정식을 각도에 대한 거리의 미분방정식으로 바꾼 뒤 $u = 1/r$이란 변수변환으로 조화진동자 방정식으로 바꾸는 과정이나 이렇게 얻은 궤도방정식으로부터 충돌 파라메터(impact parameter)에 대한 산란각(scattering angle)의 방정식을 얻는 과정은 많은 교재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자[각주:2].

 

여기서는 eikonal 근사의 변종으로 Coulomb potential에서의 산란을 풀어보자. Eikonal은 기하광학에서 빛의 경로를 계산하기 위해 쓰는데, WKB 근사라고 생각해도 좋다. 여담으로 eikonal은 해밀턴이 기하광학을 풀기 위한 수학적 기법을 다듬으면서 같은 기법이 고전역학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면서 현재의 해밀턴역학과 심플렉틱기하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고,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기하광학의 eikonal 방정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고전역학이든 양자역학이든 산란 문제에서 eikonal 근사란 '직선 근사'라고 생각하면 된다[각주:3].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입자의 경로를 1) 아무런 산란이 없는 직선 경로에 2) 산란을 일으키는 포텐셜의 효과를 집어넣어 얼마나 직선 경로에서 벗어나는지 섭동계산으로 구하는 방법이 되겠다.

 

이제 Coulomb potential에서의 고전적인 산란 문제에 eikonal 근사를 적용해보자. Landau 1권에서는 뉴턴역학을 기반으로 eikonal 근사를 사용하지만 여기서는 해밀턴역학을 기반으로 eikonal 근사를 써보기로 한다[각주:4]. 먼저 해밀토니안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 H = \frac{p^2}{2} - \frac{k}{r} $$

해밀턴 운동방정식은 금방 적을 수 있다.

$$ \dot{\vec{r}} = \{ H , \vec{r} \} = \vec{p} \,,\, \dot{\vec{p}} = \{ H , \vec{p} \} = - \frac{k \vec{r}}{r^3} $$

이 역학계의 산란문제를 eikonal 근사로 푸는 것은 다음과 같은 ansatz를 이용해 섭동전개 파라메터 $k$에 대해 푸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 \vec{p} = \vec{p}_0 + k \vec{p}_1 (t) + k^2 \vec{p}_2 (t) + \cdots \,,\, \vec{r} = \left( \vec{b} + \vec{p}_0 t \right) + k \vec{r}_1 (t) + k^2 \vec{r}_2 (t) + \cdots $$

여기서 $\vec{p}_0$는 asymptotic region에서의 운동량이고, $\vec{b}$는 충돌 파라메터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해석하려면 $\vec{b} \cdot \vec{p}_0 = 0$이란 조건을 추가로 얹어주는 것이 좋다. 섭동이 없는 원래 경로에서 시간 $t$의 원점을 재정의하는 것으로 이 조건을 맞출 수도 있고.

 

이제 위의 방정식을 풀어보자. 방정식을 풀려면 경계조건을 줘야 하는데,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경계조건은 다음 경계조건이다.

$$\vec{r}_{i>0} (-\infty) = \vec{p}_{i>0} (-\infty) = 0$$

언듯 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경계조건으로 보인다. $t = -\infty$는 산란이 일어나기 한참 전의 과거이므로 섭동이 없는 원래 경로와 일치해야 한다는 직관과도 맞고. 하지만 이 경계조건은 절대로 맞춰줄 수 없다. Coulomb potential의 꼬리가 너무 길기 때문. 우선 이 문제를 무시하고 그냥 방정식을 풀어보자.

 

$\vec{p}_1$에 대한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 k \dot{\vec{p}}_1 (t) = - \frac{k (\vec{b} + \vec{p}_0 t)}{(b^2 + p_0^2 t^2)^{3/2}} $$

이 식에 처음 얹은 경계조건을 넣고 풀면 다음과 같은 답을 얻는다.

$$ \vec{p}_1 (t) = - \int_{-\infty}^t \frac{\vec{b} + \vec{p}_0 \tau}{(b^2 + p_0^2 \tau^2)^{3/2}} d\tau = -\frac{1}{ab^2} \left[ \left( 1 + \frac{at}{\sqrt{1 + a^2 t^2}} \right) \hat{b} - \frac{\hat{a}}{\sqrt{1 + a^2 t^2}} \right] $$

쌍곡함수로 변수변환을 하면 적분을 쉽게 할 수 있다. 문제를 풀 때 새로 정의한 변수들은 다음과 같다.

$$ \hat{b} := \frac{\vec{b}}{b} \,,\, \vec{a} := \frac{\vec{p}_0}{b} \,,\, \hat{a} := \frac{\vec{a}}{a} = \frac{\vec{p}_0}{p_0} $$

$k^1$ 차수에서 운동량 변화는 단순히 $\vec{p}_1 (+\infty)$를 읽어내면 된다.

$$\Delta \vec{p}_1 := \vec{p}_1 (+\infty) = - \frac{2 \hat{b}}{ab^2} = - \frac{2 \vec{b}}{p_0 b^2}$$

마찬가지로 $k^2$ 차수에서 운동량 변화는 $\vec{p}_2 (+\infty)$를 읽어내면 되는데, $\vec{p}_2$는 $\vec{r}_1$에 대한 해가 있어야 풀 수 있다[각주:5].

$$k^2 \dot{\vec{p}}_2 = - k^2 \left[ \frac{\vec{r}_1}{r_0^3} - \frac{3 \vec{r}_0 (\vec{r}_0 \cdot \vec{r}_1)}{r_0^5} \right]$$

따라서 $\vec{r}_1(t)$를 풀어야 한다. 우선 식을 적어보자.

$$\vec{r}_1 (t) = \int_{-\infty}^{t} \vec{p}_1 (\tau) d\tau = - \frac{1}{ab^2} \int_{-\infty}^{t} \left[ \left( 1 + \frac{a\tau}{\sqrt{1 + a^2 \tau^2}} \right) \hat{b} - \frac{\hat{a}}{\sqrt{1 + a^2 \tau^2}} \right] d\tau$$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알아차리셨겠지만, 이 정적분은 잘 정의되질 않는다. 두번째 항이 $\sim \tau^{-1}$의 꼴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한대에서 로그 발산이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항은 정적분으로 처리하고 두번째 항은 정적분을 포기하고 부정적분으로 처리할 경우 다음 식을 얻는다.

$$\vec{r}_1 (t) = - \frac{ e^{\sinh^{-1} (at)}}{a^2 b^2} \hat{b} + \left. \frac{\sinh^{-1}(at)}{a^2 b^2} \hat{a} \right|_{-\infty}^{t}$$

$x \in \mathbb{R}$일 때 $\sinh^{-1} x = \log (x + \sqrt{1+x^2})$이므로, 두번째 항의 발산은 예상대로 로그 발산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로그 발산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Coulomb potential에서의 에너지 보존을 생각하면 무한대에서의 입자의 속력을 $v$라고 할 때 asymptotic region에서의 입자의 속력 $v$는 다음과 같다.

$$ \frac{v^2}{2} = \frac{v_0^2}{2} + \frac{k}{r} \Rightarrow v \sim v_0 + \frac{c}{r}$$

따라서 아무런 힘을 못 느끼고 $v_0$의 속력으로 이동하는 섭동이 없는 경로와 Coulomb potential의 영향을 받아 섭동이 있는 경로 사이의 변위(displacement)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아진다.

$$ \Delta r \sim \int (v - v_0) dt \sim \int \frac{c}{r} dt \sim \int \frac{1}{dr/dt} \frac{c}{r} dr \sim \frac{c}{v_0} \log r $$

$r^{-1}$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다른 potential의 경우 입자가 멀어져 가면서 potential로부터 받는 영향이 충분히 빠르게 줄어들어 섭동이 없는 경로와 potential의 영향을 받은 경로 사이의 변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Coulomb potential의 경우 potential의 영향이 0으로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 아무리 멀어지더라도 변위의 차이가 계속 누적되는 것이다. 발산하는 총산란단면적이나 양자역학 산란 문제를 풀 때 평면파에 로그만큼의 위상항이 추가로 붙는 현상은 이 흔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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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k^2$ 차수의 운동량 변화를 계산하는 문제로 돌아오자. 발산이 있으면 잡으면 되는 법이다.

 

가장 단순한 해법은 $t = - \infty$를 기준점으로 잡지 않고 $t = 0$를 기준점으로 잡는 것이다. 실제로 worldline quantum field theory(WQFT)를 도입해서 post-Minkowskian 계산을 하는 팀에서 이런 접근을 취하고 있는데, 이 접근법은 일관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asymptotic variable을 새로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다른 해법은 로그 발산을 미리 섭동계산의 경계조건에 반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로그 발산을 $\vec{r}_1^{(0)}$로 뽑아내고 $\vec{r}_1^{(1)}$에 대한 방정식을 푸는 것.

$$ \vec{r}_1 (t) = \vec{r}_1^{(0)} (t) + \vec{r}_1^{(1)} (t) \,,\, \vec{r}_1^{(0)} (t) = \frac{\sinh^{-1} (at)}{a^2 b^2} \hat{a} $$

로그 발산을 갖는 경계조건을 $\vec{r}_1^{(0)}$로 뽑아내었기 때문에 남는 경계조건은 $\vec{r}_1^{(1)} (-\infty) = 0$이 되며, $\vec{r}_1 (t)$는 다음과 같이 풀린다.

$$ \vec{r}_1 (t) = \vec{r}_1^{(0)} (t) + \vec{r}_1^{(1)} (t) = - \frac{ at + \sqrt{1 + a^2 t^2}}{a^2 b^2} \hat{b} + \frac{\log \left( at + \sqrt{1 + a^2 t^2} \right)}{a^2 b^2} \hat{a} $$

위 해를 $\vec{p}_2$에 대한 운동방정식에 집어넣으면 $k^2$ 차수의 운동량 변화를 구할 수 있다. 적분구간이 $(-\infty, +\infty)$로 대칭적이라는 것을 이용하면 식을 좀 다 단순화할 수 있다.

$$ \Delta \vec{p}_2 = \int_{-\infty}^{+\infty} \left[ \frac{1}{a^2 b^5 (1 + a^2 \tau^2)} - 3 \frac{\sqrt{1 + a^2 \tau^2} - a\tau \log (a\tau + \sqrt{1 + a^2\tau^2})}{a^2 b^5 (1 + a^2 \tau^2)^{5/2}} \right] \hat{b} d\tau \\ - \int_{-\infty}^{+\infty} \left[ \frac{3a^2\tau^2}{a^2 b^5 (1 + a^2 \tau^2)^{5/2}} \right] \hat{a} d\tau $$

얼핏 봐서는 적분이 꽤 복잡하게 보이는데, 의외로 적분하고 나면 값 자체는 단순하다.

$$ \Delta \vec{p}_2 = - \frac{2 \vec{a}}{a^4 b^5} = - \frac{2 \vec{p}_0}{p_0^4 b^2}$$

$k$를 전부 살린 산란 후 운동량은 다음과 같은데

$$\vec{p} (+ \infty) = \left( 1 - \frac{2 k^2}{p_0^4 b^2} \right) \vec{p}_0 - \frac{2k}{p_0 b^2} \vec{b} + \mathcal{O}(k^3)$$

제곱해보면 $k^2$ 차수에서 에너지 보존이 성립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 \left| {\vec{p} (+ \infty)} \right|^2 = p_0^2 + \mathcal{O}(k^3) $$

  1. Landau 3권에는 있다 (566쪽 주석). 이 포스트와는 다른 설명을 보고 싶다면 란다우를 보세요. [본문으로]
  2. 진짜로 상관없는 여담이지만,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물리 경시대회가 있던 시절 궤도방정식을 푸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문제에 전혀 손도 못 댄 것이 분해서 그날 돌아오자마자 Marion의 해당 파트를 잡고 수식 유도과정을 전부 외워버렸는데, 다음 해 경시대회에는 궤도방정식과 관련된 문제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3. 다만 Weinberg의 양자역학 교재에서는 WKB근사로 취급하고 있어서 약간 다르다. Landau 3권의 quasi-classical 근사로 말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본문으로]
  4. 따로 작성하던 노트가 해밀턴역학 기반이라 뉴턴역학으로 옮겨적기 귀찮아서(...) 그렇다. 뉴턴역학에 적용하는 것은 연습 문제로 남긴다. [본문으로]
  5. 고전역학 교재에서 eikonal 근사로 산란문제를 푸는 것을 배웠고 Coulomb potential에 적용하는 연습문제도 풀어봤는데 IR 발산을 본 기억이 없다면 1차 근사까지만 배웠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표준적인 물리 커리큘럼을 따라 배우면 상호작용에 대한 관점이 대체로 다음 진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힘 → 장과 포텐셜 → 가상입자의 교환


힘을 장과 포텐셜로 다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대부분의 경우 문제 없이 넘어가는 반면, 장과 포텐셜에 의한 상호작용을 가상입자의 교환으로 다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많은 경우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지 뭐...'라고 넘기게 된다. 이렇게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각주:1].


상호작용을 가상입자의 교환으로 이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굴러다닐 수 있는 의자에 앉은 두 사람끼리 캐치볼을 하면 주고 받는 공의 운동량에 의해 서로 멀어지는 과정으로 설명하는 사기(...)는 잠시 잊어버리기로 하자. 이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1. 양자역학의 섭동이론(perturbation theory)

2. 질량이 없는 입자의 에너지를 이해할 정도의 특수상대론

3.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장의 양자화와 Fock space


학부 수준에서는 3번이 좀 무서울 수 있는데 어차피 필요한 배경지식은 다 제공할 예정이니 학부 수준의 양자역학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된다. 대표적인 먼거리힘(long-range force)인 중력이나 전자기학은 스핀 때문에 쓸데없이 복잡하니 질량이 없는 유가와(Yukawa) 상호작용을 생각하기로 하자. 목표는 다음을 보이는 것이다.


유가와 입자에 해당하는 장의 원천(source)이 되는, 거리 $r$만큼 떨어진 두 질점 사이에 유가와 입자의 '교환'에 해당하는 효과에 의해 $\Delta E = -g^2/4 \pi r$만큼의 에너지가 추가로 발생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1/r$꼴의 포텐셜이 '단일 양자의 교환'으로 볼 수 있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질점은 정지해 있다고 가정할 예정이니 상대론까지 갈 필요 없이 비상대론적인 계산으로 충분하다 (다만 편의상 $c=1$로 둘 예정).



편의상 두 질점을 $A$와 $B$라고 하고, $A$는 원점 $\vec{0}$에, $B$는 원점이 아닌 $\vec{r} \neq \vec{0}$에 두기로 하자. 그리고 유가와 입자에 해당하는 장(유가와 장[각주:2])을 $\phi(t, \vec{x})$라고 하자 (시간 $t$에 대한 의존성은 중요하지 않으니 앞으로 표시하지 않겠다). 이런 계의 동역학(dynamics)을 기술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라그랑지안(Lagrangian)을 적는 것이다.

$$ L = L_{A+B} + \int d^3 \vec{x} \frac{[\dot{\phi}(\vec{x})]^2 - [\vec{\nabla} \phi(\vec{x})]^2}{2} - g \int d^3 \vec{x} ~ \phi(\vec{x}) J(\vec{x}) $$

$L_{A+B}$는 질점 $A$와 $B$의 라그랑지안이고 어차피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할 예정이니 구체적인 생김새는 알 필요가 없다. 실제 계산에서는 그냥 에너지 $E$를 줄 예정. 중간의 적분은 유가와 장의 자유 라그랑지안(free Lagrangian)이다. 섭동이론에서는 나머지 부분을 무시한 채 이 부분을 양자화하는 것으로 유가와 입자를 얻는다. 구체적으로는 $\phi (\vec{x})$를 다음과 같이 전개하게 된다(이 유도과정을 알고 싶다면 Tong의 양자장론 노트를 읽으면 좋다.).

$$ \phi (\vec{x}) = \int \frac{d^3 \vec{k}}{(2\pi)^3} \frac{1}{\sqrt{2 E(\vec{k})}} \left[ a_{\vec{k}} e^{- i E(\vec{k}) t + i \vec{k} \cdot \vec{x} } + a^{\dagger}_{\vec{k}} e^{ i E(\vec{k}) t - i \vec{k} \cdot \vec{x} } \right] $$

현재 고려하고 있는 유가와 입자는 질량이 없는 입자이기 때문에 $E(\vec{k}) = |\vec{k}|$란 조건을 만족한다. 일반적으로는 $E(\vec{k}) = \sqrt{\vec{k}^2 + m^2}$. 여기서 $a_{\vec{k}}$와 $a^\dagger_{\vec{k}}$는 흔히 mode operator라고 부르는데, 단순조화진동자(simple harmonic oscillator)의 대수를 만족한다.

$$ [a_{\vec{k}_1} , a^{\dagger}_{\vec{k}_2}] = (2 \pi)^3 \delta^3 (\vec{k}_1 - \vec{k}_2) $$

단순조화진동자의 스펙트럼은 자연수로 나타낼 수 있는데, 장론에서는 이 자연수가 '그 운동량을 갖는 입자가 몇 개 있는가'를 나타내는 숫자가 된다[각주:3]. 예컨대 생성 연산자 $a^\dagger_{\vec{k}}$를 상태 $| \psi \rangle$에 작용하게 되면 얻는 상태 $ a^\dagger_{\vec{k}} | \psi \rangle$은 $| \psi \rangle$에 비해 운동량 $\vec{k}$를 갖는 유가와 입자가 하나 더 있는 상태가 된다.


마지막 적분인 $-g \int \phi J$는 질점 $A$와 $B$가 유가와 장의 원천임을 나타낸다. 상호작용의 세기 $g$는 섭동전개를 하기 위해 도입한 형식적인 파라메터. 어차피 질점 $A$와 $B$는 움직일 일이 없으니 $J(\vec{x}) = \delta^3(\vec{x}) + \delta^3 (\vec{x}-\vec{r})$로 취급하면 되는데, 나중에 논의를 편하게 하기 위해 $J_A (\vec{x}) = \delta^3 (\vec{x})$와 $J_B (\vec{x}) = \delta^3 (\vec{x} - \vec{r})$로 나누기로 하자. 각각 $J_{A/B}$는 질점 $A/B$가 유가와 장의 원천이 됨을 나타낸다. 이제 유가와 장에 대한 전개식을 집어넣어 interaction Hamiltonian을 계산할 경우 다음 식을 얻는다.

$$ H_{int} = g \int \phi J = g \int \frac{d^3 \vec{k}}{(2\pi)^3} \frac{1}{\sqrt{2 E(\vec{k})}} \left[ a_{\vec{k}} e^{- i E(\vec{k}) t } \left( 1 + e^{ i \vec{k} \cdot \vec{r} } \right) + a^{\dagger}_{\vec{k}} e^{ i E(\vec{k}) t } \left( 1 + e^{ - i \vec{k} \cdot \vec{r} } \right) \right]$$ 

위의 식을 찬찬히 뜯어보면 $H_{int}$는 주어진 상태 $| \psi \rangle$에 작용할 경우 유가와 입자를 하나 더하거나 ($a^\dagger | \psi \rangle$) 하나 빼는 ($a | \psi \rangle$) 연산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 \psi \rangle$가 명확한 유가와 입자의 갯수를 갖는 상태일 경우 $\langle \psi | H_{int} | \psi \rangle = 0$임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 왔으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양자역학 섭동계산을 통해 유가와 입자가 없이 질점 $A$와 $B$만 존재하는 상태 $| \psi^{(0)} \rangle$의 $g^2$ order 에너지 보정을 찾으면 된다. 섭동전개의 유도과정을 설명하는건 귀찮(...)으니 여기에서 위키백과의 유도과정을 보자. $H_{int} = gV$로 적고 결과만 옮겨적을 경우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E (g) = E^{(0)} + g^2 \int \frac{d^3 \vec{k}}{(2 \pi)^3} \frac{1}{E^{(0)} - (E^{(0)} + E(\vec{k}))} \left| \frac{1 + e^{i \vec{k} \cdot \vec{r}}}{\sqrt{2 E(\vec{k})}} \right|^2 + O(g^3) $$

여기서 $\langle \psi^{(0)} | V | \psi^{(0)} \rangle = 0$는 위에서 설명한 $H_{int}$의 성질로부터 나온다. 유가와 입자의 에너지가 $E(\vec{k}) = |\vec{k}|$라는 것을 이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E (g) - E^{(0)} = - g^2 \int \frac{d^3 \vec{k}}{(2 \pi)^3} \frac{2 + e^{i \vec{k} \cdot \vec{r}} + e^{-i \vec{k} \cdot \vec{r}}}{2 k^2} + O(g^3) $$

이제 위의 식에 해석을 줘 보자. 적분 분자의 2는 잘 살펴보면 $H_{int}^A = g \int \phi J_A$로 질점 $A$에 의해 유가와 입자가 생성되었다가 다시 $H_{int}^A$에 의해 질점 $A$가 유가와 입자를 흡수하여 처음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과 질점 $B$에 대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으로부터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자기 자신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자체에너지(self-energy) 보정이라고 한다.

$$ E_{s} (g) = - g^2 \int \frac{d^3 \vec{k}}{(2 \pi)^3} \frac{2}{2 k^2} = \sum_{k \neq \psi^{(0)}} \frac{| \langle k | H_{int}^A | \psi^{(0)} \rangle |^2}{E^{(0)} - (E^{(0)} + E(\vec{k}))} + \frac{| \langle k | H_{int}^B | \psi^{(0)} \rangle |^2}{E^{(0)} - (E^{(0)} + E(\vec{k}))} $$

실제 계산을 수행하려고 하면 $\int d^3 k / k^2$꼴의 적분이기 때문에 이 값은 발산함을 알 수 있다. 양자장론의 모든 곳에서 튀어나오는 무한대중 하나가 바로 이런 자체에너지 보정이다. 우리가 실제로 관심을 갖는 것은 질점 $A$와 $B$ 사이에 유가와 장이 상호작용을 매개함으로서 생기는 에너지이므로, 자체에너지 보정은 좌변으로 넘겨서 잊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에너지 변화는

$$ E (g) - E_s (g) - E^{(0)} = - g^2 \int \frac{d^3 \vec{k}}{(2 \pi)^3} \frac{e^{i \vec{k} \cdot \vec{r}} + e^{-i \vec{k} \cdot \vec{r}}}{2 k^2} + O(g^3) =  - \frac{g^2}{4 \pi r} + O(g^3) $$

으로, 다음과 같이 다시 적을 수 있다.

$$ - g^2 \int \frac{d^3 \vec{k}}{(2 \pi)^3} \frac{e^{i \vec{k} \cdot \vec{r}} + e^{-i \vec{k} \cdot \vec{r}}}{2 k^2} = \sum_{k \neq \psi^{(0)}} \frac{ \langle \psi^{(0)} | H_{int}^B | k \rangle \langle k | H_{int}^A | \psi^{(0)} \rangle + \langle \psi^{(0)} | H_{int}^A | k \rangle \langle k | H_{int}^B | \psi^{(0)} \rangle}{E^{(0)} - (E^{(0)} + E(\vec{k}))} $$

우변의 분자에 등장하는 $\sum_{k} |k \rangle \langle k|$이 identity operator를 분해한 것으로 볼 수 있음을 고려하면 분자에 등장하는 표현들, 예컨대

$$\langle \psi^{(0)} | H_{int}^B | k \rangle \langle k | H_{int}^A | \psi^{(0)} \rangle$$

를 $| \psi^{(0)} \rangle$ 상태에서 $A$ 질점이 (가상의) 유가와 입자를 하나 만들어낸 다음 $B$ 질점이 그 입자를 흡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해석을 바탕으로 장에 의한 상호작용을 그 장에 해당하는 가상입자의 교환으로 이해하게 된다.

  1. '나는 질문 할 생각을 못했는데!'라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당장 이 글을 쓰고있는 사람도 그렇듯 이런 근본적인 부분을 몇개 놓치더라도 물리로 어떻게든 밥은 벌어먹고 살 수 있으니까(...). [본문으로]
  2. 스칼라장(scalar field)이란 표현이 더 자주 쓰이지만 장의 이름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니 대충 넘어가기로 하자. [본문으로]
  3. 여담으로 미분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서 파동함수를 구해놓고 왜 굳이 생성-소멸 연산자(creation-annihilation operator)를 이용해서 조화진동자를 대수적으로 다시 푸는지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는데, 양자장론을 배우면서 그 의문이 해소되게 되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은 위상론적인 물질과 관련된 연구를 한 사울레스, 홀데인, 그리고 코스털리츠에게 돌아갔지요. 제 전공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주제인지라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트위터에서 어쩌다가 개인 DM으로 해설을 부탁받아버려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 썰을 풀어봅니다. 그 말인즉, 노벨상 수상자들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기보다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기 위해 필요한 사전지식들에 대해 설명해보겠다는 소리죠.


다음 주제를 주로 다룰 생각입니다.

1) 새로 발견된 상전이는 이전의 알려졌던 상전이와 어떻게 다른가

2) 실제로 이용하는 위상수학은 무엇에 대한 위상수학인가

3) 왜 위상론적 물질에서 경계면이 중요해지는가


그러면 시작해보죠.




위상수학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예시라고 한다면 도넛과 머그잔이겠지요. 거기에 질세라 노벨위원회에서 올해 수상자를 발표할 때 위상수학을 설명하면서 베이글과 프레츨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 물체들이 어떻게 위상수학적으로 같고 다른지는 찰흙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부모님께 혼나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이해할 수 있으시겠지요. 아쉽게도 위상론적 물질에서 필요한 위상수학적인 양은 천 숫자(Chern number)라는 값으로, 앞선 예시들과는 달리 쉽게 머리 속으로 그릴 수 있는 것들은 아닙니다.


위상수학에서는 우리가 머리 속으로 그릴 수 있는 평범한 도형들을 다양체(manifold)라는 개념을 이용해 정의합니다. 구체적인 정의는 논의를 괜히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테니 필요없겠지요. 천 숫자는 접속(connection)이란 특별한 종류의 수학적인 물체를 다양체 위에 올려놓았을 때 그 접속에 대한 위상론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값입니다. 그러면 우선 접속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야 위상수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겠지요.


그다지 좋은 예는 아니지만[각주:1] 접속을 이해하는데 쓸 수 있는 장난감으로 굴렁쇠가 있습니다. 비록 저 자신은 굴렁쇠를 실제로 굴려본 적이 없고 교과서 사진으로나 봤을 뿐이지만 동전은 자주 굴려봤으니 자신감을 가져도 좋겠지요. 다시 굴렁쇠로 돌아와서, 어떤 위치에서 굴리기 시작한 굴렁쇠를 적당한 경로를 따라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만약 굴렁쇠의 각 점에 눈금이 매겨져 있었다면 굴리기 전의 굴렁쇠와 바닥이 맞닿은 점을 가리키는 눈금과 굴리고 같은 위치로 돌아왔을 때 굴렁쇠와 바닥이 맞닿은 점을 가리키는 눈금은 다르겠지요. 홀로노미(holonomy)나 모노드로미(monodromy)는 이 눈금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잡아내기 위해 정의된 수학적인 물체입니다. 하지만 오늘 논의에서는 다루려던 내용이 아니므로 두 용어에 대해서는 이 정도에서 설명을 마치도록 하지요.


접속이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굴렁쇠를 굴린 경로 위의 각 점에 굴러가고 있는 굴렁쇠를 관찰하는 관찰자를 올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각 점에 앉아있는 관찰자는 굴렁쇠의 눈금 중 어떤 눈금이 바닥과 닿아있는지를 기록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한 점에 앉아있는 관찰자가 관찰한 눈금은 바로 옆에 앉은 관찰자가 관찰한 눈금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굴렁쇠는 미끄러지지 않고 굴렀을테니, 두 관찰자 사이의 거리만큼 굴렁쇠와 바닥이 닿은 눈금이 변했을테니까요. 이처럼 한 점에서 관찰한 무언가의 값을 바로 옆의 점으로 끌고가면 일반적으로는 그 값이 변합니다. 수학에서는 이런 정보를 담은 것을 접속이라고 부릅니다. 한 점에서의 정보를 바로 옆의 점으로 연결시켜 준다는 점에서 더없이 적절한 용어(접속은 영어로 connection이라 부릅니다)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 점에서 바로 옆의 다른 점으로 움직이는 방법은 움직일 수 있는 방향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에 접속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고 있어야 합니다. 방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접속은 벡터장과 매우 비슷합니다.


약간은 의외의 사실일 수 있겠지만, 어떤 다양체에는 벡터장을 임의로 올려놓지 못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고 머리 속으로 그려볼 수 있는 예시로는 털난 공 정리(hairy ball theorem)이 있습니다. '털난 공을 빗을 수 없다'란 표현으로 유명한 이 정리는 공의 표면(2차원 곡면이므로 $S^2$라 부릅니다) 위에 올려놓은 벡터장은 항상 0이 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크기가 0이 아닌 벡터장을 공에 납작하게 붙은 털에 빗댄 것이지요. 실제로 그런지 의심이 드는 분이라면 바람이 부는 지구 표면을 생각해 보시면 좋습니다. 과연 지구 표면의 모든 점에서 동시에 바람이 불 수 있을까요? 털난 공 정리에 따르면 지구의 적어도 한 점에서는 바람이 불고 있지 않아야 합니다.


위의 정리는 위상수학적인 결과입니다. 털난 공이라고는 했지만 그것이 꼭 공일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공이 조금 찌그러져 있다거나 허리같은 길쭉한 부분이 있다거나 해서 벡터장이 0인 지점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천 숫자는 털난 공 정리와 비슷하게 다양체 위에 올려놓은 접속이 임의로 주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천 숫자를 계산하면 정수를 얻지만 이 정수가 정확히 무엇을 세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좋은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군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접속에 대해 계산한 천 숫자가 서로 차이가 난다면 하나의 접속에 작은 변화를 누적시켜서 다른 접속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천 숫자가 위상론적인 불변량이라는 것입니다.




천 숫자에 대해 이해하려면 우선 접속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접속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잘 만들어진 굴렁쇠라면 모든 점이 서로 엇비슷하게 생겼을 겁니다. 굴렁쇠에 눈금을 새겼더라도 어떤 눈금을 1로 두고 그 눈금부터 번호를 매길 것인가에 대한 자유가 남아있는 것이지요. 때문에 각 점에 앉아있는 관찰자가 각자 굴렁쇠를 하나씩 들고 '나는 이 눈금을 1로 세겠다'고 주장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눈금을 1로 세는 점을 기준점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각 점에 앉아있는 관찰자가 임의로 기준점을 재조정하더라도 실제로 굴렁쇠가 굴러가는 것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기준점을 재조정하는 것을 게이지 변환(gauge transform)이라 부르고, 기준점 재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게이지 대칭(gauge symmetry)이라 부릅니다. 입자물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게이지 보존(gauge boson)이란 단어를 들어보셨을텐데, 그 단어에서 말하는 게이지와 지금 여기에서 말하는 게이지는 같은 수학적인 물체입니다. 단지 그 수학적인 물체를 무엇을 나타내기 위해 쓰고 있느냐의 차이 정도만 있을 뿐이지요.


접속은 언제까지나 '한 점에서 읽어낸 값을 바로 옆의 점으로 옮기는 방법'을 결정해주기 때문에 값을 읽어낸 점에서 관찰자가 선택한 기준점과 값이 옮겨질 점에서 관찰자가 선택한 기준점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준점을 재조정하는 과정인 게이지 변환을 할 경우 각 점이 얼마나 다르게 기준점을 재조정했는지의 정보까지 들어가야 해서 보다 복잡하게 변화하지요. 다르게 말하자면 '각 점에서의 기준점 선택'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진짜 물리적인 의미를 갖는 대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이지 변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들, 즉 게이지 불변(gauge invariant)인 것만이 실제 물리적인 의미를 갖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접속으로부터 충분히 물리적인 의미를 갖는 대상을 얻어낼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한가지 방법은 아주 작은 폐곡선을 생각하고 그 폐곡선을 따라 굴렁쇠를 원래 위치로 굴린 것과 굴리기 전의 굴렁쇠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같은 점에서 굴렁쇠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준점을 옮긴다고 해도 눈금의 차이는 변하지 않지요. 마치 12와 16의 차이가 112와 116의 차이와 같은 것처럼 말입니다. 이를 곡률(curvature)이라고 부릅니다.[각주:2] 곡률은 작은 폐곡선의 경우 그 폐곡선을 경계면으로 갖는 곡면의 넓이에 비례해서 눈금의 차이가 커진다는 관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작은 곡면은 평행사변형으로 근사할 수 있고 평행사변형은 두 방향(마주한 변은 같은 방향이므로 두 방향만 갖습니다)을 갖기 때문에 곡률은 방향에 대한 정보를 둘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 두 방향이 겹치게 되면 넓이를 갖는 평행사변형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두 방향에 대해 반대칭적(antisymmetric)이어야 하죠.


곡률은 물리적인 정보를 담습니다. 게이지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자기학을 예로 들자면, 전자기장에 해당하는 접속의 곡률은 우리가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인식됩니다. 또한 실제 천 숫자를 계산할 때는 접속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접속의 곡률을 이용합니다. 이것을 이용해 여러가지 위상론적인 물체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차원 공간의 한 점을 감싸는 구의 표면 위에서 전자기장의 천 숫자를 계산하면 그 표면을 통과하는 총 자기장의 양을 얻는데, 천 숫자는 정수로 주어지므로 그 구 안에 들어있는 자기장의 원천 즉 자하의 총량은 정수로 주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하와 마찬가지로 자하 또한 양자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약간 원래 논의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고에너지 물리학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위상수학을 이용해 위상론적인 물체들을 다루곤 합니다. 위상론적인 원인이 있고 입자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이런 물체들을 위상론적 솔리톤(topological soliton)이라고 부르지요. 다른 위상론적인 물체로는 인스탄톤(instanton)들이 있는데 시간을 허수로 만드는 다소 설명하기 껄끄러운 일들을 해야 하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천 숫자가 위상론적인 물질에서 물리적인 의미를 갖는 사례 중 하나는 정수 양자 홀 효과(integer quantum Hall effect)입니다. 금속에 아주 강한 자기장을 수직축으로 걸었을 때 전기장을 수평축으로 걸면 자기장과 전기장에 수직한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는데, 정수 양자 홀 효과는 이때 흐르는 전류와 전기장의 비를 측정한 것(홀 전도도라고 부릅니다)이 폰 클리칭 상수(von Klitzing constant)의 정수배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수 양자 홀 효과에서는 이 홀 전도도가 천 숫자로부터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정수 양자 홀 효과에서 계산하는 천 숫자는 조금 독특한 공간에서 계산합니다. 2차원 공간을 돌아다니는 전자들을 운동량으로 분류했을 때, 이 운동량이 만드는 공간에서의 적분이죠. 이 공간 위에서도 접속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특정 운동량을 갖는 전자의 위상을 측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위상을 운동량마다 다르게 설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베리 접속(Berry connection)이라고 부르고, 베리 접속으로부터 얻는 곡률을 베리 곡률(Berry curvature)라고 부릅니다. 양자 홀 효과와 관련된 천 숫자는 베리 곡률로부터 얻어지며, 이를 TKNN 불변량이라고 부릅니다.


정리해보자면, 실제로 위상론적 물질에서 쓰이는 위상수학은 접속과 관계된 천 숫자라는 불변량들이고 천 숫자가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경우의 예로 정수 양자 홀 효과를 들 수 있었습니다. 논의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고에너지 물리학에서는 위상수학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다루면서 솔리톤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지요. 위상수학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하고 정작 물리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일단은 여기까지가 현재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인 것 같네요.




천 숫자를 중심으로 살펴보긴 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위상수학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애니온(anyon)의 경우에는 매듭 군(braid group)과 관련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넘어갔습니다. 글에서 언급된 자기단극자의 경우 한 차원 낮추게 되면 소용돌이(vortex)의 양자화를 얻는데, 이건 천 숫자로 표현하기에는 껄끄러운 점이 있어서 넘어갔죠.


마지막 글은 솔직히 쓰기는 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일이 많아서... ㅠㅠ

  1. 수학적으로 정합적(consistent)인 묘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 예는 아닙니다. [본문으로]
  2. 참고로 일반상대론에서 말하는 '휜 공간'의 곡률과 이 곡률은 같습니다. 단지 곡률을 정의하기 위해 사용하는 접속이 다를 뿐이죠.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필명으로 운영하는 이 블로그 말고) 나중에 제대로 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을 때 올려놓아도 괜찮겠다 싶어서 학생 세미나도 준비할 겸 작성한 텍.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Notion of Particles in Curved Space public.pdf


Unruh effect를 다루기 위해 넣은 Unruh-DeWitt detector는 진짜 열적 분포를 갖는 결과가 나오도록 하고 싶었는데 계산을 간단히 하려고 1+1차원에 갇혀있었던 것이 문제가 된 듯. 노트의 각주에 달아놓기는 했지만 3+1차원에서 계산하면 열적 분포가 제대로 나온다.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은 $1/E$에 비례하는 항 때문에 구한 response function이 E에 대해 우함수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건 전이 확률이 에너지 준위차에만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가 높은 쪽으로 전이하는 확률과 낮은 쪽으로 전이하는 확률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해서 그렇다. 여태 본 계산 중에는 이런 계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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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수업 들어가기 전 양자정보 전공하는 친구가 던져준 문제.


자연수 $m$으로 나열한 연산자(operator)들 $M_m$들이 다음 두 조건을 만족한다.

1. $\sum M_m^\dagger M_m = I$

2. $M_m^\dagger M_m = M_m $


이 때, 연산자 $M_m$들이 사영연산자(projection operator) $P_m$임을 증명하라. 사영연산자들은 다음 조건을 만족한다.

1. $\sum P_m = I$

2. $P_mP_n = P_m\delta_{mn}$

3. $P_m^\dagger = P_m$


연산자들이 작용하는 벡터 공간이 유한 차원이라면 쉽게 증명하겠는데, 무한 차원에서는 잘 모르겠다. 유한 차원이 쉬운 이유는 고유벡터(eigenvector)가 항상 하나라도 존재해야 하기 때문. 무한차원에서는 이게 안 되는데, 좋은 예로 harmonic oscillator의 creation operator가 있다. number state를 기저로 잡는 Fock basis에서 계산해보면 영벡터가 사실상 유일한 creation operator의 고유벡터가 된다(...)


먼저 2번 조건에 Hermitian adjoint를 취해 $M_n^\dagger=M_m$이란 조건을 얻는다. 사영연산자의 3번 조건 해결. 이 조건은 모든 $M_m$이 대각화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에서 구한 식을 이용해 2번 조건을 정리하면 $M_mM_m=M_m$이란 관계식을 얻는다. 연산자 $M_m$의 고유값(eigenvalue)이 0이거나 1이라는 소리. 따라서 임의의 벡터 $\left|v\right>$에 대해 $\left< v \middle| M_m \middle| v\right> \geq 0$가 성립.


마찬가지로 1번 조건을 정리하면 $\sum M_m=I$란 조건을 얻는다. 이 조건에 $M_m$의 고유벡터 $v_m$을 가져다가 양변에 취하면 $n\neq m,\left< v_n \middle| M_m \middle| v_n \right> = 0$이란 조건(이 조건을 a라 부르자)을 얻는다(위 조건 참조).


이제부터는 간단하다. 모든 $M_m$이 대각화되어 있고 대각선의 값이 1 아니면 0인 기저를 구하는 것. 우선 $M_1$을 가져다가 고유벡터(들)을 구한다. 고유벡터가 하나가 아닐 경우 Gram-Schmidt 과정을 거쳐서 직교하는 고유벡터(들)로 나눈다. 이 벡터(들)을 기저벡터 1(혹은 갯수에 따라 2, 3, 등등)로 잡는다.


다음엔 $M_2$를 가져온다. $M_m$의 고유벡터를 $\left| v_2 \right>$라고 할 때, $\left| v_2 \right>$를 $M_1$의 고유벡터 성분 $\alpha\left| v_1 \right>$과 $M_1$의 고유벡터에 수직한 성분 $\beta \left| w \right>$(이 성분의 $M_1$에 대한 고유값은 0이다)으로 나눈다. 크기가 1일 것이란 조건에서 $|\alpha|^2+|\beta|^2=1$이란 조건을, 조건 a에서 $|\alpha|^2=0$이란 조건을 얻으므로 $\left| v_2 \right>$는 $M_1$의 고유벡터들과 수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음은 $M_1$에서와 마찬가지로 $M_2$의 고유벡터들을 기저에 포함시키면 끝.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모든 $M_m$이 diagonal인 orthonormal basis를 구성할 수 있고, 이 basis에서 각 $M_m$의 대각선 성분은 1 아니면 0이며, 서로 다른 $M_m$은 대각선 성분 중 1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제의 $M_m$은 '측정'을 의미한다고 추정하고 있다.[각주:1] $\left| v \right>$란 벡터에 해당하는 상태에 있는 계에 대해 측정을 행했더니 $m$번째 가능한 결과값이 튀어나왔을 때 $\left| v \right>$ 벡터는 $ M_m \left| v \right>=\left| M_m v \right>$란 상태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 2번 조건은 $m$번째 측정값이 나올 확률 $\left< M_m v \middle| M_m v \right>/\left< v \middle| v \right>$이 $M_m$의 기댓값 $\left< v \middle| M_m \middle| v \right>/\left< v \middle| v \right>$와 같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고, 1번 조건은 측정값이 나올 확률들을 다 더하면 1이 될 것 혹은 측정하게 되면 어떤 측정값이든 하나는 얻어질 것을 의미한다. 측정에 해당하는 연산자 $M_m$들은 unitary할 수 없다(projection operator는 당연히 unitary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모양.


2번 조건을 보이기 위해서는 벡터공간의 임의의 벡터 $\left| v \right>$에 대해 연산자 $A$의 기댓값이 $\left< v \middle| A \middle| v \right>=0$란 조건을 만족할 경우 항등적으로 $A=0$이란 것을 증명하면 된다. 이건 유한 차원에서는 매우 쉬운데, Schur decomposition을 통해 $A$를 upper triangular로 만드는 orthonormal basis를 잡을 수 있고, upper triangular로 바꾸었을 때 대각 성분이 전부 0임은 자명하며, 이로부터 (1,2)성분, (1,3)성분, (2,3)성분 등등이 0이어야 한다는 것을 계산을 통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지 않다면 기댓값이 0이 아닌 벡터 $\left| v \right>$를 찾을 수 있다).

  1. 측정과 관련된 내용을 읽고 있다고 했고, 던져준 문제에 M이 들어가있는게 딱 measurement란 삘이 와서. 이 문제가 나온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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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물리학2 기말고사에서 양자역학과 (특수)상대론을 다루는 것을 보고 멘붕했는데(전 왜 배운 기억이 없을까요 =_=;;)[각주:1] 채점을 맡은 문제에서 틀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해설지를 써보았습니다. 스캔 상태가 엉망인 것과 악필인 것은 감안하시고...



sol.pdf





4.(a) 폭이 $L$인 1차원 무한 포텐셜 우물의 내부( $0<x<L$)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양자입자가 있다. 양자입자의 바닥상태 에너지가 0이 될 수 없음을 불확정성 원리를 이용해서 간단히 설명하라.


이 문제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이해를 물어보는 문제였습니다. 표준적인 방법은 위치-운동량 불확정성 원리를 이용하는 것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시간-에너지 불확정성을 이용하더군요. 문제는 시간-에너지 불확정성은 위치-운동량 불확정성과는 전혀 다르게 해설한다는 것이지만요(그래서 전부 오답처리).




8. (a) 철수가 광속에 가까운 속력 $v$로 일정하게 달리는 우주선을 타고 먼 별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지상에 남아 있는 영희는 철수에게 일정한 간격 $T$로 빛신호를 보내 안부를 전한다. 우주선에 타고 있는 철수는 빛 신호를 얼마의 간격으로 받고 있을까?


평범한 상대성이론 문제입니다. 상대론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누구 관점에서 문제를 풀고 있더라?"를 끝까지 기억하는거죠. 이게 엉켜버리면 난리가 나고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답을 구하는 방법을 적어보았습니다.


사실 마지막 '기하학적 풀이'에는 4-벡터를 이용한 해도 적어볼까 했지만 처음부터 설명하는건 무리라고 판단해서 생략. 사실 4-벡터를 내적해서 값을 구하는 짓을 하게 되면 불변량들을 가지고 숫자놀음을 하게 되기 때문에 식이 절대로 엉키지 않습니다. Landau 2권에서 retarded potential을 구할 때 이 방법을 쓰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가장 논리를 따라가기 힘들었던 파트중 하나였죠.

  1. 물론 제가 들은건 1학년 상대로 4-벡터를 가르치던 고급물리였습니다만(다같이 멘붕) 양자는 한 기억이 없어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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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오늘도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트위터에서 놀다가 함수해석학과 양자역학 이야기가 나와서 위 글을 다시 검토하던 중, '유한 차원에서라면-선형대수학의 영역이라면- 교환자(commutator)가 identity의 상수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결론: 매우 쉽게 보일 수 있다.


아이디어는 매우 쉽다. 2×2 행렬은 Pauli matrice에 identity를 더해 기저로 잡은 복소수체 벡터공간의 원소로 생각할 수 있다. 3×3 행렬은 Gell-mann matrice에 identity를 더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n×n 행렬은 SU(n) 군의 생성자(generator)에 identity를 더해 기저로 잡은 복소수체 벡터공간의 원소로 생각할 수 있다.


\text{In general, a }n\times n\text{ matrix can be thought as} \\\text{an element of a vector space spanned by the set} \\\\\{I,g_1,g_2,\dots,g_{n^2-1} \} \\\\\text{where }I\text{ is the identity matrix and }g_i\text{'s are the} \\\text{generators of SU(}n\text{) group. Note that all bases} \\\text{except for }I\text{ are traceless.}


이제 n×n 행렬 두개를 가져다 교환자를 구성한 뒤 trace를 구하면 0이 됨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identity는 trace가 n이므로, identity의 상수배는 trace가 0일 수 없다. 따라서 유한차원에서 작용하는 연산자(operator)들의 교환자는 identity의 상수배가 될 수 없다.


\text{Let }A\text{ and }B\text{ be arbitrary }n\times n\text{ matrices and let} \\\\A=\alpha_0I+\alpha_ig_i, B=\beta_0I+\beta_ig_i \\\\\text{where summation over }i\text{ is implied. Then the trace} \\\text{of the commutator }[A,B]=AB-BA\text{ vanishes.} \\\\Tr([A,B])=Tr(\gamma_ig_i)=0 \\\gamma_i=\sum_{j,k}C_{ijk}\alpha_j\beta_k \\\\\text{The }C_{ijk}\text{'s are the structure constants. Since identity} \\\text{and its scalar multiple cannot be traceless, commutators} \\\text{in finite dimensional linear algebra cannot be a multiple} \\\text{of identity.}


이제 함수해석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수정: 잠결에 생각해보니 너무 어렵게 풀었네요. 결론은 똑같지만 trace가 0이어야 한다는 것은 다음 trace의 기본 성질로부터 훨씬 쉽게 보일 수 있습니다.


\text{Trace has the following properties} \\\\Tr(cA+dB)=cTr(A)+dTr(B) \\Tr(AB)=Tr(BA) \\\\\text{where lowercase letters are scalars. Therefore} \\\\Tr([A,B])=Tr(AB)-Tr(BA)=0


그러면 위에서 일반적인 연산자를 identity와 SU(n) 군의 생성자를 이용한 기저로 나타내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볼 수 있겠죠. 알려진 것과 같이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측정가능량이 연산자로 주어집니다. 그리고 임의의 측정량이 있을 때, 여기에 identity의 상수배를 더하는 것은 측정량의 기준점을 이동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단순히 모든 고유값(eigenvalue)들을 일정한 값만큼 이동하는 것과 동일하니까요. 따라서 identity는 실제 물리적인 의미를 갖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n개의 독립적인 상태를 가질 수 있는 계가 있다면 이 계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측정량들은 SU(n) 리 대수(Lie algebra)의 원소로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 되겠죠. 이젠 군론을 배웁시다 야호!


Posted by 덱스터

양자역학에서 가장 유명한 commutator를 뽑으라면 누구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꼽을 것이다. 아무래도 제일 먼저 발견된 교환이 불가능한 물리량이니까.


[x,p]=xp-px=i\hbar


그런데 왜 i가 붙을까? 고민해본 사람?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린다. 두 측정가능한 물리량 A와 B를 가정하자. 따라서 A와 B는 에르미트(Hermitian) 연산자이다. 적당한 양자책을 잘 공부했다면 이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터(간단하게 말하자면 고유값(eigenvalue)이 실수가 나와야 해서). 한번 유도해보자.


\text{For observables }A,B\\A^\dagger=A, B^\dagger=B \\\\\therefore [A,B]^\dagger=(AB-BA)^\dagger\\=B^\dagger A^\dagger-A^\dagger B^\dagger=BA-AB \\\\\therefore [A,B]^\dagger=-[A,B] \\\\\text{or, equivalently;} \\\exists C(C^\dagger=C),\,\,[A,B]=iC


측정 가능한 물리량의 commutator는 항상 반에르미트(anti-Hermitian) 연산자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다. 반에르미트 연산자는 단위허수 i를 곱하거나 나눠서 에르미트 연산자로 만들어줄 수 있으니 이제 그 미스테리한 i가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조금 더 재미있는 명제를 도출해보자.


\text{Assume observables }A,B\text{ and an eigenstate of }A\\\\A\left|a \right \rangle=a\left|a \right \rangle \\\\\text{Then, we get the expectation value of the commutator}\\\\ \left\langle a|[A,B]|a \right\rangle=\left\langle a|AB-BA|a \right\rangle = (a^\ast - a)\left\langle a|B|a \right\rangle=0 \\\\\text{or, equivalently;} \\\\ C \equiv \frac1i [A,B],\;A\left|a \right \rangle=a\left|a \right\rangle \Rightarrow\left\langle a|C|a \right\rangle=0 \\\\\text{for any observables }A, B


아직 이상한 점을 눈치 못챘는가? A에 x를, B에 p를 넣어보자.


[x,p]=i\hbar\\\\\therefore \left\langle x\middle|\frac1i[x,p]\middle|x \right\rangle=\hbar\left\langle x|x \right\rangle=0\\\left\langle p\middle|\frac1i[x,p]\middle|p \right\rangle=\hbar\left\langle p|p \right\rangle=0


?!?!


이 비정합성은 commutator가 identity의 배수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다르게 말한다면, 어떤 한 측정량이 다른 측정량과 만드는 commutator가 identity의 배수로 나온다면 그 측정량의 고유상태(eigenstate)는 그다지 예쁜 성질을 갖지 않으며(예컨데 위치 x의 고유상태나 운동량 p의 고유상태는 L2(Square-integrable)공간에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의를 기울여 다루어야 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참고로 가장 간단(?)한 양자화 방법은 고전역학에서의 Poisson bracket을 양자역학의 commutator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Dirac quantisation 혹은 canonical quantisation) 양자역학의 미래가 골치아프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양자장론이 괜히 머리 뽀개지는게 아니라니까...

Posted by 덱스터

2013. 12. 15. 19:02 Physics/Concepts

Dirac Equation(1)

디락방정식을 기억만으로 재구성해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생각되어 쓰는 글.


디락방정식의 도입 동기는 매우 간단하다. 그 이전까지 제시된 방정식들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 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과 공간을 같게 다루지 않으며(공간에 대해서는 이계미분, 시간에 대해서는 일계미분), 클라인-고든 방정식은 시간에 대해 일계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시간에 대해 일계가 아니면 갖는 문제는 초기조건을 충분히 주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시간에 대한 미분은 위상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데, 위상의 차이는 측정할 수 있어도 위상이 변하는 속도는 측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


\text{Schroedinger equation: derivatives on time and} \\\text{space are not treated on a equal footing.} \\i\hbar\frac{\partial}{\partial t}\Psi=\left[-\frac{\hbar^2}{2m}\frac{\partial^2}{\partial x^2}+V(x) \right ]\Psi \\\\\text{Klein-Gordon equation: the equation treats time} \\\text{as a second order derivative.} \\\left[\frac{\partial^2}{\partial t^2}-\frac{\partial^2}{\partial x^2}+m^2 \right ]\Psi=0\text{ (natural units)}


디락이 생각한 해는 상당히 간단하다. 클라인-고든 방정식에 제곱근을 취하는 것.


\text{Dirac's solution: take the root!} \\\^H=i\frac{\partial}{\partial t}\;,\;\^p=-i\frac{\partial}{\partial x} \\\\\left[-\frac{\partial^2}{\partial x^2}+m^2 \right ]\Psi=-\frac{\partial^2}{\partial t^2}\Psi\text{ (natural units)} \\(\^p^2+m^2)\Psi=\^H^2\Psi \\\\\Rightarrow(\alpha\cdot\^p+\beta m)\Psi=\^H\Psi


이러면 \alpha\beta에 대해 다음과 같은 10개의 관계식을 얻는다.


\begin{matrix} \alpha_i\alpha_j+\alpha_j\alpha_i=2\delta_{ij} & \cdots\text{ 6 equations}\\ \alpha_i\beta+\beta\alpha_i=0 & \cdots\text{ 3 equations}\\ \beta^2=1 & \cdots\text{ 1 equation} \end{matrix}


일단 \alpha\beta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숫자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제곱해서 1이 되며 다른 숫자와 곱했을 때 0이 되는 복소수는 없기 때문. 따라서 이 녀석들은 행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곱을 할 수 있으므로 행렬 중 정사각행렬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정사각행렬 중 몇 짜리 정사각행렬을 써야 할까? n\times n 행렬은 모두 n^2개의 자유도를 갖는다. 그런데 위에서 최소한 10개의 조건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으므로, 최소한 4\times4행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6개의 자유도가 남는데, 이 자유도는 어디에 쓸 수 있을까? 다시 원래의 디락방정식으로 돌아와 보자.(틀린 설명입니다.) 미분은 좌표계를 바꾸면 변하게 되어 있으나 정지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식을 좀 더 깔끔하게 쓰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하는 편이 낫다.


\text{Dirac equation} \\(-i\alpha\cdot\nabla+\beta m)\Psi=i\frac{\partial}{\partial t} \Psi \\\beta m \Psi=i\left[\frac{\partial}{\partial t}+\alpha\cdot\nabla \right ]\Psi \\=i\left[\frac{\partial}{\partial x_0}+\alpha_1\frac{\partial}{\partial x_1}+\alpha_2\frac{\partial}{\partial x_2}+\alpha_3\frac{\partial}{\partial x_3} \right ]\Psi


약간의 불만사항: 질량은 변하지 않는데 쌩뚱맞은 \beta가 붙어 있다. 양 변에 \beta를 곱해서 좀 더 보기 쉽게 만들어주고, 남는 6개의 자유도를 이용해(틀린 표현입니다) 이 숫자들에게 추가적인 제한조건을 걸어주도록 하자. 이 제한조건은 '로렌츠 변환을 만족할 것'. 로렌츠 변환은 결국 4차원에서의 회전에 해당하기 때문에 4C2=6개의 제한조건을 의미한다. 남은 6개의 자유도를 완벽하게 구속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text{Multiply each side by }\beta \\m \Psi=i\left[\beta\frac{\partial}{\partial x_0}+\beta\alpha_1\frac{\partial}{\partial x_1}+\beta\alpha_2\frac{\partial}{\partial x_2}+\beta\alpha_3\frac{\partial}{\partial x_3} \right ]\Psi \\\\\text{Redefine the numbers: Introduce the }\gamma^\mu\text{ matrices.} \\\gamma^0\equiv\beta,\;\gamma^i\equiv\beta\alpha_i \\\Rightarrow\gamma^\mu\gamma^\nu+\gamma^\nu\gamma^\mu=2g^{\mu\nu} \\\\\text{Introduce more restrictions (six) to impose} \\\text{covariance under Lorentz transforms.} \\L^\mu_{\;\nu}\equiv\frac{\partial x'^\mu}{\partial x^\nu},\;L^{\;\;\mu}_{\nu}\equiv (L^\nu_{\;\mu})^{-1}=\frac{\partial x^\mu}{\partial x'^\nu} \\\\x^\mu\to x'^\mu=L^\mu_{\;\nu} x^\nu,\;\partial_\mu\to\partial'_\mu=L^{\;\;\nu}_{\mu}\partial_\nu \\\gamma^\mu\to\gamma'^\mu=L^\mu_{\;\nu}\gamma^\nu \\\\\Rightarrow \gamma^\mu\partial_\mu\to\gamma'^\mu\partial'_\mu=L^\mu_{\;\nu}L^{\;\;\nu}_{\mu}\gamma^\nu\partial_\nu=\gamma^\mu\partial_\mu


이렇게 로렌츠 불변 형식의 디락방정식이 완성된다.


\text{Thus, the Dirac equation in its final form} \\\text{nicely incorporates Lorentz covariance.} \\\\m\Psi=i\gamma^\mu\partial_\mu\Psi\Rightarrow(i\gamma^\mu\partial_\mu-m)\Psi=0 \\\\(i\gamma^\mu\partial_\mu-m)\Psi=(i\gamma'^\mu\partial'_\mu-m)\Psi





나중에는 디락방정식의 감마행렬에 대해 클리포드 대수란 말이 나오게 되는데(기본적으로는 anticommute하는 숫자들에 대한 대수를 의미한다. n-form이 한 사례) 아직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정리해봤다. 조금만 더 만지작만지작 거리면 spin이 자기모멘트를 나타낸다는 것과 g-factor가 2가 된다는 것도 보일 수 있는데(처음의 \alpha\beta를 쓰는 형식에서 운동량을 canonical momentum으로 바꾼 뒤 제곱해서 정리하면 자기장과 내적한 꼴의 에너지 항을 얻는다) 그것까지 하기는 귀찮다. 언젠가 (2)를 쓰게 되면 그때나...


사실 목적은 기억만으로 수소원자를 푸는 것이었는데(디락방정식을 이용해서 수소원자 모형을 풀면 답에 자연스럽게 fine structure까지 포함된다) 어디선가 헤매고 있다. 일단은 디락 양자역학 책을 열어봐야 하나.


공부합시다!




수정(24 Dec 2013)

감마행렬이 4X4 행렬이라는 논리전개과정이 매우 불분명해서 제외. 대수학을 좀 더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엉엉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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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Nov2020] 약간의 업데이트 (6번 이후).




간단하게 보고있는 것과 보았던 것들.


1. David Tong: Lectures on Quantum Field Theory

http://www.damtp.cam.ac.uk/user/tong/qft.html


병장 시절 군대에서 보던 것. 간단하게 '양자장론이 뭐 하는 녀석이냐' 알기엔 좋다. 상대론과 양자역학 공부만 제대로 했다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됨. 재규격화나 루프가 나오지는 않는다. 200여 페이지.


2. Gerard t'Hooft, The Conceptual Basis of Quantum Field Theory

http://www.staff.science.uu.nl/~hooft101/lectures/basisqft.pdf


현재 읽고 있는 녀석. Tong의 Lecture note보다는 얇아서 좋기는 한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간략하게만 다룬다는게 특징. 80여 페이지.


3. Paul Adrien Maurice Dirac, The Principles of Quantum Mechanics


인터넷 잘 뒤지면(...) 스캔본이 나온다.[각주:1] djvu 확장자일테니 데자뷰 리더는 필수.[각주:2] 그 유명한 디랙 맞다. QED의 초창기 발전 방향을 알 수 있음. 사실 Dirac Equation쪽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군대에서 양자역학 공부하려고 빌린 책. 연습문제는 없지만 내용은 충실. 300여 페이지.

이 때 쓰던 notation은 현재 통용되는 notation과 조금 다르다는 것에 유의.


4. Franz Mandl & Graham Shaw, Quantum Field Theory


이것도 인터넷 잘 뒤지면(...) pdf를 구할 수 있다. Peskin 책이 나오기 전에 가장 많이 쓰이던 양자장론 교재인듯 싶다. 7장까지 읽다가(연습문제는 안 풀어봤으니 말 그대로 재미로 읽은거다) 그 이후에 Tong Lecture note 보느라 덮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500여 페이지.


[27Nov2020 추가] 전자기장의 양자화에 요즘은 거의 다루지 않는 Gupta-Bleuler 양자화를 쓴다. 최근에 나온 장론 책에서는 $A_0$의 동역학을 날려버리는 Coulomb gauge에서의 양자화나 아예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경로적분 양자화만 다룬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번 정도는 봐두는 것이 좋을지도?


5. Michael E. Peskin & Daniel V. Schroeder, An Introduction to Quantum Field Theory


이것 역시 인터넷 잘 뒤지면(...) djvu 파일을 구할 수 있다. 세 버전 정도 구했는데 하나는 그림이 전부 깨졌고(pdf였다), 하나는 스캔본이었고, 하나는 괜찮았지만 페이지 하나가 아예 스캔이 안되어있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어떻게든 조합하면 쓸만하긴 하다만(...). Tong Lecture note를 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참조했던 책. 양자장론 교재로 제일 많이 쓰인다는데 난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 그런걸 알 리가 있나.(대학원 2-3학년 과정이다) 가장 두껍다. 800여 페이지.


[27Nov2020 추가] 전자기장의 양자화를 어물쩍 넘어간다.


4&5번이 정식 교재이다. 1&2는 맛봬기로 독학하기에 좋은듯. 3은 사실 오래된 책이라 재미로 읽는 정도? 그래도 읽다 보면 디랙이 천재는 천재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Griffiths 양자역학에 디랙방정식과 QED를 간략하게 넣으면(?) 이 책이 된다. 다만 Solid State Physics의 근간이 되는 Bloch's theorem은 등장하지 않는다. Sakurai의 Modern Quantum Mechanics처럼 양자역학에 대한 특이한 접근법이 인상적이다.



[27Nov2020 업데이트]


6. M. Srednicki, Quantum Field Theory


인터넷에서 출판 전 초고를 구할 수 있다. 집에 있는 것은 4판인가 그럴텐데 오타 수정이 좀 있는 편. 구성 자체가 위키백과를 보는 것처럼 자잘하게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어 아무 곳이나 펼쳐서 공부하기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Spinor-helicity와 같이 옛날 책에서는 자주 누락되는 주제도 등장한다는 장점이 있고. 다만 의외로 이상한 구석에서 '아니 이게 왜 없어?'라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 예시로 전자의 이상자기모먼트 계산과 양-밀스 이론의 파인만 규칙(다만 tree amplitude를 적기에는 더 편리한 Gervais-Neveu gauge에서 파인만 규칙은 포함되어 있다)이 누락되어 있다.


7. S. Weinberg, The quantum theory of fields


레퍼런스 북. 양자장론이 대충 무엇인지 감을 잡은 상태에서 개념을 확립하는 용도로 읽는 책이지 양자장론을 처음 배우는 용도로 쓰기에는 너무 어렵다. 이 책으로 양자장론을 배우겠다는 것은 (과장을 보태면)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수학 원리>로 사칙연산을 배우는 것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양자장론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무조건 볼 수 밖에 없는 책이기도 하다. 단점은 역시 가격(...)과 연구 현장에서 쓰는 표기법과는 다소 다른 표기법을 쓴다는 것.


8. M. Veltman, Diagrammatica


와인버그의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양자장론은 S-matrix theory를 체계적으로 하는 bookkeeping device다'란 관점을 제시한다는 것이 있다. '입자는 장의 양자이다'란 대부분의 양자장론 교재에서 취하는 관점과는 다른 관점이라는 점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는 셈. 하지만 와인버그의 책을 읽지 않아도 그 관점을 공부할 수 있는데, 바로 펠트만의 이 책이 그런 경우. 장론 책이라고 하기에는 S-matrix의 계산에 치우쳐 있지만 얇아서 부교재로 삼으면 좋다. 물론 이 책도 와인버그의 책도 읽기 싫지만 그 관점을 알고 싶다면 여기에서 구할 수 있는 와인버그의 강연록을 보면 된다.


9. M. D. Schwartz, Quantum Field Theory and the Standard Model


Peskin&Schroeder처럼 pheno 계산에 치우친 책. 오타가 좀 많긴 한데 이 부분은 차차 개선되고 있는 듯 하다. Unitarity 관련 부분만 제대로 봐서 평가를 남기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


10. R. F. Streater & A. S. Wightman, PCT, spin and statistics and all that


Algebraic QFT의 고전. 물리를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양자장론의 형식화와 형식화에 이용되는 수학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한 번 정도 봐 두는 것이 좋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물리 문제를 푸는 데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자장론 계산을 생각 없이 하다가 마주할 수 있는 수학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용도에 더 가까운 느낌이랄까.


11. T. Lancaster & S. J. Blundell, Quantum Field Theory for the Gifted Amateur


양자장론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 다만 게이지 장론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양자장론의 꽃(?)인 양자색역학을 배우려면 다른 책을 구해야만 한다.


12. L. Parker & D. J. Toms, Quantum Field Theory in Curved Spacetime : Quantized Fields and Gravity


휜 공간에서의 양자장론으로는 Birrell&Davies가 더 유명하지만 (그리고 더 오래되었다) 이 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양자장론 교재 중 '양자장론에서의 파동함수(wavefunctional)'를 이야기하는 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태 읽어본 책 중에서는 이 책이 거의 유일. 양자역학에서 파동함수를 쓰듯 주어진 시간면 (time slice) 위의 장의 값을 변수로 갖는 파동함수를 써서 양자장론을 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 번 정도는 봐 둘 필요가 있다.


13. J. Collins, Renormalization


Dimensional regularisation을 공부하면서 '이거 사기 아니야?'란 느낌이 들 때 보면 좋다. 다만 이 책에서 쓰는 regularisation scheme은 conventional dimensional regularisation(CDR)이라고 불리고 실제 QCD 계산에서 주로 쓰는 BMHV scheme과는 $\gamma_5$를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Regularisation scheme별 차이를 보려면 논문을 보는 것이 더 빠르긴 하지만서도.


14. H. Elvang & Y.-t. Huang, Scattering Amplitudes in Gauge Theory and Gravity


내 전공에 너무 가까워지는 느낌이긴 한데, 산란진폭 (scattering amplitude) 계산에 특화된 책. 양자장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양자장론을 처음 배우는 용도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양자장론에 대한 배경지식은 펠트만의 책을 읽은 정도면 충분할듯?

  1. 스캔본이란 스캔이 잘못되어서 문서 중심이 안 맞는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는 파일을 말함. [본문으로]
  2. djvu파일 특성상 스캔의 오탈자가 많다. djvu 파일은 글자 세트 하나를 저장하고 이 글자들이 종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기록하는 방식인데 스캔을 잘못하면 원래 글자가 아닌 다른 글자로 인식해서 대응시켜 버리기 때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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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이전에 쓴 글 중 양자역학의 유래라는 글이 있었다. 현대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파동방정식 풀이법과 행렬을 이용한 선형대수 연산 및 고유값을 사용하게 된 기원 등을 다룬 글인데,[각주:1] 오랜만에 덧붙일만한 내용이 생각나서 새로운 글을 쓰기로 했다.

 

저번 글에서 양자역학이 형성되어 온 두가지 갈래길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그 두 갈래길이 남아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묘사(picture)에 대해 살펴보자.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께서 에너지나 운동량 등의 측정값이 양자화되는 이유를 질문하셨다. 누군가가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으로 고유값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했고 교수님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칭찬하시고는 넘어가셨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반만 맞는 답이었다. 하지만 타과생인지라 물리학과에 반기를 들기보다는 조용히 넘어갔다. 어째서 반만 맞는 답일까?

 

양자역학은 두 경로를 통해 발전했다. 하나는 슈뢰딩거(Erwin R. Schrödinger)의 '파동성을 핵심으로 하는 파동역학'이고, 나머지 하나는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의 '양자성을 핵심으로 하는 행렬역학'이다. 파동역학을 양자역학의 원류로 본다면 물리량이 양자화되는 이유는 경계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이 맞다. 하지만 행렬역학을 양자역학의 원류로 본다면 물리량의 양자화는 공리(postulate)가 된다. 실제 양자역학은 두 원류가 합쳐진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 그 답은 반만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 관점은 어떻게 남아있을까?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전자파(electron wave-electromagnetic wave가 아니다!)와 같이 물체에게 파동성이 존재하므로 이미 존재하는 파동광학 등의 결과를 물질로 확장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때문에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은 물질의 상태(state)가 되고, 이것이 반영되어 측정하는 물리량(operator를 말한다)은 시간에 불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빛이 화면에 닿아 상을 만들 때 화면의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화면에 그려지는 상이 변화한다고 보기보다는 빛의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상이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이 변화한다고 보는 것보다는 그 공간에 놓인 물질이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아무래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부 양자역학 교재에서는 슈뢰딩거 묘사(Schrödinger picture)를 쓰는 경우가 많다. 슈뢰딩거 묘사를 쓸 경우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잘 보면 고전적인 파동방정식과 닮았다.

 

$$\dot{\left|\psi\right>}=\frac{\mathbf{H}}{i\hbar}\left|\psi\right>$$

 

이번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을 따라가 보자.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전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물리량을 측정할 경우 그 값이 양자성을 가진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수소원자스펙트럼은 불연속적으로 분포되어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하이젠베르크에게 변화하는 것은 물질의 상태가 아닌 물질의 측정값, 즉 물리량이 변화하게 된다. 같은 물질을 다른 시간에 측정하면 다른 물리량을 내놓는 것이므로 물질은 그대로 있고 물리량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안을 알 수 없는 기계장치가 들어있는 상자가 있고 그 상자의 벽에 화면이 설치되어 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숫자를 보여준다고 상상해보자. 이 경우 상자 자체가 변화한다기 보다는 상자의 화면에 찍히는 숫자가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이젠베르크 묘사(Heisenberg picture)를 쓸 경우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해밀토니안 역학에서 이런 방정식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dot{\mathbf{A}}=\frac1{i\hbar}\left[\mathbf{A},\mathbf{H}\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A}$$

 

마지막으로 흔히 상호작용 묘사(interaction picture) 혹은 폴 아드리엔 모리스 디락(Paul Adrien Maurice Dirac)의 이름을 딴 디락 묘사(Dirac picture)를 생각해보자. 이 묘사방법은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 등장하면서 입자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니 특정한 상태를 규정짓기가 힘들어지자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리적인 계(system)의 진화를 규정짓는 것이 해밀토니안(Hamiltonian)인데 이 묘사에서는 해밀토니안을 두가지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측정하는 '입자'를 만들어주는 자유장 해밀토니안(free field Hamiltonian)과[각주:2] 이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상호작용 해밀토니안(interaction Hamiltonian)으로 나누고, 각각 H_0와 H_int로 이름붙인다. 우리가 측정하는 모든 물리량은 자유장 해밀토니안에 따라 변화하고, 우리가 측정할 대상이 되는 상태들은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에 따라 변화한다. 하이젠베르크 묘사를 설명하면서 쓴 예제를 사용해 본다면 상자의 화면에 등장하는 숫자가 변화하는데, 상자 자체도 조금씩은 모양을 바꾼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상자의 모양에 따라 화면에 등장하는 숫자 또한 영향을 받는다면 1. 상자의 모양마다 숫자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2. 상자의 모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편리하다. 때문에 상호작용 묘사에서는 운동방정식이 조금 복잡하다.

 

$$\mathbf{H}=\mathbf{H_0}+\mathbf{H_{int}}\\ \dot{\mathbf{A}}=\frac1{i\hbar}\left[\mathbf{A},\mathbf{H_0}\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A}\\ \dot{\left|\psi\right>}=\frac{\mathbf{H_I}}{i\hbar}\left|\psi\right>\\\\ \text{where }\mathbf{H_I}\text{ is the solution of}\\ \dot{\mathbf{H_I}}=\frac1{i\hbar}\left[\mathbf{H_I},\mathbf{H_0}\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H_I}\\ \mathbf{H_I}(t=t_0)=\mathbf{H_{int}}$$

 

물리 덕후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곳 저곳 다 파고 들어가며 닥치는대로 공부하다 보니 물리학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서도 이것 저것 알게 된 것이 많다. 아무래도 이런 이해가 있다 보니까 정리가 좀 잘 되는듯. 다음 학기 학부 졸업논문이나 잘 써야 할텐데...

  1. 엄청나게 많은 깨져있는 수식을 복구하느라 조금 힘들었다. 이런 글 엄청 많을텐데...ㅠㅠ [본문으로]
  2. 이 '입자들'로 상태공간을 확장(span)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알기 쉬운 것들로 공간을 나타내는 것이 더 보기 좋으니까.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디랙해Dirac sea를 항해하는 히치하이커들. 그들은 겔만의 팔정도Eightfold way를 가슴에 품고 파인만 도표Feynman diagram를 지도삼아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odinger's cat와 함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Heisenberg's uncertainty principle을 극복하며 나아간다.[각주:1] 그들을 위한 항해의 안내서를 공개하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Second Creation
The Second Creation (Reprint, Paperback)
Crease, Robert P./Rutgers Univ Pr
현대 물리학이라고 하면 대부분 초끈이론을 떠올리지만 실세는 표준모형이다. 아직 초끈이론이 이론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표준모형은 쏟아지는 새로운 물리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물리 현상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실험적으로 검증된" 이론이다. 하지만 표준모형에 대한 교양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몇 안 되는 표준모형의 역사를 다루는 책인 Second Creation은 표준모형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항상 계산을 틀리고는 했다는 맨하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의 오펜하이머J. R. Oppenheimer, 말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디랙P. A. M. Dirac, 봉고를 치고 다니며 직관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파인만R. Feynman, 돈 벌어 먹고 살만한게 없어 물리를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주를 보였던 겔만M. Gell-Mann 등 표준모형이라는 건축물의 주춧돌을 깎아냈던 개성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시간을 흡입하는 마력이 있다.

더군다나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우는 톰슨J. J. Thomson의 푸딩모형과 우리가 현재 원자력을 하면 떠올리는 원자핵이 가운데에 있고 전자가 그 주위를 도는 그림의 원인을 제공한 러더퍼드E. Rutherford의 실험들의 비화 또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방사능의 위험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대에 고도로 농축된 방사성 물질으로부터 화상을 입어 가면서 새 물리학의 기둥을 새웠던 실험가들의 이야기와 양자역학을 태동시킨 보어N. Bohr, 하이젠베르크W. Heisenberg, 슈뢰딩거E. Schrodinger의 일화는 물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깊게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덴마크 사람인 보어가 영국으로 유학가서 지냈던 불행한 시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상대적으로 오래 된 책(80년대면 현대물리학에서는 근대이다)인지라 표준모형에 아직 3세대 입자, 그러니까 Top, Bottom 쿼크와 타우 입자Tauon가 도입되기 전까지의 역사까지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론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해서 과거의 이해와 해석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닌 것처럼, 누락된 역사는 이 책의 아쉬운 점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오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엘러건트 유니버스

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승산
초끈이론의 전도사라 할 수 있는 그린B. Greene의 초기작이다. 후속작이었던 『우주의 구조』는 어려워서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는데(106페이지였을 것이다) 이 책은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중학생이 소화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일까?

"현대물리학이란 초끈이론이구나"라는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낸 장본인(그리고 미드 빅뱅이론은 이 편견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잘 쓰여진 책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괜찮은 책. 다만 현재 서점에 쏟아지는 책들이 죄다 초끈이론에 그 기반을 둔 책들인지라 새로운 관점을 원한다면 다른 책이 더 나을 것이다.


3. Concepts of Space
공간개념
막스 야머 지음, 이경직 옮김/나남출판
(원서가 없어 번역본으로 대체)
어렵다.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참고한다고 하니(칸트까지만 하더라도 시공간은 철학의 일부였다.) 그 난이도가 짐작이 가리라. 더군다나 책 중반 이후부터는 원문을 수록하는데 읽은 책이 영어였으니 수록된 원문은 불어와 독일어 등. 덕분에 인용문은 하나도 못 읽었다. 순전히 독자의 능력 부족이기는 하다만.

"공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옛 사람들의 생각부터 현대의 생각까지 상세하게 수록하고 있다. 옛 희랍 시절의 사람들이 기발한 논리로 공간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떻게 생각하였는지, 유대인의 카발라Cabala가 어떻게 기독교 세계관에 영향을 주었는지, 뉴턴의 공간에 대한 가설에 대한 당대 신학자들이 어떻게 비판하였는지 등에 대해서도 담고 있어 물리학 교양서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다. 더군다나 후반으로 갈 수록 현대물리학의 입김이 반영된 "시공간은 어떠한가"에 대한 답변은 관련 전공의 전공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진다. 불가해한 것으로 여겨졌던 문장들이 일반상대론을 조금 공부하고 나니 깨우쳐진다면 교양서로서는 낙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이라면 서양쪽의 역사에 치우쳐 동양에서 공간의 개념은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나오지 않는다. 다만 현대의 시공간에 대한 관념은 거의 서양 사상이 원류가 되니 동양의 역사가 도입되면 오히려 책의 통일성만 방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겠지.


4. Three Roads to Quantum Gravity
Three Roads to Quantum Gravity (Reprint, Paperback)
Smolin, Lee/Perseus Books Group
(번역본도 나와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론들에 대한 책은 대부분 초끈이론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끈이론은 미국에서 대단히 흥행하고 있는 이론이고 한국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물리학의 거장들이 활동하고 있는 다른 지역으로 렌즈를 돌리면 어떤 그림이 나오게 될까?

2차대전 이전에는 하이젠베르크와 아인슈타인A. Einstein, 슈뢰딩거 등 독일이 당대 물리학의 최전선에 서 있었고 2차대전 이후에는 그 사람들이 나치를 피해 건너간 미국에서 파인만, 겔만, 와인버그S. Weinberg 등이 현대물리학의 초석을 닦았다. 하지만 현대물리학의 거장들이 그들만 있던가. 뉴턴경Sir I. Newton의 역사를 물려받은 영국에는 펜로즈R. Penrose와 휠체어 위의 지성 호킹S. Hawking박사가 있다.

특이하게도 셋 다 중력에 대한 연구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중력의 양자화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을 다루는 책이 영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중력을 양자화하는 접근법들에 대한 책이다.

중력을 양자화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잘 알다시피, 전하는 연속적인 분포를 갖지 않는다. 전자가 가지고 있는 전하량이 일정하고 이 전하량이 기본 단위가 되어 전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마치 158,259.82원짜리 핸드폰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실제 현금으로 이 핸드폰을 살 때에는 158,250원이나 158,260원으로밖에 거래를 못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식으로 물리 법칙에 근본적인 비연속성을 도입해주는 것을 양자화된 이론이라고 부른다. 플랑크M. Plank는 빛의 에너지에 비연속성을 도입해서 흑체복사black body radiation를 성공적으로 설명했고, 보어는 원자 궤도에 양자성을 도입해 수소원자의 스펙트럼을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디랙과 파인만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자기력의 상호작용까지 양자화하는데 성공하는데, 이것을 두고 양자전자기학Quantum ElectroDynamics, 혹은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라고 한다. 다만 아직 양자화가 완전하지 못한 힘이 있는데,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되는 중력이다.

중력에 양자성을 부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초끈이론이 있고, 다른 하나는 약간은 생소한 루프 양자중력 이론이다. 둘의 접근방법은 약간 다른데, 초끈이론이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보존boson이라고 부른다)의 존재에 뿌리를 둔다면 루프 양자중력 이론은 반대로 시공간이 양자화되어있을 경우 만족할 방정식으로부터 출발한다. 마지막 한 가지 접근법은 아예 백지 상태로부터 출발해 물리 이론을 쌓아 나가는 것으로(예컨데 시공간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지 않고 이론의 중간 과정으로 시공간을 정의하는 방식이다) 펜로즈의 트위스터 이론이 여기에 해당하나 다른 이론들도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앞서 서술한 이 세가지 이론들을 서로 비교하며 중력을 양자화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시공간의 다양한 측면들을 파헤친다. 초끈이론 말고 다른 현대물리학의 이론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무엇이 궁극적인 중력의 양자이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저자는 현재 알려진 중력에 양자성을 부여하는 이론들은 결국 진짜 이론의 한 단면일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코끼리의 코를 만졌던 장님과 귀를 만졌던 장님의 대답이 달랐던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이론들은 맞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현실과 아예 동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수십년 이내에 중력의 양자적 성질이 전부 밝혀질 것인지 기대해 보자.

5. Programming the Universe
Programming the Universe (Reprint, Paperback)
Lloyd, Seth/Random House
(번역본도 나와 있습니다)
이미 한 번 서평을 쓴 적이 있는 책(2008/12/24 - [자연과학] 세스 로이드, 프로그래밍 유니버스)이지만 조금 부족한 것이 있다 싶어 부연설명을 단다.

다른 교양서적과는 다르게 이 책은 새로운 이론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단지 "새로운 해석"을 소개하는 것일 뿐. 초끈이론이 세계를 "고차원의 끈들이 공명하는 무대"로 묘사했다면 이 책에서는 우주가 "0과 1들이 벌이는 축제"로 치환된다. 이 책에서는 세계가 숫자들의 잔치라는 그림으로 그려지더라도 그 세계를 설명하는 수식들은 이전의 물리학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몬드리안P. Mondrian의 추상화에서 누구는 냉혹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누구는 이성의 차가움을 느낀다는 것이 비슷한 비유이려나.

관측하는 순간 그 물체는 그 상태로 붕괴한다는 고전적인 코펜하겐 해석, 양자역학적으로 주어진 다양한 가능성들은 각기 그 가능성대로 발현한다는 다세계해석 말고 제 삼의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6. 생각의 기차
생각의 기차 1
이상하 지음/궁리
생각의 기차 2
이상하 지음/궁리
벤젠고리는 꿈에서 등장한 자기 꼬리를 문 뱀의 형상을 통해 유명해졌고, 페니실린은 열악한 연구실 환경에서 곰팡이가 잘못 자란 덕분에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비슷한 많은 사례들 때문인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행운(serendipity)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간혹 있게 되는데, 실제 발견의 현장은 그러할까? 새로운 발견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일까?

과학적 발견이라 하면 과학이 내딛는 걸음 하나 하나를 말한다. 지금 이 시대의 과학은 다각형과 사원소설로 우주 만물의 움직임을 설명하던 요람에서 보이지 않는 미립자들을 관측하고 수많은 괴질들을 정복하는 먼 길을 걸어왔다. 그 먼 길을 걷는 동안 남겨 놓은 발자국들이 모두 앞선 예제들처럼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가지지는 않았을 터. 그렇다면 과학이 남은 발자취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는 총 열 두가지 분류로 발자국들을 분류하고 그 분류를 따라 발자국들을 되짚는다. 그 발자취에는 과학이 발달하던 시대적 배경과 그 시대의 한계도 드러나고 새로이 발견된 현상들에 대한 과학자들의 대담한 가설과 보수적인 견해가 서로 배치되며 나타나기도 한다. 이 긴 여정 속에서 점차 분명해지는 것은, 으레 믿는 '과학은 천재들의 거대한 도약으로 쌓아올린 상아탑'이라는 신화가 과학이라는 빙산의 왜곡된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과학이라는 길을 걷고자 하나 자신의 능력에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과학을 둘러싼 경외의 환상을 벋겨내고 자신감 있게 길을 내딛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7. Feynman's Rainbow

Feynman's Rainbow (Reprint, Paperback)
Mlodinow, Leonard/Grand Central Pub
(번역본도 나와 있습니다)[각주:2]
서점의 과학 코너에 들어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수많은 책들로 이름을 널리 알리는 파인만씨.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저자는 박사과정을 막 마친 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물리학계의 전설 파인만과 겔만이 있는 칼텍으로 오게 된다. 낯선 환경, 잘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만난 파인만. 이 책은 당시 항암 치료로 고생하며 젊음을 잃어버린 후년의 파인만과 나누었던 대화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공자와 그 제자들 사이의 대화를 적은 『논어』에서 공자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천재라는 베일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았던 파인만의 삶과 사상이 드러난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대화를 옮겨 본다.

"And what do you think was the salient feature of the rainbow that inspired Descartes's mathematical analysis?" he asked.
"I give up. What would you say inspired his theory?":
"I would say his inspiration was that he thought rainbows were beautiful..."
 
"그리고 데카르트가 수학적으로 분석하도록 한 무지개의 본질적인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그가 물었다.
"모르겠는데요. 데카르트의 이론에 불을 지핀게 무어라 하시겠습니까?"
"나는 데카르트가 무지개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서라 하겠어..."
p.s. 신판본도 있어 링크를 걸어둔다.
Feynman's Rainbow (Paperback)
Mlodinow, Leonard/Random House Inc


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로버트 P. 크리즈 지음, 김명남 옮김/지호
우리는 왜 자연에 대해서 알기를 열망하는 것일까. 그건 자연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이 아름답기 때문에, 자연이 감추어 둔 보석을 드러내는 실험 또한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책에 대한 평가는 이전에 쓴 서평으로 대신한다.(2011/06/05 - 로버트 P. 크리즈 저 김명남 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부연설명은 불필요하다고 믿는다.


9. 기타
스트링 코스모스
스트링 코스모스
남순건 지음/지호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국내 과학자의 초끈이론에 대한 교양서. 얇고 무난하지만 두어 번인가 오타가 있어 신경쓰였다. 이전 서평(2009/03/24 - 남순건, [스트링 코스모스])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츠즈키 타쿠지 지음, 김하경 옮김/더블유출판사(에이치엔비,도서출판 홍)
오역만 기억나는 교양서. 소설의 형식을 차용해서 그런지 NNT의 블랙 스완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다.[각주:3] 이전 서평(2009/04/14 - 츠즈키 타쿠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과학 철학
과학 철학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어렵기도 하고(후반부는 머리에 우겨넣는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과학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전혀 상관없는 책이다. 과학철학이 쿤의 패러다임과 포퍼의 반증가능성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다른 견해들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에너지와 운동량에 대한 생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서평이 아직도 쓰다 만 채 보관고에서 숙성되는 모양이다.

싸우는 물리학자
싸우는 물리학자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박재현 옮김, 전영석 감수/시공사
연예인 x파일이라는 것이 한창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물리학자 x파일이다. 물리학 교재에서 간간히 보이는 이름들의 인간적인(?) 부분을 볼 수 있다. 이전 서평(2009/03/14 - 다케루치 가오루, [싸우는 물리학자])

밤의 물리학
밤의 물리학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꿈꾸는과학 옮김/사이언스북스
"밤의"이라는 수식어는 무림식으로 쓴다면 사파(邪派), 역사식으로 쓴다면 야사(野史). 물리학 전체 커뮤니티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가설들과 이론들을 다루는 책인데 워낙 이쪽 구석구석을 다 쑤시고 다니는지라 새로운 것은 없었다. 이전 서평(2009/01/07 - 다케우치 가오루, [밤의 물리학])



  1. 재미없는 말장난이다. [본문으로]
  2. 만 품절로 Fail [본문으로]
  3. 논리보다는 이야기가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런 구성을 취한다고 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Feynman Lectures 3권의 (21.1) 식은 다음과 같다.

\left< b | a \right>_{\text{in } \bold A}=\left< b |a\right>_{\bold A=0}\cdot\exp\left[\frac{iq}{\hbar}\int_a^b\bold A\cdot d\bold s\right]

무슨 뜻인고 하면, 자기포텐셜 A가 존재할 때 전이확률을[각주:1] 구하려면 A가 0일 때의 전이확률에 자기포텐셜을 선적분한 만큼 추가적인 위상을 곱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뜬금없는 식은 어디에서 등장한 것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양자물리는 고전역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고전역학의 어디에서 왔는지 살펴보자. 먼저 Lagrangian in Electromagnetism에서 마지막 결과물로 얻은 고전적인 장-전하 반응 Lagrangian을 끌어오자.

L=\sum_j\frac1{2}m\dot{x_j}^2-q(\varphi-\dot{x_j}A_j)=\frac1{2}m\vec{v}\cdot\vec{v}-q(\varphi-\vec{v}\cdot\vec{A})

여기에 Legendre 변환만 취해주면 Hamiltonian을 얻는다. 치환하고자 하는 물리량은 속도 벡터. 일단 Lagrangian을 좌표의 시간변화율로 편미분해주자.

p_i=\frac{\partial L}{\partial\dot {x_i}}=m\dot{x_i}+qA_i

conjugate momentum을 구했으니 Legendre 변환을 취한다.

H= \sum_i p_i\dot{x_i}-L=\sum_i\frac12m\dot{x_i}^2+q\varphi

얼레. 이상한 포텐셜도 끼어들었는데 제대로 된 에너지가 결과로 나왔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사실은, Hamiltonian은 좌표의 시간변화율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d(x_i)/dt를 p_i로 바꾸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dot{x_i}=\frac{p_i-qA_i}m \\\therefore H=\sum_i\frac1{2m}(p_i-qA_i)^2+q\varphi

이제 Schrodinger equation으로 자기력을 다룰 때 어째서 괴상한 방식으로 자기포텐셜이 도입되었는지 그 유래가 조금은 보일 것이다. 이제 Schrodinger 방정식을 풀어보자. 일반적으로 이 방정식을 풀 때 상태함수는 위치좌표를 기저로 쓰므로 운동량을 적당히 바꾸어 넣는다.

H=\frac1{2m}(-i\hbar\vec\nabla-q\bold A)\cdot(-i\hbar\vec\nabla-q\bold A)+q\varphi

우변의 첫 항이 사실 좀 많이 거슬린다. 계산이 너무 귀찮게 생겼다. 그런데 운동량과 자기포텐셜이 뒤섞여 있는 저 항은 잘 하면 계산하기 쉽게 바꿀 수 있을 것도 같다. 먼저 위의 Hamiltonian을 다시 써보자.

H=-\frac{\hbar^2}{2m}(\vec\nabla-\frac{iq}{\hbar}\bold A)\cdot(\vec\nabla-\frac{iq}{\hbar}\bold A)+q\varphi

다음 방정식은 쉽게 보일 수 있다. 이 녀석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F는 f의 역도함수)

\left(\frac{d}{dx}-f(x)\right)g(x)~e^{F(x)}=g'(x)~e^{F(x)}

일단 입자가 a에서 b까지 1차원 경로로 이동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쓰면 쉽게 정리할 수 있다.

\Psi(x,t)=\Psi_0(x,t)\cdot\exp\left[\frac{iq}{\hbar}\int_a^b\bold A\cdot d\bold s\right]

적분이 아직 난감하다고 해도, 미분은 엄청 간편해졌다.

i\hbar\frac{\partial\Psi}{\partial t}=H\Psi=\left[-\frac{\hbar^2}{2m}(\vec\nabla-\frac{iq}{\hbar}\bold A)\cdot(\vec\nabla-\frac{iq}{\hbar}\bold A)+q\varphi\right]\Psi \\=\exp\left[\frac{iq}{\hbar}\int_a^b\bold A\cdot d\bold s\right]\cdot\left[-\frac{\hbar^2}{2m}\nabla^2+q\varphi\right]\Psi_0 \\=i\hbar\frac{\partial}{\partial t}\left(\exp\left[\frac{iq}{\hbar}\int_a^b\bold A\cdot d\bold s\right]\cdot\Psi_0\right)

특히, A가 시간과 무관한 경우라면 계산이 엄청나게 간단해진다.

i\hbar\frac{\partial\Psi_0}{\partial t}=\left[-\frac{\hbar^2}{2m}\nabla^2+q\varphi\right]\Psi_0

이제 처음에 등장한 식이 어떻게 얻어졌는지 조금은 보일 것이다.
  1. 실제 확률은 절대값의 제곱을 취하지만, 여기서는 간단히 두 상태의 내적으로 취급하자.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양자역학에서 상태는 추상적인 켓(ket)벡터

$$\left|\psi\right\rangle$$

로 나타난다. 이 벡터가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법칙이 슈뢰딩거(E. Schrödinger) 방정식으로, 1926년 처음으로 변위(x)에 대한 식을 유도해낸 이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당시 슈뢰딩거가 식을 유도해내었을 때에는 위 벡터를 변위공간에 투영한 것(

$$\psi(x)\equiv\left\langle{x}\middle|\psi\right\rangle$$

)의 시간에 따른 진화를 다루는 방정식이었고, 그 방정식의 생김새를 보고 파동함수라고 이름붙였다. 나중에 상태를 추상적인 벡터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디랙(P.A.M. Dirac)의 업적이다.

[각주:1]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슈뢰딩거는 입자가 보이는 파동적 성질에 착안해서 방정식을 만들었다. 드브로이(L. de Broglie)가 빛의 양자성에서 영감을 얻어 제시한 물질파 가정은 물질에 파동적인 성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물질의 파동적인 성질은 이후 전자를 이용한 회절실험과 간섭실험으로 증명되었고, 슈뢰딩거 방정식에 등장하는 2계미분의 근간이 되었다.[각주:2] 1차원 입자 하나에 대해 쓰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다음과 같이 생기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각주:3]
 

$$i\hbar\frac\partial{\partial{t}}\Psi(x)=-\frac{\hbar^2}{2m}\frac{d^2}{dx^2}\Psi(x)+V(x)\Psi(x)$$

1차원, 입자 하나의 슈뢰딩거 방정식

 
이렇게 슈뢰딩거가 물질이 가지는 파동적인 특성에 집중하고 있던 사이, 하이젠베르크(W. Heisenberg) 등은 물질이 가지는 양자적인 특성(측정값이 불연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에서 영감을 얻어 행렬역학(Matrix mechanics)을 창시했다. 탄생 자체가 측정만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서 그런지 양자역학에서 측정에 대한 모든 가정들은 행렬역학에서 유래하였다.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대비되는 대표적인 특징인 '측정의 결과는 고유값(eigenvalue) 중 하나이다'가 행렬역학의 핏줄을 이어받은 것이다.
 
두 접근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고전역학적인 예는 1차원상에서 두 질점이 후크의 법칙(Hooke's law)에 따라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다. 다음 그림을 보자.
 

x가 이상하게 쓰인건 무시하자

 
평형거리를 s라고 둔다면, 위 상황에서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m_1\ddot{x_1}=k(x_2-x_1-s)\\m_2\ddot{x_2}=-k(x_2-x_1-s)$$

또는,

$$m_1\ddot{y_1}=k(y_2-y_1)\\m_2\ddot{y_2}=-k(y_2-y_1)\\y_1\equiv{x_1},~ y_2\equiv{x_2-s}$$

 
슈뢰딩거의 해법은 위 두 방정식을 더하고 빼서 각각 하나의 변수에만 의존하는 방정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직접적인 해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dot{(m_1y_1+m_2y_2)}=0 \\\ddot{(y_1-y_2)}=-\frac{k(m_1+m_2)}{m_1m_2}(y_1-y_2)$$

 
윗식은 운동량 보존에 해당하고, 아랫식은 환산질량으로 쓴 운동방정식이다. 한편, 행렬을 이용한 해법도 존재한다. 이 방법이 하이젠베르크가 도입한 행렬역학의 아이디어이다. 첫 식을 이렇게 변형하면
 

$$\ddot{y_1}=\frac{k}{m_1}(y_2-y_1)\\\ddot{y_2}=-\frac{k}{m_2}(y_2-y_1)$$

 
행렬을 이렇게 쓸 수 있다.
 

$$\ddot{X}=AX \\X=\left( \begin{array}{c}y_1\\y_2\end{array} \right) \\A=\left( \begin{array}{cc} -\frac{k}{m_1} & \frac{k}{m_1} \\ \frac{k}{m_2} & -\frac{k}{m_2} \end{array} \right)$$

 
이 경우 해가되는 벡터 X는 A의 고유벡터(eigenvector)의 선형조합으로 쓸 수 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해를 정상상태를 나타내는 벡터들을 조합해 나타내자는 것이다. 우린 먼저 조화진동자의 (정상상태의) 해가 다음과 같은 꼴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각주:4]
 

$$y=A\cos(\omega{t})+B\sin(\omega{t})$$

 
이 해를 추상화(?)하면 이렇게 쓸 수도 있다.
 

$$y=Re[Ae^{i\omega{t}}]$$

 
여기서 A는 복소수이다. 그리고 미분은 복소수를 켤레복소수로 만드는 과정과는 무관하므로(그러니까 어떤 복소함수를 미분한 다음 켤레복소수를 취하는 것이나 켤레복소수를 취한 복소함수를 미분하나 결과는 같으므로) 시간에 대한 2계미분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ddot{y}=\frac{d^2}{dt^2}Re[Ae^{i\omega{t}}]=Re\left[\frac{d^2}{dt^2}\{Ae^{i\omega{t}}\}\right]=Re[-\omega^2Ae^{i\omega{t}}]$$

 
전기공학에서 쓰는 phasor 기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힌트를 얻자. 먼저 해 벡터 X를 시간과 관련된 부분만 따로 빼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X=\chi{e^{i\omega{t}}}~,\frac{d}{dt}\chi=0$$

 
여기서 $\chi$는 시간에 무관한 열벡터이다. 어찌되었든 이런 형태를 취하고 나면 위의 미분방정식은 고유값 문제(eigenvalue problem)가 된다.
 

$$\ddot{X}=-\omega^2X=AX\\(A+\omega^2I)X=0$$

 
그렇다면 고유값은? 고유값은 바로 각진동수의 제곱이다(부호는 반대). 고유값을 계산해보면 0과 $$\frac{k(m_1+m_2)}{m_1m_2}$$을[각주:5] 얻고, 각자 평행이동과 서로에 대한 진동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해는 전의 방법과 전적으로 일치한다.
 
한가지 의문인 것은, 왜 측정하면 그 측정값의 고유벡터중 하나로 수렴할 확률이 그 고유벡터 계수의 절대제곱(absolute square)에 비례하냐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신호를 퓨리에(Fourier)변환을 통해 주파수에 따라 분류하면 그 주파수대가 갖는 에너지가 절대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유래했으리라 추측하고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아무래도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첨언하자면 파동함수의 절대제곱이 확률밀도함수로 해석되게 된 이유 또한 행렬역학의 핏줄을 따라 내려온 것이라는 점이다. 왜 그런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각주:6] 쓰기 귀찮아서...

2012.11.08
추가할 내용은 새 글로 올리기로 했다. 다음 글도 읽어보시길.

2012/11/08 - 양자역학의 유래(2)

 

  1. 이 표기법을 이용하게 되면서 상태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고, 상태를 더욱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본문으로]
  2. 파동을 e와 허수 i를 이용한 지수함수로 나타낼 경우 진동수(파수)는 미분으로 얻어진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쓸 경우 허수의 도입이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3. 원래 슈뢰딩거는 이 방정식이 시간에 대해서는 1계미분방정식이라는 것을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위 형태의 방정식은 로렌츠 변환에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더불어 고전적인 파동을 나타내는 방정식은 시간에 대해 2계미분항을 가지고 있다.) 상대론적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면 클라인-고든 방정식(Klein–Gordon equation)이 이 대칭을 갖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2계미분방정식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을 참조하시길. [본문으로]
  4. 잠깐 이 문제를 벗어나고 있다. 일반적인 하나의 물체가 용수철로 벽에 연결된 상태를 생각하시길. [본문으로]
  5. 부호는 반전시켰다. [본문으로]
  6. 힌트: 함수는 무한한 행을 가진 열벡터로 쓸 수 있다. 아마 교재를 가지고 공부한다면 거기에 잘 나와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수라는 연속체를 그렇게 쓰기는 힘들텐데 -_-;;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09. 12. 24. 04:29 Physics

측정의 평균

자려고 누워서 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5번 문제를 생각하다가(여기서 블로그 주인장의 정신나간 덕후끼를 느낄 수 있다) 왜 뻘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5번 문제는 Bell's inequality를 실제로 만족하는지 보이는 문제였다. 세 각은 두 벡터(a, b)가 직각을 이루고, 그 사이에 하나의 벡터(c)가 끼어들어 45도로 배치된 상태. Griffith책의 426페이지에 나오는 배치와 동일하다. 이 벡터의 방향으로 스핀을 측정한다.

주어진 Bell의 부등식은(동일한 책 425페이지)

\left|P(\bold{a},\bold{b})-P(\bold{a},\bold{c})\right|\le1+P(\bold{b},\bold{c})

주어진 Quantum state는(e는 전자, p는 양전자)

\left|\chi_1\right\rangle=\sqrt{\frac13}\left|\uparrow\right\rangle_e\left|\downarrow\right\rangle_p-\sqrt\frac23\left|\downarrow\right\rangle_e\left|\uparrow\right\rangle_p \\\left|\chi_2\right\rangle=\sqrt{\frac13}\left|\uparrow\right\rangle_e\left|\uparrow\right\rangle_p-\sqrt\frac23\left|\downarrow\right\rangle_e\left|\uparrow\right\rangle_p

먼저 1번 상태에 대해서 풀면, 계산은 다음처럼 하면 된다. 난 이렇게 풀고 있었다.

P(\bold{a},\bold{b})=\left|\left\langle\chi_a^+\chi_b^+\middle|\chi_1\right\rangle\right|^2+\left|\left\langle\chi_a^-\chi_b^-\middle|\chi_1\right\rangle\right|^2-\left|\left\langle\chi_a^+\chi_b^-\middle|\chi_1\right\rangle\right|^2-\left|\left\langle\chi_a^-\chi_b^+\middle|\chi_1\right\rangle\right|^2

간단하다. a방향과 b방향의 spin up 상태와 down 상태를 각각 구한다음에, 각각으로 붕괴할 확률을 구하고, 값이 +가 나오는 경우를 더하고 -가 나오는 경우를 뺀다. 얼마나 간단한가? 계산이 더럽긴 하지만. 결국 그래서 못 풀고 말았다. P 하나 계산하는데 30번은 가뿐히 뛰어넘는 계산이 필요하더군. 그런데 더 쉬운 방법이 있다.

P(\bold{a},\bold{b})=\left\langle\chi_1\middle|\bold{\sigma_a}\otimes\bold{\sigma_b}\middle|\chi_1\right\rangle

얼마나 간단한가! 이건 8번 정도만 계산하면 된다.


....

나 여태 뭐 공부한거니 ㅠㅠ



동등함을 보이기는 '매우' 쉽다.

\bold{\sigma_a}=\left|\chi_a^+\middle\rangle\middle\langle\chi_a^+\right|-\left|\chi_a^-\middle\rangle\middle\langle\chi_a^-\right|\\ \bold{\sigma_b}=\left|\chi_b^+\middle\rangle\middle\langle\chi_b^+\right|-\left|\chi_b^-\middle\rangle\middle\langle\chi_b^-\right|

direct product를 이용해서 둘을 곱해버리면 맨 위의 식과 동등한 식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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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수학적 변환에 대해서 글을 쓰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Hermite 다항식이 Fourier 변환의 고유함수라는 것. http://en.wikipedia.org/wiki/Fourier_transform#Eigenfunctions

H_n(x)=(-1)^n e^{x^2}\frac{d^n}{dx^n}e^{-x^2}\,\!
n번째 Hermite 다항식. Wikipedia: Hermite polynomials

Hermite 다항식은 조화진동자 문제에서 등장하는 파동함수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재미있다.[각주:1] 하긴, Hamiltonian은 운동량을 기준으로 쓰든지 위치를 기준으로 쓰든지 생김새 자체는 동일하고, 양자물리에서 Fourier 변환이 basis를 바꾸어주는 변환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다. 닮은 방정식의 해는 분명히 닮았을테니 말이다.

http://www.sitmo.com/gg/latex/latex2png.2.php?z=100&eq=H%3D%5Cfrac%7Bp%5E2%7D%7B2m%7D%2B%5Cfrac%7Bm%5Comega%5E2%7D2x%5E2
p의 제곱과 x의 제곱으로만 이루어진 Hamiltonian.
http://www.sitmo.com/gg/latex/latex2png.2.php?z=100&eq=%5Cleft%5Clangle%20x%20%7C%20%5Cpsi_n%20%5Cright%5Crangle%20%3D%20%5Csqrt%7B%5Cfrac%7B1%7D%7B2%5En%5C%2Cn!%7D%7D%20%20%5Cleft(%5Cfrac%7Bm%5Comega%7D%7B%5Cpi%20%5Chbar%7D%5Cright)%5E%7B1%2F4%7D%20%20e%5E%7B%0A-%20%5Cfrac%7Bm%5Comega%20x%5E2%7D%7B2%20%5Chbar%7D%7D%20H_n%5Cleft(%5Csqrt%7B%5Cfrac%7Bm%5Comega%7D%7B%5Chbar%7D%7D%20x%20%5Cright)%2C%20%5Cqquad%20n%20%3D%200%2C1%2C2%2C%5Cldots.
위 Hamiltonian의 x공간 해. H_n은 n번째 Hermite 다항식
  1. 정확히는 여기에 Gaussian 분포를 덧씌워야 하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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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양자물리를 Griffith 책으로 공부하다 보면 나타나는 의문이 참 많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큰 의문을 가졌던 것은 운동량 연산자에 대한 것이었다. 어째서 운동량 연산자는 x로 span된 힐베르트 공간에서 미분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mathbf{p}={\hbar\over i}\nabla=-i\hbar\nabla
3차원 공간에서 운동량 연산자. Wikipedia: Momentum operator

그 이름이 암시하듯이, 운동량이란 물체의 운동 즉 시간과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어째서 운동량을 나타내는 연산자는 시간에 무관한 것일까?

맨 처음 운동량 연산자를 유도해내는 과정을 보고서 내가 느낀 것은, '운동량에 대응하는 정보가 파동함수에 들어 있고, 그 정보는 어떤 연산을 통해서 외부에 나타난다. 따라서, 운동량의 고전적인 정의를 이용해서 운동량에 해당하는 연산자를 유도해내는 것은 아닐까?'였다.

1. 어떤 연산이 있어 운동량에 대응된다.
\langle{p}\rangle=\int\psi^{\star}{p}\psi{dx}

2. 고전적인 운동량에 해당하는 값은 다음과 같다.
p_{classical}=m\frac{d}{dt}\langle{x}\rangle=m\frac{d}{dt}\int\psi^\star{x}\psi{dx}

3. 이미 알려진 Schrodinger 방정식을 적절히 손보면, 다음 식을 얻는다.[각주:1]m\frac{d}{dt}\int\psi^\star{x}\psi{dx}=\int\psi^\star{\frac{\hbar}{i}\frac{d}{dx}}\psi{dx}

4. 여기서 운동량에 해당하는 연산을 찾을 수 있다.(연산자를 강조하기 위해 ^ 사용)
\hat{p}=\frac{\hbar}{i}\frac{d}{dx}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Schrodinger 방정식 자체가 운동량 연산자를 가정하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보통 Schrodinger 방정식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쓴다.

i\hbar\frac{\partial}{\partial t} \Psi(\mathbf{r},\,t) = \hat H \Psi(\mathbf{r},t)
하나의 계에 대한 Schrodinger 방정식
i\hbar\frac{\partial}{\partial t} \Psi(\mathbf{r},\,t) = -\frac{\hbar^2}{2m}\nabla^2\Psi(\mathbf{r},\,t) + V(\mathbf{r})\Psi(\mathbf{r},\,t)
입자 하나에 대한 Schrodinger 방정식. Wikipedia: Schrodinger equation

H는 Hamiltonian 연산자로, 고전역학에서 사용하는 Hamiltonian이라는 물리량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경우, Hamiltonian은 계 전체의 에너지와 같은 값을 갖는다. 따라서, Schrodinger 방정식은 계를 나타내는 상태함수가 에너지에 비례하여 시간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고전적으로 운동에너지는 운동량의 제곱을 질량의 두배로 나눈 값이다. Schrodinger 방정식의 첫 항(Laplacian이 들어가 있는 항)을 잘 보면 바로 앞서 구한 운동량의 제곱을 질량의 두배로 나눈 값, 즉 고전적인 운동에너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각주:2]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운동량에 해당하는 연산자를 구할 수 있을까?



쓰기 귀찮아서 여기까지만...(여기까지 써놓고 끝날 가능성도 농후)
관심이 가시는 분은 여기를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Schr%C3%B6dinger_equation#Derivation
Erwin Schrodinger의 원본을 보고 싶으신 분을 위하여:
http://home.tiscali.nl/physis/HistoricPaper/Schroedinger/Schroedinger1926c.pdf
  1. Griffith 책에 있으니 생략. [본문으로]
  2. Schrodinger 방정식이라는 대전제 안에 운동량에 대한 가정이 포함되어 있고,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가정을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벗겨낸 것일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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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드디어 그리피스 양자책을 돌파했습니다 -_-v(이제 12단원 배우는 중)

지금 복사불가능성과 양자적 얽힘에 대해서 배울 차례인데, 보다 보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르더군요. 복사불가능은 어쩔 수 없지만 양자적 얽힘은 피해가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이거죠.

eq=a^\star a =0 \\ b^\star b = 0 \\ a^\star b \ne 0 \\b^\star a \ne 0

인 a와 b를 찾는 겁니다. Dirac equation의 motive와 비슷하네요. 당연하지만, 이 a와 b는 행렬들이죠. 그런데 행렬이면 좀 처리하기 귀찮아지고 더군다나 그 크기를 정하는 것도 애매해지니까(Dirac이 이 항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아직 공부를 안 해 보아서 모르겠지만...) 차라리 벡터로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제는, 벡터의 coefficient가 벡터라는 것이네요. 더군다나 하나는 bra벡터여야 하기 때문에 direct product를 제대로 정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direct product를 하는 과정에서 bra벡터가 ket벡터와 반응해서 사라질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물리학적으로 해석하자면 '하나의 측정량을 포기하는 것으로 불확정성 원리를 깰 수 있다' 정도 되겠네요. 'EPR 역설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대신에 이 포기하는 측정량이 다른 측정량과 먼저 얽힘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랄까... 제 3의 입자를 도입하면 해결될지도 모르겠군요.

p.s. 문제는, 왜 난 내 전공 공부보다 다른 과 전공공부가 더 재미있는가 정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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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09. 10. 20. 20:37 Physics/Speculations

Time operator?

뉴턴의 고전역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으로 넘어오면서 뉴턴역학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시간의 공간화이다. 시간에 일정한 상수(광속)을 곱하여 거리로 취급하게 된 것이다. 공간과는 다른 성질을 갖기는 하지만(예를 들어 시간상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각주:1] 일반상대론에서는 시공간거리(Spacetime interval)를 정의하여 쓸 정도로 시간은 공간처럼 인식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에서는 어떨까? 애석하게도 시간은 공간과는 다르다는 독특한(?) 취급을 받고 있다. 좌표를 나타내는 x, y, z 연산자는 있지만, 시간을 나타내는 t 연산자는 없다. 왜 없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먼저 x, y, z는 위치를 나타낸다. 위치의 평균값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파동함수는 규격화되었다고 하자.) 그리고 각 위치를 나타내는 연산자인 x, y, z는 고유벡터(eigenvector)를 가지며, 고유벡터들은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갖는다.



(편의상 x에 대해서만 식을 썼다.) 아래쪽의 식은 파동함수를 x라는 ket 벡터들의 집합에 투영(project)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연산자 x의 고유벡터는 무한하기 때문에(x 좌표의 수를 생각해보라), 파동함수를 다시 완전하게 구성하고 싶다면 다음처럼 하면 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시간에 해당하는 t라는 연산자를 가정하고, x 연산자에 대해 행한 일을 다시 해 보는 것이다.



(이 의문은 1학기에 필자가 가졌던 의문이다.) 애석하게도, 이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다음 식이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각주:2]



시간의 평균은 무엇인가? 지금 파동함수를 쓰는 시점 이전에 존재했던 시간은 너무나도 거대하기에 무한하다고 할 수 있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기에 무한하다고 쓸 수 있다. 적분구간이 음의 무한대에서 양의 무한대로 발산하는 것이다. 위치를 나타내는 x, y, z의 평균을 구할 때에도 적분구간은 음의 무한대에서 양의 무한대이지만, 음과 양의 무한대로 갈 때 파동함수의 크기는 0으로 수렴했기 때문에 평균이 박살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파동함수가 가리키고 있는 입자의 존재가 영구적이라고 한다면, t라는 변수에 대해 파동함수의 크기는 1로 일정하다. 왜냐하면 어떤 시간에서라도 입자는 관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숫자 1을 음의 무한대에서 양의 무한대까지 적분하면 무한대밖에는 얻을 것이 없다.[각주:3]

하지만 잠깐. 우리는 공간이 무한하다고 가정하고 위치의 평균을 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우주는 무한한가? 우주의 크기는 상상할 수 조차 없이 크지만, 분명히 그 크기는 130억 광년이라는 유한한 값을 가지고 있다.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우주가 생멸(生滅)하는 기간은 겁(劫)이라는 겁나도록 긴 기간이지만, 유한하다.[각주:4] 그렇다면 시간을 나타내는 연산자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각주:5]
  1. 물론 실제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 단지 우리가 시간 속에서 의식을 만들어내기에 시간이 단방향으로만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으니. 하지만 시간이 양방향으로 흐르면 열역학 제 2법칙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열역학 제 2법칙에서는 엔트로피가 늘어난다는 말만 했지, 시간의 흐름에 대한 엔트로피는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역으로 흐른다면 역으로 흐르는 시간 상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결국 우리 눈에는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열역학 제 2법칙을 확률적인 법칙으로만 인정한다면 이런 충돌은 피할 수 있다. [본문으로]
  2. 최근에 떠오른 재미난 생각이 있어서 검증해보려다가 오래된 의문을 해결하게 되었다. [본문으로]
  3. 물론 영구적인 입자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입자의 연대기를 통해 평균적인 삶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사람이 태어나고 죽은 년도의 평균을 구해 그 사람의 평균적인 존재연도를 구하는 것처럼) 그런데 입자가 언젠가는 소멸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 최소한 전자는 사라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본문으로]
  4. 이 때 유한하다는 말은 우주가 팽창하다가 수축하는 경우, 즉 빅 크런치(Big Crunch)라는 종말을 가정할 경우이다. 다른 경우 총 시간을 유한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5. 물론 시간에 대응하는 추상적인 연산자 t를 도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연산자가 실질적으로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우리는 겁이라는 시간을 잴 수 있을만큼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Shankar 책을 산지 좀 되었습니다.

심심해서(하라는 시험공부는 안하고) 이전에 Liboff 책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대칭성과 보존에 관한 부분을 보았습니다. 보다 보니 이런 부분이 나오더군요.

[...]

We define translational invariance by the requirement



[...]
Principles of Quantum Mechanics 2nd Ed., R. Shankar, Springer, 1994, p. 285

저기서 T(epsilon) 연산자는 입실론만큼 전체를 +x 방향으로 옮기는 연산자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왜 불변성을 Hamiltonian 연산자를 이용해 정의하는 것인지 좀 생각해 보아야겠더군요.

현재는 그저 '기본법칙이 Schrödinger 방정식이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저 항등식을 만족시킨다면 상태함수에 T 연산자를 마음껏 들이대어도 기본법칙에 어긋나지 않거든요.



왜 왼쪽에 다른 임의의 상태를 들이대냐면, 측정은 저렇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양자물리에서 모든 측정량은 저렇게 bra를 붙여서 얻어야 하니 말이지요. (그런데 써놓고 보니 아직도 논리에 구멍이 있는 것 같네요. 좀 더 엄밀하게 해보는 것은 나중에...)[각주:1]

어찌되었든, T 연산자로 모든 상태를 이동시켜 놓았을 때 임의의 연산자 A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쉽더군요.



이니까



하지만 T 연산자의 역함수(역연산자?)는 T 연산자의 hermitian conjugate 입니다. 왜 그런지는 A 대신에 I(Identity - 1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를 넣어보면 됩니다. I 연산자가 좌표와는 상관있을 리가 없겠죠. 그러면 결국



이 됩니다. 어째 어디선가 본 행렬형식의 2계텐서 변환방식이 떠오르는군요.

그나저나 시간대칭은 역시 허수의 성질을 이용하는군요. i나 -i나 구분할 수 없다는 그 성질 말입니다. 이건 예전에 적어둔 것이니 링크만 간단히...

2009/04/30 - 복소수 대칭과 시간대칭

ps. 뭐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저 T 연산자는 P 연산자, 즉 운동량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량 보존이 균일성(위치에 대해 변하지 않음-translational symmetry/invariance)과 동치인 것이구요. 정확히는



입니다. Taylor 전개를 해 보면 알 수 있는데 그것까지 하기는 귀찮네요. Griffith 책의 연습문제로도 나오니 제가 할 필요는 없겠지요.
  1. 이렇게 엄밀한 거 좋아하다가 서너줄이면 끝날 숙제 문제를 한두페이지가량 써제끼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네요 -_-;;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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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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