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6. 08:51 Physics/Concepts
다이온(dyon) 관련 잡담 약간
최근에 썼던 논문은 중력 버전의 다이온에 대한 1-룹 계산이었다. 학사논문도 자기단극자와 관련된 주제였을만큼 자기단극자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었으니 자기단극자의 중력 버전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원래 논문의 목표는 현 논문의 결론과는 꽤 많이 달랐다. 계산이 죄다 어긋나서 목표가 달성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자 목표를 뒤집어서 뒤집은 결론을 논문으로 만들어버린 것인데, 학사논문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서 논문이 되었으니 기묘한 평행선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아무도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거지?'라고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논문의 부록A가 된 '전자와 자기단극자 둘을 동시에 기본입자로 취급하면서 UV cut-off가 둘의 질량보다 위에 존재하는 EFT는 있을 수 없다'는 논증인데, 트위터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
그나저나 초록에 대해 약간 이야기하자면 자기단극자를 기본입자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기본입자를 '질량/스핀/전하로 상태가 결정되는 점입자'라고 정의하면 자기단극자는 절대로 기본입자로서 발견될 수가 없다. 의외로 이 이야기를 명시적으로 하는 곳이 없음.
— Dexter Kim (@AstralDexter) July 7, 2020
이유는 단순한데, 어떤 입자가 기본입자로서 기술되려면 고전적인 반지름이 Compton wavelength보다 작아야 한다. 전자의 경우 이 비가 대충 미세구조상수쯤 되는데, 자기단극자는 이 비가 미세구조상수의 역수가 되어서 기본입자로 기술되는게 불가능함.
— Dexter Kim (@AstralDexter) July 7, 2020
물론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부록에 인용으로 언급했던 weak gravity conjecture(WGC)의 자하 버전에서 비슷한 논증을 하는데, 여기서는 입자로서 다루는 것에 대한 명시적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여튼 이런 특성을 고려한다고 도입한 추가 계산이 110일만에 쓴 짧은 논문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꽤나 운이 좋았던 편. 저 짧은 논문을 쓸 때는 아드레날린 과다방출(..)로 불면증에 심하게 시달려서 약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썼는데, 결과적으로 꽤나 도발적인 결론이 나와버렸다. 실제로 쓸만한 결과일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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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자기단극자 이야기나 계속해보자. 전하와 자하는 그 물체가 광자와 상호작용함을 나타내는데, 둘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논문 서론에서 언급했듯 와인버그는 전하와 자하는 광자의 두 편광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나선도(helicity)의 부호와 상관없이 상호작용하는가 아니면 부호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가---로 구분됨을 보였다. 이 차이로 인해 전하와의 상호작용은 일반적인 벡터포텐셜 $A_{\mu}$로 적히고, 자하와의 상호작용은 dual potential이라고 자주 부르는 $B_{\mu}$로 적히게 된다. $A_{\mu}$가 $dA = F$란 미분형식 방정식으로 적히는 것과는 반대로 dual potential $B_{\mu}$는 $dB = \ast F$란 미분형식 방정식을 만족한다. 전자기학을 배우면서 전자기장은 벡터포텐셜 $A_{\mu}$로 그 동역학을 기술할 수 있다고 배우는 학부생 입장에서는 '잘 와닿지는 않지만 그런가보다~' 싶은 설명이지만, 이렇게 자하의 동역학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벡터포텐셜 $A_{\mu}$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은 사실 학부 수준에서 배우는 양자역학만으로도 논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양자역학 학부 과정에 아로노프-봄 효과를 포함하기 때문.
논증은 간단하다. 다음 조건들이 모순됨을 보이면 된다.
1) 전기-자기 이중성 (electric-magnetic duality) : 전하와 자하 사이에 이중성이 양자역학 수준에서도 존재한다.
2) 국소성 (locality) : 입자가 전자기장과의 상호작용으로 얻는 효과는 그 입자가 위치한 점에서의 장의 값으로 결정된다.
3) $A_{\mu}$의 완전성 : 전자기장의 모든 효과는 $A_{\mu}$장으로 완벽하게 기술할 수 있다.
4) $A_{\mu}$의 게이지 대칭성 : $A \to A + d \lambda$에 해당하는 게이지 대칭에 대해 물리가 변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dual Aharonov-Bohm effect를 상상하면 된다. 솔레노이드로 생성되는 원통형 영역에 제한된 자기장 대신 똑같이 원통형 영역에 제한된 전기장을 걸어두고 그 주변을 도는 자하를 상상하는 것. 이제 그 주변을 도는 자하가 Aharnonov-Bohm effect의 전하처럼 $A_{\mu}$장으로부터 위상의 변화를 얻을 수 있는지 계산해보면 된다. 답은 아니오. 왜냐하면 이런 모양의 전기장은 전기장이 0이 아닌 원통형 영역 안에서 값을 갖는 스칼라 포텐셜 $\phi$에 값을 잘 주는 것으로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 원통형 영역 밖에서는 $A_{\mu}$장의 값이 항등적으로 0이 되도록 해를 구할 수 있으므로, 자하는 $A_{\mu}$와 상호작용해야만 한다면 dual Aharonov-Bohm effect는 존재할 수 없다. 구체적인 해는 여러분의 지적 유희를 위한 연습문제(...)로 남겨두기로 하자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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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의 원래 목표는 (중력 버전의 자하에 해당하는) NUT charge를 가진 물체가 있을 때, 이 물체의 동역학을 어떻게 기술할 것이냐였다. 물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힘을 걸어서 가속시키거나 감속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게 기본 문제의식. 이 문제의식의 흔적이 부록C인 effective one-body formalism이다. 결과적으로는 계산이 도저히 아귀가 맞지 않아서 반년 이상 헤매다가 방향을 뒤집어서 '일반상대론의 NUT charge를 자하의 중력 버전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봐도 1-룹 계산에서 붕괴한다'로 결론을 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이 결론을 내면서 전기-자기 이중성에 대한 관심 때문에 마찬가지로 관심을 갖게 되었던 Taub-NUT space에 대한 관심이 많이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자하는 실존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자하는 근시일에 발견된다'가 안전한 베팅이라고 믿고 있고 나도 이 대열에 합류한 상태이긴 한데, 디락이 말년에 자기단극자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마음이 약간은 흔들리는 중. 약간의 검색을 돌려보니 도서관에서 본 것은 이 proceeding인 모양이다.
1981년 ICTP에서 디락의 논문 50주년을 기념해서 자기단극자에 대한 컨퍼런스가 열렸던 모양인데 참석이 어려웠던 디락의 편지가 제일 앞 장에 실려있다. 실험에서 도저히 나오질 않는 것을 보다 보니 이제는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 Dexter Kim (@AstralDexter) May 8, 2020
- 혹시나 해서 Arkani-Hamed가 썼던 논문을 열어봤는데 역시나 있었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Arkani-Hamed. [본문으로]
- 평균적으로 하루 서너시간 정도밖에 못 잔 듯 하다. 논문 작성 막바지에는 거의 항상 있는 일인듯. [본문으로]
- 실험적으로는 극성을 가진 유전체를 길게 잘 늘어놓는 것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 여담으로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전기-자기 이중성은 양자역학 수준에서는 깨져야만 하는구나!'하고 신나서 MS word로 논문 비슷한 무언가를 타닥타닥 작성했던 흑역사(?)가 있다. 버려야 하는 가정은 1)번이 아니라 3)번이란 것을 깨달은 것은 대학원 들어온 뒤 끈이론 공부하면서. 원고가 원고로만 남은 것이 다행이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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