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l'에 해당되는 글 49건

  1. 2013.08.30 라이트 형제와 비행안정성
  2. 2013.08.29 행운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
  3. 2013.03.06 [TED] 생각보다 단순한 세계 - James B. Glattfelder: Who controls the world?
  4. 2013.03.02 [TED] 사랑이 뭘까 - Leslie Morgan Steiner: Why domestic violence victims don't leave
  5. 2012.02.13 Theo Jansen의 Kinetic Sculptures - 덤으로 Walking mechanism까지 4
  6. 2011.09.02 선택할때는 마음대로겠지만 실제로는 아니란다 - [TED]Dan Ariely asks, Are we in control of our own decisions?
  7. 2010.11.01 골드버그 장치(Rube Goldberg Machine) 6
  8. 2010.09.30 란체스터 법칙 2
  9. 2010.06.02 정보의 홍수 속에서. [TED]Evgeny Morozov: How the Net aids dictatorships
  10. 2010.05.25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TED]Michael Specter: The danger of science denial 1
  11. 2010.05.23 문명은 어디서 시작했는가. [TED] VS Ramachandran: The neurons that shaped civilization
  12. 2010.05.22 이미지가 말하다. [TED]Jonathan Klein: Photos that changed the world
  13. 2010.05.17 TED - Nicholas Christakis: The hidden influence of social networks
  14. 2009.05.15 에릭 호퍼 - 광신도의 반대는...
  15. 2009.05.13 금속가격 4
  16. 2009.04.11 TED - Jacek Utko: Can design save the newspaper? 4
  17. 2009.04.11 TED - Dan Ariely: Why we think it's OK to cheat and steal (sometimes)
  18. 2009.02.17 TED - Elizabeth Gilbert: A different way to think about creative genius 10
  19. 2009.02.16 TED - David Merrill: Siftables, the toy blocks that think 2
  20. 2009.01.21 국가가 강요하더라도 양심에 반하는 짓은 절대 하지 말아라 - A. Einstein 10
Robert C. Nelson의 Flight Stability and Automatic Control, 2nd Ed에서 가져옵니다. (p.35-39)

본문은 출처의 재정리이니 자세한 것은 본문을 확인하세요. 본문은 비행안정성(Flight stability -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하였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와 관련된 부분만 잘라내었습니다.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는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Otto Lilienthal)과 미국의 옥타브 샤누트(Octave Chanute), 사뮤엘 피어퐁트 랭글리(Samuel Pierpont Langley) 이하 세 사람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토 릴리엔탈은 2000번이 넘는 글라이더 비행을 통해 굽었거나 캠버(camber-날개가 위쪽으로 굽어있는 것을 말합니다)가 있는 날개의 성질을 연구하였다. 릴리엔탈이 사용했던 글라이더 모델들은 정적안정성(static stability - 날아가던 자세에서 흐트러졌을 때 원 자세로 돌아오려는 성질)을 가졌으나 조종능력이 극히 떨어졌으며, 조종은 글라이더에 탑승한 자신의 신체를 이동시켜 무게중심을 바꾸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이 단점은 후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나는데, 글라이더가 실속(stall-날개를 너무 들어서 양력발생능력을 상실한 상태)하여 50피트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릴리엔탈은 사고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이튿날 사망했다.

 

옥타브 샤누트는 릴리엔탈의 글라이더 디자인을 개선하여 자신만의 설계를 내놓았다. 그의 디자인은 두 쌍 혹은 그 이상의 날개를 가졌으며 조종간으로 평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수직날개를 달아 조타가 가능하여 단일 날개만 가졌던 릴리엔탈의 디자인에서 진일보하였다. 샤누트는 이후 키티 호크(Kitty Hawk)를 방문하여 라이트 형제에게 비법을 전수하기도 하였다.

 

스미소니안 재단(Smithsonian Institution)의 서기였던 사뮤엘 피어퐁트 랭글리는 비행역학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던 라이트 형제에게 당대의 선구자들의 작업을 보내주었다. 물론 이는 라이트 형제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다. 랭글리는 1890년대 즈음 비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비행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이 자료를 공부하고 자신만의 실험을 한 끝에 그는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heavier-than-air flight)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으며 동력이 있는 무인글라이더를 완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모형은 1896년 5월 6일 1분 반 동안 3/4 마일을 비행하였으며 이로서 기계를 이용한 비행(mechanical flight)의 상용화 가능성이 열렸다. 모형의 성공에 관심을 가진 육군성(War Dpartment)은 랭글리에게 접근했고 그는 의회로부터 5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아 그의 조수 찰스 맨리(Charles Manley)와 독자적인 디자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버지니아 타이드워터(Tidewater) 근처의 포토막(Potomac) 강에서 배에 고정된 사출기를 통해 시도한 2회의 (1903년 9월 7일과 12월 8일) 비행은 실패로 끝났다. 사출기를 사용한 것이 실패의 요인이였으며 이후 20년 뒤 수정된 그의 비행기는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쳤다.

 

1903년 12월 17일[각주:1] 북 캐롤라이나 키티 호크에서 라이트 형제들은 그들의 역사적인 비행을 실현하였다. 첫 비행은 오빌 라이트(Orville Wright)가 탑승하였고 12초간 125피트를 날았다. 번갈아가며 비행기를 조종한 형제는 그날 세번 더 비행하였으며 마지막 비행은 59초간 시속 20마일의 맞바람을 맞으며 852피트의 거리를 이동하였다. 항공기의 착륙용 활주부(skid)가 지면에 닿는 순간 비행이 멈추는 방식으로 착륙하였으며, 형제는 예전의 글라이더보다 반응성이 뛰어난 동력비행기를 조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라이트 형제는 동시대의 실험 데이터들을 검토한 후 성공적인 비행을 위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풍동(wind-tunnel)과 비행(flight-test)을 이용한 실험에 착수하였다. 형제는 작은 풍동을 설계하고 제작하여 굽은 날개(airfoil)의[각주:2] 공역학적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수천개의 모델을 실험하였으며, 수천개의 글라이더 비행 실험을 통해 비행기를 발전시켰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형제는 동력비행(powered flight)에 성공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충분하지 못한 조종성이라고 확신하였으며, 글라이더의 조종성을 개선하는데 대부분의 노력을 들였다.

 

라이트 형제의 접근은 급진적이었다.당대 비행 선구자들의 설계는 근본적으로 안정적인(inherently stable) 비행기와 글라이더를 제작하는데 주력하였으며, 이런 항공기들은 대기가 조금만 불안정해도 위험했다. 하지만 정적안정성이 없는(statically unstable) 대신 조종성을 개선한 라이트 형제의 항공기는 안정성이 없어 조종이 까다로웠지만 형제는 글라이더 실험을 통해 불안정한 항공기를 어떻게 제어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라이트 형제의 주요 업적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1. 공역학 실험을 위해 풍동과 평형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제작하였으며 이로부터 체계적인 날개의 공역학적 특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2. 적절한 조종성을 가진 완전한 비행 조종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3. 저중량 기관과 효율적인 프로펠러를 설계했다.

4. 동력비행을 유지하기에 적절한 동력대무게(strength-to-weight ratio)를 가진 비행기를 설계하였다.

 


 

세줄 정리

 

1. 실험을 중시하였다.

2. 안정적이지만 조종성이 떨어지는 디자인을 제끼고 조종성이 좋지만 불안정한 디자인으로 갈아탔다. 불안정한건 조종으로 땜빵.

3. 얻을 수 있는 자료란 자료는 전부 검토하였다.

 

스터디 하면서 '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루려면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된다'는 주제에 대해 라이트 형제를 사례로 들고 오셨던 분이 있었는데 확인해보니까 정 반대네요...

  1. 랭글리의 두 번째 비행과 일주일 조금 넘게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죠. 랭글리가 비행기를 좀 더 단단한 재질을 써서 사출기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었더라면 역사는 다른 이름을 기억했을 것이란 말을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본문으로]
  2. 정식 명칭은 에어포일입니다만 그렇게 깊게 들어가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해 날개로 통일합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발단은 트위터의 이 트윗.



이 트윗을 보고 뜬금없이 '행운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는 서구 어느 나라의 속담이 생각나 뒤져보았습니다. 원래는 '뒤통수가 없다' + 스페인으로 생각했지만 무시합시다. 검색 결과마다 단순히 외국 속담으로 기재하거나 이태리라는 구체적인 지명을 들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영문으로 검색하는게 더 낫지 않은가 싶어 구글 영문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제일 첫 항목으로는 영문위키백과가 걸리는군요.


http://en.wikipedia.org/wiki/Caerus


'독자연구'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일단 구느님이 가장 신뢰성 있는 자료로 뽑아주었으니 이 글을 따라가도록 합시다. 여기에 따르면 카이로스(Καιρός)는 그리스 행운의 신으로 제우스의 가장 어린 자녀이며, 로마의 오카시오(Occasio)나 템푸스(Tempus)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뭐라구요?


이제 왜 이 항목이 가장 관련성이 높은 항목으로 지목되었는지는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카이로스가 다가올 때는 얼굴 앞으로 내려오는 머리를 쥐는 것으로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일단 지나가고 나면 뒷머리는 대머리이기 때문에 절대로 잡을 수 없다고 합니다. 행운의 여신에게 뒷머리가 없다는 속담(?)이 비슷한 이유를 갖고있었죠. 아무래도 와전된 모양입니다.


뤼시포스(Λύσιππος)라는 조각가가 만든 황동상에는 포이시디포스(Ποσείδιππος)라는 시인의 말을 새겼다고 합니다. 같은 출처에서 인용해보죠.


"Who and whence was the sculptor? From Sikyon.

어디서 온 누가 만들었지? 시퀴온에서 왔지.


And his name? Lysippos.

이름은? 뤼시포스.


And who are you? Time who subdues all things.

너는 누구? 만물을 제압하는 시간이지.


Why do you stand on tip-toe? I am ever running.

왜 까치발을 들었니? 계속 달리거든.


And why you have a pair of wings on your feet? I fly with the wind.

발에 날개는 왜 달린거야? 바람과 함께 날아서.


And why do you hold a razor in your right hand? As a sign to men that I am sharper than any sharp edge.

오른손의 면도날은 뭐야? 어떤 모서리보다도 날카롭다고 알리려고.


And why does your hair hang over your face? For him who meets me to take me by the forelock.

머리는 왜 얼굴 위에 늘어졌어? 만나는 사람이 그걸로 날 잡으라고.


And why, in Heaven's name, is the back of your head bald? Because none whom I have once raced by on my winged feet will now, though he wishes it sore, take hold of me from behind.

그리고 도대체 왜 뒤통수가 대머리인거야? 내가 날개달린 다리로 지나친 그 누구도 뼈저리게 후회한들 날 뒤에서 잡을 수 없도록.


Why did the artist fashion you? For your sake, stranger, and he set me up in the porch as a lesson."

조각가는 왜 널 만들었니? 너를 위해서야. 교훈으로 삼으라고 현관에 세워두었지.


'행운의 여신에게 뒷머리는 없다'가 가히 충격적인 말이긴 합니다만, 원문은 발견이 되질 않는군요. 아무래도 누군가 행운의 신이라고 말한 것을 여신으로 잘못 기억해 와전된 모양입니다. 행운의 여신은 죽었어! 이제 없어! 하지만 내 등에, 이 가슴에,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 그보다 확실히 와전된 속담의 괴기함 때문인지 그 원형이 되는 말의 빛이 많이 바랜 느낌입니다.


카이로스의 머리는 이런 느낌일까요?


한줄결론: 행운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 뻥카친거 누구야? 


Posted by 덱스터

간단한 법칙으로부터 복잡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창발Emergence이라는 현상을 창으로 삼아 현실의 기업간 얽혀있는 경제구조를 살펴보았다고. 이번 경제민주화의 주요 척결대상이었던 순환출자가 대한민국만의 현상은 아닌 듯 싶다.[각주:1] 이 생각하느라 강연자가 마지막에 덧붙인 두 문장을 못 들었는데 댓글에서 지적했길레 다시 들어보니까 그 부분은 좀 그렇긴 하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밥그릇 다툼하느라 정작 일은 안한다'는 보편적인 정치인 비판. 좌우 논쟁이 이데올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논조의 발언인데 실제로는 이데올로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단서를 마련해주는 것 아니던가.[각주:2] 너무 이데올로기에 매몰되면 칸트의 정언명령이 갖는 한계를 겪게 되기는 하지만.


댓글에서 언급된 theRSAorg의 강연 동영상도 첨부. 여기서는 그 간단한 법칙을 '이기주의'로 정리한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자기가 돈을 더 많이 벌도록 정치사회적인 투자-로비-를 하고 그것이 더 많은 수입으로 이어진다는 것.



댓글에 자본주의가 인간의 물질적인 욕망을 동력원으로 삼는 사회체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본주의를 허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간간히 보이는데, 글쎄올시다. 물질적인 욕망을 동력원으로 삼는다는 그 말은 맞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자본주의를 전복할수는 없다. 애초에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롱런하게 된 이유가 이 물질적인 욕망을 동력원 삼아 더 많은 풍요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인데 이것을 무시하고 갈아엎자고? 무언가 니체스러운 말이긴 한데, 언제까지나 자본주의는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지 투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를 대안을 말하려면 자본주의가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져 갈 방안도 생각해두어야 한다는 말이다.[각주:3] 아직 난 그런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간단한 법칙으로 복잡한 구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세포 자동자Cellular automaton 이론을 들 수 있겠다. 링크를 타고 위키백과에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비교적 간단한 법칙으로도 상당히 복잡하고 화려한 현상이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간단한 방정식과 적절한 초기조건을 가지고 호랑이의 무늬와 같은 복잡한 현상을 재현해낼 수 있는데, 이건 과학동아에서 확인하시길.


진화와 생명현상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잘 적응하는 놈이 살아남는다.' 진화론의 핵심은 이 단순한 법칙이다. 랜덤화를 거친 후 그 중 가장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놈만 남기고 한 사이클을 마치는 것. 진화란 있을 수 없다고 공격하려면 이 주장을 공격해야 하는데 엉뚱한 주장을 세워놓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 지적설계론처럼 이 간단한 과정이 어떻게 복잡한 다세포생물을 만들어낼 수 있냐는 주장의 경우에는 흰개미와 개미집의 경우처럼 '왜 그럴 수 없는가'를 보여야 한다. 하긴 뒤집어 생각한다면 '간단한 과정으로 복잡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를 증명할 수는 있지만 그 복잡한 구조에 다세포 동물이 포함된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하는[각주:4] 생물학자들의 책임도 없지는 않겠다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환원이기는 하지만 불평등 없는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세포 생물의 경우 특정 세포가 다른 세포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각주:5] 물론 이건 사실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사실명제고, 사람은 당위명제를 좇으며 살지 사실명제에 매달려 살지는 않는다.

  1.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주요 국정과제에서 탈락하면서 그 꿈은 8:45 하늘나라로...ㅠㅠ [본문으로]
  2. 뒤집어 생각해보면 실제 정치인들도 나름대로는 자기 신념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3. 여기서 내 보수적인 색채가 드러나는군...-_-;; [본문으로]
  4. 박테리아가 다세포생물이 될 정도로 긴 시간동안 실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본문으로]
  5. 인간 뇌는 무게가 2%밖에 안 되는 주제에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Facebook에 올렸던 단평. 1월 28일.




이번에 <동양의 고전>에서 춘추시대의 감각에 대해서 들을 때와 삼년쯤 전 <물리학의 개념과 역사>에서도 지동설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말할 때도 들었으니 자주 듣는 말이다. "누군가 멍청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 왜 그런 판단을 하는지 생각해봐라. 네가 그들보다 지적으로 뛰어나다고 확신하는 것은 오만이다." 그런데 난 이게 좀 심했을 때는 내 기억조차 믿질 못해서 강의실 앞에서 제대로 찾아왔는지 시간표 꺼내가며 확인했던 적도 있었다.(당연하지만 틀린 적은 없었다-_-;;)


사랑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강연. 아마도 체호프의 말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떠오르는 말을 끄적여 본다.

"외로움이 두려워 결혼하지 말라"


난 잘 모르겠다. 다만 "멀리 가려거든 같이 가라"는 마사이 족의 속담으로 알려진 말과 "당신과 결혼하는 이유는 당신과 있어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에요"라는 출처 불분명한 말 사이 어딘가에 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높은 기대치 때문에 아직도 혼자 걷는 중인지도. 그런데 별 불편함을 못 느끼니 그것이 더 문제...-_-;;

Posted by 덱스터
심심하니 라디오나 만들까 해서(...) 예전에 보아둔 적 있던 대인의 과학 시리즈를 찾아보던 중 신규제품으로 Theo Jansen(네덜란드어라 원어 발음은 테오 얀슨에 가깝다[각주:1])의 Kinetic Sculpture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산 것은 아래 모델인데 대인의 과학 매거진 30번보다는 호외(?)로 나온 이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든다.

大人の科學マガジン別冊 テオ·ヤンセンのミニ·リノセロス (學硏ムック大人の科學マガジンシリ-ズ) (ムック)
/學習硏究社
Mini Rhinoceros. 이런 것도 판매하다니 알라딘은 역시 위대하다

처음 이 사람의 작품을 알게 된 것은 로봇 설계 프로젝트를 위한 사전조사에서였다. 사다리에 거꾸로 매달려서 앞뒤로 오가는 로봇을 제작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바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간격을 불규칙적으로 준다고 해서 다리를 사용하는 메커니즘을 찾다가 알게 되었다. 지금도 YouTube에 올라와 있는 이 동영상이 그 때 발견한 동영상이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실제로 구현하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구조이다.[각주:2]

 
프로젝트때 제시되었던 여러 디자인 중 하나. 결국 버려졌다.

결국 기어에 사다리의 오차를 흡수할 수 있도록 약간의 디자인 변형을 가해 사용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든 라디오 제작 생각에 이것 저것 찾다가 다시 떠올린 것. 실제 네덜란드 해안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다니는 녀석의 동영상을 보도록 하자.


그냥 걷는 동영상일 뿐인데 한 번 정도는 끝까지 보게 된다

찾아보다 알게 된 사실이 첫 세대는 밀어주면 걸어가는 수준이었는데 갈수록 발전해서 바람을 먹어(?) 혼자 걸어다니기 시작하더니 등에 달린 날개(...)로 바람을 모아 바람이 없어도 저장해둔 바람을 이용해 걸어다니고 요즘에는 센서까지 달려서 물을 감지하면 방향을 바꾸고 그걸 기억해두는데다가 폭풍이 몰려오면 자신을 땅에 고정하는 능력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 정도면 재생산만 못 할 뿐이지 말 그대로 "신형 생명체new forms of life"이다.[각주:3] 자세한 작동 매커니즘은 제작자에게 들어보자.

얀슨의 TED 강연

버리는 PVC파이프와 자연분해성 비닐, 버리는 레모네이드 PET병에서 태어나 바닷바람을 먹으며 살아가는 해변가의 생명체Strandbeest. 자비로운 아름다움은 뼈대뿐인 기계에조차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P.S.
얀슨이 사용하는 위의 구조물처럼 막대와 축만으로 구성된 기계장치를 링키지(linkage)라고 부른다. 얀슨의 설계 말고도 걷는 행동을 모방하는 링키지로는 조 클란(Joe Klann)이 디자인한 클란 링키지가 있다. 실제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링크를 참조하라. 얀슨 링키지가 4족보행 포유류의 걷는 모습을 닮았다면 클란의 경우는 곤충의 걷는 모습을 닮았다. 두 링키지를 비교한 사이트도 있으니 확인해보자.

이전에 BBC에서 했던 고인(?)이 된 방송중 Techno game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종의 로봇 올림픽이라 보면 되는데 그 중 단거리달리기 종목이 기억이 난다. 바퀴 없이 50m를 최대한 빨리 돌파하는 것이 목표인 이 종목에서 다른 기계들이 3분씩 걸려 겨우 통과하던 50미터를 단 8초만에(!) 통과해 아직도 기억에 남는 로봇이 있다. Scuttle이라는 이 조그마한 로봇의 매커니즘은 여기에서 확인하면 된다(Scuttle in action). 주의할 것은 이미 전시대의 유물이 된 Flash4가 없으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난 리더 후렌들리한 라이터기 때문에 친절하게도 작동방식 설명 플래시의 주소를 찾아내어 삽입한다.

 
손을 움직여 작동할 수도 있고 그냥 Play를 눌러도 된다. 왼쪽의 속도조절은 덤

걷는 것을 묘사하는 장치를 만드는 법은 많지만, 일단 기억나는 것은 여기까지. 여기에 제시된 디자인 말고도 가능한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당신의 상상력을 믿겠다.

P.S.2
분명 과학과 기술은 다른 분야인데 다음 view는 과학으로 통합해놓은 것 같다. 그래서 과학으로 발행.
  1. 잘 들어보면 "테오 얀스ㅔㄴ" 보통 테오 얀센이라고 많이 쓰는 듯 싶다. [본문으로]
  2. 한 다리에 막대가 8개 사용되는데 막대 하나당 가격이 증가하기 마련이고 더군다나 부품 수가 증가할수록 어디가 문제인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파악하기도 힘들어진다. 미적으론 완성되었어도 공학적으로는 영 아닌 케이스. [본문으로]
  3. 생물학적인 생명체의 정의는 1. 에너지대사를 할 것, 2. 자극에 반응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3. 재생산을 할 것이다. 에너지대사란 생명체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배출해야 한다는 것을,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은 외부 조건이 변하면 그에 맞추어 다르게 행동할 것을, 재생산이란 생식활동을 할 것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조건 중 두가지나 만족시키니 준생명체 아닌가.(컴퓨터 바이러스를 첫 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을 만족하니 첫 인공 생명체라고 간주하는 사람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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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Predictably Irrational의 저자 Dan Ariely의 TED 강의. 2장인가 3장 내용일 거다.

Predictably Irrational (Mass Market Paperback)10점
댄 애리얼리 지음/Harper Collins

한글 번역으로도 나왔는데, 애석하게도 원서가 더 싸다. 나야 더 좋지만(...).

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청림출판

동영상을 간단하게 줄인다면 제목처럼 "선택할때는 마음대로겠지만 실제로는 아니란다". 많은 선택이 얼마나 그 선택이 제시되는 방법에 따라 바뀌는지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에 등장하지 않은 결과는 같지만 중간이 다른 문제로는 다음이 있다.[각주:1]

Q1. 철로가 고장나 작업자 6명이 철로를 손보고 있다. 한명은 오른쪽에서 철로에서 삐져나온 못을 박고 있고, 나머지는 드릴까지 동원해 가면서 철로를 바로 세우고 있다. 작업을 감독하고 있는 당신은 커피를 들고 자판기에서 돌아선 순간 철로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기차가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기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 했어야 하는데 정류장에서 무언가 실수를 한 모양이다. 더군다나 작업하는 동료들은 드릴의 소리 때문인지 기차가 들어섰는지도 알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5명의 동료들에게 뛰어가기에는 기차가 너무 가까이에 와 있다. 다행히도 기차가 들어오는 철로를 바꿀 수 있는 레버가 근처에 있다. 하지만 철로를 바꾸게 되면 다른 철로에서 작업하고 있는 동료가 위험해진다. 레버를 당겨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Q2. 철로가 고장나 작업자 5명이 철로를 손보고 있다. 드릴까지 동원해 가면서 철로를 바로 세우는 꽤 큰 작업이다. 육교 위에서 작업을 감독하고 있는 당신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본 순간 철로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기차가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기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 했어야 하는데 정류장에서 무언가 실수를 한 모양이다. 더군다나 작업하는 동료들은 드릴의 소리 때문인지 기차가 들어섰는지도 알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5명의 동료들에게 뛰어가기에는 기차가 너무 가까이에 와 있다. 그 순간 당신은 어느 정도 이상의 충격을 받은 기차는 멈추도록 프로그램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옆에 있는 뚱뚱한 동료를 철로 위로 떨어뜨리면 기차는 반드시 멈출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과적으로는 한명 vs 5명이라는 선택이지만 두 문제가 이 선택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답도 달라진다.

책에는 등장하지만 위 동영상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덧붙이자면, 선택은 경로 의존적이다. 쉽게 말한다면 이전에 뭘 선택했느냐에 따라 이번에 택하는 선택이 바뀐다는 것. 흔히들 씀씀이를 키우면 소비를 원래대로 줄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그것과도 관련이 있다.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전문점 커피가 처음 마시기는 꺼려지지만 한번 마시고 나면 심심찮게 먹는 것을 발견하는이유로 제시하고 있다.(당장 나부터 커피 마실때마다 에스프레소 찾아서 주머니가 고생중이다.)

다른 강의도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잘만 찾아서 보면 위 책의 거의 모든 내용을 읽지도 않고 알 수도 있을듯 싶다. 그러고보니 책 서평을 아직 안 쓴 것 같네. 
  1. 도덕과 감정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문제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동영상과는 전혀 다른 원인으로 답이 바뀌는 경우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쓸데없이 복잡한 기계를 말한다.


대충 이런 것

만화가이자 발명가였던 루브 골드버그(Rube Goldberg)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비슷한 아이디어는 엄청 많은지 나라마다 부르는 명칭이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뭔지는 알지만 이름만 모르는 간단한 상식을 알고 넘어가자는 의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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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0. 9. 30. 12:00 Knowl

란체스터 법칙

스타를 하다 보면 병력을 나누어서 싸우지 말고 뭉쳐서 싸우라고 한다. 이른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인데, 이것을 직접 수학적으로 풀어낸 것이 란체스터 법칙이다.

전설의 명작인 스타크래프트를 가지고 생각해보자. 이쪽에 마린이 10기 있고 저쪽에 마린이 8기 있다. 병력의 수는 2기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실제로 싸워보면 10기가 있는 쪽이 대부분 서너기 쯤 남기고 이기는 경우가 많다.[각주:1] 란체스터 법칙에 따르면, 실제 전력은 그 숫자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한다. 따라서 전력의 비는 100:64이고, 때문에 2기보다 많은 수의 마린이 살아남는 것이다.

이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각 마린의 공격력을 1이라고 볼 때, 8기 쪽에서 공격을 하면 총 공격력의 합은 8이 된다. 그런데 그 공격을 10기가 나누어 받으므로, 실제 공격은 0.8이 된다. 역으로 10기 쪽에서 공격을 하면 총 공격력의 합이 10이고, 8기가 나누어 받기 때문에 실제 공격은 1.25가 된다. 이 둘 사이의 비는 64:100이다. 란체스터 법칙은 이렇게 적용되는 것이다.

일점사의 효과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10기를 4기, 3기, 3기로 나누어 각개격파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첫 전투에서 전력비는 16:64=1:4이다. 그러므로 8기중 두기를 잃었다고 생각하면 6기가 된다. 다음 전투에서 전력비는 9:36=1:4이다. 다시 1/4를 잃는다면 4.5기인데, 같은 방식으로 다음 전투의 전력비를 계산하면 9:20, 그러니까 약 두기 정도 남고 이기게 된다. 여기서 훨씬 적은 수의 병력으로도 컴퓨터의 병력을 농락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컴퓨터는 각개격파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란체스터 법칙을 경영논리로 확장하는 경우가 있는데,[각주:2] 많은 예시가 이미 인터넷에 존재하므로 여기서는 따로 다루지는 않겠다.
  1. 양쪽 다 업그레이드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본문으로]
  2. 어떻게 대그룹이 진출한 시장을 중소기업이 장악하고 있는가 등. 예전의 MP3P 시장이 그랬다. 삼성이라는 초거대기업이 진입했어도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iRiver가 시장을 장악했던 것. 물론 지금은 iRiver도 상당히 큰 기업이지만.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라는 SF소설에 대한 서평 중 가장 인상깊었던 말이 하나 있었다. '정보의 과잉으로 인간성이 상실되는 미래'. 소설의 2/3쯤 읽다가 그만 둔 사람이 느끼기에는 정보의 과잉보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한 배경처럼 기술과 이성의 독주에 대한 두려움에 가깝지만 원래 소설이란게 읽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확확 다른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이 말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과잉으로 인간성이 상실'.

이번 TED 강연은 딱 저 구절로 요약할 수 있다. 강연자는 어떻게 정보의 과잉이 독재정권에 이바지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발음이 좀 알아듣기 힘들긴 하지만 자막이 있으니 참고하면 될 듯. 한글자막도 등록된 것 같다.

인상적인 부분이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중국 정부가 어떻게 사망한 교도소 수감자 사건을 다루었는가이고(이번 천안함에서 국방부가 트위터 이벤트로 절단면을 공개한다고 하는데 미약한 데자뷰의 향기가 난다) 다른 하나는 CIA같은 정보기관들이 고문으로 얻어내던 고급 정보가 인터넷이 퍼지면서 클릭 몇 번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되었다는 부분이다. 뒷 부분은 '코갤수사대'[각주:1]와 같이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뿌리는 마녀사냥과 겹쳐지면서 살짝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넷 실명제 폐지는 안 하려나? 되도록이면 가입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하는 이유가 개인정보 때문인데...



p.s.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해서는 얼마 전에 열렸던 실명제 컨퍼런스(난 그날 시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_-;;) 발제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일단 기업 입장에 대한 건 민노씨 님께서 정리해놓은 글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난 일단 인터넷 악플과 같은 것은 법이 아니라 도덕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실명제라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1. 첨언하자면, 난 DC는 하지 않는다. 인터넷 잉여인건 맞지만. 그런데 난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라는 인물이 있다. 무신론자로 꽤 악명 높은 사람인데, 이전에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라는 책을 써서 상당히 유명해졌다.

원래는 다른 사진을 찾아 쓰려고 했는데 격뿜 → 당첨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이 사람은 이런말을 한다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조금은 웃기지만, 도킨스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근본주의 기독교가 미국의 합리적 이성을 갉아먹고 있다'라고 알고있다. 위 강연의 진행자와 동일한 입장에 서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천지창조'가 '지적설계'라는 이름만 바뀐 형태로 돌아다닌다고 알고 있는데, 얼마 전에 도킨스가 여기에 대해 반박하는 책을 내었다고 들은 것 같다. 제목은 잘 기억이...

사실 지적설계를 가장 잘 비꼰건 FSM... RAmen!!

강연 내용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기는 하지만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문제만큼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펙터가 한 'GMO는 화학약품으로 처리한 음식이 아니다'라는 말은 분명히 맞지만, 그게 그렇다고 GMO가 안전하다는 말을 해 주는 것은 아니다. 꽤 고전적인 예이긴 하지만 독일에서 개발된 수면제였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의 선례가 있지 않은가? 특정 아미노산을 생산하도록 되어있는 유전자라도 그 유전자가 생물체에 들어갔을 때에는 꼭 그 아미노산만 생산하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 유전자가 잘못 읽혀서 엉뚱한 화합물, 최악의 경우에는 독극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임상실험에서 이런 위험성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기는 하겠지만, 실제 들에 식물이 심어졌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다.[각주:1] 극단적인 경우 수분이 다른 종의 꽃가루로 엉뚱하게 이루어진다면(또는 다른 종에 엉뚱하게 수분이 이루어진다면) 실제 자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것이다. 과학이 유능하다고는 하지만 전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상상력 말고 전능한건 없다니까 그러네

이전에 썼던 글중 하나에서 잠깐 끌어왔는데 유명한 SF작가중 하나인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쓴 수필 중에는 과학기술에 대해 '우리는 과학기술을 버릴 수 없다'고 주장한 글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기술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테크노크래시(Technocracy)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는 우리가 익숙해진 기술을 버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에 동아리 사람들과 토론하다가 꺼냈던 말인데, 지금은 지진이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라서 지진때문에 죽은 사람들에 대해 슬픔의 감정밖에 못 느끼겠지만 만약 미래에 지진이 예방할 수 있는 재해가 되고 이 일을 맡은 사람의 실수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 지인이 죽게 된다면 그 때 느끼는 감정이 지금의 슬픔과 같을까? 전혀 다를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예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은 살인자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고, 유족들은 분노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 아닌가. 기술이라는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로 올라왔으면, 다시 그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완전한 망각 없이는 불가능하다.[각주:2] 테크노크래시의 문제점은 시민사회가 기술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사실 과학이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 강연은 별로 의미없을지도 모른다.
  1. 전통적으로 육종은 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런 위험이 적다. [본문으로]
  2. 절대적인 이상향이 사라진 이 시대에 진보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완전한 망각 없이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때 진보하였다고 말한다' 이상하의 『과학철학』에서는 과학에서의 진보를 이렇게 정의한다. 모든 가치가 상대적인 것으로 변한 이 사회에서 진보를 말한다면 이렇게 말해야만 하지 않을까 싶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거울신경세포의 등장으로 진화가 다윈적이 아니라 라마르크적(용불용설)으로 변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리처드 도킨스처럼 밈(meme)의 다윈적 진화를 도입하지 않고 설명했다는 것이 특이했다고 해야 하나.

간디 신경은 새로 듣는 내용. 특정한 조건에서 거울신경세포가 실제 감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말 그대로 너와 나는 하나라는 동양철학적인 주장이 나오는데 재미있다.
Posted by 덱스터


제목 그대로 세계를 바꾼 사진들. 우리가 세계를 다르게 보게 만든 계기가 된 사진들과, 보지 못한 각도에서 사물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사진들, 그리고 우리가 사진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짧은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I hope that the next time you see an image that sparks something in you, you'll better understand why, and I know that speaking to this audience, you'll definitely do something about it."

"나는 다음에 당신이 마음을 밝히는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그 이유를 이해하기를 희망하고,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 이 말을 들은 후에는 분명히 어떤 대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위의 말대로 행동했던 사람들의 때로는 정교하게 때로는 투박하게 빚어 낸 세계 아니던가.

Posted by 덱스터


소립자가 모이게 되면, 소립자로 존재할 때와는 전혀 다른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른 책을 읽느라(그것보다는 두꺼워서 읽기 싫어지는 것이겠지만) 못 읽고 있는 『괴델, 에셔, 바흐』에서 저자는 책의 목적이 '어떻게 무생명체에서 생명이 싹트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체셔 고양이의 미소는 본체를 잃어버린 채 허공을 부유한다. 다소 쌩뚱맞은 시작이기는 한데, 강연의 흐름을 놓고 보면 아예 말도 안 되는 시작은 아니다. 사람이 모이면 개개인의 특징과는 전혀 다른 특성이 나타나게 되고(군중심리), 이렇게 사람이 모인 연결망은 마치 생명체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며, 사람이 죽거나 태어나면서 그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독립적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미소만 남은 허공과 닮았다.

이번 TED 동영상은 사회연결망에 대한 강연이다. 비만에 대한 연구 부분이 돋보인다. 친구의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자기의 몸무게도 많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이다. 네트워크에서의 위치는 천성적인 측면이 있다는 말도 재미있었다. 이 분야에서의 연구는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더 해 주게 될까?
Posted by 덱스터
The opposite of the religious fanatic is not the fanatical atheist but the gentle cynic who cares not whether there is a god or not.

---

광신도의 반대는 광적인 무신론자가 아니라 신의 존재에 무심한 회의주의자이다.

-Eric Hoffer, The True Believer

아 이 구절 마음에 드네요

전 확실히 광신도의 반대편에 서 있는듯...-_-;;;;

저 책은 한번 기회가 되면 구해봐야겠습니다. 읽을지는 미지수이지만...쩝;;


덧. 저기서 맹신하는 자 모두 광신도에 들어간다는 거. '종교적 대중' 글이 생각나는군요.
Posted by 덱스터

2009. 5. 13. 00:47 Knowl

금속가격

금속가격을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

http://www.metalprices.com/index.asp

물론 실제로는 처리방식에 따라 널뛰기하기는 하지만...-_-;;
(Stainless steel 304 다르고 316 다르고, 고온처리냐 저온처리냐 다르고, plate냐 bar냐에 또 다르고...)

그나저나 역시 금값은 눈길을 사로잡는군여
Posted by 덱스터


요즘 신문들 죽는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신문을 각 학교에 보급하겠다던 기사가 생각나네요.

문화부, "전국 중고교, 신문 무료 제공" 검토 (미디어오늘)

이런 제안에 대해 '무료 제공 대상 신문은 보수적인 입장의 언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세뇌의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 제도는 그런 것 보다는 신문 살리기의 일환으로 보이더군요. 죽는다는 소리 얼마나 많이 듣는데요. 방송법 개정으로 신문들 지상파 진출하려고 아둥바둥 거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갈수록 신문 읽는 사람 사라져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긴, 저부터 신문 마지막으로 본 지 꽤 되었군요.

이번 강연자는 폴랜드의 디자이너입니다. 무엇을 디자인하냐구요? 신문을 디자인합니다.

확실히 이 사람이 디자인한 신문은 무언가 눈길을 끕니다. 신문보다는 잡지에 가까워 보이지요.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신문들의 판매 부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긴 효과적인가 봅니다.

하지만 역시 신문은 신문입니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지요. 강연자는 이를 제품에 비유합니다. 신문의 디자인이 제품의 생김새라면, 신문이 담은 내용은 제품의 성능이라는 것이지요. 디자인 아무리 잘 해 보았자 내용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말입니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네요.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책이 망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아직도 책은 대학생에게 필수품이지요. 저처럼 책 모으는 것을 취미삼는 사람도(문제는 읽지 않는다는 거긴 하지만...) 살아남았고 말입니다. 그건 아직 인터넷이라는 그릇이 책이 가진 정보를 전부 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각주:1] 결국엔 내용이 제일 중요한 셈이지요.
  1. 물론 책이라는 매체가 주는 편리함도 생각해 보아야겠지요. LCD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잖아요?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숙제하기 싫다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미루어 두었던 TED 동영상 좀 훑었습니다. 금새 새벽이 되는군요 -_-;;

이번 주제는 cheating, 그러니까 속임에 대한 내용입니다. 속임수가 언제 증가하는가, 언제 감소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됩니다.

처음에는 화상을 입었을 때 하고 있던 붕대(bandages)를 뗄 때, 어떻게 떼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까 시험에서 속임수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게 되었네요.(붕대를 천천히 떼는 것이 환자에게 더 좋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는데, 왜 간호사들은 빠르게 떼는 것이 좋다며 환자를 속였는가에 대해서 연구의 관점을 돌리면서 그렇게 되었다고 했던 것 같네요.)

결론만 빠르게 적어 보면(시간이 없는 사람을 위해)

1. 각 개인은 속인다는 것에 대해 어떤 기준선이 있다. 개인은 이 선을 넘는 속임은 하지 않는다.
2. 이 속임에 대한 기준선은 이동할 수 있다. 즉, 더 많은 속임을 용인하거나 속임을 줄이도록 한다.
3. 십계명 등 도덕적인 것을 떠올릴 때 속임에 대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 감소했다.
4. 금전이 토큰 등 같은 가치를 지니나 덜 상징적인 물체인 경우 속임이 증가했다.
5. 자신의 동료가 속이는 경우, 속이는 경우가 증가했다.
6. 자신과 무관한 사람이 속이는 경우, 속인 사람의 수는 감소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속임수는 속임수가 들통났을 때 생기는 피해와 속임수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상호 비교해 계산함으로서 선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중학교 때 머리털 빠지도록(?) 배웠던 확률과 기대값에 나오는 표처럼, 그런 표를 그리고 각각의 경우에 대해 확률을 곱하고 해서 속이는 것이 이득이 큰 경우 속이고 속이지 않는 것이 이득이 큰 경우 속이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속였을 경우 얻는 이득이 많아질수록 속이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걸린다 (확률 50%)
 걸리지 않는다 (확률 50%)
 합계
 속인다  -50  200  150
 속이지 않는다
 50  50  100
표 쓰고 보니 속이는 것이 더 이득이다 → 속이고 보자
이게 고전적인 경제학 이론입니다. 저기서 속인다/걸리지 않는다가 500이 되면 당연히 속이고
보자라는 결론이 나와야 되겠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건 우리 주변만 생각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 떨어진 1000원짜리 한장은 지갑속으로 바로 송환해 주는데 길거리에 놓인 수표가 가득 찬 가방은 부담스러워서라도 경찰서로 끌고가 보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3, 4의 경우는 밀그램의 실험과 닮아 보입니다. 단지 고통을 받는 사람과의 거리가 도덕에 대한 기억과 토큰이라는 덜 직접적인 매체로 바뀌었다는 느낌이랄까요?

2009/01/21 - 국가가 강요하더라도 양심에 반하는 짓은 절대 하지 말아라 - A. Einstein
-예전에 써 두었던 글이 생각나서 링크 걸어봅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5, 6번의 경우입니다. 지금 당장의 정치 현실에 대입해 볼 수 있거든요. 뭐,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력에 무책임하게 떠넘기기로 하고 전 이만...


Posted by 덱스터


Genius. 보통 우리는 천재(사람)를 일컫는 단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 도중의 말을 들어보면, 원래 이 단어는 로마 시대에 창의력을 가져다 주는 일종의 요정이었다고 합니다. 램프의 요정 지니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는 아니일까 싶네요.

이번 강의는 천재성에 대한 다른 해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를 살던 천재의 절반(또는, 그 이상)은 우울한 말년을 보냈지요. 이제 이런 말년에 대비하기 위해 일종의 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그런 방법의 하나로 창의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이런 창의적인 행위가 주변의 누군가, 특히 요정과 같은 존재들에 의해 주어졌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이는 중세까지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이전의 미술을 보면 거의 다 몰개성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판화 같은 것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는 것이지요.

Gutenberg Press
사람 얼굴이 다 그게 그거...-_-;;
(http://etc.usf.edu/clipart/11300/11358/gutenberg_11358.htm)

그런데 르네상스 이후 이런 전통이 전부 바뀌어 버립니다. 인간을 중심에 두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런 경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식이라고 취급하는 지식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의 이름은 언제 물어도 한명은 떠오르실 겁니다. 다비드상의 미켈란젤로, 만찬의 레오나르도 등등 말이지요. 그런데, 르네상스 이전 시대의 예술가 이름 아시는 분 있나요?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전 없습니다. 이건 바로 철저한 몰개성화의 영향입니다. 자신은 어차피 '신의 도구'일 뿐이고, 신의 도구 따위에게 개성은 과분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더 잘 드는 식칼에 애착을 갖는 경우는 있어도 그 식칼에 이름까지 주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어째 예시가 좀 으스스하군요.)

화자는 이렇게 진단내립니다. 그렇게 이성의 힘, 인간의 힘에 집중함으로서 인간은 자신감을 얻게 되었지만 그로 인한 부담감에 짓이겨져 버렸다는 것이지요. 아인슈타인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30대 이전에 이룬 것이 없다면 그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지요(이 말에 따르면 물리학자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ㅇ;).

그래서 과감히 말합니다.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자고 말이지요. 어차피 재능은 내 것이 아니었으니, 재능이 날 떠나가도 잃은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자는 것이지요(그래도 형이 나가서 형의 컴퓨터를 마음껏 쓰던 동생이 형이 돌아오면 느낄 듯 한 그 아쉬움은 남아있을 듯 하네요).

두 일화가 소개되었는데, 한 가지만 더.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일부는 그것이 원래는 '1%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99%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말이었다네요. 확신은 못하겠으니 그저 흘러가는 소문으로만...



덧. 꿈에서 음악을 듣고 깨자마자 그 음악을 적어내려가다가 순간적으로 놓쳐버리는 바람에 곡을 완성하지 못했던 한 뮤지션(아무래도 레넌이 아닐까 예상합니다만)이 기억나는데 정확히 누구인지 아시는 분?

덧2. 과학을 한다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껄끄럽기는 하지만, 진실은 필요한 부분에서만 추구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없는 것이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인간의 눈이 멀리 보게 된 것이 진실의 빛 덕분이었다면, 인간의 상상이 나래를 펼치게 된 것은 무지의 암흑 덕분이었으니까요. 글쎄, 제가 밤에 신기한 아이디어가 주로 떠오르는 것도 관련이 있으려나요? 어차피 과학자나 예술가나 핀트만 조금 어긋난 것이니까...라고 위안삼아 봅니다 ^^
Posted by 덱스터


조그만 장난감 컴퓨터들입니다. 흔히들 가지고 노는 레고라는 장난감 블록에 컴퓨터만의 특유의 확장성을 잘 접목시킨 모델로 보이네요.

사실 레고만 해도 엄청나게 자유도가 높은 장난감에 속하는데(더군다나 테크닉이라고 해서 나오는 것들은 완전한 기계들이지요. 지루해지면 다른 새 것으로 고치는 것이 가능한) 여기에 컴퓨터의 넓은 확장능력을 덧붙여주면 무엇이 만들어질지 잘 상상이 안 되는군요. 요즘은 무선으로 전력을 송수신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기술까지 융합시키면 말 그대로 최강의 장난감이 될 듯 싶습니다. 물론 그때에도 사내아이들의 로망은 변신로봇물...(응?)

예전에 블록을 연결시켜 기계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어디선가 주어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걸 이렇게 확장하는 방법도 있군요. 뭐 하긴, 사람은 노는 행위에서 자신을 느끼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덧. 이런 장난감들을 보면 확실히 샌드박스 게임들이 꾸준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일종의 지배욕이랄까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장난감들에서 느껴지는 묘한 쾌감. 물론 설계자의 뜻대로 전혀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제 과제제출용 로봇을 보면서 말귀를 전혀 못 알아듣는 대상에 대해 느끼는 답답함이 해소되는 기분, 그 기분이 가져오는 해방감도 하나의 인기 요인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요즘 하던 게임에서 속터지는 일이 있어서(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게임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불러온다니 아이러니하군요) 넋두리 좀 해 보았습니다 ㅠㅠ
Posted by 덱스터
<내용수정> Milgram 실험에 대한 설명이 조금 잘못되어서 고칩니다.(2009/01/21)

Never do anything against conscience even if the state demands it.
국가가 강요하더라도 양심에 반하는 짓은 절대 하지 말아라.

- Quoted by Virgil Henshaw in Albert Einstein: Philosopher Scientist (1949)
http://en.wikiquote.org/wiki/Albert_Einstein

계절학기로 '심리학개론'을 듣고 있습니다. 원래 관심이 많았던 분야라서 겨울방학에 할 일도 없으니 수업이라도 듣자는 마음으로 신청한 과목이지요. 금요일이 기말고사인지라 학기중에는 절대로 하지 않던 예습까지 해 가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Milgram(밀그램)의 실험이 나오는군요.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은 권위에 복종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주장에서 인용된 실험입니다. 지금 그 책이 수중에 없으니 교과서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합니다.

실험참가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실험자의 지시에 복종할까? 결과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Milgram 실험의 참가자 중 65퍼센트 정도가 가장 높은 강도의 충격을 주는 데까지, 실험자의 지시에 복종을 하였다. ...그렇다고 복종적인 실험참가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였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심하게 정신적 혼란을 느꼈다. 그들은 입술을 깨물기도 하고, 손을 비꼬고, 진땀을 흘리면서도 복종을 했다.[각주:1]

<내용 수정>
시간당 $4.50이라는 보수가 주어지는 실험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저 비율입니다. 물론 최고수준의 전기충격을 주는 비율은 경우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위의 경우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고 보조실험자(대학원생)가 충격을 지시하고 실험참가자가 충격을 내리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를 실험참가자는 단지 충격을 지시하는 역할만 하고 옆의 실험협조자가 충격을 내리도록 한 경우, 저 비율은 90%까지 솟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이 실험참가자의 바로 옆에 앉아서 충격을 받을 경우, 비율은 30%대로 급락했습니다.[각주:2] 교과서에서는 이런 몰인간화(dehumanization) 현상을 사람이 자기 자신을 도구로 느끼는 정도가 강해질수록 강화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도구로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느끼는 정도가 강할수록 개인적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각주:3]



사람은 권위에 복종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가끔씩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디서 어린 것이 눈을 부라려' 하면서 지팡이로 지휘를 하시는 할아버지들이 계신데, 이때 나이는 권위처럼 사용됩니다. 곳곳에서도 비슷한 일을 볼 수 있지요. 예비역들이 미필에게 '군대나 갔다 와라'라고 하는 것에서도, (저질)선생님들이[각주:4] '어디서 객혀?' 하면서 뺨에 풀스윙 서브를 날리는 경우 등등에서 말이지요. 이런 부당한 권위에[각주:5] 맞서 일어날 용기를 길러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용기를 기를 수 있을까요? Milgram 실험 연결된 링크를 타고 건너가 보았더니 재미있는 해설이 있습니다. 권위 앞에서 무릎을 꿇으려는 태도는 권위자가 자신보다 상황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전기 엔지니어가 더 이상의 충격을 주기 거부하던 일화를 제시합니다. 충격이 조직을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 충격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충격이 다시 가해질 것을 알 때의 느낌이 어떤지 자기는 잘 안다면서 거부했다는군요. 역시 아는 것은 힘입니다.

사람은 사회에 내던져진 경우 보통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행동합니다. 이런 점을 찾아내려는 학문이 사회심리학이지요. 참된 민주주의가 행해지려면 개인이 이런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을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텐데, 앞으로 사회심리학의 힘이 많이 사용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심리학, 참 매력적인 학문입니다.


덧. 권위에 대한 불복은 집단지성이 발휘되는데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권위는 다양성을 제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거든요.
  1. Henry Gleitman저 장현갑 외 6인 편역, 『심리학 입문』 4판, 시그마프레스, 2006, pp. 502~503 [본문으로]
  2. Ibid, pp.504 [본문으로]
  3.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경우 적군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데 머뭇거리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수류탄을 적진에 던지는 것은 서로 얼굴을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 주저하지 않지만, 얼굴을 마주보는 경우에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 다는 것이지요. [본문으로]
  4. 드물긴 하지만 없진 않습니다. 전 이런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는데(교수님이라면...음;;), 이건 정말 커다란 행운이겠지요. [본문으로]
  5. 탈권위가 좋긴 하지만, 권위 자체가 아예 없다면 무정부상태가 되겠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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