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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Fellowship 지원서를 작성하다 보니 서구권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outreach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쓸 말이 없나 고민하다 보니 물리학 관련 블로그를 운영중(한동안 바빠서 개점휴업하긴 했지만)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이것 저것 작성해둔 것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좀 더 뭔가 추가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먹고 사는게 급하면 이렇게 된다 =_=;;) 얼마 전 Schwinger-Keldysh formalism 관련 연습문제로 해보았던 Wilsonian renormalisation group 계산에서 배운 것들이 좀 있어서 정리해볼 겸 작성하는 포스트.

 

여튼, 재규격화와 관련해서 최근 깨달은 것이 있어 정리하고 있던 글이 다른 일에 치여 사느라 작성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바람에[각주:1] 이 포스트가 먼저 나오게 되었는데, 나중에 나올 재규격화 관련 리뷰(?)의 맛보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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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양자장론의 정의를 생각해보자. 양자장론을 정의할 때 직접적으로 정의되는 것과 간접적으로 정의되는 것들이 있는데, 가장 직접적인 것부터 나열해보기로 하자.[각주:2]

 

  • 양자장론의 정의(Lagrangian을 이용할 경우)에서 가장 직접적인 것은 operator content와 bare parameter이다. 정확히는 Lagrangian에 무엇을 적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
  • 다소 간접적으로 정의되는 것은 cutoff scale Λ. 보통은 UV cutoff만 정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IR cutoff도 정의한다(우주론이나 QCD를 하는 경우가 이에 대응)고 보는 것이 좋다.
  • 다음으로는 재규격화를 위한 regularisation scheme과 그에 딸려오는 computation scale μ. 여기서 기억해야 할 부분은 Λμ는 원칙적으로는 독립적인 변수라는 점이다.

 

가장 표준적인 regularisation scheme인 dimensional regularisation (dimreg)의 경우 UV cutoff와 IR cutoff를 조정하는 변수는 D=42εε이며, computation scale인 μ를 통해 간접적으로 UV/IR cutoff가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dimreg의 작동방식을 '적분이 발산하는 asymptotic region을 적분 구간에서 도려낸 뒤 해당 구간의 적분을 μ2ε의 적당한 상수배로 치환한다'로 볼 수 있기 때문.

 

세번째 포인트인 'cutoff scale인 Λ와 computation scale인 μ는 서로 독립이다'는 생각보다 깨닫기 쉽지 않은데, 양자장론 수업에서는 서로 다른 재규격화 군 (renormalisation group; RG) 사이에 존재하는 정의의 차이를 뭉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규격화 군을 단순하게 'computation scale μ를 변화시킬 때 그에 연동되는 parameter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만 배우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왜 computation scale을 바꾸는가?'란 질문을 비껴가서 생기는 문제이다. Computation scale을 바꾸는 동기에 따라 도입하는 재규격화 군의 정의와 해석이 조금씩 달라진다.

 

예컨대 Wilson 재규격화 군에서는 UV cutoff ΛUV와 computation scale μ가 연동되어 있는데 (사실상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Kadanoff block spin의 아이디어를 따라 'UV 자유도를 뭉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 Wilson 재규격화 군의 동기는 'IR 물리와 UV 물리 사이에 scale separation이 있다면 UV 물리를 정확히 몰라도 IR 물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이고, Wilson 재규격화 군은 'UV 자유도를 뭉갤 때, 어떻게 bare parameter를 조정해야 동일한 IR 물리계를 기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흔히 Wilson 재규격화 군의 마지막 단계에 추가하는 momentum rescaling은 등각장론에 대응되는 fixed point를 찾기 위한 도구로 봐야 한다.

 

재규격화 군의 다른 예시인 Gell-Mann & Low의 재규격화 군은 UV cutoff Λ와 computation scale μ가 완전히 독립적인 변수이고, 여기서의 목표는 '계산에 필요한 도표의 숫자를 줄이자'로 봐야 한다. 흔히 '큰 로그의 재합(resumming large logarithm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각주:3] ≪괴델, 에셔, 바흐≫Gödel, Escher, Bach에서 언급되는 '입자의 재귀성(self-reference)'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Kadanoff block spin의 아이디어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다른 아이디어.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언젠가(...) 쓸 재규격화 군에 대한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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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son-Fisher 고정점을 찾기 위한 시작점은 ϕ4 이론의 Lagrangian을 적는 것이다. 편의상 Euclidean 공간에서 계산하기로 하고, UV cutoff Λ를 도입한다. 점차 UV cutoff를 바꿀 예정이므로, 아랫첨자를 써서 어떤 UV cutoff에 의존하는 양인지 적어두기로 하자.

 

LΛ[ϕΛ]=12(ϕΛ)212m2Λϕ2Λ14!gΛϕ4Λ

 

이 꼴의 Lagrangian은 차원이 있는 bare parameter가 있어서 Wilson-Fisher 고정점을 기술하기에는 좋지 않지만 RG running을 보기에는 이 변수가 더 났다. Wilson-Fisher 고정점은 RG 방정식을 구한 다음 구하기로 하자.

 

다음은 UV cutoff를 Λ=Λ+dΛ로 내릴 차례 (dΛ<0를 택하기로 하자). 뭉갤 UV 자유도는 ΦΛ로 표기하기로 한다. 이렇게 자유도를 분해하면 다음과 같은 식을 적을 수 있다.

 

ϕΛ=ΦΛ+ϕΛ

 

이렇게 나눈 자유도를 Lagrangian에 대입하면 다음 결과를 얻는다.

 

LΛ[ϕΛ,ΦΛ]=12(ϕΛ)212m2Λϕ2Λ14!gΛϕ4Λ14gΛϕ2ΛΦ2Λ+[]12(ΦΛ)212m2ΛΦ2Λ

 

첫 줄은 우리가 처음에 시작했던 Lagrangian과 (ΛΛ으로 바꾸긴 했지만) 정확히 같은 식이고, 두번째 줄은 우리가 뭉갤 ΦΛ에 의존하는 항들이다. 여기서 ϕΦ3과 같은 항들은 momentum conservation에 의해 우리가 하는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에 대충 던져넣었다. 

 

다음으로는 Wilsonian effective action을 구할 차례. 새 effective action은 ΦΛ 자유도를 적분하는 것으로 계산한다. 구체적인 식으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각주:4]

 

eLΛ[ϕΛ]=exp([12(ϕΛ)2+12m2Λϕ2Λ+14!gΛϕ4Λ])×[DΦΛ]exp(14gΛϕ2ΛΦ2Λ)e12(Λ2+m2Λ)Φ2Λ

 

두번째 줄을 one-loop order에서 계산하면 다음 식을 얻는다.

 

log[[DΦΛ]exp(14gΛϕ2ΛΦ2Λ)e12(Λ2+m2Λ)Φ2Λ]=14gΛϕ2ΛΦΛΦΛVD,Λ+12!(g2Λ4)2ϕ4Λ×(2!)ΦΛΦΛ2VD,Λ

 

여기서 ΦΛΦΛ은 UV mode의 two-point function이고 VD,ΛΦΛ 자유도가 가진 위상공간의 부피(phase space volume)이다. dΛ<0을 기억한다면, 둘 모두 다음과 같이 근사할 수 있다.

 

ΦΛΦΛ=1Λ2+m2Λ,VD,Λ=1(2π)D×2πD/2Γ(D/2)×ΛD1|dΛ|=2ΛDdlogΛ(4π)D/2Γ(D/2)

 

이 계산을 정리하면 effective action을 다음과 같이 적을 수 있다.

 

LΛ[ϕΛ]=12(ϕΛ)212[m2Λ1Γ(D/2)gΛ(4π)D/2ΛDΛ2+m2ΛdlogΛ]ϕ2Λ=asdfasdfas14![gΛ+3Γ(D/2)g2Λ(4π)D/2ΛD(Λ2+m2Λ)2dlogΛ]ϕ4Λ

 

이 식에서 큰 괄호가 각각 m2ΛgΛ에 대응된다. 여기서 D=4로 고정하면 다음과 같은 running equation을 얻는다.

 

dlogm2dlogΛ=g(4π)2Λ4(Λ2+m2)m2,dloggdlogΛ=+3g(4π)2Λ4(Λ2+m2)2

 

UV cutoff가 ϕ의 질량보다 매우 클 경우 (Λm) running이 일어나지만 반대의 경우 (Λm) running이 멈추는 것을 볼 수 있다. Cutoff보다 질량이 작은 자유도만 running에 기여한다는 decoupling theorem의 예시라고 하겠다.[각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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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Wilson-Fisher 고정점을 구해보자. 이 경우 변수들을 무차원수로 기술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변수들을 다음과 같이 다시 적어준다.

 

ˉmΛ=mΛΛ,ˉgΛ=gΛΛD4,Λ=Λ(1+dlogΛ)

 

이 경우 재규격화된 질량 변수와 coupling 변수는 다음 관계식을 따른다. 

 

ˉm2Λ=ˉm2Λ[2ˉm2Λ+1Γ(D/2)ˉgΛ(4π)D/211+ˉm2Λ]dlogΛ,ˉgΛ=ˉgΛ+[(D4)ˉgΛ+3Γ(D/2)ˉg2Λ(4π)D/21(1+ˉm2Λ)2]dlogΛ

 

ˉgΛ 대신 ˉλΛ:=ˉgΛΓ(D2)(4π)D/2를 도입하면 다음과 같이 RG 방정식을 적을 수 있다.

 

dˉmΛdlogΛ=2ˉm2ΛˉλΛ1+ˉm2Λ,d¯λΛdlogΛ=(D4)ˉλΛ+3ˉλ2Λ(1+ˉm2Λ)2

 

Dimreg 변수 ϵ=4D을 도입할 경우[각주:6] RG 방정식의 근으로 ˉλ=ϵ3+O(ϵ2)ˉm2=ϵ6+O(ϵ2)를 얻는다. 이 근이 바로 Wilson-Fisher 고정점이 된다.

  1. 보아하니 1년 넘게 늦어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작성하다가 중간 즈음 그만둔 포스트가 워낙 많아서... =_=;; [본문으로]
  2. 등각장론은 조금 다른 정의를 취할 수 있지만 다음 기회에... [본문으로]
  3. Weinberg QFT 2권이 이 제목을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본문으로]
  4. 이 계산의 좀 더 다듬어진 버전을 FRG(functional renormalisation group)이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5. 그리고 한 교수님은 추천서 작성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마다 양자장론의 이해도를 묻는다고 이 질문의 변형(QED의 beta function)을 던저주셨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본문으로]
  6. D=42ε으로 정의되는 ε과는 다르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최근 수학자들과 작업할 일이 생기면서 양자장론의 형식적인 부분을 들여다볼 일이 생겼는데, 그러다보니 양자장론 한창 공부할 때 조금 보고는 때려친 axiomatic QFT 관련 지식들이 조금 도움이 되고 있다. Wightman function이라던가 point splitting이라던가 normal ordering이라던가 등등...[각주:1]

 

이 와중에 나를 한동안 고민하게 만든 문제가 있었으니 Feynman diagram 계산에서 tadpole diagram들의 존재.[각주:2] Feynman diagram은 S-matrix의 Dyson series 전개를 도표로서 재해석한 것이고, Dyson series는 interaction Hamiltonian에 대한 무한급수로 주어진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우리가 양자장론을 처음 배울 때 일반적으로 interaction Hamiltonian을 양자장의 normal-ordered product로 생각한다는 것과, Feynman diagram을 그릴 때 tadpole이 있는 diagram을 제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Feynman diagram에서 vertex는 interaction Hamiltonian에 들어있는 항들 중 하나에 대응된다. 따라서, 이미 interaction Hamiltonian이 normal-ordered product로 주어졌다면 같은 vertex에서 시작해서 끝나는 tadpole은 존재해서는 안된다. 해당 tadpole에 대응되는 contribution이 이미 normal ordering에 의해 제거되었기 때문. Tadpole은 그 spacetime point에서 생성된 입자가 다시 그 spacetime point에서 제거되는 과정에 대응되는데, normal-ordered product로 주어진 operator로서는 이런 과정이 있을 수 없다. 모든 annihilation operator가 우측으로 옮겨졌기 때문.[각주:3]

 

가장 단순한 해결방법은 Dyson series에 들어가는 interaction Hamiltonian이 normal-ordered product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따라와야 하는 질문은 '그렇게 고생해서 normal ordering을 정의했는데, 왜 실제 계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가?'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Wilsonian EFT가 답을 줄 수 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모든 양자장론은 (암묵적으로 UV cutoff를 가정하는) 유효장론이다. UV cutoff가 존재하지 않는 등각장론(CFT)이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등각장론은 UV cutoff를 임의로 높게 설정해도 수학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는 유효장론으로 여기는 것이 타당하다. Scale-free한 임계현상이 등각장론으로 기술된다고 해서 그 임계현상을 보이는 물리계를 무한히 확대해도 등각장론으로 기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헬륨-4의 람다점을 기술하는 등각장론을 원자핵 스케일인 1fm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니려면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위 관점을 도입할 경우 우리가 실제로 S-matrix를 계산하기 위해 그리는 Feynman diagram에 사용되는 vertex rule들은 (bare action에서 UV 자유도를 적분하여 제거(integrate-out)해서 얻은) Wilsonian action에서 유래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Feynman diagram에 집어넣은 vertex는 renormalised interaction Hamiltonian에 대응되며, 이 vertex를 확대해보면 내부에서 UV 자유도가 bare interaction Hamiltonian에 대응되는 vertex를 갖는 loop을 이루며 돌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표를 이용해 계산할 경우 bare interaction Hamiltonian으로부터 renormalised interaction Hamiltonian이 구해질 때 normal ordering에 대응되는 과정이 없으므로, Dyson series를 normal ordered된 bare interaction Hamiltonian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계산에 대응되는 renormalised interaction Hamiltonian은 더 이상 normal-ordered product가 아니게 된다. Wilsonian EFT를 가정할 경우 interaction Hamiltonian을 normal-ordered product로 가정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며, normal ordering을 가정하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tadpole diagram을 계산에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1. 여담으로 Peskin&Schroder에서 point-splitting regularisation을 ABJ anomaly 계산에 사용하는 모양이다. Axiomatic한 맥락에서만 봐서 실제 계산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줄은 몰랐지 =_=;; [본문으로]
  2. 빈 방문할 때 생각하기 시작했으니 거의 한달 가량 고민한 듯. [본문으로]
  3. 여담이지만 교수님들은 골치아픈 문제로 골탕먹이려는 학생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론입자물리 대학원생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학생이라면 이 문제를 사용해도 좋다. Use at your own peril and good luck.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24. 12. 7. 04:52 Daily lives

기록. 2024년 12월.

트위터에서 여러가지로 '아니 저렇게 반응할 일인가?' 싶을 때가 많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말을 남길 때가 많아서 계속 타임라인에 두고 있는 <블랙 스완>의 저자 Nasim Nicholas Taleb(@nntaleb)의 말 중 간간이 생각하게 되는 말이 있다.

 

"나는 자유롭기 때문에 내 의견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내 의견을 감추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위한 해외 교수 및 연구진의 시국선언문 서명

 

(첫?) D-day의 새벽이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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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풍화되고, 풍화된 기억은 기만한다. 어떤 기억이든 망각의 심연으로 침잠시키는 시간의 거대한 힘에 대해 미력하나마 저항했던 흔적을 기록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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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3일)은 오후 4시쯤 이륙하는 베를린-암스터담(환승)-타이페이행 비행기를 타기로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거의 끝나긴 했지만 계산이 다소 미흡하다(유효숫자 자릿수 부족)고 생각되어 조금 더 계산을 추가해보자고 합의하고 전 날 돌려놓고 퇴근했던 계산 코드의 결과를 확인할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연구소에 출근했고, 계산이 워낙 무거워서인지 밤새 새로운 계산 결과는 없었다. 1시 기차를 타고 공항으로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점심을 먹었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아직 점심을 먹고 있는 연구소 동료들에게 "happy new year"란 인사를 하며 (1월 초에 복귀 예정이었다) 점심 트레이를 반납하고는, 기차역으로 떠나기 직전 아침에 이사 관련 서류를 처리하느라 연구소에 없었던 공동연구자가 점심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는 논문을 언제 arXiv에 업로드할지 짧게 논의하고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가지러 기숙사로 출발했다. 역시나 신뢰와 정시의 Deutsche Bahn답게 기차역의 표 인증기(validator)는 고장나 있었고, 평소와는 달리 검표원은 인증을 못 한 표를 보고는 그냥 넘어갔다 (보통은 인증이 안 된 표에 볼펜으로 시간을 적어 수기로 인증한다).

 

공항에는 1시 반 조금 넘어 도착했다. 표를 발권하고 짐을 부치고 보안검색대를 지나 트위터/블루스카이 타임라인을 연 것은 2시 49분. 비상 계엄이 선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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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을 계속 내려 새 소식을 업데이트(doomscrolling)하다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의 맨 뒷 좌석에 앉았는데, 흥미롭게도 왼쪽 대각선 앞에는 스마트폰으로 계엄령 관련 뉴스를 보고 있던 두 명의 한국인들이 있었다. 한국어로 말을 걸 생각은 안 했지만.

 

암스터담에 도착했을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안부를 묻는 대만 공동연구자의 Skype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암스터담에 방금 내렸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회신을 보낸 후에는 다시 doomscrolling.

 

다행히 출국 심사를 지나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물론 계엄령 해제는 행정부의 업무이므로 한동안 긴장상태가 계속되었고, 비행기를 탑승하고 대기하던 도중 10분 후 대통령 담화가 있을 것이란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곧 이륙이기에 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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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을 비행하는 속에서 비행기 wifi를 쓸 수 없나 찾아보다가 KLM에서는 메신저용 wifi는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카오톡을 열었고, 계엄령이 해제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1차 파동이 끝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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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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