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글(요즘엔 마음으로 바뀌었지요)당 좋아하는 대사나 구절을 써보자는 태그에 올렸던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뭐 어때요?
1.
1. 내가 만약 다른 이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뉴턴: 땅딸막한 훅을 디스하기 위한 멘트였다는 말이 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보통 뉴턴의 겸손함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주로 인용되지만, 라이벌이었던 훅( $F=-kx$의 Hooke)을 디스(...)하기 위해서 날린 멘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만 이 표현을 편지에 적었을 때 당시에는 훅과 아직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시절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하는군요.
2.
2. 파인만식 문제해결법: 1) 문제를 쓴다 2) 잘 생각한다 3) 답을 쓴다 -겔만: 의외지만 파인만식 접근에 대한 디스였다고. 겔만은 파인만의 부고를 패드립에 가깝게 쓸 정도로(...) 앙숙이었다고 한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시드니 콜만의 253a 양자장론 렉처노트에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 파인만 알고리즘에 대한 정리 페이지도 있네요. 둘이 워낙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한지라 약간의 경외를 담아 비꼬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고 말고도 둘이 견원지간이었다는 사례로는 겔만이 파인만이 제시한 원자핵의 파톤(parton) 모형을 갖고 희랍어랑 라틴어 어원을 짬뽕시킨 잡탕 이름이라며 깠다는 일화도 알려져 있죠.
3.
3. 물리학 외의 과학은 우표수집에 불과하다. -러더퍼드: 1908년 노벨우표수집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이다. 정확히는 화학. '원소의 붕괴 및 방사성 물질의 화학'에 대한 공로로 수여.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대규모 어그로를 끄는 발언을 해 놓고 그 발언에 뒤통수를 맞은 사례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더군요(...) 러더포드는 천운이 따랐던 물리학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족을 도와 농사를 하다가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할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것이 내가 파는 마지막 감자다!"라고 외쳤다는 일화도 있고, 여튼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4.
4. 닥치고 계산이나 해. -파인만: 양자역학에 대한 말. 하지만 후대에 만들어진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교수님이 양자물리 시간에 언급하신 3대(?) 양자역학 해석 중 당당히 한 기둥을 차지하는, "Shut up and calculate!"입니다. 3번이 물리학과 희망편이라면, 4번은 물리학과 절망편(...)이 되겠지요. 실제로 파인만이 이 말을 했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다만 아직도 널리 사용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유효한 접근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5.
5. 엔트로피라고 불러. [...] 어차피 엔트로피가 무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으니 논쟁할 때 유리할꺼야. -폰 노이만: 섀넌의 새로운 함수에 대해서 한 말. 양자정보를 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휘몰아치는 엔트로피의 폭풍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통계를 빡세게 다루시는 분들에게 듣기로는 정보 엔트로피는 확률 분포를 다루면 자연스럽게 언급하게 되는 단어라는군요. 처음 접한 곳은 Petz의 Quantum Information Theory and Quantum Statistics이지만 wikiquote에도 실려 있습니다. 정말 적절한(?) 조언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엔트로피는 공부할수록 더 모르겠더라구요(...)
6.
6. 이 논문은 너무 엉망이라 틀리지조차 못했어. -파울리: 당대 모든 이론물리학자들을 박살내고 다닌 대법관. 실험장비의 심판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신을 안 믿는 실험물리학자들도 실험실에 들이길 꺼려했다고.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Not even wrong. 피터 보잇이 끈이론을 까려고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4번과 완전히 반대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교수님께 직접 '의미 없는 기호 놀음은 하지 마라'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보니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7.
7. 슈바르츠, 오늘은 몇 차원에 있냐? -파인만: 슈바르츠(Schwarz)는 끈이론에 중요한 공헌을 한 물리학자. 파인만은 당시 잉태중이었던 끈이론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차원은 주어지는 것이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믈로디노프의 Feynman's rainbow에 실린 일화입니다. 어째 제 전공을 디스하는(...) 말만 연속으로 가져왔는데, 현실에 발 붙이는 것은 중요하다는 자기 다짐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8.
8. 너 돌았구나. -다이슨. 파인만이 경로적분에 대해 설명하자 보인 반응이라고 한다. 하지만 파인만이 옳고 양자역학은 생각보다 더 돌은 물리학이라는게 밝혀졌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You're crazy. 일부러 어감이 세도록 번역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Lancaster&Blundell의 Quantum Field Theory for the Gifted Amateur에 실린 일화입니다. 파인만의 박사학위가 경로적분이었는데, 그 박사학위를 보면 경로적분을 개발한 이유가 '전자기장을 무한 개의 조화진동자로 보지 않고 계산할 방법을 찾기 위한 시도 중 하나'라는게 나옵니다. 한 입자가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거울상과 상호작용하는 모형이 등장하죠.
9.
9. 그게 맞으면 물리 때려쳐야지. -캐롤. 우주론/끈이론 학자이자 널리 쓰이는 일반상대론 교재 저자. 양자역학에 대한 베이지언 해석에 대해 남긴 코멘트로, 사람들은 아직도 양자역학을 어떻게 해석하는게 옳은가는 일단 덮어두고 보는 경향이 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7일
2014 World Science Festival에서 열린 양자역학에 대한 토론에서 한 말입니다. 물리 하시는 분들이라면 꽤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토론이니 한 번 정도 들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겁니다. 이 토론에서는 코펜하겐 해석, QBism, 에버렛해석(Everettian interpretation), 그리고 봄 역학(Bohmian mechanics) 네 관점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 봄 역학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양자장론에서 입자를 다루는 방식과 너무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0.
10. 그래서, 어디에 있는데? -페르미: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토론하다 던진 말.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이 그렇게 높은데 왜 아직도 못 만났는가'는 페르미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아마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을 자주 봐서 그럴거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페르미의 역설은 잘 알려진 편이니 제가 더할 말이 없군요. 만난 기억이 없는 이유가 검은 양복의 사람들이 아니라면 다른 가능성으로는 우리가 바로 젤나가이기 때문일수도 있겠지요(...)
11.
11. 신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 -보어: '신은 주사위놀음을 하지 않는다'에 날린 멘트. 아인슈타인은 보어에게 깨지는 게 일이었다 한다. 다만 EPR 역설로 1주일 간 보어를 닥치게 하는데 성공하고 그 뒤 보어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누그러졌다고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아인슈타인은 평생 양자역학을 못마땅해 했다고 하죠. 양자역학을 못마땅해 한 이유는 환원론을 근본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양자적 얽힘이란 A와 B가 있을 때 그 둘을 동시에 봐야지 A 따로 B 따로 본 뒤 그 결과를 합치는 것으로 전체를 절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12.
12. 신이 왼손잡이라니!-파울리: 우젠슝 박사의 중성미자 P 대칭 깨짐 실험에 대한 반응. 우리는 신이 왼손잡이라는 사실로부터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가 좌빨임을 알 수 있다. #뭐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P 대칭이란 거울상 대칭을 말합니다. 어떤 물리 과정을 그냥 찍은 것과 거울을 통해 찍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성미자 P 대칭 깨짐 실험이란 코발트 60 베타붕괴 실험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였고, 파울리는 돈을 걸었다면 많은 돈을 잃었을 것이라 평했다고 합니다.
13.
13. 많은 사람들이 논문에 실수를 해.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I, never)-파울리: 바이스코프가 기초적인 논문에서 틀렸다고 파울리에게 가서 물리 그만두어야겠다고 징징댈 때 받은 답변. 실로 이론물리 대법관다운 발언이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Crease&Mann의 The Second Creation에 실린 일화입니다. 실제로 파울리가 숙청(?)하고 다닌 유명한 이론물리학자 중에는 양-밀스 이론의 양전닝(C. N. Yang)도 있습니다. '질량이 어디로 갔냐'는 질문이었지요.
14.
14. 지금 세상에서 왜 별이 빛나는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미상: 별을 보고 감탄하는 애인에게 한 말로, 에딩턴/베테/후터만스 등이 이 일화의 주인공으로 지목되는데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른다. 불륜 상대(=_=;;)였다는 썰도 있음(...)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물리학자중에는 바람둥이(...)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 꽤 되다 보니 핀포인트로 찝어내기가 힘들군요.(...)
15.
15. 이 분은.. 이 분은 위그너의 동생일세. -디락: 집에 방문한 학생이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누구냐고 물었을 때 한 대답. 위그너의 동생인 마지 위그너(Margit Wigner)는 디락의 아내였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디락은 말이 없기로 유명했지요. 밥상에서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기를 강요했던 아버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는 불어를 할 수 있어도 불어를 쓰는 일은 없었다고 하네요.
16.
16. 그건 코멘트이지 질문이 아닌데요. -디락: "칠판의 오른쪽 위 공식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란 말이 나온 뒤 침묵이 흐르자 사회자가 질문에 대답하고 싶은지 물어봤을 때의 반응. 디락은 말이 없기로 유명하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연속으로 소개하는 일화 말고도 디락의 지나친 논리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일화가 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와 일본으로 가는 크루즈 위에 올라탔을 때의 일화로, 하이젠베르크가 여자들과 춤을 추면서 '좋은 여자들과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야'라고 말하자 거기에 '어떻게 미리 좋은 여자들인지 아는거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17.
17. 수학은 이해하는게 아니야. 익숙해지는 거지. -폰 노이만: method of characteristics라는 PDE 풀이법을 잘 모르겠다는 물리학자 친구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폰 노이만도 이해하지 못했단 말이지... #한숨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비슷한 말을 수학자도 했다고 알고 있는데, 레퍼런스는 확실하지 않네요. 다른 기억나는 구절로는 '수학은 규칙놀이이다'도 있었는데, 이건 누가 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여튼, 수학 어려워요...
18.
18. 카다피가 일반상대론을 배웠더라면 비뚤어진 세상에서도 곧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거예요. -J.K. Lee: 교수님이 과제에 인용된 카다피의 '비뚤어진 세상에서 곧기란 불가능하다'에 대해 일반상대론 강의시간에 남기신 코멘트.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무언가 아스트랄한데 반박할 수 없는 옳은 말이라는 점에서 좋아합니다(...) 카다피의 해당 멘트는 "It is absolutely impossible to be straight in a world that is crooked"이며, 일단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도로변 하수구에서 발견된 그 독재자가 맞아요.
19.
19. 물리는 상식으로 하는거예요. -S. J. Rey: 교수님이 통계역학 시간에 11차원 같은거에 현혹되면 안된다면서 남기신 말. 그렇게 난 몰상식한 인간이 되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약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이 말을 하신 교수님의 전공이 끈이론입니다. 전 이 교수님께 여러 가지 의미로 영향을 받았죠(...).
20.
20. 선을 얻으려면 천 개의 값은 있어야지. -윌킨슨: 살람이 데이터 세 개(...)를 갖고 직선 그래프를 그려오자 한 말. 빡친(?) 살람은 결국 실험물리를 때려치고 이론물리로 간 뒤,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이것도 Crease&Mann의 The Second Creation에 실린 일화입니다. 실험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21.
21. 어젯밤동안 계산했다니 무슨 소리야, 내가 한 달이 걸렸구만. -슬로트닉(Slotnick): 전자-중성자 상호작용을 쓰는 두 방법이 다른 결과를 낸다는 말을 듣고 흥미가 돋은 파인만이 밤새 계산해서 계산결과를 비교해보자고 했을 때의 반응.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결과는 같았고, 이 때 파인만은 자신의 다이어그램이 새로운 방법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파인만 계산이론 강의록 부록에 실린 일화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이어그램이란 파인만 도형을 말합니다. 파인만과의 나쁜 사이를 자랑했던 겔만은 파인만 도형이라는 이름 대신 슈튀켈버그 도형(Stueckelberg diagram)이라 불렀다고 하죠(...).
22.
22.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파인만: 지도교수인 휠러가 첫 미팅에서 회중시계를 잘 보이도록 드러내놓자 파인만은 두 번째 미팅에서 자신의 회중시계를 가져와서 휠러에게 잘 보이도록 책상 위에 놓았다고 한다.(대사/구절이라 하기엔 애매하지만)
— Dexter Kim (@AstralDexter) 2015년 11월 18일
상당히 많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일화인데, Gleick의 Genius: The LIfe and Science of Richard Feynman에도 실려있고 Cropper의 Great Physicists: The Life and Times of Leading Physicists from Galileo to Hawking에도 실려있습니다. 정작 제 자신은 이 두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무언가 부조리하군요.(..)
다음은 수학쪽 어록. 오랜만에 태그가 부활했길레 분위기를 바꿔 보았는데, 새로운 글로 뽑아내기엔 너무 적고 누락시키기엔 아까워서 접어둡니다.
더 양을 늘리는 것은 무리인 관계로 태그가 붙어있는 트윗은 삭제처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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