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라는 인물이 있다. 무신론자로 꽤 악명 높은 사람인데, 이전에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라는 책을 써서 상당히 유명해졌다.

원래는 다른 사진을 찾아 쓰려고 했는데 격뿜 → 당첨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이 사람은 이런말을 한다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조금은 웃기지만, 도킨스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근본주의 기독교가 미국의 합리적 이성을 갉아먹고 있다'라고 알고있다. 위 강연의 진행자와 동일한 입장에 서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천지창조'가 '지적설계'라는 이름만 바뀐 형태로 돌아다닌다고 알고 있는데, 얼마 전에 도킨스가 여기에 대해 반박하는 책을 내었다고 들은 것 같다. 제목은 잘 기억이...

사실 지적설계를 가장 잘 비꼰건 FSM... RAmen!!

강연 내용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기는 하지만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문제만큼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펙터가 한 'GMO는 화학약품으로 처리한 음식이 아니다'라는 말은 분명히 맞지만, 그게 그렇다고 GMO가 안전하다는 말을 해 주는 것은 아니다. 꽤 고전적인 예이긴 하지만 독일에서 개발된 수면제였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의 선례가 있지 않은가? 특정 아미노산을 생산하도록 되어있는 유전자라도 그 유전자가 생물체에 들어갔을 때에는 꼭 그 아미노산만 생산하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 유전자가 잘못 읽혀서 엉뚱한 화합물, 최악의 경우에는 독극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임상실험에서 이런 위험성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기는 하겠지만, 실제 들에 식물이 심어졌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는 일이다.[각주:1] 극단적인 경우 수분이 다른 종의 꽃가루로 엉뚱하게 이루어진다면(또는 다른 종에 엉뚱하게 수분이 이루어진다면) 실제 자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것이다. 과학이 유능하다고는 하지만 전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상상력 말고 전능한건 없다니까 그러네

이전에 썼던 글중 하나에서 잠깐 끌어왔는데 유명한 SF작가중 하나인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쓴 수필 중에는 과학기술에 대해 '우리는 과학기술을 버릴 수 없다'고 주장한 글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기술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테크노크래시(Technocracy)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는 우리가 익숙해진 기술을 버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에 동아리 사람들과 토론하다가 꺼냈던 말인데, 지금은 지진이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라서 지진때문에 죽은 사람들에 대해 슬픔의 감정밖에 못 느끼겠지만 만약 미래에 지진이 예방할 수 있는 재해가 되고 이 일을 맡은 사람의 실수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 지인이 죽게 된다면 그 때 느끼는 감정이 지금의 슬픔과 같을까? 전혀 다를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예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은 살인자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고, 유족들은 분노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 아닌가. 기술이라는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로 올라왔으면, 다시 그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완전한 망각 없이는 불가능하다.[각주:2] 테크노크래시의 문제점은 시민사회가 기술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사실 과학이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 강연은 별로 의미없을지도 모른다.
  1. 전통적으로 육종은 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런 위험이 적다. [본문으로]
  2. 절대적인 이상향이 사라진 이 시대에 진보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완전한 망각 없이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때 진보하였다고 말한다' 이상하의 『과학철학』에서는 과학에서의 진보를 이렇게 정의한다. 모든 가치가 상대적인 것으로 변한 이 사회에서 진보를 말한다면 이렇게 말해야만 하지 않을까 싶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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