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과제의 끝이 드디어 보입니다! 이제 남은건 너트를 조이고 종이를 붙이는 데코레이션 작업뿐, 다른 깎고 줄질하고 구멍파는 일들은 이제 안녕입니다. 워낙 재료를 알뜰하게 쓴 탓에(사이즈 자체를 작게 설정한 탓도 있겠지만요) 재료가 많이 남은데다가 자투리로 남은 재료가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오랜만에 장난기를 발동했습니다. 평소에 생각하던 악세사리 디자인을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죠.

크기는 중지 크기정도로 무언가를 연결하기에는 웬지 짧은 느낌이 드는 크기의 알미늄 판을 사용했습니다. 워낙 두꺼워 굽히기 힘든 3미리 두께의 알미늄 판이라 마땅한 다른 사용처가 없는 것 같더라구요. 프로젝트도 막바지에 다다른 데에다가 상당히 많은 디자인을 한 터라(과제물 하나의 디자인 70% 이상은 제가 했습니다. 물론 제일 깎기 힘든 부품도 몇개는 제가 깎아서 팀 내에서 한 일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죠.) 그 기여도가 인정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조금 손보고 있는 상황이니 사진 공개는 나중에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제 블로그의 파비콘(favicon)인 D와 S를 합친 문양이었는데, 이걸 어쩌다가 보니 디자인이 조금 이상해져서 용(??)처럼 보인다는 친구들도 있더군요. 워낙 알아보기 힘든 디자인을 택한 탓도 있겠지만, D자가 닫힌 D자가 아닌 열린 D자여서(그러니까 G처럼 안의 구멍이 밖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여서) D와 S가 하나의 곡선으로 보이도록 설계한 탓도 있겠더군요. 완성되면 당분간 블로그 메인사진으로 이용할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기계공작실은 역시 먼지의 성지이군요. 오늘도 돌아와 보니 코가 많이 막혀 있습니다. 이러다가 진폐증에 걸리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인생은 굵고 짧게라는 말도 있지만, 전 굵고 길게 살고 싶거든요. 2008년의 10월이 시작되었는데, 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oct 3, 2008 - 2:02 +9:00
악세사리 최종본 공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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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30. 21:25 Daily lives

운수 없는 날

아침 샤워 후 발을 씼다가 일어나면서 수도꼭지와 뒤통수가 조우한 이후 오늘 하루 일진이 참 즐겁지 아니하네요. 아직도 뒷머리 한가운데가 불룩 솟아올라 있어서 살짝만 눌러줘도 눈물이 찔끔 납니다. 내일 아침엔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네요. 근데 이게 솟아오른 모습을 만져 보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 일주일은 가는 것처럼 일주일동안 계속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오늘은 전공수업때문에 작업실에서 톱밥가루와 함께 살았더니 코가 막혔네요. 약간 감기기운이 있는것 같긴 하지만, 코만 막히고 재채기는 사라져서 다행입니다. 그러고보니 다음주 화요일이 과제 제출일이란걸 생각해 보면, 이번 주 내내 톱밥가루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곧 있으면 중간고사도 시작할텐데, 좀 씁쓸하군요. 그래도 대충 과제물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잘만 하면 내일 9시까지 작업실에서 붙들어 매고 끝을 볼 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봤자 락카 냄새와 다음주 화요일까지 살게 되겠지만 말이지요.

요즘 멜라민인가 하는 중국산 독성물질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이거에 걸린 식품이 하두 많아서 도데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무엇인지 공개하는게 더 빠르겠다는 느낌마져도 듭니다.(그렇지만 '멜라민크림'의 공격에 '서울시민'은 면역이라는 한 댓글은 참 씁쓸한 웃음을 안겨주더군요.) 젖소에서 짜낸 우유 1톤에 각종 첨가물을 넣어서 50톤으로 만든다는 소문을 듣기도 했고(정말 이럴거면 우유는 왜 넣는 것일까요?), 멜라민은 원래 넣으려던 것이 아니라 다른걸(질소비료라고 하더군요 -_-) 넣고 가열해서 살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기사도 본 것 같은데, 누군가 말한 판타지랜드라는 단어가 정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 주는군요.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입니다.

참, 이준구 교수님이 종부세 관련해서 쓴 글이 있더군요. 좀 읽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링크 걸어 두지요.


뭐 여기도 중국처럼 판타지랜드가 다되가는데 무슨 상관입니까. 이탈리아처럼 비만 와도 정치인 욕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정치판이 개판인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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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뭐 역시 주말에 연속으로 12시간 이상 잠이나 퍼질러 자다가 뒤늦게 안 해놓은 과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는 부랴부랴 하느라 밤잠을 거의 설쳤습니다만 당신의 주말은 어땠나요?

커플인 분들은(전 아닙니다만) 그/그녀와 함께 재미있는 주말 보내셨나요?

솔로분들은 뭐 저랑 비슷한 주말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하고요(먼산 -_-;;).

아 뭐 그래도 미팅 하나정도는 하셨겠지요.(전 그것마저 귀찮아하는 마법사가 되가고 있습니다만)

08년 9월의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모두 알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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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김정욱, Where vividness comes from, 서울, 2008

누구에게는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일지 모르지만, 이어폰은 나에게는 필수품은 아니다. 어릴적부터 음악과는 좀 멀리있는 삶을 살았던 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음악은 단편적인 일상에 뭔가 모를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공부를 하면서 심심한 귀를 놀려주기 위해 이어폰을 꽂는다. 공부가 즐거워지고, 알 수 없는 생동감이 핏줄을 흐른다. 생동감이 전해오는 선. 나에게는 이어폰이 그런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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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27. 19:17 Daily lives

씁쓸하다.

사람이 죽었다.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이 죽었다.

기륭전자 문제(여기는 비정규직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다)로 투쟁(싸운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으나, 기본적으로 강자대 약자의 구조에서는 약자의 투쟁이라고 서술하는게 옳으리라 생각한다)하다가, 지병이었던 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딱히 기륭전자 이사회가 죽였다고 할수는 없는 사건이긴 하지만(부당해고로 암을 얻었다고 하기엔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이 일로 어느정도 이사회에 화살이 돌아갈 것은 분명하다.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좀 씁쓸하다. 의도적으로 노조측이 사망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이것이 옳다 옳지 않다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일들이 누군가의 죽음을 이용해서 일어났다. 419도 그러한 면이 있고, 518, 6월항쟁도 그런 면이 있으며, 만주사변도 그런 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것보다는 이런 노조측의 의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많이 씁쓸하다. 사람이 죽었으면, 죽은 사람에 대해 애도를 표하지는 못할 망정 죽은 사람까지 엮어서 싸잡아 비하하는 행위는 무어란 말인가. 죽음을 이용하려는 노조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죽은 사람까지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죽은 사람이 무슨 죄란 말인가.

권명희 씨, 난 당신의 얼굴을 모르고 당신도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하리라 생각하지만, 당신의 죽음에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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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앞서 이 글은 비전문가의 글이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앞서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를 위한 글이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루키의 하모니카 무작정 시작하기

1. 벤딩이 뭔가효?

벤딩이라는 용어의 유래는 다름아닌 기타입니다. 기타에 벤딩주법이라는 것(전 기타는 문외한이라 뭔지는 잘 모르지만 기존 음보다 음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군요)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하지요. 다이아토닉 하모니카가 기본적으로는 기타와 한 세트로 쓰이던 악기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모니카 전문 매장에 가 보시면 목에 거는 하모니카 홀더가 있습니다. 그걸 목에 걸고 하모니카를 끼워 맞춘 다음, 입으로는 하모니카를 불고 손으로는 기타를 치는 멀티태스킹을 보여주는 거지요. 인터넷 동영상을 잘 찾아보면 이런 장면은 흔합니다.

아, 여기 하나 있네요. 무단 펌은 죄송합니다.(..)

[Flash] http://action.buddybuddy.co.kr/OSD0120080622000017498414


하모니카를 목에 건 것 잘 보이시죠?

그건 그렇고, 도대체 벤딩이 뭔가효? 이 질문에 답할 차례가 된 것 같군요. 벤딩이란 고급주법중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 한 구멍에 해당되는 두 음중 높은 음을 낮추는 주법을 말합니다. 다른 종류의 하모니카에서는 잘 구현되지 않는 주법이라서 단음하모니카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6번 구멍까지는 마시는 음을 벤딩할 수 있고 7번 구멍 이후부터는 부는 음만 벤딩할 수 있지요. 사실 6번 구멍까지도 불어서 음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건 오버벤딩(오버블로우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이라고 하는 다른 고급 주법(벤딩보다 매우 어렵습니다)이니까 지금 당장은 스킵하자구요.(..)

뭐 단음 하모니카를 불어보신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저음 영역에는 A음이 없습니다(C키 기준). 라가 없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흔하디 흔한 노래 하나 제대로 소화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당장 애국가만 봐도(애국가가 흔하디 흔한 노래라는 말은 아니에요 ㄷㄷ) 라가 없어서 중간중간에 템포가 끊기지요. 이래서 벤딩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단음하모니카에 없는 음을 만들어내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중 하나이기 때문에,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를 잘 불려면 필수적이지요. 학교종이 땡땡땡을 저음영역에서 부는데 '솔솔 시시~' 하면 이상하지 않습니까?(뭔가 예가 부적절한 것 같지만 일단 쓰고 보자)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단음하모니카의 벤딩이라는 주법으로 만들어지는 음 자체의 특징에 있습니다. 단음하모니카는 '블루스하프'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블루스는 음악의 한 장르인 블루스음악을 말합니다. 벤딩으로 만들어지는 음은 뭐랄까 짐승(?)이 울부짖는 느낌이 나는데, 이 특징이 블루스음악에 아주 어울린다는군요. 전 일단 음악이라면 중학교 이후로 때려 쳐서 블루스다운 음이 무슨 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벤딩으로 만들어낸 3번 구멍의 라음은 뭔가 소리가 독특합니다.


2. 그러면 벤딩은 어떻게 하면 되는거죠?

자, 이제 벤딩을 익혀 봅시다! 일단 벤딩을 하는 방법을 익혀야겠지요? 전 글에서도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한 음을 명쾌하게 오래 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작해 보도록 하지요.

일단 벤딩이 어떤 현상으로 인해 소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애석한 일이지요. 하지만 이렇다고 벤딩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요. 어떤 원리에 의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누군가는 벤딩을 할 줄 아니 말이죠(저부터 시작해서요 ^^). 마치 만유인력이 존재하는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던진 사과는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하려나요?

잡설은 그만두고, 이제 벤딩을 시도해 보아요 ^^. 벤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말이 있는데, 전 이 방법을 선호해요.(마시는 음 벤딩 말하는 겁니다) 그 휘파람 아시죠? 휘파람을 불 때 음이 낮아지는 과정을 생각해 보세요. 그걸 하모니카를 통해 공기를 마실 때 똑같이 적용하는 거랍니다. 이걸 부는음에 적용하면 뱉는음 벤딩이 되는 것이구요.(이건 생각보다 잘 안되더군요 ㅠㅠ)

또 음을 마시는 각도를 달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뭐 둘이 얼마나 다르겠냐만, 이렇게 배우는 경우엔 나중에 고정된 각도에서 벤딩을 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을 갖기도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요. 뭐 어찌되든간에 일단 설명은 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일반음을 만들어 낼 때에는 구멍에 수직하게 바람을 마시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리드와 평행하게 바람을 마시는 것이지요. 이러지 않으면 음이 약간 왜곡되어 버립니다(이게 벤딩이지요). 아래 그림을 보시면 대충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림판 그림실력은 이해해 주세요;;

실제로 전 벤딩을 1번 구멍에서 제일 먼저 할 수 있었는데, 그게 의도하지 않은 위와 같은 벤딩이었습니다. 원래는 입술로 다른 구멍을 막아버리는 연습을 하려고(보통 윗입술로 많이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래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아, 물론 지금은 윗입술로 막는지 아니면 둘 다 막고 있는지 마땅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모니카를 약간 기울였는데, 음이 이상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벤딩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요즘은 모든 구멍에서 마시는 음 벤딩을 할 수 있지요.(부는 음 벤딩은 아직도 좀 힘들더군요. 그리고 부는음은 티 자체가 잘 안나는 것 같아요.) 여튼, 이 방법이 벤딩을 시작하는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 합니다. 단, 나중에는 하모니카를 들썩거리지 않아도 되도록 기울이지 않고서도 벤딩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는 것 잊지마세요~!

이번 글은 이정도 쯤에서 마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다음에는 무엇으로 뵐지 고민해야 겠네요. 이 글도 쓰는데 두달이 넘게 걸린 것 같은데 어쩌지...

Posted by 덱스터

2008. 9. 25. 22:05 Writer

글을 쓴다는 것

사람들은 글을 쓴다는 것을 종이라는 그릇에 먹으로 정제된 생각을 집어 담는 것으로 생각한다. 분명히 걸러지고 또 걸러져서 잘 정돈된 생각을 담은 글은 향기가 난다. 하지만 낙서처럼 휘갈겨 댄 글들은 시궁창에나 어울리는 글들일 뿐일까? 물론 그런 글들은 대부분 눈이 썩어들어갈 것만 같은 쓰레기들이기는 하지만, 잘 찾아보기만 한다면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찾을 수 있다. 300년간 수학자들을 괴롭혀 온 어느 책 귀퉁이의 낙서가 그러한 원석의 하나이고, 절망에 젖어 길을 걷다가 의자에 걸터앉았을 때 엷은 가로등 불빛에 비친 한줄의 희망적인 글귀가 그러한 보석의 하나이다. 무심코 써낸 글이 꼭 나쁜 것은 아닌 것이다. 생각해 보건데, 생각을 거르고 걸러서 씌여진 글이라도 향기 아닌 향기가 나는 글도 있었다. 결국, 글이 생각을 거를수록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대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무엇이 좋은 글을 만드는 것일까? 그건 생각의 깊이가 아닌가 싶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그것이 내면화되어 굳어진다면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도 스쳐지나간 한 방울의 향수와 같은 진한 향기를 내뿜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아무리 거르고 거르더라도 원래 가졌던 생각이 인분과 같다면 악취를 풍길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컴퓨터를 공부하면서 배웠던 GIGO(Garbage In Garbage Out)라는 단어는 전자회로뿐만 아니라 뇌 속의 사고회로에도 적용되는 것이다.[각주:1]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의 깊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의 깊이를 깊게 할 수 있을까?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을 넓히는 것이 답일까? 많은 사람들은 많은 지식이 깊은 사고를 보장해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생각의 깊이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지식은 분명히 세계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까지나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마치 흐린 공과 같아서, 그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공 안에 들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세계에 대한 이해이며, 지식은 이 세계라는 공을 바라보는 시점을 많게 해 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방향에서 공을 바라본다면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좀 더 자세히 볼 수는 있겠지만, 결국엔 어느 정도 이상에서는 더 이상 자세히 볼 수 없게 된다. 공 속의 안개를 뚫고 그 안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지식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각주:2]

그러면 어떻게 해야 생각의 깊이를 깊게 할 수 있을까? 난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통찰력은 이 안개 속을 뚫고 볼 수 있는 능력과 같아서, 더 적은 지식으로도 흐린 공 속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통찰력은 지식으로는 깊어지지 않는다. 통찰력을 기르는 방법은 반복적인 사고 뿐이다. 이미 결론내린 사항에 대해 다시 한번 고려해 보고, 여기저기서 틀린 것은 없나 다시 고려하는 것, 이런 것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내는 것.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사고의 깊이를, 통찰력의 깊이를 깊게 할 수 있다. 수많은 것을 아는 만물 박사더라도 노스님의 통찰력에는 힘을 못 쓰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것이다. 만물 박사는 아는 것이 많더라도 그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느라고 깊게 사고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매일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는 노스님의 통찰력과 지혜에 못당하는 것이다.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그것은 나도 별로 다르지 않아서, 글에 향을 담을 줄 아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이렇게 글을 잘 쓰려면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물론 사람은 생각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존재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도 얽혀있는 인간 모습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늘부터라도 더욱 생각을 부지런히 하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1. 여담이지만, 이렇게 많은 법칙이 원래 만들어진 곳 말고도 다른곳에 많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을 보면 '세계는 양파 껍질과 같아서 모든 법칙은 서로를 닮아 있다' 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본문으로]
  2. 르 봉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많은 지식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믿음일 뿐이라는 것이다.(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적인 근거도 제시되어 있었으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것을 근거로 르 봉은 의무교육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난 이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의무교육은 원래의 사회에서는 발견되지 못했을 보석을 발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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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25. 01:20 Interests/Photos

아침 해

김정욱, 아침 , 제주시, 2008

힘들었던 자전거 여행을 끝마친 후 다시 육지로 돌아가는 날, 그날 아침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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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Stanford prison experiment로 유명한 교수의 강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진정한 강한 사람'은 자기 주변의 상황에 적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주변의 상황을 만들어가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요즘 군대 문제로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강의석 군은 강한 사람의 하나인 것 같다. 지금의 징병제에 대한 암시적 동의 상태를 정면돌파하려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물론, 그것이 옳으냐 틀리냐는 강하냐 약하냐와는 다른 문제이다.(여담이지만, 난 징병제가 필요는 하나 손 볼 곳이 많다고 생각한다.)

악을 만드는 7가지 상황과 영웅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언급된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묵인
익명성[각주:1]
책임의 분산[각주:2]
권위에 대한 맹목적 복종[각주:3]
도덕에 대한 무비판적 용인
탈인간화[각주:4]
첫 발의 용인[각주:5]

믿음을 실현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
행동하기
  1. 익명성이 탈인간화(여기서는 도덕적 해이와 윤리의식의 부재로 사용하였다)를 가져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악성 댓글(악플)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에 익명성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대처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잘못된 것 은 아니다. [본문으로]
  2. 책임의 분산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로 제노비스 증후군(Genovese Syndrome)을 들 수 있다. 무려 목격자가 30명이 넘어가면서도 한 여자를 살해하기 위해 두번이나 다시 나타났던 범인이 유유히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상당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본문으로]
  3. 르 봉은 그의 저작 '군중심리'에서 군중의 특징을 몇가지 서술하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서술은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과 '군중의 믿음이 진리라는 맹신' 이다. 또, 군중으로 모임으로서 '지적 수준의 하향평준화'가 나타나게 된다고 서술하는데, 이는 믿음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의 하나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4. 여기서의 탈인간화는 상대를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사물' 로 인식하는 탈인간화를 뜻한다. 각주 1에서 쓰인 탈인간화와 다른 것임에 유의하도록 한다. [본문으로]
  5. 미끄럼틀 효과라는 것이 있다. 미끄럼틀은 한번 내려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끝까지 내려가게 된다. 작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참고로 말하면 Slippery slope라는 어휘가 보통 여기에 대응되는데, 이는 논리적 오류의 하나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08. 9. 22. 21:42 Interests/Photos

비가 오네요

김정욱, 가로등과 비내리는 밤, 서울, 2008

비가 오네요. 간만에 보는 비입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과제와 퀴즈에 뒤덮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날입니다만, 이미 늦은 시간에 빗소리를 즐기자니 마음 한 구석이 걸리네요.
어차피 도피해 보았자 돌아오는 건 발차기로 날려버린 샌드백의 반동처럼 더 큰 압박감 뿐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약간은 우울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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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20. 23:38 Daily lives

짤방

가끔 강력한 반응이 되기도 해서 모아봤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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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아두었던 유시민 의원의 '진정성을 묻지 마라'는 강의가 생각난다.


누구나 자기가 옳다고 확신한다. 일단 어느 쪽에 서게 되면, 그쪽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시각은 편향되어 버린다.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고, 이것이 계속되면 자신의 입장만 진실이라는 오만에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뾰족한 산 꼭대기에 놓인 커다란 돌과 같다.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영원히 그 방향으로 굴러내려가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진실'을 찾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내린 결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살면서 항상 어떤 입장에 설 수 밖에 없고, 이렇게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항상 눈을 가려버릴 위험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성을 인정해 주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서 나온다. 진보든 보수든 간에, 그쪽 나름대로 우선시하는 가치가 있고, 이 가치들은 모두 틀린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우선순위가 다른 것일 뿐이다. 그들의 시각에 대해 존중해 줄 줄 알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진정한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가차없이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한다면, 세상은 더 이상 나아가는 데 실패할 것이다. 요즘 일명 '보수세력'들의 주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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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9. 18:05 Interests/Photos

도서관

김정욱, Shelves of crystals,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2008

지식의 결정들이 놓여있는 이곳에 올 때마다 난 시간이 정지함을 느낀다.
지묵으로 굳어진 지식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닳아 사라지겠지만, 땅속의 수정들이 자라는 것처럼 이들도 점차 자라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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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8. 17:57 Interests/Photos

지하철

김정욱, 기차가 들어온다, 남한산성입구역, 2008

항상 지하철을 기다릴 때면 반대쪽이 먼저 온다.
머피의 법칙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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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8. 17:29 Interests/Photos

감각의 모순

김정욱, Why are you there?, 서울대학교, 2008
김정욱, Danger is dying out, 서울대학교, 2008
김정욱, Prominence, 서울대학교, 2008

너무나도 평화로운 위험이라는 표지판.
과연 위험하기는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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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8. 17:09 Interests/Photos

세계와 나

김정욱, 터무니없이 작음, 서울대학교, 2008

두 발을 딛고 서서 세상의 거대함을 느끼게 되면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다.
끊임없이 내딛어 보지만,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세상.
이런 세상 앞에서 난 너무나도 작아진다.

김정욱, 세계는 넓다, 서울대학교, 2008

하지만, 내가 작은 만큼 세계는 넓다.
넓은만큼 세계에는 할 일이 많고, 볼 것도 많다.
기죽지는 말자.
작게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세계를 넓게 볼 수 있는 특권이 내려진 것이니까 말이다.

김정욱, 집중, 서울대학교, 2008

그래도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그럴 땐, 내 자신에 한발자국만 더 가까워지자.
가까워지는 만큼, 내가 커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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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7. 16:32 Daily lives

끌리는 장학금


많이 끌린다.

이공계장학금에 비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한번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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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알아본 바로는 별 특징적인 것은 없다

여름, 겨울에 각각 한번씩 연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엄청난 장학금 혜택이 있다는 것

2002년 기준 29위의 후원금을 제공하는 장학재단이라는 것(지금은 모르겠다)

앨트웰이란 회사가 어떤지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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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트웰. 중소기업으로 시작해서 95년에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전환한 기업이라고 한다.

다단계랑 다를 바 없다는 사람도 잇긴 한데... 잘 모르겠다.

안티 카페가 있기는 한데, 회원수가 4명이다...-ㅇ-;;

어떤 기업이나 안티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별로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으면서도

저 4명 뒤에는 분을 삭이고 있는 그 열배, 백배가 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좀 걸린다.

음.. 그래도 일단 첫 인상은 그리 나쁘지많은 않은 기업인 듯 하다.

일단 찔러는 봐야지...쩝

되고 나서 되돌리느냐 받느냐 그걸 결정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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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의 말을 들어봤는데

보통 흔히들 말하는 '발목 잡히는' 장학금들은 기업체에서 주는 것들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졸업후 4년 근무라던가 그런 것들)

외부장학금이라도 장학재단에서 주면 그런 경우는 없다고 한다.(적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결국 일단 찌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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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5. 03:04 Writer

버림의 미학

요즘, 신영복 교수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예전의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은 참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 책 중에는 [버림과 키움]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서신이 하나 있습니다. 제목에서 내용을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제가 오늘 이 서간을 떠올리게 된 이유는 바로 버림의 아름다움, 그 잃어버린 미에 대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이 아름다움은 황금만능주의라는 날카로운 칼에 베일대로 베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만 남은 인간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그 좋았다는 '황금 시절'의 이야기에 불과한, 여유있는 자들의 정신적인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에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욕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되는 시대, 이런 시대에 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비움을 미련함의 연장선상에 두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비움이 현자의 미련함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술잔에 술을 따를 땐 먼저 술잔을 비우는 것이 술과 상대방에 대한 도리이듯이, 무언가로 채우고자 할 때 먼저 빈 자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 자리가 그릇을 비움으로서 만들어지는 것이든, 그릇을 크게 늘려서 만들어내는 것이든 말입니다. 하지만 그릇을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릇은 그 자신을 이루는 뼈대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비대해지면 결국엔 자신의 과도한 탐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이것이 바로 채움의 계교보다는 버림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예전에 법정스님이 전해주신 이야기가 하나 생각납니다. 어느 절의 선사가 버려진 땅을 보고 논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개간에 들일 돈으로 그 갑절의 땅을 살 수 있었지만, 미련하게도 계속 개간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혜월 선사. 이분은 분명히 어리석었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눈으로 보면, 아니 세속으로 물든 시대의 눈으로 보면 그는 경제의 경자조차 모르는 천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어리석음 덕에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는 미련한 현자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비움으로서 그릇을 넓힐 줄 알았던 시대를 초월한 현자였던 것입니다.

저 멀리 중동의 어느 모래사막 한가운데에는 사해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습니다. 오만하게도 호수 주제에 바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 바다라는 이 이름이 아주 잘 지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호수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바다만큼 커다란 교훈을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처럼 길쭉한 이 바다가 죽음의 바다가 된 이유는 비움의 미학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해에는 물이 요르단 강으로 들어오기만 하지 빠져나가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결국 사해의 염도는 세계의 그 어느 바다보다도 진해지고 말았고, 이런 높은 염분을 견디고 살아남은 생명체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답니다. 비움의 미학을, 버림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린 그릇이 제 탐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사해의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비록 미련한 현자의 지혜를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지나친 욕망으로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 외침이 이 에피메테우스들의 세상에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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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정말 오랜만에 기록측정을 해봤다.


이정도면 아직은 괜찮다. 안한지 꽤나 오래됬는데..
좀 눈여겨볼 만한 것은 40초대 기록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 이제 문제는 50초대 기록은 다 후반대고, 70초대 안습 기록이 있다는 것 정도 되겠다.
최고기록인 39.97은 아직 좋은 편이다. 역대 최고기록이 36초정도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하면서 느끼는데, 큐브도 은퇴할 때가 된 것 같다. 계속 마지막에서 깨지려고 한다. 큐브만 좋은 것으로 바꾸면(잘 길들인 걸로) 평균적으로 1~2초정도 단축도 가능할 것 같다.

아직 풀이 알고리즘은 cross-f2l-t cross-oll-cp-pll이라는 준 프리드리히 해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그런가 많이 느리다.(중수에게 추천하는 중급 알고리즘이다) 프리드리히 해법만 제대로 익히면 평균 30초대 진입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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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08. 9. 12. 23:15 Knowl

진정성을 묻지 마라

유시민, 서울대학교 강연 中

'진정성은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타당한 것인가 타당치 못한 것인가 이것뿐이다.'

삶을 장난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왜 묘한 매력이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진정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 시간동안 진정성이란 단어에 갖고 있던 환상이 깨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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