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런던으로 이사온지 한달 반 정도 지났습니다. 일생 처음 락다운이란 것도 겪어보고(라고 해도 대학은 이번 락다운 폐쇄에서 제외되어서 출근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말이죠. 조금씩 생활 사이클이 런던 생활에 적응해가는 것 같군요.

 

0.1. 물론 완전히 적응했다고 하기는 애매한 것이, 먹거리 메뉴를 충분히 늘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숏 파스타-인도카레 두 메뉴의 사이클만 돌리고 있는데 메뉴를 두어개 정도 더 추가해 주어야 질리지 않고 잘 살아남을 것 같단 말이죠. 하기 쉬우면서 오래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무엇일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하던 시절처럼 몸을 막 굴려도 어떻게든 굴러가던 시절(...)은 지났으니까요.

 

0.2. 결국 바이든이 미 대선에서 승리했군요. 많은 사람들이 발 뻗고 잘 수 있겠습니다(...). 저야 잠 못 잔 이유가 논문 벼락치기였습니다만 미 대선 때문에 잠을 설쳤던 것이 없다고는 못하겠군요. 여튼,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진짜 하루 종일 잠만 잔 듯한 느낌이군요.

 

1. 4쪽짜리 짧은 논문이기는 하지만 10일만에 완성한 논문이 곧 arXiv에 올라갈 예정입니다(제출은 금요일).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논문을 쥐어짜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자서 어제는 그 반동으로 동면에 들어간 곰처럼(...) 잠만 잤습니다. 처음엔 '어 이렇게 단순한 것을 왜 사람들이 발견 못했지?' 싶었던, 흥미롭기는 하지만 뭐 그냥 거기서 끝날 것 같았던 관계식이었는데, 조금 더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 관계식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블랙홀에 대해 갖고 있던 일반적인 생각을 검증해볼 가능성이 보이더군요. 물론 제가 그걸 확인할 능력은 안 되는 것 같아서 (+분량을 쓸데없이 늘리고 싶지는 않아서) '이런이런 관점에서 검토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란 코멘트 정도만 남겨두었지만, 세상은 넓고 계산에 숙달된 귀신들은 많으니 누군가 논문을 인용해주겠죠. 워낙 이 분야에 걸쳐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인용을 최소 다섯 개 정도는 받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1.1. 논문을 쓴 것은 쓴 것이고, 이제 다음 논문 주제를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군요. 뭘 해야 하지...

 

2. 포켓몬고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번에 이벤트 이로치를 잡겠다고 처음으로(?) 현질(...)을 했습니다. 올해 열렸던 글로벌 고페스트 티켓까지 포함하면 두번째이려나요. 여튼, 누더기 조금 걸친 팬텀 티도 거의 안 나는 이로치를 잡겠다고 대략 30파운드어치 레이드패스를 (추가로) 사는 삽질을 하고 나서야 겨우 얻었군요.

이 친구의 이름은 '고통'이 되었습니다. 내가 다시는 이런 삽질 하나 봐라...

덕분에 열심히(졸업시즌 이후 좀 뜸해지기는 했었습니다만) 하던 포켓몬고에 현자타임(...)이 와서 당분간은 설렁설렁 플레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같이 이로치를 잡아보자고 레이드를 미친듯이 달리셨던 분들 중 못 잡으신 분들도 있는 것을 보면 승리한 패배자(...)가 된 느낌이군요.

 

3. 소드실드 2차 DLC인 왕관의 설원을 재미있게 플레이하고는 있는데, 귀찮다고 도감을 다 안 채웠더니 이로치 출현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 다이맥스 어드벤처를 100% 즐기지 못하고 있어서 고민입니다. 지금이라도 도감을 다 채워야 하나. 그냥 맥스 레이드배틀의 경우 이로치 레이드방이 꽤 많아서 적당히 찾아 들어가면 금방 이로치를 잡았더니 굳이 빛나는 부적을 얻을 필요를 못 느꼈단 말이죠. 뭐, 게임을 샀으면 끝까지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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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0. 11:10 Daily lives

그냥저냥 근황

0.

블로그는 정말 오랜만이군요. 더군다나 일(?)이나 외부의 뉴스에 대한 글이 아니라 일기를 쓰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듯 하네요.

 

1.

졸업당하는(...) 것이 확정된 이상, 포닥 지원서를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박사학위에 어울리는 지식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에 닿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지만[각주:1], 그것과는 별개로 박사학위에 어울리는 연구능력이 있냐면 글쎄요. 박사학위를 '독립적으로 연구주제를 발굴해 연구를 수행할 능력'에 대한 자격증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제가 연구주제를 발굴해낼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있습니다.

 

그래도 뭐 결정된 것은 결정된 것이니 어쩌겠습니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2.

시험기간에는 오랜만에 책상을 정리하고 싶어지는 것과 동일한 원리(...)로, 오랜만에 전자책으로 구한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를 정주행했습니다[각주:2].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읽은게 거의 4년 전이군요. 그동안 쌓인 경험도 있고 관점도 있다보니 전에 읽었을 때는 별 생각없이 읽었던 표현들도 거슬리는 부분이 생겼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꽤 괜찮고 추천할만한 소설이란 평가는 딱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거의 변하지 않았고요. 다만 두 권 더 읽은 지금은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 조금 다른 예측을 하게 되는군요.

 

13권에서는 유키노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선언되었지만, 그걸 해결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죠. 다음 권에서는 이 문제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을거예요. 유이와 함께 서로의 소원에 대해 이야기한 장면에서 이미 충분한 복선이 준비되어 있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뜻을 나눈 동지로서의 소울메이트'와 '연인 혹은 배우자로서의 소울메이트'가 꼭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가는 욕을 엄청 먹겠지만서도. 애초에 이런 관점도 소설 속 캐릭터를 사람보다는 관념의 인격화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나 납득 가능한 결말일테고요.

 

2.1.

"씁쓸한 인생, 커피 정도는 달아도 괜찮겠지"란 말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아침부터 공복에 블랙커피를 설탕 없이 우겨넣는 것이 일상이 되다보니 웬만한 커피로는 씁쓸함을 못 느끼게 되었거든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커피로부터 씁쓸함을 못 느끼게 된다는 것은 아닐까란 쓰잘데기 없는 잡념만 남아 맴도는군요.

 

2.2.

"예언할게. 너는 취할 수 없어"란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뭐, 저부터도 취하지 못하는 편에 속하는 인간이니까요. 사실 취하기 전에 전원이 나가는 것이니 뭔가 하려고만 하면 블루스크린을 띄우고 파업하던 예전에 쓰던 컴퓨터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술자리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취한 사람은 속을 감추지 않는다'란 사회의 고정관념에 기대어 역할극을 한다는 것은 아닐까란, 예전부터 문득 들곤 하던 생각을 다시 해보았습니다. 사람이 작정하고 숨기겠다고 마음먹은 속마음이 그렇게 쉽게 밖으로 나올리는 없겠죠. 누구에게나 누구에게도 드러낼 생각이 없는 마음 정도는 하나씩 가지고 있을거고,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누구나 해소할 수 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외톨이겠죠.

 

2.3.

만년필에 "별은 보는 사람이 있어서 빛나는 것이 아니다"란 글귀를 적으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차피 허세인거 라틴어로 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선택한 글귀는 Lucet stellar non videndi causa였으나 만년필에 새겨진 글귀는 Lucet stellar non videndi cause였고, 수령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락기를 웠했던 어린이가 선물을 열었을 때 오락기가 나왔는데 원했던 오락기는 아닐 때의 그 감정 비슷한 것을 맛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자동 오탈자 수정으로 a가 e로 바뀐거겠죠. 그래서 제가 한 일은 커터칼을 가져다가 e에 얇은 흠집을 내어서 a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결국 취향이 좀 더 굵은 만년필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안 쓰는 만년필 통에 보관되게 되었지만요.

 

계속 생각이 난단 말이죠. 하치만의 관계에 대한 독백을 보고 있자면.

 

2.4.

얼핏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다가 잠시 멈짓하고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학창시절 자신의 물건이 있을 리 없는 곳에서 발견되는 일을 몇 번 겪어본 사람의 사람에 대한 관점은, 그런 일이 없었던 사람의 그것과는 좀 다를 수 밖에 없겠죠.

 

3.

오랜만에 졸립지만 잠은 오지 않는 새벽을 보냈습니다. 모든 불면증이 기분 나쁜 것은 아니고, 개운한 불면증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랜만의 소득일까요.

  1. 다만 '야 이렇게 얄팍하게 아는데 박사라고 해도 되는거냐?'란 부분에서는 양심이 찔리는군요... [본문으로]
  2. 이번에는 13권까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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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7. 03:43 Daily lives

여러가지 잡담들

0.
홍콩의 길거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길거리에 나섰던 홍콩 시민들이 40년 뒤에도 이 날의 기억을 승리의 추억으로 회상하기를 기원한다.

1.
사상적 성향이 사해동포주의에 가까운 것과는 별개로, '그 나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이란 질문은 항상 나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던 질문 중 하나이다. 뭐, 자신의 머리가 생각하는 바와 자신의 가슴이 생각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많으니까.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답은 음식이다. 김치, 스시, 피자, 피쉬 앤 칩스, 맥주 등. 에펠탑과 같이 건축물인 경우도 있고, 캥거루와 같이 동물인 경우도 있다. 상대적으로 드문 답은 추상적인 가치이다. 미국에게는 자유가 있고 프랑스에게는 혁명의 세 정신이 있으며 영국은 전통을 중시하고 독일은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식민지배를 경험한 입장에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지만 옆나라에서는 와(和)를 추구한다고 하고. 어릴 때는 이렇게 추상적이지만 일상적인 결정을 내릴 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가치를 조국의 상징으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시샘이 났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는 감정을 밝다고만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1.1.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추상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국가는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혈연에 기반한 민족주의를 내세울 수 없었기 때문에 제국을 하나로 묶을 소속감을 제공할 수단을 찾다가 누구나 소속감을 제공해줄 수 있는 정신적인 가치를 고안해낸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다.

 

1.2.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이란 이런 정신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었을까? 여기에 대해서도 나로서는 알 수 없다.

 

2.

홍콩의 길거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복잡한 심정이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걸어온 길이 남에게 용기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떠올리라 하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

 

부디 길거리에 나선 사람들이 집에 돌아와 웃으며 가족과 식사할 수 있기를.

 

2.1.

지금은 종교성이 매우 옅은 삶을 살고 있지만 어릴 적 교회를 다니며 들었던 설교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설교는 죽어서 심판대 앞에 섰을 때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왔나?"란 질문에 대해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이니 나야 별 생각이 없었지만 당시 모범 답안(?)으로 제시되었던 답변은 아직도 생각난다. "'예수님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자문해보고 그에 따른다."

 

우리의 삶은 그런 기준점이 될 수 있을까?

 

3.

1만년 뒤에도 인류가 남아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류가 있다 하더라도, 한국이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만약 1만년 뒤에도 인류가 남아있는다면, 나는 그들에게 우리가 정신적인 가치로 기억되기를 기원한다. 아니, 일상 생활에서 결정을 내릴 때 쓸 수 있는 기준으로 계속 기념되기를 기원한다.

 

-1.

글을 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동안 홍콩에서는 송환법 입법이 일단 연기되는 것으로 1차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계속되는 투쟁에서도 좋은 소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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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6. 16:58 Daily lives

Strings 2017 후기

Strings 2017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렸습니다. 그래서 평생 중동에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팔자에도 없던 이스라엘에 다녀오게 되었네요.


학회에서는 SYK model에 대한 간략한 개괄과 산란진폭에 대한 세션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Raju의 발표가 기억이 남는데, 논문에서 쓴 방법론을 쓰면 무언가 논문거리가 하나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신나서 메일을 쓰고 문헌조사에 들어갔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20년도 더 전에 비슷한 것을 한 사람들이 결론을 내려놨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씁...). 잘 머리를 굴려보면 해볼만한 프로젝트가 하나는 나올 것 같은데 아직도 잘 모르겠군요...


AdS/CFT 20주년 기념 세션도 있었는데 초창기에는 AdS/CFT가 잠시동안의 유행이 될 것이라고 본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발표자 중 "얘가 그때 그런 (틀린) 소리를 했었지"라며 놀리는(?) 슬라이드를 끼워넣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내년 Strings는 끈이론 50주년 기념이 될 것이라는데 Veneziano amplitude를 기준으로 재는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끈 현상론에 대한 톡이 전혀 없었는데 내년에는 있을지 두고봐야겠군요.


포스터 발표를 하면서 질문을 받았는데, 질문에 답을 하면서 '무엇을 다르게 한 것이 원인이 되어 예전과는 다른 결과를 얻었는가?'란 질문은 다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포스터에만 안 다뤘으면 괜찮은데 논문에서도 안 다루었던 것 같더군요 OTL. 이미 출판된 논문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다음에 쓰는 논문에는 반영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다음은 학회 외적인 이스라엘에 대한 인상입니다.


1. 공항 및 입출국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태 봤던 공항들과는 달리 유리 외장재의 비율이 상당히 적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긴장감이 높은 주변국들과의 관계로 인한 보안상의 이유로 택한 디자인인지 단순히 더운 지방이라 냉방효율을 끌어올리는 디자인을 택한 것인지는 판단이 서질 않는군요.


입국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입국 수속에서 컨퍼런스 목적으로 왔다고 하니 무슨 컨퍼런스냐고 물어서 끈이론이라고 대답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물리학이라고 정정하는 시트콤에 어울릴 법한 작은 에피소드를 겪었습니다.


출국시에는 우선 짐칸에 실어 보낼 가방에 대해 간단한 보안검정(?)을 받은 후 출국장으로 들어갈 때 보다 빡센 검사를 받습니다. X-레이 검사 및 금속류 검사는 다른 곳에서도 모두 하는 일이지만 이스라엘에서는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질이 없는지 냄새 분자를 모아서 검사하는 시스템(으로 추정)도 갖추었더군요. 운 나쁘면 보안검사에서 몇시간씩 잡혀있는다는 말을 듣고 일찍 공항에 들어간 편이었는데, 약간은 부풀리기가 들어간 호들갑이란 인상이었습니다. 보안검색이 더 까다로운 편이기는 하지만 걱정하던 것만큼 심한 수준은 아니었으니까요.


2. 날씨

여름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찝니다. 폭염주의보의 후폭풍이 아직도 남아 대기중에 열기가 남아있는 서울 밤의 대기를 7월이 되기도 전에 느꼈네요. 그래도 습함은 좀 덜해서 견디기 좋았습니다. 다만 햇살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더군요. 자외선차단제는 필수입니다.


3. 텔아비브

Asian Winter School에서 돌아오면서 잠시 관광했던 홍콩에서 건물의 덩치를 줄이면 비슷한 느낌이 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장재에 그다지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 은근히 낡은 듯한 인상을 받는 날것의 느낌을 가진 건물들이나 뜬금없이 보이는 네온사인으로 번쩍이는 간판들이 홍콩을 떠올리게 했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홍콩만큼 건물들의 덩치가 크지 않고 길거리 사이사이가 좁지 않아 완전히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았지만요.


학회 기간 중 백야(White Night)라고 밤새 파티가 이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매년 6월 마지막 주 목요일 밤이 이 백야에 해당하는 모양이더군요(이스라엘은 유대교의 영향으로 금요일 해질녘부터 토요일 해질녘이 안식일-샤바트-입니다. 목요일 밤이 한국의 불타는 금요일에 해당하는 셈). 구 자파(Jaffa) 도심의 곳곳에서 버스킹이 이어졌는데, 새벽 1시가 조금 넘어가자 버스킹하던 모든 사람들이 장비를 집어넣는 것을 보고 '어디가 백야라는거지'란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곳곳에 무장한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로군요.


4. 사해

학회 전에 선택할 수 있는 관광코스 선택에서 마사다와 사해를 선택해 사해에 다녀왔습니다. 지표면에서 가장 낮은(대기압이 가장 높은으로 해석해도 되려나요?) 지대이자 사해문서의 발견지인 사해는 기대보다는 웅장함(?)이 덜하더군요. 사실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한번 정도는 해보고 싶어하는 사해 입수를 안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해의 날씨는(6월 말) 한낮에 거의 40도에 육박했는데 약간 '고등교육을 잘 버무린 사람을 준비해 사해에서 40도로 90분간 조리합니다'란 요리책 느낌의 기온이었습니다. 사해에 입수했던 친구의 말로는 구멍에 물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들어갔던 피부가 매끈해지면서 좋다고 하더군요.


사실 사해 기념품으로 암염 조각같은 것을 기대했었지만 그런 기념품은 없었고 그나마 비슷한 것이 사해에서 얻은 소금으로 만든 조리용 굵은 소금이었습니다. 일단 저는 요리를 할 일이 없으니 부모님께 드려야겠군요.


5. 마사다

헤롯왕의 요새 마사다는 사해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었는데, 2000년 전의 건축물이 아직까지도 세월에 완전히 굴복하지 않고 집요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벽에 그어진 검은 선 아래 부분은 복원 당시 원래 존재하던 부분이라고 하더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마식으로 지어진 목욕탕이었는데,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기 위해 문의 크기를 조정한다거나 증기탕을 만들기 위해 속이 빈 바닥과 내벽을 만들어놓은 흔적을 보면서 '건물의 설계능력이 그렇게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문명의 한계는 기술을 떠올리는 능력이 아니라 그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재료의 가공능력이 결정한다는 느낌이랄까요.


그와는 별개로 가이드가 설명하는 마사다 항전의 이야기를 들으며 국가 차원에서 이 이야기의 소비를 장려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웅적 전설'이란 느낌으로 설명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이스라엘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교육시키는데 이용하기 좋은 방식으로 이야기에 접근하는 틀을 맞춰놓았다는 느낌이랄까요. 성격이 상당히 다른 이야기지만 하지만 '한국에서 단군 신화를 대하는 자세를 외부인이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6. 방벽

텔아비브에서 사해를 왕복하는 버스 안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루는 뉴스에서 항상 자료화면으로 등장하는 분리장벽을 나안으로 목격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중간의 초소와 같은 곳에서는 무장한 군인이 대기하고 있고, 처음 방벽을 통과해 사해로 나가는 길에서는 군인이 버스에 탑승하여 검문하기도 했습니다. 이 방벽이 생긴 뒤로 테러가 줄어들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7. 예루살렘

금요일 학회가 끝난 이후 예루살렘 투어를 신청해 누구나 이름정도는 들어보는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에 다녀왔습니다. 십자가가 세워졌던 골고다 언덕을 덮는 교회를 만들어 그 언덕의 꼭대기를 작은 기도대로 만들어놓은 것을 보고는 '와 덕질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란 생각이 살짝 들더군요(...). 기독교와 예수의 고행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그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투어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8. 기술

생각외로 수목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지방이 지방이다 보니 북미 유타주와 같이 황무지가 길게 이어지는 계곡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전에 다녀온 이태리 트리에스테 수준으로 수목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해로 가기 위해 방벽을 지나니 예상했던 그 황무지가 그대로 이어졌지만요. 새삼 이 나라가 기술력 하나는 대단하구나 느꼈습니다. 가끔 판타지물을 보면 역사가 짧은 신생국가가 주변의 보다 오래된 국가들에 비해 부족한 안정성을 우월한 기술력으로 보충해서 안정을 꾀하는 설정을 만나곤 하는데, 그런 설정의 모티프가 되는 현실국가를 찾으라면 이스라엘을 꼽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실제 중동 역사도 그런 느낌으로 진행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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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7 Asian Winter School을 다녀왔습니다. 올해 Asian Winter School은 중국 광동 성 주하이 시의 중산대학 주하이 캠퍼스에서 열렸습니다. 다녀온 직후에 연이어 출장이라 후기가 좀 늦어졌네요.


Hartman(3d gravity-AdS3/CFT2), Myers(Entanglement entropy), He(Scattering amplitude-CHY) 세 사람의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지만 그런 기술적인[각주:1] 이야기를 하려고 블로그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중국 생활이나 조금 적어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대방화벽. 모든 메일이나 일정관리를 구글에 통합해놓은 터라 vpn 접속이 잘 안 되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arXiv조차 접속이 느리고 끊어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 이래서 자유주의가 최고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 일정 끝나고 홍콩에 왔을 때 자유롭게 접속되는 구글을 보며 '이것이 문화승리다!'를 외쳤던 기억이 나네요(...).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열악한(?) 시설. 지은지 얼마 안 된 캠퍼스라 그런지 학회장에서 인터넷 연결이 되질 않았습니다(...). 학회장에서는 아무것도 못 해서 호텔에서 인터넷 연결해서 arXiv 확인하고 메일 쓰고 논문 고치며 살았더니 학회장에 있을 때마다 '90년대에 연구를 한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호텔 시설은 마음에 들었지만요.


식사는 좀 힘들었습니다. 중국에서 향신료 향이 제일 약한 지방이라고 했는데도 입에 맞질 않아서 차고 다니던 벨트가 헐렁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학외로 나가 서울과 비슷한 물가에 먹었던(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고급 음식에 해당했겠지요) 식사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10여일간 쓸 일이 별로 없을거라 생각해 많이 환전해두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거의 전부 쓰게 되었네요. 그리고 커피 대신 차를 많이 마셔서인지 커피머신은 네스카페 믹스종류가 대부분이었고 카페에서 파는 커피는 매우 썼습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준비했다는 인상이랄까요.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발견해서 아포가토를 시켜봤는데 아이스크림만 먹을 당시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에스프레소를 입에 대면서 '이건 아닌데...'란 생각을 했죠. 저는 커피는 보통 가리지 않고 먹는 막입인데도 말이죠.


조금 놀란 부분은 택시. 시내로 나가려는데 택시가 잡히질 않아 호텔 프런트에 문의했더니 호텔에서 비허가 택시를 연결해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피곤해서 졸다가도 '여기서 잠들면 큰일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결과적으로는 별 탈 없었지만요.


어쩌다 보니 중국 땅에서 일본어로 대화하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서울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는 서래갈매기(...)를 저녁으로 먹게 되었는데, 진정 글로벌(?)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TV에서 자막을 단 라디오스타가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신선했던 기억이 납니다.


끝나고 돌아오면서 관광했던 홍콩에 대한 코멘트는 다음 기회에. 다음 Asian Winter School은 인도에서 열리는데 다녀온 경험자들의 고생담 때문에 아무래도 참가가 망설여지네요(...). 1년은 남았으니 조금 생각해보고 참가를 결정할까 합니다.

  1. technical이란 단어를 번역해서 써보니 뭔가 이상한 단어가 나오는군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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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6. 3. 6. 17:48 Daily lives

YITP School

교토대의 유카와이론물리연구소에서 여는 끈이론 학교를 다녀왔습니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일본에 가 보는 것은 처음이었네요.


첫 사흘은 따로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YITP에서 예약해준 호텔에서 지냈습니다. 지낸 게스트하우스는 카오산 교토 게스트하우스였고,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아마도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카오산 교토 극장에서 맥주를 한 잔 하고 돌아왔습니다. 홀란드에서 온 두 분과 대화했는데,[각주:1]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 네 달 정도 세계를 여행중이었다고 하더군요. 아르헨티나와 영국에서 온 다른 사람들과 함께 2차로 노래방을 간다고 했는데, 내일 비행기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고 빠져나왔습니다(...) 사실 가봤자 부를 노래도 없고


학교는 장론 반, 끈이론(으로 일단 분류하는 것들) 반으로 총 네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강의는 거의 버렸고 두 강의만 제대로 머리에 집어넣고 가는것 같네요.


1. CFT Bootstrapping

막연히 재미있어 보인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주제였는데, 직접 보고 나니 CFT 공부부터 제대로 해 두어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치적인 접근에 대한 코멘트도 재미있었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계있을지도 모르는 논문(...)을 읽는데 필요한 지식이라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2. Holographic Entanglement Entropy

사실상 학교에 등록한 이유가 된 강의였는데, 초반에 너무 기초적인 것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가도 처음 알게 된 사실들도 나오는 등 유익했습니다. 특히 볼 엄두를 못 내고 있던 Holographic Entanglement Entropy의 증명 등은 상당히 도움이 되었어요. 마지막에는 최근 연구중인 주제에 대해서도 다루었는데, 솔직한 감상은 '재미있는 계산이기는 한데, 실제 물리적인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계산인가'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다루는 상태가 UV cut-off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 신경쓰여서 말이죠.


3. Integrability

알아들은 것은 '하나의 연속적인 변수로 나타낼 수 있는 보존량의 집합을 이용해서 문제를 푼다'밖에 없었습니다.(...) Bethe ansatz를 모르니까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없더라구요.


4. Localisation

알아들은 것은 '초대칭을 이용해 경로적분을 직접 계산이 가능한 적분으로 축소한다'밖에 없었습니다.(...) 강의자가 렉쳐노트를 올려두어서 못 알아들은 부분을 체크하다가 흐름을 놓친 이후로 완전히 놓아 버린 것은 제 잘못이기는 하지만요(...) 하루 각잡고 초대칭을 공부하기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대칭 공부를 제대로 안 해두면 강의 못알아듣는 서러운 일이 더 생길 것 같아서...(...)


다음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몇가지 인상깊었던 부분들.


1. 저상버스

대부분의 교토 시내를 돌아다니는 버스가 저상버스였습니다. 저상버스가 아닌 버스를 딱 한 번 타봤으니까요. 놀랐던 것은 사람이 타고 내릴 때 버스가 전체적으로 사람이 타고 내리는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작은 디테일이라 그런지 말하기 전까지는 알아차린 사람이 없더군요. 한국에서 저상버스를 탄 적이 거의 없는지라 한국의 저상버스도 같은 기능이 붙어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교통카드가 별로 보편적이지 않은 듯 했던 것도(교통카드 통합기능이 있어보이는 카드 광고가 거의 모든 버스 안에 붙어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네요.


2. 일본어

일행중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한문을 조금은 읽지만 공부 안 한지 오래라 한자만 보고 의미를 파악하는데는 무리가 많아서요. 언젠간 일본어도 공부해봐야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더군요. 물론 '언젠간'이 never의 동의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3. 신호등

신호등이 없어도 될 것 같은 작은 골목에도 신호등이 붙어있더군요. 큰 횡단보도면 거의 항상 신호음이 들렸습니다. 아직도 귀에 울리는 '띠↗또↓ 띠↑띠↑또↓'(...)와 '춍춍'(...) 조용할 시간의 조금 큰 길가에서는 먼 곳에서부터 울리는 신호음이 점차 겹쳐지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공간감도 기억에 남습니다.


4. 자전거

자전거를 엄청 자주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인도가 넓은 편이고 인도쪽에 세워진 차가 없다 보니까 자전거를 타기에는 좋은 환경이죠.


5. 자동차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보았던 차들보다 폭이 좁은 편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6. 신사

진짜 골목마다(...) 신사가 있다고 해도 과장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 정도로 신사가 많더라구요. 첫 날 묵었던 숙소 바로 건너편에도 신사가 하나 있었는데 '전자기기에 악령이 안 들도록 기도해준다(...)'는 포스터가 인상깊었습니다. '논문 아이디어 잘 나오게 해주는 부적'같은게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없어서 첫날 간 청수사에서 대충 비슷해 보이는 학업관련 부적(...)을 하나 구매했습니다. 학업성취어수(學業成就御守)라고 써 있네요. 매화시즌이라고 해서 북야천만궁도 갔는데(매화축제 입장료를 보고는 그냥 주변만 보고 왔습니다(...)) 거기에서 파는 학업관련 부적은 죄다 수험이나 시험에 맞춰져 있더군요. 학문의 신을 모셨다며... 왜 학문 관련은 없는건데...


7. 골목길

적당히 깔끔하면서도 낡은 느낌이 드는, 그리 크지 않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길을 엄청 좋아하는데, 많은 골목이 이런 느낌이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꽤나 마음에 드는 도시였습니다. 일행과 나중에 여기서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대화도 나눴으니까요. 물론 실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애로사항을 겪는지는 모르는 입장이니 살기 좋은 곳이라는 평가는 유보해두는 것이 좋겠지요.

  1. 굉장히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는 놀랐습니다. 오개국어 정도 하는 것 같더라구요(하나는 고전 희랍어라고 하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일본어를 배워야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되더군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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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1.

일요일에 토플을 치고 학교에 출근했더니 휴식이 부족해서인지 지난 목요일에 완전히 뻗어버렸습니다. 역시 페이스 조절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중. 목요일에 뻗고 금요일은 기어가 모두 헛도는 상황이 발생해서 주말동안은 완전휴식 모드로 보냈네요. 결국 그래서 월요병이... 으흑



2.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를 읽었습니다.[각주:1] 재미있긴 한데 가끔씩 눌려버리는 우울우울 스위치가 신경쓰이는게 유쾌하기만 하지는 않네요. 뭐, 우울한 추억에[각주:2] 잠깐씩 잠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화자로 설정된 히키가야 하치만의 성격이 마음에 듭니다. 특히 문제에 답이 없다면 문제를 이그러뜨려서라도 답을 도출해낸다는 접근법이요. 두 평행선이 만날 수 없다면 공간을 구겨버려 만나게 만든다고 해야할까요. 하야마 하야토나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하치만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이런 결단력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학교 미술 실습시간에 사서 쓰던 그 큰 4B 잠자리 지우개마냥, 자기 자신을 갉아먹어 가면서 없을 길을 만들어내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기는 괴롭겠죠.

약간 신경쓰이는 건 유키노시타 하루노란 캐릭터. 표면상으로는 히키가야 하치만과는 정 반대의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만, 제 감상은 하치만의 거울상으로 설정되었다에 가깝습니다. 항상 사람들이 둘러싸게 만들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호감을 심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는 반대칭적이지만, 그녀가 동생인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성장을[각주:3] 위해 취하는 방법들은 지극히 하치만스럽달까요. 문제를 계속 던져줘서 스스로 극복하도록 만드는 방식은 유키노의 방식이긴 하지만, 자신을 악역의 자리에 위치시키고 화살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방법은 하치만의 방법이죠.

하루노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는 자세히 알 방법이 없긴 하지만, 전 크게 다음의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동생 유키노의 성장, 특히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흑과 백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회색지대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거기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 둘째는 순전히 추측입니다만, 하치만의 정답. 혹은, 하치만이 찾는 진실된 것. 간혹 배겨나오는 차가운 면모라던가, 하치만에게 기대하는 부분이라던가, 하치만에게 그렇게 시시했냐고 묻는다던가와 같은 내용들을 절충해보면 그녀 또한 같은 답을 찾으려 했고, 다소 다른 답에 도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찾아내지 못한 답을 찾으려는 하치만에게 관심이 닿는 것이고, 자신이 찾아내지 못한,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답을 찾아내기를 원하는 것이겠죠.



2.1.

각 캐릭터들에 대한 인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부 쓰자니 귀찮아지기도 하고 말로 잘 표현이 안 되기도 해서 빠뜨리는 부분이 많긴 합니다만.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떻게든 답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정답인지, 정답에서 살짝 비껴난 오답인지, 아니면 잘못된 가정에서의 정답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답을 만들어냅니다. 앞서 말했듯, 유키노와 하야토가 하치만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겠죠. 그리고 그 잘못된 가정 중 하나인 '나 하나 좀 망가지면 어때?'가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소부고교 봉사부 삼인방 중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가장 많이 망가져 있던 사람이었지만[각주:4] 점차 망가진 부분이 수복되어 가는 것을 잇시키 이로하나 오리모토 카오리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반대로 내부적으로 망가진 사람입니다. 살짝 언급했듯, 갈등 상황에서는 짓밟은다 혹은 짓밟힌다 두 선택지 말고 다른 선택지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죠. 그녀 또한 그것이 정답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정답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쫓습니다.

유이가하마 유이는 (봉사부 안에서 따질 때) 필요한 것은 모두 가진, 완성된 캐릭터입니다. 물 마냥 자신의 빛깔 없이 주변의 빛깔을 그대로 투영하던, 거울 마냥 자기 자신이 없이 주변의 분위기만 반영하던 사람이 자신의 빛깔을 내비칠 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의지를 분위기에 반영할 줄 알게 되었죠. 그렇기에 점차 찢어져 가는 봉사부를 어떻게든 붙들어 맬 수 있었던 것일거구요.

하야마 하야토는 어릴 적부터 유키노시타 자매와 어울려 왔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덜 성숙했던 어린 시절의 하야토는 주변 인간관계가 으스러지고 박살나는 광경을 많이 봐 왔겠지요. 유키노의 '발렌타인 다음날은 분위기가 냉랭했다'는 말을 생각해보면요. 그렇기 때문에 하야토는 '살얼음판이 깨지지 않도록 균형잡는 법'을 연마해 온 사람입니다. 불안정한 균형을 유지하는데 특화되었죠. 그래서 하야토가 하치만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이겠죠. 하치만은 '살얼음판을 전부 부숴버리고 헤엄쳐 강을 건너는 사람'이니까요. 더불어 자신을 '남의 기대에 얽매여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여기는 것을 볼 때 '남의 기대따윈 무시하는 사람'인 하치만의 자유로움(?)을 동경할 겁니다. 말도 안 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그 기대에 대답한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만, 어느 기대 하나도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불완전하달까요.



2.2.

앞으로의 결말에 대해서 예측해보는 것은 무의미하지만,[각주:5] 일단 생각난 김에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전 일단 무척 게으른 사람입니다. 특히나 선택에 대해서요. 보통은 이런 게으름을 우유부단이라고 부르죠. 그래서 지금의 봉사부 관계가 무너져 내리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잇시키 이로하가 되겠네요. 하치만이 '진실된 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면서, 봉사부의 관계가 조각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선택지. 제게 닥친 현실이었다면 이 길, 하야토의 답을 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완결성이란 측면에서는 최악의 선택이죠. 우선 12권에서 13권 안에 결말이 난다면 하치만이 이 답을 '진실된 것'이라고 납득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결정적으로 하루노가 계속 물어 올 것입니다. 의미는 살짝 다르지만, 중세 정물화의 해골과 같달까요? 시야 한 구석에서, 끝없이 물어 올 겁니다. 네가 찾던 정답이, 그 정답이었냐고.

결국 선택지는 유이와 유키노, 둘 중 하나로 남습니다. 선택하지 않는다는 결말은 화자가 납득하지 못할 테니까요. 이 경우에도 전 현실이었다면 택했을 답과 이야기의 완결성을 위해 택했을 답이 좀 다른데, 전 현실이었다면 유이와 하치만이 이어지는 결말 쪽을 선호했을 겁니다. 유이와 같이 상냥한 사람들이 상처받는 것을 보지 못한달까요. 하지만 유키노의 빈 구멍은 완전히 메워지지 않은 채 결말이 날 가능성이 높고, '소부고교 봉사부 삼인방의 성장'이라는 이야기의 틀에는 무언가 안 어울립니다. 굳이 이야기의 완결성까지 충족하는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자면 하야토와 하루노까지 말려들어 유키노의 빈 구석을 채우는 것이겠지만, 하야토가 자신이 애써 이룬 균형을 스스로 무너뜨리려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드네요. 에비나 히나와 토베 카케루로부터 시작된 균열이 전체 판을 뒤흔들어버린다면 모르겠지만요.[각주:6][각주:7]

봉사부 밖에서 발생한 사건의 여파가 봉사부까지 휘두르는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할 경우, 전 유키노 쪽이 이야기의 진행 상 좀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마태복음도 아니고 가득한 사람에게 더 준다는 것은 영 아니란 생각이라서요. 이 쪽 방향일 경우 어떻게 풀어나갈 지는 감이 안 잡히지만, 하루노가 말려드는 것은 필연적으로 보이네요. 쓰고 보니까 유이 쪽 엔딩에 제시한 시나리오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기 시작해서 문제



2.3.

이렇게 말을 주저리주저리 써놓긴 했지만 전 어지간해서는 악평을 안 내리는 인간인지라 어떤 결론을 내든 전 납득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악평을 내리는 경우는 작품이 운이 나쁘게도(?) 아주 낮은 확률로 눌리는 이상한 곳에서 배배 꼬인 버튼을 누를 때인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아바타>입니다. 어째서인지 이상적인 무언가를 그리려고 하기만 하면(특히 그 구호가 '자연으로 돌아가자'같은 느낌일 경우) 도저히 곱게 봐 주지를 못해요.[각주:8] '진실, 혹은 정답이란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에 대해 잠정적으로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려서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제가 버린 길의 끝을 가보려는 화자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화요일입니다. 일주일 한번 신나게 살아보자구요.

  1. 11권까지 [본문으로]
  2. 이걸 추억이라 불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자신은 없지만요. [본문으로]
  3. 일단 유키노는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에서 성장이 필요하니 계속 갈등 상황을 만들어낸다는게 제 하루노에 대한 판단입니다. 유키노의 갈등해결방법은 두 가지 뿐이죠. 갈등을 정면에서 찍어누르거나, 아니면 갈등에 정면으로 굴복하거나. [본문으로]
  4. 그러니까 히라츠카 시즈카가 봉사부에 강제로 입부시켰겠지요 [본문으로]
  5. 언제까지나 이건 '제가 읽고 제 마음 속에 제멋대로 구성한 이야기'의 해설이니까요. 뭐야, 지극히 하치만스러운 생각이잖아? [본문으로]
  6. 다만 이 경우에도 유키노가 얻게 될 마지막 조각이 충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마음에 걸립니다. 과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이상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요. [본문으로]
  7. 뭐, 제4의 인물인 하야토의 성장(이 경우엔 '남의 기대를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는 능력'이 되겠지요)까지 고려한다면 영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8. 이상적인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아니라, 이상적인 무언가가 이미 주어져 있고 거기에 걸어들어가는 흐름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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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해당 내용을 '어디에선가 읽었었는데 어디지?'하다가 계산이론 강의록을 뒤져봤는데 발견해서 저렴하게(...) 번역해봤습니다. pdf에는 원문도 수록(저작권에 걸리진 않겠지?)


feynman.pdf


이제 두 가지 방법으로 이 주제들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요. 하나는 큰 그림을 잡은 후 집에 가서 어떤 명령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면서 하나도 빠뜨리지 않도록 하는겁니다. 명령어들을 줄이거나 늘인 뒤 아무 문제나 풀어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이해합니다. 전 이런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이렇게 할겁니다! 이건 제가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 작업을 해 보면서 이해하는, 다르게 표현하자면, 만들어 내면서 이해하는 것이죠. 당연히 백 퍼센트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는 취하되 사소한 부분은 잊습니다. 그런 부분들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가치있는 다른 방법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주의깊게 읽는 것입니다. 제게는 기본 아이디어를 이해했을 땐 첫 방법이 더 맞더라구요. 막히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알려주는 책을 봅니다. 페이지를 넘기고 "아, 그 부분을 잊었네"하고 책을 덮은 뒤 계속 진행하죠. 어떻게 했는지 알아낸 뒤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읽은 후 내 해답이 얼마나 멍청하며 그들의 답이 얼마나 똑똑하고 효율적인지 알게 되죠! 이 방법을 쓰게 되면 그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똑똑함과 문제를 생각하는 틀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누군가가 내놓은 해답을 곧장 읽게 되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면서 모든 것이 한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최소한 그게 제 방식이예요!


놀아볼만한 문제들을 책 전반에 걸쳐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 문제들을 건너뛰고 싶으실지도 몰라요. 너무 어렵다면 괜찮습니다. 몇몇 문제들은 상당히 어렵거든요! 누군가가 이미 했을텐데 이걸 할 이유가 있나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당연히 이미 누군가에 의해 풀린 문제들입니다! 그래서 뭐? 재미를 위해서 하세요. 이것은 무언가를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하는 방법을 익히는 요령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다음과 같은 수열의 합을, 예컨대 62까지라고 해 보죠, 구하고 싶다고 해 봅시다.


1 + 2 + 3 + 4 + 5 + 6 + 7... 


당연히 어떻게 하는지는 아시겠지요;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어린 아이일 때 접하게 되면 . . . 어떻게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즐겁습니다. 자라나면서 이것 저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르게 되지요;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그것들을 발견했다고 해서 주눅들어서는 안됩니다. 한 바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바보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어떤 바보가 당신을 이겼다고 불편해하는게 아니라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즐거워해야죠. 이 책에서 제시할 많은 문제들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풀은 것들이고, 수많은 천재적인 해법들이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한 것들을 계속 풀어보면서 자신감을 쌓고 해의 복잡성을 쌓아가다 보면 — 단지 재미를 위해서 — 어느 날 뒤돌아보며 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를 푼 자신을 보게 되겠죠! 이렇게 컴퓨터과학자가 되는 겁니다.


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례를 하나 보여드릴께요. 위에서는 자연수를 더하는 문제를 말했죠. 여러 해 전 저는 이런 문제들을 일반화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곱수, 세제곱수, 그리고 그 이상의 지수들에 대해서 $m$까지 $n$승들의 합을 구하는 공식을 찾고 있었죠. 결국엔 여러 흥미로운 관계식들을 찾아내면서 문제를 깼습니다. 끝났을 땐 각 $n$의 합에 대해서 숫자들을 이용한 식이 나왔지만, 그 숫자들에 대한 식은 구할 수 없었죠. 흥미로운 점은 그 숫자들이 $n$=13까지는 정수였다는 것입니다 — 13에서는 아니었죠 (691을 조금 넘었습니다)! 매우 놀랍죠! 재미있기도 하구요.


어쨌든 이 숫자들이 1746년에 이미 알려졌다는 것을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1746년까지 따라잡은 것이죠! "베르누이 수"라고 불리더군요. 구하는 식은 상당히 복잡하고 간단히 말하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전 것으로부터 다음 것을 구하는 점화식은 구할 수 있었지만, 임의의 숫자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살다가 1889년에 처음 발견된 것을 찾고, 다음엔 1921년에 발견된 것을 찾고 . . . 결국엔 제가 찾은 날과 같은 날 발견된 것을 찾았습니다. 제가 이런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비슷한 방법으로 즐거우실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해서 즐길 문제들을 제시해드리는 겁니다.(물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즐거움을 느끼죠) 제가 드릴 말씀은 두려워하지 말고 누군가 이미 했다고 피하지 말라는 겁니다. 옛 것들을 많이 연습해보지 않고는 새 것을 발견할 수 없을 뿐더러, 재미있는 관계들과 흥미로운 것들을 갖고 놀면서 많은 재미를 느끼실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바보가 한 일을 읽게 되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혹은 아닌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무엇이 그의 문제인지 등등을 알 수 있게 되지요. 답을 읽기 전에 그것들을 가지고 장난을 쳐 봐야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이유에서 한 번 시도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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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Codecogs equation editor를 javascript로 끌어다 쓰고 있었는데 맛이 가 버렸습니다(...) 정상화되거나 더 쓸만한 녀석을 찾기 전까진 일단 수식 렌더링 기능을 꺼 둘 생각입니다.


1주일 뒤 공지사항으로 전환합니다.




15/03/15 20:58 추가

Codecogs equation editor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네요. 수식 렌더링을 다시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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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5. 2. 24. 00:34 Daily lives

근황. 짤막하게

0.

내가 얼마나 공부량이 부족한지 계속 뼛속까지 체감중. 난 무슨 배짱으로 입을 털어 댄 걸까...



1.

10월쯤부터 들고다녔던 것으로 기억하는 Kahn의 Topology를 얼마 전 완독했다. 202쪽을 6개월 정도 걸려서 본 것이니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은 셈. 마지막 장의 문제는 fundamental group을 계산하라는 문제여서 '수학책은 눈으로 푼다'는 암묵적으로 갖고 있던 원칙(작용기억 용량을 늘리려고 하는 훈련 중 하나다. 간단한 증명문제는 종이 없이도 풀리니까)을 집어던질 수 밖에 없었는데 머리 속에서 안 되는 시뮬레이션 끙끙거리며 하던 것을 종이에 그리면서 하니까 금방 풀리더라. 이제 위상수학은 homology만 공부하면 쓰게 될 수학의 윤곽은 그릴 수 있는 수준이 되려나...


군 복무 중 받아놓았던 것으로 기억하는-그러면 받은지 최소한 3년은 되었다는 소리다- t'Hooft의 '양자장론의 개념적 기반'도 결국 읽을 수 있는 부분은 읽었는데, 그래봤자 실제 계산을 하려면 각 잡고 제대로 된 양자장론 교재를 파야 한다는게 문제.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를 파악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아직 안 읽은 부분은 6장.


꽤 지난 숙원(?)을 마무리한 기념으로 작은 장난감을 하나 사기로 했다. 원래는 좀 크게 지를까 생각했는데 등록금 부담이...



2.

논문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위에서 쓴 '수학책은 눈으로 푼다'라는 원칙을 끌고가다 보니 생긴 문제인지도 모르겠는데, 언제부턴가 공부할 때 읽으며 밑줄을 긋는 것으로 공부를 끝내는 버릇이 생겼다. 내용이 간단한 경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조금만 복잡해지면 도저히 집중이 안 되어서. 오늘은 보다 못해 예전에 학사논문 쓸 때 공부하던 것처럼 연습장을 곁에 두고 내용을 적어가며 논문을 읽었는데, 확실히 집중도가 배로 상승한 것을 느꼈다. 근 한 달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제대로 된 성과는 다음 교훈 뿐이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우울한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논문은 눈으로 읽는게 아니라 손으로 읽는 것이다'



3.

어릴 적부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특히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SF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침에 재미있는 플롯이 떠올라 적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해야 할 공부는 안 하고. 쯧. 좋은 소재인 것 같긴 한데 플롯이 아무리 봐도 우울증 환자같아서 진짜로 쓰게 될 지는 모르겠다. 중간 중간에 채워넣어야 할 에피소드들이 딱히 생각나지 않기도 하고. 인터넷 선 끊어놓고 공부만 하게 되면 스트레스 푼다고 끄적거리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야지.


이런 상황에 처할 때마다 느끼는 건 세부사항을 채워넣는 것이 정말 큰 재능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실제로 계산할 수 있는가'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과도 관련이 있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지만.


.. 빨리 양자장론 공부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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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5. 1. 1. 22:05 Daily lives

영원의 하루

"전에 어떤 책 서문에서 읽은 건데, 우리가 사는 세상 저 북쪽 끝 스비스조드라는 땅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있답니다. 높이와 너비가 각각 1백마일에 이를 만큼 엄청나게 큰 바위인데, 이 바위에 인간의 시간으로 천 년에 한 번씩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날카롭게 부리를 다듬고 간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이 바위가 닳아 없어질 때 영원의 하루가 지나간답니다."


-이순원, <은비령> 중


읽어본 적 없는 소설의 기억나는 한 구절. 문득 생각나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은비령>이라는 소설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시간 나면 읽어봐야지.


영원을 사유하는 존재가 찰나에 얽매여야 한다니 이만한 저주도 없지 않을까.

찰나에 얽매이는 주제에 영원을 사유할 수 있다니 이만한 축복도 없겠지만.


새해에는 더 멀리서, 동시에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별을 관측한다고 우물에 빠지는 것이 괜찮은 것은 아니니까.[각주:1]

  1. 찾아보니 가장 오랜 기록은 탈레스를 지목한다고 한다(테아이테토스 174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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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광고글입니다. 이벤트때문에 하라는 물리 이야기는 안하고 보드게임 이야기나 하는거 죄송합니다 ㅠㅠ (옛날 카드중 강한게 많아서 ㅠㅠ)

근시일 내에 란다우 레벨이라던가 쓰다 만 푸앙카레 반평면이라던가 정리해서 올릴께요 ㅠ


어릴적 모두의 마음에는 용사가 한 명씩 살고 있었습니다. '세계를 마왕으로부터 구해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용사의 목소리가 안 들리고 있지는 않나요?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용사를 향한 한 줄기 열망이 남아있는 지금! 용사에 도전하세요!


I WANT YOU FOR YONGSA


용사가 되기로 마음먹으셨나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용사가 되기로 하신 여러분께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용사는 누구와 싸우죠? 마왕과 싸웁니다. 그리고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다 급성폐암으로 심폐소생기를 달고 살았던 시절 마을 골목대장으로 여러 꼬맹이들 울렸던 손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죠.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그!래!서! 용사에 도전하시는 여러분께, 싼 값에 모십니다. 마왕의 마음속속들이 알 수 있는 비밀의 도구! 데란의 황제 임요한씨가 극찬했다는 극사실주의 마왕 시뮬레이터! 이것만 있으면 마왕의 모든 전술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 훤히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 Hero Detected를 소개합니다!




게임의 배경은 마지막 마왕이 사라진지 오랜 시간이 지난 평화로운 세계, 마계에서는 새로운 마왕 선출을 두고 선출위원회가 꾸려집니다. 당신은 오랜 마왕 지망생!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요.


그런데 이게 웬걸, 선출위원회는 당신의 마왕으로서의 자질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맙니다. 결국 마왕 선출 규칙은 '던전을 지어 가장 마왕다운 행보를 보이는 후보자를 마왕으로 선출한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이 정도 일은 식은 죽 엎기죠. 나야말로 마왕의 격을 갖추었다고 세상에 선포할 때가 된 것입니다!!


지금 당장! 주문하세요!

 https://www.tumblbug.com/ko/hdtt 






아아, 찌라시란게 참 쓰기 힘드네요. 광고업계 종사자 여러분, 존경합니다.


게임은 전에 친구가 술먹으러 자취방에 놀러왔을때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서 확장판을 제작하는데 구입할 기회가 생겼네요. 게임의 모티브와 하는 방법은 위에 접어둔 짤로 충분히 설명이 될 것 같으니 너댓판 하면서 익힌 게임의 승리전략을 조금 정리해보겠습니다.


1. 시설을 되도록 앞쪽(왼쪽)에

시설은 용사와의 전투에서 파괴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되도록 앞쪽에 배치해야 피해가 줄어들겠죠?


2. 마법이 절대적으로 강하다.

용사를 잡는데 쓸 수 있는 자원은 몬스터, 시설, 마법 셋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자원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겐세이를 거는데 쓸 수도 있지요(사실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카드들이 더 많습니다). 몬스터와 시설 카드의 특징은 던전에 내려놓아야 효과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인즉슨 몬스터와 시설 카드의 효과를 쓰려면 a) 자기 턴에만 효과를 발동할 수 있고 b) 던전에 내려놓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가 무슨 효과를 쓸 수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때문에 마법보다는 허를 찌르기가 힘듧니다. 마법은 손에 들고 있다가 바로 쓸 수 있거든요. 효과만 따질 경우에도 마법에 강한 효과를 가진 카드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습니다.


3. 데미지를 줄이기 힘들다.

한 번 용사에게 입은 데미지는 웬만해서는 줄이기 힘듧니다. 데미지를 줄이는 카드가 하나밖에 없어서(...)요. 데미지 세 칸이 차면 끝인데, 그래서 데미지를 한칸 아래로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왜냐? 변태적인 카드들 중에는 자신이 입어야 하는 데미지를 다른 플레이어에게 옮기는 카드들이 존재합니다. 시나리오 회의장(에반게리온의 제레 패러디입니다)이라는 카드가 대표적인 예이죠. 이거 한방 먹고 골로 가면 친구 멱살이 내 주먹 안에 들어와있는 것을 구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4. 여태까지 사용된 무효 마법의 수를 세자.

전략을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겐세이가 들어올 수 있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이티나 블랙잭에서 카드 카운팅을 하는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게임의 문제라면 성에서 나오는 용사들이 대체로 너무(?) 강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섣불리 열어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가진 카드로 충분히 용사를 잡을 수 있어도 다른 플레이어가 뜬금없이 마법으로 키카드를 막아버리면 그대로 데미지로 들어가버리니까요. 특히 보수적인 사람들끼리 게임을 하게 될 경우 누군가 승리 조건인 '용사 다섯을 잡는다'에 성공하는 것보다는 더 이상 몬스터나 시설 카드가 없어서 게임이 끝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4번이 나오죠.




개인적으론 다음과 같은 카드를 기대해봅니다. "흔한 물리학자"



용사 카드로 효과는 "이 카드는 전투를 포함한 어떤 경우에도 레벨이 낮아지지 않는다" 정도? 이 조건이면 게임 밸런스를 위해선 레벨 4나 5로 잡는 것이 적당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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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4. 4. 20. 00:45 Daily lives

무제

고전 자료다.


아버지와 아들이 목욕탕에 갔다. 아버지가 목욕탕에 들어가며, 

“아! 시원하다 너도 어서 들어온.” 

“아버지, 정말 시원하나요?”

“그래! 어서 들어와.”

아들이 욕탕에 뛰어 들어갔더니 물이 뜨거워서 도로 뛰어 나오며, 

“이 세상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했다.


---------------------


어제만 해도 매우 심란했다. 나라에 대해 실망이야 매번 실망했었지만 그게 절망이었던 적은 없어서.


선장은 배를 책임지지 않는다.

기자는 기사를 책임지지 않는다.

대책본부는 발표 내용을 책임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 625 전쟁통과 같은 아비규환에나 어울리는 말이 21세기 G20을 개최했던 나라에서 나온다. 도대체 지난 60년간 정신적으로 나아진 것이 무엇일까? 이 나라에 '책임'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하지만 마음을 고쳐잡기로 했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아직 남아있다면 이런 분들 덕분일 것이다.


http://insight.co.kr/news.php?Idx=1653&Code1=001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04/18/20140418000559.html


끝까지 대피방송을 하다가 결국 탈출하지 못하신 박지영 님, 친구에게 자기 몫의 구명조끼까지 넘겨주셨던 정차웅 님,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살신성인을 행한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이 아직 남아있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여러분 덕분입니다.


---------------------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라. 요즘은 교회를 안 나가지만(주말만 되면 뻗는다. 오늘도 16시간은 이불 속에서 보낸 것 같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나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까?


마음이 가벼우면서 한편으로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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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고등과학원 겨울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일주일의 3일은 마이티/포커/블랙잭/고스톱/섯다를 치느라(...) 밤을 새고 나머지 3일밤은 논문 읽느라 밤을 샜더니 아직도 피로가 덜 풀려서 고생중입니다.


그룹연구주제로는 Monopoles in real and momentum spaces of condensed matter systems를 했습니다. 같은 조원분이 버스를 태워주셔서 유일하게 교수님들께 안 까인 발표(...)가 되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에 맥락과 일관성이 존재한다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과찬(..)을 받았습니다. 결국 상금 획득.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겨울왕국 OST를 사야겠군요.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옮겨봅니다.




이준규 교수님: "물리에는 사기가 적절하게 들어가야 생명이 있는 거예요" "와인버그 그 사람 책은 생명이 없어. 사람이 너무 박식해서 그래"[각주:1]

(기억나는대로 적어봤습니다)




이필진 교수님이 간략하게 homotopy 이론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작년 1학기에 이거 혼자 공부한다고 삽질했던게 원래는 이렇게 쉬운거였나 하는 자괴감이 들더군요. 물론 다시 책을 집었을 때 이해하는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


사실 (대수적)위상수학보다는 미분기하학 공부가 더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는 나중에 하기로 했습니다. 재미있어 보이긴 한데...


3차원 구인 S^3가 Hopf Fibration으로 2차원 구 S^2와 1차원 구S^1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는데, 알고보니 globally하게는 안 되고 local하게만 된다고 합니다. S^3를 실수공간 R^3에서 무한원점을 하나의 점(대척점이 됩니다)으로 만들어 이미지화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되는거냐' 생각으로 하루종일 고민했더랬죠. 대척점과 원점이 같다니?!?! local한 경우에는 당연히 되는거지만요.


(S^3 공간에서는 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S^2에서 방향을 정해주고 S^1으로 쭉쭉쭉쭉 나아가는 것을 이미지화하면 국소적으로는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trivial하지 않은 fibre bundle의 한 예라고 하더군요.)


c.f. 이필진 교수님이 강의록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 놓으셨더군요. Physics 탭을 누르면 열립니다.




주제가 geometric phase였던지라 이걸 이해해보려고 여러 삽질을 했는데(결국 발표 슬라이드에는 하나도 안 넣었지만요) 그 중 하나가 고전역학적으로 이해해보려는 시도였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책이 있던데(Geometric Phases in Classical and Quantum Mechanics) 하필이면 djvu를 못 읽는 iPad만 가져왔던지라 맨땅에 헤딩...


일단은 재미있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삽질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geometric phase의 가장 간단한 예는 전하가 자기장이 있는 공간에서 폐곡선을 그리는 운동을 해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위상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Berry's Phase라고도 하지요. 이때 얻는 위상의 변화는 그 폐곡선이 잡아둔 자기장의 세기, 혹은 그 폐곡선이 만드는 곡면에 대한 자기선속(magnetic flux)에 비례합니다. 고전적으로는 무슨 의미가 있는 양인가, 가 질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폐곡선에 대해 운동량을 선적분한 값입니다. 유체역학의 circulation이라는 값과도 연관이 있고, 사실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 이전의 구양자이론에서 본-조머펠트 양자화조건에 해당하는 양이라는 것이죠. 여기에서 B는 자기장입니다.


\oint_C \bold{p}\cdot d\bold{l}


유도하려면 다음의 조건을 이용합니니다.


\text{The Lorentz force equation can be written as} \\\frac{d\bold{p}}{dt}=e(\bold{E}+\frac{d\bold{x}}{dt}\times\bold{B}) \\\therefore d\bold{p}=e(\bold{E}dt+d\bold{x}\times\bold{B}) \\\\\text{By suppressing changes in time, one gets} \\d\bold{p}=ed\bold{x}\times\bold{B}


벌써부터 쓰기 귀찮아지는데(...) 작은 사각형 루프 ABCDA를 잡아서 값을 더해주면 다음 식을 얻습니다.


\text{Let a closed square loop }ABCDA\text{be specified} \\\text{by infinitesimal lateral displacement }d\bold{x}\text{ and} \\\text{infinitesimal vertical displacement }d\bold{y}\text{. Then} \\\oint_{ABCDA} \bold{p}\cdot d\bold{l} \\\approx \bold{p}(A)\cdot d\bold{x}+\bold{p}(B)\cdot d\bold{y}-\bold{p}(C)\cdot d\bold{x}-\bold{p}(D)\cdot d\bold{y} \\\text{Where} \\\bold{p}(B) \approx \bold{p}(A) + ed\bold{x}\times\bold{B} \\\bold{p}(C) \approx \bold{p}(B) + ed\bold{y}\times\bold{B} \\\approx \bold{p}(A)+ e(d\bold{x}\times\bold{B} + d\bold{y}\times\bold{B}) \\\text{etc. Rearranging terms, one gets} \\\oint_{ABCDA} \bold{p}\cdot d\bold{l} \\\approx e(d\bold{x}\times\bold{B}\cdot d\bold{y}-d\bold{y}\times\bold{B}\cdot d\bold{x}) \\= 2ed\bold{x}\times d\bold{y}\cdot\bold{B} \\=2e\bold{B}\cdot d\bold{a} \\\text{which is the infinitesimal magnetic flux enclosed} \\\text{by the loop.}


계수에 2가 붙는 것이 신경쓰이기는 하는데 그것보다 이걸 momentum space에서 바꾸어서 해석할 방법을 찾지 못해 포기.




또 다른 접근법은 게이지 장론의 minimal coupling을 반대로 이용하는 방법. 보통 minimal coupling은 시공간상의 모든 점에서 운동량에 correction term인 게이지 장을 시공간상의 좌표에 대한 함수로 걸어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걸 반대로 momentum space에서 시공간 좌표에 대해 momentum에 대한 함수로 correction term을 걸어주는 방식으로 이해할 때, 이 녀석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수식으로 쓰자면


\text{The solutions }\Psi\text{ to the Hamiltonian }\hat{H}(\hat{\bold{p}}+q\bold{A}(\hat{\bold{x}}),\hat{\bold{x}}) \\\text{can be expressed by the solutions }\phi\text{ to the} \\\text{Hamiltonian }\hat{H}(\hat{\bold{p}},\hat{\bold{x}})\text{ by the relation} \\\Psi=e^{-iqf(\bold{x})}\phi \\f= \int_\bold{x_0}^\bold{x} \bold{A}\cdot d\bold{l}


이므로(디락상수는 1로 둡시다), 이 반대 버젼인


\text{The solutions }\Psi\text{ to the Hamiltonian }\hat{H}(\hat{\bold{p}},\hat{\bold{x}}+g\bold{B}(\hat{\bold{p}})) \\\text{can be expressed by the solutions }\phi\text{ to the} \\\text{Hamiltonian }\hat{H}(\hat{\bold{p}},\hat{\bold{x}})\text{ by the relation} \\\Psi=e^{igh(\bold{p})}\phi \\h= \int_\bold{p_0}^\bold{p} \bold{B}\cdot d\bold{p}


를 생각해보자는 것. 재미있는 점은 위에서 언급한 B는 Bloch function에 대해 해석할 경우 unit cell의 원점을 잡는 자유도로 작용하게 됩니다. 또한 momentum space에서 그린 폐곡선에 대해 B를 선적분한 값은 원점의 net displacement가 되지요. 문제는 위의 h라는 함수가 global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


나중에 해보고 싶은 시도 중 하나는 위의 방식처럼 momentum space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momentum space에서 periodic potential을 잡을 경우 x의 spectrum이 discrete해지는데, 어쩌면 이걸 spin wave를 나타내는데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질문.




아, 그리고 발표 도중에 증명에 사기를 친 것이 있는데(T^2공간에 대한 적분인데 S^2라고 사기를 쳤습니다.) 교수님들이 그냥 넘어갔다는 훈훈한 일화. 사실 ppt 다 만들고 발표 당일 아침에 발견한 문제인데다가 수정하기 귀찮아서 그대로 놔둔 것이었는데, 결국 안 걸렸네요. 물론 증명이 이상하다고 지적하셨면 "역시 교수님들 상대로 사기치기는 쉽지 않네요"라는 드립을 치면서 옆의 칠판을 끌어다가 제대로 된 증명을 쓰려고 했었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1. 사기가 너무 없이 타이트한 논리전개를 가지고 있다는 맥락이었습니다. 와인버그 양자장론 교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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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3. 12. 14. 02:47 Daily lives

공부합시다...

1.

가지고 있는 양자역학 책이 무언가 아쉽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고 있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건 란다우 이론물리학 시리즈 3권과 Schiff책. 둘 다 archive.org에서 구한 상태. (사실 란다우 양자역학은 구글링으로 3판을 찾았지만) 란다우 양자역학은 교보문고에서 슬쩍 봤는데 핵물리도 들어있어서 상당히 땡기는 상태. QCD전의 파이 중간자를 이용한 이론체계로 보인다.


인상깊었던 것은 왜 충돌이 공명(Breit-Wigner formula)으로 설명되는가에 대한 논증. 두 핵이 합쳐지면서 핵의 구성입자들 사이에 운동에너지가 고르게 분포되어 어느 한 구성입자도 서로의 인력을 벗어나기 충분한 에너지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공명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내용. 제대로 공부해 봐야겠지만 공명식 자체는 허접해 보였던(...) partial wave를 이용해서 얻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Sakurai책을 펴보니 딱 그 전까지만 다시 봤던 흔적이 남아있다(...)



2.

란다우를 검색하다가 란다우의 최소요구치라는 시험문제를 발견. 아무리 몇 달은 준비하고 시험치는 거라고 하지만(더군다나 수십년간 단 43명만 통과했다고) 일단 난 한참 멀었다는게 느껴진다. 깝치지 말고(...) 기본기부터 다시 쌓아야겠다.


관련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글: http://arxiv.org/abs/hep-ph/0204295


실험논문은 읽고 저자의 입장에서(!) 논문을 방어하게 시켰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이란 표현을 쓰는게 금지되었다고. 엄청나게 하드코어한데, 이 지옥(?)을 살아남으면 어디에 가서도 살아남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발굴한(?) 몇몇 문제:


1> The electron enters a straight pipe of circular cross section (radius r). The tube is bent at a radius R≫r by the angle α and then is aligned back again. Find the probability that the electron will jump out.


2> A hemisphere lies on an infinite two-dimensional plane. The electron falls on the hemisphere, determine the scattering cross section in the Born approximation.


3> The electron "sits" in the ground state in the cone-shaped "bag" under the influence of gravity. The lower end of the plastic bag is cut with scissors. Find the time for the electron to fall out (in the semi-classical approximation).


1번은 감도 안 잡히고(파동광학을 본 적이 없는게 문제다) 2번은 image charge를 써서 V를 구한 다음 푸는 것 같긴 한데 막상 born series에서 cross-section을 구하는 과정이 기억이 안 난다. 작년 겨울에 Sakurai책 산란 파트를 끝까지 안 봤더니... 마지막 껀 긴가민가(...) Airy함수 꼴로 나오는 해를 이어붙이는 문제인것 같긴 하다.


전자기학 공부가 가장 시급하다.



3.

생각난김에 archive.org에서 Herman Weyl의 『군이론과 양자역학』을 구해서 서론을 읽고 있는데(책장의 벽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책이라도 서론까지는 읽으려고 노력한다) 참고하라고 찝어주는 책들에서 독일어 제목이 엄청 많이 튀어나온다. 한 80%는 읽히는데 독어를 취미로 시작한 것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제목을 읽을 줄 안다고 내용을 아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어떤 내용을 찾으면 되는지는 알 수 있는거니까.


언급된 독일어 책의 제목들에 분광선(Spektrallinien)이란 단어가 쏟아지는 걸로 봐서는 양자역학이 화학에 빚진게 많아 보인다. 하긴 (말도 안 되는) 보어 원자모형이 받아들여진 가장 큰 이유가 발머선을 기가 막히게 잘 설명해서였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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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3. 10. 25. 12:34 Daily lives

Words from Feynman

할 일이 많지만(아직 SOP 한 자도 못 썼다. 너 유학 생각 있는거 맞아?) 할 일이 많다고 농땡이를 안 칠 수는 없는 법. First Light(역서: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를 읽으려고 사 두었는데 서론까지만 읽고 다른 책을 뒤적거리는 중이다. 카네만의 Thinking, Fast and Slow(역서: 『생각에 관한 생각』)는 읽기 시작한 지 한 일 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것도 일시정지 상태. 두 책 말고도 사놓고 표지조차 열어보지 않은 책이 넘쳐나는데 매우 큰 문제(그래놓고서 책 욕심은 아직도 남아서 새 책에 눈이 돌아가곤 한다)이다.


현재는 파인만 계산이론 강의록을 읽는 중. 원래 이산수학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도 하고, 믿고 보는(?) 파인만 강의록인데 안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봤다. 비싸더라(...) 그래서 중앙도서관의 힘을 빌렸다. 책을 빌리기보다는 사서 보는 쪽인데... 쩝. 아직은 초반부인데 인상적인 글이 있어서 발췌해 봤다.


Now there are two ways in which you can increase your understanding of these issues. One way is to remember the general ideas and then go home and try to figure out what commands you need and make sure you don't leave one out. Make the set shorter or longer for convenience and try to understand the tradeoffs by trying to do problems with your choice. This is the way I would do it because I have that kind of personality! It's the way I study - to understand something by trying to work it out or, in other words, to understand something by creating it. Not creating it one hundred percent, of course; but taking a hint as to which direction to go but not remembering the details. These you work out for yourself.


The other way, which is also valuable, is to read carefully how someone else did it. I find the first method best for me, once I have understood the basic idea. If I get stuck I look at a book that tells me how someone else did it. I turn the pages and then I say "Oh, I forgot that bit", then close the book and carry on. Finally, after you've figured out how to do it you read how they did it and find out how dumb your solution is and how much more clever and efficient a framework in which to think about the problem. When I start straight off to read someone else's solution I find it boring and uninteresting, with no way of putting the whole picture together. At least, that's the way it works for me!


-Feynman Lectures on Computation, p. 15


번역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쿨럭;;) 생략하기로 한다. 요약하자면 '좀 더 깊게 이해하려면 1. 기본 아이디어만 갖고 스스로 이론 전반을 재구축하는 것과 2.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이론 전반을 구축했는지 잘 살펴보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나는 첫 번째 선택지가 더 잘 맞더라'. 파인만이 한 논문을 보면 그 논문의 기본 아이디어만 보고 논문의 나머지 내용을 전부 스스로 유도해내곤 했다는 말이 있던데, 그 일면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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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글쓰기 과제는 하기 싫고 그래도 무언가는 써야겠고 해서 개드립만 날립니다.






비기너즈 럭(beginner's luck-초심자의 행운): 그 날 첫 시험문제/실험/코딩 등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나머지 시험문제/실험/코딩 등도 손쉽게 끝낼 수 있다고 믿는 것. [대분류: 성급한 일반화]


롱테일 법칙(long-tail): 과목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그 과목을 이해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지만 계속 이해하는 수강생이 남아있는 현상. [대분류: 2종 오류]


가언 명령(hypothetical imperative): 수업시간에 다루었지만 시험범위가 아니면 시험공부에 포함하지 않는 현상. [대분류: 2종 오류]


블랙 스완(black swan): 전공 수업에서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타과생/복학생이 탑을 가져가는 현상. [대분류: 2종 오류]


미란다 원칙(Miranda rights): 1. 피험자는 모르는 문제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피험자의 모든 답안은 채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3. 피험자는 정답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대분류: 1종 오류]


무죄 추정의 원칙(Presumption of innocence): 제출된 답안지는 채점이 시작되기 전 까지는 영점으로 추정한다. [대분류: 1종 오류]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시험범위라고 알려주었던 슬라이드의 가장 안 중요한 부분에서 시험문제가 나오는 현상. [대분류: 1종 오류]


중심극한정리(central limit theorem): 과제 제출 기한이 길어질수록 제출된 과제의 질은 비슷비슷해지는 현상. [대분류: 멀티캐리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분명히 과제를 같이 한 사람은 하나인데 제출된 과제가 전부 비슷한 현상. [대분류: 멀티캐리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교수님과 외계어로 대화하다 재수강생으로 오인받은 초수강생을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 [대분류: 멀티캐리어]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 팀 과제에서 일을 도맡는 사람이 다른 팀 과제에서도 결국 도맡는 현상. [대분류: 멀티캐리어]


위버맨쉬(Übermensch-초인): 21학점을 전공으로 듣는 사람. [대분류: 마이티]


알파와 오메가(alpha and omega): 수강생 전원의 이름과 성적을 기억하시는 교수님. [대분류: 마이티]


에너지 보존의 법칙(conservation of energy): 밥을 굶은 만큼의 칼로리를 야식으로 섭취하는 현상. [대분류: 요요]


질량 보존의 법칙(conservation of mass): 어제 미룬 야식을 오늘 먹는 행위. [대분류: 요요]


영겁회귀(Ewige Wiederkunft): 냉장고 앞을 계속 서성이는 행위. [대분류: 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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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끄적거리는 것 긁어오는 것으로 채우기를 시작해야겠네요. 전처럼 한 10개 이렇게 긁어놓고 무책임하게 던져놓으니까 통일성도 없고 하니 하나 하나 따로 (예약으로) 발행합니다. 일단 이거는 공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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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13. 18:42 Daily lives

근황

1. 역시 달력에 그날 그날 무엇을 했는지 표시해두니 삶이 탄력을 받는군요. 달력에 그날 공부했음/독서함/운동함 등이 한칸 한칸 채워지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살고 있습니다.


2. 양자장론을 보다가 다음학기 수업들으려면 전자기파를 선수과목으로 들어야 된다고 하길레 란다우 책의 방사radiation 부분을 보고 있습니다. 일단 정독 한번 하고 연습문제 푸는건 나중에... 란다우 책에서 참 많이 독학하네요. 전자기학 한번 복습한 것도 란다우 책을 이용해서였고(전자기학은 그리피스 책으로 배웠죠) 일반상대론을 공부한 것도 란다우 책을 이용해서였고(비록 중력파 부분은 하나도 보질 못 했지만) 전자기파도 란다우 책으로 공부하는군요. 이 모든게 독학인게 좀 그렇긴 하지만...


3. 도서관에서 비트겐슈타인 평전을 대출해 읽는 중입니다. 재밌네요. 그런데 두번 읽을 지 몰라서 원서(원서가 역서보다 쌉니다)를 살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책 좀 그만 사라고 부모님께 잔소리 듣는 중이라... 그래도 평전 읽으니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전반적인 흐름이랄까 그런 것이 점차 눈에 들어오게 되어서 좋습니다. 논고 쌩으로 읽기는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지금 5에서 막혀있음...)


4. 역사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느 새 묻혀버렸고(역시 초고를 작성해 두어야 글을 쓰게 되나봅니다) 물리학의 특징에 대해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수비학numerology과 닮은 특징이 갈수록 눈에 들어와서요. 사실 란다우 책도 수비학적인 특성이 매우 강합니다. 수학적인 명제에서 구체적인 현상으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거든요. 또 다른 초고는 언어에 대한 것입니다. 얼마 전 차이와 사이라는 괜찮은 책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삘받아서 서두만 적어 놓고 묵혀두고 있습니다. 언젠간 빛을 발할 때가 오겠지요. 언젠간...


5. 보르헤스의 픽션들도 빌려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거 머리 핑핑 도네요. 모래의 책과 바벨의 도서관은 이미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단편들은 지금 읽고 있는 단편들보다는 매우 쉬웠던 것 같은데... 톨린이라는 행성(혹성이라고 써 있긴 한데 이건 일어를 그대로 가져온 모양입니다)의 세계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양자역학의 의미(?) 중 하나와 어느 정도 닮은 구석이 있어서 그렇다고 할까요...


6. 역시 물리 이야기. 상대적으로 힘과 운동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설명하기 쉽습니다. 이미 이 블로그 글 중에 그에 대한 내용도 있고요.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에너지인데, 이 에너지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도입할 수 있는지 고민입니다. 파인만 책을 보면 위치에너지 개념과 결부시켜서 도입하고 있는데(역시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입니다만) 이건 운동에너지가 고전열역학의[각주:1] 엔트로피처럼 '수학적 편의를 위해 도입된 물리량'이라는 인식을 주게 됩니다. 아니면 해밀토니안 역학을 도입해서(운동량과 위치라는 두가지 가장 중요한 개념을 엮는 또 다른 방식이죠) 에너지 개념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긴 한데 이건 아직 확신이 안 서서요. 그러고 보니 해밀토니안 역학은 양자역학의 기반이 되니까 여기에 대한 관점도 만들기는 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오히려 양자역학의 의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정돈된 세계관(?)을 만들었네요. 하나는 플랑크 상수가 기본 단위를 제공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플랑크 상수가 '현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섞일 수 있는 과거의 범위'를 정해준다는[각주:2] 것입니다. 앞은 역사적인 도입 경로이고 후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물리에 요구하는 것과는 정 반대되는 관점이죠. 물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주 목적이지 과거를 정당화하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니까요.

  1. 고전열역학은 열의 일당량의 발견과 통계학적 기법이 도입되기 전까지 물라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론 학문이었죠. [본문으로]
  2. 이 관점은 파인만의 경로적분과 하이젠베르크 서술(picture)에 대한 저의 이해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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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프로젝트 구텐베르크에서 배포하는 것을 받아봤더니 페이지가 안 매겨져 있어서 한번 매겨봤습니다. 은근히 시간 걸리네요.


PDF version of Also sprach Zarathustra by Friedrich W. Nietzsche being distributed at Project Gutenberg. Pages numbered. Language German.



Also_sprach_Zarathustra-Friedrich_Nietzsch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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