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대청소 중 만년필 하나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에 만년필 쓰는 사람이 나 혼자라서 자연스럽게 소유권 이전. 일제인거 같다는 아버지의 말에 기대했는데, 받고 나서 잘 보니 옛날 마이크로라는 필기구 회사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물건이었다. 만년필-볼펜 세트로 나온 Miko브랜드의 Neo Morbido. 그러면 나 초등학교때 물건이잖아?


펜촉에 선명한 'MICRO'. 하트홀은 장식?


플라스틱 재질인데 의외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화강암같은 느낌을 구현 잘 한듯. 시가형인데 끝 부분은 사각형으로 처리해서 독특하다. 그래도 뚜껑을 안 꽃으면 책상 위를 데굴데굴 잘만 굴러다니긴 하지만. 그립부는 좀 얇은 편인데 뚜껑 안쪽도 저 그립부에 맞추어 좁아져 있어서 캡의 두께(?)는 좀 두꺼운 편이다. 덕분인지 펜 뒷부분이 캡에 잘 안들어가 글을 쓰다 보면 뚜껑이 날아가는 불상사가 종종 발생하는 편.


뭐, 일단 써보자는 생각에 같이 들어있던 카트리지를 넣고 써봤다. 예상하지 못했던 필기감에 놀랐다.  잉크가 다르긴 하지만 어째서 내 플라티넘 스탠다드 14k와 비슷한 두께의 글씨가 더 부드럽게 나오는거냐 -.-;;[각주:1] 이건 철촉의 반란! 그런데 알아보니 morbido는 이태리어로 '부드럽다'란 뜻 이란다. 이름을 그렇게 붙인 이유가 다 있었구나... 여튼 기대하지조차 않았던 만족스러운 필기감을 제공해주었고 그래서 주력펜이 되려나 싶었는데...


커다란 문제점 발견. 카트리지 외에는 쓸 수가 없다. 저 배럴 안에 스프링이 있어서 조금 큰 컨버터를 넣으려고 하면 들어가지를 않는다. 스프링을 젓가락같은걸로 뽑아내야 하나... 다행인지 카트리지는 국제공용 카트리지라 잉크 구하기는 힘들지 않을 듯 싶지만 난 병잉크를 선호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할 듯.


그보다 세관에 들어섰을 내 라미 2k는 언제 집에 오는거지 ㅠㅠ

  1. 그런데 스탠다드 14k의 사각사각거리는 필기감이 나쁘지는 않다. 연필 사각사각하는 그런 기분좋은 소리를 좋아해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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