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아직도 새해 인사 안 올렸네요 -_-;;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엔


이분 덜 만나시고


이런 말 듣지않게 공부 열심히 하시고(OTL)


제아무리 망할놈의 세상이라지만


'절대 지지 않겠어' 라는 근성으로


충격과 공포를 보여주자구요.

그럼 이쯤에서 전 물러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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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한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종교 중 하나는 기독교입니다. 개신교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용어 통일을 위해 이 글에서는 기독교라는 단어를 사용하겠습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왜 욕을 먹는지 모릅니다(전 좀 특이한 케이스...)[각주:1]. 욕을 먹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1. 공격적을 넘어 배타적인 전도

2. 세속화

세속화는 이 땅의 많은 종교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불교도 아예 없다고는 말 할 수 없고, 천주교도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각주:2] 그러면 유난히 기독교가 많이 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 첫 번째 이유가 주된 근거라고 봅니다. 한번 밉보이면 착한 일을 하더라도 의심하게 되고, 나쁜 일을 하면 밉보이던 것만 강화됩니다. MB가 월급 전액을 기부했다고 했을 때 잘한 일이긴 하지만 꿍꿍이가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많았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입니다. 물론 사회 약자를 보호하겠다면서 복지 예산을 줄여나간 것은 잘못한 점이긴 하지만요.

전 이런 부분이 기독교인들이 근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믿음'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히브리서 11장 1절입니다.[각주:3]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조금은 애매하다 싶으니 쉬운성경을 보겠습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 확신하는 것입니다. 또한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이 사실임을 아는 것입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자청하시는 분들에게 한가지 묻겠습니다. 당신들이 예수님을 믿는다고 할 때 당신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믿는다고 할 때, 저 위에서 말하는 '바라는 것들'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입니다. 그대들이 그렇게 외쳐대는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입니다.

전 그 나라가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란, 어떤 사람이라도 열심히 일한다면 굶어 죽을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 자기가 노력한다면 자기가 가진 모든 올곧은 뜻을 펼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제가 정의하는 하나님의 나라이며, 이를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 예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대표되는 현재 대한민국의 전도 행태에 반대합니다. 예수님이 있음을 아는 것, 그리고 그분이 원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을 아는 것이 하나님의 나라를 믿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당신들의 믿음은 무엇입니까?



In response to:
다시 불어야 할 영성의 향기, 한국 개신교의 '오래된 미래' - 조현, <울림>  [Hendrix 님의 글]
  1. 친구들은 절 기독교인 취급 안 합니다. 왜지? ㅠ_ㅠ [본문으로]
  2. 그렇다고 이게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세속화는 분명히 배척해야 할 현상입니다. [본문으로]
  3. 단테 『신곡』에서도 인용된 유명한 구절입니다. 천국편 24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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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The Time Machine (Reprint, Paperback) - 8점
Wells, H. G./Penguin Group USA

웰스의 타임머신입니다. 1900년대가 되기 직전에 나온 100년이 넘은 오래된 고전입니다. 전 이 소설을 책보다는 영화로 먼저 만났는데, 영화의 줄거리는 소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더군요. 비록 그리고 있는 미래상은 상당히 비슷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먼저 본 것은 영화이니 영화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타임 머신
감독 사이몬 웰스 (2002 / 미국)
출연 가이 피어스, 사만다 뭄바, 올란도 존스, 마크 애디
상세보기

영화에서는 주인공(알렉산더 하트켄)은 사고로 약혼녀(엠마)를 잃게 됩니다. 이후, 약혼녀가 죽는 사고가 생기는 것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만들고, 약혼녀가 죽지 않도록 다르게 행동합니다(미래를 바꾸어 보려는 행동이지요).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과하고 약혼녀는 다시 죽어버립니다. 이후, 주인공은 과거에는 답이 없다고 믿고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게 됩니다.

한편 책은 시간 여행자(Time Traveller)의 영웅담을 듣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시점과 비슷하지요.[각주:1] 서술자는[각주:2] 두 번의 저녁식사 모임을 갖는데, 첫 모임에서 시간 여행자는 시간 여행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합니다. 모임에 있던 사람들은 그럴 듯 한 설명에 이해는 하지만 반신반의 합니다. 워낙 시간 여행자의 분위기가 신뢰성 떨어지는 천재(?)이다 보니, 믿기는 좀 애매했던 것이지요. 이제 두 번째 모임에서 시간 여행자는 몰골이 엉망인 체로 홀에 들어옵니다. 시간 여행자는 씻고 온 뒤 식사를 하고 흡연실로 들어가 모임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미래사
타임머신은 위 책과 비슷한 시점에서 서술됩니다.

이제 다시 영화로 돌아와 봅시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총 두번의 여행을 합니다. 한번은 가까운 미래로, 한번은 먼 미래로 말이지요. 가까운 미래는 문명이 발전하여 달에 기지를 건설할 정도로 진보했습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복스)이 자신에게 말을 걸 정도이지요. 하지만 달에 폭탄을 잘못 설치하는 바람에 달이 산산조각이 나고, 그 조각이 지구에 떨어지면서 완전한 혼돈을 일으킵니다. 주인공은 이 혼돈을 피해 다시 먼 미래로 여행을 떠납니다(이 여행때에는 잠깐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네요). 이제 주인공은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움막집밖에 없는 녹원에 도착합니다.

책에서는 시간 여행자는 한번의 실험을 합니다. 시작하는 레버를 누른 후 바로 멈추는 레버를 눌렀는데, 실험실에는 별 변화가 없어 약간은 실망하지요. 하지만 10시가 되기 직전이었던 시계가 세시 반 정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놀랍니다. 이제 시간 여행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래로 향합니다. 롤러코스터의 느낌처럼 불쾌한 기분과 함께 점차 주변 풍경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시간 여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교대로 나타나던 밤과 낮은 뭉뚱그려진 회색 덩어리가 되어버리고, 어느새 녹원으로 변한 평지는 흰 눈으로 깜박거립니다. 그리고, 시간 여행자는 기원 후 802,701년에 도착합니다.

책과 영화, 둘 모두에서 서로가 보고 있었던 미래는 너무나도 똑같습니다. 땅 위, 엘로이(Eloi)들의 너무나도 평화로운 세계와, 그 윗 세계가 가리고 있는 지하 멀록(Morlock)의 세계. 둘로 나뉘어 갈라진 인류의 미래를 보게 됩니다. 이후 내용을 적으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이 정도에서 그만두어야겠네요 ^^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볼만한 차이점 몇 가지 추가합니다. 접어 놓을께요.(스포일러 방지 - 다 읽으신 뒤에 읽으라는 말입니다 -_-;;)


처음부터 책을 원서를 들고 나와서 이번에는 번역본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도 팔리고 있는 종류는 한 다섯가지 정도 되어보입니다. 순서는 늦게 출간된 순서입니다.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문예출판사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심재관 옮김/엔북(nbook)

위 둘은 어른용으로 보이고...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정환정 옮김/아이세움

타임 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정제광 엮음/지경사

아이들 용...-_-;; 부제에도 '논술 대비'가 붙어있습니다. 그 농담이 생각나네요. 우리나라에서 책이 잘 팔리려면 '교과서에 나오는'과 '논술 대비'만 들어가면 된다는 씁쓸한 뒷담화 말이지요.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범우사

가장 오래 된 번역본입니다. 구판은 무려 88년 출간이군요.
  1. 프랑켄슈타인은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좀 두껍고 그렇긴 하지만 충분히 그 가치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아는 바와는 달리 공포소설보다는 인간의 본질을 묻는 소설이거든요. [본문으로]
  2. 서술자의 이름이 Hillyer라는 설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3. H. G. Wells, The Time Machine, penguin classics, 2005, p100 [본문으로]
  4. Ibid., p103 [본문으로]
  5. Ibid., p62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오늘 기말고사임에도 불구하고(겨울계절)[각주:1] 어젯 밤 100분토론을 보았습니다. 어젯밤에는 티스토리 접속이 안 되어서(가끔 자정 지난 후에 그러더군요) 이제야 단상 몇 가지 정리해 올립니다.

1. 진상규명 전 구속 - 화염병 사용
노회찬 의원이 지적한 부분입니다. 화염병 사용으로 구속했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수사를 진행하지도 않고서 화재 원인을 화염병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셨지요. 이에 대해서는 '화염병 사용 목적이 남을 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여지므로 제한하였다'라고 반대측에서 답변하더군요.

- 제3조 (화염병의 사용)
①화염병을 사용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1.3.8>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 제4조 (화염병의 제조·소지등)
①화염병을 제조하거나 보관·운반·소지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1.3.8>
②화염병의 제조에 제공할 목적으로 유리병 기타의 용기에 휘발유·등유 기타 불붙기 쉬운 물질을 넣은 물건으로서 이에 발화장치나 점화장치를 하면 화염병이 되는 것을 보관·운반·소지한 자도 제1항과 같다.
③화염병의 제조에 제공할 목적으로 화염병 사용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그 제조에 사용되는 물건 또는 물질을 보관·운반·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신설 1991.3.8>

 - 화염병사용등의처벌에관한법률[시행 1991. 3. 8] [법률 제4338호, 1991. 3. 8, 일부개정]


2. 화재 2회
화재는 총 2회 있었고, 첫 화재는 진화에 성공하지만 두번째 화재는 진화에 실패합니다. 이는 합의된 사항이더군요. 전 한번의 화재에 다 날아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요.

3. 지침 위반
이에 대해서는 '정황상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는 답변만 계속되는 것 같더군요. 전에도 말했지만, 공권력은 인정받은 절차에 의해서만 행사될 때 정당성을 부여받게 됩니다.

4. 용역업체
관리 좀 하라는 말인 듯 싶더군요. 경찰은 왜 앞에서 용역업체가 난동을 부려도 외면하는가?

5. 왜 올라갔는가? - 제도의 문제
'올라갈 일을 만들지 말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군요.

6. 기업 - 악덕 이미지 / 투명화 필요
4조원의 순이익 중 1%만 돌려도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노회찬 의원의 말. 영화에서도 그렇고 일반 정서도 그렇고 대부분의 기업에 대해서는 악의 화신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데 이를 탈피하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뭐 원래 기업이 그렇죠. '자본을 투자해 더 많은 자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대부분의 기업의 제 1 목표가 아닌가요? 이제 인류 복지에 기여하겠다는 부수적인 목표이고...[각주:2]

7. 대책 마련, 하고는 있는건가
시청에서 나왔다는 사람의 말을 들으니 답답하더군요.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련만 하다가 정년퇴임 하시려구요?

8. 개발 왜 하는거냐 - 개발의 목적
솔직히 말해서 개발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을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최소한의 갖출 것은 갖추어야 하지 않나요?

9. 경찰관의 입장 - 시위가 개선되어야 할까 경찰의 대응이 개선되어야 할까
언제까지나 닭-계란 논쟁이지요. 전 경찰의 대응이 좀 더 부드러워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제일 좋은 건 역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겠지요..

10. 소득 수준에 맞는 집에서 살아야 - 개발 하면 결국 살던데 떠나가란 말인가?
8번과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사람이 주택정책을 맡고 있다니... 한숨만....


일단 경찰의 대응에 대해서만큼은 '경찰이 과도한 진압을 했다' 측이 일방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 지침마저 무시하고, 또 거기다가 거짓 진술에....

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뭔가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더군요. 이번 아픔, 아픔에서만 멈추지 말고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다행히(?) 시험은 그리 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_ [본문으로]
  2. 이게 제가 '기업에 대해서는 강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국부론』의 저자인 애덤 스미스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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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내용수정> Milgram 실험에 대한 설명이 조금 잘못되어서 고칩니다.(2009/01/21)

Never do anything against conscience even if the state demands it.
국가가 강요하더라도 양심에 반하는 짓은 절대 하지 말아라.

- Quoted by Virgil Henshaw in Albert Einstein: Philosopher Scientist (1949)
http://en.wikiquote.org/wiki/Albert_Einstein

계절학기로 '심리학개론'을 듣고 있습니다. 원래 관심이 많았던 분야라서 겨울방학에 할 일도 없으니 수업이라도 듣자는 마음으로 신청한 과목이지요. 금요일이 기말고사인지라 학기중에는 절대로 하지 않던 예습까지 해 가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Milgram(밀그램)의 실험이 나오는군요.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은 권위에 복종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주장에서 인용된 실험입니다. 지금 그 책이 수중에 없으니 교과서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합니다.

실험참가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실험자의 지시에 복종할까? 결과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Milgram 실험의 참가자 중 65퍼센트 정도가 가장 높은 강도의 충격을 주는 데까지, 실험자의 지시에 복종을 하였다. ...그렇다고 복종적인 실험참가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였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심하게 정신적 혼란을 느꼈다. 그들은 입술을 깨물기도 하고, 손을 비꼬고, 진땀을 흘리면서도 복종을 했다.[각주:1]

<내용 수정>
시간당 $4.50이라는 보수가 주어지는 실험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저 비율입니다. 물론 최고수준의 전기충격을 주는 비율은 경우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위의 경우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고 보조실험자(대학원생)가 충격을 지시하고 실험참가자가 충격을 내리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를 실험참가자는 단지 충격을 지시하는 역할만 하고 옆의 실험협조자가 충격을 내리도록 한 경우, 저 비율은 90%까지 솟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이 실험참가자의 바로 옆에 앉아서 충격을 받을 경우, 비율은 30%대로 급락했습니다.[각주:2] 교과서에서는 이런 몰인간화(dehumanization) 현상을 사람이 자기 자신을 도구로 느끼는 정도가 강해질수록 강화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도구로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느끼는 정도가 강할수록 개인적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각주:3]



사람은 권위에 복종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가끔씩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디서 어린 것이 눈을 부라려' 하면서 지팡이로 지휘를 하시는 할아버지들이 계신데, 이때 나이는 권위처럼 사용됩니다. 곳곳에서도 비슷한 일을 볼 수 있지요. 예비역들이 미필에게 '군대나 갔다 와라'라고 하는 것에서도, (저질)선생님들이[각주:4] '어디서 객혀?' 하면서 뺨에 풀스윙 서브를 날리는 경우 등등에서 말이지요. 이런 부당한 권위에[각주:5] 맞서 일어날 용기를 길러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용기를 기를 수 있을까요? Milgram 실험 연결된 링크를 타고 건너가 보았더니 재미있는 해설이 있습니다. 권위 앞에서 무릎을 꿇으려는 태도는 권위자가 자신보다 상황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전기 엔지니어가 더 이상의 충격을 주기 거부하던 일화를 제시합니다. 충격이 조직을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 충격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충격이 다시 가해질 것을 알 때의 느낌이 어떤지 자기는 잘 안다면서 거부했다는군요. 역시 아는 것은 힘입니다.

사람은 사회에 내던져진 경우 보통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행동합니다. 이런 점을 찾아내려는 학문이 사회심리학이지요. 참된 민주주의가 행해지려면 개인이 이런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을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텐데, 앞으로 사회심리학의 힘이 많이 사용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심리학, 참 매력적인 학문입니다.


덧. 권위에 대한 불복은 집단지성이 발휘되는데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권위는 다양성을 제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거든요.
  1. Henry Gleitman저 장현갑 외 6인 편역, 『심리학 입문』 4판, 시그마프레스, 2006, pp. 502~503 [본문으로]
  2. Ibid, pp.504 [본문으로]
  3.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경우 적군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데 머뭇거리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수류탄을 적진에 던지는 것은 서로 얼굴을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 주저하지 않지만, 얼굴을 마주보는 경우에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 다는 것이지요. [본문으로]
  4. 드물긴 하지만 없진 않습니다. 전 이런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는데(교수님이라면...음;;), 이건 정말 커다란 행운이겠지요. [본문으로]
  5. 탈권위가 좋긴 하지만, 권위 자체가 아예 없다면 무정부상태가 되겠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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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

불과 25시간 만에 특공대 투입..왜? (아시아경제)

서로 대화는 하기나 한 것일까?

靑 “과격시위-강경진압 악순환 끊어져야” (파이낸셜 뉴스)

대화를 했더라면 다치는 사람은 몰라도 죽는 사람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각주:1]

그래. 화염병을 던지고 한 것은 잘못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진압해야 했냐는 말이다. 25시간. 잠도 자고 그래야 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실제 대화 시간은 길어야 12시간인데(사람도 쉬고 할테니), 12시간의 대화로 끝을 볼 정도로 간단한 문제였으면 병에 시너를 넣고 문을 걸어잠갔을까?

5층에서 떨어진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저번 정권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한달 넘게 지속되다가 그때 가서 진압했다고 한다. 추락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곳곳에 매트리스를 깔았다고 한다. 소통의 부재라고 하는데, 소통의 주체에 대한 존중도 없으면서 소통에 대해 논하고 있다니 머리 없이 걸어다니는 좀비를 보는 느낌이다.

지난 정권을 욕할 자격, 당신들에게 있는지 모르겠다. 권리라면 당연히 있겠지만, 그건 연쇄살인범이 사기꾼을 비난할 권리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1. 일부러 '진압'이 들어간 기사 제목을 골랐습니다. 많은 기사는 '과격시위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로 진압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고 있더군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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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09. 1. 17. 01:38 Daily lives

20090117, 단상

1. 항상 생각하는 것.
"공권력은 그 합당한 절차에서 권위가 나온다."
미네르바 사태, 합당한 절차였는가의 문제. 공익에 관한 부분이 아직도 흐릿하긴 하지만...
(MB氏는 이 부분에서 낙제지...-_-;;)

2. 판사 테러사건.
... 님하 자제좀...;;
솔직히 이건 미친짓. 그래도 사법부 흔들기라는 전원책 변호사의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
일부의 행동이 감정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그렇다고 할 만한 비판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감정적인 부분이 쉽게 확대되는 넷공간의 성격을 이해해야 하기는 할 듯...

3. 인터넷실명제.
인터넷을 완전 익명성의 공간과 완전 실명제의 공간으로 나누자는 주장.
글쎄... 넷공간의 이점이 바로 익명성 아니었나...(물론 소통의 접근성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도 하나의 이점이긴 하지만)
악플과 같은 논란은 아직 덜 성숙한 윤리의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어찌 되었든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넓은 공간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결론지어진듯.

4. 법원 판결.
법원 판결은 존중한다. 다만, 결론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구속 적법 판결이 넷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고려하지 않은듯. 아니면 노린 것이거나.
나야 뭐 외부가 어떻게 돌아가든 싱글플레이.
구속되어도 얼굴 당당하게 들고 다닐 것이긴 하지만 난 구속될 일이 없어보인다. 딱 선 밟고 메롱메롱거리는 글쓰기를 주로 하니까...

5. 패러다임 변화.
죄송하긴 한데, 늙은 분들은 절대로 자기 사고방식을 안 바꾸시는 것 같다.
난 그렇지 않게 성장했으면...

6. 미네르바 사태.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걸까. 박모씨? 글 하나에 휘둘릴 정도로 무능한 정권? 이 정권에 표를 던진 사람들?
확실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7. 귀인의 오류.
이상하게 난 내가 아는 지식을 내가 아는 원본에 연결하려고 보면 내가 아는 원본에 내가 기억해낸 지식이 없다.
책 리뷰에서 주로 그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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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내용추가>
2009/01/16 - MBC 백분토론(402회)에서 나온 내용 일부 추가합니다.
2009/01/19 - 재미있는 글이 있어서 추가합니다. 허위통신에 관한 내용입니다.

Minerva.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달의 여신의 로마식 이름입니다. 그리스식 이름인 Athena가 더 많이 알려져 있지요. 전쟁과 시, 의술, 지혜, 상업, 기술, 음악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2008)에 다음의 아고라 경제방에서 많은 예측을 하고 또 그 상당수를 맞추었다는 사실로[각주:1] 유명해진 사람입니다[각주:2].

먼저, 생각해 볼 거리들을 떠올려 보면 크게 네가지로 정리가 가능합니다. 첫 째, 검찰이 구속하기로 한 미네르바가 진짜인가 아닌가. 둘 째, 검찰의 구속 수사가 정당한가. 셋 째, 미네르바는 죄인인가 아닌가. 넷 째, 사태의 의의는 무엇인가.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는 하나로 묶어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일단은 나누고 시작하겠습니다.



첫 째, 미네르바 진위논란

사실 대중의 관심도가 제일 높지만 중요도는 떨어지는 사안입니다. 일단 저는 미네르바 다수설이 제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정리는 민노씨 님께서 잘 정리해 주신 것 같네요. 일단 다음 글은 사실만 나열한 글이라고 보여지니, 링크 걸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미네르바 구속 단상 1 . 판단표준

음.. 또 다른 미네르바가 등장했다는 글도 보이네요. 도아 님 글 연결해 둡니다.

돌아 온 진짜(?) 미네르바

어차피 별 볼일 없는 논쟁이니 술집에서 소주 한두잔 마시고(전 맥주가 좋지만) 할 말 없을 때 쓸 시간 때우기용 가십거리로 남겨두고 다음 쟁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둘 째, 구속영장 발부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영장 발부 (KBS)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맞닿아있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제일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역시 '구속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입니다. 구속은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조건 하에서 할 수 있군요.

제70조 (구속의 사유)

①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개정 1995.12.29>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②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신설 2007.6.1>

③다액 50만원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제1항제1호의 경우를 제한 외에는 구속할 수 없다. <개정 1973.1.25, 1995.12.29, 2007.6.1>

-형사소송법 [시행 2007.12.21] [법률 제8730호, 2007.12.21, 일부개정]

먼저 주거는 이미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증거 인멸에 대해서는 이미 증거는 충분히 확보했다는 논평이 많고, 또 이미 사실을 다 인정하고 있으므로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는 적다고 생각됩니다. 한 마디로, 구속은 불필요했다는 것이지요. 구속 이유가 국가신인도와 같은 사항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했지만, 이건 제1항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내용인 제2항의 내용인데다가 재범가능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구속사유라고 보기에는 무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과도했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순형 “미네르바 사법처리 당연하나 구속은 과잉”(뷰스엔뉴스)
이회창, "미네르바 구속 수사하려는 검찰의 태도 수긍하기 어려워"(중앙통신뉴스)
한나라 공성진 “‘미네르바 구속’ 지나치다”(파이낸셜뉴스)

많은 외국의 언론에서 이 뉴스를 신기한 일로 써냈다고 합니다. 후파장은 지켜보아야겠네요. 아니, 이미 후파장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군요.[각주:3]

<내용추가>
402회 백분토론에서는 첫 구속 사유에 도주의 우려를 넣지 않았지만 후에 적법심사에서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첨부했습니다(김성수 연세대 법대 교수). 이는 사태가 커지자 구속한 이유를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됩니다.



셋 째, 범죄행위가 성립하는가

사실 두 번째 문제는 글을 올리는 것이 범죄행위인가 아닌가에 따라 답이 정해져 버리는 문제입니다.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구속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범죄 행위이다'라는 판단 기준과, 이것이 적당한 기준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위에 링크걸 글 중 민노씨 님의 글에서 구속 사유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 있으니 참고하겠습니다.

제47조 (벌칙)

①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6.12.30>

②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6.12.30>

③제2항의 경우에 그 허위의 통신이 전신환에 관한 것인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6.12.30>

④전기통신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제1항 또는 제3항의 행위를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제2항의 행위를 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6.12.30>

-전기통신기본법 [시행 2008.3.21] [법률 제8974호, 2008.3.21, 타법개정]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정리합니다.

1. 악법도 법인가의 문제

위키백과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권창은 전 고려대학교 교수(철학)와 강정인 서강대학교 교수(정치학)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라는 책에서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으며, 이 일화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인 법 집행을 정당화하는데 악용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키백과, <악법도 법이다>, 2009년 1월 12일 13:12

법은 도덕을 기초로 하고, 도덕은 윤리를 토대로 합니다. 그리고 윤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인권입니다.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nooegoch 님의 다음 글이 제일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아 링크 걸어둡니다. 인권위원회에서도 불만이 있는 모양이군요.

인권을 침해하는 집단을 거부한다!
안경환 인권위원장 "미네르바 구속은 과도했다" (세계일보)

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는 법이라면,[각주:4] 이 법을 지켜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지금이 프랑스 대혁명 시대처럼 왕의 목을 자르고 해야지 인권이 보장되는 시대는 아니긴 하지만, 현재 사회에도 충분히 비합리적인 법은 존재하고 있으며 이 법들은 꾸준한 개정을 통해 보완되고 있습니다. '악법도 법이니 지키도록 하겠다' 라는 대답이 주저 없이 나오려면 폐지되어 효력을 상실한 악법에 의해 피해받은 사람들에게 보상할 것을 보장하는 법률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악법은 법이 아니므로 지키지 않겠다'는 태도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약간은 부적절한 예이긴 하지만, 다음 만화를 첨부합니다.



2. 법이 제대로 적용되었는가의 문제

한 발짝 양보해서 이 법이 정당한 법이라고 해도, 법이 제대로 적용되었느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그가 글을 올린 목적이 공익을 해하기 위함이었는가의 문제입니다. 아까 위의 기사(KBS)에서 구속된 박모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개인의 재산상 손실을 막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물론 피해자의 입장이므로 일방적으로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공익이라는 것이 칼끝처럼 나누어지는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악의가 있었는가 없었는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불확실한 문제입니다. 사람의 호불호와 마찬가지로 정답은 없다고 보여지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전 일단 악의는 없었다고 믿고 싶네요.

<내용추가>
402회 백분토론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공익을 여태 쌓은 법원의 판결을 기초로 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의 글과 급증한 외화거래량 간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인 듯 하군요.

아고라에 이런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전 뒷골목인터넷세상에서 처음 보았지만, 원문에 링크를 걸어둡니다.

"허위사실유포죄"란 것도 있냐? 이 눈먼 사법부야?

이 글에 따르면 '허위통신은 허위사실을 송출한 것이 아니라 없었던 통신 내역을 실제 있었던 것으로 가장하거나 통신의 대상자가 다른 사람인 것으로 위장하는 것'이라는군요.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넷 째,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일이 이렇게 커지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일단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미네르바가 알려졌던 미네르바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1. 미네르바, 그의 실체와 우리의 반응

당국자 “미네르바는 50대 초반의 해외경험있는 증권맨 출신” (데일리서프라이즈)
미네르바 추정 30대체포 (한국일보)

미네르바가 자신의 글에서 50대라고 밝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 그런 일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쓰던 사람이 30대 무직에(프리랜서도 사실 무직이긴 합니다만...) 경제와는 관련 없는 길을 걸어온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예전에 알려진 50대에 금융계 관련자이며 명문대에서 수료했다는 이미지와 엄청나게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가 나서면서 거품이 커진 느낌이 듭니다. 사실 전 정보 당국이 그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미네르바란 필명을 쓰는 사람이 있는지조차 몰랐거든요. 진중권 교수는 다음 글에서 미네르바 거품을 더욱 키운 것은 보수언론이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신나는 미네르바 사육제

결국 거품은 터졌습니다. 보수언론은 전문대 졸과 무직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노씨 님이 지적하신대로 학벌과 관련된 사회의 뿌리깊은 맹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왜냐면 이렇게 학벌을 강조하는 것은 은근히 대중한테 먹혀들어가거든요.

학교의 졸업장으로 그 사람의 모든것을 판단해 버리는 것. 학벌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능력의 보증서처럼 사용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지 능력이 중요한 것이 학벌의 보증서처럼 사용되기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현상은 학벌에 대한 맹신, 그 오랜 학벌만능주의를 죽여야 한다 죽여야 한다 하면서도 잡초처럼 질기게 살아남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예전에 놈 촘스키를 비판한 동아일보 칼럼에 대해 쓴 글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주장이지 그 사람의 정체가 아닙니다. 멘델은 과학과는 거리가 먼 일개 신부에 불과했지만, 그의 주장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주장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내용추가>
위에서 보수언론이 미네르바 추켜세우기를 부추긴 점이 있다고 진중권 교수가 주장했다고 했는데 이 점은 402회 백분토론에서 전원책 변호사도 인정했습니다.


2. 피해액 20억, 시체 정부

검찰은 구속 사유 중 미네르바의 글로 추가로 20억이나 지불해야 했다고 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은 둘 째치고,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글을 전개해 보겠습니다.

(외환전략)미네르바에 대한 소고(이데일리)

국가가 일개 네티즌에 의해 휘둘린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자본이라면 몰라도..) 한 사람에게 휘둘릴 정도로 약한 국가라는 것은 그 국가에 무언가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예로는 V에게 휘둘린 V for Vendetta의 정부를 들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 정상적이지 못한 일은 신뢰 없는 정부입니다. 이건 제가 짤막하게 지적했던 사항이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대로, 미네르바가 처음 뜬 이유는 정부와는 달리 헛발을 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축구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전 필드에 나가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헛발만 차는 선수는 월급을 내면서 팀에 머물고 싶다고 해도 필드에 내보내지 않을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정부의 그 유능하시다는 분들은('경제' 대통령부터[각주:5] 말이지요) 아마추어 한명한테 말 그대로 떡실신 당했습니다. 이건 명확히 정부의 잘못입니다. 애초에 일개 시민이 정부보다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하도록 잘 처신했어야 하는 겁니다. 일개 시민에게 휘둘릴 정도로 허약한 정부를 어떤 국민이 믿겠습니까.

그리고, 무조건 믿어 달라고 하지 말고 믿을 수 있도록 행동 좀 해 주길 바랍니다. 예전에 라디오 연설과 관련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때에도 지적한 사항입니다. 국가운영은 종교가 아닙니다. 시민의 무조건적인 맹신은 정답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는 최악의 수란 말입니다.


3. 사이버모욕죄, 그리고 표현의 자유

미디어토씨에서 재미있는 논평이 하나 있었습니다. 링크 걸어둡니다.

'미네르바' 후폭풍 경계하는 '조선' '중앙'
'미네르바' 체포, 차라리 잘 된 일이다

굳이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니 오히려 과도하게 현행법이 인터넷에 대해 감시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미 법이 있는데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을뿐더러 인터넷의 본질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더군다나 이 발언은 한나라당 의원인 원희룡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제 입장은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 글에서 밝혔지만, 떠드는 것은 자유롭게 놓아두어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에 힘만 안 실리도록 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요. 국회의원님들도 좀 대인배스러워지세요. 욕 얻어먹더라도 사회를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로 그 자리에 올라선 것 아닌가요(아니라면 국회의원 당장 때려 치고 사채업이나 하시길. 돈 보고 국회의원 하는 사람만큼 더러운 사람이 어딨습니까)?

<내용추가>
인터넷의 자정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것이 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 주된 의견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 입장은 온라인을 완전한 익명성 공간으로 만들고 윤리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이지만요.


4. 칠링 효과, 그리고 학습된 무기력

칠링 효과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자기검열로 이어져 자유발언이 위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 글을 지우고 있다고 합니다. 뭐 저야 잃을 것이 시간과 젊음밖에 없는지라(약간의 불효와) 마음껏 떠들어대고 있지만 말이지요.

미네르바 구속효과…고수 논객들 잠적 잇달아 (한겨레)
“무서워…” 아고라 논객들 피난 행렬 (미디어오늘)

제가 예전에 도아 님의 블로그에서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아는게 힘이라고 하는데, 이런건 알지 않는게 힘인 것 같네요 -_-

전 이런 것에 전혀 학습받지 않고 가던 길 계속 가렵니다 -_- 에혀

제가 여기서 말한 '학습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패배입니다. 패배의 원인은 기억해야 하지만, 패배 자체는 기억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런 패배가 하나 둘 기억 속에 쌓이기 시작하면 학습된 무기력의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 빠지게 되면 병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도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벼룩의 신세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책없는 낙관론은 좋지 않습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s paradox)를 기억해야겠지요. 하지만 정말 생각해 보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때때로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패배주의에 찌드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쓸개를 빠는 것입니다.


5. 경제, 모로 가도 살리면 된다?

김우재 님께서 지적하신 부분입니다. 뭐 이미 이 효과는 저번 대선에서도 보았긴 하지만...

명박이 두려운 이유

사실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만약 미네르바의 글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아니라 대운하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었다면 이렇게 커다란 이슈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경제라는 주제가 파급 효과가 큰 것은 지금의 대통령이 경제를 주요 공약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이 돈인가요? 아니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요? 분명히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충분한 돈이 있다면 그것을 잘 분배해서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각주:6] 경제논리에 치여서 순수학문 한번 해보고 싶다는 꿈을 반쯤 접었던 신세한탄이 기억납니다.



마지막 덧붙임

1. 오늘 백분토론에서는 미네르바 구속을 두고 논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나라당이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군요.

2. 글 쓰는데 참 힘드네요. 거의 반나절은 잡은 것 같습니다 -_-;; 근성없는...-_- 그렇다고 링크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_ㅠ

3. 쓰고 보니 그리 짧지는 않군요 OTL


  1. 전 사실 글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풍문도 그렇고 기사도 그렇고 보면 다 상당히 정확한 예측을 했다고 하더군요. 전 일단 이를 공인된 사실로 인정하겠습니다. [본문으로]
  2. 미네르바 다수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되어야겠지요. [본문으로]
  3. 글을 쓰면서 구속수사가 적법한지의 여부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적법으로 판결이 나더군요. [본문으로]
  4. 아까 본 민노씨 님의 글에서 위헌과 관련된 사항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본문으로]
  5. 경제와 대통령 사이에 망치는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 혼자인가요? [본문으로]
  6. 제가 지금의 대한민국은 분배 위주의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최소한 굶어죽지는 않을 정도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지 않았나요?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10점
신영복 지음/돌베개

신영복 교수님의 책입니다. 예전에 『나무야 나무야』를 어쩌다가 읽게 되었는데(논술 관련된 학원에서 필독서로 쥐어주었던 것 같네요 -_-;;) 이때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나 봅니다. 잠시 일이 있어서 시내에 나갔을 때 시간을 때우고자 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을 보고서는 바로 집었거든요. 그 상태로 쭈욱 읽었습니다.

결국 책을 사기로 마음먹은 것은 30쪽부터 시작하는 <청구회 추억>이라는 글 때문이었습니다. 8장 가까이 되는 장문의 글이었는데, 글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 하나요? 아이들(저보다는 어른이겠지만...-_- 전 당시 존재 자체가 없었으니)과의 작은 추억에서 묻어나는 따뜻함에 망설임 없이 책을 계산대로 가져갔습니다.

지금 제가 가진 책에는 포스트잇이 잡초처럼(-_-;;) 돋아나 있습니다. 읽다가 '오 이글 괜찮다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싶은 글들은 전부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는데, 얼핏 보아도 20장 정도 붙어 있네요.(혹시나 해서 세어보니 23장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특징은, 포스트잇이 책의 뒤 끝으로 갈수록 많이 붙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징역살이의[각주:1]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사색의 깊이가 점차 깊어졌기 때문이겠지요. 아니면 단순히 제가 더 쉽게 감동하는 체질로 바뀌었거나요 ^^;;

첫 포스트잇은 87쪽에 붙어있습니다.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이네요. 사람을 사랑할 때에는 그 겉모습만 보지 말고 속까지 보아라라는 아주 대표적인 도덕책 내용을 다룬 편지지만[각주:2], 제가 이 글에 포스트잇을 붙였던 이유는 이 구절 때문입니다.

너는 아직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같은 가격이면 그 염색료만큼 천이 나쁜 치마이기 십상이다.

이 부분을 읽고 잠시 벙찐 얼굴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신선한 충격을 주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충격은 '아 이런 생각을 왜 여태 하지 못했던가'이라면 요즘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입니다.

두 번째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쪽은 책장을 휘리릭 넘겨(알고보니 세장이군요 쳇) 93쪽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엽서인데, 제가 배워왔던 해석과는 또 다른 신선한 해석이었습니다. 보통 이 경구는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데서 천하를 평정하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서신에서는 이 금언을 이렇게 번역합니다. 자기 자신을 가다듬는 것과, 가족을 안정케 하는 것, 나라를 다스리는 것, 그리고 천하를 평안케 하는 것 모두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라는 것입니다. 제가 없는 수신은 이기주의[각주:3], 치국 없는 제가는 계급간의 불화[각주:4], 평천하 없는 치국은 침략전쟁에[각주:5]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105페이지에도 포스트잇이 붙어 있네요. 버림과 키움이라는 제목의 서신입니다. 예전에 이 글을 읽고 그 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글을 하나 쓴 적이 있는데, 지금 보아도 그때 그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책상 정리를 한 지 두어달 되가는 듯 한데, 다시 날 한번 잡아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어차피 기숙사에서 이사하면서 한번 정도 버릴 것은 버리고 가져갈 것은 가져가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뭐 굳이 이런 다양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 책은 저에게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준 책입니다. 블로그 초기에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경어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요(더불어 지금은 구어체를 주로 사용하고 있군요 으음..). 처음 경어체를 사용해야겠다고 느끼게 된 데에는 이 책의 역할이 좀 컸다고 기억합니다. 더불어 처음으로 경어체를 사용한 포스트도 이 책과 관련이 있는 포스트이구요(생각해 보니 이 포스트는 일부러 편지 형식으로 썼던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뒤로 갈수록 ~이다, ~했다와 같은 일상적인 어투는 점차 사라지고 높임말이 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그건 아무래도 받는이가 갈수록 부모님이나 계수님, 형수님과 같이 높임말을 아니 쓸 수 없는 대상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 제일 크겠지만[각주:6], 벽으로 둘러쌓인 세월동안 말의 모난 부분이 점차 닳아 둥글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셨겠지요. 그래도 한번 정도는 책장 구석에서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책을 꺼내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덧. 이 책에 있는 많은 편지들을 스캔한 그대로 인쇄하여 펴낸 책이 있더군요. 좀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입니다. 비록 책에 가끔씩 보이는 편지의 손글씨는 잘 못 읽겠지만 말이지요 -_-(한문은 더더욱...)

신영복의 엽서
신영복 지음/돌베개
  1. 대한민국사 4권에서는 이런 일화가 있네요. 정향 선생님이 교도소에 새로 생긴 서도반에 글씨 지도를 해 주러 오셨다가 신영복 교수님(당시에는 죄수였지요 ^^;)을 만나고는 '아, 이분들은 귀양 온 사람들이구나'하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징역살이라고 쓰고 귀양살이라고 읽으니 느낌이 색다르네요 ^^ - 한홍구, 『대한민국사』 4권, 한겨레출판, 2008, p208 [본문으로]
  2. 사랑에 관한 글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글은 같은 책의 350쪽에 있는 구절입니다. 사실 사랑이라기보다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말이지요. 어느 한 시나리오에서 기억나는 구절을 적어 본다고 되어 있는데, '내가 그와 같이 있으면 더욱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싶을 때 한번 쯤 곱씹어보아야 할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3. 꼭 가정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의미하는 제가는 이웃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4. 책에서는 '부옥(富屋)의 맹견(猛犬)과 그 높은 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꼭 이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부정부패와 연계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확실히 검은 돈은 치국 없는 제가 아니겠습니까. [본문으로]
  5.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생각납니다. 사실 전쟁이라고 하기도 그렇지요. 초딩과 최홍만의 싸움을 싸움이라고 부르기 뭣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본문으로]
  6. 조카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다 ~해야한다로 끝나더군요 ^^;;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09. 1. 12. 09:18 Knowl

사람의 네가지 유형

사람들은 구분짓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그 대상이 인간인 경우도 수 없이 많구요. 사실 사람이란게 어디 그렇게 칼끝같이 나눌 수 있는 존재이겠느냐만은, 오늘은 어젯 밤 생각났던 사람의 구분법 하나를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조금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여서 말이지요.

누가 가르쳐 준 것인지 아리까리 하긴 한데 생각해 보니 중학교 1학년 때 도덕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이더군요. 메뚜기라는 별명을 가지신 분이었는데(메뚝씨라고 자처하셨지요 -_-;; 그런데 생각해보면 유재석씨와 닮은 부분도...ㄷㄷㄷ) 그 분도 어디서 읽으신 것이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한문 서적을 엄청 좋아하셨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방학숙제로 논어 몇 구절을 써 오라고 하셨죠 한 50여 구절 정도?) 자로 끝나는 사람이 쓴 글 어디서엔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1. 겉이 모나고 속이 둥근 유형


외부에 대해서는 막 독설(이라고 쓰고 막말이라고 읽습니다)을 해 대지만, 정작 머리 속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 타입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거나 없다시피 하지요(아니면 제가 너무 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거나 말이지요). 선생님께서 이 타입이 가장 불쌍하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마음 속에 품어둔 이상이나 꿈 같은 것도 없으면서 사람들에게 미움만 받고 산다고 말이지요.

2. 겉이 모나고 속이 모난 유형


마음 속에는 야심이 자리잡고 있지만, 공격적인 행동으로 배척받는 경우입니다. 이 타입에 어느 정도 어울리는 분이 한 분 생각났네요 ^^;; 가끔씩은 모난 부분으로 쿡쿡 찔러 주어야만 움직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각주:1] 이런 타입이 아예 없는 것이 꼭 좋다고는 못하겠네요. 그래도 이런 타입은 아웃사이더 삶을 각오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겉이 둥글고 속이 둥근 유형


딱히 이루고 싶다는 이상이나 야욕은 없지만 사람과 잘 어울려 지내는 타입입니다. 생각 없이 지내고 또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다면서 제일 속 편한 유형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각주:2] 잘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런 유형에 속할 것 같습니다.

4. 겉이 둥글고 속이 모난 유형


엽전형이군요 -_-;;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는 않지만, 머리는 엄청나게 굴리고 있는 타입입니다. 좋게 말하자면 이상향을 이루기 가장 쉬운 타입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구밀복검형 타입입니다. 제일 조심해야 하는 유형이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글쎄... 사람이 꼭 위의 네가지 유형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저만 해도 234 혼합형인데 말이지요.(가끔 생각없이 살기도 하고, 가끔은 모나게 들이받기도 합니다. 자칭 4번 유형의 변형이라고 해 두지요 뭐)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한번 정도는 생각하게 되는 구분법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자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덧. '겉은 둥글고 속은 모난'이라고 검색했더니 공방전(孔方傳)이 뜨는군요. 음.. 내가 원한건 이게 아닌데 -_-;;
  1. '자극'을 의미하는 영단어 stimulus는 소 등의 가축을 쿡쿡 찌르는 못(?)에서 왔다고 합니다. 쿡쿡 찌르면 그 커다란 몸뚱이가 저절로 움직이는 데서 자극이라는 의미가 유래했다고 하네요. 사람도 가끔은 가축처럼 쿡쿡 찔러주어야 움직입니다. [본문으로]
  2. 근데 이 기억에 대해서는 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어제 오늘동안 영화를 보았습니다. V for Vendetta.
어둠의 경로를 탐색해 보았지만(돈이 없어서...ㅠ) 한번에 받을 수 있는 사이트는 없더군요. 그냥 간단히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에 가서 보았습니다. 72분만 연속재생이 가능한 것이 안습이긴 하지만...-_ㅠ(두번으로 나누어 보게 되더군요)

http://www.watch-movies.net/movies/v_for_vendetta/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입니다. 맞죠.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면 되나요. 그것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 아래 장면도 많이 인상깊었습니다.



'...And Ideas are bullet-proof'
펜은 칼보다 강하다...의 확장판이군요 -_-;;

꽃을 보고 갑자기 의문이 들어서 검색해 봤더니, V가 암살할 때마다 놓고 가는 꽃의 이름은 Scarlet Carson으로 실존하지는 않는 꽃이더군요. 원작 만화에서는 Violet Carson으로 V자가 들어가고(-_-+) 이 꽃의 이름은 한 여배우의 이름을 따라 지어졌다고 하네요. Violet Carson은 실존하는 장미의 종류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Violet_Carson_(rose)

중간에 TV 쇼에서 완전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제가 그 부분을 보면서 어느새 '미쳤군' 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흠짓. 그런건 당연히 용인되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지요..-_-;;(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에서는 부시 대통령을 깔대로 까서 안깐 곳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벌써 찌들었나...-_ㅠ

브이 포 벤데타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시공사

아 급 뽐뿌가...ㅠㅠ 정식 한국어판으로 나왔답니다. 원작을 보고 싶기는 한데(V가 말하는 것을 보면 V로 시작하는 단어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갑니다. 이런걸 보고 싶어서 원작이 더 끌리는군요. 이런 것까지 한글이 소화해낸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이지요 -_-;;), 다 품절...-_-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긴 한데, 이 대목은 정말 음율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동영상,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겠네요.



V와 이비 하몬드의 첫 만남 장면이군요. 아, 정말 소장하고 싶은 몇 안되는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덧. 그나저나 마지막에 레버 내리는 장면은 못찾겠군요. 괜찮은 장면이었는데 말이죠. 'We need more than a building. We need hope' 였던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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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09. 1. 9. 21:36 Knowl

수식 입력하기

http://www.texify.com/

여기 괜찮네요. 단지 제가 여태 익숙해졌던 한글수식입력기와 방식이 좀 달라서 문제긴 하지만..

예시로 에너지와 운동량 관계식 적어봅니다.



음... 좀 더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볼까요??



이 식들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물벽깨 포스트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그동안 이미 써 둔 포스트들을 읽으시면서... ^^;;;;

[물벽깨-1] 특수상대론은 무엇인가
[물벽깨-2] 동시성의 상대성이란 무엇인가 - 실체진실의 장 1에대한 반론



위 사이트가 타 사이트로 링크를 배제해서 쓰는 다른 사이트

Posted by 덱스터

2009. 1. 8. 17:10 Daily lives

이것 참...

방금 미네르바가 체포되었다는 기사가 랭크에 있길레 보고서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차라리 정부보다 미네르바를 믿겠다는 민심'

누가 그랬을까? 누가? 응??

이대로라면 정부의 위기의식대로 한번 커다란 폭풍이 휘몰아칠 것 같네요...

답답한 하루입니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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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물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단지 관심과 그에 맞는 시간을 요구할 뿐...

특별기획 물리의 벽을 깨라!-제 2회 기획글입니다.

먼저 연당선생의 홈페이지에는 실체진실의 장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적을 하면서 반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먼저, 특수상대론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으니 잘 모르시는 분은 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물벽깨-1] 특수상대론은 무엇인가



동시성의 상대성 - 나에게 동시에 일어난 일은 남에게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다?


특수상대론이 상식을 야멸차게 배신하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는 동시성의 문제입니다. 동시성의 문제란 쉽게 말하면 "나에게는 동시에 일어났는데, 왜 너한테는 다르게 일어났냐"라고 할 수 있지요. 일단 그 이전에 물리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사건"에 대해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사건"이란 "하나의 점(공간을 지정합니다)에서 하나의 시간에 일어난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서울, 2008년 11월 20일. 덱스터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가 사건의 일례입니다.('대한민국 서울'이라는 공간을 지정하는 점과 '2008년 11월 20일'이라는 시간을 지정하는 점, 그리고 이때 '덱스터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라는 일까지 전부 합친 것이 사건이지요.) 물리에서는 이 사건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물리는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서 일어날 사건들을 예측하는 학문"이거든요. 또, "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같게" 일어나야 합니다.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르게 보았다고 한다면(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가 싸우는 사건[각주:1]이 일어났는데 A는 개가 이기는 사건으로 끝났다고 하고 B는 고양이가 이기는 사건으로 끝났다고 한다면), A와 B는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란 말입니까?(평행우주? 생각해 보니 재밌네요 -_-;;) 당연히 일이 일어났으면 일어난 거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은 것이지요.

이제 동시성의 상대성이란 말은 여기서 등장하는 말입니다.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게 동시에 일어나지 않은 사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제가 기차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기차가 자기를 막 지나 가는거예요. 편의상 이 기차는 제가 보기에 일정한 속도로 가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기차의 한가운데에는 기차의 양 끝 벽으로 빛을 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이 장치가 빛을 쏘게 된다면 기차 안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되겠지요.

File:Traincar Relativity1.svg

당연하지요. 빛의 속도는 일정하니까, 한 가운데에 있으면 장치가 빛을 쏘기 시작하는 점에서부터 양 끝까지의 거리가 같으니까 둘 다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같을 것입니다. 당연히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문제는 제가 보고 있는 현상입니다. 전 플랫폼에 서 있어요. 제가 보는 현상은 이렇습니다.

File:Traincar Relativity2.svg

뒤에 먼저 빛이 도달합니다. 왜냐하면, 기차의 뒷 벽은 다가오는 빛을 '마중나가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앞쪽 벽은 도망갑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지요. 결국, 기차 안에서는 빛이 벽에 도달하는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지만, 제가 보기엔 벽 뒤에 도달하는 것이 먼저 일어난 것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보기에는 동시에 일어났던 사건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다른 시각에 시작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동시성의 상대성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에는 특수상대론의 첫 가정인, 모든 관성계는 동등한 물리 법칙을 갖는다가 놓여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실 줄 아시는 분들을 위해 깜짝 준비한 선물입니다 ^^(사실 위키피디아에 가면 있긴 하지만...-_-;;) 민코프스키 다이어그램이라는 그래프입니다. 이 그래프는 특수상대론에서 여러 사건들을 다루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 고안된 그래프이며, 보통 가로축에 공간상의 좌표를 세로축에 시간상의 좌표를 놓습니다. 이 그래프의 가장 큰 특징은 축의 기울기를 일정하게 바꾸어 주면 다른 이동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건을 보고 있는지 서술해준다는 것입니다. 이 변형 방식은 조금 독특해서, 축을 한 방향으로 몰아주는 형태를 취하지요. 자 그러면 그래프 나갑니다 ^^

File:Relativity of Simultaneity Animation.gif

아래 쓰인 숫자가 변하는 것 보이시죠?? ^^ v는 속도를 나타내는데(velocity의 첫 글자), c는 잘 아시다시피 빛의 속도입니다(어원은 불분명하다고 하지요.). 처음에 속도가 0이었다가(정지한 입장이었다가) 0.3c(+ 방향으로 광속의 30%로 이동하는 사람이 보는 좌표), -0.5c(-방향으로 광속의 50%로 이동하는 사람이 보는 좌표) 이렇게 변하는 것을 보시면 그래프가 특이하게 변하시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사건 자체는 그대로 있는데, 왜냐하면 관측자가 움직이면서 변하는 것은 그 관측자가 측정할 때 쓰는 자이기 때문이지요(이것이 축이 저렇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원인입니다). 잘 보시면 속도가 0일 때에는 동시에 일어났던 일들이(즉, 같은 시간값을 갖던 사건들이) 보기에 따라서 다른 시간값을 갖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게 물리학에서 말하는 동시성의 상대성입니다.




실체진실의 장 1 - 동시성의 상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 이제 실체진실의 장 1에 대해 반론해 봅시다. 먼저 연당선생의 글을 보도록 하지요.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두대의 로켓 문제가 되겠습니다.[각주:2] 상황 설명에 대한 것은 자세히 하지 않고, 여기서 오류만 지적하려고 합니다. 아니, 오류라기보다는 빼먹은 논의를 지적해야겠군요. 위에서 말한대로 당연히 K'이 보는 빛은 동시가 아니며, 이건 고전역학적인 범위에서도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K'이 보는 빛이 동시가 아니라면 K'은 빛이 동시에 발사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K'이 보는 원점과 광원 사이의 거리는 K에서 보고 있는 원점과 광원 사이의 거리와 똑같거든요. 그러니까, 빛이 발사되는 사건이 K에서는 동시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K'에서는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시 말하다시피) 빛의 속도는 누가 어떤 속도로 이동하고 있어도 보기에 똑같고, 거리가 같다면 그 거리를 빛이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같기 때문이지요.

그냥 제가 보기엔 연당선생께서는 특수상대론에 대해 완전한 이해를 못 하신 것 같습니다.



덧1. 어익후.. 벌서 해를 넘겼네요;;; ㄷㄷㄷ 앞으로도 쓸 말이 많은데...
덧2. 특별기획이 이거 아무리 비정기포스팅이라고 해도...-_-;;; 다음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1. 이때는 엄밀히 말해 사건'들'이 맞겠지요. 개가 앞발을 휘두르는 사건 하나, 고양이가 꼬리로 후려치는 사건 하나, 뭐 이런 식으로 여러 사건들을 전부 일컫는 것이니까요. [본문으로]
  2. 일반물리학을 공부하는데 기본 지침서중 하나로 애용되는 Halliday의 Fundamentals of Physics에 잘 나와 있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밤의 물리학 - 8점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꿈꾸는과학 옮김/사이언스북스

오늘 책이 도착해서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한 한시간 정도 써서 돌파한 것 같네요. 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더니만, 이상하게 반 이상은 이미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나오는 이론도 반 정도는 과제를 한다면서 미약하게나마 공부했던 것들이고 말이지요. 아무래도 제 자신이 이런 쪽은 볼 수 있는대로 다 보아 두어서 나올만한 이야기들은 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일뿐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알라딘 리뷰 중에서는 '이 책이 대중을 위해 쉽게 쓰인 책이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접근했다가 당황했다는 글도 있더군요 ^^ 뭐 저야 큰 무리 없이 대부분 이해한 듯 하지만(하지만 허블과 관련해서 나오는 허수시간은 좀 애매하군요 -_- 허수인 시간은 어떻게 측정할까나? 허수에서 실수로 시간이 바뀌는 것도 고려해야하고...-_-) 그거야 제가 이 방면으로 공부하는 사람들 중 하나니 그렇고요..-_-

이 책에서는 물리학계에서 정설로 여겨지는 이론들과 함께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준정설과 이단설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여기서 이단설로 나오는 갖가지 가설들 중에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가설도 있지요. 예를 들어 빅뱅 이론과 대치대는 많은 가설들 중 하나에는 정상우주론이 있습니다.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원래 태초부터 이런 모습이었고 우주가 팽창하면서 물질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론이지요. 지구과학II를 공부하셨다면 아시겠네요 ^^

전반적으로 쉽게 쓰였습니다. 대중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난이한 책입니다. 스트링 코스모스 정도의 난이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주의 구조나 엘러건트 유니버스보다는 쉽고 가볍지만 말이지요. 책은 200페이지가 못 되니 정말 가볍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 읽은 책들과 대비되는 부분이라면 역시 인물들에 대한 평가 부분입니다. 다른 교양서의 경우 대부분 이론 소개에도 벅차 보이던데(말은 쉽게 쉽게 하는데 엄청나게 길지요 -_-) 이 책에서는 이론 소개만큼이나 물리학사에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뒷이야기나 인품에 대한 평가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의 길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는군요. 학문만 하고 살 줄 알았는데 개인적으로 우러러보던 교수님이 각종 연구 압박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서는 교수의 길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널리스트(?) 쪽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요. 저도 얼핏하다간 이 길로 빠질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리라는 학문 자체는 정말 매력적이지만, 그걸로 먹고 살 정도로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각주:1]...-_- 뭐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만 말이지요.

가끔씩 간단하게 특이한 이론을 찾고 싶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네요. 아니면 (물리)문제의 답이 도저히 보이지 않아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푸앙카레는 이를 부화incubation 단계라고 불렀다지요) 읽으면 딱인 책입니다.
  1. 더군다나 교수 잘하려면 정치적 능력이 상당히 요구된다는데 전 그런 것이랑은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요 -_-;;;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09. 1. 3. 13:14 Daily lives

어제의 끊김 -_-

어제 13시 직전에 제 블로그가 맛이 갔습니다.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어쩌다가 올라서 트래픽 폭탄을 즐기고 있었는데(블로거는 트래픽을 먹고 삽니다 파닥파닥) 갑자기 끊겨버리더군요 -_-;;

(베스트) 2009 새해 첫날, 방송에 나오지 않은 뒷이야기들

알고보니 특정 블로그에 대한 공격때문이었다네요.

(1/2) 접속불안정 복구 완료 안내

음...

덕분에 투데이는 평상시 수준으로 다시...-_-ㅋㅋㅋ

그나저나 올해엔 제 개인적인 좋은 일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좋은 일로 웃어봤으면 좋겠네요. 그럴 수 있으려나...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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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음..

2008/12/25 - TED - Susan Savage-Rumbaugh: Apes that write, start fires and play Pac-Man

위의 포스팅이 생각납니다. 제가 위의 글에서 조금은 두렵다는 표현을 했었지요. 침팬지들이 인간과 동등한 문명을 이루고 사는 세상이 올 것인지, 아니면 인류가 침팬지들을 멸망시키고 다시 독보적인 생명체로 살아갈 것인지 말입니다.

이 동영상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인간은 배타적인 존재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비로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지만, 그 전에 지구란 행성이 남아있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계속 배타적인 벽을 허물고 개방된 의식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후반에는 사람 한 명이 나옵니다. 환자입니다.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물론 동영상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기계를 통한 언어활동은 가능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기계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런 상태에서 음악까지 작곡하고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이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웠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버림받았을 사람이 이제 동등한 인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배타적인 외피가 점차 벗겨져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도 이 배타성이라는 껍데기가 녹아 내리길 기대합니다.
Posted by 덱스터
새해 첫 포스팅은 밝게 했으니 이제 조금 어두워져 볼까요? -_-;;

먼저 12월 31일 20시에 프레스센터에서는 언론장악법에 반대하는 기자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19시 반 쯤 시청역에서 나와 프레스센터 앞에서 고재열 기자님께 전화를 했는데, 거기 있으면 20시부터 시작할거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이 사건은 방송에 안 나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MBC에서만 촬영하더군요.

19:30분 쯤 프레스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스피커는 설치되어 있었고, 광야에서가 흘러나오더군요(맞나;;). 프레스센터 안에는 생각외로 사람이 좀 있더군요.

피켓 세트를 들고 지나가는 행인1 입니다.

경찰차도 있더군요. 언론차와 경찰차의 나란한 동침. 적과의 동침인가요? 저 안에서 경찰들이 째려보더군요 -_-;;; 저 차 말고도 많은 경찰차들이 주변에 있었습니다. 버스까지 해서 4~5대 정도?

50분 즈음일 겁니다. 행사 시작 10분전. 플랜카드도 걸리기 시작하고 그러더군요.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더군요. 저기서 피켓을 들고 계신 분들은 나중에 알고 보니 예비 언론인들이더군요. '아랑' 이었나?

촛불을 위해 준비된 듯 한 상자들입니다. 재미있네요. MB노믹스의 핵심은 양초와 종이컵 산업의 발달로 인한 경제회복인가 봅니다.

아까 말했던 예비 언론인 모임의 깃발입니다. 아랑 맞는지 헷깔리는군요.

승리의 MBC. 카메라 기자는 MBC 밖에 없었습니다. 여론통제의 핵심이 뭔지 아십니까? 아젠다 설정입니다. 요즘은 책상 위의 연필에 대해서 펜이라고 하는 것이 통제가 아니라, 연필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통제입니다. 뭐가 문제인지 눈치 채셨겠지요?

개인방송인 듯 합니다. 아프리카 방송팀 1

여기도 있네요. 방송팀 2

방송팀 3. 인터뷰 중입니다. 저분 연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떨이라고 나누어 주시더군요. 연필깎이가 없어서 받지는 않았지만 기념품(?)으로 하나정도는 챙겨둘 걸 그랬습니다. 뱃지는 하나 챙기긴 했지만(주황 파랑 이렇게 두가지가 있더군요 ^^), 기념품 많으면 좋지요.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촛불. 이미 시작되었군요. 저 학생(?)은 마스크를 썼고 말이지요. 인터뷰도 받던데...

전체적인 뷰 입니다. 깃발이 이곳저곳에~ 피켓도 있고~ 음악은 흘러나오고~ MB가 싫을뿐이고~ 투표 다시 하고 싶을뿐이고~(비록 난 당시 투표권이 없기는 했지만 ^^;;)

KBS 젊은 기자분들의 플랜카드. 저도 재벌방송 싫어요. 대기업 대변인은 변호사로 충분합니다.

한창일 때의 피켓. 카메라는 돌아가고~ 우리는 노래할 뿐이고~

전 추워서 프레스센터 안에 들어갔다 다시 나왔다 하면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일제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_-;;; 아무래도 종각 쪽으로 간 듯 해서 전 홀로(원래 싱글플레이는 제 주특기입니다) 종각으로 향했습니다. 종각역에서 어쩌다가 고재열 기자님을 본 듯 하기도 하고...-_-;;;(만약 맞았더라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고 빌어야겠네요 쿨럭;;) 뭐 하여튼 이제 방송에서 다루지 않은 장면들 다시 나갑니다.

흔들렸네요 -_- 역시 똑딱이(컴팩트디카)의 한계입니다...ㅠ 방패입니다. 왜 들고있을까? 나중에는 보니 한손방패도 등장하더군요.

대본을 읽고있는 아나운서 ^^;; 이건 그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 노란 풍선에는 일제고사반대로 해임된 교사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경찰은 풍선이 보이는 대로 빼앗아 날렸다고 하더군요. 어쩐지 가끔씩 하늘에 떠다니는 노란 풍선이 보인다 싶었습니다.

모여있는 사람들입니다. 22시 즈음부터 마이크로 평화 집회를 부탁하는 안내 방송이 울려퍼졌습니다.

의경들. 의경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모인 사람의 반은 되어보이더군요. 곳곳에서는 이런 수많은 경찰에 불만이 있었는지 의경에게 윽박지르는 시민들이 있더라구요. 의경이 무슨 죄입니까. 까라면 까야지...-_-
아 물론 저 회색 옷을 입은 경찰분들은 안전요원 같았지만, 검은 옷을 입은 분들은 짱이더군요 -_- 딱 촛불 들고 풍선 들고 깃발 들고 그런 분들만 찾아서 포위(..)하고 있었습니다. 오해이든 아니든 그건 충돌이 생길 만한 이유이지요.

충돌. 곳곳에서 충돌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강제로 채증한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더군요. '폭력경찰 물러가라'라는 구호가 들렸습니다. 이때가 22시 반 정도입니다.

어쩌다가 인파에 휘말려서 안쪽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맨 앞줄에 있었지요. 제가 제일 처음 무대 앞으로 들어선 사람들 중 하나일 겁니다.

KBS의 실수 ㅋㅋ. 피켓이 지나갑니다.

아까 위에서 있었던 일을 찍은 것 같더군요. 이후 사람들의 모습을 찍을 때에는 멀리서 찍기만 하고 사람 하나하나는 안 찍는 주도면밀함을 보이더군요. 의제 숨기기. 제가 말했던 여론 통제의 하나입니다.

수많은 깃발들. KBS 방송만 보셨으면 깃발이 있었는지조차 모르셨겠군요.

줌인해서 찍었습니다. 카메라는 좀 더 높이 들고요. 풍선도 보입니다.

이건 사람들이 다 들어온 이후에 찍은 것 같네요. 깃발 정말 많았습니다.

2009년의 시작. 풍선을 날리던 장면입니다. 올해에는 근심거리(한나라와 리만브라더스 -_-)가 저 하늘의 풍선들처럼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군요.

죄송하지만 전 다음날 일정도 있고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도 있고 해서 종을 치자 마자 인파에 휘말려서 나왔습니다 -_-(아마추어의 한계입니다 -_-) 이 이후에는 물대포도 등장하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못 있었네요.

전 정말 행운아인가 봅니다. 제가 2008년에 고3이었으면(90년생.. 쿨럭) 대학 못갔을껄요? -_-(물론 지금 학점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참 세상 한번...-_- 2009년은 좀 낫기를 기대합니다(만 이놈들이 벌써 삽질을 시작했다는군요 으읅)
Posted by 덱스터
새해 첫 포스팅이군요! 원래 어젯밤에 포스팅을 하려고 했으나 귀찮힘들어서....

종각에 갔었는데 정말 다시는 안갈겁니다 -_- 사람 이처럼 많이 모여있는걸 본 건 진짜 오랜만이네요. 전 어쩌다가 인파에 휘말려서 맨 앞줄(...)로 가게 되었지만 그게 무대 정중앙이 아니라 사이드여서 무대는 하나도 안 보이더군요 -_-

새해 첫 포스팅은 좀 희망차게 해 보고 싶어서 이 포스트만큼은 희망찬 사진들로만 채우려고 합니다. 그러면, 시작해 볼께요 ^^ 참, 시작은 청계천부터입니다.

실버스크린(맞나요?)입니다 ^^ 이 고깔콘이 어디에 있더라...;;

분수..??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일부이지요? 주제는 뭐였더라...;;

어찌되었든 그건 제 알바가 아니고..(-_-;;) 폭포입니다. 이건 안 어나요;;(여기서 흐르는 액체는 쉽게 얼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논의는 집어치웁시다)

눈송이입니다. 진짜 눈이 왔으면 얼어죽을뻔했어요 -_-

이것도 예쁜 조명장식이더군요.

걸어서(..) 종각 도착!

종각에도 이런 장식이 있더군요.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종각. 카메라도 있고 바쁘네요.

멘트를 확인하시는 아나운서님..-_-ㅋ

또 다른 각도입니다. 전 이쪽 각도에서 맨 앞으로 끌려갔지요 -_-ㅋ

Welcome 2009! 오늘 집회가 있기로 했는데, 많은 분들이 모였네요 ^^

의경들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온 것 같더라구요. 쓸데없는 오해를 빚기도 한 것 같지만...-_-ㅋ

방송상태가 안좋더군요 -_- 중간에 지지직 끊기고..

사람들이 화면에 잡힌 모습. 이쪽으로 카메라는 절대 안 오더군요 -_-

카운트 시작! 60초!

10초!

1!!

땡~! 하늘이 집어삼킨 저 수많은 풍선들처럼 수많은 근심들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

등불도 올라가더군요. 좀 더 좋은 사진을 기대했건만...-_-

왼쪽의 불꽃이 인상적인(..) 사진입니다. 절대 의도한 것이 아닌데...;;;; 종 치는것 보자마자 나왔는데 그러면서 잡은 사진입니다.

펑 펑~! 이곳 저곳에서 폭죽이 터집니다.

자~ 밝은 사진은 여기서 끝이고(..-_-), 조금 안습인 사진들은 다음 포스트에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덧. 사진이 참... DSLR 하나 사야하나 ㅠ 왜 이렇게 많이 흔들렸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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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40여분 전에 2008년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잠들기 전까지는 하루 안 지났다고 하시는 분들! 네 거기 그분 말입니다! 쉿! -_-)

친구는 군대가기 전에 술사달라고 조르고(...-_-) 전 새해엔 방콕에서 벗어나봐야지 생각하며 이불을 뒤집어 씁니다(응?). 아 오늘 조금 상태가 크리티컬한데요 -_-;;(전문용어로는 '신났다'고 하지요 -_-)

일단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대학에 들어왔고, (예비) 새내기 응원도 가보고, 선배한테 밥 얻어먹고, 전공과제로 각종 기계들과 씨름하고(톱질하는데 먼지를 너무 많이 마셔서 코가 좀 안 좋아진 것 같더군요 -_-), 블로그 이사하고, 푸른기와집에 불만 가져보고(해소되려면 얼마나 걸리려나...ㅠ), 밤도 새보고(그 이전까지는 밤샘이 딱 한번이었는데 올해만 해도 밤샘은 10번 정도 했군요) 등등 정말로 많은 일들을 했어요.

책도 조금 읽고(비록 기억은 안 나지...쿨럭), 처음으로 맛 갈때까지 술도 마셔보고(...맥주 5잔이었을 뿐인데...) 재미있는 블로그도 많이 알게 되고 그런 한해였어요.

아쉽게도 잠깐 나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2009년이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에 글을 포스트하지는 못할 것 같네요 ㅠ

새해가 밝아오기 24시간 전입니다. 지난 한 해를 한 번 되돌아 보고, 흰 눈처럼 밝은 희망으로 올 한해 기분 나빴던 일, 슬펐던 일 등을 덮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날 마음껏 즐기세요!

덧. 토요일까지 필요했던 책이 오늘 왔네요 -_- 왜 이상한데로 택배를 보내서...ㅠㅠ(서울 반대쪽으로 돌아갔더군요 -_-) 그래도 같이 주문했던 사금석 책갈피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근데 사금석이 원래 이렇게 반짝거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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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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