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살림

예전에 책을 한꺼번에 지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지른 책 중 하나입니다. 사실 책을 구입한 동기는 별 것 아닙니다. 5만원을 맞추어 주문을 하면 보너스 마일리지가 있는데 책 주문하면서 괜찮은 책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베스트셀러라는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지요. 별로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어느 대학원생분이 쓰신 글이 있는데, 그분이 이 책을 읽고 대학원 온 것에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구요(정확히는 대학원 온 데 의미를 찾았다 정도?). 이 말에 관심이 가게 되었지요. 결국 여차여차 해서 저번 주 금요일 즈음부터 읽기 시작해(아직 읽는 중인 책이 대엿권이 넘는 주제에) 어제 막 다 읽었습니다. 사실 전 번역본이 아니라 원서로 읽어서(원서가 더 싸더군요 OTL) 원서 링크를 걸어두고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그런데 원서마다 가격이 다르더군요 - 원서도 종류가 많네요).

The Last Lecture (영국판, Paperback) - 8점
랜디 포시 외 지음/Hodder & Stougton

쉽게 쓰인 책입니다. 강의를 책으로 옮겨놓아서 그런지 약간 구어체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각주:1]

책의 저자는 말기 암 환자입니다. pancreatic cancer, 즉 췌장암에 걸렸지요. 그래서 여섯 살 먹은 큰아들 딜란(Dylan)과 세 살 먹은 작은아들 로건(Logan), 그리고 18개월이 된 딸 클로에(Chloe)를 위해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고민하다가,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던 마지막 강의를 선물로 남겨주기로 결정합니다(강의들은 유튜브 등에서 돌아다니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은 그 때의 강의를 모아서 묶어 낸 것입니다.

사실 전 글쓴이가 하는 말들보다는 글쓴이의 삶에 대한 태도가 부럽더군요.[각주:2] 말 그대로 '제대로 된 낙천주의자'입니다.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서 도피하지는 않고 말이지요. 경찰관에게 속도위반딱지를 떼이게 생겼을 때 자기가 말기암 환자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그러니 경찰관이 반신반의 하다가 그의 흉부에 난 칼자국을 보고서는 넘어갔다는 일화를 보면서 얼마나 건강한 사람같았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 몇 조언은 정말 괜찮았습니다. 몇가지 적어봅니다.

필요하기 전에는 결론내리지 말아라[Never make a decision until you fave to] - p23
텔레마케터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고 있을 때 끊어라[각주:3] - p109
대안을 질문으로 제시해라[Phrase alternatives as questions][각주:4] - p143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어놓고 해서 그런가,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도덕 교과서와 같은 조언들도 나오기는 하지만, 원래 조언이란 것이 그렇지 않습니까. 말을 하면 다 알아듣지만 그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내는 사람이 위대하다는 것 말이지요(콜럼버스의 달걀이 생각나는군요). 엄청난 낙천주의자(그것도 현실감각을 잃지 않은)를 만나고 싶으신 분에게는 강추합니다.
  1. 책에서 제외된 챕터라고 합니다. 이 글을 보시면 어떤 식으로 글을 썼는지 대충은 감을 잡으실 듯 해서 주소 남겨둡니다. http://thelastlecture.com/lostchap.htm [본문으로]
  2. 죽음을 앞둔 사람은 다섯 가지 단계에 걸쳐 심리가 변화한다고 하지요(Kübler-Ross model)? 이분은 그 중 몇몇 단계를 스킵한 것 같더군요 -_-;;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본문으로]
  3. 천재더군요 -_-;; 말하고 있는 도중에 끊으면 연결 상태가 불량한줄 알고 다음 통화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4.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그런지 이건 반 정도 내면화되었더군요. 회의나 미팅을 주로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조언일 듯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35장은 특히 그런 조언이 많더군요.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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