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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동혁이형마저 퇴출당하나 (하재근)

글에서 말하는 익명의 '보수단체'는 내가 알 바 아니지만 등록금 상한제와 같이 '직접적으로 등록금을 규제하는 것'이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에는 한 마디 해야겠다. 아니, 난 오히려 사회 구조를 아예 뿌리부터 뒤집어 엎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등록금 규제는 필요를 넘어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미 이전 글에서 끌어들여온 명제이기는 하지만, 등록금과 같은 사항은 자유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등록금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 대부분의 입장이다. 오히려 시장을 규제하려고 들 때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신문기사를 하나 또 열어보자.

"대학 등록금 상한제는 장기적으로 毒" (아시아경제)

진리를 쫓고 계시는 대학원장님께서 이런 무리한 주장을 하신다니 진리의 빛은 너무나도 강해서 눈을 멀게 만드나보다. 아니면 강렬한 진리의 빛을 필터링하느라 현실도 필터링하게 되셨는지도. 물론 여기서 나오는 근거 자체는 맞다. 가격을 억지로 조절하려고 들면 시장 자체가 붕괴해 버린다는 것은 경제학 개론 정도만 공부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안 원장은 가격을 통제했을 때 의도와 달리 더 큰 대가를 치르는 결과를 초래했던 역사적 경험을 근거 사례로 제시했다.

프 랑스 혁명 당시 생필품 가격이 올라 시민들 불만이 커지자 우유 가격을 올리는 상인은 단두대에 보내겠다는 엄포가 내려지자 우유 가격은 금세 급락하고 가격 통제 정책이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농민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하면서 공급량 부족으로 다시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 우유는 시민이 아닌 귀족들만 마실 수 있는 식품이 됐고 시민들의 불만은 예전보다 더 커졌다는 논리다.

이 에 앞선 284년부터 305년까지 로마황제였던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시민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곡물 가격을 통제했으나 출하가 줄어 심각한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결국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안 원장은 설명했다.

식품만이 아니다. 가난한 세입자들을 위해 임대료를 통제했을 때도 결국 임대료가 치솟아 이사도 어려울 뿐더러 주택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도시가 황폐화됐다는 것이다.[...]
위 기사에서 인용

하지만, 그 사례를 대학에 적용하는 지점에서 주장의 허구성이 드러난다. 왜냐? 우유나 곡물, 주택과 같은 대상은 '누군가가 소비하면 나는 소비할 수 없다'. 남이 마신 우유를 위장 갈라서 꺼내마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교육은? 강의실이 조금 바글거리기는 하겠지만, 대학강의를 내 옆자리 철수가 듣는다고 해서 내가 못 듣게 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나 학계가 작동하는 원리와 똑같다. 지식은 나누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식은 나눔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접하고 새로운 지식을 덧붙이기 때문이다. '대학 강의'라는 물건은 우유나 곡물과 같이 소비되어 사라지는 물건들과는 다르게 공급비만 충분히 주어지면 거의 무한정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유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대학원장의 주장이 현실과 괴리한다.

[...]안 원장은 "대학 등록금을 억제하면 대학 수입과 함께 장학금 규모가 줄어 가장 큰 피해자는 가난한 대학생이 될 것"이라며 "재원이 부족하게 되면 대학의 발전과 양질의 교육에 대한 투자도 줄게 된다"고 지적했다.[...]
위 기사에서 또 인용

그리고 원장님은 학문에만 열중하셨더니 장학금이 왜 필요한지 잊어버리신것 같다.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받는 이유는 '등록금을 대기 위해서'이다. 등록금이 낮다면 애초에 장학금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반박의 근거로 이용한 '공급비만 충분하면 무한정 공급이 가능한' 특징이 없다고 하더라도, 등록금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또 댈 수 있다. 이 이유는 원장님도 잘 아시는 것 같으니 한번 들어보자.

[...]그는 이어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대학 교육을 받는 대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대학 등록금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대학 간의 경쟁이 제대로 되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경쟁이 있으면 대학들은 될 수 있으면 낮은 등록금으로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고 할 것이지만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는 이런 경쟁 구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시 또 인용. 이거 사골 우려내면 뽀얀 국물이 나올 것 같다.

그렇다. '대학강의'라는 제품이 사고 팔리는 시장에는 경쟁이 없다. 이해하기 쉽게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자면, 대학강의 시장은 독점시장이다. 그리고 독점시장에서는 효율 극대화를 위한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된다. 무조건 자유가 최고라고? 천국에서 차를 마시던 애덤 스미스가 울겠다. 경제학 공부한거 맞니?

독점시장이 아니라는 분들을 위한 퀴즈. 다음 두 가지 선택지만 존재한다면, 어느 대학에 가시겠습니까?

1. 대학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이 벌벌 떤다는 명문대. 단, 등록금은 엄청 좋은 직업이라도 7학기 등록금을 7년에 걸쳐 갚기 힘들 만큼 비싸다.
2. 대학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이 대학 맞냐고 묻는곳. 단, 등록금은 0원.
3. 일본을 공격한다.

내 주변을 돌아보면 백이면 백 전부 1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간혹 3번이 있긴 하지만)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들 주변도 그다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학생이 자신이 진학할 대학을 고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 대학이 받아들일 학생을 고른다. 판매자가 구매자를 결정하는 시장이 과연 제대로 된 자유시장인가? 진짜 자유시장에서 주도권은 구매자에게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시장에서는 국가가 어떻게든 개입해야 시장이 붕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포퓰리즘은 개뿔. 진짜 포퓰리즘이라면 '전 국민에게 명문대 졸업장을' 정도는 되어야지.



사실 링크걸어 놓은 이전 글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이 문제가 다시는 튀어나오지 않게 확실히 묻어버리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완벽한 답이 있다. '졸업장 필요없는 사회'. 이 사회가 그 위치를 능동적으로 찾아나서든 어쩌다가 날벼락을 맞고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져 결국 거기로 귀착하든 결국 졸업장이 필요없는 사회가 오기는 올 것이다. 어차피 대학 수준의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는 직업은 전체의 50%도 될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지나갈 곳이라면 강제로 가는 것보다는 능동적으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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