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최첨단(?) 화장실이라 사람이 들어가면 불이 켜지도록 되어 있지요. 사람이 전부 밖으로 나갔을 경우 불이 전부 나가는 인바이런멘트 후렌들리 화장실입니다.

제가 동아리 회의가 끝나고 화장실에 들어섰을 때, 화장실의 불은 켜져 있었습니다. 물론, 저 외에는 아무도 없었지요.

불은 왜?

뭐, 무언가 살짝 이상하기는 했지만 무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등이 안 들어오는게 문제이지 등이 들어와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거든요. 시원하게 소변을 처리하고 세수하러(세수는 손을 씼는다는 의미이죠. 이상하게 얼굴까지 씼음을 의미하게 되었지만) 세면대로 다가갔습니다. 그냥 문에서 가장 가까운 쪽인 오른쪽 끝의 세면대를 택했지요. 장애인 후렌들리한(?) 학교에는 이런 끝에 있는 세면대에는 철봉을 대충 휘어 끌어당기기 쉽도록 손잡이를 설치해두죠. 아,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 하여튼 어릴 때의 고양이세수질에서 진일보한 비누칠싹싹 손씻기를 한 다음(신종흘루 조심해야죠. 비누회사는 대박나려나?) 손을 털었습니다. 손을 털 때는 팔을 휘둘러 반지름을 확 늘여주어야 물이 잘 빠지지요. 없는 사이언검을 손등에 이미지로 그려내며 눈앞의 공기히드라를 설겅 설겅 베어냈습니다. 그때였지요. 갑자기 뒤에 있던 손 건조기가 작동하는 것이었습니다.

!!

'오오 이것이 폴터가이스트인가?'라는 덕스러운 생각이 스쳐감과 함께, 서늘한 기분이 느껴지더래죠. 물론, 아무 생각도 없이 '귀신 있으면 어때, 나만 안 해치면 장땡이지. 그리고 귀신도 불쌍한거 아님? 무슨 볼일 있다고 세상에 짱박혀 있는건데?'라는 대인배(?)스런 생각을 하고 화장실을 나섰습니다. 진짜 무슨 상관인가요. 나만 안 해치면 되지.

귀신을 보더니 미쳤나

미친게 아니라 관대한 거랍니다. 전 '관대하'죠. 훗.


그나저나 손을 털다가 날아간 물방울이 건조기를 작동시킨 것 같습니다. 역시 공돌이는 현실적인 답안을 내놓는 법이지요.

그러고 보니 이런 재미있는 농담(?)도 있군요. '기적이 일어났으면 그건 기적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적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술이 마술이 아닌 이유와 똑같죠.

그런데, 전 지금 무슨 내용없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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