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 에너지다.(독립변수인 p_i로 쓴 점에 유의) 이래서 보통 Hamiltonian을 에너지라고 해석하기도 한다(양자역학을 배울 때 Hamiltonian을 에너지라고 가르치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여기있다). 그렇다면 운동방정식은 어떻게 될까? 우선 Lagrangian을 쓸 때 운동방정식은 이것이었다.
Hamiltonian은 일반좌표의 성분이 전부 Lagrangian에서 나오기 때문에(Hamiltonian은 Lagrangian의 일반좌표 q_i와 일반좌표의 시간변화율 d(q_i)/dt 두 독립변수 중 시간변화율을 conjugate momentum으로 바꾼 것이다. 따라서 앞쪽의 p_i는 일반좌표 q_i와 독립적인 변수가 되고, 따라서 편미분하면 0이 된다.)[각주:1] 위의 식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
하나의 운동방정식을 구했다. 이제 두 번째 운동방정식을 구할 차례다.(Lagrangian의 운동방정식이 N차원 변수 x의 값과 그 시간변화율에 대한 2계도함수라면 Hamiltonian의 운동방정식은 N차원 변수 x와 N차원 변수 p에 대한 1계도함수이다. 따라서 하나씩 더 필요.) 우선 Lagrangian과 Hamiltonian의 완전미분을 생각해보자.
이라 Hamiltonian이 시간에 대한 explicit dependence가 없을 경우 일정한 값을 갖는다.
Lagrangian을 쓸 때와 Hamiltonian을 쓸 때의 차이점은 Lagrangian이 N개의 차원을 갖는 일반화된 좌표공간에서의 움직임을 2계도함수로 풀 때(Euler-Lagrange 방정식이 2계도함수이다) Hamiltonian은 2N차원의 일반화된 좌표-운동량공간(위상공간-phase space-으로 부른다)에서의 움직임을 1계도함수로 푼다는 것이다. 작아 보이는 차이지만 좌표와 좌표의 시간변화율은 완전히 독립이 아니기 때문에 perturbation을[각주:2] 다룰 경우 Hamiltonian이 유리하다고 한다.(좌표와 운동량은 독립된 변수로 취급한다.)
다음번에는 Classical Dynamics of Particles and Systems 5판 7.11에 Hamilton's principle을 꼬아서 운동방정식을 유도하는 특이한 방법이 있어서 그걸 다뤄볼 생각이다. 아직 Lagrangian formulation(2)도 쓰지 않은 판에 이걸 쓸 지는 의문이기는 하지만. 이 방법이 Feynman의 경로적분(path integral)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보이는데 그것까지 할 지는 모르겠다.
ps.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는 데에는 위에 나온 미분방정식들보다는 푸아송 괄호(Poisson bracket)가 더 큰 역할을 했다. Shankar책에서 고전적인 계가 어떻게 양자역학적으로 바뀌는지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아마 quantization이라고 하면서 푸아송 괄호를 commutator로 바꾸고 값에 ih-bar를 붙였던 것 같다)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전 사막 취향이라네요. 소설보다는 논픽션 위주로 읽는 편이긴 한데....
어릴 적 편식(?)한다고 선생님들한테 한 소리 들었었죠 -_-;;;
유목민 취향이라고 생각하는중. 그런데 대부분의 독서취향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바넘효과를 일으킬 정도의 모호성은 있는 것 같다. 맞다고 해석하려면 어떻게든 맞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 뭐 취향이란 것 자체가 면도날처럼 딱 잘리는 것이 아니지만.
사막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기후대로, 매년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동식물의 생존에 무자비한 환경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사막엔 수많은 생물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가혹한 사막의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물과 에너지의 사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극도로 실용적이고 보수적인 행동 패턴을 보인다.
실용주의, 현실주의, 냉정한 보수주의. 이는 당신의 책 취향에게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목마른 낙타가 물을 찾듯이:
낙타가 사막에서 물을 찾듯이, 책을 고를 때도 실용주의가 적용됨. 빙빙 돌려 말하거나, 심하게 은유적이거나, 감상적인 내용은 질색. 본론부터 간단히. 쿨하고,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내용을 선호함.
들어는 봤나, 하드보일드:
책이란 무릇 어떠한 감정에 흔들려서도 안되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고 이성적으로 쓰여져야 함. 사실주의 소설, 다큐멘터리 기법의 역사책, 인물 평전 같은 건조한 사실 기반 내용을 좋아하는 편.
문화적 유목민:
사실주의 역사 책만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의외로 다양한 책을 섭렵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특별히 일관된 선호 기준이 없음. (아예 좋다 싫다 취향이 없는 경우도 있음.) 뭔가 볼만한 책을 찾기 위해 '방황'을 많이 하는 독자층.
당신의 취향은 지구 대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막 기후처럼 전체 출판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하며, 그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로맨스 소설이나 시 같은 픽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취향이기도 합니다.
다음의 당신 취향의 사람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은 책들입니다.
"로버트 닐슨 씨 되시나요?" 그녀가 물었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그럼 이거 받으세요." 그녀가 말했다.
난 봉투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다 이게 무엇인지 물었다.
"당신의 동생으로부터 온 메시지입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곤 화가 났다. "당신이 누군진 모르겠습니다만," 난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이 내 동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내 동생이 죽은지 1년도 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텐데요."
여자는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습니다. 닐슨 씨." 그녀는 피곤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
[중간 생략]
"전 이 메시지를 받아 적기 위해 6개월 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이건 제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에요. 저도 제 할 일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신 동생이 절 가만 놔두질 않았어요, 자기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받아 적어 당신에게 이렇게 전달하기까지 말이죠."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필사적이었다. "이제 이걸 좀 받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그만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세요."
-What Dreams May Come, Richard Matheson
그의 이름은 루, 두 번째 이름은 이제부터 이야기할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 생전에 그는 마술사였다. 기적을 만드는 사람, 요술쟁이, 환상을 연출하는 사람 말이다. 그는 아주 솜씨 좋은 마술사였는데도, 일찍 죽은 탓에 위에서 언급한 다른 이들만큼의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성취한 인물이었다.
첫째,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둘째, 그는 살인을 실행했다.
셋째,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이와 손톱, 빌 밸린저
보수적이란 말이 나오는데 난 확실히 보수적인 면이 많다. 그런데 괴상하게도 주변 사람들은 날 두고 진보적일거라고 생각하네 -_-;;[각주:1]
스플라이스란 유전공학의 DNA Splicing이라는 기법에서 유래한 제목일 것이다. 말 그대로 유전자를 잘라서 이어붙이는 것을 말하는데, 유전공학에서 사용되는 기초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내가 본 것은 조금 다르지만 아무래도 감독이 원했던 것은 윤리와 도덕 없이 폭주하는 기술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었을 터이다. 중간에 칠성사이다를 너무 많이 마셔서 세수하러 가느라 화제(?)가 된 남자주인공과 생명체가 교감을 나누는 부분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리뷰를 진행하는데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리뷰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접어놓는다. 리뷰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종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난 기술보다는 인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따라서 이 리뷰는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리뷰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진행될 것이다. 기술에 대한 경각심은 다른 글에서 찾으시길.
먼저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 여주인공 엘사는 트라우마의 화신(化身)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영화 내내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보물상자라 할 수 있는 작은 나무가방에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자신의 사진과 어릴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들어있다. 그녀의 어머니가 어릴 때 쓰던 그대로 남겨두었다는 그녀의 방을 보면 황폐하다. 마치 「에반게리온」시리즈에서 나오는 레이의 방처럼 말이다. 침대도 없이 매트리스만 남겨져 있는 그 흔한 책장조차 없는 방. 영화 방영분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 매우 엄격하게(다른 쉬운 말로는 학대받으며) 자라왔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보물상자의 장난감들은 그 어린시절에 대한 보상심리겠지. 결국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는 깊숙히 각인되어 일반적이지 않은, 그러니까 완벽한 아이를 원하게 만들었고 결국 금단의 실험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남주인공 클라이브가 지적하지 않던가. 넌 어머니를 따라 미친 것 뿐이라고. 영화 마지막에서도 그녀는 트라우마를 내보인다. "What's the worst that could happen?"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나온 대사인데 자막에서는 문맥에 맞는 다른 말로 바뀌어 제시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장면을 꼽으라면 중반에 클라이브와 엘사가 쇼파 위에서 콘돔 없이 사랑을 나눌 때,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마지막 장면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괜찮느냐는 사장의 질문에 대답할 때. 번역은 "임신밖에 더 하겠어"와 "갈 때까지 갔으니까요"라는 다른 대사로 처리되었지만, 원래 둘은 같은 대사이다. 오버일지도 모르겠지만, 클라이브에 대한 미안함이 트라우마로 남은 것은 아닐까? 영화 중반부에서 이사갈 새로운 집을 볼 때 클라이브는 분명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했고, 엘사는 거절했다.
생명체 드렌에서는 홉스적 자연상태의 인간이 보였다. 영화 중반에 핸드폰으로 한 메모가 '자연상태의 인간이 어떤 심리상태를 갖는지에 대한 탐구영화 스플라이스'였는데, 확실히 이 테마가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나보다. 드렌을 인격체로 본다면 문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자연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연인은 토끼를 사냥하여 날로 뜯어먹었고, 강제로 원하는 성관계를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이런 점에서 드렌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생명체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그 생명체는(후에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잘못 알려지기는 했지만) 소설 안에서 가장 인간다웠다고 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런 인공생명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기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맞물려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제 2차대전 이후 기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지만, 메리 셸리가 그 유명한 소설을 쓸 때까지만 해도(1818년) 기술은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방주라고 여겨졌으니 말이다.
남주인공 클라이브에서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과학자를 보았다. 매번 그는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엘사의 결정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에는 개인적 감정이라는 요소는 통계를 교란시키는 치우침(bias)만 유발하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일까? 물론 우리는 과학에 감정이 개입하여 만들어진 나치의 세기의 악행을 알고 있다. 우생학은 분명히 사실만을 말하는 과학에 감정이 개입해서[각주:1] 판단을 내린 것이고, 그 결과는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의 트라우마를 남겼다. 하지만 과학에 감정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1945년의 히로시마가 되지 않을까? 정답은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겠지만, 이론적인 대답을 실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재미없게 보려면 nerdy하게 보면 된다. 드렌(Dren)을 거꾸로 한 nerd.[각주:2] 실제로 가능한지 자를 대어보자는 이야기이다. 물론 영화는 현실과 다르지만(그리고 달라야만 하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괜찮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먼저 DNA 합성 장면. 영화에서 구현된 합성장면은 그야말로 신기술이다. 염색체가 보이는 실험장비의 화면은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모습처럼 보이는데, 전자현미경을 사용하려면 시료에 금 도금을 해서 진공에 노출시켜야 한다. 광학현미경이라고 하더라도, 원래 염색체는 광학현미경에 보이지 않는다. 염색체가 염색체인 이유는 '염색이 되기 때문'이다. 염색체를 염색해서 관찰하려면 색소를 사용해야 하는데, 색소를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염색체는 그 기능을 잃어버린다. 색소 중에는 발암물질도 있는데 그런 것들에 폭격당한 염색체가 제구실을 한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합성된 생명체가 진짜 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클라이브가 드렌과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면 드렌도 성인 여성 정도의 무게를 가졌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드렌이 가볍다면 그렇게 춤을 자연스럽게 출 수 있었을까? 일단 무게가 일반 성인 여성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그 허약한 날개로 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드렌의 날개의 모티브로 보이는 박쥐의 날개는 몸 크기의 다섯배는 가뿐히 뛰어넘는다. 가장 큰 박쥐라는 Giant golden-crowned flying-fox박쥐와 인간 사이에는 최소한 40배의 무게차이가 있는데, 이 상태에서 날려면 날개의 넓이가 40배 즉 가로세로 길이가 약 6배는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그 박쥐의 날개 너비는 1.5m이다. 비행기 어디 없나?[각주:3]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리 드렌이 인간 유전자를 가졌다고 해도 임신이 된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염색체가 정확히 23쌍을 이루어야 하고, 정확히 23쌍을 이루었다고 해도 수정이 일어나리라는 보장이 없으며(워낙 많은 유전자를 조합해서 어떤 생명체의 생식방식을 채택할지 모른다), 또한 수정되었다고 해도 그게 배아로 자라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실제로 난자가 그냥 분할해서 수정체가 되는 처녀생식의 경우에 그 수정체는 중간에 사망한다. 남성과 여성에게서 오는 유전자가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같은 염색체에 이상이 있더라도 부계인지 모계인지에 따라 다른 유전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수정에 성공했다면 엄청난 일일수밖에.
13:30 추가. 드렌의 성별이 바뀌는 특성은 어류에서 따온 것 같다. 실제 어류중에는 경우에 따라 성별을 바꾸는 종이 존재한다. 무리에 우두머리 수컷이 있으면 암컷으로 지내다가,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면 점차 성이 수컷으로 변하는 종인데 이름을 까먹었다(-_-). 마지막에 성별이 바뀌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족(?) 안에서 권력구조가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지루하지만(영화 자체도 살짝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감독이 보라는 것은 안 보고 다른것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부분을 찝어낼 수 있는 영화이다.
이번 책은 크로스로드에서 기고된 SF 단편들 중 엄선(?)한 것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이전 글에서 말한 것처럼 표지가 좀 에러이긴 한데 그래도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다. 이영도씨의 단편이 실려있다는 것으로 소장가치 상승(?).
아침에 트위터에 올린 것처럼 SF를 읽다보면 이론을 잘못 이해한 부분이 눈에 너무 크게 들어온다. 너무 크게 들어와서 정작 소설의 내용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게 문제. 이전에 Murray Gell-Mann이 TED 강연에서 '양자역학에 대해 잘못 설명하는 교양책이 시중에 넘쳐난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이전에 이 글에서 정확하게 그 예를 지적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똑같은 잘못된 이해가 단편 「0과 1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의 측정'이 세계의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 말이다. 상당히 지독한 인간중심주의가 느껴지는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이 그랬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달이 내가 쳐다보고 있어서 존재한다는게 말이 되냐'라는 말로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주류(?) 물리학의 입장은 '물질의 존재는 물질이 서로 반응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것'에 더 가깝다.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을 묘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과 비슷하다. 닮음보다는 차이가 그 사람을 드러내는 법이다.[각주:1] 이렇게 신나게 까 놓고 이런 말 하기는 좀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소설 내용은 마음에 들었다.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소설을 쓰다가 때려치운 경험도 있고, 더불어 시간여행에 대한 시각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기타 각 작품별로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들은:
-이영도, 「별뜨기에 관하여」: 별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명불허전.[각주:2] 그런데 예전에 인터넷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듀나,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20세기의 재림을 보는 기분
간판격 단편. '기술에 대한 불신'이 간간히 내비치는게 특징이다. 이영도가 전 단편 중 하나인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에서 말했던 문화가 문화를 집어삼키는 시대에 대한 우려가 보이기는 하지만 소설의 중심에 놓인 그 불신이 점수를 까먹었다. 기술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기술을 잡아먹어야 한다는게 신념이라서.
-임태운, 「채널」: 채널 사이의 숨겨진 채널에 감춰진 음모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진짜 따로 할 말이 없다.
-송경아, 「하나를 위한 하루」: 아버지냐 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뒤끝이 좀 많이 남아서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중. 강풀의 만화 『26년』의 결말이 생각난다.
-설인효, 「진짜 죽음」: 속설에 진리를 본 자는 미쳐버린다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나름대로 내용은 참신했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이다. 일단 각종 실험의 결과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그 발표를 규제하는 기구가 있다는 것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독한 엘리트주의, 선민의식이 느껴져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다.[각주:3] 핵무기에 대한 지식을 예로 들면서 아예 모르는 것이 나은 것도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역으로 핵무기에 대한 지식이 있기에 다른 지식(수소폭탄 등)에 대해서 쓰면 안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과 알지 못해 쓰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노기욱, 「소울메이트」: 기계가 운명의 상대를 점지해주는 시대의 비극
왜 나는 '사람의 감정을 확인해주는 기계'들이 등장하면 제대로 테스트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일까? 진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기계가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려준 커플들의 말로와 기계가 반응을 일으켰다는 거짓말을 한 커플들의 말로,[각주:4] 그리고 반응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커플들의 말로를 전부 조사해야 할텐데 그걸 전부 조사한 통계가 사용되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난 다른 사람과 무언가 다른듯.
-김보영, 「0과 1 사이」: 시간여행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꼬여만 가고...
위에서도 말했듯 오개념 때문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글 속에 녹아든 분위기가 재미있었지만. 과거에 매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부분은 이영도의 전 작품 『퓨처 워커』가 생각나게 한다.
-김몽, 「차이니스 와이너리」: 중국은 언제까지 악의 축이려나
내가 '아시아 연합' 방면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해서 그런 배경이 깔려있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중국에 대해 좀 많이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기분이 드는데(마치 냉전시대 소련을 비난하던 미국처럼) 내 이력 탓일듯 싶다. 그 외에는 평범.
-김선우, 「양치기의 달」: 타 행성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인간은 언제라도 인간성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기분이 드는 단편.
-백상준, 「우주복」: 인간 외계인 몰라요 외계인도 인간 몰라요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 물론 나는 읽은 후 페르미온과 보존을 떠올리면서 물질과 원하는 경우에만 반응하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물질 사이의 반발은 전자가 페르미온이기 때문에 파울리 배타원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페르미온과 보존 사이를 진동할 수 있는 입자가 존재한다면 가능할지도라는 결론을 내리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난 역시 무언가 달라.
위에 있는 소설들은 전부 크로스로드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활자는 모니터보다는 종이 위에서 더 잘 읽히는 것이 현실이다.
엘리트주의와 선민의식을 딱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의식이 자기 자신을 규제하는데 쓰이면 발전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을 규제하는 순간 선민의식은 온갖 죄악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소설에서 나온 '국제문명보호연대'는 후자의 너무도 모범적인(?) 예이다. [본문으로]
재미있기는 한데(특히나 동양쪽의 문화에 대해 환상을 가진 서구인들에게 일침을 놓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동서양 서로가 서로에 대해 환상을 가진듯.) 책을 이것 저것 너무 많이 사 놓아서 전부 조금씩 읽느라 감당을 못하고 있는건가...
어릴 때 세워둔 원칙 중 하나가 '읽기 시작한 책은 끝을 본다' 였는데 지금은 '그런거 업ㅋ성ㅋ'처럼 되어버려서 읽다 만 책이 너무 많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88만원 세대』, 『삼성을 생각한다』, 『월든투』 정도가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 사놓고 건드리지도 않은 책은 더 많아서 문제. 책 사기 중독자인가 -_-;;
c언어로 세포가 점차 퍼저나가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 짜는게 과제이다. 전체 공간의 크기는 50x50개.
세포 주변의 4칸 이상이 다른 세포로 차 있으면 그 세포는 과잉밀집으로 사망.
세포 주변의 1칸 이하만 세포가 있으면 그 세포는 고립으로 사망.
세포 주변의 2~3칸에 이웃하는 세포가 있으면 그 세포는 그대로 살아간다.
세포 주변의 3칸에 이웃하는 세포가 있으면 그 지점에 세포가 자라난다.
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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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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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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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애들은 인구밀도가 높아서 사망. 아래 녀석은 주변에 무언가 닿지 않는 한 그대로 무한정 살아간다.[각주:1]
뭐 이런 프로그램을 짜란다. 인터넷 뒤져보니 Conway's Game of Life라는 시뮬레이션인듯. 이런 종류를 가리켜 Cellular Automaton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흥미가 생겨서 이것 저것 찾아보았는데, 70년대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유명했던 시뮬레이션인 모양이다.
단, 이렇게 세포가 배치된 모양은 세개의 외부파일로부터 불러들여오거나 무작위로 생성하도록 하는 것이 조건.
외부파일 세개를 지정하는게 귀찮아서 어떤 파일이든 주소를 입력만 하면 불러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space>가 포함된 string을 받아오게 하는게 좀 힘들긴 했지만 어쨌든 성공... 무작위생성은 인터넷에서 난수생성 알고리즘을 참고해가며 만들었다.
마지막 상태를 파일로 출력하는 기능도 추가했는데, 돌리면서 장난치다 보니까 자기가 출력한 파일을 제대로 못 읽는 상황이 발생해서 부랴부랴 디버깅을 했다. 문제는 그랬더니 입력을 조금 이상하게 받더라는 것(...) 이번에는 문제없을거다. 한줄이 50글자가 넘어가지 않는 한...
다 제작한 뒤에 한 나흘정도 잡고 장난치고 놀면서 최대한 메모리를 적게 잡아먹고 계산이 빠르도록개선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잘못 알고 있었던 진화조건(?)때문에 부랴부랴 알고리즘을 바꾼 것도 있고.(그래도 비슷한 알고리즘들 중에서는 계산이 빠른 편일듯)
unsigned long random(unsigned long i)//pseudorandom number generator
{
if(i && time(0)%2) return (unsigned long)(i>>1)|(((i^(i>>10)^(i>>30)^(i>>31))&1)<<31);
else return (unsigned long)(i*1103515245+12345)%0x100000000;
}
void grow(char a[])//determines the growth of whole grid
{
int i;
char b[scale*scale]={}, j;//j will be used as a number
for(i=0;i<scale*scale;i++) if(a[i]) for(j=0;j<9;j++)
if(j!=4 && i/scale+j/3!=0 && i%scale+j%3!=0 && i/scale+j/3<=scale && i%scale+j%3<=scale)
b[(i/scale-1+j/3)*scale+i%scale-1+j%3]++;//if the cell is alive, neighboring grid's count goes up
for(i=0;i<scale*scale;i++)
{
if(b[i]==3 || a[i] && b[i]==2) a[i]=1;//lives&generated when 3 cells are neighboring, lives when 2 cells are neighboring
else a[i]=0;
}
}
void printarr(char a[],char live,char dead)//prints grid status
{
int i;
for(i=0;i<scale*scale;i++)
{
if(i%scale==0&&i!=0) printf("\n");//new line is entered when nonzero i is a multiple of scale
if(a[i]) printf("%c", live);
else printf("%c", dead);
}
}
int locate(char loc[])
{
int i;
printf("File location(length at most %d):\n", maxpath);
while(1)//loop until input is proper
{
for(i=0;i<=maxpath;i++) loc[i]=0;//initialize string
gets(loc);
if(loc[0]) break;
}
if(loc[maxpath]!=0) {printf("Path is too long.\n"); return 0;}
return 1;
}
int fileread(char a[], char loc[])//opens a file, then returns alive cells to the grid
{
FILE *fp;
char alive[2];
int i,c;
printf("Input from a text file.\n");
if(!locate(loc)) {system("pause"); return 0;}
if((fp=fopen(loc,"r"))==0) {printf("File not found.\n"); system("pause"); return 0;}
while(1)
{
printf("Reading grid from <%s>\nWhich character represents alive cells?\n",loc);
scanf("%s",alive);//calling by %c somehow causes an error, so I used %s
if(alive[1]!=0) continue;
else break;
}
loc[0]=0;
for(i=0;i<scale*scale;i++)
{
if((c=fgetc(fp))==alive[0]) {a[i]=1; loc[0]=1;}
else if(c=='\n') if(loc[0]&&!(i%scale))i--;//fixes the problem of reading its output file differently
else i=scale*((i/scale)+1)-1;//when line is changed, grid line is changed
else if(c==EOF) break;//when file has ended, escape the loop
else loc[0]=1;//fixes the problem of reading its output file differently
}
printf("Grid is loaded.\n");
fclose(fp);
return 1;
}
int filewrite(char a[],char loc[],char live, char dead, int time)//saves the grid onto the output file
{
FILE *fp;
int i;
printf("Export grid to an output file.\n");
if(!locate(loc)) return 0;
printf("Saving the last grid in <%s>...\n",loc);
if((fp=fopen(loc,"w"))==0){printf("Save error: cannot open file.\n"); return 0;}
for(i=0;i<scale*scale;i++)
{
if(i%scale==0&&i)if(fputc('\n',fp)==EOF)goto writeerror;
if(a[i]) {if(fputc(live,fp)==EOF)goto writeerror;}
else if(fputc(dead,fp)==EOF)goto writeerror;
}
if(fprintf(fp,"\n\n Time:%d",time)<0) goto writeerror;
fclose(fp); printf("Saved.\n"); return 1;
writeerror:
printf("Save error: cannot write.\n"); fclose(fp); return 0;
}
void generate(char a[],int n)//generates random grid based on approximate cell number
{
int i;
unsigned long j=7;
if(n<=0) n=random(time(0))%(scale*scale);
else n=n%(scale*scale);
printf("Approximate cell number is %d.\n",n);
for(i=0;i<n;i++) {j=random(j); a[j%(scale*scale)]=1;}
}
int main()//main function
{
int i,time;
char a[scale*scale]={},loc[maxpath+1]={}, cell[2];
printf("John Conway's Game of Life - on a grid of %d x %d\nFor how long would you like to run the game?\n", scale, scale);
scanf("%d", &time);
gets(loc);//absorbs input error(such as writing a string)
while(1)//determining representation of cells
{
printf("An alive cell would look like: \n");
scanf("%s", cell);//calling by %c somehow causes an error, so I used %s
if(cell[1]!=0) continue;
printf("Alive cell is shown as %c. Enter 1 to confirm.\n",cell[0]);
scanf("%d", &i);
if(i) break;
}
while(1)//input determination
{
printf("Do you wish to start from any input file?(1 to read from an input file)\n");
scanf("%d", &i);
if(i!=1) break;
else if(fileread(a,loc)) break;
}
if(i!=1)//random input
{
printf("Choose approximate cell number(1~%d, 0 for random selection).\n", scale*scale-1);
scanf("%d",&i);
generate(a,i);
}
system("pause");
i=0; while(1)
{
system("cls");
printarr(a,cell[0],' ');
printf("\n\n Time:%d\n",i);
system("pause");
if(i>=time) break;
grow(a);
i++;
}
printf("\n\nEnd of simulation.\n");
while(1)
{
printf("Do you wish to save the last grid?(1 to save)\n");
scanf("%d",&i);
if(i!=1) break;
else if(filewrite(a,loc,cell[0],' ',time)) break;
}
printf("Programmed by Dexter.\n http://dexterstory.tistory.com\n");
system("pause");
return 0;
}
#define에서 scale은 전체 grid의 크기와 관련된 숫자고, maxpath는 저장시 입력할 수 있는 경로의 길이와 관련된 숫자다. 전체 code 길이는 162줄, main 함수를 포함해서 선언한 함수의 수는 8개.
gets()함수와 goto문, system call은 되도록이면 쓰지 말라는데 난 그런거 따위...
(그런데 system call 없이 화면을 지우는 방법은 도저히 못 찾겠다... 잠깐 멈추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제대로 작동 안 하는 것 같고...)
전 적절한 카피레프트를 지지합니다.
완벽하게 최적화되었다고는 못 하니까 알아서 고쳐 쓰세요 -.-;;
전에 썼던 글에서 조건을 잘못 달았다 OTL. 어쩐지 예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더라... [본문으로]
원래 아침은 씨리얼 한 컵 정도로 엄청 검소하게 먹는 편인데 아버지가 아침을 사주신다고 해서 나가게 되었다. 이른 시각이라 벌써 운영하는 식당은 없을 거랬더니 일단 가보자고 하시길레 해장국 파는 곳이 하나 기억나서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해장국은 없고 설렁탕집이 하나만 운영하고 있어서 결국 거기서 먹게 되었다. 그런데 원산지표시가 안 되어있네? 신고하면 돈 주나요?
그런데 난 신고하기 귀찮아하잖아? 난 안될꺼야 아마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가 느닷없에 설렁탕 두 그릇을 주문하시는 아버지. 어어??
순식간에 벌어진 참극(?)
결국 강철위장을 자랑하며 전부 씹어먹긴(?) 했지만 꽁깃꽁깃한 기분이 아직도 남아서 검색좀 해봤다. 미국산 쇠고기는 일단 무시하고(이미 신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니까-어느 음식점에서 팔리는지는 의문이지만) 얼마 전에(?)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서. 그런데 맙소사, 자료가 하나도 없다니...
이전에 폴라니가 대세를 이룰때(정대세!) 사 두고 그냥 버려둔 상태였다가 슬슬 읽고 있다. 아직 첫 장의 절반만 읽다 말아서 뭐라 비평하기는 애매하지만 일단 현재까지 느낀 점을 적어보자면 살짝 구멍이 있는 것 같다. 원시시대의 경제구조는 사회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는 그의 지적은 적확하기는 하지만 물건의 가치에 생산을 염두에 둔다는 것에서 마르크스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가치는 수요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는 것(쉽게 말하면 똑같다는 소리)이 개인적인 믿음이라서 그다지 동의하지는 않는 부분.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폴라니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누가 그랬더라? 고전은 유행이 지난 다음에 읽는 거라고...
마틴 가드너가 주석을 달은 앨리스. 어느새 다 읽었는데 이 녀석의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수학자가 보는 수학자의 소설?
수학이나 논리 쪽으로 관심이 있으면 주석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닌 경우도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지만 그러면 그냥 penguin classics에서 나오는 앨리스를 읽는 편이 주머니 경제에 도움이 되어서 말이다.
책은 산업혁명 시대에 브루조아들이 서재에 두었을법한 책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 특징. 물론 겉 커버가 그렇게 생겼다는 말이고(사진은 그 겉 커버이다) 안쪽은 심플하게 적색으로 도배했다. 가죽의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만져보면 종이 -_-;;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라 들고 다니며 읽을 생각은 말아야 한다.
학점은 보아하니 다른걸 몰라도 실험이 B-가 나왔네요. 하긴 총 네번의 실험 중에서 한 실험은 99'등'을 했으니... 적절한 파울리 효과이군요 OTL.
책은 아직 『군주론』을 전부 못 읽어서(300쪽도 안 되는데 말이죠 - 한자가 많아서 그런가) 최근에 사 놓은 니체를 못 읽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다 말았는데 말이죠...-_-;; 마틴 가드너 주석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거의 다 읽고 이제 미출간된 부분만 남았네요. 가장 저질인 유머가 말장난이라고 하는데('본인이 한 경우를 제외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었긴 하지만) 앨리스는 사실 그 맛으로 읽는 것이라...-_-;;
오랜만에 스파이크 형님을 뵙고 싶어서 다음 TV팟을 뒤적거리다가, 화질에 짜증이 나서 질러버린 물건. 만들어진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지금 보아도 잘 만든 CG가 많다. 그것보다도 나사빠진 음울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말을 했으니 no comment.
밑에 깔린 니체씨의 『즐거운 지식』에게 애도를. 생각보다 작았다. DVD가 원래 그렇게 작았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난 높이가 30cm는 될 줄 알았는데 실제 높이는 19.5cm로 20cm조차 안 되는 작은 책 크기이다.(영문판 penguin classics와 높이가 같다. 너비는 살짝 넓지만.) 물론 두께는 내 전공서적중에 따라가는 녀석이 없지만... 처음 사는 DVD라 그럴지도.
7장의 디스크가 각각 저런 사진 비슷한게 그려진 종이팩에 들어있다. 종이라서 살짝 실망. 그런데 작품의 빈티지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이쪽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반대편은 경찰청 구석의 커다란 캐비넷에 들어있음직한 사건 파일 느낌으로 구성해놓았다.
그리고 열어보면 충실한 빈티지 느낌.
화질은 생각보다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 DVD에서 블루레이급 화질을 기대한 내가 이상한 거기는 하지만 -_- 영상 원본 크기는 가로 720픽셀정도 되는듯.(TV시리즈로 기획된 거라 화면 비율은 4:3이다.)
DVD마다 랜덤으로 스페셜 피쳐(audio commentary)가 들어있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탓이겠지...
처음으로 산 DVD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만족. 5점 만점에 4.3 정도? 일단 원작이 4점을 먹고 들어가는 거지만 -_-;;
저녁을 좀 허술하게 먹은 뒤라 떡볶이나 사다먹을까 고민하다가 먹으러 나가는 김에 운동도 조금 하자 싶어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챙겨 자취방을 나섰다.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서(가깝다고 해도 5분은 족히 걸리긴 하지만) 모래주머니를 다시 꽉 잡아 매고 오랜만에 달리기를 좀 해 보았는데 두바퀴 돌 시점에 점차 다리에 힘이 풀려가는게 느껴져서 그만두었다. 모래주머니가 좀 오래되어서 모래가 한 쪽으로 몰리면서 너덜너덜거리는 상태로 발목에 달려있던 것이 짜증난다는 이유로. 이 악물고 달리면 반바퀴는 더 돌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독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아서... 한 반년 전에만 해도 다섯바퀴는 무리없이 뛰었을텐데 모래주머니를 찼다고 해도 두바퀴 돌고 힘풀리는건 체력이 진짜 저질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여튼 다시 모래주머니를 고쳐매고 한 바퀴 걸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오면서 뻥튀기 한 봉지를 샀다. 커다란 봉투에 넣은 다음 큰 검은 봉지에 담고 거기에 서비스(?)로 뻥튀기 몇개를 더 넣어주었는데, 그냥 이것저것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덕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방으로 돌아오는 길을 좀 헤맸는데(1년도 넘게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아직 지리가 덜 익숙하다), 그래도 어떻게 방까지 잘 돌아오기는 했다.
어릴 적 20층 아파트에서 살 때에는 방까지 뻥뻥 들려오던 뻥튀기 소리가 오늘은 왜 바로 옆에서 들어도 힘이 없었는지 조금은 착잡한 기분이 든다.
튜터비도 들어오고 해서 무얼 할까 하다가 DVD 지르려다가(스파이크 형님좀 보고 싶었다) 여태 마음만 먹고 안 했던 일이 있어서 그거나 하기로 했다. 기부하기.
그냥 생각나는대로 유니세프에 들어갔는데(국내 단체보다는 국제가 좀 더 믿을만할 것 같아서라는 별 근거없는 믿음 때문에) 크롬에서 후원하려니까 안된다네. 알라딘이 좀 우월하게 앞서나간다고는 하지만(마이너 배려를 참 잘해줌) 그냥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뭐 기부 하려고 해도 이렇게 막아놓냐 -_- 그리고 기부한다는데 뭐 이리 요구하는 개인정보는 많은거야...(난 주민등록번호 남기는 것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결국 IE 틀어서 기부하기는 했다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 싫어하는 ActiveX도 두어개는 더 깔았고 -_-
쓰지 말라는 goto문을 활용하려는 중이고(쓰지 않아도 되지만 20byte도 안될 용량을 줄인다고...-_-;;)
절대로 쓰지 말라는 gets 함수를 string 입력에 사용하고 있고(그런데 이거 아니면 <space>가 포함된 string을 받을 방법이 없다. 확실히 불안정한 함수이긴 한데 입력문제는 루프로 해결했음.).
그것보다 좀 좋은 난수생성기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500개 정도의 난수를 만들어서 50x50 grid에 찍어봤더니 무늬가 보인다. 점 분포가 균일하기는 한데 무늬가 보이면 난수생성기로는 낙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안 좋은 것 아닌가...-.-;;
int random(int i)//somehow successful, but seems to have patterns
{
srand(time(0));
if(i%2)i=(i*1103515245+12345);
else i=(i*1103515245+rand());
return (unsigned int)(i/65536)%32768;
}
지금 쓰는 난수생성기인데(인터넷에서 찾은 난수생성함수에 추가적인 난수가 들어가도록 살짝 손봤다.) 이 녀석만으로는 무늬가 너무 잘 나와서 경우를 나누어 난수생성기에 난수생성기를 두번 쓰거나 그대로 쓰거나 소수를 좀 더 더해서 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도 무늬가 보이는게 문제.
다음주 금요일까지 프로젝트 기간이니까 중간결과를 공개하기는 그렇고(어차피 오픈소스로 돌릴거지만 흔히 말하는 뉴스 엠바고라고 생각해 주시길..)[각주:1] 문제는 공개한다.
c언어로 세포가 점차 퍼저나가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 짜라. 전체 공간의 크기는 50x50개.
세포 주변의 4칸 이상이 다른 세포로 차 있으면 그 세포는 과잉밀집으로 사망.
세포 주변의 1칸 이하만 세포가 있으면 그 세포는 고립으로 사망.
세포 주변의 2~3칸에 이웃하는 세포가 있으면 그 지점에 세포가 자라난다.(살아있던 세포는 생존)
ex>
***
***
상태에서
*** **** ****
***
빨간 애들은 인구밀도가 높아져서 사망. 다음에 죽을 애들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이웃이 넷 이상인 녀석들)
단, 이렇게 세포가 배치된 모양은 세개의 외부파일로부터 불러들여오거나 무작위로 생성하도록.
이미 프로그램의 틀은 다 짜였고 디버깅과 계산 알고리즘 개선, 용량 줄이는 작업을 수행중이다. 사실 140kb밖에 안 되는 용량이라 줄일 것도 없긴 하지만... [본문으로]
또다시 한 학기가 끝났다. 이제 곧 자네들은 나름대로의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 학교를 떠날 것이다. 그런 자네들에게 이번 여름에는
필히 자신들의 꿈과 비전을 만들고 돌아 오라고 외치고 싶다.
자네들은 곧 이 교정을 떠나서 사회로
나갈 것이다. 대학원을 진학하든 산업체에 취직을 하든 그것은 당장 눈 앞의 진로일 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네들이 과연 20년
뒤에 자기가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일과 연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확실한 꿈과 비전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
마 대부분의 학부생들이 그러한 꿈과 비전이 없이 이 순간 그저 학기말 고사나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네들은 과연 학기말
고사 공부를 하는 정도의 시간과 노력만이라도 자네들의 꿈과 비전을 굳히기 위해서 투자를 해보았는지 잘 모르겠다. 한번만이라도
대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의 CEO가 쓴 책을 읽고 나도 20년 뒤에는 바로 이런 모습이 되고 싶다고 꿈꾸는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저 이공계 기피 현상이라는 현실에 좌절하면서 20년 뒤에는
없어지겠지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점점 더 포화 상태로 치닫는 경제 현실에서 아무런 꿈과 비전 없이
그저 친구들이 하는 말이나 신문에서 떠드는 피상적인 기사에 자네들의 소중한 미래를 맡기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 된다.
서
울공대에 와서도 여전히 평균적인 위치의 엔지니어의 모습을 자네들의 미래의 소박한 꿈으로 삼고 나도 20년 뒤에는 혹시 회사에서
짤려나는 것은 아니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졸업을 기다리지나 않는지 걱정이 된다.
왜 자네들은
서울공대생으로서 20년 뒤에 top 1% 이내에 드는 CEO, 전문 연구직, 교수, 창업가 등을 꿈꾸지 않는가? 왜 자네들은 지금
이 순간 자네들 나름대로의 큰바위 얼굴을 그리지 않는가? 왜 사회 현상만 탓하고 있는가? 과연 자네들은 얼마나 자기 자신의 꿈과
비전을 확실히 세우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던가?
20년 뒤의 자기 자신의 모습, 즉, 꿈과
비전이 가슴 속에 확실하게 없는 상태에서 지금 죽을 힘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러면, 결국 평균적인 위치의 엔지니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아무리 서울대를 없앤다고 난리를 쳐도 자네들은 top 1% 엔지니어가 되어 리더그룹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리더가 필요하다. 나는 자네들이 바로 이런 리더가 되기를 원하며, 그런 리더가 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여러 번 이야기 하지만, 엔지니어로서 20년 뒤의 자네 모습으로서 결국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종류의 모습을 꿈꿀 수 있다:
- [대기업 CEO] Global top class 대기업의
CEO 또는 핵심 중역이 되어 활동한다.
- [창업가] 기술 기반의 top class의 세계적인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면서 엄청난 돈을 번다.
- [전문연구직] 세계적인
연구소에서 프로젝트 팀장으로서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 [교수] 세계적인 대학교에서 훌륭한
교수가 되어 교육과 연구에 몰두한다.
- [전문행정직] 공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top class의
변호사가 되거나 정부 관료가 되어 기술문제가 개입된 법적 소송을 처리하거나 중요한 국가 정책을 수립해서 시행한다.
여
기서 제발 내가 과연 그런 모습이 될 수 있나 하는 멍청한 소리를 좀 하지 말기 바란다. 큰바위얼굴 소년은 자기가 큰바위얼굴이 될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다면 도대체 자네들은 20년 뒤에 무엇이 될 것이냐고 묻고 싶다. 축구 선수는 골대가
있기 때문에 90분 동안 죽을 힘을 다해서 공을 찬다. 자네들은 A학점을 꿈꾸기 때문에 죽을 힘을 다해서 시험 공부를 한다.
고등학생들은 서울대 합격하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한다.
내가 과연 그런 모습이 될 수 있나 하는
생각은 결국 모두 다 공을 넣는 것은 아니고, 시험도 다 잘 보는 것은 아니며, 서울대말고도 다른 대학도 많은데 왜 내가 죽을
힘을 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 실패를 두려워 하면 가지 않으면 된다.
그러
나, 우리는 인생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가야 하며, 결국 아무런 목표가 없이 살아가도 결국 20년 뒤에 어떠한 모습으로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 놈의 인생은 단 한 번의 기회 밖에 주지 않는다. 자네는 이런 이유로
그냥 그렇게 살다가 20년 뒤에 그냥 되는대로 살면서 그 때도 여전히 이 놈의 사회가 이래서 안 된다고 푸념할 것이냐? 그
때가서도 여전히 사회보고 책임을 지라고 할 것이냐?
위의 다섯 가지의 모습 중에서 어떠한 것도 자기
가슴에 공진과 같이 와 닿는 모습이 없으면 하루 속히 엔지니어가 아닌 다른 길로 가야 한다. 그래 다 좋다. 그런데 한 가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은, 학기말 고사 준비하는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위의 다섯 가지 길을 간 사람이 쓴 책도 읽고
인터넷도 검색하고 하면서 엔지니어로서의 자네의 꿈과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 손톱만큼의 노력은 해보았는지 하는 것이다.
혹
시나 부모나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그저 지나가면서 던지는 그 한마디에 엔지니어로서는 나는 이런 모습이 될 것이야 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그저 언론에서 걱정하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 자네도 같이 걱정하며 주저앉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이공계 기피
현상보다도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자네들의 꿈과 비전이 없음이 더 걱정이다.
도대체 자네 인생은 누가
살아 주는가? 친구가, 부모가, 신문이? 도대체 자네의 꿈과 비전을 누가 만들어 주는가? 친구가, 부모가, 언론이? 꿈과 비전은
참으로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역학 문제 풀듯이 unique한 정답이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제발 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위의 다섯 가지 길을 가고 있는 현재의 선배들이 쓴 책들을 위인전처럼 읽거나,
인터넷을 뒤지거나, 직접 인터뷰를 해서라도 그 사람들이 어떻게 각각 그 길로 갔으며, 지금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를
바란다 (첨부 목록 참조).
대기업 CEO, 창업가, 전문연구직, 교수, 전문행정가 등의 다섯 가지
모습에 대해서 적어도 각각 세 사람 정도를 정해서 철저하게 그 사람에 대해서 탐구를 해보라는 말이다. 스티브 잡스를 모르고
어떻게 창업가가 되겠다고 할 것이며,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팀장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르고서 어떻게 전문연구직이 되겠다고 할
것이냐? 성공한 창업가가 돈을 과연 얼마나 버는지 자세히 알고는 있느냐? 빌 게이츠가 돈 많이 버는 것은 대충은 알고 있겠지만,
그 밖의 창업가는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 알고는 있느냐?
다섯 가지 길을 간 사람들의 모습을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자네들 나름대로의 20년 뒤의 모습이 그래도 더 확실하게 잡힐 것이다. 이것은 마치 5명의 여자 또는 남자
친구 후보들 중에서 누구를 마지막에 선택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과 같다. 각 5명을 만나보고 이야기 해보고 해서 점점 더 잘
알수록 이 여자 또는 남자야 말로 정말로 내 친구로 삼고 싶다 하는 마음이 확실해 진다. 그런 노력도 없이 피상적인 모습만 보고
어떻게 결정을 하겠느냐? 자기 나름대로의 꿈과 비전을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절대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도의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결정이다..
그 꿈과 비전은 가슴 벅찬 그런 것이다.
그러나, 실현하기에는 지금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아 정말로 나는 이런 굉장한 모습이 되고 싶다 하는
그런 것을 찾아야 한다. 술 먹고 방 구석에 쳐 박혀서 천장만 쳐다보면 꿈과 비전이 가슴 속에 저절로 새겨지는 것이 아니다.
그
리고, 이러한 벅찬 꿈과 비전을 생각하면 바로 1ms 정도나 되겠나하는 찰라의 순간 후에 자기 자신이 자기에게 단칼을 내리치게
된다. "니가 무슨 그게 되겠냐? 너는 이러 이러한 성격이고, 돈도 없고, 경쟁이 심한데 그게 되겠냐구. 그 사람은 천재이어서
그렇게 되었지, 네가 무슨.." 이런 식의 단칼이 자네의 꿈과 비전을 무자비하게 박살낸다. 그것은 일종의 열등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서울대생이면 말은 안하고 있지만 열등감은 더 강할 것이다. 내가 바로
그랬으니까. 명문고와 서울공대에 박사까지 했지만 오히려 우수한 놈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 기가 죽을 때가 더 많았으니까. 심지어 잘
노는 놈에게도 열등감을 느낀다. 자네들도 다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서울대에 들어 온 이유이다. 모두 다 결국 자네를
도와 줄 인적 자원이다. 그래서 그런 단칼을 바로 하나 "아직 해보지도 않았지 않았냐. 해 보고나서.. 죽을 힘을 다 해서
해보고 나서, 그 때 가서 결과를 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꿈과 비전을 세우는 것을 박살내는 그 단칼을 바로 박살을 내야 한다.
세
상에 가장 멍청한 것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일이다. 해보지도 않고 이 꿈 저 꿈 잘라버리다가는 남는 것이 없다. 결국 그럭
저럭 살다가 아무리 서울대 나와도 평균치기 something이 되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꿈과 비전을 미리 잡고 그러면
죽을 힘을 다하게 되며 그러면 실현 불가능하게만 보여 졌던 꿈과 비전을 결국 실현하게 된다. 죽을 힘을 다했으니까..
이
번 여름방학 동안에 영어 회화 공부나 해야 하겠다고 하는 계획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여름 방학 끝나고 학교로 돌아 올 때에는
이 가슴 속에 절대로 지워지지 않게 각인된 그런 꿈과 비전을 새기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런 꿈과
비전이 확실하면 2학기에는 무슨 과목을 수강할 지부터 시작해서, 군대는 언제 어떻게 가고, 대학원을 갈 것인지, 유학을 갈
것인지, 회사는 어떤 회사에 취직을 할 것인지 등등의 모든 결정이 쉬워질 것이며, 그 보다도 더 지금 이 순간 자네가 하고 있는
모든 공부와 사회활동에 대한 의미가 생기며, 비로소 고등학교 3학년 때처럼 또다시 미래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 해야 하겠다고 하는
동기가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서, 도대체 영어 회화 공부는 왜 하려고 하는가? 토플 토익 성적
높이려고? 이런 동기로 영어 공부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지만, 20년 뒤에 Global top class 대기업의 CEO로서 세계
각국에서 집결된 임원급 회의를 할 때를 위해서 영어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죽을 힘을 다해서라도 잘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자네의 미래를 꿈꾸는 것은 자네의 특권이다. 그런데, 서울공대생인 이상
그러한 찬란한 미래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의무 사항이기도 하다. 그것은 군대 가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게 자네들에게
지워지는 무거운 짐이기도 한 것이다.
종강할 때가 되면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 중에서 꽤 예전에도 읽어보았던 글을 하나 가져다 놓는다.
수업을 듣고 나니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런 고통스러운 세월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꿈을 가지라는 말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평범하게 읽었던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책에서 평범한 사람은 고난 앞에서 무너지지만 될 사람은 고난을 통해 한결 단단한 사람이 된다는 말을 읽었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사기를 썼던 사마천은 당시에는 사형보다도 치욕이라는 형벌을 받았다고 하지 않던가.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사기를 써야만 한다'는 집념에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참 재미있는 아이러니 아닐까 싶다. 예술가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기술은 가장 우울한 시대에 가장 빠르게 발전하며, 철학은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에꽃을 피웠고,[각주:1] 신의 구원은 가장 타락한 시기에 온다고 하지 않는가. 마지막 말은 사실상 교회 나가기 그만둔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가끔 살아간다는 것은 심장에 박힌 수많은 못과 바늘들 사이에 바늘 하나를 더 꽂아넣는 일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뭐 어쩌겠는가. 왼손에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쓰여있다는 페르시아 왕의 반지를 끼고, 오른손에는 니체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라고 적었다는 『우상의 황혼』을 들고, 오른발을 내딛을때는 왼발에 기대고, 왼발을 내딛을때는 오른발로 지탱하고,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야지.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지 않겠어?
p.s. 『젊음의 탄생』에서 이어령 교수는 젊은 때의 방황은 먹이를 탐색하는 개미의 움직임처럼 의미있는 방황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심리학개론에서 발달과정에 대해 배울 때 이 시기에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하면 엉뚱한 시기에 딴짓을 하게 되는 경우(예를 들어 어떤 의사가 40대에 갑자기 하던 일을 때려치고 색소폰을 불겠다고 떠나간다거나)가 생긴다고도 하고 말이다. 무엇을 해야 할 지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한 번은 가지는게 좋다는 거다.
p.s.2 자주 하는 말이긴 한데 이 사회에는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 일단 나부터 나를 끝으로 내모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지만.(그런데 벌써 세시네. 난 안될꺼야 아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