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는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심심하기도 하니 기초적인 논리학 책이나 하나 뒤적거려 볼까 하고 질렀다.(BGM: DJ. DOC - 나 이런사람이야)

논리적 추론과 증명 - 6점
이병덕 지음/이제이북스

그래, 난 여가 때 교재를 보는 사람이다.

책은 그냥 심심하게 읽었다. 집합론이 끌어들여지면서 형식논리학이 도입되는 부분은 이전에 집합론을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수강했던 <집합과 수리논리>과목에서 어느정도 기본기를 갖추어 두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다른 부분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읽은 편.

논리학 과목을 수강해본 적이 없으니 나에게는 이 교재가 얼마나 좋은지 평가할 잣대가 없지만, 그래도 심심풀이 정도로 읽어보기에는 딱 적절한 난이도의 무난한 책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원했던 '비형식적 오류들'은 아주 짧게 마지막 장에만 나왔다는 것. 실제 생활에서 말을 하며 나오는 온갖 오류들은 비형식적인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기에는 양이 좀 부족한 것 같다. 그냥 비판적 사고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볼까?

논리적 추론과 증명 - 6점
이병덕 지음/이제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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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간간히 하던 시절에(요즘도 간간히 한다. 간간히의 주기가 길어서 그렇지) 했던 트윗 중 이런 것이 있었다. 찾아보니 최신 글이네.

물리학자란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학으로 노래하는 시인들이다. (요즘 판타지를 너무 많이 읽었구나.)
-5월 2일 Tweet 

간간히의 주기가 1달 남짓이라는 신발견은 일단 제쳐두고(ABC마트 만세!), 난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알기를 원하고 자기가 얻은 앎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에서 말했던 적도 있고. 물론 자신 내부로 침잠해 들어가기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니체가 말하지 않았던가. "너 위대한 천체여, 네 빛을 받을 내가 없었더라면 네 빛이 무슨 소용이리"(여튼 비슷한 소리를 『차라투스트라』에서 했다) 명상은 결국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 점에서 개운하게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 10점
로버트 P. 크리즈 지음, 김명남 옮김/지호

실험. 이론을 아름답게 여기는 부류에 더 가까운 나에겐 껄끄러운 존재이다. 학점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은 넘어가더라도, 아름다움으로 점철된 이론을 한방에 산산조각내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니지 않았던가. 실험은 항상 이론을 뒤엎을 준비만 하며 눈을 번뜩거린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실험은 이론과 친할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실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이론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론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실험에서도 발견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의 저자는 그 질문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실험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아름다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래서 저자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꼽은 실험들을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그 실험들이 왜 아름다운지 설명해주며 그 아름다움에 동참하기를 주문한다.

절대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실험으로 꼽혔던 단 하나의 실험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아래의 실험이다. 전자는 양자역학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간섭무늬를 만든다. 하지만 전자가 간섭무늬를 만드는 것은 여러 개의 전자가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날아가면서 전자들끼리 서로 부딛치며 간섭 무늬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를 하나씩 날려보낸다면 어떨까? 결과는 아래와 같다.


점차 점들이 밝아온다. 하나 둘 무작위로 쌓이던 점들은,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스크린을 메우기 시작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무작위하게만 보이던 점들이 점차 모습을 갖추어간다. 마치 전자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빛이 하나 둘 밝아오는 은하의 별들처럼 조금씩 흩뿌려진 점들이 구조를 이루어 종대를 이룬다. 아름다움을 못 느끼더라도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할 수 있겠는가. 자의식조차 없는 미립자들이 무대에 하나 하나 들어서며 점차 군무를 완성해가는 발레리나들처럼 움직이는데, 누가 이 경이로움을 못 느낀단 말인가.

저자가 책을 구성한 방식은 흥미롭다. 실험을 한 가지씩 나열하면서 그 실험이 어떻게 모습을 갖추어 갔으며 왜, 어떻게 아름다운가를 설명한다. 저자가 캐번디시가 자신의 실험을 설계하고 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오류의 원인들에 집착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을 보노라면 마치 수학의 증명에서 느끼는듯한 엄격함에 소름이 돋는다. 이론과 간결한 수식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캐번디시의 편집증적인 엄격함에서 경외를 느낄 것이다. 하나의 실험에 대해 설명이 끝난 다음에는 간주라는 부분으로 넘어간다. 간주에서 저자는 실험의 아름다움에 대해 논한다. 실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어째서 사람들이 실험에게서 비인간적인 것만 보는 것이 부당한지를 설명하고, 실험과 함께 살아가며 그 고된 작업을 마친 실험자들에게 바치는 찬가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것이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다. 실험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그 간단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주변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도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 10점
로버트 P. 크리즈 지음, 김명남 옮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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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10점
이영도 지음/황금가지

처음 작가 이영도를 접하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온 뒤 어떤 친구가 텍스트 파일이 들어있는 압축 파일을 메신저로 보내준 것이었다. 요즘은 내가 여건이 안 되어서 연락이 잘 안 닿는 친구이기는 한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말할 일이 생기리라 믿어두자.

그의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눈물을 마시는 새』이다. 일반적인 환상문학(사실 판타지라고 부르는 편이 속 편하다)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설정이 두드러지기 때문인데, 그 후속작인 『피를 마시는 새』는 무언가 정이 안 간다. 내용이 꼬여 있어서 그러려나. 그래도 그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이라면 역시 『드래곤 라자』이다. DR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연계작으로 『퓨처 워커』가 있다. FW라고도 부르는 연계작은 뒤로 갈수록 내용을 알아듣기 힘들어서 글자가 한 눈으로 들어가 한 눈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쉬웠다.

『그림자 자국』은 근래에 출시된 DR의 연계작이다. 그 사이에 머리가 굵어진 것인지 아니면 소설 자체가 좀 더 쉽게 쓰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데 서너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다. 그렇다고 내용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이 소설에서 택한 소재는 '그림자 지우개'라는 물건인데, 어떤 대상의 존재를 비워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그 물건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돌아가고, 그 허공을 다른 인과관계들이 채우도록 한다. 때문에 잘 짜여진 인과관계의 거미줄은 허물어지고, 수십 마리의 벌레를 잡아두느라 이곳 저곳 때운 곳이 많아진 거미줄처럼 소설의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소설에는 읽기 쉽도록 특이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일러두기를 보고 나서 소설을 읽으면 알겠지만, 문단에 붙어 있는 숫자와 그 그림은 조금씩 변화한다. 어떤 존재가 나타나고 사라지느냐에 따라 그림이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지는 것인데, 힌트를 주자면 맨 왼쪽은 예언자의 존재, 중간 그림은 프로타이스의 존재, 우측은 시에프리너의 존재를 상징한다. 이 표시를 생각해 가면서 소설을 읽으면 여러 개의 세계가 평행하게 진행되는 소설의 중후반부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매번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그의 소설에는 매력이 있다. 가볍게 흐르는 문체와 무겁게 흐르는 내용의 이질적인 조화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와 같은 느낌을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DR을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생소할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을 자세한 설명 없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DR을 읽어보지 않고서도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읽지도 않은 책 때문에 이해의 깊이가 얕아진다면 억울한 일 아니겠는가.
 
그림자 자국 - 10점
이영도 지음/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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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심심하면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데, 그냥 펑펑 터지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고른 선택지. 조조로를 끊었으니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원 값 주고 봤으면 별 하나 내렸을 테지만...

월드 인베이젼 - 8점
조나단 리브스만

대부분의 전쟁영화가[각주:1] 그렇듯이, 줄거리는 간단하다.

외계인 침공 → 귀신잡는 해병대가 간다! → 얼라 밀리네
                 → 적 기지다 우왕ㅋ굳ㅋ → 폭격 → 승리!

펑펑 터지는 폭탄과 불꽃, 폭음이나 구경하려고 고른 선택지였는데 제대로 골랐다. 흔히들 외계인은 빔 무기처럼 좀 화려한(?) 무장을 하고 나타나리라고 생각하는데 총을 들고 나온 것은 의외.

조금 아쉬웠던 것이라면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표현된 마이클 낸츠 하사가 거기에 휘둘리는 듯한 묘사가 없었다는 것. 하긴 "미군 킹왕짱" 이러는 영화에서 그런 묘사를 할 리가 없지...
  1. 영화가 바로 옆에서 일어난 폭발에 휘말린 병사의 시점으로 진행할 때 갑자기 나타나는 정적과 그 정적이 서서히 사라지는 묘사는 전형적인 전쟁영화의 기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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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ack Swan (Paperback, 영국판) - 10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Penguin Books

꽤 예전 일인데, 밥을 먹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난 사기꾼이 될 거야."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난 이렇게 말했더랬다. "일단 내 특성상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은 못 하겠고, 다른거를 포장하거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그게 없는 것 가지고 만들어내는건데 그게 사기치는거지 뭐야." 거기에 덧붙인 말은 "그리고 대부분의 직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니까 전부 다 사기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당시에 염두를 두고 있던 일은 소설가(말 그대로 거짓말을 팔아 먹고 사는 사람)와 이론물리학자(역시 물리적 실체가 없는 것을 팔아 먹고 산다), 정 안되면 금융공학자(설명이 필요한지?) 정도였다. 그리고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마지막 예시가 정말로 사기꾼-그것도 자기 자신마저 속인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블랙 스완, 혹은 검은 백조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을 상징한다. "여태까지 발견된 백조는 흰 색이었다 → 그러므로 모든 백조는 흴 것이다"라는 명제를 호주에서 발견된 흑색 백조가 갈아엎어 버린 사건에서 끌어 온 상징으로, 저자는 이 검은 백조가 왜 만들어지는지 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마치 이야기를 해 주듯 설명한다. 저자는 차가운 논리를 이용해서는 가슴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설명하는데, 더 없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많은 내용을 차가운 논리로만 설명하려 했다면 그렇지 않아도 내용이 어려운 책이 더 읽기 어려워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는 어째서 사람들이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들을 제시한다. 첫째, 사람들은 과거의 정보로부터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귀납의 오류를 저지르고, 둘째로 사람들은 과거의 사건을 합리화하는데는 똑똑하지만 그 똑똑함은 미래에 대해 완전히 무능하며, 셋째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론에 맞는 증거들만 모으려는 성향이 있고, 넷째로 사람들이 현재를 분석할 때 쓰는 창은 심각하게 치우쳐있는 것이다.[각주:1]


2부에서는 흔히들 말하는 "전문가들"이 얼마나 무능력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또, 제 아무리 법칙이 간단하다고 하더라도 처음 조건에서 나타나는 작은 차이가 나중에는 얼마나 크게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흔히들 말하는 카오스 이론이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각주:4] 그렇기 때문에 예측하는 것이 일인 이른바 "전문가들"은 전문 사기꾼이라고 단언한다. 2040년의 예측 에너지 소요량과 같은 맞지도 않는 쓸데없는 예측을(만) 하기 때문이다.[각주:5]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각종 근거를 제시해가며 금융상품의 위험도를 측정할 방법이 부재한다고 확신하는 저자는 주식시장에서 벌고 싶으면 다음과 같이 투자할 것을 주문한다. 85% 정도는 절대로 잃을 수 없는 안전한 곳에, 나머지는 높은 위험도의 고수익 상품에 분배하여 전체적인 위험도를 평준화할 것. 분배하는 이유는 어떤 고수익 상품이 대박을 터뜨릴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경우도 있고 나쁜 경우도 있을테니, '검은 백조'와 맞닥드릴 확률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후 3부에서는 보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정규분포의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 정규분포는 일반적인 값에서 벗어나는 검은 백조들이 훨씬 적게 나타난다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분포들은 80:20의 법칙(파레토 분포)을 따르는데 정규분포를 사용함으로서 1부에서 제시한 마지막 오류, 잘못 낸 창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며 책을 훈훈히 마무리한다.


앞서 말했듯이 저자는 논리보다는 이야기책처럼 많은 일화(anecdote)들로 구성해 보다 읽기 쉽도록 독자들을 배려하였다. 내용이 쉽지는 않기에 취한 조치인데, 더 없이 적절한 선택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말 그대로 책에 빨려들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쓰여있고 글씨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서 육체가 피로를 견디지 못했던 적은 자주 있었지만 말이다.[각주:6] 3부는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별로 필요없는 내용이 되겠지만 1부와 2부의 경우에는 논리와 그 오류에 대한 내용인 만큼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누구나 경제나 그 관련 분야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 정도는 읽으면서 지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약간의 변호를 해 보자면, 원래 학문이라는 것은 이론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기에 존 박사님(Dr. John)과 같은 헛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잴 것인지는 이론이 있어야 결정할 수 있지 않은가? 또 학문은 모든 경우에 대해 맞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므로 검은 백조들에 대해 완전히 무능력하다고 해서 모든 경제학 서적을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대로 검은 백조들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나, 포퍼의 반증가능성이라는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학문을 쓰레기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포퍼의 논리에 너무 매몰되면 책꽂이의 고전역학 책들은 초등학생의 실험만으로도 내다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흔히들 말하는 그 "전문가들"의 일반인과 하등 나을 것 없는 예측력은 좀 너무하긴 하다.


블랙 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동녘사이언스

번역본은 번역이 개판이라는 말이 있는데, 읽어보지 못한고로 평점은 생략하겠다.
  1. "감정에 치우쳐 현실을 제대로 못 바라보는 오류"도 존재하지만, 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뺐다. 사람들은 끔찍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암으로 죽는 사람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인데, 이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소식을 더 많이 듣는 것에서도 유래하지만 암보다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감정을 더욱 자극하는 데에서도 기인한다. [본문으로]
  2. 게르트 기거렌처의 책『생각이 직관에 묻다』 Gut feelings를 보면 이는 오류로 처리될 수 있는 사소한 원인들에 너무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소한 원인들은 나중에 오류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그래서 제대로 된 예측을 하려면 사소한 원인들까지 따지기보다는 중요한 요인들만 골라내어 거기에 기반을 둔 예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직관이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는 논리보다 유용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거렌처는 과도한 정보는 오히려 좋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탈렙 또한 여기에 동의한다. [본문으로]
  3. 의역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본문으로]
  4. R. Feynman이 "고전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운명지워져 있다"는 명제에 대해 반대했던 이유와도 같다. 초기조건 측정의 오류는 지나는 시간에 대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p.178쪽에는 당구공의 충돌로 인한 움직임을 계산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는데, 9번째 충돌만 되어도 당구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중력이 고려되어야 하며, 56번째 충돌에 이르러서는 우주 끝의 전자가 미치는 영향마저 고려되어야 한다. 파인만은 고전역학이 운명론적인 패러다임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모든 것을 무한히 정확히 측정할 수 없기에 자유의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 The definitive edition vol.3, 2-9~2-10 [본문으로]
  5. 내 생각에 가장 쓸데 없는 예측은 "미래에 떠오를 유망한 직업"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직업들의 리스트는 변하지 않았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암울하다는 것은 동일하지 않은가? 오늘도 밤을 새며 생명공학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피펫을 만지는 이들을 위해 맥주를 들자. [본문으로]
  6. 좀 쉽게 말한다면, 졸았다. 하지만 책이 지루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가도 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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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메인 페이지에 올라왔을 때 눈여겨보았다가 얼마 전 사서 하루만에 읽어치운 책.

영단어 인문학 산책 - 6점
이택광 지음/난장이

단어를 하나 던져놓고 그 단어의 어원을 캐 들어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어원을 캐 들어가면서 그와 관련된 일화들을 소개하고, 또 그 일화들이 어떻게 현대 서구 사회의(정확히는 영미권 사회이겠지만) 지형을 그려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마치 셜럭 홈즈가 "한 방울의 물방울에서 나이아가라 폭포와 같은 거대한 존재를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각주:1] 단어 하나로 문화 전체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재미있게 읽었으나 뒤로 갈수록 뒤끝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상대적으로 이야기를 끌어 낼 만한 단어가 그리 많지 않아서 책으로 만들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단어를 우겨넣으면서 생긴 현상인지 아니면 갈수록 내 집중력이 흐려졌는지는 불명이지만, 적어도 한 단어에 할애된 페이지 수는 갈수록 점차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단어에서는 그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의 길이가 거의 비슷하기도 하다.

아쉬운 점을 좀 더 써 본다면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 이야기 『주홍빛 연구A study in scarlet』가 『주홍색에 대한 연구A study on scarlet』으로 잘못 번역되었다는 것.(206p) 주홍색은 죄악을 연상시키는 색이라고 한다. 중간 중간에 오타와 잘못된 편집이 보여 책의 완성도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1. 셜럭 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인 『주홍빛 연구』에 나오는 대사였던 것 같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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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친구 하나가 방황을 좀 하는 것 같길레 갑자기 떠올라 추천해 준 책이다.

젊음의 탄생 (반양장) - 10점
이어령 지음/생각의나무

검색해보니 이전에 꿈꾸는 공대생 이라는 글에서 덧붙이는 말에 살짝 등장시켰던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쓰던 때가 2008 대선 그 직전 정도 되는지라 그때 한창 불던 시대적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어 살짝 불편했던 기억이 나긴 하지만, Ant's Trace라는 부제가 붙은 3장의 내용만큼은 언제라도 청춘이라면 가슴에 담아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각주:1] 쉽게(?) 요약하자면 '제대로 방황하고, 방황에 자신감을 가져라' 정도가 된다. 방황은 특권이자 의무라고 해야 하나?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서(한 2년은 되었다) 서평을 쓰기에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일단 추천서 목록에는 올려두려고 한다. 글 내용을 너무 상세히 기억하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글이 진짜 자신의 것이 되는 길은 글이 자신의 길 속에 녹아들어 의식하지 않아도 의식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1.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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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3권 세트 - 10점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즐거움과 함께 인간의 본질과 가장 맞닿아있는 감정이다. 사실 아름다움에서 즐거움이 나오고, 즐거움에서 아름다움이 파생되어 사실상 둘을 면도날로 자르듯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아는 모든 세상은 자신이 느끼는 아름다움을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이다. 철학자들은 이성(理性)에서, 신학자들은 신성(神聖)에서,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것을 각자의 언어, 그러니까 논리, 성서, 수학으로 표현했을 뿐이라고.

이 사람들은 단지 다른 미적 감각을 가졌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학의 논의의 상당수가 철학과 겹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정신활동이고, 이성은 정신활동의 정수처럼 여겨지지 않던가? 더군다나 수많은 동기가 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즉 미각(美覺)에서 출발했다면 인간의 정신에 매력을 느끼던 사람들이 놓기 힘든 주제였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학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활동에 대한 교양서 중에서 단연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책을 꼽으라면 진중권씨의 『미학 오디세이』시리즈이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책을 사다가 5만원을 채우면 마일리지 2000점을 더 준다는 알라딘의 유혹(?) 때문에 그런 점도 있지만, 나온지 10년이 거의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점이 눈을 끌었던 것 같다.

미학 오디세이 1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1권은 에셔(Escher)의 일러스트가 주로 나온다. 들어 본 사람만 많고 정작 읽은 사람은 적다는 『괴델, 에셔, 바흐』의 에셔 말이다. 내가 처음으로 에셔의 작품을 보았던 것은 일본에 갔을 때 둘러보다가 들렀던 어떤 박물관(미술관이었는지도 모른다)에서였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잠깐 그 앞에 서서 서너 초 정도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자그마한 소년이 보였을테지만, 나에게는 영화 「컨택트(Contact)」에서의 시공간의 벽을 넘나드는 찰나의 여행이었다. 때문에 그 곳 기념품점에서 팔고있는 자그마한 저금통-들어간 동전이 쌀알보다도 작아지거나 작은 상자만이 떠 있는 공간 속으로 동전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들-을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이런 애들 말이다. 내 기억으로는 동전도 엄청 작아졌었는데 다른 비슷한 건가?

1권과 동시대에 나온 책이 2권이다. 2권은 마그리트의 그림들을 다루고 있다.

미학 오디세이 2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에셔의 작품들처럼 마그리트의 작품들도 말이 안 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그리트의 작품들 중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이전 글에서 잠시 끌어왔던 이 그림이다. 허공에 떠 있는 성, 어디에서 많이 본 판타지적 요소 아닌가?



제 3권은 앞의 두 권과는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적 간극이 있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두 권의 책과는 살짝 다른 분위기가 함께하고 있어 천천히 다루기로 하고, 위 두 권을 독자의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말 하나는 잘 해서 안티와 팬 모두를 끌고다니는 진중권씨의 말빨이 그대로 녹아나 있는 괜찮은 책이라고 하겠다. 책이라는 것이 대화를 기록하기 위한 것이었던 전통을[각주:1] 그대로 따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서로 대화시키는 구성을 넣은 것은 분명히 오래된 기법이지만 그 전통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현대를 사는 나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름다움과 같이 보편적이면서도 난해한 대상을 이해할 때에는 직접 남과 토론하면서 배우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법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산문과 대화를 적절히 배합한 책의 구성이 얼마나 절묘한지 놀라게 된다.

트로이
아델 게라 지음, 강경화 옮김/열림원
조금은 상관없지만, 대화로만 구성된 현대 책 중 하나. 참고하시길...

앞서 말했듯이 3권의 분위기는 그 전의 두 권과는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작가가 강산이 변하는 시간만큼 머리가 굵어진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다룬 주제 자체가 분위기의 변화를 유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전에 날 가르치셨던 은사분들 중에는 이른바 '시계추 이론'이라는 것을 주장하시는 분이 있었는데,[각주:2] 그 주된 내용은 모든 것이든 시계추처럼 한 쪽으로 기울었다가 그 반대로 기울게 되고, 다시 기울어진 쪽에서 원래 위치로 다시 기우는 주기적인 행동을 무한히 반복한다는 것이다. 서양 문화의 분위기가 인간 중심에서 신 중심으로, 신 중심에서 다시 인간 중심으로, 이런 식으로 계속 진동한다는 것을 가장 큰 근거로 내세우셨던 기억이 나는데 돌이켜보면 어떤 철학자가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튼, 공비가 -1인 기하급수처럼 끝없이 진동하는 역사 속에서 그 끝은 어디에 있을까? 0? 1? 아니면 다음의 식에서 r에 -1을 넣으면 얻는 값처럼 이도 저도 아닌 ½?

1 \,+\, r \,+\, r^2 \,+\, r^3 \,+\, \cdots 
\;=\; \frac{1}{1-r},
'기하급수적으로'라는 단어가 이 수열에서 나왔다.[각주:3]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발걸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철학이 이리 저리 시계추처럼 진동하다가 결국에는 끝나지 않은 기하급수처럼 어디로 가야 할 지 방향을 잃어버린 현대-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시대-의 미학 또한 차가운 겨울 밤을 지낼 피난처를 찾지 못한 길거리의 나그네의 발걸음처럼 무겁다. 그렇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필자가 3권을 읽으며 느낀 첫 느낌은 '억지로 분위기에서 무게를 덜어내려 한다'는 것이었다.

미학 오디세이 3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가 앞으로 쓰지 않을 소설' 이었다. 한편으로는 적절한 소설을 찾아 헤매기 귀찮아하는(?) 저자의 게으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게으름보다는 꽤 무겁게 흘러가는 현대철학과 그 무거운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기 위한 장치라고 느껴졌다.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굳어있었던 얼굴에 피식하며 스쳐 지나가는 미소를 안겨주는 효과는 있었다.



맑은 달밤에 베란다에 홀로 앉아 달과 함께 맥주캔을 홀짝이던 그대. 무엇이 그대를 베란다로 끌고 왔는지 궁금하지는 않던가? 오늘 한번 무엇이 그대를 불러냈는지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미학 오디세이 3권 세트 - 10점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미학 오디세이 1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미학 오디세이 2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미학 오디세이 3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1. 플라톤의 책은 두 사람이 서로 대화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가까운 근대에서 찾는다면 갈릴레오의 책이 이런 방식으로 쓰여졌다. 가까운 지역에서 찾는다면 공자의 論語가 딱 이런 구성이다. [본문으로]
  2. 이상하게도 이 분처럼 조금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강의하시는 분들은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니면 내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았던 선생님이 엄한 분위기를 가지고 계셔서 그때에만 주의를 집중했을 수도 있고. [본문으로]
  3. 파인만(R. Feynman)씨는 이 단어의 상위 개념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이라는 단어 대신 '경제학적'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생각해보면 경제학적 숫자가 무한대를 상징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인셉션 - 10점
크리스토퍼 놀란

정확한 평점은 4.7정도?

스포일러 위험이 있어서 보기 전에 알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것만 소개하고, 나머지는 접어놓겠다.

프리퀄(prequel). The Cobol Job
http://movies.yahoo.com/feature/inception-comic.html

프리퀄을 보면 영화의 각종 설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듯 싶다. 영화의 기반이 되는 '남의 꿈에 들어간다'에 대한 내용과 팽이는 무엇인가, 꿈 속에서 죽으면 빠져나온다는 것, 이질적인 존재가 꿈에 개입했다는 것을 인지하면 꿈의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는 것(사람들이 그쪽을 쳐다보다가 공격하기 시작한다) 등. 중요하기는 하지만 내용과는 상관없는 기타 설정중에는 '킥'이라는 것이 있고(중력에 대한 느낌은 꿈 속에서도 유지된다는 것을 이용해 잠을 깨우기 위해 중력 상태에서 갑자기 자유낙하를 경험하게 하는 것-물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듯) 림보(limbo-연옥. 그런데 그냥 림보라고 부른다)라고 꿈 속에서 잘못 죽으면 가장 깊은 무의식의 바다로 떨어지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정도 이해하고 들어가면 나머지 사소한 설정들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액션신이 대박이다. 중간에 무중력에서 싸우는 신이 나오는데 그게 CG가 아닌 와이어액션이랜다. 옷에까지 와이어를 달아가며 찍었다는데 그야말로 대단하다고밖에. 현실적이면서도 거기에 무언가를 비틀어 넣어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감독의 실력에 감탄만 나온다. 도시가 접히는 장면과 에셔의 무한히 상승하는 계단(링크 참조)이 구현되는 장면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당신의 마음이 사건의 현장입니다. Your mind is the scene of the crime. - Inception


Posted by 덱스터
스플라이스 - 6점
빈센조 나탈리
나는 3.5점을 주고 싶었는데 없네

스플라이스란 유전공학의 DNA Splicing이라는 기법에서 유래한 제목일 것이다. 말 그대로 유전자를 잘라서 이어붙이는 것을 말하는데, 유전공학에서 사용되는 기초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내가 본 것은 조금 다르지만 아무래도 감독이 원했던 것은 윤리와 도덕 없이 폭주하는 기술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었을 터이다. 중간에 칠성사이다를 너무 많이 마셔서 세수하러 가느라 화제(?)가 된 남자주인공과 생명체가 교감을 나누는 부분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리뷰를 진행하는데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리뷰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접어놓는다. 리뷰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종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지루하지만(영화 자체도 살짝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감독이 보라는 것은 안 보고 다른것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부분을 찝어낼 수 있는 영화이다.


  1. 일부는 사실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가치는 인간의 것이다. 인간이 없는 사실은 차가운 명제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본문으로]
  2. 감독은 전 세계의 nerd들을 향해 '괴물들아 조카 크레파스 18색이야'를 외치고 싶었던 것일까...-_- [본문으로]
  3. 양력은 단면적에 비례한다.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한다고 가정해도 인간의 날개는 4m가 넘는 너비를 가져야 한다는 결론은 피하기 어렵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 8점
이영도.듀나 외 지음/해토

소설은 금방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난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선호하지만.

이번 책은 크로스로드에서 기고된 SF 단편들 중 엄선(?)한 것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이전 글에서 말한 것처럼 표지가 좀 에러이긴 한데 그래도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다. 이영도씨의 단편이 실려있다는 것으로 소장가치 상승(?).

아침에 트위터에 올린 것처럼 SF를 읽다보면 이론을 잘못 이해한 부분이 눈에 너무 크게 들어온다. 너무 크게 들어와서 정작 소설의 내용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게 문제. 이전에 Murray Gell-Mann이 TED 강연에서 '양자역학에 대해 잘못 설명하는 교양책이 시중에 넘쳐난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이전에 이 글에서 정확하게 그 예를 지적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동영상의 유일하게 볼 만한 부분. 나머지는 말 그대로 헛소리.

정확히 똑같은 잘못된 이해가 단편 「0과 1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의 측정'이 세계의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 말이다. 상당히 지독한 인간중심주의가 느껴지는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이 그랬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달이 내가 쳐다보고 있어서 존재한다는게 말이 되냐'라는 말로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주류(?) 물리학의 입장은 '물질의 존재는 물질이 서로 반응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것'에 더 가깝다.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을 묘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과 비슷하다. 닮음보다는 차이가 그 사람을 드러내는 법이다.[각주:1] 이렇게 신나게 까 놓고 이런 말 하기는 좀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소설 내용은 마음에 들었다.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소설을 쓰다가 때려치운 경험도 있고, 더불어 시간여행에 대한 시각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기타 각 작품별로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들은:
-이영도, 「별뜨기에 관하여」: 별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명불허전.[각주:2] 그런데 예전에 인터넷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듀나,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20세기의 재림을 보는 기분
간판격 단편. '기술에 대한 불신'이 간간히 내비치는게 특징이다. 이영도가 전 단편 중 하나인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에서 말했던 문화가 문화를 집어삼키는 시대에 대한 우려가 보이기는 하지만 소설의 중심에 놓인 그 불신이 점수를 까먹었다. 기술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기술을 잡아먹어야 한다는게 신념이라서.

-임태운, 「채널」: 채널 사이의 숨겨진 채널에 감춰진 음모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진짜 따로 할 말이 없다.

-송경아, 「하나를 위한 하루」: 아버지냐 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뒤끝이 좀 많이 남아서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중. 강풀의 만화 『26년』의 결말이 생각난다.

-설인효, 「진짜 죽음」: 속설에 진리를 본 자는 미쳐버린다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나름대로 내용은 참신했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이다. 일단 각종 실험의 결과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그 발표를 규제하는 기구가 있다는 것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독한 엘리트주의, 선민의식이 느껴져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다.[각주:3] 핵무기에 대한 지식을 예로 들면서 아예 모르는 것이 나은 것도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역으로 핵무기에 대한 지식이 있기에 다른 지식(수소폭탄 등)에 대해서 쓰면 안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과 알지 못해 쓰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노기욱, 「소울메이트」: 기계가 운명의 상대를 점지해주는 시대의 비극
왜 나는 '사람의 감정을 확인해주는 기계'들이 등장하면 제대로 테스트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일까? 진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기계가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려준 커플들의 말로와 기계가 반응을 일으켰다는 거짓말을 한 커플들의 말로,[각주:4] 그리고 반응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커플들의 말로를 전부 조사해야 할텐데 그걸 전부 조사한 통계가 사용되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난 다른 사람과 무언가 다른듯.

-김보영, 「0과 1 사이」: 시간여행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꼬여만 가고...
위에서도 말했듯 오개념 때문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글 속에 녹아든 분위기가 재미있었지만. 과거에 매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부분은 이영도의 전 작품 『퓨처 워커』가 생각나게 한다.

-김몽, 「차이니스 와이너리」: 중국은 언제까지 악의 축이려나
내가 '아시아 연합' 방면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해서 그런 배경이 깔려있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중국에 대해 좀 많이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기분이 드는데(마치 냉전시대 소련을 비난하던 미국처럼) 내 이력 탓일듯 싶다. 그 외에는 평범.

-김선우, 「양치기의 달」: 타 행성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인간은 언제라도 인간성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기분이 드는 단편.

-백상준, 「우주복」: 인간 외계인 몰라요 외계인도 인간 몰라요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 물론 나는 읽은 후 페르미온과 보존을 떠올리면서 물질과 원하는 경우에만 반응하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물질 사이의 반발은 전자가 페르미온이기 때문에 파울리 배타원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페르미온과 보존 사이를 진동할 수 있는 입자가 존재한다면 가능할지도라는 결론을 내리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난 역시 무언가 달라.

위에 있는 소설들은 전부 크로스로드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활자는 모니터보다는 종이 위에서 더 잘 읽히는 것이 현실이다.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 8점
이영도.듀나 외 지음/해토

  1. 비록 신영복 교수님께서는 『강의』에서 이렇게 작은 차이를 부각하는 서양적 사고방식이 가져온 반인간성에 대해 통탄하셨지만 우리가 가진 그나마 쓸만한 몇 안되는 도구 중 하나인 것을 어쩌겠는가? [본문으로]
  2. 그런데 딱히 악평할 거리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3. 엘리트주의와 선민의식을 딱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의식이 자기 자신을 규제하는데 쓰이면 발전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을 규제하는 순간 선민의식은 온갖 죄악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소설에서 나온 '국제문명보호연대'는 후자의 너무도 모범적인(?) 예이다. [본문으로]
  4. 플라시보 효과는 의외로 강력하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10. 6. 25. 08:33 Report

쇠고기 수입 현황?

원래 아침은 씨리얼 한 컵 정도로 엄청 검소하게 먹는 편인데 아버지가 아침을 사주신다고 해서 나가게 되었다. 이른 시각이라 벌써 운영하는 식당은 없을 거랬더니 일단 가보자고 하시길레 해장국 파는 곳이 하나 기억나서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해장국은 없고 설렁탕집이 하나만 운영하고 있어서 결국 거기서 먹게 되었다. 그런데 원산지표시가 안 되어있네? 신고하면 돈 주나요?

그런데 난 신고하기 귀찮아하잖아? 난 안될꺼야 아마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가 느닷없에 설렁탕 두 그릇을 주문하시는 아버지. 어어??

순식간에 벌어진 참극(?)

결국 강철위장을 자랑하며 전부 씹어먹긴(?) 했지만 꽁깃꽁깃한 기분이 아직도 남아서 검색좀 해봤다. 미국산 쇠고기는 일단 무시하고(이미 신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니까-어느 음식점에서 팔리는지는 의문이지만) 얼마 전에(?)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서. 그런데 맙소사, 자료가 하나도 없다니...

인터넷 이녀석 하하하!

일단 찾은 첫 번째 자료는 이거다.

http://www.cbef.com/pdfs/Stats1990-2015(2008).pdf

보면 2007년까지의 자료만 남아있다. 상당히 오래된 자료인듯.(이후는 추정치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자료(?)도 어떻게 찾아냈다. 역시 구글신...

http://www.cbef.co.kr/newsletter/pdf/2010_newletter_newyear.pdf

8쪽을 확인해보면 2009년까지는 캐나다에서 수입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자료가 없었던 것인 셈이다. 지금도 분쟁중이려나...

뭐 대충 안심(?)은 하지만 아직도 꽁깃꽁깃한 기분은 가시지가 않는다 OTL.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BGM 하나 깔고 글을 끝내자. 빈속이 날기 편해요~


아침은 원래 새 모이만큼 먹는거에요 -_-;;

p.s. 돌려막기라는 단어가 느닷없이 떠오른건 기분탓이겠지.
Posted by 덱스터
카우보이 비밥 - 기념판 (7DISC)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노바미디어

오랜만에 스파이크 형님을 뵙고 싶어서 다음 TV팟을 뒤적거리다가, 화질에 짜증이 나서 질러버린 물건. 만들어진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지금 보아도 잘 만든 CG가 많다. 그것보다도 나사빠진 음울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말을 했으니 no comment.


밑에 깔린 니체씨의 『즐거운 지식』에게 애도를. 생각보다 작았다. DVD가 원래 그렇게 작았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난 높이가 30cm는 될 줄 알았는데 실제 높이는 19.5cm로 20cm조차 안 되는 작은 책 크기이다.(영문판 penguin classics와 높이가 같다. 너비는 살짝 넓지만.) 물론 두께는 내 전공서적중에 따라가는 녀석이 없지만... 처음 사는 DVD라 그럴지도.


7장의 디스크가 각각 저런 사진 비슷한게 그려진 종이팩에 들어있다. 종이라서 살짝 실망. 그런데 작품의 빈티지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이쪽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반대편은 경찰청 구석의 커다란 캐비넷에 들어있음직한 사건 파일 느낌으로 구성해놓았다.


그리고 열어보면 충실한 빈티지 느낌.


화질은 생각보다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 DVD에서 블루레이급 화질을 기대한 내가 이상한 거기는 하지만 -_- 영상 원본 크기는 가로 720픽셀정도 되는듯.(TV시리즈로 기획된 거라 화면 비율은 4:3이다.)

DVD마다 랜덤으로 스페셜 피쳐(audio commentary)가 들어있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탓이겠지...

처음으로 산 DVD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만족. 5점 만점에 4.3 정도? 일단 원작이 4점을 먹고 들어가는 거지만 -_-;;

카우보이 비밥 - 기념판 (7DISC)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노바미디어

p.s. 전 오덕은 아닙니다. SF물을 좋아할뿐.


덕까지마
Posted by 덱스터
책을 사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장바구니에 추가했던 책이다.

가공된 신화, 인간 - 8점
틸 바스티안 지음, 손성현.박성윤 옮김/시아출판사

이전에 좀 거칠게 표현했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동물에 대한 동정에서 시작하는 채식주의에 대한 내 입장은 아직도 부정적이다. 감정이나 종교의 영역에서 채식주의를 옹호한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갖겠지만, 논리의 입장에서 동물을 먹지 말자고 주장한다면 모순없는 입장은 과식주의(果食主義 - Fruitarianism)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각주:1] 과일은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식물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식사를 끌어들인 이유는 책의 주제가 '동물과 인간사이'이기 때문이다. 부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사유하다'가 책의 주제를 잘 표현해준다. 사실 내가 더 이상 설명할 것도 없이, 이 부제가 사실상 책 내용의 전부이다. 여기에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연을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로 드레싱을 곁들여주면, 『가공된 신화, 인간』이라는 샐러드는 완성된다. 그러면 이 샐러드에는 어떤 야채가 들어가 있을까?



예전에 「워낭소리」라는 독립영화가 대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거기에 대해서 그 이유는 '시골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바라보려는 낭만주의적 시선'이 어려있는 것이며, 이것이 7-8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에서 낙후된 '도시의 시골에 대한 부채의식'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좀 까칠하게 분석했던 글을 하나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확한 출처는 검색해보아도 걸리지 않고 해서 일단은 링크 없이 놓아둔다. 책 이야기하는데 왜 난데없이 영화 이야기를 하느냐면, 책에서는 똑같은 현상이 자연에 대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부채의식은 아니더라도 자연에 대한 미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

근대적 의미의 '동물 사랑'은 낭만주의의 산물이다. 그것은 시민 계층의 성장과 함께 형성된 '감정의 세계'와 결부되어 있다. 요한 고트프리트 조이메의 유명한 시 「진실한 휴런 사람들」에서 보듯이, 이 시대는 인간이 '고귀한 야생의 자연'을 발견하고 찬미하던 시대였고, 장 자크 루소가 정치적인 의도로 주창했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개인의 감정 구조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시대이기도 했다.[...] 그 시대에는 자연이 다양하게 형상화되었는데, 자연은 낭만주의의 도피처이자 지향점이었다.

[...]
p.126

이런 '낭만주의적 관점'은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아직도 의문이 가지만 많은 경우 동물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감정이입할 것을 요구한다. 구육(狗肉 - 개고기)이 관련될 경우, 대부분의 합법화 반대론자들의 논리가 여기에서 멈추어 있지 않던가.[각주:2] 책의 저자는 이 부분 역시 짚고 넘어간다.

[...]

직관적인 감정이입은 실제로 효과가 있으며 우리의 경험도 그것을 입증해 준다. 그러나 그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똑같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의 감정이입은 성게나 민달팽이보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가진 '귀여운' 강아지나 송아지에게 훨씬 빠르고 쉽게 적용이 된다. 반면 미생물에게는 거의 언제나 실패다.

[...]
p.138

저자는 그렇다고 '동물에게는 권리같은 것을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권'이라는 개념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처럼 아직 끝을 보지는 못했으나 언젠가는 자연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개념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각주:3] 그리고 이런 개념들은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거미가 실을 뽑아내듯 스스로에게서 뽑아"내어 지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앞에 정리한 부분은 사실 이 샐러드에 들어가는 여덟가지 재료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장은 주로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이용해왔는가'나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들'과 관련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해 소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드레싱에 해당하는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연을 대해야 하는가'와의 궁합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개해야만 하는 재료가 하나 있다. '전염병'

08년 여름, 광장의 밤은 수많은 불빛으로 아른거렸다. 광우병 논란과 함께 소고기 수입에 대한 폭발적인 우려가 낳은 결과였다. 난 당시의 가장 큰 문제가 불필요하고 이롭지도 않은 외교적 행동에 있다고 보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부분에 집중한다. 광우병은 변형프리온이 생성되어 폐사된 소를 원료로 만든 사료 때문에 크게 퍼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종 전염병' 말고도, 지금과 같은 식료품 소비 체제를 그대로 이어 갈 경우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책에서는 경고하며 다른 대안의 필요성을 호소한다.

[...]

만일 소비자들이 식료품 상점의 선반에서 뉴질랜드 산 사과나 남아프리카 산 배를 향해 너도나도 손을 뻗치지만 않는다면, 자사 비행기를 통해 해외에서 독일로 미생물 불청객들을 수입해오곤 하는 루프트한자가 더이상 세계 제일의 화물항공 기업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생물과 잘 지내야한다.

[...]
p.234

물론 광우병과 같이 인간이 육류를 섭취하느라 만들어낸 구조 속에서 가축의 원래 삶이 왜곡되어 만들어지는 병들과는 다른 종류인 말레리아와 같은 전염병의 경우 세계화가 더 큰 요인이지만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빈번한 화물 운반이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된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필자는 샐러드를 먹을 때 드레싱을 전혀 하지 않고 생 야채만 먹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많은 친구들은 나를 두고 '무슨 맛으로 샐러드를 먹냐'며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이 책을 샐러드에 비유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결론은 본문에 비해 양이 현저히 적다. 하지만 드레싱은 샐러드의 맛을 결정한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샐러드는 어떤 드레싱을 사용했을까?

애석하게도 이 분야는 질문의 범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기 때문에 '답이 없는' 분야이다. 저자도 어쩔 수 없이 다음과 같은 유보적인 결론만 내려놓고 있다.

[...]

겸허하게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며 가능한 이 세계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가운데 이 세계, 즉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되고 경험되는 세계, 우리와 더불어 존재하는 이 세계 안에서 - 혹은, 그냥 자연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 자신의 위치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동물과 식물세계의 번영, 그리고 솟구쳐 오르는 샘물의 투명함과 무궁함이 우리 자신의 안녕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경험하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함부로 깨뜨릴 수 없는 규칙의 지배 아래에 있음을 예감하는 것이다.

[...]
p.268

하지만 이 드레싱이 현재로서는 가장 쓸만한 드레싱 아닐까?



책 전반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지만, 균형을 조금은 힘들게 잡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책의 첫 두어장만 읽는다면 비록 그런 태도를 경계하고 있다고 해도 '자연에 대한 미화'로 가득 차 있는, 그저 그런 책으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 결국 균형을 잡는데는 성공하였지만 처음부터 그 자리에 안정되게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계추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마지막에 아슬아슬하게 정지하며 균형을 맞춘 느낌이라고 묘사하겠다.

가공된 신화, 인간 - 8점
틸 바스티안 지음, 손성현.박성윤 옮김/시아출판사

  1. '모순없는'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논리에 어느 정도의 모순이 존재한다고 해도 수학을 하고있지 않은 한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의 경우 점전하와 같은 비교적 '사소한' 모순은 무리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입자물리와 같이 엄격함이 생명이 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본문으로]
  2. 난 구육을 먹지는 않지만 합법화에는 찬성한다.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 도살을 양지로 끌어내어 직접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많은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참고할만한 단편을 하나 링크해둔다. http://www.foog.com/372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철학에는 유머가 없는가 - 8점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말 그대로 '아스트랄한 맛이 일품'입니다. 철학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지만 일단은 철학과 관련되어 있으니 철학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상식과는 40도 정도 틀어져 있는 사람들하고 잘 융화되는 책이네요.

사실 입문서라고 말하기 애매하다는 것은 인물중심이 아닌 시대중심으로 쓰여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제대로 공부해본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고대부터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무엇을 깨닫고 거기에 대해 무슨 질문을 던졌는가를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 순서대로 공부해야 하는가는 잊어버렸는데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해서 칸트에서인가 끝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우리같은 범인이 철학 공부해서 어디에 써먹겠습니까? 인물 중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그래도 시대의 반영은 잘 되어 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해 보입니다.(사실 과학을 조금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갈릴레오의 이야기는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죠)

저자는 과학철학 쪽으로 유명한 편(?)이신 분입니다. 다른 책도 한권 사 두었는데(과학철학), 뒤쪽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더니 지금은 잠시 손 놓고 있네요. 학기중이라 양자물리 익히는데도 정신없어서(라기 보다는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처리하고 싶어서) 50여 페이지 정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한 80%만 읽어두고 나머지를 남겨 놓은 상태이군요. 이런 상태를 미수괘라고 하던가...[각주:1]

참고하시라고 저자의 홈페이지를 옮겨둡니다. 책 중간에 '착한왕'이라는 가상인물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저자랍니다 -_-+(한동안 웃었네요)

http://goodking.co.kr/


철학에는 유머가 없는가 - 8점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1. 찾아보니 미제괘. 64번째인 마지막 괘군요 흠.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과학 철학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2009/07/12 - 중간 내용 요약 - 과학 철학



1. 과학은 그 기저에 수식에는 나타나지 않는 심층구조가 존재한다.
-심층구조는 세계관을 나타낸다. 보존량이 존재하리라는 믿음, 수학적으로 자연을 치환할 수 있다는 믿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식은 전혀 변하지 않더라도, 심층구조는 변할 수 있다.
-심층구조의 변화는 쿤의 관점처럼 급진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쿤의 주장처럼 개념은 서로 단절되어 있지 않다. 어느 정도 공약성을 갖는 것이다.

2. 진보는 과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일상적 의미에서 진보를 사용한다면 거기에는 필히 목적이 존재해야 한다. 즉, 어떤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 진보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에 도달했는지,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진보를 '비가역적인 변화'라고 가정하면 해결. 진화론에서의 '진화'와 비슷한 맥락이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중 무엇이 더 기존의 뉴턴역학과 닮았느냐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성이론이 닮았다고 대답한다."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세 세계는 수학적인 구조뿐만이 아니라 이론에 사용되는 개념들 자체가 매우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누구는 더 닮았고 누구는 덜 닮았는가를 결정할 수 있는가? 무엇이 기준이 되는가?

기저에 놓인 심층구조가 그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분명히 상대성이론까지 존재했던 절대불변량 개념은 양자역학에서 '확률적인' 불변량으로 변하고 말았다. 재치있는 지적이다.

에너지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발전하였는가에 대해 서술해 놓은 챕터가 있었는데, 솔직히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네 단계로 나뉘어 놓았는데 왜 난 계속 두 단계로 보이는 것일까?

역학적 세계관과 동력학적 세계관의 차이가 무엇인가는 앞으로 되돌아가보고나서야 알았다. 역학적 세계관은 철저히 '수동적'인 반면, 동력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이 그 자체로 움직임을 유지하는 능동성을 얻는다. 일례로 역학적 세계관에 얽매였던 뉴턴은 물질 그 자체가 갖는 것으로 유지되는 운동능력인 운동량의 보존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식으로는 증명이 가능하지만.



결국 문제는 '일정한 방향성 없이 나아가더라도 원하는 점으로 수렴할 수 있는가?'가 될 것 같다. 여기서 그 점이 흔히 말하는 '진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물론 이 경우 우리는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절대 모른다는 난점이 존재한다(만 그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물리는 끝났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양자가설에 중요한 축을 담당한 플랑크이다).
Posted by 덱스터
과학 철학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1. 쿤의 입장
-과학 이론들은 이른바 '대세'가 되는 이론들이 주축을 이루며 이를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패러다임이 변화했을 때 세계관과 개념들이 변하게 되고 이것이 과학혁명이다.
-과학혁명 전후의 과학 이론들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그 둘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을 사용하는 다른 이론체계이므로, 둘을 비교할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공약 불가능성의 논제)
-패러다임이 새로 만들어지고 쇠퇴해가는 과정은 역사와 무관하게 발견된다.

2. 쿤의 문제
-실험이 이론에 영향받는 것은 사실이나(관측은 이론에 의해 구성되고 제한된다) 그것을 두고 실험이 이론에 종속되었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분명히 관측값은 이론과는 독립된 존재이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때(즉 과학혁명이 일어날 때) 과거의 이론과 완전히 단절된 이론은 나타나지 않는다.
-패러다임 간 비교가 무의미하다면 과학의 진보를 논할 수 없다.(진보는 전에 비해 후가 나아졌다는 의미이므로.)

3. 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
-뉴턴역학에서 물질과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다. 질량은 물질을, 운동은 시공간을 나타낸다. 반면 상대성이론에서 물질은 시간과 공간에 독립적이지 못하다. 시공간은 물질의 이동을 유도하며, 물질은 시공간의 왜곡을 유도한다.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의 문제 : 중력질량은 중력을 만들어내고 중력에 영향을 받는 질량을 말하고, 관성질량은 뉴턴의 제 2 법칙에 사용되는 관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질량을 말한다. 이 둘이 같을 이유(또는 선형적으로 비례할 이유)는[각주:1] 없으나 매우 적은 오차를 갖는다.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는 여기에서 등장한다.



구조주의 부분은 다시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선형적으로 비례한다면 그 차이는 중력상수로 환원시킬 수 있다. 결국,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 8점
마이클 베이

영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눈을 아프게 하는 영화와, 머리를 아프게 하는 영화. 본인은 단순해서 눈이 아플 정도로 불꽃이 화려하게 튀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머리를 일부러 아프게 하는 악취미도 있어서 오랜만에 머리를 굴려 보려고 한다.

필자는 트랜스포머 1편을 못 보았다.[각주:1] 영화관은 부르주아의 사치정도로 취급하는 것도 있지만(필자의 지갑은 신분증으로 두껍다)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줄여서 그냥 '귀찮다'. 그래서 본인에게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눈을 아프게 하는 것이 목적인 영화를 두고 머리를 아프게 하려는 것은 아마 드문 경험에 대해 마땅히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 엉뚱한 방법으로 그 불쾌함을 분출하려는 것일까? 알 수는 없지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으면 전투(?)는 끝을 맺어야 하므로 눈과 더불어 머리까지 아프도록 노력해 보자.

참, 스포일러 우려가 있으니 아래는 영화를 본 이후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스포일러 따위가 불가능한 단순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별점은 4점. 눈 아프기에 더 적당한 영화는 현재 상영관에 없는 것 같다.


  1. 따라서 1편과 비교하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2. 무려 별이 셋이나 된다! 다음 영어사전의 정의 : http://engdic.daum.net/dicen/contents.do?query1=E411900 [본문으로]
  3. 영화 매트릭스(Matrix) 시리즈는 독특한 일례이다. 물론 여기서도 '정의는 승리한다'는 법칙은 깨지지 않지만, 모호하게 성립된다. 인류와 기계의 휴전은 차라리 '정의는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패배하지 않는다'에 가까워 보인다. 영웅의 서사시라는 구조 때문에 그런 것일까? [본문으로]
  4. 문제는 청와대에 하나가 기어들어간 것 같다는 것 정도. 아니, 여의도에도 상당수가 가 있구나. [본문으로]
  5.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동물의 지능에 대한 특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동물학자들은 인류학자들이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한 정의를 계속 바꾸어서 어떻게든 동물이 그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노력하는 것 같다고 읽었던 기억이 남는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8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영계 옮김/지만지고전천줄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만 할 어떤 것이다.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그대들은 무엇을 했는가? [...] 초인은 대지의 뜻이다. 그대들의 의지로 하여금 이렇게 말하게 하라. '초인은 대지의 뜻이다!'라고. [...] 일찍이 신에 대한 모독이 최대의 모독이었으나, 신은 죽었으므로 이러한 모독도 또한 죽어버렸다. 지금은 대지에 대한 모독이 가장 두려운 것이며, 불가사의한 것의 내면을 대지의 뜻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배화교로 알려진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Zoroaster)의 다른 이름이라고 합니다. 책 제목에 쓰인 Zarathustra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지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는 그가 정신병으로 고생하던 말년에 지은 작품입니다. 니체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저작 중 하나라고 하고요. 보통은 철학서로 분류되지만, 내용을 보면서 이 책은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은 시로 보아야 한다는군요 -_-;;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를 시라는 형식으로 번역한 책이 있던데, 절판이라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백석현 옮김/야그

1/3만 발췌했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거기다가 가격도 비싼편), 책이 상당히 작고 또 매우 가볍습니다. 양장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리고 이 시리즈가 상당히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300부만 한정으로 발행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제가 이전 글에서도 말했었지요.

2009/04/25 - 특색있는 책 모음 - 지만지

책은 총 4부로 나누어지는데, 1부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나머지는 그다지 끌리지는 않더군요. 발췌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씩 흐름이 끊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맨 처음 인용한 부분은 니체 철학의 등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초인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 그리고 『차라투스트라』의 번역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찾게 된 블로그(?)인데, 인상깊게 남아서 링크 걸어둡니다. 이 분이 추천하는 번역은 이 책이더군요.

http://blog.aladdin.co.kr/gosinga/category/2453896?CommunityType=MyPaper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최승자 옮김/청하

찾아보니 홈페이지도 있었네요 -_-;;; 차라투스트라만 연결해 둡니다. (보니 제가 갖고 싶었던 번역본의 저자분께서도 애용하시던 곳인가 봅니다)

http://www.gosinga.net/archives/category/nietzsche/zarathustra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이 부분이었지요. 이 쪽 번역이 좀 더 깔끔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여기로 연결해 둡니다.

http://www.gosinga.net/archives/1133
Posted by 덱스터
좀 많이 실망한 책입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4점
츠즈키 타쿠지 지음, 김하경 옮김/더블유출판사(에이치엔비,도서출판 홍)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God does not play dice'는 아인슈타인이 양자물리가 갖고있는 근본적인 불확정성을 부정하면서 했던 말입니다. 그는 양자물리도 결국 과도기적인 물리학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요. 모든 사물의 상태를 알고 있다면 어떤 시간이 지나더라도 전체 우주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따라서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는 양자물리는 또 다른 확정적인 물리학이 나타나기 전까지 잠시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는 과도기적 물리학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결론은 아인슈타인의 판정패였지요. 벨의 부등식이라고 불리는 관계식에 의해서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숨은 변수 가설Hidden-variable theory(정확히는 국소성이 있는 숨은변수가설[각주:1])이 부정됩니다.

이 책은 그런 양자역학을 다루는 책입니다. 내용 자체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번역이 참....

같은 야구 팀 이름인데도 첫 줄 다르고 끝 줄 다르니(드레곤즈 드라곤즈 -_-;;;) 번역을 하고 나서 교정작업을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이 책처럼 전문분야의 교양서인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는 것이 좋은데 그런 작업은 없더군요.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꽤 오래된 책입니다. 60년대 즈음 해서 쓴 글인 것 같더군요. 지금 끄적이고 있는 2020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2050년 즈음 되어서 어떻게 읽힐 지 조금은 기대되던데요?? ^^;;

(그러고 보니 그런 느낌을 느끼려면 그냥 조지 오웰의 1984를 보면 되겠네요 -_-;; 이미 읽긴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1. 국소성이란 모든 변화는 국소적으로 일어난다는 성질입니다. 예시로 질량이 국소적으로 보존된다는 말은 그 점에서의 밀도 변화율은 그 점에서 단위시간당 흘러나가는 질량과 같다는 것이지요.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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