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간간히 하던 시절에(요즘도 간간히 한다. 간간히의 주기가 길어서 그렇지) 했던 트윗 중 이런 것이 있었다. 찾아보니 최신 글이네.

물리학자란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학으로 노래하는 시인들이다. (요즘 판타지를 너무 많이 읽었구나.)
-5월 2일 Tweet 

간간히의 주기가 1달 남짓이라는 신발견은 일단 제쳐두고(ABC마트 만세!), 난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알기를 원하고 자기가 얻은 앎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에서 말했던 적도 있고. 물론 자신 내부로 침잠해 들어가기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니체가 말하지 않았던가. "너 위대한 천체여, 네 빛을 받을 내가 없었더라면 네 빛이 무슨 소용이리"(여튼 비슷한 소리를 『차라투스트라』에서 했다) 명상은 결국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 점에서 개운하게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 10점
로버트 P. 크리즈 지음, 김명남 옮김/지호

실험. 이론을 아름답게 여기는 부류에 더 가까운 나에겐 껄끄러운 존재이다. 학점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은 넘어가더라도, 아름다움으로 점철된 이론을 한방에 산산조각내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니지 않았던가. 실험은 항상 이론을 뒤엎을 준비만 하며 눈을 번뜩거린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실험은 이론과 친할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실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이론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론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을 실험에서도 발견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의 저자는 그 질문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실험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아름다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래서 저자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꼽은 실험들을 모으기로 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그 실험들이 왜 아름다운지 설명해주며 그 아름다움에 동참하기를 주문한다.

절대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실험으로 꼽혔던 단 하나의 실험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아래의 실험이다. 전자는 양자역학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간섭무늬를 만든다. 하지만 전자가 간섭무늬를 만드는 것은 여러 개의 전자가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날아가면서 전자들끼리 서로 부딛치며 간섭 무늬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를 하나씩 날려보낸다면 어떨까? 결과는 아래와 같다.


점차 점들이 밝아온다. 하나 둘 무작위로 쌓이던 점들은, 시간이 지나고 지날수록 스크린을 메우기 시작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무작위하게만 보이던 점들이 점차 모습을 갖추어간다. 마치 전자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빛이 하나 둘 밝아오는 은하의 별들처럼 조금씩 흩뿌려진 점들이 구조를 이루어 종대를 이룬다. 아름다움을 못 느끼더라도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할 수 있겠는가. 자의식조차 없는 미립자들이 무대에 하나 하나 들어서며 점차 군무를 완성해가는 발레리나들처럼 움직이는데, 누가 이 경이로움을 못 느낀단 말인가.

저자가 책을 구성한 방식은 흥미롭다. 실험을 한 가지씩 나열하면서 그 실험이 어떻게 모습을 갖추어 갔으며 왜, 어떻게 아름다운가를 설명한다. 저자가 캐번디시가 자신의 실험을 설계하고 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오류의 원인들에 집착하는 것을 묘사하는 것을 보노라면 마치 수학의 증명에서 느끼는듯한 엄격함에 소름이 돋는다. 이론과 간결한 수식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들이라면, 캐번디시의 편집증적인 엄격함에서 경외를 느낄 것이다. 하나의 실험에 대해 설명이 끝난 다음에는 간주라는 부분으로 넘어간다. 간주에서 저자는 실험의 아름다움에 대해 논한다. 실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어째서 사람들이 실험에게서 비인간적인 것만 보는 것이 부당한지를 설명하고, 실험과 함께 살아가며 그 고된 작업을 마친 실험자들에게 바치는 찬가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것이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다. 실험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그 간단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주변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도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 10점
로버트 P. 크리즈 지음, 김명남 옮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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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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