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는 유머가 없는가 - 8점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말 그대로 '아스트랄한 맛이 일품'입니다. 철학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지만 일단은 철학과 관련되어 있으니 철학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상식과는 40도 정도 틀어져 있는 사람들하고 잘 융화되는 책이네요.

사실 입문서라고 말하기 애매하다는 것은 인물중심이 아닌 시대중심으로 쓰여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제대로 공부해본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고대부터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무엇을 깨닫고 거기에 대해 무슨 질문을 던졌는가를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 순서대로 공부해야 하는가는 잊어버렸는데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해서 칸트에서인가 끝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우리같은 범인이 철학 공부해서 어디에 써먹겠습니까? 인물 중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그래도 시대의 반영은 잘 되어 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해 보입니다.(사실 과학을 조금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갈릴레오의 이야기는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죠)

저자는 과학철학 쪽으로 유명한 편(?)이신 분입니다. 다른 책도 한권 사 두었는데(과학철학), 뒤쪽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더니 지금은 잠시 손 놓고 있네요. 학기중이라 양자물리 익히는데도 정신없어서(라기 보다는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처리하고 싶어서) 50여 페이지 정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한 80%만 읽어두고 나머지를 남겨 놓은 상태이군요. 이런 상태를 미수괘라고 하던가...[각주:1]

참고하시라고 저자의 홈페이지를 옮겨둡니다. 책 중간에 '착한왕'이라는 가상인물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저자랍니다 -_-+(한동안 웃었네요)

http://goodking.co.kr/


철학에는 유머가 없는가 - 8점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1. 찾아보니 미제괘. 64번째인 마지막 괘군요 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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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철학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2009/07/12 - 중간 내용 요약 - 과학 철학



1. 과학은 그 기저에 수식에는 나타나지 않는 심층구조가 존재한다.
-심층구조는 세계관을 나타낸다. 보존량이 존재하리라는 믿음, 수학적으로 자연을 치환할 수 있다는 믿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식은 전혀 변하지 않더라도, 심층구조는 변할 수 있다.
-심층구조의 변화는 쿤의 관점처럼 급진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쿤의 주장처럼 개념은 서로 단절되어 있지 않다. 어느 정도 공약성을 갖는 것이다.

2. 진보는 과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일상적 의미에서 진보를 사용한다면 거기에는 필히 목적이 존재해야 한다. 즉, 어떤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 진보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에 도달했는지,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진보를 '비가역적인 변화'라고 가정하면 해결. 진화론에서의 '진화'와 비슷한 맥락이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중 무엇이 더 기존의 뉴턴역학과 닮았느냐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성이론이 닮았다고 대답한다."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세 세계는 수학적인 구조뿐만이 아니라 이론에 사용되는 개념들 자체가 매우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누구는 더 닮았고 누구는 덜 닮았는가를 결정할 수 있는가? 무엇이 기준이 되는가?

기저에 놓인 심층구조가 그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분명히 상대성이론까지 존재했던 절대불변량 개념은 양자역학에서 '확률적인' 불변량으로 변하고 말았다. 재치있는 지적이다.

에너지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발전하였는가에 대해 서술해 놓은 챕터가 있었는데, 솔직히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네 단계로 나뉘어 놓았는데 왜 난 계속 두 단계로 보이는 것일까?

역학적 세계관과 동력학적 세계관의 차이가 무엇인가는 앞으로 되돌아가보고나서야 알았다. 역학적 세계관은 철저히 '수동적'인 반면, 동력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이 그 자체로 움직임을 유지하는 능동성을 얻는다. 일례로 역학적 세계관에 얽매였던 뉴턴은 물질 그 자체가 갖는 것으로 유지되는 운동능력인 운동량의 보존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식으로는 증명이 가능하지만.



결국 문제는 '일정한 방향성 없이 나아가더라도 원하는 점으로 수렴할 수 있는가?'가 될 것 같다. 여기서 그 점이 흔히 말하는 '진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물론 이 경우 우리는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절대 모른다는 난점이 존재한다(만 그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물리는 끝났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양자가설에 중요한 축을 담당한 플랑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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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철학
이상하 지음/철학과현실사



1. 쿤의 입장
-과학 이론들은 이른바 '대세'가 되는 이론들이 주축을 이루며 이를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패러다임이 변화했을 때 세계관과 개념들이 변하게 되고 이것이 과학혁명이다.
-과학혁명 전후의 과학 이론들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그 둘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을 사용하는 다른 이론체계이므로, 둘을 비교할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공약 불가능성의 논제)
-패러다임이 새로 만들어지고 쇠퇴해가는 과정은 역사와 무관하게 발견된다.

2. 쿤의 문제
-실험이 이론에 영향받는 것은 사실이나(관측은 이론에 의해 구성되고 제한된다) 그것을 두고 실험이 이론에 종속되었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분명히 관측값은 이론과는 독립된 존재이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때(즉 과학혁명이 일어날 때) 과거의 이론과 완전히 단절된 이론은 나타나지 않는다.
-패러다임 간 비교가 무의미하다면 과학의 진보를 논할 수 없다.(진보는 전에 비해 후가 나아졌다는 의미이므로.)

3. 뉴턴역학과 상대성이론
-뉴턴역학에서 물질과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다. 질량은 물질을, 운동은 시공간을 나타낸다. 반면 상대성이론에서 물질은 시간과 공간에 독립적이지 못하다. 시공간은 물질의 이동을 유도하며, 물질은 시공간의 왜곡을 유도한다.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의 문제 : 중력질량은 중력을 만들어내고 중력에 영향을 받는 질량을 말하고, 관성질량은 뉴턴의 제 2 법칙에 사용되는 관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질량을 말한다. 이 둘이 같을 이유(또는 선형적으로 비례할 이유)는[각주:1] 없으나 매우 적은 오차를 갖는다.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는 여기에서 등장한다.



구조주의 부분은 다시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선형적으로 비례한다면 그 차이는 중력상수로 환원시킬 수 있다. 결국,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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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8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영계 옮김/지만지고전천줄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만 할 어떤 것이다.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그대들은 무엇을 했는가? [...] 초인은 대지의 뜻이다. 그대들의 의지로 하여금 이렇게 말하게 하라. '초인은 대지의 뜻이다!'라고. [...] 일찍이 신에 대한 모독이 최대의 모독이었으나, 신은 죽었으므로 이러한 모독도 또한 죽어버렸다. 지금은 대지에 대한 모독이 가장 두려운 것이며, 불가사의한 것의 내면을 대지의 뜻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배화교로 알려진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Zoroaster)의 다른 이름이라고 합니다. 책 제목에 쓰인 Zarathustra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지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는 그가 정신병으로 고생하던 말년에 지은 작품입니다. 니체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저작 중 하나라고 하고요. 보통은 철학서로 분류되지만, 내용을 보면서 이 책은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은 시로 보아야 한다는군요 -_-;; 이렇게 『차라투스트라』를 시라는 형식으로 번역한 책이 있던데, 절판이라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백석현 옮김/야그

1/3만 발췌했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거기다가 가격도 비싼편), 책이 상당히 작고 또 매우 가볍습니다. 양장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 그리고 이 시리즈가 상당히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300부만 한정으로 발행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제가 이전 글에서도 말했었지요.

2009/04/25 - 특색있는 책 모음 - 지만지

책은 총 4부로 나누어지는데, 1부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나머지는 그다지 끌리지는 않더군요. 발췌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씩 흐름이 끊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맨 처음 인용한 부분은 니체 철학의 등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초인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 그리고 『차라투스트라』의 번역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찾게 된 블로그(?)인데, 인상깊게 남아서 링크 걸어둡니다. 이 분이 추천하는 번역은 이 책이더군요.

http://blog.aladdin.co.kr/gosinga/category/2453896?CommunityType=MyPaper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최승자 옮김/청하

찾아보니 홈페이지도 있었네요 -_-;;; 차라투스트라만 연결해 둡니다. (보니 제가 갖고 싶었던 번역본의 저자분께서도 애용하시던 곳인가 봅니다)

http://www.gosinga.net/archives/category/nietzsche/zarathustra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이 부분이었지요. 이 쪽 번역이 좀 더 깔끔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여기로 연결해 둡니다.

http://www.gosinga.net/archives/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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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실망한 책입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4점
츠즈키 타쿠지 지음, 김하경 옮김/더블유출판사(에이치엔비,도서출판 홍)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God does not play dice'는 아인슈타인이 양자물리가 갖고있는 근본적인 불확정성을 부정하면서 했던 말입니다. 그는 양자물리도 결국 과도기적인 물리학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요. 모든 사물의 상태를 알고 있다면 어떤 시간이 지나더라도 전체 우주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따라서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는 양자물리는 또 다른 확정적인 물리학이 나타나기 전까지 잠시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는 과도기적 물리학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결론은 아인슈타인의 판정패였지요. 벨의 부등식이라고 불리는 관계식에 의해서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숨은 변수 가설Hidden-variable theory(정확히는 국소성이 있는 숨은변수가설[각주:1])이 부정됩니다.

이 책은 그런 양자역학을 다루는 책입니다. 내용 자체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번역이 참....

같은 야구 팀 이름인데도 첫 줄 다르고 끝 줄 다르니(드레곤즈 드라곤즈 -_-;;;) 번역을 하고 나서 교정작업을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이 책처럼 전문분야의 교양서인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는 것이 좋은데 그런 작업은 없더군요.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꽤 오래된 책입니다. 60년대 즈음 해서 쓴 글인 것 같더군요. 지금 끄적이고 있는 2020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2050년 즈음 되어서 어떻게 읽힐 지 조금은 기대되던데요?? ^^;;

(그러고 보니 그런 느낌을 느끼려면 그냥 조지 오웰의 1984를 보면 되겠네요 -_-;; 이미 읽긴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1. 국소성이란 모든 변화는 국소적으로 일어난다는 성질입니다. 예시로 질량이 국소적으로 보존된다는 말은 그 점에서의 밀도 변화율은 그 점에서 단위시간당 흘러나가는 질량과 같다는 것이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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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일로 알게 된 책입니다. 겸해서 1권인 88만원 세대도 샀습니다.[각주:1]

촌놈들의 제국주의 - 8점
우석훈 지음/개마고원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대한민국의 거시적인 경제 흐름을 분석한 책입니다. 외부에서 흘러 들어오는 자원이 없이는 홀로 살아가지 못하는 형태, 그러니까 농민들 삥뜯기와 칼 휘두르기는 잘하지만 정작 농사는 못 짓기 때문에 홀로 떨어지면 굶어죽어버릴 것만 같은 도적과 같은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말이지요. 이러한 특성은 근대의 제국주의의 속성과 매우 닮았기 때문에 저자는 이를 제국주의의 하나로 분석합니다. 하지만, 그 제국으로 나아가려는 방식이 너무나도 구식이라 '촌놈들의 제국주의'라는 이름을 붙여주지요.

그러면서 이런 '제국주의적 성향'에 대해 경계하라고 주문합니다. 제국주의적인 성향을 만난 국가들끼리 만나면 결국에는 전쟁으로 귀결되고 만다는 것이지요. 하긴, 식민지에 미쳐 살던 시대에는 심심하면 전투가 벌어졌는데(조선 말기만 따져도 세건이 넘네요 -_-;;), 지금이라고 다를까요? 이미 미국은 심심하면 미사일로 다른 나라 찔러보는 국가가 되었습니다(이번엔 바뀌려나...). 또, 이런 제국주의화라는 흐름은 한중일 세 국가 모두에서 발견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도 전쟁의 가능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합니다(총알 날아다니고 폭탄 터지는 전쟁이 아닌, 자원 확보를 위해 벌이는 조용한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도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저자는 '평화만이 해답인'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전쟁 친화적인 흐름은 결국 언제 전쟁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사회를 만들어 버릴 것이라면서 말이지요.

전체적인 설명은 옳아 보입니다. 특히 한국의 십대들이 억압당하기 좋도록 키워지고 있다는 말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더군요. 저의 경우야 많이 특이해서 그나마 억압이 적은 편이었지만[각주:2] 제 동생만 보아도 한숨만 나오더군요. 어째 저보다 더 힘들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제가 그나마 경쟁이 적은 시절을 살았기 때문인지도..)

그리고 '제국주의'라는 틀에 맞추어 분석을 하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뭐 저야 사회과학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매우 적은 인물이라 그네들이 그렇다면 '오오 그렇구나'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몇 가지 있더군요. 가장 큰 것은 문화에 대한 부분입니다.

현재 이른바 '제국'을 건설했던 많은 국가들은 그 나름대로의 색을 지녔습니다. 사실 영국의 경우에는 자신이 이룩한 개성에 너무나도 도취되어서 남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가르치려다가 비극적으로 끝나게 된 것이거든요.[각주:3] 이런 것은 본문에서도 확인됩니다. 본문에서 예시로 든 '제국주의적 문화'의 흐름이라는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다 자신만의 '독립적인 문화'를 건설하려던 노력이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니벨룽겐의 반지] 라던가, 이탈리아의 [아이다] 라던가, 또 아니면 프랑스의 [카르멘] 등이 예시로 등장하는데,[각주:4] 이게 뭐 어때서요.

우리나라의 경우 외래어를 많이 쓰면 쿨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당장 저부터 이걸 부인 못하겠는데다가, 거리 나가보면 순한글 간판의 너댓배는 영어나 불어입니다. '문화식민지'라는 비판이 괜히 있겠어요? 그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런 흐름은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것은 있겠지요.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얼핏하면 배타적으로 흐르기 쉬운데, 이렇게 튀어나가 버리면 그것만한 비극도 없지요. 당장 지난 세기의 세계사만 보아도 그렇지 않습니까.

괜찮은 책입니다. 특이한 관점이 마음에 들더군요. 그렇긴 한데, 약간은 무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것 같네요.

촌놈들의 제국주의 - 8점
우석훈 지음/개마고원


  1.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3권입니다. [본문으로]
  2. 전 좀 많이 특별한 경우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원에 가기 싫어했지요. 공부하기 싫어서 가기 싫어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학원에서 공부한다는 사실 때문에 가기 싫었습니다. '난 학원따위 안 다니고서도 공부를 잘 할수 있다는 것을 보이겠어'란 알량한 자만이었지요. 뭐, 결국 수학과학정도는 다녔지만(경시대회는 학원 없이는 안되는 구조더군요 -_-) 그래도 그나마 적게 다닌 편에 속합니다. 고등학교를 특수목적고등학교로 다녔다는 것이 차이를 가져온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본문으로]
  3. 실제 영국은 자신의 제국을 Benign Empire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타 국가의 좋지 않은 관습들이 고쳐질 때 까지 그 나라의 통치를 잠시 맡고, 그 나라가 자신의 힘으로 설 수 있게 되었을 때 주권을 돌려주겠다는 의미이지요. 생각해 보면 J. S. 밀의 자유론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나오는군요. 자유는 그 대상이 충분히 성숙하기 전까지는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누가 충분히 성숙했다는 것을 결정하지요? 결국 죄다 자만에 불과합니다. [본문으로]
  4. 먼 곳을 돌아가면서 찾아봤는데 여는 글에 있더군요 =_=;; p 26 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이번 글은 날로 먹습니다 -_- 한창 숙제에 치여 살아서...

아주 예전에 읽었던 물리학 교양 서적입니다. 초끈이론을 다루고 있고, 찾기 드문 한국인 저자의 글입니다.

스트링 코스모스 - 8점
남순건 지음/지호

음.. 네이버 블로그를 쓰던 때 읽었던 책이고, 그 블로그의 기록을 뒤져보니 무려 07년 10월에 읽었군요. 이제 1년 반이 다 되어가네요. 간단하게 글만 긁어서 접어둡니다.


책의 깊이는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원제 The elegant universe)』, 『우주의 구조(원제 The fabric of the cosmos)』나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원제 Parallel worlds)』에는 살짝 못 미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비록 『우주의 구조』와 『평행우주』는 끝까지 읽은 것이 아니지만..) 초끈이론에 대한 설명은 다른 책들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서술해주고 있지만(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게이지 변환(gauge tranformation)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처음 봤거든요.), 책이 얇은만큼 기타 다른 내용, 그러니까 초끈이론이 아니라 물리학 일반에 관련된 내용이 적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주의 구조에서는 뉴턴이 제안한 회전하는 물통 실험이 들어가 있으며(제가 이 부분까지 읽고 읽기를 포기했지요. 그 전까지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흑)[각주:1] 평행우주에서는 우주 진화론에[각주:2] 대해 나와 있지요. 이런 '초끈이론 외 물리학'에 대한 설명은 조금 부족합니다.[각주:3]

그래도 이 책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위의 네이버 블로그 소개글에서도 썼듯이 '한국인 저자'입니다. 사실 전 번역을 잘 못 믿는 편이라 여건이 되는 한 원서로 보려고 하는데(그래서 웬만한 영어를 원서로 가진 책들은 다 원서로 보지요..) 한국인 저자가 썼다면 번역에 대해서는 염려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리고 실제로도 글이 매우 매끄럽고요(번역투라고 불리는 비문이 거의 없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금은 날로 먹는 글이긴 한데, 바쁜 처지 좀 이해해 주시고(;;) 그럼 전 이만 물러갑니다...

  1. 절대 좌표계의 존재에 대한 사고실험입니다. 위키피디아 링크로 대신합니다.http://en.wikipedia.org/wiki/Bucket_argument 그런데 보니까 마지막 더 읽을거리에 우주의 구조가 나오는군요 OTL [본문으로]
  2. 정확히는 다중우주론이라고 해야겠네요. 참고 : http://en.wikipedia.org/wiki/Multiverse [본문으로]
  3. 물론 여기에도 특유의 내용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양이 다른 책들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라는 말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예전에 알라딘 메인에 큼지막하게 광고되었던 책입니다. 물론 전 이 책이 아니라 원서를 샀지요.

생각이 직관에 묻다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안의정 옮김/추수밭(청림출판)

전 원서로 보았기 때문에 번역서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번역서는 번역때문에 망했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웰던지기님의 리뷰를 참고하세요.

Gut Feelings (1st, Hardcover) - 8점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Penguin Group USA

먼저 표지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표지판은 왼족 아래를 가리키고 있지만 표지판 앞에 서 있는 남자의 그림자는 오른쪽 위로 가야 한다고 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림자가 맞다는 듯이 왼쪽 아래에서는 칼을 든 강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상황은 A를 말하고 있어 B를 말하는 네 직감이 틀렸다고 할 수 있지만, 직감이 맞다."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니만큼 내용을 잘 반영한 표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은 두 부(part)로 나뉘어저 있으며, 제 1부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계산, 혹은 무의식적인 알고리즘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2부는 이 알고리즘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요.

첫 장은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서술입니다. 이른바 직관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장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날아오는 공을 받을 때 몸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다루었던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체는 날아오는 공이 어디로 떨어질 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단지 시선처리를 잘 해서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뿐이지요. 이것을 Gaze heuristic이라고 하는데, 한글로는 어떻게 번역했는지 모르겠습니다.(웰던지기님의 말대로 heuristic을 어림법으로 번역했다면 조금은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번역이겠네요.)[각주:1]

둘 째 장은 무지의 유용성에 대한 장입니다. 많이 알려진 '아는 것이 힘이다'와는 대조되는, '모르는 것이 약이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과 의대생증후군(Medical student syndrome)입니다. 첫 속담은 얕은 지식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의대생증후군은은 병에 대해 공부하는 의대생이 자신이 그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는 데에서 나온 말입니다. 둘 다 표면적인 지식보다는 차라리 무지한 것이 낫다고 말하고 있지요.[각주:2] 책에서는 이에 대해 제 7장에서 왜 그런가에 대해 분석해 놓았습니다.[각주:3] 더불어 둘 째 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이 다양한 선택 가능성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다양한 선택의 폭은 선택하는데 더 많은 자원이 낭비되도록 하기 때문에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지요.

셋 째 장과 넷 째 장에서는 직관이 어떻게 작동하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리 중요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각주:4] 그리고 다섯 번째 장에서는 왜 직관적인 선택이 복잡한 분석보다 유용한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복잡한 분석은 다양한 선택과 마찬가지로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경제적이라는 것이지요.[각주:5] 그리고 여섯 번째 장에서는 직관의 비논리성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이 비논리성이 등장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이 숨겨진 정보를 인식하도록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각주:6] 예를 들어 말하자면, 대화를 하는 도중에 상대방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경우 사람들은 하늘에 무엇인가 떠 있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말을 똑바로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특별히 인상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사람이 복잡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복잡한 외부 환경 탓이다.
사람은 환경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그중 하나겠지요. 이를 기본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릅니다. 인간 행동에 대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각주:7]

2. 몇 가지 중요 요소들에 입각하여 결정하는 것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는 것보다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중요한 요소들은 적은 오류를 갖습니다. 때문에 다른 비중요 요소들을 고려할 때 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군요. 왜냐하면 비중요 요소들은 중요 요소들보다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으며, 복잡한 계산으로 제거되어야 할 이러한 오류들이 오히려 증폭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3. 사람은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선상에서 판단한다.
정치 성향에 대한 분석입니다.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그 정당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토함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기가 가장 적당하다고 여기는 좌-우 스펙트럼 중의 기준점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정당을 선택하는 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 새 정당에 대한 평가는 이 스펙트럼 위에 정당을 놓음으로서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이 기준점을 교육과 선전을 이용해 억지로 한 방향으로 이동시키는데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지금의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런 성격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웰던지기님이 리뷰에서 지적하신대로 용어의 사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용어상으로 헷깔리는 부분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런 뒤섞인 용어의 사용은 줄어들더군요.(아니면 읽다 보니 적응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마지막 장은 이 책에는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아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믿음에 대한 타파가 주된 내용인데, 이는 사실 책의 제목인 '직관'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요.[각주:8] 하지만 내용 자체는 유익합니다.

전체적으로는 3.8/5.0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네요. 유익하고 재미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조금은 전문적인 내용이라 관심 분야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매우 딱딱하게 느껴질만한 책입니다.


  1. 하지만 아쉽게도 heuristic을 어림법 말고는 어떤 단어로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 리뷰에서는 어림법으로 계속 나가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대중의 지혜』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더라도 그 사람들의 편견이 가진 오류가 서로를 상쇄시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똑똑해진다고 하였습니다. 읽던 도중에 이 부분이 생각나더군요. [본문으로]
  3. 알고 있는가로 판단하는 인지도 어림법(recognition heuristic)이 상당히 높은 정확도(약 80%)를 갖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아는 것에 대해서 구분할 경우 정확도가 80%를 넘어서면 그때서야 '아는 것이 힘'이 되지요. 알더라도 정답을 구분해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반만 아는 것이 정답을 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본문으로]
  4. 혹시나 관심가지실 분들을 위해 일부분만 공개해 보자면, 직관은 크게 세 가지 단계의 구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첫 단계는 '물체를 인식한다'와 같은 진화로 얻어진 근본적인 단계이고, 두 번째 단계는 이 근본적인 단계를 서로 이어서 '물체의 움직임을 따라간다'와 같은 행동 단위이며, 마지막 단계는 이 행동 단위를 이어서 이루어지는 '날아오는 공을 잡는다'와 같은 직관적 행동입니다. [본문으로]
  5. 또한, 복잡한 분석은 이전까지의 정보가 내포하고 있는 오류를 확대해석할 우려가 있어서 예측의 정확도가 낮다고 합니다. 반면에 직관적인 선택은 주로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만 고려하며, 이 중요한 요소들은 오류를 덜 포함하기 때문에 것이지요. [본문으로]
  6. 법정심리학이 중요해진 이유가 이것 때문이지요. '깨진 유리창이 있었습니까?'와 '깨진 유리창을 보았습니까?'라는 두 질문의 답이 달라지는 이유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마음이 두 번째 질문에서는 '유리창은 깨졌구나'라는 암시를 받기 때문에 실제 없었던 깨진 유리창을 보았다고 대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7. 성격이 행동을 꼭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누구의 연구결과인지는 모르겠군요 -_- [본문으로]
  8. 르 봉이 『군중심리』에서 말한 비이성적인 군중의 행동이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군중심리』의 같은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예전에 다케우치 가오루 씨의 다른 글도 읽었던 적이 있었지요. 『밤의 물리학』이라는 책이었는데, 많은 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저야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니 무난하게 소화했지만, 지식이 전무하신 분들께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01/07 - 다케우치 가오루, [밤의 물리학]

어쩌다가 관련 서적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글쎄 이 책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싸우는 물리학자 - 8점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박재현 옮김, 전영석 감수/시공사

전 책이 물리학의 괴짜스러운 부분을 들추어냈던 이야기라면, 이 책은 괴짜 물리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내용은 사람끼리의 반목을 드러내었던 글과 사회와의 반목을 그려낸 글 이렇게 크게 둘로 구분지을 수 있습니다.

읽다 보니 제가 이름만 알고 있었던 몇몇 사람들이 실제로는 엄청난 획을 그은 일을 했었다는 것과 상당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말이 있어 놀랐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하라노프-봄(Aharanov-Bohm) 효과의[각주:1] 봄입니다. 확실히 이 효과는 대단한 발견이긴 합니다만, 그가 매카시즘 열풍으로 미국에서 쫓겨났었다는 것은 몰랐던 사실이네요. 그리고 그의 세계관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양자역학의 정통적인 해석인 코펜하겐 해석과는 전혀 다른 해석인데,[각주:2] 파동함수를 파면으로 보고 입자를 그 파면 위에서 물결에 휘둘리는 꽃가루로 보는 것이지요. 이 관점은 예전에 제가 공간을 파동함수를 매개하는 매개물들로 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과[각주:3] 어느 정도 유사해서 관심이 가더군요.

그리고 친구들을 골려먹던 천재 물리학자의 이야기가 누구의 이야기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었는데, 그게 바로 란다우(Landau)였군요. 전설적입니다. 동료 물리학자에게 '자네 노벨상 후보자에 올랐으니 논문 정리해서 오게나'라고 해 놓고서는 농담이었다고 했던 그 사람이라네요. 제 친구가 양자장론 독학한다고 보려던 책 중 하나가 란다우의 저서여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람인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왜 다 이렇게 못된 천재들이 많은 걸까요? 존 내시도[각주:4] 주변인을 아주 심하게 놀려먹었다는데(목숨을 건 장난을 자주 쳤다고 합니다 -_-;) 거 참...

가장 흥미로운 글은 아까 위에서의 범주에 들지 않는 상끼리의 비교입니다. 노벨상과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을 비교한 글이었지요. 은근히 노벨상을 까는 분위기로 흐르는데, 뭐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제 갈길 가는것이겠지요. 연구하다 보니 상 받으라고 전화가 오더라, 이런 훈훈한 분위기(?)가 보편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한 사람 정도는 상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그래야지 돈이 갈 생각을 죽어도 안 하는 기초과학 부문에 투자도 하고 그럴텐데 말입니다.[각주:5]

오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191쪽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원서 제목을 적는데 알파벳 하나를 밖에 남겨두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내용 상에는 큰 하자는 없습니다. 번역은 일어를 번역한 것이라 그런지 잘 된 편이구요.

주된 내용은 물리학자들의 연구 업적보다는 그들의 사상과 생활 전반에 대한 것이니 물리의 물자도 모르는 분도 쉽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전 제 관심(전공??;;) 분야라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물리에 전혀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실 것이라는 장담은 못하겠군요.
  1. 아하라노프-봄 효과는 전자기장이 물리적 실체인지 전자기 포텐셜이 물리적 실체인지를 밝혀내는데 공헌한 특이한 현상입니다. 숙제로 공부했던 적이 있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 효과이지요. 자세한 설명은 부담스러우니 다음 사이트로 넘기겠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Aharonov-Bohm_effect [본문으로]
  2. 코펜하겐 해석은 '측정 전에는 그 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기존의 관점과 상이한 해석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말과 같은 것이지요.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사과가 떨어졌다. 사과가 떨어지면서 난 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으므로, 사과가 떨어지면서 소리는 나지 않았다'. 대안적인 해석으로는 다세계해석(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세계가 분열한다는 관점) 등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소리는 공기가 없으면 전파되지 못합니다. 이것과 비슷한 원리로, 파동함수가 전파되기 위해서는 파동함수가 흘러갈 수 있는 공기와 같은 매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본문으로]
  4. 뷰티풀마인드의 존 내시입니다. 내쉬 균형으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지요. [본문으로]
  5. 제 친구 녀석이 한국에서는 안 살 것이라면서 빨리 해외로 나가서 학위나 취득해야겠다던데 솔직히 할말은 없더군요.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것 하려면 이 땅에서는 못 사는 것 잘 아니까 말입니다. 제가 지원 과 바꾼 이유가 그거라니까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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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10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좀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이제야 읽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내용에 대해 정리하고 공감을 표시했으니, 전 이번 리뷰에서 내용 요약보다는 감상 및 의문점 정리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주로 책을 읽고 중간 중간에 느낀 감상을 포스트잇으로 짧게 정리해 둔 것인데, 옮겨봅니다.



1. 1984년 FAO 평가 - p37

'지금의 생산력으로 120억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모두 하루 2,400~2,700Kcal의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다' 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지금의 인구는 약 65억명입니다. 한 사람당 약 5.000Kcal의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중국의 미등록 인구까지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3,500Kcal는 제공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저 숫자가 1984년의 숫자란 말입니다. 지금은 수가 훨씬 늘어났을텐데 지금은 어느정도의 생산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군요.

하지만 저 곡물이 전부 인간에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농장에서 재배되는 소들도 곡물을 섭취하고 있고, 더군다나 요즘은 대체에너지로 바이오에너지가 부상하면서 에탄올을 만드는 데 곡물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백질을 얻는 데 귀한 곡물이 들어가는 것은 제거할 수 있지만(가능성은 비록 매우 낮다 하더라도) 에탄올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각주:1]



2. 간호사의 슬픔 - p51

에티오피아 간호사가 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살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을 분류하고 살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거절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워낙 물자가 부족하니 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것이지요.

고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 살아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받을 때, 잠깐동안 막혔던 숨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겠지요. 하지만 다시 거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을 때, 심연의 물통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어야 하는 고통이 되살아나겠지요.

무기력하군요.... 바뀔 수 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이란..



3. 꿈에 대하여

마지막 강의에서 랜디 포시 교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원서를 기억나는 대로 번역해 적는 것이니 굳이 대조하지는 않아주셨으면...)

"물론 세상엔 시급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온 것은 꿈입니다. 꿈을 제시하는데 돈이 사용되는 것은 비판받을 일은 아닙니다."

옳은 소리입니다. 하지만 꿈을 꿀 수 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꿈이 해독제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꿈과 현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어 보입니다.



4. 아옌데 정권의 붕괴 - p101

아옌데 정권은 다국적기업 네슬레와 미국 정부의 비협조, 아니 방해로 인해 개혁에 실패합니다. 이후 미국 정부에서는 CIA를 통해 이 정부를 뒤집습니다.

미국의 깡패적인 면모를 들추려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에 왜 그렇게 다들 미쳐있었는지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싶을 뿐입니다.

분명히 글에는 명시되어 있습니다. '...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정책을 꺼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당시는 1970년대,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였겠지요. 이데올로기건 뭐건 사람 살자고 만들어놓은 것인데 그것 때문에 사람이 죽어야 한다니 아이러니한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5. 사막화, 현대에 와서 문제가 된 이유는? - p109

아프리카의 여인들은 나무를 때어 식사를 준비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왜 이런 행위가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요?

옛날에는 사람은 적고 나무는 많아서 베어진 나무들은 사람들이 돌아올 때 즈음이면 다시 원상태로 자라나 있어서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살짝 예상해 봅니다.

그리고 조금은 엉뚱한 것을 추가적으로 덧붙입니다. 석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은 석탄이 매우 좋은 화석연료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석탄이 대중화될 때에는 이런 석탄을 보고 '검은 돌을 때워 불을 만든다'는 의식이 강했다고 합니다. 나무가 없어서 꿩 대신 닭으로 석탄을 이용한 것이지요. 나무와는 달리 태울 때 독한 연기가 풍겼으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6. 르 아이으 주민들의 이야기 - p120, 124

고통은 연대와 기이한 공생관계를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같은데서(전 거의 보지 않지만) 자주 그러잖아요. 부잣집 아들딸들은 유산 놓고 싸우다가 완전 콩가루 집안이 되어버리는 반면에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은 잘 지내는 것처럼. 신의 저울대는 참 신기한 것 같네요. 무언가 하나가 만족이 되면, 항상 다른 무언가는 만족되지 못합니다.

그것보다도 이분들은 무엇으로 삶을 유지하는지 궁금하더군요.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는데 어디서 먹을 것을 얻었을까요...?



7. 토마스 상카라와 박정희 - p151

닮았습니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나라를 개혁하려고 했지요. 그리고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살해당했습니다. 하나는 4년간 정권을 잡았고, 다른 하나는 그 네배의 기간동안 정권을 잡았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했던 악행들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각주:2] 전 여기서 개혁이라는 것이 그 국가의 내부적인 요인뿐만이 아니라 외부적인 환경에 얼마나 크게 영향받는지를 논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토마스 상카라의 경우입니다. 토마스 상카라의 경우에는 주변 국가들의 부패한 대통령들의 외압으로 인해 결국 살해당했다고 나옵니다. 더불어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혁 자체는 성공했습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지요. 여기서 재미있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한민국의 경우 주변 국가중에는 부패한 독재자가 없었다. 주변 국가라고 해 봐야 일본뿐이니(냉전시대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적이던 시대예요.) 말 다 했지요. 둘째,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극한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땅 위에 서 있었다. 전 90년생이라 7-80년대의 반공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들은 건 있어서 이념대립이 무지하게 심했다는 사실 하나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두 특징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주위에 부패한 독재자가 없었다는 것은 개혁을 시도했던 박통에 딴지를 걸 외부세력이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는 부패한 권력자가 없으니 개혁에 태클을 걸어야만 하는 존재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냉전의 효과가 가장 컸다고 보여집니다. 지리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방어선의 최전방에 서 있습니다. 적어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말이지요. 사회주의는 보통 경제가 침체된 국가에서 주로 퍼지기 때문에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서부유럽의 재건에 많은 돈을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유한 사람은 사회주의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지요. 하물며 유럽에서도 그랬는데, 아시아에서 이념대립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국가에서 잘 살아 보겠다고 아둥바둥 거리는 것을 방해할 이유는 없지요. 물론 여기에는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노선을 타고 있었다는 것도 한 몫 할 것입니다.



8. 숫자에 대해서

일찍이 켈빈경은 숫자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한 적이 있습니다.

http://zapatopi.net/kelvin/quotes/

"In physical science the first essential step in the direction of learning any subject is to find principles of numerical reckoning and practicable methods for measuring some quality connected with it. I often say that when you can measure what you are speaking about, and express it in numbers, you know something about it; but when you cannot measure it, when you cannot express it in numbers, your knowledge is of a meagre and unsatisfactory kind; it may be the beginning of knowledge, but you have scarcely in your thoughts advanced to the state of Science, whatever the matter may be."

- PLA, vol. 1, "Electrical Units of Measurement", 1883-05-03

요즘 한 숫자에 사람들이 죽고 삽니다. 경제성장률이라는 숫자입니다. 도대체 이 숫자가 무엇을 나타내길레 이 숫자 하나에 죽고 사는 것일까요?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 제가 매우 어렸던 탓도 있겠지만, 전 제 생활이 저 숫자에 의해 흔들리거나 뒤바뀌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저 숫자가 높으면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고 저 숫자가 낮으면 어쩔 수 없이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인가요? 747이라는 작명소에서 지은 공약이 생각나는군요.

그리고 통장에 찍히는 숫자 하나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먹고 살 정도의 돈을 제한 나머지는 사실 불필요한 통장의 숫자에 불과하지 않나요?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각주:3] 하긴, 제가 욕심이 너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써 놓고 보니 파생되어 나온 내용이 너무나도 많네요. 그만큼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던 책인가 봅니다. 다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1. 실제로도 바이오에너지는 식량난을 부추기기 때문에 적절한 대체에너지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본문으로]
  2. 그렇다고 박정희가 좋은 대통령이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 해야지요. 그 당시에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본문으로]
  3. 물론 이 숫자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무조건 잘못된 삶은 아닙니다. 65억의 사람 수 만큼 65억가지의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전 이 분들이 자유라는 이름을 내세워 남을 갈취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프로복서와 초딩의 권투경기가 자유로운 경기가 아닌 것처럼, 이 분들이 원하는 자유는 자유라는 이름의 폭행일 뿐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살림

예전에 책을 한꺼번에 지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지른 책 중 하나입니다. 사실 책을 구입한 동기는 별 것 아닙니다. 5만원을 맞추어 주문을 하면 보너스 마일리지가 있는데 책 주문하면서 괜찮은 책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베스트셀러라는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지요. 별로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어느 대학원생분이 쓰신 글이 있는데, 그분이 이 책을 읽고 대학원 온 것에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구요(정확히는 대학원 온 데 의미를 찾았다 정도?). 이 말에 관심이 가게 되었지요. 결국 여차여차 해서 저번 주 금요일 즈음부터 읽기 시작해(아직 읽는 중인 책이 대엿권이 넘는 주제에) 어제 막 다 읽었습니다. 사실 전 번역본이 아니라 원서로 읽어서(원서가 더 싸더군요 OTL) 원서 링크를 걸어두고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그런데 원서마다 가격이 다르더군요 - 원서도 종류가 많네요).

The Last Lecture (영국판, Paperback) - 8점
랜디 포시 외 지음/Hodder & Stougton

쉽게 쓰인 책입니다. 강의를 책으로 옮겨놓아서 그런지 약간 구어체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각주:1]

책의 저자는 말기 암 환자입니다. pancreatic cancer, 즉 췌장암에 걸렸지요. 그래서 여섯 살 먹은 큰아들 딜란(Dylan)과 세 살 먹은 작은아들 로건(Logan), 그리고 18개월이 된 딸 클로에(Chloe)를 위해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고민하다가,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던 마지막 강의를 선물로 남겨주기로 결정합니다(강의들은 유튜브 등에서 돌아다니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은 그 때의 강의를 모아서 묶어 낸 것입니다.

사실 전 글쓴이가 하는 말들보다는 글쓴이의 삶에 대한 태도가 부럽더군요.[각주:2] 말 그대로 '제대로 된 낙천주의자'입니다.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서 도피하지는 않고 말이지요. 경찰관에게 속도위반딱지를 떼이게 생겼을 때 자기가 말기암 환자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그러니 경찰관이 반신반의 하다가 그의 흉부에 난 칼자국을 보고서는 넘어갔다는 일화를 보면서 얼마나 건강한 사람같았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 몇 조언은 정말 괜찮았습니다. 몇가지 적어봅니다.

필요하기 전에는 결론내리지 말아라[Never make a decision until you fave to] - p23
텔레마케터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고 있을 때 끊어라[각주:3] - p109
대안을 질문으로 제시해라[Phrase alternatives as questions][각주:4] - p143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어놓고 해서 그런가,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도덕 교과서와 같은 조언들도 나오기는 하지만, 원래 조언이란 것이 그렇지 않습니까. 말을 하면 다 알아듣지만 그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내는 사람이 위대하다는 것 말이지요(콜럼버스의 달걀이 생각나는군요). 엄청난 낙천주의자(그것도 현실감각을 잃지 않은)를 만나고 싶으신 분에게는 강추합니다.
  1. 책에서 제외된 챕터라고 합니다. 이 글을 보시면 어떤 식으로 글을 썼는지 대충은 감을 잡으실 듯 해서 주소 남겨둡니다. http://thelastlecture.com/lostchap.htm [본문으로]
  2. 죽음을 앞둔 사람은 다섯 가지 단계에 걸쳐 심리가 변화한다고 하지요(Kübler-Ross model)? 이분은 그 중 몇몇 단계를 스킵한 것 같더군요 -_-;;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본문으로]
  3. 천재더군요 -_-;; 말하고 있는 도중에 끊으면 연결 상태가 불량한줄 알고 다음 통화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4.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그런지 이건 반 정도 내면화되었더군요. 회의나 미팅을 주로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조언일 듯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35장은 특히 그런 조언이 많더군요.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The Time Machine (Reprint, Paperback) - 8점
Wells, H. G./Penguin Group USA

웰스의 타임머신입니다. 1900년대가 되기 직전에 나온 100년이 넘은 오래된 고전입니다. 전 이 소설을 책보다는 영화로 먼저 만났는데, 영화의 줄거리는 소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더군요. 비록 그리고 있는 미래상은 상당히 비슷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먼저 본 것은 영화이니 영화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타임 머신
감독 사이몬 웰스 (2002 / 미국)
출연 가이 피어스, 사만다 뭄바, 올란도 존스, 마크 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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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주인공(알렉산더 하트켄)은 사고로 약혼녀(엠마)를 잃게 됩니다. 이후, 약혼녀가 죽는 사고가 생기는 것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만들고, 약혼녀가 죽지 않도록 다르게 행동합니다(미래를 바꾸어 보려는 행동이지요).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과하고 약혼녀는 다시 죽어버립니다. 이후, 주인공은 과거에는 답이 없다고 믿고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게 됩니다.

한편 책은 시간 여행자(Time Traveller)의 영웅담을 듣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시점과 비슷하지요.[각주:1] 서술자는[각주:2] 두 번의 저녁식사 모임을 갖는데, 첫 모임에서 시간 여행자는 시간 여행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합니다. 모임에 있던 사람들은 그럴 듯 한 설명에 이해는 하지만 반신반의 합니다. 워낙 시간 여행자의 분위기가 신뢰성 떨어지는 천재(?)이다 보니, 믿기는 좀 애매했던 것이지요. 이제 두 번째 모임에서 시간 여행자는 몰골이 엉망인 체로 홀에 들어옵니다. 시간 여행자는 씻고 온 뒤 식사를 하고 흡연실로 들어가 모임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미래사
타임머신은 위 책과 비슷한 시점에서 서술됩니다.

이제 다시 영화로 돌아와 봅시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총 두번의 여행을 합니다. 한번은 가까운 미래로, 한번은 먼 미래로 말이지요. 가까운 미래는 문명이 발전하여 달에 기지를 건설할 정도로 진보했습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복스)이 자신에게 말을 걸 정도이지요. 하지만 달에 폭탄을 잘못 설치하는 바람에 달이 산산조각이 나고, 그 조각이 지구에 떨어지면서 완전한 혼돈을 일으킵니다. 주인공은 이 혼돈을 피해 다시 먼 미래로 여행을 떠납니다(이 여행때에는 잠깐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네요). 이제 주인공은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움막집밖에 없는 녹원에 도착합니다.

책에서는 시간 여행자는 한번의 실험을 합니다. 시작하는 레버를 누른 후 바로 멈추는 레버를 눌렀는데, 실험실에는 별 변화가 없어 약간은 실망하지요. 하지만 10시가 되기 직전이었던 시계가 세시 반 정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놀랍니다. 이제 시간 여행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래로 향합니다. 롤러코스터의 느낌처럼 불쾌한 기분과 함께 점차 주변 풍경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시간 여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교대로 나타나던 밤과 낮은 뭉뚱그려진 회색 덩어리가 되어버리고, 어느새 녹원으로 변한 평지는 흰 눈으로 깜박거립니다. 그리고, 시간 여행자는 기원 후 802,701년에 도착합니다.

책과 영화, 둘 모두에서 서로가 보고 있었던 미래는 너무나도 똑같습니다. 땅 위, 엘로이(Eloi)들의 너무나도 평화로운 세계와, 그 윗 세계가 가리고 있는 지하 멀록(Morlock)의 세계. 둘로 나뉘어 갈라진 인류의 미래를 보게 됩니다. 이후 내용을 적으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이 정도에서 그만두어야겠네요 ^^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볼만한 차이점 몇 가지 추가합니다. 접어 놓을께요.(스포일러 방지 - 다 읽으신 뒤에 읽으라는 말입니다 -_-;;)


처음부터 책을 원서를 들고 나와서 이번에는 번역본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도 팔리고 있는 종류는 한 다섯가지 정도 되어보입니다. 순서는 늦게 출간된 순서입니다.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문예출판사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심재관 옮김/엔북(nbook)

위 둘은 어른용으로 보이고...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정환정 옮김/아이세움

타임 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정제광 엮음/지경사

아이들 용...-_-;; 부제에도 '논술 대비'가 붙어있습니다. 그 농담이 생각나네요. 우리나라에서 책이 잘 팔리려면 '교과서에 나오는'과 '논술 대비'만 들어가면 된다는 씁쓸한 뒷담화 말이지요.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범우사

가장 오래 된 번역본입니다. 구판은 무려 88년 출간이군요.
  1. 프랑켄슈타인은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좀 두껍고 그렇긴 하지만 충분히 그 가치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아는 바와는 달리 공포소설보다는 인간의 본질을 묻는 소설이거든요. [본문으로]
  2. 서술자의 이름이 Hillyer라는 설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3. H. G. Wells, The Time Machine, penguin classics, 2005, p100 [본문으로]
  4. Ibid., p103 [본문으로]
  5. Ibid., p6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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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10점
신영복 지음/돌베개

신영복 교수님의 책입니다. 예전에 『나무야 나무야』를 어쩌다가 읽게 되었는데(논술 관련된 학원에서 필독서로 쥐어주었던 것 같네요 -_-;;) 이때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나 봅니다. 잠시 일이 있어서 시내에 나갔을 때 시간을 때우고자 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을 보고서는 바로 집었거든요. 그 상태로 쭈욱 읽었습니다.

결국 책을 사기로 마음먹은 것은 30쪽부터 시작하는 <청구회 추억>이라는 글 때문이었습니다. 8장 가까이 되는 장문의 글이었는데, 글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 하나요? 아이들(저보다는 어른이겠지만...-_- 전 당시 존재 자체가 없었으니)과의 작은 추억에서 묻어나는 따뜻함에 망설임 없이 책을 계산대로 가져갔습니다.

지금 제가 가진 책에는 포스트잇이 잡초처럼(-_-;;) 돋아나 있습니다. 읽다가 '오 이글 괜찮다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싶은 글들은 전부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는데, 얼핏 보아도 20장 정도 붙어 있네요.(혹시나 해서 세어보니 23장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특징은, 포스트잇이 책의 뒤 끝으로 갈수록 많이 붙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징역살이의[각주:1]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사색의 깊이가 점차 깊어졌기 때문이겠지요. 아니면 단순히 제가 더 쉽게 감동하는 체질로 바뀌었거나요 ^^;;

첫 포스트잇은 87쪽에 붙어있습니다.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이네요. 사람을 사랑할 때에는 그 겉모습만 보지 말고 속까지 보아라라는 아주 대표적인 도덕책 내용을 다룬 편지지만[각주:2], 제가 이 글에 포스트잇을 붙였던 이유는 이 구절 때문입니다.

너는 아직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같은 가격이면 그 염색료만큼 천이 나쁜 치마이기 십상이다.

이 부분을 읽고 잠시 벙찐 얼굴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신선한 충격을 주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충격은 '아 이런 생각을 왜 여태 하지 못했던가'이라면 요즘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입니다.

두 번째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쪽은 책장을 휘리릭 넘겨(알고보니 세장이군요 쳇) 93쪽입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엽서인데, 제가 배워왔던 해석과는 또 다른 신선한 해석이었습니다. 보통 이 경구는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데서 천하를 평정하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서신에서는 이 금언을 이렇게 번역합니다. 자기 자신을 가다듬는 것과, 가족을 안정케 하는 것, 나라를 다스리는 것, 그리고 천하를 평안케 하는 것 모두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라는 것입니다. 제가 없는 수신은 이기주의[각주:3], 치국 없는 제가는 계급간의 불화[각주:4], 평천하 없는 치국은 침략전쟁에[각주:5]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105페이지에도 포스트잇이 붙어 있네요. 버림과 키움이라는 제목의 서신입니다. 예전에 이 글을 읽고 그 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글을 하나 쓴 적이 있는데, 지금 보아도 그때 그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책상 정리를 한 지 두어달 되가는 듯 한데, 다시 날 한번 잡아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어차피 기숙사에서 이사하면서 한번 정도 버릴 것은 버리고 가져갈 것은 가져가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뭐 굳이 이런 다양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 책은 저에게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준 책입니다. 블로그 초기에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경어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요(더불어 지금은 구어체를 주로 사용하고 있군요 으음..). 처음 경어체를 사용해야겠다고 느끼게 된 데에는 이 책의 역할이 좀 컸다고 기억합니다. 더불어 처음으로 경어체를 사용한 포스트도 이 책과 관련이 있는 포스트이구요(생각해 보니 이 포스트는 일부러 편지 형식으로 썼던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뒤로 갈수록 ~이다, ~했다와 같은 일상적인 어투는 점차 사라지고 높임말이 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그건 아무래도 받는이가 갈수록 부모님이나 계수님, 형수님과 같이 높임말을 아니 쓸 수 없는 대상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 제일 크겠지만[각주:6], 벽으로 둘러쌓인 세월동안 말의 모난 부분이 점차 닳아 둥글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셨겠지요. 그래도 한번 정도는 책장 구석에서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책을 꺼내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덧. 이 책에 있는 많은 편지들을 스캔한 그대로 인쇄하여 펴낸 책이 있더군요. 좀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입니다. 비록 책에 가끔씩 보이는 편지의 손글씨는 잘 못 읽겠지만 말이지요 -_-(한문은 더더욱...)

신영복의 엽서
신영복 지음/돌베개
  1. 대한민국사 4권에서는 이런 일화가 있네요. 정향 선생님이 교도소에 새로 생긴 서도반에 글씨 지도를 해 주러 오셨다가 신영복 교수님(당시에는 죄수였지요 ^^;)을 만나고는 '아, 이분들은 귀양 온 사람들이구나'하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징역살이라고 쓰고 귀양살이라고 읽으니 느낌이 색다르네요 ^^ - 한홍구, 『대한민국사』 4권, 한겨레출판, 2008, p208 [본문으로]
  2. 사랑에 관한 글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글은 같은 책의 350쪽에 있는 구절입니다. 사실 사랑이라기보다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말이지요. 어느 한 시나리오에서 기억나는 구절을 적어 본다고 되어 있는데, '내가 그와 같이 있으면 더욱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싶을 때 한번 쯤 곱씹어보아야 할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3. 꼭 가정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의미하는 제가는 이웃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
  4. 책에서는 '부옥(富屋)의 맹견(猛犬)과 그 높은 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꼭 이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부정부패와 연계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확실히 검은 돈은 치국 없는 제가 아니겠습니까. [본문으로]
  5.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생각납니다. 사실 전쟁이라고 하기도 그렇지요. 초딩과 최홍만의 싸움을 싸움이라고 부르기 뭣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본문으로]
  6. 조카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다 ~해야한다로 끝나더군요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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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물리학 - 8점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꿈꾸는과학 옮김/사이언스북스

오늘 책이 도착해서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한 한시간 정도 써서 돌파한 것 같네요. 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더니만, 이상하게 반 이상은 이미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나오는 이론도 반 정도는 과제를 한다면서 미약하게나마 공부했던 것들이고 말이지요. 아무래도 제 자신이 이런 쪽은 볼 수 있는대로 다 보아 두어서 나올만한 이야기들은 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일뿐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알라딘 리뷰 중에서는 '이 책이 대중을 위해 쉽게 쓰인 책이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접근했다가 당황했다는 글도 있더군요 ^^ 뭐 저야 큰 무리 없이 대부분 이해한 듯 하지만(하지만 허블과 관련해서 나오는 허수시간은 좀 애매하군요 -_- 허수인 시간은 어떻게 측정할까나? 허수에서 실수로 시간이 바뀌는 것도 고려해야하고...-_-) 그거야 제가 이 방면으로 공부하는 사람들 중 하나니 그렇고요..-_-

이 책에서는 물리학계에서 정설로 여겨지는 이론들과 함께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준정설과 이단설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여기서 이단설로 나오는 갖가지 가설들 중에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가설도 있지요. 예를 들어 빅뱅 이론과 대치대는 많은 가설들 중 하나에는 정상우주론이 있습니다.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원래 태초부터 이런 모습이었고 우주가 팽창하면서 물질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론이지요. 지구과학II를 공부하셨다면 아시겠네요 ^^

전반적으로 쉽게 쓰였습니다. 대중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은 난이한 책입니다. 스트링 코스모스 정도의 난이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주의 구조나 엘러건트 유니버스보다는 쉽고 가볍지만 말이지요. 책은 200페이지가 못 되니 정말 가볍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 읽은 책들과 대비되는 부분이라면 역시 인물들에 대한 평가 부분입니다. 다른 교양서의 경우 대부분 이론 소개에도 벅차 보이던데(말은 쉽게 쉽게 하는데 엄청나게 길지요 -_-) 이 책에서는 이론 소개만큼이나 물리학사에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뒷이야기나 인품에 대한 평가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의 길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는군요. 학문만 하고 살 줄 알았는데 개인적으로 우러러보던 교수님이 각종 연구 압박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서는 교수의 길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널리스트(?) 쪽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요. 저도 얼핏하다간 이 길로 빠질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리라는 학문 자체는 정말 매력적이지만, 그걸로 먹고 살 정도로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각주:1]...-_- 뭐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만 말이지요.

가끔씩 간단하게 특이한 이론을 찾고 싶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네요. 아니면 (물리)문제의 답이 도저히 보이지 않아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푸앙카레는 이를 부화incubation 단계라고 불렀다지요) 읽으면 딱인 책입니다.
  1. 더군다나 교수 잘하려면 정치적 능력이 상당히 요구된다는데 전 그런 것이랑은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요 -_-;;;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단테 신곡 강의단테 신곡 강의 - 10점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안티쿠스

http://dexterstory.tistory.com2008-12-30T05:52:360.31010
신곡. 많은 사람들이 들어는 보았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은 거의 없다는 고전 중 하나. 그 신곡에 대한 특별강의를 모아 놓은 책입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대다수의 문학작품들은 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고전문학이 글자가 없던 시대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구전문학이어서 일정한 음율(리듬이 있으면 외우기 쉽지요)을[각주:1] 가지고 있었던 이유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상류층의 풍류라고 한다면 소설보다는 시가 선호되었던 분위기도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만 보아도 한시를 지었지[각주:2] 한문소설을 짓는 경우는 거의 없었잖아요. 그나마 있는 소설들도 한시가 등장한 뒤 한참 뒤에서야 등장하였지요. 물론 예상하셨겠지만, 신곡도 시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곡은 시입니다. 총 세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옥편 34곡, 연옥편 33곡, 천국편 33곡으로 총 100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옥편의 첫 곡을 인트로로 본다면(머리말처럼 말이지요) 각 편마다 33곡을 배치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수학적인 구성을 보아도 특이하다 할 수 있지요. 신곡의 전체적인 내용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단테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지옥에서 시작하여 연옥, 천국을 두루 돌아본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옥, 천국과 같은 사후세계가 나오는 것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단테 신곡은 중요한 기독교문학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제 책에 대해서 소개할 차례이군요 ^^;; 책은 단테 신곡에 대한 일종의 해설서입니다. 자습서와 비슷한 느낌이지요.[각주:3] 신곡의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신곡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에 대한 강의를 모은 책입니다. 강의하는 사람이 단테 전공자가 아니라는 것도 하나의 큰 특징입니다. 이런 특징이 신곡을 기존의 틀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각주:4]

또, 이 책의 다른 특징은 일반적으로 신곡에 대해서 배운다고 하면 첫 줄부터 읽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것이 아니라 신곡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 즉 서사시의 역사라던가 기독교사상에 대한 강의로 시작합니다. 이런 특징은 신곡에 대한 또 다른 깊이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해 주는 구성입니다.

신곡을 굳이 읽지 않았더라도 도전해볼 만한 책입니다. 생각해볼 거리를 많이 던져주어서 좋더군요 ^^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순수학문이 일본을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슬픈 생각도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서야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1.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기억술 중 하나가 일정한 리듬을 부여하는 방법이라지요?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이처럼 구전으로 전해오는 시가 거의 변화가 없더라는 어느 한 노학자의 연구 결과였습니다.(p 28) [본문으로]
  2. 당시 과거시험은 한시를 짓는 것이었지요 -_-;; 그러면 이미 말 다 했군요 [본문으로]
  3. 중학교 시절이 기억나는군요... 쿨럭;;; [본문으로]
  4. 책 중간중간에서 신곡에 달린 주석들을 설명하는데, 그 주석들을 따라가지 않고 주석들을 참고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Inuit님이 올해 읽었던 책 베스트 5를 선정하셨더군요 ^^;; 생각해 보니까 책을 안 읽은 것은 아니고 많은 책을 1,2월에 읽어서 기억이 안 났던 것 같습니다.

순위는 무작위추첨입니다 -_-ㅋ



1. 천재를 이긴 천재들 시리즈


천재를 이긴 천재들
이종호 지음/글항아리

천재를 이긴 천재들
이종호 지음/글항아리

1, 2권 나뉘어서 출판되었습니다. 좀 길어요. 나중에 서평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 책은 읽은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제대로 된 서평을 쓸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사실 하는 말은 단 한가지, '세상을 비틀어 봐라 그리하면 천재가 될 것이다' 이거지만 어디 비틀어 보기가 쉽습니까. 뭐 전 오늘도 어떻게 하면 세상을 비틀어 볼 수 있을까 궁리만 합니다.



2. 단테 『신곡』 강의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안티쿠스

단테의 신곡은 어디서 삘이 꽃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이 읽고 싶었던 책 중 하나입니다.(그 지옥 관련된 내용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많이 듣기도 했구요. 물론 기독교문학이기는 하지만 그건 모태신앙인 저에게 문제될 만한 내용은 아니지요.(읽으시려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이 책은 사실 신곡의 해설서에 가깝습니다. 자습서처럼 느껴진달까요? 그래도 정말 읽기 쉽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신곡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총 15 강의를 모아 놓은 것인데, 강의를 읽다 보면 잠깐 덮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잠깐 덮고 자러 가기도 하지요 ^^;;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는 책입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마지막 강의가 남아있군요) 베스트 선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3.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시대의창

촘스키 교수의 책이네요. 상당히 늦게 읽은 편이지요 ^^;; 갑자기 반정부적인(?) 성향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데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서평 링크 정도로 책에 대한 소개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놈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4. 군중심리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성균 옮김/이레미디어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되겠습니다. 촛불 이후에 읽어서 그런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네요. 백여 년이 지난 책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정확하더군요. 역시 고전은 고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사회심리학이 시작되게 된 기반을 마련한 책이라고들 하더군요. 예전에 서평을 써 둔 것이 있으니 연결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귀스타브 르 봉, 군중심리



5. 나쁜 사마리아인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

전 사실 이 책을 국방부가 추천해주기 전에 읽어서...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좀 자세히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들어서 구입했던 책이라고 기억합니다. 아니면 그냥 단순히 책 표지들을 스윽 훑다가 갑자기 눈에 띄어서 발견한 것일지도...-_-;;
제일 기억나는 부분은 이것이군요.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결코 친하지 않다.' 자본주의는 지폐 한 장당 표가 주어지는 제도이고 민주주의는 사람 한 명당 표가 주어지는 제도인데 양립이 가능하냐는 그런 부분이었지요.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집으로 귀양보낸 책을 돌려받으면 서평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 위에 적은 것 말고도 무소유도 읽었고, 프로그래밍 유니버스도 있을 테구요(사실 이 책은 작년이랑 올해 겹치는 기간 동안에 읽었던 거라 제외했습...-_-;;), 또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책들이 있을 겁니다(아마도;;). 아, 끌림이랑 대한민국사 4권을 빼먹었군요;; 뭐 어찌되었든간에 제 도서성향을 보면 문학, 특히 소설쪽은 매우 취약하네요. 이런 이런, 그렇지 않아도 감성이 상당히 메말라 있다고 (자체적으로) 진단받았는데 문제가 있겠군요. 내년엔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네요 ^^;;
Posted by 덱스터
프로그래밍 유니버스프로그래밍 유니버스 - 10점
세스 로이드 지음, 오상철 옮김/지호

http://dexterstory.tistory.com2008-12-22T08:29:360.31010
Programming the Universe.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위 번역본의 역할이 상당히 컸습니다. 처음에 시작하기를 '태초에 비트(Bit)가 있었다'라면서 창세기를 패러디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깊었던 것이지요. 일단 제가 예~~전에 썼던(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할 때 썼던) 글을 옮겨보겠습니다.



뭐 위의 글을 읽으셨는지 안 읽으셨는지는 제가 알 바 아니지만(응?) 예전에 썼던 글로 날로 먹기는 그런지라 다시 한번 써 보겠습니다. 뉴턴 시대부터 우주는 하나의 기계장치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정교한 기어 하나 하나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한 칸 씩 전진해 나가는 그런 시계와 같은 기계장치로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세계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아름다운데, 식들은 너무나도 간단했던 것이지요. 이 세상은 몇 줄의 수식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합니다. 사람 하나에 대해서 자서전을 써도 책 한권이 얻어지는데 물리 법칙 몇 줄로 이런 복잡함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복잡함이 어디서 얻어진 것일까요?

리처드 도킨스는 그이 저서 『눈먼 시계공』에서 이런 복잡함을 조물주의 작품으로 설명하려는 자들을 비판하였습니다. 세스 로이드도 비슷한 주장을 합니다. 이런 다양성은 사람들이 세계를 '컴퓨터가 아닌 기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컴퓨터는 단순한 기계에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과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작은 차이가 정말로 작은 차이일까요? 지금 제 손목에 채워져 있는 손목시계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랩탑을 비교해 볼까요?(물론 가격에서부터 차이나기는 하지만 그건 고려하지 말자구요 ^^;;)

시계야말로 전형적인 기계입니다. 그 작동 원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정교하고, 또 보다 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투명한 유리 속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기어를 보면 드는 생각이 없으신가요? 그렇지만, 시계는 시계일 뿐입니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 복잡함이 만들어낸 최종적인 움직임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컴퓨터를 봅시다. 이 녀석은 훨씬 복잡합니다. 하지만 '정보'를 취급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서 그런지, 다룰 수 있는 범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동영상을 볼 수 있고, 저같이 가끔씩 나불대기를 즐길 수도 있구요, 또 즐거운 게임을 마구마구 할 수도 있습니다. 복잡함이 더욱 복잡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보의 성격을 보아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원래 기계장치에서는 처음에 시작할 때의 작은 변화가 후반에 커다란 변화가 되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시계가 1초 전부터 시작하든 1초 후부터 시작하든 끝까지 가면 결국 1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요. 하지만 정보라면 그 결과는 어떨까요? 이 경우엔 카오스계에서처럼 예측하기 어려워 집니다. 왜냐하면 정보는 자기 자신에 피드백을 걸고, 그 피드백에 의해 또 새로운 값이 되어버리고 그러거든요. 조그만 차이가 커다란 차이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기계보다는 컴퓨터의 모델이 이런 카오스적인 부분을 더 잘 설명해 주니까, 우리의 세계에 대한 인식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컴퓨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사실 요즘 물리학 교양서적들은 대세인 '초끈이론'에 중심이 맞추어 져 있습니다. 그것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물론 13차원(?)의 매력을 제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 집중되어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양자컴퓨팅 쪽의 전문가인 세스 로이드 교수가 쓴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원래 읽었던 책은 위의 책입니다. 참고해 두시라구요 ^^;;
Posted by 덱스터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 8점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시대의창
요즘 한나라당의 일명 '언론장악 7대 악법'에 관련된 일들이 좀 많더군요. 전 사실 표현의 자유가 제일 우선시되어야 하고 이를 제한하는 것은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분야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지금 있는 일명 명예훼손법이니 실명확인제니 하는 모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있는 법률'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려면 기초교육기관에서 윤리교육과 인성교육이 충분해야 한다고 봅니다만, 이건 이미 안드로메다 이야기가 되어버리는군요. 괜히 초딩이란 단어가 있는게 아닙니다.

잡설은 여기서 그만두고, 이번엔 이 책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지식채널 e의 한 영상이 생각나는군요. 침묵의 나선 이론이었던가? 아, 찾아보니 '1.3cm의 권력'이라고 해서 투표와 관련된 동영상이었군요. 과연 당신의 생각이 '온전한 당신의 생각인가?' 하고 묻는 영상입니다. 영상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답은 '아니오'라고 하는군요.

프롤로그와 첫 두 챕터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잡담입니다. 예전에 촘스키 교수가 홀로코스트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반유대적 사상을 가진 포리송 교수의 책 서문을 써준 일이 있었는데(사실 써준 것이 아니라 자기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알아서 쓰라고 보냈더니 프롤로그로 사용해 버린 것이라고 하는군요) 그것은 자신이 반유대주의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해 주어야 하기에 그렇게 썼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이제 세 번째 챕터부터 본 내용이 시작됩니다.

이 책에서 교수는 주장합니다. 대기업과 정부는 서로 동맹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언론과 지식인은 이 카르텔을 방어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이죠. 그냥 쉽게 말해서 '대기업이 정부와 언론과 지식인을 매수해 버렸다'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사실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대기업이 언론에 진출하는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들은 내용이라 확신하지는 못하겠군요.) 때문에 많은 문제가 있는 듯 하더군요. 사실 미군이 공습하는 장면을 어쩌다가 잡힌 생중계처럼 내보내기 위해 미리 기자들에게 연락해 두었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사람 목숨을 갖고도 이런 코메디를 할 수 있구나 싶더이다. 뭐 어쩌겠습니까. 우리나라 정부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요.

이 책에서 놈 촘스키 교수는 이 말을 하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스스로 똑똑해져라.' 촘스키 교수는 책에서 대중은 답을 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예시로 그 유명한 베트남 전쟁을 제시합니다. 사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았지만(70% 정도 되었다고 하네요. p168), 매스미디어에서는 찬성하는 논조의 방송을 내보내거나 이에 대해 다루지 않음으로서 대중에게 암묵적으로 동의하도록 하는 수법을 쓴다고 했습니다. 언론장악 7대 악법 간담회에서 들은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군요. '언론이 여론을 다루는 방법은 연필을 펜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연필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책에서도 위와 같은 많은 국민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내용은 한 번만 다루고 만다는 식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것입니다. 방송이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입력에 비해 출력이 적은 시사와 관련된 내용들은 줄어버리고 예능 관련 부분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디였는지는 찾아보았는데 못 찾겠더군요 -_-;; 언론의 민영화에 대한 말이 많은데, 왜 일부 언론은 국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큰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Devil's Advocate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영화된 언론은 이런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http://dexterstory.tistory.com2008-12-23T17:11:360.3810

ps. 아무리 찾아보아도 언론과 예능 부분에 대한 것은 못찾겠네요 -_- 다른데서 들은 것을 잘못 기억한 것 같습니다. 이걸 귀인의 오류라고 하던가요? -_-;; - 08/12/24 20:50
Posted by 덱스터
요즘 buckshot님이 Read&Lead에서 알고리즘 포스팅을 하시고 계십니다. 전 물론 이보다는 좀 더 나아가서 인간 자체가 '특정 알고리즘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 기계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자세한 것은 다음에 다루어 보아야겠네요.

이런 제 관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을 보면 참 다양한 법칙이 있습니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이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가끔 발견하게 되는데, 그러면 그처럼 놀라는 경우도 없지요. 이 책도 그런 부분에서 놀라게 되더군요.

군중심리 - 8점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성균 옮김/이레미디어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입니다. 예전에 대학국어 서평과제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쓴 적이 있는데, 잠깐 공개해 볼까요?(사실 그리 잘 쓴 서평은 아닙니다만...-_-) 상당히 기니까 열기 전에 잠깐 생각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좀 울화통이 터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볍신같이 책을 쓸 수 있는거지?' 위의 서평에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이분 민주주의를 엄청 싫어하십니다. 근데 그것도 결국은 자기가 말한 '어떤 지식인이라도 시대적인 군중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민주주의는 아니다' 라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하는군요. 주성영 의원님이 좋아하시는 '천민민주주의'적 관점이 대세였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상당히 정확합니다. 저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더군요. 지난 촛불 때,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게 다 이 책 덕분인 듯 합니다. 역시 이 책의 의의는 '민주주의 때려치자'가 아닌 '민주주의가 놓칠 수 있는 사각지대를 바라보자'가 되겠군요. 권력자에게 휘둘리기 싫으시면 한번 쯤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읽다 보면 조금은 인간에 대한 회의가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런 반응에 대해 전 이렇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러시아의 단편 작가이자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하는군요(물론 전 TED에서 보았지만, 인터넷에는 전혀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은 그가 어떠한지 알게 되면 진보한다.
(Man will become better when you show him what he is like)
Posted by 덱스터
엔트로피엔트로피 - 8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세종연구원
야심한 밤, 잠도 안오고 해서 어제 MT에서 돌아오면서 얼핏 이야기가 나왔던 한 책에 대해서 말해 보려고 합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되겠습니다.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다가 마지막으로 읽은 지 1년 가까이 되었군요.

엔트로피(entropy)는 엔탈피(enthalpy - 맞는지는 모르겠군요)와 같은 어원을 공유하는 단어로, 어원은 '열'을 뜻하는 엔탈피엔(enthalpien - 아마도 맞을 겁니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한문으로 번역하면 '무질서도', 즉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냅니다. 여기서 물리학에서 무엇을 질서있고 무엇을 질서없다고 하는지 알아두어야 할 것 같네요. 물리학에서 질서있다는 말은 원하는 상태로 가는 방법이 적음을 이야기합니다. 무질서하다는 것은 이와 반대되는 것이니 가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뜻이 되겠지요. 트럼프 카드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합이 3이 되는 두 장의 카드 조합이 A와 2를 합친 하나밖에 없는 반면 합이 11이 되는 두 장의 카드 조합은 A-10, 2-9, 3-8 ... 등 5개의 조합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방법으로밖에 도착할 수 없는 조건인 '합이 3이 되는 카드의 조합'은 '합이 21이 되는 카드의 조합'보다 질서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법칙에서 시작합니다. 열역학 제 2법칙이라고 불리는 '엔트로피 증가 법칙'입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법칙이지요. 이 법칙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법칙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다른 물리법칙은 시간이 역으로 흘러도 변하지 않지만 이 법칙만은 예외이지요), 여기서는 그런 논의보다는 '항상 증가하는 것이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 '항상 증가하는 것'은 더 이상 쓸 수 없는 버려지는 것이라는 것에도 말이지요. 이렇게 버려지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도 더 이상 쓸 수 없고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것이라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에 대해 절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최대한 적게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은 다음의 당분간동안 식사를 줄여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부터 쓸데 없이 소모하는 열량을 줄이자가 목적이었던가 그렇게 기억하는데, 요즘은 그냥 먹기 귀찮아서 가끔 굶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이 제 사고방식에 그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매우 딱딱한 책이긴 한데, 이런 종류의 책이 재미있으신 분들은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네요. 한 200대 후반까지는 그럭저럭 읽을 만 합니다만, 이후가 좀 지루했습니다. 284페이지쯤부터 흥미를 약간 잃었던 기억이 나네요.

목차를 보니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엔트로피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누적된 사회는 붕괴한다'는 부분과 '컴퓨터의 예를 들어 엔트로피가 감소했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지금 시대에 만들어진 컴퓨터들이 만들어내는 엔트로피를 총합하면 에니악이 만들어냈던 엔트로피를 상회한다'는 부분입니다. 황금의 시대에서 시작해서 철의 새대로 내려오면서 인간이 불행해졌다는 부분도 인상깊게 읽었는데, 생각해 보니 어른들은 항상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ㅉㅉㅉ'이러더군요.

이 책에 불만이라면 역시 물리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런가 엔트로피의 개념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그 엔트로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속도'에 오히려 가까운 감이 있더군요.
http://dexterstory.tistory.com2008-12-20T20:53:100.3810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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