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9. 06:55 Physics/Special
시간을 찾아서
트위터에서 시간에 대한 질문이 들어와서 예전에 작성해둔 타래를 발굴했다가 트위터에 놔둘게 아니라 블로그에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트윗 타래를 백업하는 포스트. 포스트의 제목은 고전부 시리즈 1권의 영문 제목(The niece of time)을 In pursuit of time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제목이 적당하다고 생각되어 발탁했다. 제목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실제로 포스트를 쓰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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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무엇일까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Spoiler alert: 전 이번에도 답을 모릅니다.) https://t.co/OgL1JD6voK pic.twitter.com/Vk98UYvUeN
제게 <환단고기>를 읽게 했던(...) 한 교양과목에서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 실린 '현재'와 관련된 구절을 인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면도날처럼 얇게 끼인 현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물론 저는 <고백록>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구절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여튼, 시간이란 무엇일까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현대인들은 시간이란 개념을 숨쉬듯 언급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결코 '시간'이란 개념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을테니까요. 해가 뜨고 지면서 생겨나는 '시'만 있었겠죠.
우리가 시간을 공간처럼 측정하고 분할하고 계획하여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로 여기게 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죠. pic.twitter.com/7EW0PUDB6b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현재의 '시간'이란 개념이 만들어지는데는 정확하고 정교한 시계의 등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공간을 계획하기 위해 필요한 '자'는 고대부터 '한 뼘'과 같은 형태로 존재했지만 시간을 계획하기 위해 필요한 '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그리고 시계의 원래 목적은 '시'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위치 즉 경도를 정확하게 재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문제였고, 일반적으로 택한 해법인 별자리의 위치로 경도를 역산하는 방법은 정확한 현재시각을 필요로 했죠.https://t.co/ltdrIB3B4Z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시'가 아니라 '시간'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국제표준은 '1초'를 세슘-133원자 복사선의 주기의 적당한 배수로 정의하지만 '정오'를 정의하지는 않죠. '시'를 보편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네, 이번 타래의 주제는 상대론입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4, 2021
출근을 위해서는 자야 하니 여기서 일시정지. pic.twitter.com/oDej3FzqdN
측정은 서로 다른 두 대상이 언제 동등한지를 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서로 맞대었을 때 양 끝점이 일치하면 같은 길이를 가졌다고 하고, 양팔저울이 균형을 이룰 때 양 팔에 단 각 물건은 같은 무게를 가졌다고 하죠. 그리고 같은 '시'를 가진 두 사건을 동시라고 합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그렇다면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이 질문은 상대론의 핵심을 꿰뚫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죠.
우리는 '동시에 일어난 사건들'이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질이 하나가 있죠. A란 사건과 B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고 B란 사건과 C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면, A란 사건과 C란 사건도 동시에 일어났어야 합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그리고 상대론에서는 이 조건을 만족하도록 '동시'를 결정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 그림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pic.twitter.com/guPBA5l2Ee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하지만 여기서 타래를 끊으면 너무 무성의하겠죠. 시대정신(?)에 편승해 '학계의 정설'을 무시하고 동시를 결정하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어떻게 시대정신(?)이 무너지는지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지요. pic.twitter.com/EqT8qoS7pD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동시'를 결정할 방법입니다. 우리는 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를 하나 알고 있죠. pic.twitter.com/LaeM5rNHBX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시계가 있다면 사건 A와 사건 B가 동시에 일어났는지 쉽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사건 A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본 앨리스가 시계를 확인하고 사건 B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한 밥이 시계를 보면 됩니다. 각자 읽은 시계의 시각이 같았다면 두 사건은 동시에 일어났겠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물론 여기에는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몇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앨리스와 밥은 시계를 바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한 환경에 있어야 한다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이야기할 수 있겠죠. pic.twitter.com/obW5A4dAAx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그 다음으로 필요한 조건은 앨리스와 밥의 시계가 정상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쫓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타래의 앞에서 언급한 '경도 문제'가 결과적으로 요구했던 해답이기도 하죠. 완전히 멈춘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지만, 그 맞는 시각에만 사건이 일어나는 요행을 바랄 수는 없으니까요. https://t.co/F4PehjsHTS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마지막으로 필요한 조건은 두 시계가 '같은 시각을 가리킬 것'입니다. 동기화라고도 하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그리고 상대론의 '일반적으로 동시를 결정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은 '일반적으로 시계들을 동기화하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서 유도됩니다.
고심해서(?) 선정한 짤이 올라가질 않는군요. 아쉬워라.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5, 2021
내일 아침 미팅을 대비해서 자야하니 어떻게 시계를 동기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어서 다루기로 하죠.
'동기화'의 문제를 이야기해볼까요. pic.twitter.com/Q0BmAOHY2K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동기화는 두 시계가 같은 시각을 가리키도록 보정하는 것을 말하죠. 요즘은 많은 휴대용 시계가 디지털로 바뀌어서 (기술이 좋아져서 전화도 된다면서요?) 보기 힘들어진 기계식 휴대용 시계에는 '용두'라는 부품이 있었고, 이 부품을 이용하여 시계를 동기화했죠. pic.twitter.com/KbpAntrP6h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동기화는 기준이 되는 시계에 대해 동기화시킬 시계의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그래서 바늘을 얼마나 돌릴건데?'입니다. 디지털이 시계라면 '숫자를 얼마나 바꿀건데?'가 되겠군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다르게 표현하자면, 기준이 되는 시계에 대해 동기화할 시계는 얼마나 빠른가/느린가를 결정하는 문제이지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기준시계와 동기화할 시계가 나란히 있다면 이 문제는 (시계를 읽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빠른지/느린지는 딱 보면 알잖아요? pic.twitter.com/jGAPpebT4B
문제는 두 시계가 바로 옆에 붙어 있지 않을 때입니다. 예전에도 간략하게 언급했었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이 문제는 맥스웰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정확하게 가는' 휴대용 시계만 주어지면 해결되는 문제였죠. https://t.co/c2iQ9pLCVw
먼저 휴대용 시계를 들고 기준시계가 있는 곳으로 간 뒤 휴대용 시계를 동기화하고, 동기화한 휴대용 시계를 들고 동기화할 시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동기화할 시계는 이미 동기화된 휴대용 시계와 동기화하면 동기화되길 원했던 두 시계는 동기화가 끝납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맥스웰이 한 일은 그 때까지 알려진 전기역학에 대한 사실을 망라하는 20개의 방정식을 적은 것 뿐이었습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숫자가 뭔가 이상하다고요? 여러분은 현대수학의 혜택을 누리고 계십니다. pic.twitter.com/M5mIOUFXhh
여튼, 이 방정식에서 유도되는 결론으로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1)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동, 즉 전자기파가 존재하며
2) 전자기파의 진공에서 속도는 상수로 주어지고
3) 그 숫자가 왠지 최근 측정된 빛의 속도와 비슷하다
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라디오 주파수로 익숙한 헤르츠가 전자기파의 실재를 증명하죠. pic.twitter.com/PsOsCZtkH0
전자기파가 존재하고 그 속도가 유한하다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파동인 음파만 해도 속도가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원하지 않았던 등산에 끌려가 산 정상에서 고함치고 돌아오는 메아리에 '그래도 보람찼어'라고 생각하는 건 흔한 경험이잖습니까?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문제가 되었던 것은, '그래서 그 속도는 누가 잰 속도인데?'였습니다. 소리의 속도는 그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인 공기에 대한 상대속도로 주어집니다. 제일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전자기파의 속도도 "공기"에 대한 상대속도 아닐까?'겠지요. 이 "공기"에는 에테르란 이름이 붙습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이 자연스러운(?) 결론을 바탕으로 '그렇다면 우리가 에테르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측정해보자!'라고 생각하는 물리학자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마이컬슨과 몰리였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그리고 이 사람들은 망한 실험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pic.twitter.com/bJ5n3RWqGt
시간이 늦었으니 여기서 잠시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휴식까지는 대학물리학이나 학부 수준 상대론에서 많은 교수님들이 다뤘을 상대적으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겠군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마이컬슨과 몰리의 '망한 실험'은 '빛의 속도가 계절과 밤낮에 따라 어떻게 (방향별로) 다른지 측정해보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에테르를 기준으로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과 일치하는 방향의 빛의 속도는 반대 방향의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측정될거라 예상한거죠.https://t.co/Iwoflwi2YU pic.twitter.com/f362xwRdwT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빛의 속도는 어머어마하게 빠르기 때문에 빛의 속도의 작은 변화를 측정하려면 특별한 실험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를 (마이컬슨) 간섭계라고 합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아마 여러분 모두 이 실험장치를 쓰는 유명한 실험을 하나 알고 계실거예요. 2017년 노벨상은 LIGO 중력파 검출기에게 갔죠. pic.twitter.com/njIvf1AV62
전자기파는 파동이기 때문에 물결파처럼 서로 겹쳐지며 일시적으로 강도가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를 간섭이라고 하고, 간섭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빛의 무늬를 간섭무늬라고 합니다. 두 실험은 모두 간섭계 안에서 만들어진 빛의 간섭무늬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관측합니다. pic.twitter.com/nOlc6WzGsE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물론 두 실험에서 관찰하는 동일한 현상인 '간섭무늬의 이동'은 완전히 다른 함의를 갖는다고 해석됩니다. 마이컬슨과 몰리는 이 현상을 '빛의 속도가 변해 빛이 느끼는 간섭계의 길이가 변하는 것'으로 해석했다면, LIGO에서는 '중력파의 효과로 간섭계의 실제 길이가 변하는 것'으로 해석하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아무리 과학이라고 해도 사람 눈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법이랄까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다시 마이컬슨과 몰리의 망한 실험으로 돌아와서, 마이컬슨과 몰리는 매우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에서 결과적으로 방향과 계절, 시간에 따른 빛의 속도 차이를 (실험오차를 벗어나는 수준에서) 관측하는데 실패합니다. 우리가 에테르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었다는 의미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마이컬슨과 몰리는 실험을 지하실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망했다고 판단하고 새 실험을 기획합니다. 지하실을 둘러싼 땅이 에테르를 가두는 용기의 역할을 해서 빛의 속도 변화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생각한거죠. 잘 밀폐된 차 속에서는 차가 아무리 빠르게 이동해도 바람을 느끼지 못하는 원리랄까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고(?), 물리학계는 에테르에 대한 상대속도를 다시 측정하기보다는 에테르에 대한 상대속도를 왜 측정할 수 없는가를 설명하는 시도가 더 의미있다고 선회하게 됩니다. '움직이는 방향으로 길이가 줄어든다'는 가설은 이 맥락에서 등장하죠.https://t.co/ENxAgJM0dU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딱히 계획대로 타래를 쓰고 있지 않다 보니 평범한 상대론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군요. 다시 원래의 문제로 돌아와서 '왜 에테르에 대한 상대속도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시계를 동기화하는데 방해가 되는가'를 이야기해봅시다. 일단 밀린 집안일 좀 하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6, 2021
잊혀진 타래가 되기 전 타래를 되살려봅시다... pic.twitter.com/QjbkOrCYEv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에게 시계를 동기화하는 임무가 주어졌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옛 사람들이나 택했을 구식 방법으로 시계를 동기화해야 합니다. 대전에서 시계를 들고 포항까지, 자가용이 없으니 세시간은 잡아야겠군요. https://t.co/Ohx0TVSY4S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여기까지는 평범한 느낌이니 이야기를 조금 비틀어 봅시다: 당신에게 돈을 주는 상사는 통제만능주의자입니다. 5분마다 전화로 동기화를 위해 들고 가는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을 보고하라는군요. 통장에 토끼 같은 카드빚이 기다리고 있는 당신은 돈을 받아야 하는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pic.twitter.com/lfl1sXE9Xf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대전에서 시계를 정확하게 맞춘 뒤 출발한 당신은 들고 가는 시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들고 가는 시계가 출발한지 정확히 5분이 지났을 때 상사에게 전화를 겁니다. 하지만 연결음도 없이 연결된 전화 건너편에서는 느닷없이 상사의 고함소리가 날아오는군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귀가 다치지 않게 수화기에서 약간 떨어져 고함소리를 듣고 있자니 왜 이렇게 늦었냐고 화내고 있습니다. 저 [검열됨]같은 성격을 알고 분명히 정확히 5분이 지나자마자 전화를 걸었을텐데 말이죠.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데는 가끔씩 듣곤 하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대한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좀 더 원초적(?)인 것으로는 모기약 뿌리는 트럭이... 아 이건 요즘 없나? pic.twitter.com/WauaIRmqma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여튼, 구급차가 가까워질 때 사이렌 소리는 더 짧은 간격으로 들려오고 구급차가 멀어질 때 사이렌 소리는 더 긴 간격으로 들려옵니다. 이를 도플러 효과라고 하죠. 이건 유한한 속도를 갖는 음파가 가야 할 거리를 음원이 일부 대신 움직여줘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다시 원래 시계 문제로 돌아오면, 5분마다 전화로 보고하라던 통제광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죠. 당신은 정확히 5분 뒤에 전화를 걸었지만 당신이 상사로부터 멀어지면서 전파가 갈 거리가 늘어나서 5분보다 살짝 늦게 도착해버린 겁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그리고 전파 (혹은 빛) 또한 도플러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우리가 에테르에 대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측정할 수 없다(그래서 '모든' 관성계는 전혀 구분될 수 없다)는 사실과 조합될 경우 다음 결론을 암시하게 됩니다. "서로에 대해 움직이는 정확한 시계는 동기화될 수 없다." https://t.co/yOelzfq7h3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그래서 처음에 생각했던 '그냥 시계를 들고 가서 맞추면 되는 것 아냐?'는 멀리 떨어진 두 시계를 동기화하는데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죠. 아까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잖아요? 미련하게 시계를 들고 갈 것이 아니라 전화를 걸어서 시각을 물어보면 됩니다.
여러분의 컴퓨터가 시계를 맞추는 방법이죠. 물론 전화가 가능한 트위터머신도 같은 방법을 씁니다. pic.twitter.com/9nvNqQgTff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자신이 들고 있는 시계 A(편의상 모든 시계는 정확하게 간다고 합시다)를 먼 곳에 떨어진 다른 시계 B와 동기화하는 과정은 대충 다음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1) 시계를 보고 A가 가리키는 시각을 기록합니다.
2) 전화를 걸어 시계 B가 가리키는 시각을 물어봅니다.
3) 답변을 받았을 때 시계 A가 가리키는 시각을 봅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4) 1과 3에서의 시각의 평균이 답변받우 시각과 일치하도록 시계 A의 눈금을 조정합니다.
아, 이 방법으로 동기화하려거든 전화가 가는 속도와 오는 속도는 같다고 가정해야겠죠.
물론 전화가 빛의 속도라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빛의 속도는 어느 방향으로나 같을테니까요. 마이컬슨과 몰리의 실험이 망한 이유기도 하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일단 출근 준비로 자야 하니 여기서 잠깐 쉬기로 하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9, 2021
다음 토픽은 학부 상대론에서 잘 안 짚고 넘어가는 주제가 될 것 같군요. pic.twitter.com/w52QdNO8MK
잊혀지기 전에 타래를 마무리해봅시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타래의 시작은 ‘시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페이크(...)였고 타래에서는 시간보다 본질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시’, 혹은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곳들에서 같은 시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정확히는 서로 다른 곳에 위치한 시계들을 일반적으로 동기화할 수 없다는 명제로 바꾸었죠. 하지만 정작 타래 안에서는 시계를 동기화하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시계를 직접 들고 이동하는 것이 정확하지 못하다면 빛을 이용해서 두 시계를 동기화하면 된다는 것이 타래의 끝이었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하지만 전 ‘세 시계’ 사이의 동기화에 대해 이야기했지 두 시계 사이의 동기화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죠. https://t.co/ctPpsq4nvz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그리고 일반적인 N개의 시계를 동기화할 수 없는 이유는 푸코의 진자에 숨어 있습니다. pic.twitter.com/WVqz2LIF2l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아, 이쪽의 푸코의 진자 이야기입니다. pic.twitter.com/fp5Jgu9W48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하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는 사람인지라 꽤 오래 이 계정을 보셨다면 이쯤에서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아실지도 모르겠군요. 에렌페스트 역설(Eherenfest paradox)입니다. https://t.co/o8T6tZHcYV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Ehrenfest군요. 이렇게 사람 이름 철자를 자주 헛갈리면 안되는데 =_=;;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여튼,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래프를 그리는 법을 조금 익혀야 합니다. x축에 공간상의 위치를, y축에 시간상의 위치를 놓고 시공간상을 표현하는 방식이죠. 그림에서는 오렌지색의 직각으로 만나는 축으로 표현되었군요. pic.twitter.com/Li5XvTFtjq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둘 사이의 단위를 잘 잡으면 광속으로 움직이는 빛의 궤적을 45도 선을 따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의 붉은 선에 해당하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위쪽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뻗은 화살표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다른 관찰자의 궤적입니다. ct’으로 표기되어 있군요. 오른쪽에서 약간 위쪽으로 비스듬하게 뻗은 화살표는 이 관찰자가 일정한 광속을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축입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공간축이 왜 저렇게 굽어져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다른 방법으로 원점을 잡은 뒤 '원점을 지나기 t초 전 쏜 빛을 원점을 지난 t초 후 받으려면 어디서 빛이 반사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방법이 있습니다. 반사되었을 때의 시각은 원점과 같은 시각이어야 하고, 그림상에서 빛은 45도로만 움직이죠. pic.twitter.com/xbNSHPmGiq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3, 2021
이 그림에서 얻어갈 교훈은 '관찰자가 움직일 경우 '같은 시각'을 나타내는 축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들어올려진다"'는 것입니다. 위 그림에서는 +x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의 '동시'를 나타내는 선이 오른쪽(+x방향)으로 갈수록 '미래(+y방향)으로 들리는 모습을 확인했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4, 2021
자, 그래서 푸코의 진자가 무슨 소용인가? 푸코의 진자는 우리에게 한가지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죠. pic.twitter.com/lQAbqrsmBI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4, 2021
갈릴레오의 '지구는 돈다'와는 좀 다른 '지구는 돈다'를 다루고 있지만, 어쨌든 지구는 돌고 있습니다. 이를 지구의 자전이라고 합니다. pic.twitter.com/meXdfhMJI0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4, 2021
여튼, 이렇게 원운동을 하는 여러개의 시계 사이에 앞선 그림에서 본 '같은 시각'에 해당하는 선을 그려보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과는 원통의 겉을 감싼 나선과 같은 모양이 나오게 되죠. pic.twitter.com/LknECSvnYH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4, 2021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며 온 세상 어린이의 시계를 동기화하고 왔더니 같이 여행했던 시계는 출발하기 전에 놔두고 온 시계와 완전히 다른 시간을 가리키게 되는 셈입니다. 생물학에서 이야기하는 고리종(ring species)이 비슷하다면 비슷한 사례겠군요. pic.twitter.com/mMnWAu6WIu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4, 2021
그러므로 '시간'이란 어떻게 보면 미소만 남은 체셔캣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출발점이 되었던 '시'란 몸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한 시계의 초침이 얼마나 돌았나를 나타내는 '시간'만은 남아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죠.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4, 2021
참, 그리고 이 타래에서 이야기한 '동시 결정의 불가능성'은 적어도 지구상에서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숫자를 넣어 계산해보면 지구 한 바퀴 돌며 시계를 동기화하고 돌아왔을 때의 시간 차이가 백만분의 1초도 안날거예요.
— Dexter Kim (@AstralDexter) February 14, 2021
그러면 진실도 거짓도 아닌 정체불명의 타래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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