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y propaganda' bill proves divisive in Russia


러시아에서 게이 차별법안 초안이 통과되었다고. 법안 옹호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게이는 "일하지 않고, 게으르며, 수상한 예술 공연으로 수입을 얻"고 소아성애자로 취급하는 정치인들도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가정을 무너뜨린다가 주된 반대 논거인듯 싶다.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핫한(?) 유언비어가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푼다" 였다지?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책임을 물 대상을 물색하는 건 보편적인 현상이긴 하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1933년 나치 독일과 아우슈비츠이고, 먼 과거의 왕(제사장도 겸하던 시절-단군왕검이라는 이름이 그 시절을 반영한다.)이라는 존재도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견해도 있다. 큰 가뭄이 내리거나 큰 홍수에 많은 재산이 떠내려가면 하늘의 뜻을 거스른 책임을 제사장에게 물어 그의 피를 바쳤다고.


한편으로는 그 적대할 대상에 이상한 죄목까지 덧붙여지는 것을 보면 악마의 준전지전능함이 연상된다.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그런데 난 청소년을 위한 문학전집으로 심각하게 압축된 판본으로만 읽어본 것 같다)에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능력은 신에 한없이 다다르지 않던가. 물론 신과 대적해야 하는 악마가 신에 비해 너무 비실비실하면 그 약한 악마가 가장 큰 적인 신의 위엄이 살지 않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 한 대상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우고 자기의 책임은 회피하려는 동기도 분명 존재한다. 내 실수와 실패는 저 전지전능에 한없이 가까운 악마의 계략이라는 것. 음모론의 느낌이 들지만 중세의 마녀사냥과(진짜 별의 별 죄목이 다 나온다) 은나라의 주왕을 보면 (『논어』에도 은나라의 주왕의 죄목이 말이 안될 정도로 심하다는 구절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있었던 현상인 셈이다.


그리고 여태 들어온 예시들을 잘 보면 모두 사회가 혼란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어떤 사이트의 이상하리만큼 심한 적대감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겠지.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하나의 적을 만들어놓고 나면 사람들이 뭉치게 되며 (그것이 옳은 처방이든 그른 처방이든간에) 위기의 타개책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 "외부의 큰 불길이 꺼지면 내부의 작은 불길이 드러난다"와 비슷한 말이 나오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걸 뒤집으면 내부의 작은 불길을 가리려면 외부에 큰 불길을 내면 된다는 뜻. 영화 <왓치맨Watchmen>은 외계인의 침공을 구심점으로 삼아 인류평화를 이룬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난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있는거지?) 정확히 들어맞는 예시 아닌가. 참고로 우리의 반일감정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전'을 붙이니 무언가 생소하다...-.-;;)이 독도에 방문하며 일본에 대놓고 디스를 걸었을 때 지지율이 폭등했지 않던가.(군부독재 시절의 학생운동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양한 정치관으로 갈라선 사람들이 그 방증이다. 대표적으로 보수로 여겨지는 조갑제씨는 원래 좌빨 기자였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무언가라도 해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특성 때문에 모든 문명이 버릴 수 없는 성질(광기라고 하기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성질이라고 썼다. 하지만 미친 사람은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하니 광기라고 표현해야 하나?)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돌이켜보면 르 봉이 그렇게 군중심리를 깐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치던, 파쇼던, 매카시즘이던, 근본주의던 다 넓게 보면 군중심리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때 집단지성이 발휘된다는 뜻이겠지. 찾아보면 『대중의 지혜』라는 책에서 제임스 서로위키는 구성원 사이의 독립성을 집단지성의 조건으로 들고 있다.


그리고 잡담: 푸코의 『광기의 역사』나 한번 읽어볼까. 시간이 되련지는 모르겠다만.




2월 27일에 Facebook에 올린 글.


『광기의 역사』는 포기해야할듯...ㅠㅠ 너무 길다.

Posted by 덱스터
Inuit님이 올해 읽었던 책 베스트 5를 선정하셨더군요 ^^;; 생각해 보니까 책을 안 읽은 것은 아니고 많은 책을 1,2월에 읽어서 기억이 안 났던 것 같습니다.

순위는 무작위추첨입니다 -_-ㅋ



1. 천재를 이긴 천재들 시리즈


천재를 이긴 천재들
이종호 지음/글항아리

천재를 이긴 천재들
이종호 지음/글항아리

1, 2권 나뉘어서 출판되었습니다. 좀 길어요. 나중에 서평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 책은 읽은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제대로 된 서평을 쓸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사실 하는 말은 단 한가지, '세상을 비틀어 봐라 그리하면 천재가 될 것이다' 이거지만 어디 비틀어 보기가 쉽습니까. 뭐 전 오늘도 어떻게 하면 세상을 비틀어 볼 수 있을까 궁리만 합니다.



2. 단테 『신곡』 강의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안티쿠스

단테의 신곡은 어디서 삘이 꽃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이 읽고 싶었던 책 중 하나입니다.(그 지옥 관련된 내용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많이 듣기도 했구요. 물론 기독교문학이기는 하지만 그건 모태신앙인 저에게 문제될 만한 내용은 아니지요.(읽으시려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이 책은 사실 신곡의 해설서에 가깝습니다. 자습서처럼 느껴진달까요? 그래도 정말 읽기 쉽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신곡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총 15 강의를 모아 놓은 것인데, 강의를 읽다 보면 잠깐 덮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잠깐 덮고 자러 가기도 하지요 ^^;;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는 책입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마지막 강의가 남아있군요) 베스트 선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3.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미 말랭그레 그림, 드니 로베르 외 인터뷰 정리/시대의창

촘스키 교수의 책이네요. 상당히 늦게 읽은 편이지요 ^^;; 갑자기 반정부적인(?) 성향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데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서평 링크 정도로 책에 대한 소개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놈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4. 군중심리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성균 옮김/이레미디어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되겠습니다. 촛불 이후에 읽어서 그런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네요. 백여 년이 지난 책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정확하더군요. 역시 고전은 고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사회심리학이 시작되게 된 기반을 마련한 책이라고들 하더군요. 예전에 서평을 써 둔 것이 있으니 연결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귀스타브 르 봉, 군중심리



5. 나쁜 사마리아인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

전 사실 이 책을 국방부가 추천해주기 전에 읽어서...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좀 자세히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이 들어서 구입했던 책이라고 기억합니다. 아니면 그냥 단순히 책 표지들을 스윽 훑다가 갑자기 눈에 띄어서 발견한 것일지도...-_-;;
제일 기억나는 부분은 이것이군요.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결코 친하지 않다.' 자본주의는 지폐 한 장당 표가 주어지는 제도이고 민주주의는 사람 한 명당 표가 주어지는 제도인데 양립이 가능하냐는 그런 부분이었지요.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집으로 귀양보낸 책을 돌려받으면 서평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 위에 적은 것 말고도 무소유도 읽었고, 프로그래밍 유니버스도 있을 테구요(사실 이 책은 작년이랑 올해 겹치는 기간 동안에 읽었던 거라 제외했습...-_-;;), 또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책들이 있을 겁니다(아마도;;). 아, 끌림이랑 대한민국사 4권을 빼먹었군요;; 뭐 어찌되었든간에 제 도서성향을 보면 문학, 특히 소설쪽은 매우 취약하네요. 이런 이런, 그렇지 않아도 감성이 상당히 메말라 있다고 (자체적으로) 진단받았는데 문제가 있겠군요. 내년엔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네요 ^^;;
Posted by 덱스터
요즘 buckshot님이 Read&Lead에서 알고리즘 포스팅을 하시고 계십니다. 전 물론 이보다는 좀 더 나아가서 인간 자체가 '특정 알고리즘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는 기계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자세한 것은 다음에 다루어 보아야겠네요.

이런 제 관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을 보면 참 다양한 법칙이 있습니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이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가끔 발견하게 되는데, 그러면 그처럼 놀라는 경우도 없지요. 이 책도 그런 부분에서 놀라게 되더군요.

군중심리 - 8점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성균 옮김/이레미디어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입니다. 예전에 대학국어 서평과제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쓴 적이 있는데, 잠깐 공개해 볼까요?(사실 그리 잘 쓴 서평은 아닙니다만...-_-) 상당히 기니까 열기 전에 잠깐 생각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좀 울화통이 터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볍신같이 책을 쓸 수 있는거지?' 위의 서평에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이분 민주주의를 엄청 싫어하십니다. 근데 그것도 결국은 자기가 말한 '어떤 지식인이라도 시대적인 군중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민주주의는 아니다' 라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하는군요. 주성영 의원님이 좋아하시는 '천민민주주의'적 관점이 대세였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상당히 정확합니다. 저도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더군요. 지난 촛불 때,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게 다 이 책 덕분인 듯 합니다. 역시 이 책의 의의는 '민주주의 때려치자'가 아닌 '민주주의가 놓칠 수 있는 사각지대를 바라보자'가 되겠군요. 권력자에게 휘둘리기 싫으시면 한번 쯤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읽다 보면 조금은 인간에 대한 회의가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런 반응에 대해 전 이렇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러시아의 단편 작가이자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하는군요(물론 전 TED에서 보았지만, 인터넷에는 전혀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은 그가 어떠한지 알게 되면 진보한다.
(Man will become better when you show him what he is like)
Posted by 덱스터
뉴시스에서 두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싸이월드에서 조회수 높은 기사에 둘 다 들어갔더군요.

美대학생, 웹카메라 통해 자살장면 '생중계'…美사회 충격
美 10대, 자신의 자살장면 웹카메라로 인터넷에 생중계

두 기사는 같은 사건을 말하는 듯 한데, 저에겐 하나의 사건이 떠오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너무나도 비슷한 사건이니까요. 1964년 3월 13일 새벽 3시경에 일어난 살인사건입니다. 심리학 쪽으로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제노비스 사건의 주 내용은 위키피디아의 Kitty Genovese 항목을 번역했음을 미리 공지합니다.)

1964년 3월 13일 오전 3시 15분 경, 캐서린 수잔 제노비스(Catherine Susan Genovese, 일반적으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고 알려져 있음)는 그녀가 살던 아파트의 문에서 30미터 즈음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이때 한 남자가 다가와 그녀의 등을 두번 찌릅니다. 비명이 차가운 공기중으로 퍼져나가고, 아파트의 불들이 들어옵니다. "그녀를 내버려 둬!(Leave that girl alone)" 한 이웃이 소리질렀고, 남자는 도망갔습니다. 이웃집의 불들이 다시 나가고, 제노비스는 다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약 10분 뒤,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자, 남자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건물의 뒷쪽에 쓰러저 있는 그녀를 발견한 남자는, 그녀를 다시 공격했습니다. 약 30분 간 총 3번의 공격이 있었으며, 제노비스는 병원으로 실려가는 도중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이 주목받았던 이유는(이 사건은 나중에 타임지에서 '도시가 가져온 비인간화'라는 주제로 크게 다루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사건을 보고 있었던 목격자가 38명에나 이르기 때문입니다.(실제 목격자는 그에는 못 미치는 10여명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만, 확실히 많은 숫자의 목격자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왜 목격자들은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심리학자들은 두가지 이유를 들어서 설명하였습니다. '책임의 분산'과 '방관자 효과'가 그것인데, 책임의 분산이란 '여러 명의 사람이 모여 하나의 사건에 대해 개인이 지는 책임이 군중에 분산되어 버리는 것'을 말하고, 방관자 효과란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이 현상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주변의 사람들이 별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으므로 문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자신도 행동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둘을 종합해 보면, 위의 제노비스 사건에서 목격자들이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그녀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은 따로 행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금 상황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행동하는데 책임감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요? 예전에 해변에서 있었던 심리실험 하나가 생각나는군요. 한 사람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카세트테잎으로 음악을 듣다가, 카세트를 돗자리 위에 놓고 바다에 해수욕하러 사라지면, 다른 사람이 나타나 카세트를 들고 사라지는 것이 실험의 기본이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변수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부여하기'입니다. 한 세트의 실험에서는 위의 실험이 그대로 행해졌고, 다른 세트의 실험에서는 해수욕을 하기 위해 사라지기 전 가까운 사람에게 '제 물건 좀 봐주시겠습니까?'라고 질문하고 가는 형식이었습니다. 물론 질문이 가져올 짐에 대한 집중이 고려되지 않기는 했지만(무언가에 대해 질문하면 그쪽으로 당연히 집중하게 되지요), 상당히 흥미로운 실험 아닌가요? 결과는 첫 세트에서는 별 제지가 없었던 반면, 둘 째 세트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 (20명 중 19명)이 자발적으로 경찰관이 되겠다고 나서서 제지했다고 합니다.(모리아티 교수와 뉴욕 해변에 대해 찾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책임감이 행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제 방관자 효과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방관자 효과가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저도 이 효과에 한번 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배를 타고 가는데 바다위에 둥그런 물체가 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은 파도도 심한 편이었구요. 사람 머리가 아닌가 잠시 고민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 반응도 없고... 순식간에 지나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저게 무엇이냐고 못 물어봐 결국 부표이거나 내가 잘못 봤겠지라고 결론내렸던 일인데,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발 그때 봤던 그 검은 둥그런 물체가 부표였으면 좋겠네요. 잡설은 여기서 그만두고, 방관자 효과와 관련된 실험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방관자 효과로 연결되어 있는 링크를 타고 나가면 나오는 로빈과 라테인의 실험입니다.

방에 사람이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수는 한명일 수도 있고 여러명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방에 연기가 새어 들어옵니다. 어떻게 될까요? 링크를 타고 나가서 원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혼자 있었을 때에는 피실험자의 75%나 2분 이내에 나갔던 반면에, 단체로 있었을 때에는 고작 13%가 6분 이내에 보고했을 뿐입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을 우리나라에서도 방영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피실험자가 같은 조건에서 혼자 있었을 경우에 단 10초만에 방을 나왔던 사례도 있는 반면, 6명이 방에 들어가 있고 5명이 이미 입을 맞춘 조교일 때 피실험자는 10분이 지나도록 방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총 여섯번 정도 실험을 했는데 후자의 경우 한번도 10분 이내로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실험과 비슷한 실제 사건으로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습니다. 이때 폐쇄회로에 잡힌 영상에서 사망자들은 놀랍게도 침착하게 있었다고 합니다. 사방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스며들어 오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당시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하고(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기관사는 혼자 탈출했다는 말도 있던데, 이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빕니다.

위 사건은 책임의 분산방관자 효과가 가져온 또 다른 비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같이 채팅하는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으로 보아 그냥 단순히 연기하는 것 같고, 어차피 진짜라고 해도 내 책임은 아니니 신경쓰지 않게 된다는 것이지요. 요즘 저렇게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자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일단 신고하는 건 어떨까요? (하지만 경찰이 장난인줄 알고 전혀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참 슬픕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왜 이리도 만연한 것일까요?)

여러 사고와 그 배경이 되는 심리현상에 대해 알아갈수록, 사람은 이렇게 무기력한 존재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들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 좀 더 나은 행동을 하게 될까요?
Posted by 덱스터
그렇지 않아도 값싼 밥만 먹고 다니는 제가 허리띠를 졸라메면서 책을 세권이나 또 질렀습니다.

서점... 저에겐 지름신이 꽈리를 틀고 면벽수련하는 곳이군요. -_-;;

아 님하 이번만은 봐주셈 저 벌써 식비외로 20만을 날렸단...쿨럭(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딱 세권만 질렀습니다. 마일리지로 조금 써버리고 나니, 실제 쓴 금액은 5만 7천 130원정도밖에(?) 안되는군요. 외서 두권이나 지른 것을 생각해 보면 싼겁니다 -_-;;(아, 전공책이 미친듯이 비싼건가...;; - 저번에 세트(Feynman Lectures on Physics) 하나 질렀는데 10만원 가까이 깨졌다지요 당시 환율은 900...)

Blank Slate
다음 책, 사랑합니다

첫 외서는 Blank Slate 입니다. TED까지 나와서 광고를 하셨던 Stiven Pinker씨가 쓰신 책이지요. 책까지 사 가며 이 분의 주장을 깊게 파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지금 듣는 강좌의 소논문에 쓸 가장 필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 같아 주문했습니다. 다행히도 국내재고가 있어서 해외배송이 아니더군요.

책의 주요 내용은, '인간의 본성은 날 때 부터 타고난다' 입니다.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학설이지만(귀족정(Aristocracy)을 옹호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으니까요 - 당연히 뛰어난 놈들이 정치를 하면 정치가 나아질 것이다는 게 상식적인 생각이지요), 과학적으로는 환경보다는 유전이 인간의 성장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평등과 자유의 법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은 하시지만(TED에서도 그 말을 하셨죠), 일단 그건 읽어봐야 알겠군요.

한글 번역본은 『빈 서판: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입니다. 제가 왜 굳이 원서를 골랐냐고요? 원서가 더 쌌거든요..-_-;; 약 만 오천원 정도.. 사족으로, 빈 서판은 우리가 성선설 성악설 배울 때 배웠던 '백지'와 개념이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중의 지혜 (시장과 사회를 움직이는 힘)
편의상 번역본만...;; 다음 책, 사랑합니다

두번째 외서는 The wisdom of crowds입니다. 저번에 포스트한 제임스 수로위키(왜 한글 서적에서는 다 서로위키라고 적을까요? 분명히 pronounciation을 찾아보면 수로위키인데..)TED와 관련있는 책이지요. 개인적인 목적으로는 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르 봉의 『군중심리』에 대한 비평서로 쓰려고 합니다.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르 봉은 군중에 대해서는 매우 적대적입니다. 똑똑한 개인들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면 그 순간부터 바보가 된다고 혹평을 하니, 결코 우호적이라고는 하지 못하겠지요. 그래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그 안에 어느 정도의 사실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지요. 몇몇 부분은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정말 오싹하더만요.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책이 지금의 나도 관통하고 있다니...' 이런 느낌입니다. 뭐 예전에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면서(군주 관련 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_- MB) 2008년을 느낀다는 분도 있었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려나요?

한글 번역본은 『대중의 지혜』입니다. 이건 중앙도서관에서 30분만에 Introduction 챕터를 다 읽고나서 지름신이 바로 강림해 버렸습니다. -_-;; 어쩔 수 없이 지르게 하더만요.(개인적으로 번역본은 저자의 뜻이 한번 필터링을 거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을 수 있으면 원서로 읽으려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J.S. 밀의 『자유론』의 원서인 『On Liberty』 읽느라 피똥싸고 있지요 -_- 이건 뭐 네다섯문장마다 모르는 단어가 두세개씩 튀어나오니 원... 단어공부 좀 더 해야겠습니다.)

TED 강연을 포스트할 때 말했듯이 이 책은 '집단지성'에 관심을 갖는 분이라면 정말 한번쯤은 읽어 볼 만 할 것 같다고 자신없게(?) 말합니다. 자유론과는 달리 단어는 쉽게 쉽게 사용한 것 같아(하긴 신문 편집장이 괜히 철학가인 척 할 필요는 없겠지요?) 비교적 쉽게 읽힙니다. 아 근데 빈 서판은 교수가 썼으니 어려우려나...ㅠㅠ

대한민국사 4
다음 책,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른 책은 한홍구 교수님의 대한민국사입니다. 예전에 고등학교 입학시 필독서여서 1권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보니 4권까지 나왔더군요. 질렀습니다. 2권, 3권도 아직 못 봤지만 일단 4권이 제일 끌리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서요.

사실 지르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2만원 이상을 질러야 배송비가 무료인데(...-_-;;;), 마땅히 시킬 다른 책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간만에 국방부 추천 불온서적 23선을 찾아보았습니다. 아 이런, 대한민국사를 잊고 있었다니. 이런 수순입니다. 아아, 미필인데 군대 들어갔다가 실종당하는거 아닌가요 ㅠㅠ 그나저나 저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막장이었나 느끼게 되면서 마음 한 구석이 아련히 쓰려오더만요.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이렇게 된 거, 상처를 지고 살아가야죠.

어떻게 보면 이렇게 고통을 느끼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물 끓는 주전자에 손을 가져다 댔는데 뜨거움의 타오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손가락 끝의 물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 아예 익어버리잖아요? 그런 종류의 고통이라고 생각해야 하겠지요. 스티븐 핑커씨가 TED 강연에서 끌어온 체호프의 명언이 기억에 메아리칩니다.

인간은 그가 어떠한지 알게 되면 진보한다.
(Man will become better when you show him what he is like)

그나저나 약 6일치에 가까운 밥값이 한번에 증발해 버렸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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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Flash]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22681620080805141016&skinNum=2



참고
2008/06/04 - 아무도 모른다-지식채널e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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