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에서 두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싸이월드에서 조회수 높은 기사에 둘 다 들어갔더군요.

美대학생, 웹카메라 통해 자살장면 '생중계'…美사회 충격
美 10대, 자신의 자살장면 웹카메라로 인터넷에 생중계

두 기사는 같은 사건을 말하는 듯 한데, 저에겐 하나의 사건이 떠오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너무나도 비슷한 사건이니까요. 1964년 3월 13일 새벽 3시경에 일어난 살인사건입니다. 심리학 쪽으로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제노비스 사건의 주 내용은 위키피디아의 Kitty Genovese 항목을 번역했음을 미리 공지합니다.)

1964년 3월 13일 오전 3시 15분 경, 캐서린 수잔 제노비스(Catherine Susan Genovese, 일반적으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고 알려져 있음)는 그녀가 살던 아파트의 문에서 30미터 즈음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이때 한 남자가 다가와 그녀의 등을 두번 찌릅니다. 비명이 차가운 공기중으로 퍼져나가고, 아파트의 불들이 들어옵니다. "그녀를 내버려 둬!(Leave that girl alone)" 한 이웃이 소리질렀고, 남자는 도망갔습니다. 이웃집의 불들이 다시 나가고, 제노비스는 다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약 10분 뒤,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자, 남자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건물의 뒷쪽에 쓰러저 있는 그녀를 발견한 남자는, 그녀를 다시 공격했습니다. 약 30분 간 총 3번의 공격이 있었으며, 제노비스는 병원으로 실려가는 도중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이 주목받았던 이유는(이 사건은 나중에 타임지에서 '도시가 가져온 비인간화'라는 주제로 크게 다루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사건을 보고 있었던 목격자가 38명에나 이르기 때문입니다.(실제 목격자는 그에는 못 미치는 10여명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만, 확실히 많은 숫자의 목격자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왜 목격자들은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심리학자들은 두가지 이유를 들어서 설명하였습니다. '책임의 분산'과 '방관자 효과'가 그것인데, 책임의 분산이란 '여러 명의 사람이 모여 하나의 사건에 대해 개인이 지는 책임이 군중에 분산되어 버리는 것'을 말하고, 방관자 효과란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이 현상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주변의 사람들이 별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으므로 문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자신도 행동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둘을 종합해 보면, 위의 제노비스 사건에서 목격자들이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그녀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은 따로 행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금 상황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행동하는데 책임감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요? 예전에 해변에서 있었던 심리실험 하나가 생각나는군요. 한 사람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카세트테잎으로 음악을 듣다가, 카세트를 돗자리 위에 놓고 바다에 해수욕하러 사라지면, 다른 사람이 나타나 카세트를 들고 사라지는 것이 실험의 기본이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변수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부여하기'입니다. 한 세트의 실험에서는 위의 실험이 그대로 행해졌고, 다른 세트의 실험에서는 해수욕을 하기 위해 사라지기 전 가까운 사람에게 '제 물건 좀 봐주시겠습니까?'라고 질문하고 가는 형식이었습니다. 물론 질문이 가져올 짐에 대한 집중이 고려되지 않기는 했지만(무언가에 대해 질문하면 그쪽으로 당연히 집중하게 되지요), 상당히 흥미로운 실험 아닌가요? 결과는 첫 세트에서는 별 제지가 없었던 반면, 둘 째 세트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 (20명 중 19명)이 자발적으로 경찰관이 되겠다고 나서서 제지했다고 합니다.(모리아티 교수와 뉴욕 해변에 대해 찾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책임감이 행동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제 방관자 효과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방관자 효과가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저도 이 효과에 한번 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배를 타고 가는데 바다위에 둥그런 물체가 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은 파도도 심한 편이었구요. 사람 머리가 아닌가 잠시 고민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 반응도 없고... 순식간에 지나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저게 무엇이냐고 못 물어봐 결국 부표이거나 내가 잘못 봤겠지라고 결론내렸던 일인데,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발 그때 봤던 그 검은 둥그런 물체가 부표였으면 좋겠네요. 잡설은 여기서 그만두고, 방관자 효과와 관련된 실험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방관자 효과로 연결되어 있는 링크를 타고 나가면 나오는 로빈과 라테인의 실험입니다.

방에 사람이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수는 한명일 수도 있고 여러명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방에 연기가 새어 들어옵니다. 어떻게 될까요? 링크를 타고 나가서 원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혼자 있었을 때에는 피실험자의 75%나 2분 이내에 나갔던 반면에, 단체로 있었을 때에는 고작 13%가 6분 이내에 보고했을 뿐입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을 우리나라에서도 방영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피실험자가 같은 조건에서 혼자 있었을 경우에 단 10초만에 방을 나왔던 사례도 있는 반면, 6명이 방에 들어가 있고 5명이 이미 입을 맞춘 조교일 때 피실험자는 10분이 지나도록 방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총 여섯번 정도 실험을 했는데 후자의 경우 한번도 10분 이내로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실험과 비슷한 실제 사건으로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습니다. 이때 폐쇄회로에 잡힌 영상에서 사망자들은 놀랍게도 침착하게 있었다고 합니다. 사방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스며들어 오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당시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하고(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기관사는 혼자 탈출했다는 말도 있던데, 이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빕니다.

위 사건은 책임의 분산방관자 효과가 가져온 또 다른 비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같이 채팅하는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으로 보아 그냥 단순히 연기하는 것 같고, 어차피 진짜라고 해도 내 책임은 아니니 신경쓰지 않게 된다는 것이지요. 요즘 저렇게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자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일단 신고하는 건 어떨까요? (하지만 경찰이 장난인줄 알고 전혀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참 슬픕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왜 이리도 만연한 것일까요?)

여러 사고와 그 배경이 되는 심리현상에 대해 알아갈수록, 사람은 이렇게 무기력한 존재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이런 무의식적인 행동들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 좀 더 나은 행동을 하게 될까요?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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