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수정> Milgram 실험에 대한 설명이 조금 잘못되어서 고칩니다.(2009/01/21)

Never do anything against conscience even if the state demands it.
국가가 강요하더라도 양심에 반하는 짓은 절대 하지 말아라.

- Quoted by Virgil Henshaw in Albert Einstein: Philosopher Scientist (1949)
http://en.wikiquote.org/wiki/Albert_Einstein

계절학기로 '심리학개론'을 듣고 있습니다. 원래 관심이 많았던 분야라서 겨울방학에 할 일도 없으니 수업이라도 듣자는 마음으로 신청한 과목이지요. 금요일이 기말고사인지라 학기중에는 절대로 하지 않던 예습까지 해 가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Milgram(밀그램)의 실험이 나오는군요.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은 권위에 복종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주장에서 인용된 실험입니다. 지금 그 책이 수중에 없으니 교과서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합니다.

실험참가자들은 어느 정도까지 실험자의 지시에 복종할까? 결과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Milgram 실험의 참가자 중 65퍼센트 정도가 가장 높은 강도의 충격을 주는 데까지, 실험자의 지시에 복종을 하였다. ...그렇다고 복종적인 실험참가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였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심하게 정신적 혼란을 느꼈다. 그들은 입술을 깨물기도 하고, 손을 비꼬고, 진땀을 흘리면서도 복종을 했다.[각주:1]

<내용 수정>
시간당 $4.50이라는 보수가 주어지는 실험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저 비율입니다. 물론 최고수준의 전기충격을 주는 비율은 경우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위의 경우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고 보조실험자(대학원생)가 충격을 지시하고 실험참가자가 충격을 내리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를 실험참가자는 단지 충격을 지시하는 역할만 하고 옆의 실험협조자가 충격을 내리도록 한 경우, 저 비율은 90%까지 솟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이 실험참가자의 바로 옆에 앉아서 충격을 받을 경우, 비율은 30%대로 급락했습니다.[각주:2] 교과서에서는 이런 몰인간화(dehumanization) 현상을 사람이 자기 자신을 도구로 느끼는 정도가 강해질수록 강화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도구로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느끼는 정도가 강할수록 개인적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각주:3]



사람은 권위에 복종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가끔씩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디서 어린 것이 눈을 부라려' 하면서 지팡이로 지휘를 하시는 할아버지들이 계신데, 이때 나이는 권위처럼 사용됩니다. 곳곳에서도 비슷한 일을 볼 수 있지요. 예비역들이 미필에게 '군대나 갔다 와라'라고 하는 것에서도, (저질)선생님들이[각주:4] '어디서 객혀?' 하면서 뺨에 풀스윙 서브를 날리는 경우 등등에서 말이지요. 이런 부당한 권위에[각주:5] 맞서 일어날 용기를 길러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용기를 기를 수 있을까요? Milgram 실험 연결된 링크를 타고 건너가 보았더니 재미있는 해설이 있습니다. 권위 앞에서 무릎을 꿇으려는 태도는 권위자가 자신보다 상황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암묵적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전기 엔지니어가 더 이상의 충격을 주기 거부하던 일화를 제시합니다. 충격이 조직을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 충격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그 충격이 다시 가해질 것을 알 때의 느낌이 어떤지 자기는 잘 안다면서 거부했다는군요. 역시 아는 것은 힘입니다.

사람은 사회에 내던져진 경우 보통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행동합니다. 이런 점을 찾아내려는 학문이 사회심리학이지요. 참된 민주주의가 행해지려면 개인이 이런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을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텐데, 앞으로 사회심리학의 힘이 많이 사용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심리학, 참 매력적인 학문입니다.


덧. 권위에 대한 불복은 집단지성이 발휘되는데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권위는 다양성을 제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거든요.
  1. Henry Gleitman저 장현갑 외 6인 편역, 『심리학 입문』 4판, 시그마프레스, 2006, pp. 502~503 [본문으로]
  2. Ibid, pp.504 [본문으로]
  3.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경우 적군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데 머뭇거리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수류탄을 적진에 던지는 것은 서로 얼굴을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 주저하지 않지만, 얼굴을 마주보는 경우에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 다는 것이지요. [본문으로]
  4. 드물긴 하지만 없진 않습니다. 전 이런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는데(교수님이라면...음;;), 이건 정말 커다란 행운이겠지요. [본문으로]
  5. 탈권위가 좋긴 하지만, 권위 자체가 아예 없다면 무정부상태가 되겠지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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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요즘 한국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로 말이 많다고 하지요(전 아직 취업반이 아니라 신입생(곧 올드보이가 되겠지만..ㅠ)인 관계로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실제로도 인터넷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고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더라구요. 특히 기륭전자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요. 일단 비정규직 문제가 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많이 낮아보이지만, 오지랖 넓게 이런 문제에 관여하려고 하느냐 하면 평소 제가 사회를 보는 눈과 관련이 있어서 그렇다고 해야 할까요? 하여튼 글을 시작해 볼께요.

먼저 기업이 제일 우선시하는 것은 이윤이라고 알려져 있지요. 이윤추구가 제 1순위가 아닌 일명 '사회적 기업'들도 있기는 하지만, 기업은 기업인만큼 이윤 추구라는 가치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기업들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1순위로 하고 그 다음 순위로는 이윤 추구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이런 점에서 볼 때 기업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의 하나일 테니까요. 실제 비정규직 이야기는 당사자가 아닌 저로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비정규직으로 돌리고 보자는 식의 대처에 대해서 뭐라 말 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그런데, 기업이 제일 우선시하는 것이 이윤 추구라는 주장에는 보이지 않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바로 '사람을 위한다'는 전제이지요. 사람을 위하지 않고서 이윤만 추구한다면 그 기업이 강도와 다를 바가 무엇이며, 도둑놈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요?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기업은 노예 상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노예 상인이 어때서?'라고 물으시면, 이 부분은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까 드릴 테니(지금은 시간이 없네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요. 그래서 기업이 정말 기업다운 기업이 되려면 인본주의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한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배움의 목적이 이상의 확립과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붕괴에 있다면 얼마나 팍팍한 세상이 되겠습니까.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이어가 보지요.

제가 기륭전자 이야기에 대해 뭐라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가 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의견 정도는 가질 수 있겠지요.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이대로라면 기륭전자는 기업이 아닌 노예상인일 뿐이다.' 예전에 한윤형님의 블로그에서 몇개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중 좀 인상적이었던(충격이었던이라고 하는게 옳으려나요) 부분은 '야근 없이는 월급이 70만원이 채 못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돈으로 사람이 사는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는데(제 용돈이 40만원정도 되고 기숙사비는 한달에 12만정도 되니까 52만원정도로 한달을 살아가는 셈인데, 기숙사비가 실제 주거비용보다 매우 싸다는 것과 교내식당 가격이 정말 싸다는 걸 생각해 보면 실제 생활시에는 최소 80만원은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 말 많은 88만원 세대의 88만원보다 20만원가량 적게 버는 것아닌가요? 뭐 이것은 둘째 친다고 하더라도, 제가 정말 이 견해를 철회할 수 없는 이유는 두번째 이유에 있습니다.

사람을 깡패를 동원해서 패나요? 깡패들이야 뭐 인본주의따위 개나 줘버려 해도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최소한 기업이라면 그렇게 접근하면 안되지요. 지금 행태가 히틀러가 '난 유대인을 사랑합니다' 하는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겁니까. 아니,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윤리강령같은 것은 눈을 씼고 찾아봐도 못 찾겠네요.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것 같네요. 적어도 지키지 못할 말을 하는 지금 푸른지붕집 아래 사는 누구와는 달리 말이죠.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말입니다. 그렇게 할 거면 기업이라는 명칭을 달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지금은 기륭전자 하나만 깐 상태이지만, 이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모든 기업들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너무 길어진 것 같으니 여기쯤에서 끊겠습니다.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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