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보통 우리는 천재(사람)를 일컫는 단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 도중의 말을 들어보면, 원래 이 단어는 로마 시대에 창의력을 가져다 주는 일종의 요정이었다고 합니다. 램프의 요정 지니와 발음이 비슷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는 아니일까 싶네요.

이번 강의는 천재성에 대한 다른 해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를 살던 천재의 절반(또는, 그 이상)은 우울한 말년을 보냈지요. 이제 이런 말년에 대비하기 위해 일종의 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그런 방법의 하나로 창의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이런 창의적인 행위가 주변의 누군가, 특히 요정과 같은 존재들에 의해 주어졌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이는 중세까지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이전의 미술을 보면 거의 다 몰개성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판화 같은 것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는 것이지요.

Gutenberg Press
사람 얼굴이 다 그게 그거...-_-;;
(http://etc.usf.edu/clipart/11300/11358/gutenberg_11358.htm)

그런데 르네상스 이후 이런 전통이 전부 바뀌어 버립니다. 인간을 중심에 두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런 경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식이라고 취급하는 지식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의 이름은 언제 물어도 한명은 떠오르실 겁니다. 다비드상의 미켈란젤로, 만찬의 레오나르도 등등 말이지요. 그런데, 르네상스 이전 시대의 예술가 이름 아시는 분 있나요?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전 없습니다. 이건 바로 철저한 몰개성화의 영향입니다. 자신은 어차피 '신의 도구'일 뿐이고, 신의 도구 따위에게 개성은 과분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더 잘 드는 식칼에 애착을 갖는 경우는 있어도 그 식칼에 이름까지 주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어째 예시가 좀 으스스하군요.)

화자는 이렇게 진단내립니다. 그렇게 이성의 힘, 인간의 힘에 집중함으로서 인간은 자신감을 얻게 되었지만 그로 인한 부담감에 짓이겨져 버렸다는 것이지요. 아인슈타인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30대 이전에 이룬 것이 없다면 그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지요(이 말에 따르면 물리학자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ㅇ;).

그래서 과감히 말합니다.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자고 말이지요. 어차피 재능은 내 것이 아니었으니, 재능이 날 떠나가도 잃은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자는 것이지요(그래도 형이 나가서 형의 컴퓨터를 마음껏 쓰던 동생이 형이 돌아오면 느낄 듯 한 그 아쉬움은 남아있을 듯 하네요).

두 일화가 소개되었는데, 한 가지만 더.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일부는 그것이 원래는 '1%의 영감이 없었더라면 99%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말이었다네요. 확신은 못하겠으니 그저 흘러가는 소문으로만...



덧. 꿈에서 음악을 듣고 깨자마자 그 음악을 적어내려가다가 순간적으로 놓쳐버리는 바람에 곡을 완성하지 못했던 한 뮤지션(아무래도 레넌이 아닐까 예상합니다만)이 기억나는데 정확히 누구인지 아시는 분?

덧2. 과학을 한다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껄끄럽기는 하지만, 진실은 필요한 부분에서만 추구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없는 것이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인간의 눈이 멀리 보게 된 것이 진실의 빛 덕분이었다면, 인간의 상상이 나래를 펼치게 된 것은 무지의 암흑 덕분이었으니까요. 글쎄, 제가 밤에 신기한 아이디어가 주로 떠오르는 것도 관련이 있으려나요? 어차피 과학자나 예술가나 핀트만 조금 어긋난 것이니까...라고 위안삼아 봅니다 ^^
Posted by 덱스터
한 사람을 생각하면 컴퓨터가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게임입니다. 재밌네요.

http://en.akinator.com/

전 한방에 넉다운 시켰습니다. ㅋㅋ(하긴 Garrett Lisi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게 당연하니까요.)

your mother(네 어머니)를 맞추기도 하는 것 같은데, 대단하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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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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