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16 게르트 기거렌처, [생각이 직관에 묻다] Gut feelings 10
  2. 2008.12.08 직관과 포인팅 벡터 15
예전에 알라딘 메인에 큼지막하게 광고되었던 책입니다. 물론 전 이 책이 아니라 원서를 샀지요.

생각이 직관에 묻다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안의정 옮김/추수밭(청림출판)

전 원서로 보았기 때문에 번역서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번역서는 번역때문에 망했다는데 자세한 내용은 웰던지기님의 리뷰를 참고하세요.

Gut Feelings (1st, Hardcover) - 8점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Penguin Group USA

먼저 표지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표지판은 왼족 아래를 가리키고 있지만 표지판 앞에 서 있는 남자의 그림자는 오른쪽 위로 가야 한다고 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림자가 맞다는 듯이 왼쪽 아래에서는 칼을 든 강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상황은 A를 말하고 있어 B를 말하는 네 직감이 틀렸다고 할 수 있지만, 직감이 맞다."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니만큼 내용을 잘 반영한 표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은 두 부(part)로 나뉘어저 있으며, 제 1부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계산, 혹은 무의식적인 알고리즘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2부는 이 알고리즘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요.

첫 장은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서술입니다. 이른바 직관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장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날아오는 공을 받을 때 몸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다루었던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체는 날아오는 공이 어디로 떨어질 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단지 시선처리를 잘 해서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뿐이지요. 이것을 Gaze heuristic이라고 하는데, 한글로는 어떻게 번역했는지 모르겠습니다.(웰던지기님의 말대로 heuristic을 어림법으로 번역했다면 조금은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번역이겠네요.)[각주:1]

둘 째 장은 무지의 유용성에 대한 장입니다. 많이 알려진 '아는 것이 힘이다'와는 대조되는, '모르는 것이 약이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과 의대생증후군(Medical student syndrome)입니다. 첫 속담은 얕은 지식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의대생증후군은은 병에 대해 공부하는 의대생이 자신이 그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는 데에서 나온 말입니다. 둘 다 표면적인 지식보다는 차라리 무지한 것이 낫다고 말하고 있지요.[각주:2] 책에서는 이에 대해 제 7장에서 왜 그런가에 대해 분석해 놓았습니다.[각주:3] 더불어 둘 째 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이 다양한 선택 가능성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다양한 선택의 폭은 선택하는데 더 많은 자원이 낭비되도록 하기 때문에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지요.

셋 째 장과 넷 째 장에서는 직관이 어떻게 작동하며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리 중요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각주:4] 그리고 다섯 번째 장에서는 왜 직관적인 선택이 복잡한 분석보다 유용한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복잡한 분석은 다양한 선택과 마찬가지로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경제적이라는 것이지요.[각주:5] 그리고 여섯 번째 장에서는 직관의 비논리성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이 비논리성이 등장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이 숨겨진 정보를 인식하도록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각주:6] 예를 들어 말하자면, 대화를 하는 도중에 상대방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경우 사람들은 하늘에 무엇인가 떠 있거나 아니면 그 사람이 말을 똑바로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특별히 인상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사람이 복잡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복잡한 외부 환경 탓이다.
사람은 환경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그중 하나겠지요. 이를 기본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릅니다. 인간 행동에 대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각주:7]

2. 몇 가지 중요 요소들에 입각하여 결정하는 것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는 것보다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중요한 요소들은 적은 오류를 갖습니다. 때문에 다른 비중요 요소들을 고려할 때 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군요. 왜냐하면 비중요 요소들은 중요 요소들보다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으며, 복잡한 계산으로 제거되어야 할 이러한 오류들이 오히려 증폭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3. 사람은 정치적 판단을 할 때 선상에서 판단한다.
정치 성향에 대한 분석입니다.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그 정당에 대한 모든 정보를 검토함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기가 가장 적당하다고 여기는 좌-우 스펙트럼 중의 기준점을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정당을 선택하는 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 새 정당에 대한 평가는 이 스펙트럼 위에 정당을 놓음으로서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이 기준점을 교육과 선전을 이용해 억지로 한 방향으로 이동시키는데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지금의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런 성격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웰던지기님이 리뷰에서 지적하신대로 용어의 사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용어상으로 헷깔리는 부분이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런 뒤섞인 용어의 사용은 줄어들더군요.(아니면 읽다 보니 적응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마지막 장은 이 책에는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아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믿음에 대한 타파가 주된 내용인데, 이는 사실 책의 제목인 '직관'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요.[각주:8] 하지만 내용 자체는 유익합니다.

전체적으로는 3.8/5.0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네요. 유익하고 재미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조금은 전문적인 내용이라 관심 분야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매우 딱딱하게 느껴질만한 책입니다.


  1. 하지만 아쉽게도 heuristic을 어림법 말고는 어떤 단어로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 리뷰에서는 어림법으로 계속 나가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대중의 지혜』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더라도 그 사람들의 편견이 가진 오류가 서로를 상쇄시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똑똑해진다고 하였습니다. 읽던 도중에 이 부분이 생각나더군요. [본문으로]
  3. 알고 있는가로 판단하는 인지도 어림법(recognition heuristic)이 상당히 높은 정확도(약 80%)를 갖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아는 것에 대해서 구분할 경우 정확도가 80%를 넘어서면 그때서야 '아는 것이 힘'이 되지요. 알더라도 정답을 구분해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반만 아는 것이 정답을 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본문으로]
  4. 혹시나 관심가지실 분들을 위해 일부분만 공개해 보자면, 직관은 크게 세 가지 단계의 구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첫 단계는 '물체를 인식한다'와 같은 진화로 얻어진 근본적인 단계이고, 두 번째 단계는 이 근본적인 단계를 서로 이어서 '물체의 움직임을 따라간다'와 같은 행동 단위이며, 마지막 단계는 이 행동 단위를 이어서 이루어지는 '날아오는 공을 잡는다'와 같은 직관적 행동입니다. [본문으로]
  5. 또한, 복잡한 분석은 이전까지의 정보가 내포하고 있는 오류를 확대해석할 우려가 있어서 예측의 정확도가 낮다고 합니다. 반면에 직관적인 선택은 주로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만 고려하며, 이 중요한 요소들은 오류를 덜 포함하기 때문에 것이지요. [본문으로]
  6. 법정심리학이 중요해진 이유가 이것 때문이지요. '깨진 유리창이 있었습니까?'와 '깨진 유리창을 보았습니까?'라는 두 질문의 답이 달라지는 이유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마음이 두 번째 질문에서는 '유리창은 깨졌구나'라는 암시를 받기 때문에 실제 없었던 깨진 유리창을 보았다고 대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7. 성격이 행동을 꼭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누구의 연구결과인지는 모르겠군요 -_- [본문으로]
  8. 르 봉이 『군중심리』에서 말한 비이성적인 군중의 행동이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군중심리』의 같은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生 이론물리 포스트입니다 ^-^;;
아무래도 엔비앙 님만 이해하실듯...ㄷㄷ;;;

포인팅 벡터(Poynting Vector)라는 것이 있어요. 전자기학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나타내는 벡터인데, 많은 경우 이 녀석이 말하는 내용이 직관적으로는 말이 안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열이 발생하고 있는 저항선에서 전기 에너지가 어디서 들어오는가 하는 문제이지요.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전기 에너지는 전지에서 전선을 타고 들어와서 열에너지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전선을 타고 에너지가 흐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포인팅 벡터는 전선의 외부에서 전선 속으로 에너지가 흘러 들어온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전선을 타고 들어오는 에너지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포인팅 벡터가 말하는 주된 내용입니다. 이건 저번 주 수요일 강의 내용이었지요.(교과서로는 파인만 강의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책 참 읽기가...-_-;;)

그날 일이 있어서 맥주 한캔을 빨고(-_-;;) 잠자리에 들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에너지는 당연히 전선을 타고 올 수 없구나!'. 원래 떠올린 것은 '전자의 부호를 -가 아닌 +로 센다면' 이었는데, 찾아보니 C-대칭(Charge Conjugation Symmetry-입자를 반입자로 바꾸어도 물리 법칙이 일정하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중력과 전자기력에는 적용되지만 약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과 전혀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하여튼, 시작해 보겠습니다 ^^;;

먼저, 몇 가지 가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가정은 '전하의 부호를 반대로 세어도 전자기학 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이고, 두 번째 가정은 '에너지는 국소적으로 보존된다' 입니다. 첫 가정으로부터 얻어지는 뒤따르는 가정은 '에너지의 흐름은 전하의 부호를 반대로 세어도 바뀌지 않는다'가 되겠지요. 흠... 이건 독립된 가정인가요? 뭐 하여튼 가정은 이쯤에서 끝내고, 적용해 보겠습니다.

먼저 에너지는 전선만 타고 흐를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전선에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이 있을 것이고, 전체 에너지의 흐름은 전류의 방향과 (1)평행하거나, (2)역평행(antiparallel)하거나, (3)무관해야 합니다. 여기서 무관하다는 말은 에너지가 모든 점에서 수렴한다거나 모든 점에서 발산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두번째 가정인 '에너지는 국소적으로 보존된다'에 어긋나게 됩니다. 사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쓰지 않더라도 어떻게 해야 모든 점에서 에너지가 수렴하거나 발산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나 한지 저는 전혀 모르겠네요.(지금은 에너지가 전선만 타고 흐를 수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전체 에너지의 흐름은 전류의 방향과 평행하거나 역평행하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이제, 전하의 부호를 바꾸어 세 보겠습니다. 그러면 전류의 방향이 역전되고, 에너지의 흐름도 반대가 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바꾸어 세기만 했을 뿐인데 에너지의 흐름이 뒤바뀌느냐는 겁니다. '에너지의 흐름은 전하의 부호를 반대로 세어도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에 의해서 에너지의 흐름은 전류의 방향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얻어집니다. 왜냐하면, 에너지의 흐름이 반대가 되어도 원래 에너지의 흐름과 같으려면 에너지의 흐름은 그 점에 대하여 대칭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a=-a의 답이 a=0인 이유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앞서 한 논의에서 에너지의 흐름이 전선 위에만 있으면서 모든 점에서 수렴하거나 발산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따라서, 위의 가정 중 하나가 틀렸다는 말이 되지요. 그러면 가장 만만한(?) 가정은 에너지는 전선만 타고 흐를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결국 에너지는 전선이 아니라 공중에서 흘러들어온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볼 때에는 타당하다는 것이지요.

음... 이건 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전기장을 만드는 것은 실제로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퍼져 있는 미세한 전기장을 그 지점으로 끌어오는 것이라구요. 그러니까, 거의 0에 가까운 전기장들을 전선 주변으로 가져오는 것이 전선에 전류를 흘리는 방법인데, 이렇게 전기장들을 전선으로 가져오려면 전기장들은 허공에서 전선으로 흘러들어가는 형태가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전기장들이 허공에서 흘러들어가니까 포인팅 벡터가 허공에서 전선 속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논의는 무한평면축전기에도 적용이 가능해 보입니다. 파인만 강의록에도 같은(?) 방법으로 설명해 두었더군요. 물론, 파인만 강의록에 있던 설명은 무한평면축전기에 대한 내용이었긴 하지만 말입니다.

덧. 물리시험은 다음주 월요일이고 내일 통계시험이 있는데 이러고 있는 저는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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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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