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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7 지나가던 자야하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 4
이번학기에는 늦어도 1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는 대업(?)을 달성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 일단 주말이니까 조금 느슨해져도 괜찮겠지라고 자위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간상으로는 자고있어야 할 사람이 하는 별 볼일 없는 이야기다.

1. 쌍곡함수
cosh x라고 쓰는 쌍곡함수가 있다. 튜터링을 하면서 책을 확인하다가 발견한 주석인데, 현수선이라고 해서 질량이 있는 실을 늘어뜨리면 이 곡선의 모양을 하게 된다고 한다.
아마 고등학교 시절에 비슷한 문제를 접하고 혼자 끙끙대다가 어떻게 풀긴 했던 문제인 것 같은데, 여기에 덧붙여진 주석이 무게가 달리면 포물선이 된다는 부분이다. 포물선이 되는 경우는 실에 등간격으로 무게를 달아주면 된다. 어떻게 아냐고? 첫 오답이 포물선이었기 때문이다.
증명은 실을 특정 길이를 가진 질량없는 막대와 질량만 있는 점이 연결된 일종의 성냥개비 같은 물건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 질점들을 x 방향으로 등간격으로 늘어놓으면 곡선은 포물선이 된다. 질량없는 막대의 길이를 일정하게 해 주면 현수선을 얻는다. 물론 중력은 y 방향으로 일정하게.
사실 어릴 적 이렇게 막대기와 질점으로 근사한 뒤 길이를 0으로 줄여버리는 방법을 별로 좋게 여기지는 않았는데, 아마 미분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전이었기 때문인것 같다. 난 미분이 극한을 이용해 얻는다는 것을 잊고 살았기 때문에 미분의 정의를 이용하는 앞선 방법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처음 파인만 경로적분을 보았을 때 의문을 갖기도 했다.[각주:1] 물론 지금은 원형으로 감긴 줄에 걸린 장력을 계산할 때 힘 평형을 이용하는 것보다 이 방법을 선호하지만.[각주:2]

2. 위 주석 덕분에 혹시나 해서 열어본 노트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파인만이 썼던 교양(?)서적 중 하나를 읽다가 영감님이 방문하셔서 하던 일인 것 같은데, 대충 이렇다. 특수상대론 식에서 일반상대론 식 유도하기. 중력은 가속과 동등한 효과를 갖는다는 것과 최소작용원리를 이용해 포물선운동을 근사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일반적인 경우를 유도해내려는 시도였다. 이건 내가 대학 입학하기 직전의 완전히 잉여로운 시간에 했던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한다.(현수선 증명을 고등학교때 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물이기도 하다.) 물론 결국엔 실패했지만.
222큐브를 임의로 분해해 맞추었을 때 그 큐브를 풀 수 있을 확률에 대해 다룬 부분도 보인다. 이건 '회전량'이라는 것을 정의해서 증명했다. 회전량이란 어떤 조각이 원래의 위치와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최소 회전 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값은 333 조각에서 모서리(edge)조각에나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꼭지(corner)조각은 어떻게 배치해도 회전량이 홀수가 될 수 없다. 뒤 쪽을 확인해보면 스핀이란걸 이용하는 것도 나오는데, 내 기억으로는 얘를 이용해서 1/3이라는 것을 증명했던 것 같다. isomeric set이라는 단어도 나오는데, 얘는 군론을 조금 공부하다 만 시점에서 보니 놀랍기도 하다. isomorphic이라는 단어와 꽤 비슷한 단어...
상대론에서 운동량이 왜 그렇게 정의되어야 했나 가졌던 불만을 잠재웠던 파인만의 논리도 보이고, 요즘도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초현실적인 꿈들 중 하나를 기록한 것도 보이고,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방정식이 어디서 나왔는지 탐색하려던 것 같은 시도도 보이고, 여튼 재미있는 경험이다. 대학 입학 후 증명을 완료했던 어는점내림에 대한 부분도 나오는 걸로 보아서는 꽤 오래 썼던 노트인듯 싶긴 하지만. 물론 노트의 1/4 이상은 비어있다. 연습장으로 하나씩 뜯어내는 노트가 아니면 날 거쳐간 노트는 중학교 시절의 국어 노트나 공학수학 노트를 제외하면 전부 내용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용완료 되었긴 하지만.(EBS 수능 대비 final과 같이 짧은 문제집을 제외하면 날 거쳐간 모든 문제집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나도 상당한 브루주아였단 말인가.

3. 결국 쓰려던 글은 못 쓰고 이런 시시껄렁한 글이나 쓰게 되었다. 그것도 한시간 넘게 -_- 예전에 쓰던 노트를 들춰본 것이 화근.
일요일이 되기 전까지 확률 문제를 15개 정도 과제로 해야 하고 레포트도 쓰고 이메일도 보내야 하는데 내일 끝낼 수 있으려나...

4. 그리고 Annotated Alice를 질렀다. 괴델, 에셔, 바흐도 원서로 샀는데 이러니 갑자기 통장 잔고가 곤두박질...-_-;;
Alice는 좀 더 수학 쪽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가드너 주석을 주문했는데, 과연 펭귄 클래식을 압도하는 매력을 보여 줄 것인가...
  1. 이런 내용으로 글을 쓰려다가 말았던 것 같기도 하다. 제목이 '연속의 함정'이었던가? [본문으로]
  2. 그런데 경로적분에 대한 의문은 이 방법을 선호하던 때 하던 것이다. 적분에 대한 개념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것일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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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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