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835건

  1. 2015.02.24 근황. 짤막하게
  2. 2015.02.21 회전과 우주의 구조
  3. 2015.01.09 일반상대론에서의 쌍둥이 역설

2015. 2. 24. 00:34 Daily lives

근황. 짤막하게

0.

내가 얼마나 공부량이 부족한지 계속 뼛속까지 체감중. 난 무슨 배짱으로 입을 털어 댄 걸까...



1.

10월쯤부터 들고다녔던 것으로 기억하는 Kahn의 Topology를 얼마 전 완독했다. 202쪽을 6개월 정도 걸려서 본 것이니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은 셈. 마지막 장의 문제는 fundamental group을 계산하라는 문제여서 '수학책은 눈으로 푼다'는 암묵적으로 갖고 있던 원칙(작용기억 용량을 늘리려고 하는 훈련 중 하나다. 간단한 증명문제는 종이 없이도 풀리니까)을 집어던질 수 밖에 없었는데 머리 속에서 안 되는 시뮬레이션 끙끙거리며 하던 것을 종이에 그리면서 하니까 금방 풀리더라. 이제 위상수학은 homology만 공부하면 쓰게 될 수학의 윤곽은 그릴 수 있는 수준이 되려나...


군 복무 중 받아놓았던 것으로 기억하는-그러면 받은지 최소한 3년은 되었다는 소리다- t'Hooft의 '양자장론의 개념적 기반'도 결국 읽을 수 있는 부분은 읽었는데, 그래봤자 실제 계산을 하려면 각 잡고 제대로 된 양자장론 교재를 파야 한다는게 문제.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를 파악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아직 안 읽은 부분은 6장.


꽤 지난 숙원(?)을 마무리한 기념으로 작은 장난감을 하나 사기로 했다. 원래는 좀 크게 지를까 생각했는데 등록금 부담이...



2.

논문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위에서 쓴 '수학책은 눈으로 푼다'라는 원칙을 끌고가다 보니 생긴 문제인지도 모르겠는데, 언제부턴가 공부할 때 읽으며 밑줄을 긋는 것으로 공부를 끝내는 버릇이 생겼다. 내용이 간단한 경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조금만 복잡해지면 도저히 집중이 안 되어서. 오늘은 보다 못해 예전에 학사논문 쓸 때 공부하던 것처럼 연습장을 곁에 두고 내용을 적어가며 논문을 읽었는데, 확실히 집중도가 배로 상승한 것을 느꼈다. 근 한 달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제대로 된 성과는 다음 교훈 뿐이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우울한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논문은 눈으로 읽는게 아니라 손으로 읽는 것이다'



3.

어릴 적부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특히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SF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침에 재미있는 플롯이 떠올라 적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해야 할 공부는 안 하고. 쯧. 좋은 소재인 것 같긴 한데 플롯이 아무리 봐도 우울증 환자같아서 진짜로 쓰게 될 지는 모르겠다. 중간 중간에 채워넣어야 할 에피소드들이 딱히 생각나지 않기도 하고. 인터넷 선 끊어놓고 공부만 하게 되면 스트레스 푼다고 끄적거리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야지.


이런 상황에 처할 때마다 느끼는 건 세부사항을 채워넣는 것이 정말 큰 재능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실제로 계산할 수 있는가'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과도 관련이 있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지만.


.. 빨리 양자장론 공부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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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았던 옛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에서 낮과 밤이 생기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이를 천동설이라고 합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을 때는 '지구의 태양에 대한 회전'과 '태양의 지구에 대한 회전'이 서로 충돌하던 시절이었죠. '회전과 우주의 구조'라고 말했으니 이 대립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회전을 정의하기


우선은 다루기 쉽게 회전을 수학적으로 정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중학생 수준을 넘는 수식은 쓰지 않을 예정이니 수학이라는 단어에 겁을 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던 행렬 이야기는 할 예정이니 '행렬이 무엇인가' 정도는 알고 계셔야겠군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간을 수학으로[각주:1] 나타낼 방법'입니다. 이걸 '좌표'라고 부르죠. 어떤 물건의 위치를 문자(여기서는 숫자와 문자를 구분하지 않겠습니다)로 나타내는 규칙입니다. 토런트같은 P2P에서 파일의 위치를 나타내는 주소나 인터넷 페이지의 DNS 주소를 구할 때 "좌표 찍어줘"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는 세 숫자면 공간상의 모든 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내가 앉은 위치에서 동쪽으로 세 칸, 북쪽으로 두 칸, 위로 네 칸'으로 한 위치를 특정지을 수 있지요. 이를 두고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산다'라고 말합니다. 한 물건의 크기를 적을 때 높이x너비x깊이 이 세 숫자로 크기를 적을 수 있는 것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변위)벡터는 이 세 쌍의 숫자를 말합니다. 많은 경우 벡터를 시각화하기 좋도록 원점(내가 앉은 위치)에서 목표점(특정지을 위치)까지 이은 화살표로 생각하는데, 벡터의 크기는 이 화살표의 길이가 되지요.


이제 수학적으로 회전을 정의할 수 있겠네요. 회전이란 3차원 공간상의 벡터들을 1. 벡터의 크기를 보존하고 2. 벡터간 각도를 보존하는 3. 선형변환 입니다.[각주:2] 선형은 다른 의미가 아니고 $a$를 $f(a)$로 보내는 변환 $f$에 $a+b$를 집어넣으면 $f(a+b)=f(a)+f(b)$를 만족한다는 뜻입니다. 직선의 방정식처럼 결과가 단순하게 더해진다는 뜻이지요.


'선형'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무한차원이 아닌 한) 우리는 행렬을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선형변환은 행렬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세 숫자를 세 숫자로 보내는 행렬이 되어야 하므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행렬은 3x3 행렬이며, 위에서 말한 세 조건들을 만족하는 회전을 나타내는 행렬들의 집합에는 O(3)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 집합에는 거울상 변환에 해당하는 행렬도 들어있는데, 거울상 변환이란 거울에 비추었을 때 상이 뒤집어지는 것처럼 왼손을 오른손으로 보내는 변환들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이를 제거한 행렬들의 집합인 SO(3)를 주로 고려합니다. 어떻게 회전하든 오른손이 왼손과 포개어지지는 않으니까요.


SO(3) 집합이라는 표현할 대상을 찾았으면 표현할 방법을 구상해야겠지요. 이 집합의 한 원소(회전을 나타내는 어떤 행렬이 되겠죠)를 나타내는 한 가지 방법은 위도와 경도를 이용해 지구 위 위치를 나타내듯 두 각도를 이용해 회전의 중심으로 잡을 축을 찾고 그 축에 대한 회전각도를 적어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숫자 셋이 필요하죠(위도, 경도, 회전각). 중요한 것은 숫자 셋이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더 보기 쉽게 SO(3) 집합의 한 원소를 나타내는 방법은 오일러 각입니다. 오일러 각은 축 세 개를 지정하면 각 축에 대한 회전만으로 모든 회전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마찬가지로 숫자 셋(회전각 세 개)으로 모든 회전을 나타낼 수 있지요. 흔히 보는 자이로스코프에 회전축이 단 세 개만 존재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Gimbal_3_axes_rotation.gif


학부 2학년 역학 시간이나 동역학 시간에는 보통 zxz 오일러 각을 배웁니다. z축을 중심으로 전체를 한번 돌린 뒤 x축을 중심으로 한번 더 돌리고 다시 z축에 대해서 돌리는 것이죠. 보통은 팽이의 움직임이나 인공위성의 자세를 묘사하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반면 항공동역학 시간에는 xyz 오일러 각을 배웁니다. z축을 중심으로 돌린 뒤 y축으로 돌리고 다시 x축으로 돌리는 방법이죠. 다른 각을 쓰는 이유는 이 조합이 항공기의 세 횡운동(yaw, pitch, roll)을 나타내는데 더 편해서입니다.


오일러 각의 문제점은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회전 전체의 집합 SO(3)에 대해서 우리는 '비슷한 회전'이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대부분의 회전에 대해서는 비슷한 회전으로 바뀔 때 오일러 각이 연속적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특정 회전에 대해서는 오일러 각이 불연속적으로 변합니다. 이를 두고 Gimbal lock이라 부릅니다. 이 문제가 생기면 제어 프로그램이 맛이 가기 때문에 이 문제를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방법도 있어야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은 위에서 처음 제시한 (위도, 경도, 회전각) 조합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택할 경우 3x3 행렬들의 곱셈, 즉 아홉 숫자의 곱을 계산해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사원수(quaternion)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단 네 숫자의 곱셈만을 이용합니다.




회전을 나타내는 다른 방법: 사원수


사원수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복소수의 확장입니다.[각주:3] 복소수에 단위허수 두개를 더해서 숫자'처럼' 만든 물건이죠. 숫자'처럼'이라고 하는 이유는 행렬처럼 교환법칙( $ab=ba$)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다만 실수에 대해서는 교환법칙이 성립) 해밀턴 경이 아일랜드 왕립학회에 가다 떠올렸는데 마땅한 적을 곳이 없어서 지나가던 다리 위에다 사원수의 기본 아이디어를 새겼다는 일화가 전해지죠.


다리 위에 새긴 공식은 $i^2 = j^2 = k^2 = ijk = −1$ 으로, 단위허수 $i,j,k$ 간의 관계식입니다. 이 관계식으로부터 단위허수 사이의 관계식을 얻을 수 있는데, 가령 $ijk=-1$의 양 변 좌측에 $-i$를 곱하면

\[jk=(-ii)jk=(-i)(ijk)=(-1)(-i)=i\]


를 얻습니다.비슷한 과정을 반복하면 $ij=-ji=k, ki=-ik=j, jk=-kj=i$라는 관계식을 얻습니다.[각주:4]



회전은 크기가 1인 사원수(단위 사원수라 부릅니다)를 이용해 나타낼 수 있습니다.[각주:5] 벡터 $(e,f,g)$를 사원수 $v=ei+fj+gk$로 나타내면 단위 사원수 $q$를 이용해 회전된 벡터 $(e',f',g')$를 $e'i+f'j+g'k=qvq^{-1}$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각주:6] 구체적인 방법은 http://en.wikipedia.org/wiki/Quaternions_and_spatial_rotation를 참조하시는 편이 낫겠네요.


여기에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크기가 1인 사원수의 집합은 4차원 공간에서 원점으로부터 거리가 1인 구면, 그러니까 3차원 구면이 됩니다( $a^2+b^2+c^2+d^2=1$. 3차원 구면은 $S^3$란 기호를 써서 나타냅니다.) 따라서 우리는 회전의 집합 SO(3)가 3차원 구면 $S^3$의 구조를 가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애석하지만 조금 다른 구조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q$를 이용한 회전과 $-q$를 이용한 회전이 같거든요. '3차원 구면의 대척점 쌍'에 대해 하나의 회전이 정의된 것이죠. 이는 다음 식으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q)v(-q)^{-1}=(-1)qv(-1)q^{-1}=(-1)^2 qvq^{-1}=qvq^{-1}\]


SO(3)란 집합은 '3차원 구면의 대척점 쌍'을 원소로 갖는 것이죠. 이런 공간을 사영공간(projective space) $RP^3$로 부릅니다. $RP^3$는 '4차원 공간의 원점에서 직선을 쏘는 방법'들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회전을 나타내는 사원소들의 집합과(3차원 구면 $S^3$의 구조) 실제 회전을 나타내는 행렬의 집합 SO(3)는(사영공간 $RP^3$의 구조) 구조상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지요. 놀랍게도 이 차이는 우리가 보는 세상이 우리가 보는대로 구성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회전의 미묘한 차이와 우주의 구조


지금까지 회전을 나타내는 두 가지 방법(오일러 각/사원수)이 있으며, 이 중 사원수를 이용한 방법은 오일러 각을 이용한 방법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차이는 물리학에서 입자를 구분하는 방식, 그리고 우주의 모습이 지금 이 모습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은 회전의 집합을 제대로 규정해야겠지요. 먼저 말씀드렸다시피 3차원 공간에서 회전의 집합은 SO(3)가 됩니다. 하지만 실제 회전에 대응되는 사원수가 나타내는 집합은 SU(2)라고 부릅니다. SU(2)는 3차원 구면 $S^3$의 구조를 가지며, '일반적인 회전 집합' SO(3)에 대해 SU(2)의 두 원소가 SO(3)의 한 원소에 대응되겠죠(사원수 $q$와 $-q$가 같은 회전이므로). 어떤 면에서는 SU(2)라는 집합이 SO(3)라는 집합을 '두 번 덮는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SU(2)가 SO(3)의 덮개공간(covering space)이다'라 합니다.



이런 수학적인 장난(?)을 하는 이유는 보통은 느끼기 힘들지만 회전은 분명 흔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이 흔적은 다음과 같은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머플러나 리본처럼) 면을 가진 끈을 준비해 책에 한 끝을 붙이고 다른 끝을 공중 어딘가에 고정합니다. 책을 바닥에 평평하게 두고 한 바퀴 돌리게 되면 끈은 꼬이겠지요.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한번 더 돌리면 끈이 풀립니다. 이를 Balinese plate trick이라고 부릅니다. 다음 동영상에서 컵이 계속 위쪽으로 향하도록 한 뒤 회전시킬 때 한 번 회전하면 팔이 꼬이지만 두 번 회전하면 팔이 다시 풀리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죠.



SU(2)와 SO(3)의 2대 1 대응은 '이 차이를 보는가/보지 못하는가'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홀수 번 회전과 짝수 번 회전을 구분할 수 있으면 SU(2), 구분하지 못하면 SO(3)가 되는 것이지요.


전자나 양성자와 같은 페르미 입자(fermion)는 홀수 번 회전과 짝수 번 회전을 구분하는 입자들입니다. 이 입자들은 한 바퀴 회전할 때 마다 -1이란 부호를 획득합니다. 광자나 중력자(아직 관찰되지 않았습니다)와 같은 보즈 입자(boson)는 둘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 차이는 상당히 중요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두 입자의 자리바꿈과 두 입자의 회전이 동등하기 때문에 페르미 입자의 '회전을 구분하는 특징'은 파울리 배타원리로 나타나게 됩니다. 파울리 배타원리는 '구분할 수 없는 페르미 입자가 같은 상태에 존재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구분할 수 없는 페르미 입자 두 개가 자리를 바꾸면서 얻는 -1이란 부호가 파동함수의 상쇄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각주:7] 반면 보즈 입자에 대해서는 파울리 배타원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구분할 수 없는 보즈 입자가 같은 상태에 존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모든 구분이 불가능한 보즈 입자들이 한 상태에 밀집하며, 이를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이라 부릅니다.


파울리 배타원리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주기율표입니다. 다른 종류의 원자가 서로 다른 화학적 성질을 갖는 이유는 전자가 페르미 입자라서 같은 상태에 두 입자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다른 궤도를 갖고 원자핵을 돌기(물론 엄밀하게 말할 때 '도는 것'은 아닙니다만 다른 궤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문입니다. 만약 전자가 보즈 입자였다면 전자는 모두 가장 낮은 에너지를 갖는 궤도에 안착할 것이고(파울리 배타원리가 이런 '붕괴'를 막습니다) 모두 같은 궤도에 있기 때문에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겠지요.


또 다른 중요한 결과는 항성 핵과 중성자별의 존재입니다. 연소가 끝난 항성 핵은 가장 안정적인 철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철 원자의 전자들은 페르미 입자이기 때문에 '열운동에 의한 압력' 및 '파울리 배타원리의 효과'를 받아 중력으로 붕괴하지 않습니다. 중성자별은 연소가 끝난 별들의 원자핵이 페르미 입자인 중성자로 변해 마찬가지의 원리로 붕괴하지 않지요. 만약 파울리 배타원리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면 이 천체들은 연속적으로 붕괴하여 블랙홀이 됩니다.


우리 모두는 별의 잔해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나 산소와 같은 원소들은 별들의 핵에서 생성되었으니까요. 파울리 배타원리의 효과로 천체들이 불연속적으로 붕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별들이 불연속적으로 붕괴하면서 핵에서 만들어진 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보내고, 이로부터 생명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철 원자로 이루어진 항성의 핵을 지탱해주는 파울리 배타원리의 효과가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순간 항성의 핵의 철 원자 핵은 전자를 흡수하며 중성자가 되고, 이 과정에서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항성 핵은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중성자도 부피를 갖기 때문에 무한히 붕괴하지는 않지요. 원자 핵 밖에서 항성의 중심으로 낙하하던 물질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중성자 핵이라는 벽에 부딪치고 별 밖으로 튕겨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을 초신성이라 부릅니다. 항성이 연속적으로 붕괴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지요.


우리가 보는 세상이 우리가 보는 모습대로 있는 이유는, 그리고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얼핏 보면 드러나지 않는 회전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소립자들의 존재 때문인 셈입니다.





트위터에 날린 융단폭격을 조금 정리해봤습니다. 융단폭격의 우두머리(?)는 다음 세 트윗:


https://twitter.com/AstralDexter/status/568795182709125120

https://twitter.com/AstralDexter/status/568802072251887616

https://twitter.com/AstralDexter/status/568809524733222912


자이로스코프 이야기를 하려다 하려던 자이로스코프 이야기는 안 하고 샛길로 새어버렸네요 -_-;; 해당 내용을 추가하기는 늦은 듯 해서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1. 정확히는 숫자입니다. 앞으로 각주를 달 내용은 글의 내용과 관련만 있고 흐름과는 상관없는 내용들만 쓸 예정이므로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서요. 접어둔 내용은 글을 이해하시는 데 필요할 수 있는 정보들입니다. [본문으로]
  2. 3은 사실 연속성(비슷한 벡터는 비슷한 벡터로)과 같이 생각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연속성이란 조건을 날려버리면 '구 하나를 쪼개고 잘 합쳐 둘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Banach-Tarski 역설을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Banach-Tarski_paradox [본문으로]
  3. 복소수에서 사원수로 확장하는 과정을 이용해서 수 체계를 계속 확장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Cayley-Dickson_construction [본문으로]
  4. 사원수의 경우 Gibbs가 벡터 연산을 개발하기 전까지 물리학의 기본 언어로 쓰일 정도로 물리에 영향을 많이 미쳤습니다. 이후 사원수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 것에는 geometric algebra란게 있는 모양입니다만 공부해보진 않았네요. 참고로 xyz 단위벡터를 쓸 때 ijk를 쓰는 것은 사원수의 흔적입니다. [본문으로]
  5. 바로 다음 파트에서 다룰 예정이지만, 단위 사원수의 집합은 SU(2)와 동일합니다. [본문으로]
  6. 앞선 각주를 읽으셨고 게이지 장론을 공부하셨다면 회전을 나타내는 방법 중 SO(3)는 fundamental representation에, SU(2)는 adjoint representation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7. 공간이 2차원이 되면 한 바퀴 회전할 때 얻는 부호가 1 또는 -1로 제한될 필요가 없습니다. Anyon이 이런 경우를 다룹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쌍둥이 역설과 관련이 깊은 질문들이 올라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이 글은 대충대충 쓸거라 일반상대론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며.




쌍둥이 역설이야 다들 아실테니 설명을 제끼기로 하자. 그렇다면 쌍둥이 역설의 기하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약간의 비약을 넣어) 기하적으로 접근하면 '평면에서는 두 직선을[각주:1] 두 번 교차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직선을 두번 교차하게 만드는 방법은 공간을 휘는 것이다. 예컨데 구에서 서로 다른 직선 둘을 그리면 두 점에서 교차하게 된다. 일반상대론에서는 중력이 공간을 휘어주는 역할을 하고, 직선은 중력을 따라 자유낙하하는 물체의 궤적이다. 일반상대론에서 직선의 길이는 자유낙하하는 물체의 고유시간이다.


이제 휘어진 공간에서 두 직선의 길이를 비교해 보자. 가장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지구를 이용해 공간을 휜 뒤 A는 지구의 원궤도에, B는 머리 위로 똑바로 던져서 다시 받는 궤도에[각주:2] 놓되 조건을 잘 맞추어서 같은 시간 같은 점에서 출발한 A와 B가 조금 뒤 같은 점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같은 시공간상의 점에서 출발한 두 직선-A와 B가 만드는 시공간상의 궤적-이 다시 한 점에서 만났을 때, 두 직선의 길이는 과연 같을 것인가? (계산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다르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쌍둥이 역설일까? 물론 아니다. A가 그린 직선과 B가 그린 직선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각주:3] A가 그린 직선의 길이와 B가 그린 직선의 길이가 다른 것이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문제를 더 꼬아보자. A가 그린 직선과 B가 그린 직선을 구분할 수 없다면? 그런 종류의 공간으로 더 시터르 공간(de Sitter space: dS)와 반-더 시터르 공간(anti-de Sitter space: AdS)이 있다.[각주:4] 이 공간들 위에서 두 물체 A와 B가 직선을 그리며 운동할 때 A가 그리는 직선과 B가 그리는 직선은 근본적으로 구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쌍둥이 역설이 생기지 않으려면 (1) A가 그리는 직선과 B가 그리는 직선은 절대로 만나지 않던가(dS공간이 여기에 해당한다) (2) A가 그리는 직선과 B가 그리는 직선이 만났을 때 두 직선의 거리는 똑같아야 한다(AdS공간이 여기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점은 (2)의 경우 A와 B의 상대속도에 무관하게 같은 고유시간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는 부분. 이건 다음과 같이 증명할 수 있다. 우리는 A 위에 앉아있다고 하고, B와 C를 준비한다. 이제 B와 C를 (A에 대해) 같은 속력으로 날리되 방향은 다르게 한다. 그리고 공간은 대칭적이므로 B와 C는 동시에 A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B와 C 모두 관성운동을 했으므로, 우리는 B나 C 위에 앉아서 이 과정을 구경해도 된다. C에서 이 과정을 볼 경우 A와 B는 일반적으로 다른 속력을 가지고 관성운동을 하므로, 임의의 상대속력을 갖고 출발한 두 관성운동은 항상 같은 고유시간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각주:5]




결론: 일반상대론에서의 쌍둥이 역설으로부터 'AdS 공간에서의 한 점에서 출발하는 모든 timelike geodesic은 다른 한 점으로 수렴하며, 그 고유길이(고유시간)은 모두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P.S. 고전역학에서는 harmonic oscillator가 정확히 똑같은 현상을 보인다. 우주상수를 넣고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구면대칭적인 해를 찾을 때 나오는 답의 $g_{00}$항이 1(또는 convention에 따라 -1)에서 벗어나는 정도를 Newtonian potential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 potential 항이 harmonic oscillator의 potential을 갖는다는 것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1. 상대론에서 '중력(0일 수도 있다)만을 받으며 운동'하는 점입자의 궤적은 직선(geodesic - 정확히는 time-like geodesic)이다. 단지 3차원에서 사는 사람의 눈에는 직선으로 보이지 않는 것일 뿐. [본문으로]
  2. purely radial motion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3. 예를 들어 A와 B는 각각 자유낙하를 하면서 공간의 리만 곡률텐서의 값을 읽어볼 수 있다. A가 읽는 곡률은 일정하겠지만 B가 읽는 곡률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본문으로]
  4. 관성운동(본문의 직선을 그리는 운동)을 하는 모든 입자가 자신이 정지한 좌표계에서 똑같은 공간을 보려면 시공간의 곡률을 만들어주는 stress-energy tensor가 metric tensor의 상수배여야 한다. maximal symmetry를 가정하면 Lorentz boost에 해당하는 임의의 좌표변환을 하더라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게 metric밖에 없기 때문. [본문으로]
  5. 정확한 증명(a.k.a. 수학적 증명)을 하려면 (v의 속력에서 시작했을 때/c=1) 상대속도 0에서 상대속도 2v/(1+v)까지의 모든 운동이 같은 고유시간에 도착한다는 것을 보인 뒤(각도 문제다), 이걸 반복하면 임의의 u<1도 포함된다는 것을 보이면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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