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9.13 피에르 불 저 이원복 역, [혹성 탈출] (2)
  2. 2011.08.28 미래의 종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얼마 전 <혹성탈출> 시리즈의 프리퀄 정도 되는 영화를 한편 봤었다. 꽤 재미있게 보았던지라 이번에는 원작이라는 책을 보기로 했다.

혹성 탈출 - 8점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소담출판사

스포일러를 적당히 당해서(위키에서 검색해본 것이 화근이었다) 그다지 반전이랄 것은 못 느끼게 되어 아쉽다. 1963년의 소설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만들어진 영화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느껴졌다. 이번 서평은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이 주가 될 듯 싶다.

우선 영화부터.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은 개봉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원작 소설과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공포를 그려낸다. GMO 작물을 둘러싼 논쟁과 마찬가지로 과학이 주된 공포의 원천이다. 마지막에 점과 선으로 표현된 바이러스의 전파는 결국 기술에 자만했던 GEN-SYS사의 실수로 일어난 것이 아니던가.

책으로 돌아와 보면 여기에서의 공포는 소설 H. G. Wells의 『타임머신』에 등장하는 종류와 비슷하다. 웰즈의 소설에서 후대 인류는 놀고 먹고 자다가 기술과 이성을 잃어버린 부르주아의 후손들인 엘로이와 지하에서 노예처럼 일만 하다가 기술과 이성만 발달해 인간성을 잃어버린 프롤리타리아의 후손들인 멀록으로 나뉘게 되고, 멀록이 엘로이를 사냥한다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있다. 불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간의 몰락 원인은 엘로이의 몰락 원인과 마찬가지로 '인생이 편해져 생각하기도 싫어하다 보니 이성을 잃어버렸다' 이다. TV 보느라 주말가는줄 모르는 사람들, 긴장하란 말이다.

소설에서는 유인원이 인류를 대체하게 되는 과정이 나오는데,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잘 모르겠다. 유인원은 똑똑해지고 인류는 멍청해지면서 유인원이 인류를 쫓아낸다는 것인데 과연 그렇게 되도록 놔둘 사람들일까? 이전에 TED 강연 중 인간처럼 행동하는 보노보가 나오는 강연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쓴 것처럼 인간은 인간같은 유인원들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을까? 프랑켄슈타인 컴플렉스는 강하다.

조금 생각해볼 점은 소설에서 '이성=언어'라는 등식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언어는 논리적인 사고에 중요하다만 언어 없이 논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할까? 이영도의 『~를 마시는 새』시리즈에서 언어 없이 텔레파시로 의사소통하는 나가라는 종족이 등장하는데, 이 종족에게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사고에 언어는 필수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등장한다.[각주:1] 어릴 적부터 귀가 멀어 수화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도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한데, 이런데도 언어가 사고의 필수조건일까?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세계의 한계는 언어의 한계"라면, 언어가 채우지 못한 세계 또한 존재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혹성 탈출 - 8점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소담출판사
  1. 소설 속에는 없고 각 장이 시작하기 전 잠깐 나오는 글에 등장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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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욱이 요즘에 공부 안하네~ 물리 포스팅이 꽤오래됐어

    2011.09.23 01:33

스포일러 주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10점
루퍼트 와이어트

「카우보이 비밥」을 아시는가. 이 미래빈티지공상과학만화의 4화 Gateway shuffle편을 보면 과격자연보호운동가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가진 무기 중에는 인간과 유인원의 2% 다른 유전자에만 반응하는 생체무기도 등장한다. 유전적으로 매우 작은 차이도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데(당장 TV속 연예인과 거울 속 사람을 비교해보자. 둘의 유전적 차이는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이 2%에만 반응한다는 생체무기도 헛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카우보이 비밥 - 기념판 (7DISC)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노바미디어
정주행 충동이 가끔씩 이는 미래빈티지공상과학만화「카우보이 비밥」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는 인간이 지배당하고 유인원이 지배하는 행성에 불시착한 사람이 겪는 모험을 그린다. 본 적은 없지만 들어보기는 귀가 빠지도록 들어봐서 제대로 된 번역인 "유인원의 행성Planet of the Apes"보다 혹성탈출이라는 명사가 더 익숙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불시착한 행성은 미래의 지구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주인공은 좌절한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고 한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이 미래의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물론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원인으로 문명이 뒤집히기 때문에 프롤로그라 하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다음은 영화 소개.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 분)’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버지(존 리스고 분)를 치료하고자 인간의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켜주는 ‘큐어’를 개발한다. 

이 약의 전임상시험(동물을 대상으로 한 약효실험)으로 유인원들이 이용되고, '윌'은 그 중 한 유인원에게서 태어난 어린 ‘시저(앤디 서키스 분)’를 데려가 자신의 집에서 키운다.

가족처럼 살고 있던 윌과 시저, 시간이 지날수록 ‘시저’의 지능은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저’는 이웃집 남자와 시비가 붙은 ‘윌’의 아버지를 본능적으로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인간을 공격하고, 결국 유인원들을 보호하는 시설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자신이 인간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서서히 자각하고 인간이 유인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본 ‘시저’는 다른 유인원들과 함께 생존을 걸고 인간들과의 대 전쟁을 결심하는데……


보통은 영화를 보면 조용히 그 영화에 집어삼켜진 채로 영상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외마디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 탄성이란 "원숭이를 인간으로 만들어놨네". 상대방에 자신을 이입하는 성향은 인간의 본성이라지만[각주:1] 그걸 넘어서 이건 원숭이를 힘이 좀 세고 털만 좀 많은 인간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사람과 유인원의 대결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었다. 숨어지내다가 발견되고, 잡히고, 학대받고, 그러면서 점차 반기를 들게 되는 사람들과 원래 그들을 사람으로 볼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의 대결.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의 외계인들을 우리 주변의 자신을 숨긴 사람들로 보면[각주:2] 색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맨 인 블랙
배리 소넨필드
2편은 캐비넷 속의 세상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뿐.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왜 인간은 항상 자멸을 자초할 짓을 하는가이다. 이 영화에서 점과 선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재앙의 바이러스처럼[각주:3] 앞서 언급한 미래빈티지공상과학만화에서도 과격환경운동가들이 자신들이 만든 재앙의 바이러스에 멸사함을 암시하는 엔딩이 있다. 후자는 전통적인 인과응보 엔딩이라면 전자는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프랑켄슈타인 컴플렉스일듯 싶다. 확실히 문화의 흐름 자체가 "언젠가는 밝아질 미래"에서 "어두워지기 기다리는 미래"로, 좀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데, 그만큼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까.[각주:4]

영화에서 등장하는 신약(?)인 Alz-113에 대해 첨언하자면, 실제로 동물을 대상으로는 임상실험이 문제없으나 인간 대상으로 바뀔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전설적(?)인 탈리도마이드Talidomide가 있다.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 약은 실제로는 엄청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수많은 기형아들이 태어나고 나서야 알려졌다. 「카우보이 비밥」의 4화에서 등장한 그 2%에 작용하는 생체무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에서 사용된 Alz-113은 바이러스 계열인데, 실제로 DNA가 무슨 작용을 하는지 검사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세포에 DNA를 주입하는 실험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박테리오파지에 원하는 DNA를 넣어 대장균에 그 DNA를 주입하는 방법은 대학 교재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방법이다. 하필 바이러스를 이용한 덕분에 신나게 바이러스가 퍼져버리는 악몽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10점
루퍼트 와이어트
  1. 신경학적으로는 거울신경의 작용이라고 한다. 이 거울신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나고 원활한 사회생활이 가능해진다. 이 신경에 문제가 생기거나 해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자폐증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2. 성적소수취향자라는 거창한 문제까지 갈 것도 없이 편부모 가정, 가정폭력, 고아, 부잣집 아이들 사이의 가난한 아이 등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다. [본문으로]
  3. 영화 크레딧 올라간다고 바로 나가지 말 것. 그게 끝이 아니다. [본문으로]
  4. 물론 2차대전 이후 이성(理性)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게 떠오른 것도 그 한 이유일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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