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2.26 보이지 않는 힘을 깨자 2
을 읽고서 갑자기 떠오른 것을 정리해 봅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이 책이더군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자주 들어보아서 대강은 알고있기 때문에 링크 걸어봅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번 읽어보아야겠네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삼인

'안경'이라는 단어는 보통 '두 개의 광학장치(일반적으로 렌즈)를 두 개의 가지와 하나의 받침대를 이용해 코와 귀로 지지하도록 만들어진 물건'을 뜻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다리가 두개일까, 머리로 지지해 볼 수는 없는걸까(용접할때 쓰는 마스크처럼)' 하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일까요? 물론 실제로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모양으로 생긴, 가령 렌즈가 하나뿐인 안경들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보통 안경이라고 부르지는 않지요. 고글이라고 부르지.

See full size image
이런 놈들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두 개의 광학장치를 두 개의 가지와 하나의 받침대를 이용해 코와 귀로 지지하도록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특정 물건을 분류하는 틀을 안경이라고 부르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색다른 시각 보정장치는 안경이라고 부르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컨택트 렌즈를 안경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기계과이니 공학 쪽으로 조금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보통 자동차라고 하면 '네 개, 혹은 그 이상의 바퀴를 가진 운송수단'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디자인하라고 하면 언제나 바퀴 네 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바퀴가 세개이거나 하면 '거 참 특이하게 생긴 자동차네'하고 생각하지요. 더군다나 공상과학영화에서 날아다니는 자동차라도 바퀴는 달려 있는 것을 생각해 보아도 자동차라는 단어는 네 개의 바퀴와 떨어뜨려 생각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라는 것이 단순히 지상형 개인 운송수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바퀴라는 것과 떨어질 수 없도록 정의되었다는 말이지요. 날개 없는 비행기를 생각할 수 없는 것도 비슷한 연유에서이겠지요.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날개 없는 비행물체들을 비행기라고 하던가요?


미래의 차 디자인입니다만 바퀴는 아직도...

여기서 '정의'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정의라는 행위는 논쟁의 틀을 결정짓는 행위가 된다는 말이지요. 조금은 동떨어진 내용이지만, 적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승리의 첫 걸음이라는 말도 정의가 틀을 제공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틀이 왜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틀이라는 것은 생각이 발전하는 기반이 됩니다. 틀 속에서 생각이 발전하게 되고, 또 그 틀을 따라서 사고가 진화하게 됩니다. 간단하게 '동수는 맥주를 좋아할까?'라는 틀을 보겠습니다. 이 틀 안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제아무리 격렬해진다고 해도 '술'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동수는 녹색을 좋아할꺼야'라는 말은 무슨 삼천포냐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기 일쑤이지요. 이처럼 틀이란 것은 생각을 발전시켜주는 토대가 되지만, 그만큼 생각을 자기 자신과 동화시켜버려 구속하기 때문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틀은 알게 모르게 생각의 방향을 결정지어 버리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틀을 깨라고 주문합니다. 그리고 역사라는 책 속에 자기 이름을 적어 넣은 사람들을 보면 대개(학문이나 예술의 경우)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낸 사람들입니다. 뉴턴은 물질세계를 숫자로 바라보도록 하는 하나의 틀을 제공했고, 아인슈타인은 시간을 공간에 흡수시켜 또 다른 틀을 만들어내었습니다. 다윈의 경우는 생물의 다양성을 '진화'라는 또 다른 틀에서 분석하였고, 르네상스 시대는 사회를 인간의 눈에서 바라보도록 하는 중심적인 틀을 만들어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바로 정의를 통해서입니다. 의심하고, 새로운 정의를 사용해 보세요. 예컨데, '비행기'가 아니라 '비행형 운송수단'을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색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ps.
원래는 틀에 대한 잡담을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됬네요. 역시 계획 없는 포스트는 안드로메다로...ㅠㅠ

ps2.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언어를 사고가 작동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영어를 진짜 잘하려면 영어로 생각하는게 가능해져야 하지요.

ps3.
언론이 무서운 이유는 틀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번 대선에서 경제대통령이라는 틀 대신 기업인이라는 틀로 네거티브 전략을 썼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ps4.
저 블로그 안 버렸습니다 -_-;; 이거 얼마만의 포스팅인지...
Posted by 덱스터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A theorist takes on the world
덱스터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