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퀄을 보면 영화의 각종 설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듯 싶다. 영화의 기반이 되는 '남의 꿈에 들어간다'에 대한 내용과 팽이는 무엇인가, 꿈 속에서 죽으면 빠져나온다는 것, 이질적인 존재가 꿈에 개입했다는 것을 인지하면 꿈의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는 것(사람들이 그쪽을 쳐다보다가 공격하기 시작한다) 등. 중요하기는 하지만 내용과는 상관없는 기타 설정중에는 '킥'이라는 것이 있고(중력에 대한 느낌은 꿈 속에서도 유지된다는 것을 이용해 잠을 깨우기 위해 중력 상태에서 갑자기 자유낙하를 경험하게 하는 것-물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듯) 림보(limbo-연옥. 그런데 그냥 림보라고 부른다)라고 꿈 속에서 잘못 죽으면 가장 깊은 무의식의 바다로 떨어지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정도 이해하고 들어가면 나머지 사소한 설정들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단 내용에 대한 정리는 여기에서 확인, 영문으로 좀 더 단순하게(?) 정리된 페이지는 여기, 직접 연기했던 배우의 생각은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첫 링크에서는 토템에 대한 설명이 잘못되었는데, 주사위도 토템으로(아서) 나왔다. 아리아드네가 자신의 토템인 체스 말(퀸인것 같다)을 만들도록 설명하는 도중에 잠깐 나왔다.
호텔에서 설산요새로 들어갈 때에는 피셔의 꿈이라고 생각했는데(들어간 것은 브라우닝의 꿈이었지만 피셔가 만들어낸 가상적 존재였으니까), 그러면 피셔가 일시적으로 죽었을 때 꿈이 무너저야 했으므로 피셔가 브라우닝의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용해 임스가 끼어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꿈의 꿈에서 지금 들어가는 꿈이 남의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용해 꿈을 바꿔치기 한 건가...
개인적으로는 엔딩이 f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마지막 장면은 콥의 꿈이라는 것. 항상 현실감을 유지하기 위해 토템을 버려두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므로 마지막 장면은 꿈에 대한 압박감을 털어버리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으로 마지막 장면은 자각하지 못하는 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콥이 림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현실의 기억을 투영해 새로운 꿈에 빠져들었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콥에게는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이다. 계속 꿈에 붙잡혀 살아간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물론 이 가설은 언제까지나 마지막에 토템의 회전이 멈추지 않는다는 전제가 가장 크게 따라붙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이 된다. 사이토는 자신을 반쯤 잃어버렸고, 나머지는 비행기 안의 현실에서 킥을 줄 방법이 없으므로 며칠은 더 꿈 속에 갇혀있어야 하고. 꿈 공유장치는 타이머가 시간을 조절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10시간을 계속 자야한다. 중간에 피셔의 방어기제에 걸려 사냥당하면 그야말로 지옥. 그나마 마지막 직전에 피셔가 꿈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생각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돌아다닐 것 같은게 다행이다.
위 가설의 근거로는 첫째, 사이토가 제 아무리 힘있다고 해도 범죄 기록까지 지울 능력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없는 사람을 만들어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랑 너무 똑같이 움직인다. 나이를 먹은 것처럼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리 우연이라고 해도 완벽히 동일하게 움직이는게 가능할까?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정원 위의 무언가를 구경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구경거리가 정원 위에 고정된 무언가가 아니라면 똑같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고정된 무언가라고 하더라도 관심을 한번 더 끌기는 힘들테다.
그런데 캐스팅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나이별로(!) 연기하도록 되어있다. 그냥 붙여넣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콥이 아내 멀과 함께 림보로 들어가기 전 아이들의 영상이 따로 있고(그래서 림보 안에서 아이들을 찾으러 다시 나와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이고) 림보에서 나온 후 멀이 자살한 뒤에 집을 떠나기 전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또 따로 찍은 것이거나. 물론 가장 간단한 가설은 마지막에 나오는 아이들이 현실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현실로 돌아왔다는 것이지만.
하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첫 장면과 마지막 직전의 장면 사이에 있는 내용 전체에 대한 것이다. 노인이 된 사이토와 콥이 만나 서로를 찾고 기다리는 것을 확인하는 장면인데 나중에 나오는 장면은 중간의 영상과 이어지지만 첫 장면에서 그 다음 장면(젊은 사이토에게 콥이 아이디어를 방어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면서 접근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다. 중간 내용 전체는 림보에서 이루어진 콥의 회상이었을까?
영화는 액션신이 대박이다. 중간에 무중력에서 싸우는 신이 나오는데 그게 CG가 아닌 와이어액션이랜다. 옷에까지 와이어를 달아가며 찍었다는데 그야말로 대단하다고밖에. 현실적이면서도 거기에 무언가를 비틀어 넣어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감독의 실력에 감탄만 나온다. 도시가 접히는 장면과 에셔의 무한히 상승하는 계단(링크 참조)이 구현되는 장면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당신의 마음이 사건의 현장입니다. Your mind is the scene of the crime. - Ince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