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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08 양자역학의 유래(2)

이전에 쓴 글 중 양자역학의 유래라는 글이 있었다. 현대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파동방정식 풀이법과 행렬을 이용한 선형대수 연산 및 고유값을 사용하게 된 기원 등을 다룬 글인데,[각주:1] 오랜만에 덧붙일만한 내용이 생각나서 새로운 글을 쓰기로 했다.

 

저번 글에서 양자역학이 형성되어 온 두가지 갈래길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그 두 갈래길이 남아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묘사(picture)에 대해 살펴보자.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께서 에너지나 운동량 등의 측정값이 양자화되는 이유를 질문하셨다. 누군가가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으로 고유값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했고 교수님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칭찬하시고는 넘어가셨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반만 맞는 답이었다. 하지만 타과생인지라 물리학과에 반기를 들기보다는 조용히 넘어갔다. 어째서 반만 맞는 답일까?

 

양자역학은 두 경로를 통해 발전했다. 하나는 슈뢰딩거(Erwin R. Schrödinger)의 '파동성을 핵심으로 하는 파동역학'이고, 나머지 하나는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의 '양자성을 핵심으로 하는 행렬역학'이다. 파동역학을 양자역학의 원류로 본다면 물리량이 양자화되는 이유는 경계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이 맞다. 하지만 행렬역학을 양자역학의 원류로 본다면 물리량의 양자화는 공리(postulate)가 된다. 실제 양자역학은 두 원류가 합쳐진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 그 답은 반만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 관점은 어떻게 남아있을까?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전자파(electron wave-electromagnetic wave가 아니다!)와 같이 물체에게 파동성이 존재하므로 이미 존재하는 파동광학 등의 결과를 물질로 확장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때문에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은 물질의 상태(state)가 되고, 이것이 반영되어 측정하는 물리량(operator를 말한다)은 시간에 불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빛이 화면에 닿아 상을 만들 때 화면의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화면에 그려지는 상이 변화한다고 보기보다는 빛의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상이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이 변화한다고 보는 것보다는 그 공간에 놓인 물질이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아무래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부 양자역학 교재에서는 슈뢰딩거 묘사(Schrödinger picture)를 쓰는 경우가 많다. 슈뢰딩거 묘사를 쓸 경우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잘 보면 고전적인 파동방정식과 닮았다.

 

$$\dot{\left|\psi\right>}=\frac{\mathbf{H}}{i\hbar}\left|\psi\right>$$

 

이번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을 따라가 보자.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전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물리량을 측정할 경우 그 값이 양자성을 가진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수소원자스펙트럼은 불연속적으로 분포되어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하이젠베르크에게 변화하는 것은 물질의 상태가 아닌 물질의 측정값, 즉 물리량이 변화하게 된다. 같은 물질을 다른 시간에 측정하면 다른 물리량을 내놓는 것이므로 물질은 그대로 있고 물리량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안을 알 수 없는 기계장치가 들어있는 상자가 있고 그 상자의 벽에 화면이 설치되어 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숫자를 보여준다고 상상해보자. 이 경우 상자 자체가 변화한다기 보다는 상자의 화면에 찍히는 숫자가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이젠베르크 묘사(Heisenberg picture)를 쓸 경우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해밀토니안 역학에서 이런 방정식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dot{\mathbf{A}}=\frac1{i\hbar}\left[\mathbf{A},\mathbf{H}\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A}$$

 

마지막으로 흔히 상호작용 묘사(interaction picture) 혹은 폴 아드리엔 모리스 디락(Paul Adrien Maurice Dirac)의 이름을 딴 디락 묘사(Dirac picture)를 생각해보자. 이 묘사방법은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 등장하면서 입자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니 특정한 상태를 규정짓기가 힘들어지자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리적인 계(system)의 진화를 규정짓는 것이 해밀토니안(Hamiltonian)인데 이 묘사에서는 해밀토니안을 두가지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측정하는 '입자'를 만들어주는 자유장 해밀토니안(free field Hamiltonian)과[각주:2] 이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상호작용 해밀토니안(interaction Hamiltonian)으로 나누고, 각각 H_0와 H_int로 이름붙인다. 우리가 측정하는 모든 물리량은 자유장 해밀토니안에 따라 변화하고, 우리가 측정할 대상이 되는 상태들은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에 따라 변화한다. 하이젠베르크 묘사를 설명하면서 쓴 예제를 사용해 본다면 상자의 화면에 등장하는 숫자가 변화하는데, 상자 자체도 조금씩은 모양을 바꾼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상자의 모양에 따라 화면에 등장하는 숫자 또한 영향을 받는다면 1. 상자의 모양마다 숫자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2. 상자의 모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편리하다. 때문에 상호작용 묘사에서는 운동방정식이 조금 복잡하다.

 

$$\mathbf{H}=\mathbf{H_0}+\mathbf{H_{int}}\\ \dot{\mathbf{A}}=\frac1{i\hbar}\left[\mathbf{A},\mathbf{H_0}\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A}\\ \dot{\left|\psi\right>}=\frac{\mathbf{H_I}}{i\hbar}\left|\psi\right>\\\\ \text{where }\mathbf{H_I}\text{ is the solution of}\\ \dot{\mathbf{H_I}}=\frac1{i\hbar}\left[\mathbf{H_I},\mathbf{H_0}\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H_I}\\ \mathbf{H_I}(t=t_0)=\mathbf{H_{int}}$$

 

물리 덕후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곳 저곳 다 파고 들어가며 닥치는대로 공부하다 보니 물리학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서도 이것 저것 알게 된 것이 많다. 아무래도 이런 이해가 있다 보니까 정리가 좀 잘 되는듯. 다음 학기 학부 졸업논문이나 잘 써야 할텐데...

  1. 엄청나게 많은 깨져있는 수식을 복구하느라 조금 힘들었다. 이런 글 엄청 많을텐데...ㅠㅠ [본문으로]
  2. 이 '입자들'로 상태공간을 확장(span)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알기 쉬운 것들로 공간을 나타내는 것이 더 보기 좋으니까.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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