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28. 13:47 Report
미래의 종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스포일러 주의!
「카우보이 비밥」을 아시는가. 이 미래빈티지공상과학만화의 4화 Gateway shuffle편을 보면 과격자연보호운동가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가진 무기 중에는 인간과 유인원의 2% 다른 유전자에만 반응하는 생체무기도 등장한다. 유전적으로 매우 작은 차이도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데(당장 TV속 연예인과 거울 속 사람을 비교해보자. 둘의 유전적 차이는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이 2%에만 반응한다는 생체무기도 헛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는 인간이 지배당하고 유인원이 지배하는 행성에 불시착한 사람이 겪는 모험을 그린다. 본 적은 없지만 들어보기는 귀가 빠지도록 들어봐서 제대로 된 번역인 "유인원의 행성Planet of the Apes"보다 혹성탈출이라는 명사가 더 익숙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불시착한 행성은 미래의 지구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주인공은 좌절한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고 한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이 미래의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물론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원인으로 문명이 뒤집히기 때문에 프롤로그라 하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다음은 영화 소개.
보통은 영화를 보면 조용히 그 영화에 집어삼켜진 채로 영상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외마디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 탄성이란 "원숭이를 인간으로 만들어놨네". 상대방에 자신을 이입하는 성향은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그걸 넘어서 이건 원숭이를 힘이 좀 세고 털만 좀 많은 인간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사람과 유인원의 대결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었다. 숨어지내다가 발견되고, 잡히고, 학대받고, 그러면서 점차 반기를 들게 되는 사람들과 원래 그들을 사람으로 볼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의 대결.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의 외계인들을 우리 주변의 자신을 숨긴 사람들로 보면 1 색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2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왜 인간은 항상 자멸을 자초할 짓을 하는가이다. 이 영화에서 점과 선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재앙의 바이러스처럼 앞서 언급한 미래빈티지공상과학만화에서도 과격환경운동가들이 자신들이 만든 재앙의 바이러스에 멸사함을 암시하는 엔딩이 있다. 후자는 전통적인 인과응보 엔딩이라면 전자는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프랑켄슈타인 컴플렉스일듯 싶다. 확실히 문화의 흐름 자체가 "언젠가는 밝아질 미래"에서 "어두워지기 기다리는 미래"로, 좀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데, 그만큼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까. 3 4
영화에서 등장하는 신약(?)인 Alz-113에 대해 첨언하자면, 실제로 동물을 대상으로는 임상실험이 문제없으나 인간 대상으로 바뀔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전설적(?)인 탈리도마이드Talidomide가 있다.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 약은 실제로는 엄청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수많은 기형아들이 태어나고 나서야 알려졌다. 「카우보이 비밥」의 4화에서 등장한 그 2%에 작용하는 생체무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에서 사용된 Alz-113은 바이러스 계열인데, 실제로 DNA가 무슨 작용을 하는지 검사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세포에 DNA를 주입하는 실험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박테리오파지에 원하는 DNA를 넣어 대장균에 그 DNA를 주입하는 방법은 대학 교재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방법이다. 하필 바이러스를 이용한 덕분에 신나게 바이러스가 퍼져버리는 악몽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루퍼트 와이어트 |
「카우보이 비밥」을 아시는가. 이 미래빈티지공상과학만화의 4화 Gateway shuffle편을 보면 과격자연보호운동가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가진 무기 중에는 인간과 유인원의 2% 다른 유전자에만 반응하는 생체무기도 등장한다. 유전적으로 매우 작은 차이도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데(당장 TV속 연예인과 거울 속 사람을 비교해보자. 둘의 유전적 차이는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이 2%에만 반응한다는 생체무기도 헛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카우보이 비밥 - 기념판 (7DISC)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노바미디어 |
정주행 충동이 가끔씩 이는 미래빈티지공상과학만화「카우보이 비밥」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는 인간이 지배당하고 유인원이 지배하는 행성에 불시착한 사람이 겪는 모험을 그린다. 본 적은 없지만 들어보기는 귀가 빠지도록 들어봐서 제대로 된 번역인 "유인원의 행성Planet of the Apes"보다 혹성탈출이라는 명사가 더 익숙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불시착한 행성은 미래의 지구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주인공은 좌절한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고 한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이 미래의 지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물론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원인으로 문명이 뒤집히기 때문에 프롤로그라 하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다음은 영화 소개.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 분)’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아버지(존 리스고 분)를 치료하고자 인간의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켜주는 ‘큐어’를 개발한다.
이 약의 전임상시험(동물을 대상으로 한 약효실험)으로 유인원들이 이용되고, '윌'은 그 중 한 유인원에게서 태어난 어린 ‘시저(앤디 서키스 분)’를 데려가 자신의 집에서 키운다.
가족처럼 살고 있던 윌과 시저, 시간이 지날수록 ‘시저’의 지능은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저’는 이웃집 남자와 시비가 붙은 ‘윌’의 아버지를 본능적으로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인간을 공격하고, 결국 유인원들을 보호하는 시설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자신이 인간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서서히 자각하고 인간이 유인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본 ‘시저’는 다른 유인원들과 함께 생존을 걸고 인간들과의 대 전쟁을 결심하는데……
보통은 영화를 보면 조용히 그 영화에 집어삼켜진 채로 영상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외마디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 탄성이란 "원숭이를 인간으로 만들어놨네". 상대방에 자신을 이입하는 성향은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그걸 넘어서 이건 원숭이를 힘이 좀 세고 털만 좀 많은 인간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사람과 유인원의 대결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대결이었다. 숨어지내다가 발견되고, 잡히고, 학대받고, 그러면서 점차 반기를 들게 되는 사람들과 원래 그들을 사람으로 볼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의 대결.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의 외계인들을 우리 주변의 자신을 숨긴 사람들로 보면 1 색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2
맨 인 블랙 배리 소넨필드 |
2편은 캐비넷 속의 세상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뿐.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왜 인간은 항상 자멸을 자초할 짓을 하는가이다. 이 영화에서 점과 선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재앙의 바이러스처럼 앞서 언급한 미래빈티지공상과학만화에서도 과격환경운동가들이 자신들이 만든 재앙의 바이러스에 멸사함을 암시하는 엔딩이 있다. 후자는 전통적인 인과응보 엔딩이라면 전자는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프랑켄슈타인 컴플렉스일듯 싶다. 확실히 문화의 흐름 자체가 "언젠가는 밝아질 미래"에서 "어두워지기 기다리는 미래"로, 좀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데, 그만큼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까. 3 4
영화에서 등장하는 신약(?)인 Alz-113에 대해 첨언하자면, 실제로 동물을 대상으로는 임상실험이 문제없으나 인간 대상으로 바뀔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전설적(?)인 탈리도마이드Talidomide가 있다.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 약은 실제로는 엄청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수많은 기형아들이 태어나고 나서야 알려졌다. 「카우보이 비밥」의 4화에서 등장한 그 2%에 작용하는 생체무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에서 사용된 Alz-113은 바이러스 계열인데, 실제로 DNA가 무슨 작용을 하는지 검사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세포에 DNA를 주입하는 실험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박테리오파지에 원하는 DNA를 넣어 대장균에 그 DNA를 주입하는 방법은 대학 교재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방법이다. 하필 바이러스를 이용한 덕분에 신나게 바이러스가 퍼져버리는 악몽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루퍼트 와이어트 |
- 신경학적으로는 거울신경의 작용이라고 한다. 이 거울신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나고 원활한 사회생활이 가능해진다. 이 신경에 문제가 생기거나 해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자폐증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 성적소수취향자라는 거창한 문제까지 갈 것도 없이 편부모 가정, 가정폭력, 고아, 부잣집 아이들 사이의 가난한 아이 등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다. [본문으로]
- 영화 크레딧 올라간다고 바로 나가지 말 것. 그게 끝이 아니다. [본문으로]
- 물론 2차대전 이후 이성(理性)에 대한 불신이 엄청나게 떠오른 것도 그 한 이유일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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