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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1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
  2. 2008.12.19 100분토론 400회, 짧은(?) 감상평 8
미학 오디세이 3권 세트 - 10점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즐거움과 함께 인간의 본질과 가장 맞닿아있는 감정이다. 사실 아름다움에서 즐거움이 나오고, 즐거움에서 아름다움이 파생되어 사실상 둘을 면도날로 자르듯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아는 모든 세상은 자신이 느끼는 아름다움을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이다. 철학자들은 이성(理性)에서, 신학자들은 신성(神聖)에서,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것을 각자의 언어, 그러니까 논리, 성서, 수학으로 표현했을 뿐이라고.

이 사람들은 단지 다른 미적 감각을 가졌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학의 논의의 상당수가 철학과 겹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정신활동이고, 이성은 정신활동의 정수처럼 여겨지지 않던가? 더군다나 수많은 동기가 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즉 미각(美覺)에서 출발했다면 인간의 정신에 매력을 느끼던 사람들이 놓기 힘든 주제였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학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활동에 대한 교양서 중에서 단연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책을 꼽으라면 진중권씨의 『미학 오디세이』시리즈이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책을 사다가 5만원을 채우면 마일리지 2000점을 더 준다는 알라딘의 유혹(?) 때문에 그런 점도 있지만, 나온지 10년이 거의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점이 눈을 끌었던 것 같다.

미학 오디세이 1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1권은 에셔(Escher)의 일러스트가 주로 나온다. 들어 본 사람만 많고 정작 읽은 사람은 적다는 『괴델, 에셔, 바흐』의 에셔 말이다. 내가 처음으로 에셔의 작품을 보았던 것은 일본에 갔을 때 둘러보다가 들렀던 어떤 박물관(미술관이었는지도 모른다)에서였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잠깐 그 앞에 서서 서너 초 정도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자그마한 소년이 보였을테지만, 나에게는 영화 「컨택트(Contact)」에서의 시공간의 벽을 넘나드는 찰나의 여행이었다. 때문에 그 곳 기념품점에서 팔고있는 자그마한 저금통-들어간 동전이 쌀알보다도 작아지거나 작은 상자만이 떠 있는 공간 속으로 동전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들-을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이런 애들 말이다. 내 기억으로는 동전도 엄청 작아졌었는데 다른 비슷한 건가?

1권과 동시대에 나온 책이 2권이다. 2권은 마그리트의 그림들을 다루고 있다.

미학 오디세이 2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에셔의 작품들처럼 마그리트의 작품들도 말이 안 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그리트의 작품들 중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이전 글에서 잠시 끌어왔던 이 그림이다. 허공에 떠 있는 성, 어디에서 많이 본 판타지적 요소 아닌가?



제 3권은 앞의 두 권과는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적 간극이 있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두 권의 책과는 살짝 다른 분위기가 함께하고 있어 천천히 다루기로 하고, 위 두 권을 독자의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말 하나는 잘 해서 안티와 팬 모두를 끌고다니는 진중권씨의 말빨이 그대로 녹아나 있는 괜찮은 책이라고 하겠다. 책이라는 것이 대화를 기록하기 위한 것이었던 전통을[각주:1] 그대로 따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서로 대화시키는 구성을 넣은 것은 분명히 오래된 기법이지만 그 전통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현대를 사는 나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름다움과 같이 보편적이면서도 난해한 대상을 이해할 때에는 직접 남과 토론하면서 배우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법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산문과 대화를 적절히 배합한 책의 구성이 얼마나 절묘한지 놀라게 된다.

트로이
아델 게라 지음, 강경화 옮김/열림원
조금은 상관없지만, 대화로만 구성된 현대 책 중 하나. 참고하시길...

앞서 말했듯이 3권의 분위기는 그 전의 두 권과는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작가가 강산이 변하는 시간만큼 머리가 굵어진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다룬 주제 자체가 분위기의 변화를 유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전에 날 가르치셨던 은사분들 중에는 이른바 '시계추 이론'이라는 것을 주장하시는 분이 있었는데,[각주:2] 그 주된 내용은 모든 것이든 시계추처럼 한 쪽으로 기울었다가 그 반대로 기울게 되고, 다시 기울어진 쪽에서 원래 위치로 다시 기우는 주기적인 행동을 무한히 반복한다는 것이다. 서양 문화의 분위기가 인간 중심에서 신 중심으로, 신 중심에서 다시 인간 중심으로, 이런 식으로 계속 진동한다는 것을 가장 큰 근거로 내세우셨던 기억이 나는데 돌이켜보면 어떤 철학자가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튼, 공비가 -1인 기하급수처럼 끝없이 진동하는 역사 속에서 그 끝은 어디에 있을까? 0? 1? 아니면 다음의 식에서 r에 -1을 넣으면 얻는 값처럼 이도 저도 아닌 ½?

1 \,+\, r \,+\, r^2 \,+\, r^3 \,+\, \cdots 
\;=\; \frac{1}{1-r},
'기하급수적으로'라는 단어가 이 수열에서 나왔다.[각주:3]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발걸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철학이 이리 저리 시계추처럼 진동하다가 결국에는 끝나지 않은 기하급수처럼 어디로 가야 할 지 방향을 잃어버린 현대-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시대-의 미학 또한 차가운 겨울 밤을 지낼 피난처를 찾지 못한 길거리의 나그네의 발걸음처럼 무겁다. 그렇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필자가 3권을 읽으며 느낀 첫 느낌은 '억지로 분위기에서 무게를 덜어내려 한다'는 것이었다.

미학 오디세이 3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가 앞으로 쓰지 않을 소설' 이었다. 한편으로는 적절한 소설을 찾아 헤매기 귀찮아하는(?) 저자의 게으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게으름보다는 꽤 무겁게 흘러가는 현대철학과 그 무거운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기 위한 장치라고 느껴졌다.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굳어있었던 얼굴에 피식하며 스쳐 지나가는 미소를 안겨주는 효과는 있었다.



맑은 달밤에 베란다에 홀로 앉아 달과 함께 맥주캔을 홀짝이던 그대. 무엇이 그대를 베란다로 끌고 왔는지 궁금하지는 않던가? 오늘 한번 무엇이 그대를 불러냈는지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미학 오디세이 3권 세트 - 10점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미학 오디세이 1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미학 오디세이 2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미학 오디세이 3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1. 플라톤의 책은 두 사람이 서로 대화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가까운 근대에서 찾는다면 갈릴레오의 책이 이런 방식으로 쓰여졌다. 가까운 지역에서 찾는다면 공자의 論語가 딱 이런 구성이다. [본문으로]
  2. 이상하게도 이 분처럼 조금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강의하시는 분들은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니면 내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았던 선생님이 엄한 분위기를 가지고 계셔서 그때에만 주의를 집중했을 수도 있고. [본문으로]
  3. 파인만(R. Feynman)씨는 이 단어의 상위 개념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이라는 단어 대신 '경제학적'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생각해보면 경제학적 숫자가 무한대를 상징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예전에 KAIST 수시면접 대비하느라 토론준비를 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 국어선생님(아 정말 존경하는 분인데 졸업하고나서 아직 한번도 못 뵈었네요 흑 ㅠㅠ)께서 하신 말씀중에 '토론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으면 백분토론이나 심야토론같은것을 챙겨봐라'라고 하셨지요.

그땐 당연히 안봤지만(-_-) 이후 가끔씩 챙겨보았습니다. 오늘 토론은 말빨이 쎈 사람들이 대거 튀어나오길래 '아 이건 봐야한다' 하고서 맥주 한캔 들고(?)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지요.(그런데 아프리카가 공격위험사이트로 지정되어 있더군요. 크롬이나 파폭에서는 열리지도 않고. 이건 좀 고쳐야 할 듯 합니다.)

오늘 토론 솔직히 매우 기대했습니다. 3대구경거리중 하나가 싸움구경이래지요(-_-)? '아 오늘 대박으로 피터지겠군' 생각하며 봤는데, 1부는 솔직히 재미없더군요. 다들 평소 입장만 말하고...

2부. '이건 대박이다'

정리 들어갑니다.



첫 째. MB는 양쪽에서 까인다.

김정일이 죽지 못한게 아쉽다고 하시던 그분. 딱 봐도 극우논객이더군요. 솔직히 북한 다 때려잡자 이런 논리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아주 틀린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정책이 개무시당하는 현 정치 판도를 뒤엎어야 한다'(이건 맞는 말 같더군요. 패거리정치여서 우리나라 정치가 개판이다 이런 말인데, 사실 지역감정(요즘 세대는 없다고 해도)으로 투표하는 모습 많이 보았지 않습니까.)라던지 '내년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말 큰일난다'(정말 잘못하면 폭동사태까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거든요.) 같이요.

먼저 코드인사 논란으로 한방 날리고, 정책같은것도 좀 제대로 하라고 까이고, 마지막으로 대운하 좀 제발 때려치라는 것으로 까이고, 뭐 이건 안 까이는 곳이 없네요.

더군다나 현재 여당의 대표격으로 나온 나경원 의원까지 '잘못했다'는 말을 할 정도면 이미 말 끝난거죠 뭐.

진보진영에서는 원래 까댔으니 뭐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는 않겠군요. 솔직히 싫긴 한데 양쪽에서 '저새낀 아니야' 하는 것 보니 조금은 동정심도 가고 그런달까..??



둘 째. 민주주의 위기 논란

예전에 고스트스테이션(요즘은 이름 바뀌었나요?) 주로 즐겨 듣던 어둠의 자식이라 그런가 신해철씨에 대해서는 호감을 가진 입장입니다. 뭐 원래 제 사상이 비틀린 것도 한 몫 했겠지만(물론 이게 신해철씨 덕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네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지요.

먼저 인상적인 발언은 '이명박에서 박정희가 아닌 전두환을 본다'란 말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둘 다 군부의 독재자 이미지가 있지만 이제 좀 자세히 나누어 보면 박정희는 '경제를 발전시킨 선지자(솔직히 이 단어는 좀 마음에 안 드는군요)' 쪽으로 이미지가 가는 반면에 전두환은 '살인마' 쪽의 이미지가 강하죠. 물론 이게 박정희는 죽어서 나쁜 이미지 못 남긴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고양이 입장에서 앞발 들이대는 것은 위협이 아닐 지 모르나 쥐 입장에서는 그만한 위협도 없다'는 유시민씨 발언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바로 튀어나오는 나경원 의원의 발언. '당신들도 그랬잖아요'(뭐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의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한나라당이 쥐가 아니라 개였다는 것은 둘째치더라도(할껀 다 해먹었다지요?), 지금 그게 중요한 건가요? 전 정부에서 그랬으면 이번 정부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전 그냥 이 정권에서 느끼는 목숨의 위험함을 고소공포증으로 몰아넣고 계속 까렵니다 ㅇ-ㅇ.



셋 째. 교과서 논란

역시 튀어나오는군요.

별 다른 감상은 없고, 제가 궁금한 점은 '그게 주류 역사학계의 입장이냐?'는 것이었는데(사실 주류 역사학계가 일제강점기를 옹호하면(가능성은 안드로메다에 버려진 개념이 세배가 되어 정치인들 뇌속으로 돌아올 가능성 정도로 생각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부분을 말끔하게 지적해 주시네요.

솔직히 뉴라이트 교과서, 집필진에 역사학자가 하나도 없는데 이거 믿어도 되는거야 싶더랍니다.

공정택(솔직히 말하자면 '씨'자가 아깝군요)이의 권고사항으로 서울내 학교의 역사교과서가 휘리릭 변신한 사건은 민주주의 논란과 이어져 보이네요.

개인적으로 김제동씨의 마지막 마무리 발언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이미 교과서 토씨로 사상이 바뀔 시대는 지났다.' 거의 금서에 가까운(?) 조치를 받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팔려나가는 현실을 생각하면 말이죠.



넷 째. 사이버모욕죄 논란

일단 전 이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임을 밝혀두고 시작하도록 하지요. 전 자유를 중시하는 편인데다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악플이라던가 모욕과 같은 것)은 언제까지나 윤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국어 시험문제로 관련 글을 쓸 때도 썼던 예인데, 사실 일제강점기에 신분제가 갑자기 폐지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거든요? 이것때문에 다시 신분제를 돌릴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비슷한 논리(?)로 이런 모욕이나 명예훼손이나 하는 것들 모두 다 윤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이 성숙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죠. 어떤 의미에서는 J. S. 밀이 말한 '어느정도 의식이 성숙하기 전 까지는 자유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반대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사실 이 부분은 저도 좀 많이 갈등되더군요. 말 안 듣는 짐승새끼를 말을 알아들을 때 까지 말만 해 대야 하는가, 아니면 바로 도끼작렬로 나아가야 하느냐. 일단 전 누구든지 말은 알아들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나가겠습니다.)

제 입장은 그만두기로 하고, 역시나 나경원의원은 한나라당의 이 특별법 제정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시는군요. 법이 개념있냐 없냐는 둘째치고(개념 없습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그 열정 하나는 높이 평가해드리죠.

그리고 역시 나오는 말. '이 법은 정치인을 위한 것이다'. 사실 정치인은 일부러 까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에겐(높은 자리에 올라섰으면 그만큼 하소연과 욕설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더욱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수 밖에 없게 하네요.



다섯 째. 시간부족

한 한시간만 더 했으면 FTA로 혈투가 벌어졌을 텐데, 솔직히 아쉽네요. 진중권씨가 말한 '저를 좌파라고 불러야지 이분을 좌파로 부르면 안되지요'(사실 국제적인 기준에서는 신자유주의쪽인 유시민씨가 우파로 분류되는게 맞지 않나 싶은데...)로 대변되는 상황이랄까요? 전 기본적으로 FTA는 반대하는 입장인지라 이 토론을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더군요.



간단한 감상평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제동씨 발언이 너무 없지 않았나 싶네요. 방청객 김제동 -_- ㅋㅋㅋ

덧. '평소에 (100분토론에) 나갈땐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고 나가지 말라고 말리던 지인들이 이번엔 보복당한다고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는 신해철씨 발언. 이 한 마디에 민주주의 문제가 총 집약되어 있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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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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