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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0. 11:10 Daily lives

그냥저냥 근황

0.

블로그는 정말 오랜만이군요. 더군다나 일(?)이나 외부의 뉴스에 대한 글이 아니라 일기를 쓰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듯 하네요.

 

1.

졸업당하는(...) 것이 확정된 이상, 포닥 지원서를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박사학위에 어울리는 지식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에 닿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지만[각주:1], 그것과는 별개로 박사학위에 어울리는 연구능력이 있냐면 글쎄요. 박사학위를 '독립적으로 연구주제를 발굴해 연구를 수행할 능력'에 대한 자격증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제가 연구주제를 발굴해낼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있습니다.

 

그래도 뭐 결정된 것은 결정된 것이니 어쩌겠습니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2.

시험기간에는 오랜만에 책상을 정리하고 싶어지는 것과 동일한 원리(...)로, 오랜만에 전자책으로 구한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를 정주행했습니다[각주:2].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읽은게 거의 4년 전이군요. 그동안 쌓인 경험도 있고 관점도 있다보니 전에 읽었을 때는 별 생각없이 읽었던 표현들도 거슬리는 부분이 생겼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꽤 괜찮고 추천할만한 소설이란 평가는 딱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거의 변하지 않았고요. 다만 두 권 더 읽은 지금은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 조금 다른 예측을 하게 되는군요.

 

13권에서는 유키노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선언되었지만, 그걸 해결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죠. 다음 권에서는 이 문제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을거예요. 유이와 함께 서로의 소원에 대해 이야기한 장면에서 이미 충분한 복선이 준비되어 있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뜻을 나눈 동지로서의 소울메이트'와 '연인 혹은 배우자로서의 소울메이트'가 꼭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가는 욕을 엄청 먹겠지만서도. 애초에 이런 관점도 소설 속 캐릭터를 사람보다는 관념의 인격화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나 납득 가능한 결말일테고요.

 

2.1.

"씁쓸한 인생, 커피 정도는 달아도 괜찮겠지"란 말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아침부터 공복에 블랙커피를 설탕 없이 우겨넣는 것이 일상이 되다보니 웬만한 커피로는 씁쓸함을 못 느끼게 되었거든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커피로부터 씁쓸함을 못 느끼게 된다는 것은 아닐까란 쓰잘데기 없는 잡념만 남아 맴도는군요.

 

2.2.

"예언할게. 너는 취할 수 없어"란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뭐, 저부터도 취하지 못하는 편에 속하는 인간이니까요. 사실 취하기 전에 전원이 나가는 것이니 뭔가 하려고만 하면 블루스크린을 띄우고 파업하던 예전에 쓰던 컴퓨터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술자리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취한 사람은 속을 감추지 않는다'란 사회의 고정관념에 기대어 역할극을 한다는 것은 아닐까란, 예전부터 문득 들곤 하던 생각을 다시 해보았습니다. 사람이 작정하고 숨기겠다고 마음먹은 속마음이 그렇게 쉽게 밖으로 나올리는 없겠죠. 누구에게나 누구에게도 드러낼 생각이 없는 마음 정도는 하나씩 가지고 있을거고,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누구나 해소할 수 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외톨이겠죠.

 

2.3.

만년필에 "별은 보는 사람이 있어서 빛나는 것이 아니다"란 글귀를 적으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차피 허세인거 라틴어로 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선택한 글귀는 Lucet stellar non videndi causa였으나 만년필에 새겨진 글귀는 Lucet stellar non videndi cause였고, 수령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락기를 웠했던 어린이가 선물을 열었을 때 오락기가 나왔는데 원했던 오락기는 아닐 때의 그 감정 비슷한 것을 맛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자동 오탈자 수정으로 a가 e로 바뀐거겠죠. 그래서 제가 한 일은 커터칼을 가져다가 e에 얇은 흠집을 내어서 a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결국 취향이 좀 더 굵은 만년필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안 쓰는 만년필 통에 보관되게 되었지만요.

 

계속 생각이 난단 말이죠. 하치만의 관계에 대한 독백을 보고 있자면.

 

2.4.

얼핏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다가 잠시 멈짓하고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학창시절 자신의 물건이 있을 리 없는 곳에서 발견되는 일을 몇 번 겪어본 사람의 사람에 대한 관점은, 그런 일이 없었던 사람의 그것과는 좀 다를 수 밖에 없겠죠.

 

3.

오랜만에 졸립지만 잠은 오지 않는 새벽을 보냈습니다. 모든 불면증이 기분 나쁜 것은 아니고, 개운한 불면증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랜만의 소득일까요.

  1. 다만 '야 이렇게 얄팍하게 아는데 박사라고 해도 되는거냐?'란 부분에서는 양심이 찔리는군요... [본문으로]
  2. 이번에는 13권까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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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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