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꽤나 우울하게 지내던 때가 있었다. 그 때를 묘사하는데 썼던 표현이 "벚꽃이 흩날리는 무채색의 풍경"이었으니 봄이었나 보다. 세상이 그처럼 대채로울 수 없을 때이지만 이상하게도 흑백영화 속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괴로워했던 시절이었다. 그 때 추천받은 책이 니체였고, 그 이후로 니체 의 책을 자주 찾아 읽게 되었다. 세계에 빛이 돌아온 것은 물론이다.


글을 오래 안 쓴 블로그에 다시 활기를 넣기 위해 내가 읽었던 니체와 관련된 책들에 대한 비교글을 작성하기로 했다. 이미 쓰던 글은 많이 있지만(쓰지 않은 서평이 특히 많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속담과 이 상황이 무슨 상관인지는 제쳐 두고, 책의 바다로 떠나보자.


1.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찾아서 
이진우 지음/책세상


이 책은 니체의 사상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여행기에 가깝다. 니체가 살았던 곳들을 여행하며 니체의 사상이 어떻게 자라났을까 따라가보는 책인데, 니체의 사상이 어떠한지에 대한 깊은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담 없이 읽기에 좋다.


2. 『명랑철학』

명랑철학
이수영 지음/동녘


이런 말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덮어버렸다. 저자가 니체의 사상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설명하고 있는지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책을 표지로 평가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그토록 우상을 찾아 헤매는 인간을 비판했던 니체가 이 책에서 우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불편한 느낌 때문에 몇 장을 읽다가 덮어버리고 말았다.


3.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지음/그린비


이 글을 쓸 동기를 마련해준 책이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니체의 사상에 제일 가깝기도 하고, 또 책 자체가 매우 쉽게 쓰여진 편이기 때문에 니체를 한번 읽어보고자 하는 사람은 이 책을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될 듯 싶다. 제목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의 새로운 번역본같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을 망설였지만 알고 보니 번역본이 아닌 니체 사상 해설집이었다. 잘 모르고 있던 부분에 대한 설명도 있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해설해 주어서 책 값이 아깝지 않았다.[각주:1]


위의 세 가지가 내가 읽은 책들이다. 사실 책방에 나와 있는 책들 중 니체의 사상에 대해 다룬 책들은 매우 다양하고, 내가 읽은 니체와 관련된 책들은 니체 저작의 번역본을 포함한다 할지라도 매우 소수이다. 니체에 대한 접근은 다들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니체를 반민주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니체를 민주주의적이었다고 옹호하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니체가 실제로 했던 생각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어디 있겠는가. 내 생각에는 모두들 그의 책을 어느 정도 오독하고 있다. 그리고 책이 저자의 펜 끝을 떠난 순간 독립적인 삶을 맞이한다고 믿는지라 그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책을 읽기로 했으면, 어느 사상을 비판하는 책을 읽기보다는 옹호하는 것을 읽어서 자기의 생각을 다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물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말이다.

  1. 정정. 나는 원래 책 값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아니니 나무가 아깝지 않았다고 해야 맞는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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