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친구가 하나 있어. 약간은 웃기는 놈이라고도 할 수 있고, 괴짜라고도 할 수 있지. 맨날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거든. 그것도 똑같은 놈으로 매번 말이야.

어느날 말이야, 아주 맑디 맑은 한여름의 어느날 말이야, 이놈이 멀디 멀은 앞산 위에서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있는 뭉게구름을 보면서 말하는거야.

"먹구름이 다가오는 것을 보니 소나기가 오겠네?"

난 말했지.

"저게 무슨 먹구름이냐? 뭉게구름이지."

이녀석이 계속 말하는거야. 지딴에는 중학생때 과학공부 좀 했다고 막 말하는거 있지?

"비구름이잖아. 전문용어로 적란운!"

난 하두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툭 던졌지. 나도 중학생때 과학공부 좀 했거든.

"적운이지 무슨 적란운이냐? 선글라스나 벗어 인마"

그러더니 이놈이 갑자기 이렇게 대꾸하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니 안경이나 벗고 말해 인마. 저게 적란운이지 어딜 봐서 적운이냐?"

순간 울컥해서 난 안경을 벗고 말했지.

"자 안경 벗었어. 그런데도 저 구름은 하얗네? 저건 비구름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놈 말이 더 가관이네.

"너 렌즈꼈지? 다 알아 인마."

난 렌즈는 눈이 아파서 안경만 쓰고 다니거든. 몸 구석구석까지 혈압이 안 느껴지는 데가 없어서 내가 한마디 했지.

"썬글라스나 벗고 말해 인마. 난 안경 벗었다."

그러더니 자기가 말하는 거야. 아주 기가 막힐대로 막히지 않을 수 없더라니깐?

"인마 난 안경 안쓰면 제대로 못보거든?"

결국 난 비구름 갖고 싸우는 것을 때려 쳤지. 이 친구를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까?

=====================================================================================

촛불좀비, 친북좌빨의 선동이다라고 하는 놈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보기엔 니네의 논리는 이거야.

정부에 반대하는 것은 친북 좌빨 세력이다->촛불집회 참여자들은 정부에 반대하고 있다->고로 이놈들은 친북 좌빨 세력이다

그러면 내 논리를 보여줄까?

먹지 않으면 죽는것은 돼지이다->촛불집회 참여자들을 친북 좌빨로 매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고로 이 사람들은 돼지들이다

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이제는 보이지? 이제 이 논리를 깨 볼까?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김일성을 찬양하지 않는다->김일성을 찬양하지 않는다면 친북 좌빨 세력이 아니다->고로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친북 좌빨 세력이 아니다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친북 좌빨로 매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사람의 특징을 가진 생물체 중에 알려진 생물체는 사람밖에 없다->고로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친북 좌빨로 매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람이다

첫 삼단논법에서는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면, 가정이 잘못되었어.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 친북 좌빨 세력만 있는것이 아니거든.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 줘도 알아듣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말리지는 않겠어. 난 끊임없이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할 것이지만.

하지만 얼토당토하지 않은 논리로 친북 좌빨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네들의 한계라는 걸 알아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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