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8. 16:33 Physics/Speculations
직관과 포인팅 벡터
포인팅 벡터(Poynting Vector)라는 것이 있어요. 전자기학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나타내는 벡터인데, 많은 경우 이 녀석이 말하는 내용이 직관적으로는 말이 안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열이 발생하고 있는 저항선에서 전기 에너지가 어디서 들어오는가 하는 문제이지요.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전기 에너지는 전지에서 전선을 타고 들어와서 열에너지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전선을 타고 에너지가 흐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포인팅 벡터는 전선의 외부에서 전선 속으로 에너지가 흘러 들어온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전선을 타고 들어오는 에너지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포인팅 벡터가 말하는 주된 내용입니다. 이건 저번 주 수요일 강의 내용이었지요.(교과서로는 파인만 강의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책 참 읽기가...-_-;;)
그날 일이 있어서 맥주 한캔을 빨고(-_-;;) 잠자리에 들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에너지는 당연히 전선을 타고 올 수 없구나!'. 원래 떠올린 것은 '전자의 부호를 -가 아닌 +로 센다면' 이었는데, 찾아보니 C-대칭(Charge Conjugation Symmetry-입자를 반입자로 바꾸어도 물리 법칙이 일정하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중력과 전자기력에는 적용되지만 약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과 전혀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하여튼, 시작해 보겠습니다 ^^;;
먼저, 몇 가지 가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가정은 '전하의 부호를 반대로 세어도 전자기학 법칙은 바뀌지 않는다' 이고, 두 번째 가정은 '에너지는 국소적으로 보존된다' 입니다. 첫 가정으로부터 얻어지는 뒤따르는 가정은 '에너지의 흐름은 전하의 부호를 반대로 세어도 바뀌지 않는다'가 되겠지요. 흠... 이건 독립된 가정인가요? 뭐 하여튼 가정은 이쯤에서 끝내고, 적용해 보겠습니다.
먼저 에너지는 전선만 타고 흐를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전선에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이 있을 것이고, 전체 에너지의 흐름은 전류의 방향과 (1)평행하거나, (2)역평행(antiparallel)하거나, (3)무관해야 합니다. 여기서 무관하다는 말은 에너지가 모든 점에서 수렴한다거나 모든 점에서 발산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두번째 가정인 '에너지는 국소적으로 보존된다'에 어긋나게 됩니다. 사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쓰지 않더라도 어떻게 해야 모든 점에서 에너지가 수렴하거나 발산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나 한지 저는 전혀 모르겠네요.(지금은 에너지가 전선만 타고 흐를 수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전체 에너지의 흐름은 전류의 방향과 평행하거나 역평행하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이제, 전하의 부호를 바꾸어 세 보겠습니다. 그러면 전류의 방향이 역전되고, 에너지의 흐름도 반대가 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바꾸어 세기만 했을 뿐인데 에너지의 흐름이 뒤바뀌느냐는 겁니다. '에너지의 흐름은 전하의 부호를 반대로 세어도 바뀌지 않는다'는 가정에 의해서 에너지의 흐름은 전류의 방향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얻어집니다. 왜냐하면, 에너지의 흐름이 반대가 되어도 원래 에너지의 흐름과 같으려면 에너지의 흐름은 그 점에 대하여 대칭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a=-a의 답이 a=0인 이유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앞서 한 논의에서 에너지의 흐름이 전선 위에만 있으면서 모든 점에서 수렴하거나 발산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따라서, 위의 가정 중 하나가 틀렸다는 말이 되지요. 그러면 가장 만만한(?) 가정은 에너지는 전선만 타고 흐를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결국 에너지는 전선이 아니라 공중에서 흘러들어온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볼 때에는 타당하다는 것이지요.
음... 이건 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전기장을 만드는 것은 실제로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퍼져 있는 미세한 전기장을 그 지점으로 끌어오는 것이라구요. 그러니까, 거의 0에 가까운 전기장들을 전선 주변으로 가져오는 것이 전선에 전류를 흘리는 방법인데, 이렇게 전기장들을 전선으로 가져오려면 전기장들은 허공에서 전선으로 흘러들어가는 형태가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전기장들이 허공에서 흘러들어가니까 포인팅 벡터가 허공에서 전선 속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논의는 무한평면축전기에도 적용이 가능해 보입니다. 파인만 강의록에도 같은(?) 방법으로 설명해 두었더군요. 물론, 파인만 강의록에 있던 설명은 무한평면축전기에 대한 내용이었긴 하지만 말입니다.
덧. 물리시험은 다음주 월요일이고 내일 통계시험이 있는데 이러고 있는 저는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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