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9. 10:00 Knowl
행운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
발단은 트위터의 이 트윗.
기회는 호르몬과 같다. 호르몬이 분비되면 혈관을 타고 모든 세포에게 찾아가지만 수용체를 미리 만들어 둔 세포만 받아들일 수 있다. (십년전 경희대 정용석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 (@kangseokha 님 제보) #봇
— 이공계 봇 (@science_engin) August 28, 2013
이 트윗을 보고 뜬금없이 '행운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는 서구 어느 나라의 속담이 생각나 뒤져보았습니다. 원래는 '뒤통수가 없다' + 스페인으로 생각했지만 무시합시다. 검색 결과마다 단순히 외국 속담으로 기재하거나 이태리라는 구체적인 지명을 들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영문으로 검색하는게 더 낫지 않은가 싶어 구글 영문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제일 첫 항목으로는 영문위키백과가 걸리는군요.
http://en.wikipedia.org/wiki/Caerus
'독자연구'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일단 구느님이 가장 신뢰성 있는 자료로 뽑아주었으니 이 글을 따라가도록 합시다. 여기에 따르면 카이로스(Καιρός)는 그리스 행운의 남신으로 제우스의 가장 어린 자녀이며, 로마의 오카시오(Occasio)나 템푸스(Tempus)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뭐라구요?
이제 왜 이 항목이 가장 관련성이 높은 항목으로 지목되었는지는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카이로스가 다가올 때는 얼굴 앞으로 내려오는 머리를 쥐는 것으로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일단 지나가고 나면 뒷머리는 대머리이기 때문에 절대로 잡을 수 없다고 합니다. 행운의 여신에게 뒷머리가 없다는 속담(?)이 비슷한 이유를 갖고있었죠. 아무래도 와전된 모양입니다.
뤼시포스(Λύσιππος)라는 조각가가 만든 황동상에는 포이시디포스(Ποσείδιππος)라는 시인의 말을 새겼다고 합니다. 같은 출처에서 인용해보죠.
"Who and whence was the sculptor? From Sikyon.
어디서 온 누가 만들었지? 시퀴온에서 왔지.
And his name? Lysippos.
이름은? 뤼시포스.
And who are you? Time who subdues all things.
너는 누구? 만물을 제압하는 시간이지.
Why do you stand on tip-toe? I am ever running.
왜 까치발을 들었니? 계속 달리거든.
And why you have a pair of wings on your feet? I fly with the wind.
발에 날개는 왜 달린거야? 바람과 함께 날아서.
And why do you hold a razor in your right hand? As a sign to men that I am sharper than any sharp edge.
오른손의 면도날은 뭐야? 어떤 모서리보다도 날카롭다고 알리려고.
And why does your hair hang over your face? For him who meets me to take me by the forelock.
머리는 왜 얼굴 위에 늘어졌어? 만나는 사람이 그걸로 날 잡으라고.
And why, in Heaven's name, is the back of your head bald? Because none whom I have once raced by on my winged feet will now, though he wishes it sore, take hold of me from behind.
그리고 도대체 왜 뒤통수가 대머리인거야? 내가 날개달린 다리로 지나친 그 누구도 뼈저리게 후회한들 날 뒤에서 잡을 수 없도록.
Why did the artist fashion you? For your sake, stranger, and he set me up in the porch as a lesson."
조각가는 왜 널 만들었니? 너를 위해서야. 교훈으로 삼으라고 현관에 세워두었지.
'행운의 여신에게 뒷머리는 없다'가 가히 충격적인 말이긴 합니다만, 원문은 발견이 되질 않는군요. 아무래도 누군가 행운의 신이라고 말한 것을 여신으로 잘못 기억해 와전된 모양입니다. 행운의 여신은 죽었어! 이제 없어! 하지만 내 등에, 이 가슴에,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 그보다 확실히 와전된 속담의 괴기함 때문인지 그 원형이 되는 말의 빛이 많이 바랜 느낌입니다.
카이로스의 머리는 이런 느낌일까요?
한줄결론: 행운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 뻥카친거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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