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1. 05:53 Report/Books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
엔트로피 -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세종연구원 |
야심한 밤, 잠도 안오고 해서 어제 MT에서 돌아오면서 얼핏 이야기가 나왔던 한 책에 대해서 말해 보려고 합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되겠습니다.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다가 마지막으로 읽은 지 1년 가까이 되었군요. 엔트로피(entropy)는 엔탈피(enthalpy - 맞는지는 모르겠군요)와 같은 어원을 공유하는 단어로, 어원은 '열'을 뜻하는 엔탈피엔(enthalpien - 아마도 맞을 겁니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한문으로 번역하면 '무질서도', 즉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냅니다. 여기서 물리학에서 무엇을 질서있고 무엇을 질서없다고 하는지 알아두어야 할 것 같네요. 물리학에서 질서있다는 말은 원하는 상태로 가는 방법이 적음을 이야기합니다. 무질서하다는 것은 이와 반대되는 것이니 가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뜻이 되겠지요. 트럼프 카드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합이 3이 되는 두 장의 카드 조합이 A와 2를 합친 하나밖에 없는 반면 합이 11이 되는 두 장의 카드 조합은 A-10, 2-9, 3-8 ... 등 5개의 조합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방법으로밖에 도착할 수 없는 조건인 '합이 3이 되는 카드의 조합'은 '합이 21이 되는 카드의 조합'보다 질서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법칙에서 시작합니다. 열역학 제 2법칙이라고 불리는 '엔트로피 증가 법칙'입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법칙이지요. 이 법칙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법칙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다른 물리법칙은 시간이 역으로 흘러도 변하지 않지만 이 법칙만은 예외이지요), 여기서는 그런 논의보다는 '항상 증가하는 것이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 '항상 증가하는 것'은 더 이상 쓸 수 없는 버려지는 것이라는 것에도 말이지요. 이렇게 버려지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도 더 이상 쓸 수 없고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것이라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에 대해 절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최대한 적게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은 다음의 당분간동안 식사를 줄여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부터 쓸데 없이 소모하는 열량을 줄이자가 목적이었던가 그렇게 기억하는데, 요즘은 그냥 먹기 귀찮아서 가끔 굶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이 제 사고방식에 그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매우 딱딱한 책이긴 한데, 이런 종류의 책이 재미있으신 분들은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네요. 한 200대 후반까지는 그럭저럭 읽을 만 합니다만, 이후가 좀 지루했습니다. 284페이지쯤부터 흥미를 약간 잃었던 기억이 나네요. 목차를 보니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엔트로피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누적된 사회는 붕괴한다'는 부분과 '컴퓨터의 예를 들어 엔트로피가 감소했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지금 시대에 만들어진 컴퓨터들이 만들어내는 엔트로피를 총합하면 에니악이 만들어냈던 엔트로피를 상회한다'는 부분입니다. 황금의 시대에서 시작해서 철의 새대로 내려오면서 인간이 불행해졌다는 부분도 인상깊게 읽었는데, 생각해 보니 어른들은 항상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ㅉㅉㅉ'이러더군요. 이 책에 불만이라면 역시 물리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런가 엔트로피의 개념이 물리학에서 말하는 그 엔트로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속도'에 오히려 가까운 감이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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