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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4 [BBC] 왜 영어를 사용하면 은퇴할 때 가난해지는가?

Why speaking English can make you poor when you retire


영어와 같이 미래의 일을 현재형으로 쓸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다 현실에 충실하게-다시 말하자면 보다 미래를 경시하며- 산다는 가설을 소개하는 기사. 미래의 일을 현재형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은 '내일 학교가'라고 하지 못하고 '내일 학교 갈꺼야'라고만 할 수 있다는 것. 'I go school tomorrow'라고 할 수 없고 'I will go to school tomorrow'라고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래와 현재가 분리되는 언어를 사용할 경우 미래의 나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게 되어 보다 미래에 소홀하게 된다고. 아직까지는 가설일 뿐이지만 말이다.


영어는 어떻게든 주어를 만들어 넣으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영어 사용자는 어떤 사고가 일어나면 책임자를-혹은 희생양을- 찾는 성향이 있다는 견해가 생각난다.


사실 언어가 생각을 형성한다는 견해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람의 이름을 짓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곤 하는데, 그 이면에는 이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믿음이 놓여 있다. 이름을 말할 때 나는 소리에 특정 감정이 실릴 수 있고, 이 작은 차이가 누적되면 인생에 영향이 미친다는 것.(다만 사주에 의거하는 경우에는 이름으로 사주팔자의 비뚤어진 균형을 바로잡으려 한다. 불의 기운이 약하면 불화변을 붙인 한자를 쓰는 것이 대표적인 예. NEXT의 보컬 신해철씨의 경우에는 사주에 불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바다 해를 사용했다고 한다.) 감정이 실린다는 것은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이름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것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더 쉬운 예라면 살랑살랑과 설렁설렁이 만들어내는 느낌의 차이가 있다.


언어가 인간 특유의 능력으로 여겨지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언어의 영향력을 크게 평가하려는 성향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인 <혹성탈출>의 원작 소설에서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이성의 보유 여부와 연결되고, 성경에서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로 시작하는 요한복음이 있으며, 싯다르타는 태어나자마자 덤블링을 하고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라고 외쳤으며, 노자가 72년간 뱃속에서 세계로 나오기를 거부하다가 나오자마자 말을 했다는 민간 설화까지 언어에 인간성(?)을 부여하는 일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다만 합리적 추론능력-이성은 서구철학의 개념이라서 이렇게 썼다-의 경우 주로 서구에서만 인간됨의 조건으로 여겨졌던 것은 의외.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력으로 볼 수도 있을듯 싶다. 스콜라 철학이 성립되기 전에는 영지주의적인 성향이 없었던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실제 행동경제학 연구로 특정 단어를 이용하여 사람의 행동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이런 믿음이 비합리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난 왜 이런걸 알고있는걸까...-_-;;;




2월 23일 기사. 위는 Facebook에 올렸던 글.



보니 TED 강연 동영상도 있다. 아직 한글 자막은 없는듯.

댓글을 읽어보니 미래의 일을 현재형으로 쓸 수 없다기보다는 (I am going to go to school tomorrow로 쓰는 방법도 있으니) 미래의 일을 현재형으로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혹은 자주 사용되는가를 기준으로 언어를 나눈 모양이다. 통계를 낼 때 일기예보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한국어는 미래의 일을 미래형으로 나타내려는 성향을 가진 언어로 분류되어 있다. 사람들이 지적하다시피, 일기예보가 과연 언어 사용자들의 전반적인 언어 사용 양상을 대표할 수 있는가가 이 통계의 약점이다. 현실의 언어생활에 가장 가깝게 하려면 블로그나 게시판의 언어사용을 비교해야 하는데 이 또한 컴퓨터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언어생활이라는 약점이 있고.

다른 문제점이라면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문화적인 영향. 언어가 다르다면 겪어 온 역사가 다를텐데(민족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근대국가 형성 전에는 분명히 민족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그 민족이 겪어 온 인종차별과 같은 역사적인 경험은 확실히 존재한다. 유대인을 생각해보자.) 그 영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이런 비판은 나라 수를 9개나 잡았으니 충분히 통계적으로 처리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덮어놓고 틀렸다고 하기에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기는 하고, 그렇다고 믿기에는 무언가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고. 너무 다양한 변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후통계조작의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다. 재미있는 가설이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모양.

그런데 이런 언어의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축하기 운동 등으로 그 영향력을 상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긴 하지만 큰 중요도를 부여하기는 애매. 결국 중요한 것은 '너님 통장엔 충분한 돈이 저축되어 있나요?'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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