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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30 동서양 천문학의 교류에 대한 소고
과제. 사실상 혼자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서 올린다.(예약발행) 그다지 잘 쓴 글은 아니다.



동서양 천문학의 교류에 대한 소고

1. 서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하늘의 빛나는 별을 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보잘 것 없는 밤하늘의 빛나는 작은 점일 뿐이지만, 칠흑조차 삼켜버린 어두운 밤하늘을 그 작은 점들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수놓았기 때문이다. 비록 현대에 와서 별은 단순한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가치를 대부분 잃었지만, 이렇다 할 특별한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별이 중요한 지표로 이용되기도 했다. 방향을 알려주는 지리적인 길잡이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이나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선지적인 길잡이의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후자의 전통은 아직까지도 내려와 점성술(Astrology)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각 개인의 삶은 다른 사람과 배타적으로 구분되며, 때문에 그들은 동일한 사건을 두고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구체적인 사건에서조차 느끼는 것이 다른데, 사람들이 극도로 추상적인 밤하늘의 빛나는 점들에게서 서로 다른 그림을 보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인류가 실제 허공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된 시대의 사람들은 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났던 옛 사람들과는 다르게 하늘을 보듯이 말이다. 물론 현대에는 빠른 정보교환이 이루어져 지리적인 거리가 우주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었으나, 정보교환이 드물었던 시기에는 이 차이가 매우 컸을 것이며, 따라서 그들이 바라본 하늘도 매우 달랐을 것이다. 그 시대에 지리적으로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던 사람들이 별을 보고 서로 어떤 다른 상상을 했으며, 그 둘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가를 알아보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2. 본론

  별을 분류하고 관측하는 현대적인 의미의 천문학(Astronomy)은 본래 점성술의 정확도를 보장하기 위해 발달하였다. 이 글에서는 천문학과 점성술이 본격적으로 분리되기 이전의 시대에 대한 논의가 주가 되기에, 모두를 천문학으로 통일해 사용하도록 하겠다.

  인류는 진화의 첫 시기부터 천문현상에 큰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생리주기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여성의 생리주기는 약 28일로 달이 차고 기우는 기간(삭망월)인 29.5일과 거의 비슷하다. 이 현상은 생식활동이 사냥을 나갈 수 없는 밤(달이 뜨지 않아 어두운 밤)에 주로 일어났기 때문에 이 주기에 맞추어 생리주기가 변화한 결과로 보인다. 인간이 문명을 이루어 군집생활을 할 때에도 천문현상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천문현상이 가진 주기성은 계절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져 농경에 절대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천랑성(Sirius)이 뜨고 지는 시각을 이용해 나일 강이 범람하는 시기를 예측했던 것이 한 예이다. 때문에 인류는 자연적으로 하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하늘의 상태에 의미를 부여해 초자연적인 존재의 의지가 나타난다고 보게 되었다.

  이런 신적 존재의 의지를 해석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나라와 같이 거대한 집단에 적용하는 것으로 동양에서 발달하였으며, 나머지 하나는 태어난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보다 작은 존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서양에서 발전하였다. 우선은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오늘의 운세’로 많이 알려진 후자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다.

  서양의 천문학의 첫 발전과정은 동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밤하늘의 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별들 사이의 상대적 움직임[각주:1]에서 초자연적 의지를 엿보고 국가의 흥망성쇠를 점쳤던 것이다. 때문에 고대의 천문학은 왕권이나 권력 수뇌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으며, 이것은 모든 문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한편으로는 천문학이 국가와 마찬가지로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고,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바빌로니아에서 개인의 천운을 점치는 천문학이 등장하였다. 생시의 천문상태에서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현재의 결정론적인 점성학은 당시의 천문학이 이집트에 건너가 토속신앙과 결부되어 완성되었고, 그것이 그리스에 넘어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동양에서도 대체적인 발전과정에 큰 차이는 없으나 천문학이 왕권의 전유물로만 존재하였다는 것에서 차이를 보인다. 아마도 『주역』의 사주팔자가 개인의 흥망성쇠를 점치는 주된 방법으로 자리 잡아 개인적인 천문학이 발붙이지 못한 것도 있겠으나, 서양에서의 하늘이 확고한 신의 뜻을 전달하는 매개체였던 반면에 동양에서 하늘을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인격체로 인식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동양의 천문학은 사람의 마음을 읽듯이 진행되어야 하는 성격을 갖게 되었고, 관측에 대해서만큼은 상당한 정밀도를 보여줄 정도로 발달하였지만 천문학은 인문학에 가까운 성격을 보이게 된다. 물론 인도에서는 개인적인 천문학이 발달하였고, 불교가 중국에 전파되면서 인도의 천문학도 중국에 유행하여 개인주의적인 천문학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런 추세는 결국 송대(宋代)가 지나 점차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제 천문현상의 해석에서 하늘의 관측으로 눈을 돌려보자. 하늘의 관찰에서 가장 쉽게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은 별들을 연결인 별자리이다. 물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별자리는 존재하지만(북두칠성은 비록 상징이 다르더라도 많은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경우 별들은 다르게 연결된다. 이것은 백도를 따라 나열되어 있는 별자리가 12궁의 열두 개인 서양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28수의 스물여덟 개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이런 관측법은 상대적으로 정밀한 체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인지 다양하게 발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편인 중국과 고구려의 전통적인 별자리가 서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하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보이는 별자리 체계들 사이에서도 희미한 교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중국 고대 천문학의 12차(次)라는 하늘의 구역 분류법을 한 례라 하겠다. 12간지(干支)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는 이 분류법은 이집트에서 발달한 12궁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하늘에 매달린 관측기구가 아닌 지상의 관측기구로 시선을 옮겨보면 또 다른 현상을 볼 수 있다. 일월과 행성의 운행은 거대한 사건의 징조를 의미하기에 여기에 대해서는 동서양 양쪽에서 모두 민감할 수밖에 없었고, 매우 오래 전부터 상당히 정확한 관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제로 고대의 관측 자료가 현대의 천체물리학에서도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얼마나 정확하게 천체의 움직임을 기록하였는지 알 수 있다. 더불어 현재 남아있는 많은 고대문명의 유적들 중 상당수가 4방위를 매우 작은 오차로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당시의 경이로운 관측기술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측기술은 많은 경우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 천체의 관측에 대한 기술은 왕권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일종의 기밀이었을 것이고, 이런 기밀을 쉽게 교류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3. 결론

  다른 기술과는 달리 천문학의 경우 큰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대인들은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기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주로 교환했을 것인데, 그 대상에 천문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천문학이 교류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기밀로 취급되었거나 교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나 천문학이 어느 정도 이상 발달한 문명에서는 더 이상 외부의 천문학이 유입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교류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보는 것이 옳아 보인다. 직접적으로 응용이 가능한 공학기술들과는 달리 천문학과 관련된 기술은 속세와는 거리가 먼 편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서양의 그리스 신화에 기초한 밤하늘로 별들에 대한 시선이 획일화되는 현재의 상황을 보며 다양한 시각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우려되기도 한다. 별자리는 신화를 담고 있고 신화는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으므로 별자리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살아왔던 사람들의 역사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들을 잃어버리기 싫다면, 하나의 신화만이 밤하늘을 독차지하기 전에 다른 신화들을 발굴해 내야 할 것이다.

4. 참고문헌

김일권,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사계절, 2008
쟝샤오위엔 저, 홍상훈 역, 『별과 우주의 문화사』, 바다출판사, 2008



대충대충 썼기 때문에 각종 참고문헌 소싱따위 하나도 하지 않았다. 물론 책이 두권밖에 없는 것도 있겠지만(그리고 많은 부분이 기억 속에 재구성되어 있는 것을 짜집기한 것이라) 간단한 과제에서까지 그렇게 빡빡하게 써내야 하나 고민되어서 그렇다.

분량은 A4 세장정도. 그리고 이 글을 참고가 아닌 복사해다가 과제하려는 생각은 되도록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의 글 그대로 베끼는 것인데 자존심도 없는가?
  1. 행성(行星)은 본래 ‘움직이는 별’을 의미한다. 고대에는 항성과 행성들 사이에는 움직임 외의 본질적인 차이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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