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 8점
김규항 지음/돌베개


이전에 Facebook에 올렸던 단평(?)




내 책 욕심은 좀 지나친 편이다. 그래서 가진 몹쓸 버릇 중 하나가 흥미로운 인용구를 보면 그 원전 찾아 읽기인데, 이 책도 그런 경로로 읽게 되었다. '왼 뺨을 맞았으면 오른 뺨을 대라'가 항거의 표현이었다는 주장이 인상깊었다.


저자와 정치 노선이 차이가 있는지라(내 성격은 매우 보수적이다. 믿기려나 모르겠지만) 불편한 구석도 있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마가복음(책에서는 천주교를 따라 마르코 복음으로 옮겼다. 사실 저자는 천주교 신자)을 당대의 사회적 맥락을 재구성하여 그 의미를 재구축한 책인데, 사회변혁운동가-묘사로는 아나키즘에 준할 정도이다-로 읽은 것이 인상적. 생각해보면 에릭 호퍼(이 사람도 흥미로운 인용구에서 원전 찾아 읽게 된 경우. 그 인용구는 '광신도의 대척점에는 전투적인 무신론자가 아니라 신의 존재에 무신경한 회의론자가 서있다' 였던가?)도 그의 첫 저서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에서 대중운동가로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종교부흥운동이랑 헷깔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공자의 경우에도 원래는 사회개혁이론이었다만 한대에 지배이념으로 채택하면서 개혁만 빠져버린 경우. 참고로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제1원인으로 지목되는 성리학도 시작은 사회개혁이론이었다. 지금은 개신교가 욕 많이 먹지만 원래 처음 시작했던 프로테스탄티즘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개혁사상이었고, 자본주의의 경우에도 욕은 오지게 먹지만 프로테스탄티즘의 견인차 노릇을 했던 사상이다.(그리고 사실 자본주의를 욕하기도 애매한 것이, 무턱대고 자본주의 욕하는 것은 맑스주의, 맑스-레닌주의, 스탈린주의, 아나키즘-얜 이 안에서도 수만가지로 나뉜다-, 트로츠키주의, 마오이즘 구분 안하고 싸잡아서 욕하는거랑 똑같은거다. 미국에 정착한 자본주의와 일본에 정착한 자본주의가 다르고, 북유럽에 정착한 자본주의는 여기와 또 다르다. 우리나라도 다르고. 물론 자본주의는 돈 중심으로 굴러가는 사회라서 사상적으로 방어하려는 사람은 없다는 것도 싸잡아서 욕먹는 한 원인이겠지만.) 달이 차면 기운다는 것은 이걸 두고 말한 것이려나.




원래는 뒷 부분에 개인적인 글 한 문단이 더 붙어 있었는데, 그건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잘라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자기가 글을 쓴 의도가 온전히 전해지도록 노력한다. 문학, 특히 시의 경우는 그 글 자체의 아름다움이 의도가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글에 담긴 의미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이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장자는 <천도>편을 제환공에게 '책이란 성인의 찌꺼기'라고 말하는 방망이수레바퀴 깎는 노인의 이야기로 맺는다. 말로 전해질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뜻이다.


내가 보기엔 껍데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 싶다. 게껍데기는 하나지만 그 안에 살아있는 생명이 꿈틀거리는지, 잘 익은 살이 놓여있는지, 짭쪼름한 간장으로 숙성되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대상이 된다. 어항바다를 활주하는 살아있는 게와 잘 익은 찜게와 정작 나는 안 먹지만 밥도둑이라는 간장게장이 같을 리는 없지 않은가.


또다른 예시


어쩌다보니 책에 대한 평가보다는 책이 놓인 맥락에 대한 평가가 되어버렸는데, 이렇게 책을 새롭게 읽으려는 시도는 분명 환영해야할 대상이다. 지금은 블로그를 때려치신 김우재님이 하셨던 말인 '창조적 오독'이랄까. 이런 글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원한다.(다만 논리적 비약과 오류는 최대한 없애주시고;;)


예수전 - 8점
김규항 지음/돌베개

Posted by 덱스터

Google unveils its first touchscreen Chromebook Pixel - BBC


구글 크롬북에 터치기능이 포함된다고. 꽤 오래전에 구글이 PC시장에 진입하려고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던 것을 알기는 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들으니 반갑다. 하긴 윈도가 타블릿과 폰 시장에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데 구글이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 주도 시장에 기어들어가지 말란 법은 없지.


다만 아이폰에 대항하던 안드로이드 진영이 처음에 겪었던 가장 큰 문제인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가 될 듯 하다. 아직 쓸만한 워드프로세서나 그래픽 편집 툴이 안드로이드 앱으로(크롬북의 운영체제는 아무래도 안드로이드를 닮지 않을까 싶어서) 나오지 않아서. 그런 수요도 없고. 타블릿과 폰은 언제까지나 생산성에서는 보조적이지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타블릿북(?)이라고 해야 하나 이미 타블릿에 키보드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실패. 키보드 달린 아이패드 커버가 기본옵션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키보드가 딸려오는 마소의 서피스가 무슨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이번엔 컴퓨터 입력장치 이야기를 해보자. 마우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전까지는 조그만 틀에 박혀 그걸 굴리면 화면의 포인터가 움직이는 트랙볼(trackball)이라는 장치가 사용되었다. 어릴적 랩탑 옆에 이거 끼우고 그림판 끄적끄적하다가 아버지 문서작업한다고 밀려났던 기억이 난다. 왜 마우스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예전에 '마우스를 대체할 새로운 입력장치는 없는가'라는 글을 읽으며 마우스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이 보편적인 시대에 포인터가 필요할까? 스마트폰에 키보드 연결해서 쓰는 경우는 있어도 마우스를 연결하는 경우는 없다. 마우스 중심으로 웹페이지를 디자인해서 포인터로 클릭하면 이동하지만 포인터를 올리면 드랍다운 메뉴가 나오도록 디자인한 우리학교 포탈은 대대적인 리뉴얼이 필요하겠네.


다만 키보드는 언제까지라도 남아있을 것 같다. 왜? 펜으로 쓰는 것보다도 빠른 입력장치라서(...) 물론 중국처럼 한자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문화권에서는 키보드의 역할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 로마자를 쓰는 서구권이나 한글을 쓰는 우리에게 키보드는 변할지언정 사라질 수는 없어 보인다.(그리고 이미 이 글을 쓰면서 변화한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미래에는 그래픽 작업을 하면서 이젤에 캔버스 올려놓고 작업하는 느낌을 주는 기울어진 터치스크린에 키보드가 달린 형태가 되지는 않을까. 그래픽 입력장치로 쓰일 펜에는 여러 버튼이 있어서 그걸로 설정을 바꾸어가며 입력하고(생각해보니 펜은 최소 아르키메데스 시절부터 사용된 기록장치네;;), 타자 칠 일이 있으면 수납된 키보드를 당겨 설치(?)한 후 다 쓰면 다시 밀어넣는 방식으로.


그리고 한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중국에서도 가타카나와 같은 표음문자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표의문자인 한문이 기록을 압축하는 데는 일품이고(실제 설명서 같은 걸 보면 중국어로 쓴 부분은 유독 짧다), 또 그 특성상 수많은 구멍들을 메꾸며 읽어야 하기에 사람의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능력도 일부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기록하는 속도가 느린 건 사실이라서.(그 느린 속도를 압축된 기록으로 때우는 것일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러면 중앙정부의 사상통제(?)에 애로사항이 꽃필 가능성도 높아서 일단은 보류. 한자가 읽고 쓰는걸 배우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중앙정부의 입김을 쬐일 시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 아침 기분나쁜 꿈(전쟁...이었다 -_-) 꾸고 일어나서 폰으로 이것 저것 하다가 끄적거린 글.

Posted by 덱스터

페북에 끄적거리는 것 긁어오는 것으로 채우기를 시작해야겠네요. 전처럼 한 10개 이렇게 긁어놓고 무책임하게 던져놓으니까 통일성도 없고 하니 하나 하나 따로 (예약으로) 발행합니다. 일단 이거는 공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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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집에 갔다가 득템. 파카 소네트(Sonnet). 소네트2 시리즈인듯 싶다. 이 사이트에서 확인해보니까 아무리 늦어도 97년 생산품이니 최소한 15년은 된 셈이다. 내 나이 2/3는 되는거잖아...-_-;;


저 우아한 자태!!


잡상처가 많아서 라커(Laque)의 광택이 많이 죽었다. 무려 불제(France). 15년동안 아무도 안 써서(?)인지 세시간 가까이 세척했는데도 계속 검청색 물이 흘러나왔다는 슬픈 전설이... 신나게 세척하고 몽블랑 블랙을 넣어서 써보았다. 잉크는 좀 많이 오래된 녀석.


써보았습니다. 연해...-_-;; 맨 밑의 라미 2000과 비교해보라...


사실 파카꺼라 좀 두껍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F촉인데도 상당히 얇다. 얇고 또 엄청 절제되어 나와서 빨리 마르고 연하게 써진다(...) 좀 아쉬운 부분. 슬릿을 넓히는 방법은 없나...? 계속 펜촉에 힘을 실는 방법으로 슬릿을 조금이라도 넓혀보려 했지만 별로 효과는 없는 듯 싶다. 신기한 점은 그렇게 잉크가 적게 나오면서도 라미 2000에 버금가는 부드러운 글쓰기를 보여준다는 것. 긁는 느낌이 다소 있었던 스탠다드 14k는 좀 본받아야 한다. 아, 물론 글씨가 진하게 써지는 건 얘가 본받아야 하지만 장유유서란게 있으니(...)


비싼 몸


특이할 점은 가진 만년필 중 가장 순수한(?) 18k 촉이라는 것. 확실히 탄성이 좋다. 특히 스탠다드 14k는 이 탄성을 못 따라오는듯. 그런데 그러면 뭐해 난 캘리그래피 안 하는데...-_-;; 약간 나이가 있어서인지 펜촉에 잡다한 상처가 많다.


나란히 샷! 정가는 비등비등 하다.


단종 모델인지라 비슷한 모델(그건 중앙의 금링 두께가 더 넓다. 개인적으론 금링이 좁은 것이 더 간지나 보임. 그건 봐야 아는건가?)의 가격을 찾아봤더니 쎄긴 쎄다. 하긴, 펜촉부터 18k면 비쌀 만 하지... 하지만 라미 2000이 쓰기에는 더 편한지라 보조펜으로 쓰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파카 큉크를 구해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몽블랑에 너무 안 맞아서...-_-;;


ps. 몽블랑이 개념없는(?) 초고가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잉크는 무개념까지는 아닙니다. 향이 들어가고 오묘한 색을 구현하는 잉크는 물론 예외...그런데 그런 애들은 누구나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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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저번학기에 들었던 현대경제의 이해 첫번째 과제. 이 과제를 받은 수강생들이 많이 멘붕했다. 과목 끝까지 남은 사람은 1/4이 되려나?


발표 한 후에 '그래서 그 대책이 뭐예요?' 하는 질문을 받았다. 내 답변은 '그거 알고 있으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죠'(...) 그런데 서울의 고금이 공존하는 분위기는 꽤나 잘 팔릴 듯한 이미지인데 왜 아무도 안 써먹는 건지 궁금하기는 하다. 난 SF 쓸 생각이니까 나한테 요구하지는 마세요. 문제는 아직도 구상중이라는 거지만...(30%는 디테일만 남았고 40%는 아웃라인 잡았는데 나머지 30%가 문제다.)


『논어』로 문명을 재단하는 과제나 빨리 끝내야 하는데 글은 안 써지니 이딴 짓이나 하고 있네 ㅠㅠ




Q. 한국의 서비스문화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해보시오.


A. 대체적으로 문화 관련 소비상품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제품이 되지만 관광산업과 연관되었을 때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악, TV 프로그램, 문학, 영화 이상 네 가지의 관련 산업을 살펴본 후 그 산업들이 어떻게 관광산업으로 이어야 할지, 구체적으로는 한국에 대해 “꼭 가 보아야 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해야 심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1. K-pop 혹은 대중음악 분야

읽기 자료에서는 곡 하나가 팔릴 때마다 약 800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한다. 기타 콘서트 표를 팔아 얻는 수익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음악 산업에서 주된 수입원은 곡이 팔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당연하게도 소비자는 좋은 노래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곡을 소비할 것이므로, 음악 산업에서 수익을 늘이려면 더 좋은 노래를 만들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더군다나 좋은 노래는 콘서트나 광고 등의 수입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어떻게 더 좋은 음악을 만들 것인지는 절대적인 과제가 된다.


잘 팔리는 음악이 더 많이 작곡되도록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행정기관과 같은 제 3의 기관에서 좋은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식은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작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주는 것은 더 좋은 음악이 나올 가능성을 높여주겠지만, 일차적으로 무엇이 좋은 음악인지 평가하는 기준에서 시비가 붙게 될 것이고 근본적으로 이 기관의 평가가 전체 대중(소비자)의 취향과 같으리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행이란 항상 변하기 마련이라서 이전에 인기곡을 쓴 전적이 있다고 앞으로도 인기곡을 쓸 것이란 가정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수의 작곡하는 사람들이 생활에 별 어려움을 못 느끼며 일을 계속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많이 치는 타자가 홈런을 칠 확률이 높은 것처럼 많은 음악이 나와야 잘 팔리는 음악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테니 말이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이를 구현할 가장 쉬운 방법은 작곡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곡 1곡 당 돌아가는 수입을 늘이는 것이다. 지원금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시장에 맡기는 것으로 대중의 취향이 왜곡될 가능성은 최소화되며 추가적인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읽기 자료에서 지적하듯 한국 기획사들은 국내 음악 시장에서의 적자를 광고나 TV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를 출연시켜 얻는 수익으로 상쇄해야 경영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한다. 불법다운로드의 문제도 있지만 서비스 제공자들이 독과점을 하고 있어서 곡당 수입을 늘일 협상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부분도 언급된다. 따라서 음악 제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의 비율을 늘일 방법은 불법다운로드 대신 곡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실행하는 것,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들의 독과점 시장을 허물어 판매 수익 배분에 대한 협상력을 늘이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겠다. 서비스 제공자들의 독과점 시장을 허물려면 기획사들이 직접 음악 배포 시장에 뛰어들어 직접적인 협상능력을 갖추는 편이 좋아 보인다.


2. 드라마 등의 TV 프로그램

한국콘텐츠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 해외 수출액은 2008년 1억 563만 달러(1160억원)를 기록한 뒤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각주:1] 드라마나 TV 프로그램의 일차적인 수익원은 해당 프로그램의 방영권의 판매로 보인다. 여기에 대해서는 위에서의 K-pop과 같이 더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기에 더 이상 다루지 않겠다.


3. 문학

한국일보에 따르면 베이징국제도서전에 참가한 출판사들의 저작권 수출 계약이 지난해의 두배를 넘었다고 한다.[각주:2] 하지만 해당 기사에서는 문학 작품의 판권 계약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그 이유로 중국 소설시장의 축소와 전문 번역가의 부족을 꼽았다. 이 기사에서 언급했듯 문학 작품의 판매는 전문 번역가의 힘이 절실하다.


2011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성인 독서율은 66.8%에 연간 9.9권의 독서를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종이책 기준). 동 보고서에서는 ‘시, 소설, 수필 등의 문학’ 관련 도서의 소비율(25.9%)이 가장 높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를 미루어 계산해보면 일인당 연간 2.6권의 문학 관련 도서가 소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 보고서에 인용된 다른 나라 독서실태를 확인하면 독서율이 70% 초중반에서 80%대로[각주:3] 독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독서율이 좀 더 높다면 더 많은 전문 번역가가 생겨 더 좋은 번역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4. 영화

거대 스케일(블록버스터)의 영화는 미국 할리우드의 자금력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그 이상의 영화를 만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영화의 규모보다는 그 내용이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화들 중 블록버스터 영화는 드물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영화는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문학 관련 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해 보인다.


5. 관광산업

2004년에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대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그 드라마의 내용보다는 그 제목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 “서울의 연인”이나 “베이징의 연인”, “런던의 연인”이 아닌 파리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라는 도시가 갖는 상징적인 낭만적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도시가 아닌 파리가 선택된 것이다. 파리에 로마나 프라하를[각주:4] 집어넣을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자리에 교토나 시드니를 넣는다면 원래의 제목이 갖는 분위기를 구현하지 못한다. 이는 이 도시들이 낭만적인 사랑의 무대라는 인식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와 오드리 햅번을 널리 알린 명화 「로마의 휴일」과 같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획득한 도시들은 영화로부터 그 이미지를 얻은 경우가 많다. 그 이미지 덕분에 이 도시들은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누구든지 한번 정도는 꼭 가야 한다는 그런 인식을 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이미지는 그 도시가 만든 것도 있지만, 그 도시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조차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문화상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스스로 되풀이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를 구현해야 한다.


이전에 누군가가 서울을 ‘현대와 중세가 공존하는 도시’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나는데[각주:5] 여기에 핵심을 두고 서울의 이미지를 구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에 공존하는 현대 도시인과 중세 궁중인의 사랑 이야기를 소설, TV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고 그것이 진부한 설정이 될 정도로 많은 작품이 나오며, 해외에서 그 설정으로 소설이나 영화를 만드는 경지에까지 이른다면 서울은 또 다른 훌륭한 관광도시가 되어있을 것이다.

  1. 이투데이 8월 17일자 기사 「[드라마, 이제 거대 문화산업]‘드라마는 돈이다’」에서 인용 [본문으로]
  2. 인터넷한국일보 8월 30일자 기사 「실용서 약진, 문학 작품 답보…한국 책 中수출 ‘빛과 그늘’」 [본문으로]
  3. 일본의 가장 높은 독서하지 않는 연령층이었던 30대의 독서하지 않는 비율이 27.4%, 한 해 동안 한권의 책도 사지 않은 미국인의 비율이 20%였다. [본문으로]
  4. “프라하의 연인”은 2005년 방영된 TV 드라마의 제목이다. [본문으로]
  5. 중세란 경복궁 근처의 근대 이전의 분위기를 말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13. 1. 13. 18:42 Daily lives

근황

1. 역시 달력에 그날 그날 무엇을 했는지 표시해두니 삶이 탄력을 받는군요. 달력에 그날 공부했음/독서함/운동함 등이 한칸 한칸 채워지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살고 있습니다.


2. 양자장론을 보다가 다음학기 수업들으려면 전자기파를 선수과목으로 들어야 된다고 하길레 란다우 책의 방사radiation 부분을 보고 있습니다. 일단 정독 한번 하고 연습문제 푸는건 나중에... 란다우 책에서 참 많이 독학하네요. 전자기학 한번 복습한 것도 란다우 책을 이용해서였고(전자기학은 그리피스 책으로 배웠죠) 일반상대론을 공부한 것도 란다우 책을 이용해서였고(비록 중력파 부분은 하나도 보질 못 했지만) 전자기파도 란다우 책으로 공부하는군요. 이 모든게 독학인게 좀 그렇긴 하지만...


3. 도서관에서 비트겐슈타인 평전을 대출해 읽는 중입니다. 재밌네요. 그런데 두번 읽을 지 몰라서 원서(원서가 역서보다 쌉니다)를 살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책 좀 그만 사라고 부모님께 잔소리 듣는 중이라... 그래도 평전 읽으니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전반적인 흐름이랄까 그런 것이 점차 눈에 들어오게 되어서 좋습니다. 논고 쌩으로 읽기는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지금 5에서 막혀있음...)


4. 역사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느 새 묻혀버렸고(역시 초고를 작성해 두어야 글을 쓰게 되나봅니다) 물리학의 특징에 대해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수비학numerology과 닮은 특징이 갈수록 눈에 들어와서요. 사실 란다우 책도 수비학적인 특성이 매우 강합니다. 수학적인 명제에서 구체적인 현상으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거든요. 또 다른 초고는 언어에 대한 것입니다. 얼마 전 차이와 사이라는 괜찮은 책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삘받아서 서두만 적어 놓고 묵혀두고 있습니다. 언젠간 빛을 발할 때가 오겠지요. 언젠간...


5. 보르헤스의 픽션들도 빌려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거 머리 핑핑 도네요. 모래의 책과 바벨의 도서관은 이미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단편들은 지금 읽고 있는 단편들보다는 매우 쉬웠던 것 같은데... 톨린이라는 행성(혹성이라고 써 있긴 한데 이건 일어를 그대로 가져온 모양입니다)의 세계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양자역학의 의미(?) 중 하나와 어느 정도 닮은 구석이 있어서 그렇다고 할까요...


6. 역시 물리 이야기. 상대적으로 힘과 운동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설명하기 쉽습니다. 이미 이 블로그 글 중에 그에 대한 내용도 있고요.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에너지인데, 이 에너지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도입할 수 있는지 고민입니다. 파인만 책을 보면 위치에너지 개념과 결부시켜서 도입하고 있는데(역시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입니다만) 이건 운동에너지가 고전열역학의[각주:1] 엔트로피처럼 '수학적 편의를 위해 도입된 물리량'이라는 인식을 주게 됩니다. 아니면 해밀토니안 역학을 도입해서(운동량과 위치라는 두가지 가장 중요한 개념을 엮는 또 다른 방식이죠) 에너지 개념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긴 한데 이건 아직 확신이 안 서서요. 그러고 보니 해밀토니안 역학은 양자역학의 기반이 되니까 여기에 대한 관점도 만들기는 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오히려 양자역학의 의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정돈된 세계관(?)을 만들었네요. 하나는 플랑크 상수가 기본 단위를 제공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플랑크 상수가 '현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섞일 수 있는 과거의 범위'를 정해준다는[각주:2] 것입니다. 앞은 역사적인 도입 경로이고 후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물리에 요구하는 것과는 정 반대되는 관점이죠. 물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주 목적이지 과거를 정당화하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니까요.

  1. 고전열역학은 열의 일당량의 발견과 통계학적 기법이 도입되기 전까지 물라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론 학문이었죠. [본문으로]
  2. 이 관점은 파인만의 경로적분과 하이젠베르크 서술(picture)에 대한 저의 이해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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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독일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프로젝트 구텐베르크에서 배포하는 것을 받아봤더니 페이지가 안 매겨져 있어서 한번 매겨봤습니다. 은근히 시간 걸리네요.


PDF version of Also sprach Zarathustra by Friedrich W. Nietzsche being distributed at Project Gutenberg. Pages numbered. Language German.



Also_sprach_Zarathustra-Friedrich_Nietzsch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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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  (0) 2012.10.27
Posted by 덱스터

[27Nov2020] 약간의 업데이트 (6번 이후).




간단하게 보고있는 것과 보았던 것들.


1. David Tong: Lectures on Quantum Field Theory

http://www.damtp.cam.ac.uk/user/tong/qft.html


병장 시절 군대에서 보던 것. 간단하게 '양자장론이 뭐 하는 녀석이냐' 알기엔 좋다. 상대론과 양자역학 공부만 제대로 했다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됨. 재규격화나 루프가 나오지는 않는다. 200여 페이지.


2. Gerard t'Hooft, The Conceptual Basis of Quantum Field Theory

http://www.staff.science.uu.nl/~hooft101/lectures/basisqft.pdf


현재 읽고 있는 녀석. Tong의 Lecture note보다는 얇아서 좋기는 한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간략하게만 다룬다는게 특징. 80여 페이지.


3. Paul Adrien Maurice Dirac, The Principles of Quantum Mechanics


인터넷 잘 뒤지면(...) 스캔본이 나온다.[각주:1] djvu 확장자일테니 데자뷰 리더는 필수.[각주:2] 그 유명한 디랙 맞다. QED의 초창기 발전 방향을 알 수 있음. 사실 Dirac Equation쪽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군대에서 양자역학 공부하려고 빌린 책. 연습문제는 없지만 내용은 충실. 300여 페이지.

이 때 쓰던 notation은 현재 통용되는 notation과 조금 다르다는 것에 유의.


4. Franz Mandl & Graham Shaw, Quantum Field Theory


이것도 인터넷 잘 뒤지면(...) pdf를 구할 수 있다. Peskin 책이 나오기 전에 가장 많이 쓰이던 양자장론 교재인듯 싶다. 7장까지 읽다가(연습문제는 안 풀어봤으니 말 그대로 재미로 읽은거다) 그 이후에 Tong Lecture note 보느라 덮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500여 페이지.


[27Nov2020 추가] 전자기장의 양자화에 요즘은 거의 다루지 않는 Gupta-Bleuler 양자화를 쓴다. 최근에 나온 장론 책에서는 $A_0$의 동역학을 날려버리는 Coulomb gauge에서의 양자화나 아예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경로적분 양자화만 다룬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번 정도는 봐두는 것이 좋을지도?


5. Michael E. Peskin & Daniel V. Schroeder, An Introduction to Quantum Field Theory


이것 역시 인터넷 잘 뒤지면(...) djvu 파일을 구할 수 있다. 세 버전 정도 구했는데 하나는 그림이 전부 깨졌고(pdf였다), 하나는 스캔본이었고, 하나는 괜찮았지만 페이지 하나가 아예 스캔이 안되어있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어떻게든 조합하면 쓸만하긴 하다만(...). Tong Lecture note를 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참조했던 책. 양자장론 교재로 제일 많이 쓰인다는데 난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 그런걸 알 리가 있나.(대학원 2-3학년 과정이다) 가장 두껍다. 800여 페이지.


[27Nov2020 추가] 전자기장의 양자화를 어물쩍 넘어간다.


4&5번이 정식 교재이다. 1&2는 맛봬기로 독학하기에 좋은듯. 3은 사실 오래된 책이라 재미로 읽는 정도? 그래도 읽다 보면 디랙이 천재는 천재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Griffiths 양자역학에 디랙방정식과 QED를 간략하게 넣으면(?) 이 책이 된다. 다만 Solid State Physics의 근간이 되는 Bloch's theorem은 등장하지 않는다. Sakurai의 Modern Quantum Mechanics처럼 양자역학에 대한 특이한 접근법이 인상적이다.



[27Nov2020 업데이트]


6. M. Srednicki, Quantum Field Theory


인터넷에서 출판 전 초고를 구할 수 있다. 집에 있는 것은 4판인가 그럴텐데 오타 수정이 좀 있는 편. 구성 자체가 위키백과를 보는 것처럼 자잘하게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어 아무 곳이나 펼쳐서 공부하기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Spinor-helicity와 같이 옛날 책에서는 자주 누락되는 주제도 등장한다는 장점이 있고. 다만 의외로 이상한 구석에서 '아니 이게 왜 없어?'라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 예시로 전자의 이상자기모먼트 계산과 양-밀스 이론의 파인만 규칙(다만 tree amplitude를 적기에는 더 편리한 Gervais-Neveu gauge에서 파인만 규칙은 포함되어 있다)이 누락되어 있다.


7. S. Weinberg, The quantum theory of fields


레퍼런스 북. 양자장론이 대충 무엇인지 감을 잡은 상태에서 개념을 확립하는 용도로 읽는 책이지 양자장론을 처음 배우는 용도로 쓰기에는 너무 어렵다. 이 책으로 양자장론을 배우겠다는 것은 (과장을 보태면)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수학 원리>로 사칙연산을 배우는 것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양자장론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무조건 볼 수 밖에 없는 책이기도 하다. 단점은 역시 가격(...)과 연구 현장에서 쓰는 표기법과는 다소 다른 표기법을 쓴다는 것.


8. M. Veltman, Diagrammatica


와인버그의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양자장론은 S-matrix theory를 체계적으로 하는 bookkeeping device다'란 관점을 제시한다는 것이 있다. '입자는 장의 양자이다'란 대부분의 양자장론 교재에서 취하는 관점과는 다른 관점이라는 점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는 셈. 하지만 와인버그의 책을 읽지 않아도 그 관점을 공부할 수 있는데, 바로 펠트만의 이 책이 그런 경우. 장론 책이라고 하기에는 S-matrix의 계산에 치우쳐 있지만 얇아서 부교재로 삼으면 좋다. 물론 이 책도 와인버그의 책도 읽기 싫지만 그 관점을 알고 싶다면 여기에서 구할 수 있는 와인버그의 강연록을 보면 된다.


9. M. D. Schwartz, Quantum Field Theory and the Standard Model


Peskin&Schroeder처럼 pheno 계산에 치우친 책. 오타가 좀 많긴 한데 이 부분은 차차 개선되고 있는 듯 하다. Unitarity 관련 부분만 제대로 봐서 평가를 남기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


10. R. F. Streater & A. S. Wightman, PCT, spin and statistics and all that


Algebraic QFT의 고전. 물리를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양자장론의 형식화와 형식화에 이용되는 수학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한 번 정도 봐 두는 것이 좋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물리 문제를 푸는 데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자장론 계산을 생각 없이 하다가 마주할 수 있는 수학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용도에 더 가까운 느낌이랄까.


11. T. Lancaster & S. J. Blundell, Quantum Field Theory for the Gifted Amateur


양자장론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 다만 게이지 장론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양자장론의 꽃(?)인 양자색역학을 배우려면 다른 책을 구해야만 한다.


12. L. Parker & D. J. Toms, Quantum Field Theory in Curved Spacetime : Quantized Fields and Gravity


휜 공간에서의 양자장론으로는 Birrell&Davies가 더 유명하지만 (그리고 더 오래되었다) 이 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양자장론 교재 중 '양자장론에서의 파동함수(wavefunctional)'를 이야기하는 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태 읽어본 책 중에서는 이 책이 거의 유일. 양자역학에서 파동함수를 쓰듯 주어진 시간면 (time slice) 위의 장의 값을 변수로 갖는 파동함수를 써서 양자장론을 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 번 정도는 봐 둘 필요가 있다.


13. J. Collins, Renormalization


Dimensional regularisation을 공부하면서 '이거 사기 아니야?'란 느낌이 들 때 보면 좋다. 다만 이 책에서 쓰는 regularisation scheme은 conventional dimensional regularisation(CDR)이라고 불리고 실제 QCD 계산에서 주로 쓰는 BMHV scheme과는 $\gamma_5$를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Regularisation scheme별 차이를 보려면 논문을 보는 것이 더 빠르긴 하지만서도.


14. H. Elvang & Y.-t. Huang, Scattering Amplitudes in Gauge Theory and Gravity


내 전공에 너무 가까워지는 느낌이긴 한데, 산란진폭 (scattering amplitude) 계산에 특화된 책. 양자장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양자장론을 처음 배우는 용도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양자장론에 대한 배경지식은 펠트만의 책을 읽은 정도면 충분할듯?

  1. 스캔본이란 스캔이 잘못되어서 문서 중심이 안 맞는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는 파일을 말함. [본문으로]
  2. djvu파일 특성상 스캔의 오탈자가 많다. djvu 파일은 글자 세트 하나를 저장하고 이 글자들이 종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기록하는 방식인데 스캔을 잘못하면 원래 글자가 아닌 다른 글자로 인식해서 대응시켜 버리기 때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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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host of the Executed Engineer (Reprint, Paperback) - 8점
Graham, Loren R./Harvard Univ Pr


소련이 가졌던 기술적 한계를 사형당한 광산학 전문가 페테르 팔친스키(Peter Palchinsky)의 삶을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번역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기에 들었던 공학윤리와 리더쉽 과목에서 과제로 쓴 서평을 공유해본다. 확실히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니 원문이 한글일 때와는 다소 다른 느낌을 갖는 것이 느껴진다.[각주:1]



칼 레이문드 포퍼경은 그의 유명한 『책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과학에서의 진보는 열린 사회에서 양육될 때에만 가장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요 주장-전체주의적 정부의 악함에 대한 강한 신념-은 잠시 옆으로 치워두기로 하면, 과학의 진보에 대한 그의 논거는 매우 설득적이다.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 냉전 기간의 소비에트 연방의 급격한 발전을 고려하면 이 주장에 의문을 갖게 된다. L. D. 란다우와 같이 특출난 과학자들이 반례를 제공하지만, 로렌 R. 그래함의 『사형된 엔지니어의 유령The Ghost of the Executed Engineer』을 읽고 나면 포퍼의 선언은 합당해 보인다.


이 책은 불우한 러시아 엔지니어 페테르 팔친스키의 삶을 그린다. 팔친스키는 스탈린 치하 소비에트 정부에 대한 반역모의로 비밀리에 사형되었다. 그는 왜 혐의를 받았을까? 저자는 이 이유를 스탈린이 소비에트 혁명 이전에 교육받은 엔지니어들에 대해 가졌던 불신과 거대 산업 복합체를 지으려는 정부 계획에 대한 팔친스키의 강한 비판에서 찾는다. 이후 저자는 소련의 기술에 대한 관점과 엔지니어들이 받은 교육을 사형당한 전문가의 불운에 맞추어 설명한다.


페테르 팔친스키는 짜르 시대에 훈련받은 광산학 전문가였다. 그는 1901년 석탄 채굴량 감소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의 돈 분지(Don Basin)에 파견되었고, 노동자들을 조사하는 임무를 받았다. 노동자들의 생활환경에 관한 통계를 모은 팔친스키는 열악한 생활환경이 그들의 의욕을 꺾었다고 결론지었고, 이는 상부의 분노와 유배의 원인이 되었다. 저자는 이 경험으로 팔친스키의[각주:2] 기술만 고려해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믿음과 급진적인 정치관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팔친스키는 기술이 그 기술을 도입하는 사회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술이 사회적인 조건을 만들 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기술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팔친스키와 스탈린의 기술에 대한 극단적인 견해차는 흥미롭다. 전자가 산업의 진보를 정치적, 사회적, 법적, 교육적 사안들과 분리할 수 없으며 인본주의적인 접근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한 반면 후자는 기술을 모든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취급했다. 팔친스키는 이러한 믿음 위에서 엔지니어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자의 견해가 우세하였고 많은 비효율과 노동자의 혹사를 야기했으며, 연방에서의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들이 터무니없이 제한된 교육을 받고 새로운 지도자들이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저자가 만난 '종이 제작기에 들어가는 볼 베어링'에 대한 공학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는 터무니없이 좁은 소련의 교육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엔지니어가 가장 큰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팔친스키의 생각은-구글은 완벽한 사례이다- 자본가들의 탐욕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자본주의 국가에서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슬퍼라, 선견지명이 있었던 공학자의 말년을 읽으니.[각주:3] 팔친스키는 선의에서 조국을 위해 산업체의 효용을 최대화하는 통찰을 제공해려 했으나 나라의 지도자는 사보타주로 간주하고 제거하기로 결정하였다. 책으로부터 판단할 때 팔친스키는 이미 같은 이유로 투옥된 적이 있기에 공개적인 비판이 가져올 목숨의 위협을 알고 있었다고 보여지나, 결과적으로 항상 석방되었기 때문에 간과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전문가의 의무를 이행했을까? 팔친스키의 경우처럼 생사가 걸리지는 않았으나 지금도 동일한 딜레마가 경제적인 지위를 볼모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거리낌 없이 의견을 내겠지만, 솔직하게 말한다면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스탈린을 기술 도입의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에 대해 무지한 것으로 혹평하는 것에서 냉전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느껴지지만 팔친스키를 순교자가 된 불우한 예언가로 우상화하려 하지 않았던 저자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의 선견지명에서 신화적인 분위기를 제거하려 노력한 저자의 노력은 사형당한 엔지니어의 걸출한 탁월로 실패해 보인다. 산업화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은 인적 자본 개념을 40년 가까이 앞지르며, 효율적이려면 행복한 노동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그가 살던 시대를 너무 앞질러 보인다. 가끔은 더 작은 산업체가 거대 복합체보다 효율적이다는 그의 입장에서 대기업들의 효율에 대한 미신을 반성하게 되며, 그의 신조인 엔지니어의 폭넓은 교육에서 우리의 교육정책을 재고하게 된다.


이 서평의 서두에서 한 질문으로 돌아오면, 이 책은 학문에서의 진보가 가능하더라도 이의가 없는 사회에서의 산업과 기술에서의 발전은 비효율을 낳도록 예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포퍼경의 전체주의보다 열린 사회가 우월하다는 결론은 반박을 압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나는 우리가 공학과 자연과학의 전문가들에게 열린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의 전문가들이 정치적인 견해를 발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면 공학과 자연과학 출신의 정치적 비판은 우리의 규범에서는 자연스럽지 않은 편이다. 물론 공학과 자연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치나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나, 이 또한 다른 우려를 낳는다: 우리는 미래의 공학자들에게 이 사안들을 충분히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서평을 번역해놓고 보니 제목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추가한다. 저자는 폭넓은 식견을 가졌던 팔친스키를 사형한 소련은 그의 원한에 홀렸다고 표현하였다. 책의 제목은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전문가의 필요성을 사형당한 엔지니어의 유령에 투영한 결과물인 것이다.


하나의 유령이 소련을 배회하고 있(었)다. 팔친스키라는 유령이.


그 유령은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는가?


The Ghost of the Executed Engineer (Reprint, Paperback) - 8점
Graham, Loren R./Harvard Univ Pr

  1. 내가 쓴 글을 내가 번역하니 무언가 기분이 이상하다. [본문으로]
  2. 영어 수사법의 특징은 동일한 말을 최대한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같은 수사법을 따를 경우 글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갖게 되므로 최대한 단일한 표현으로 번역하였다. [본문으로]
  3. 도치를 살리려고 살짝 무리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12. 12. 31. 13:00 Daily lives

일상

글쓰기 참 귀찮다. 페이스북에 잡다하게 끄적거렸던 글들이나 끌어와야겠다. 존나 길어요(...) 위에서부터 시간 역순. 페이스북 타임라인 그대로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가족부양의무가 진짜 의무가 되어버린다고...

분명히 산업화 과정에서 서양쪽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겪었을텐데 왜 거기에서는 이런 진통은 겪지 않았던 것인지는 좀 미스테리하다. 계단 하나 하나 밟는거랑 절벽을 오르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나?

일단 자유국가에서 이런 방식으로 법을 들이미는게 그다지 옳다고 여겨지지는 않아서(하지만 시대가 바뀌면 이 감정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국가가 가정의 일에 개입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특히 가정폭력법 등-이 보편화된건 근대의 일이니 말이다.) 실소가 나오는 기사이기는 한데 우리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서 마냥 편히 웃기도 그렇다. 가정의 부담이었던 것을 국가로 전이하는 복지정책은 고령화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딱 좋은 방법이라서. 일하는 사람을 늘이는 것이 해답이긴 한데 이게 또 여러가지랑 엮여 있는지라...


오늘 기사. 구체적으로 일하는 사람 늘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하한을 낮추는 것, 나머지 하나는 상한을 높이는 것. 하한을 낮추는 것은 일할 수 있는 최저나이를 낮추는 것인데 대학생이 되려고 목숨을 거는 한국에서는 실업률만 높여주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고(뭐라고요?) 상한을 높이는 것은 정년 연장. 그런데 명퇴가 보편화된 지금 정년 연장이 의미가 있나?

아테네. 그리스는 오랜 기간 오토만 제국의 지배 하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때문에 최근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로 이슬람 신자가 급증했지만 아직도 모스크를 짓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특히 동방정교회의 주교가 한 말-난 그 사람들이 유럽을 이슬람화하려 오는 것으로 믿는다-이 기억에 남는다. 그야말로 무조건적인 증오가 있을 때나 가능한 발언 아니던가. 다른 말들도 가관이다. "국경에 지뢰를 심어야 한다. 넘어오다 지뢰를 밟는건 걔네들 사정이고."식의 말은 나치 친위대가 말했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 이게 한 당의 대변인(deputy)이라는 인물이 한 말이다.

금방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적개심이다. 근세 들어 전쟁의 수가 많이 감소한 이유로 물질적 풍요를 드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의 그리스 경제를 보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인듯 싶다. 조한혜정 교수님께 자연스러운 불확실성마저 회피하고자 하는 현상은 파시즘으로 흐른다고 들었는데 그걸 실제로 보는 드문 경우랄까.(심각한건데 액자 속 그림 쳐다보듯 느끼는 것을 보니 테레비가 사람 많이 망쳐놓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적개심을 표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어 한국 경제가 말처럼 잘 나가는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렇게 보면 대선에서 경제 살리기보다 경제 민주화라는 주제가 부각된 게 미스테리. 물론 고전적인 자유주의 입장에서는 시장경제 정상화가 경제 살리기이니 둘은 같은 명제이지만 우리나라 정치인중에 자유시장주의자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서...(사실 정치사상쪽에나 관심이 많지 실제 정치 구도는 많이 모르는 편이다)


이건 좀 심각한 문제. 우리나라도 인종차별 매우 심한 편에 속한다. 우리야 그 대상이 아니니까 못 느끼는 것 뿐이지. 물고기는 물 밖을 나와봐야 물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법이다.

정치사상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전 자유지상주의쪽. 이 계열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아나키즘과도 통하는 면이 좀 있다. 그래서 새누리 민주 할 것 없이 둘 다 까지(전형적인 회색분자...). 참고로 아나키즘은 실현될 수 없는 구조가 내재된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설명한다면 사회 자체에도 생명체에 적용되는 자연법칙-적자생존-이 적용된다고 보기 때문에 적자생존에 불리한 이념을 채택한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

고장난 전기면도기를 가지고 서비스센터에 갔다가 고치려면 아예 내부를 갈아 엎어야 한다고 해서 그냥 왔다. 내년 초에-다음주인데 내년 초라고 하니 엄청 오래 걸리는 것 같다-나 수리가 완료될 것 같다고 하니 한동안은 면도날에 베이는 아침으로 시작할듯 싶다. 조금만 기다리면 환골한 전기면도기로 면도를 할 수 있겠지. 탈태는 힘들겠지만.

돌아오는 길에 잠깐 장이나 볼까 하고 마트에 들렀다가 장바구니가 있어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바로 방으로 가기로 했다. 방까지 올라오는 길에서 원룸 건물 옆에 있는 검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해서 잠깐 돌아가 살펴보니 고양이 한 마리. 영혼의 창이라고들 부르는 곳에는 검은 그림자만 있었다. 기분이 좀 찜찜했다. 일단은 장을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 온 먹거리를 정리하고 나니 다시 고양이 생각이 났다. 묻어주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덮쳤다. 옷을 대충 갖춰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 방을 다시 나섰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온갖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고양이는 장바구니를 들고 올라오면서 다시 보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 앞에 쪼그려 앉으니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죽음은 더 깊이 배여 있었다.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그림자가 있었고, 털은 피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액체로 엉겨있었다. 흙탕물로 머리를 만져주면 비슷한 느낌이 나겠지. 내가 잘 때 취하는 자세-태아자세라고 많이들 부르는 모양이다-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자다가 동사한 것 같았다. 흙바닥이 시멘트보다는 따뜻하니까.

막상 흙을 파려니 망설임이 앞섰다. 삽이 없으니 맨손으로 땅을 파야 하는데,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는 사체를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만진다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도중 바로 옆 넓적한 전단지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얼어붙은 땅이 맨손으로 파이겠냐는 자기합리화를 하고는 전단지를 덮어주었다. 한번 더 보고는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 찝찝한 기분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지만.

장자가 죽기 직전에 했다는 말-상황에 맞게 약간의 각색을 한다면, 고양이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날파리와 구더기의 놀이터가 되었을테고, 묻어 주었더라면 땅깡아지와 쥐며느리의 공원이 되었겠지-과 장례라는 행위에 대한 말-장례라는 사자를 추모하는 행위가 전세계적으로 발견되지만 그 형식은 매우 다른데, 그 이유는 각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사체 격리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 떠올랐지만, 가장 찝찝한 느낌을 많이 주었던 생각은 장자가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했다는 일들-장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미x 놈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차피 누구나 태어나 죽는 법인데 슬퍼한다고 달라지겠는가 생각하고는 평소 살던 대로 행동하고 있었겠지 싶다.-이었다. 생과 사는 하나인 법인데, 나는 왜 죽음 앞에서 쓸쓸한 감정을 느끼는가.

출가한 사람도 아닌데 그 정도 경지를 바라보는 것은 과다한 희망사항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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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참 다양한 감정들이 마음 속을 떠돌아다녔는데, 막상 글을 쓰고 나니까 그 다양한 감정들 중 일부분만 남고 나머지는 날아가 버렸다. 마치 살아있을 때의 그 생기를 잃어버리는 박제처럼 말이다. 하긴, 글 자체가 말의 박제였으니 모든 것을 담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현재 『장자』 읽는 중. 도를 닦읍시다 도는 나위 원쑤(?)

파울로 코엘료는 그 명성이 자자한 소설 『연금술사』에서 이상한 해석 덧붙이는 연금술사들 때문에 한 줄 밖에 안 되는 진리가 이상하게 배배 꼬여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지금 계절학기를 들으며 씐나게 『논어』를 읽어보니 주석을 안 붙인다는게 말이 안됨을 깨달았다. 말은 박제되면 극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속성들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잡다한 주석이 필요해지는 것. 덕분에 상상력이 꽃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론 골치아프다.

가끔 사람들이 '인류는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이 없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는 것을 보는데 어쩌면 인류는 역사로부터 배우고 싶은 것만 배우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방대한 기록의 집합이다.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사실을 추려낼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방대한 실험 자료 속에서 어떤 값이 잘못되었고 어떤 값을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물리학자의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물리학자의 기준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이론이었다면, 역사가의 기준은 자신이 역사로부터 얻기를 원하는 교훈이라는 점이 다를 것이다. 다만 역사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인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확증편향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차이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의미랄까.

한편으로는 역사에 대해서는 읽은 것이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밖에 없어서 성급하게 논리를 밀어붙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히 내가 취한 관점은 카의 관점-내가 이해한 바로는 역사는 미래로 나아갈 개략적인 방향을 판단하는 기반이라는 주장이다-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역사에 대한 입장이 카와는 정반대에 해당하는 역사가들도 있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 그들의 글을 읽은 적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생각나는 관점은 역사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라는 중학교 국사 선생님의 말씀 뿐.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설전이 벌어져 끼어들었다가 역사에 대한 말이 튀어나와서 급히 든 생각이다.

본격_역사_무용론.gaesori

이 글과 관련해서 적으려고 하는 글이 있는데(특히 80년대의 경제개발과 박정희 향수에 대해) 적기 매우 귀찮아서 고민. 어차피 역사는 그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하기에 박정희 시대에 대한 재평가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은 타는 것이 원칙. 우리는 이 재평가에 대항해 무슨 소리를 해야 하는가가 주된 내용이 될 듯. 일단은 계절 과제를 합시다...ㅜㅜ

방금 『무연사회』 정독 끝. 두시간 정도 만에 거침없이 읽은 것을 보면 미친듯이 빠져들어 읽은 모양이다. 읽으며 어제 본 「스카이 크롤러」 DVD의 한 장면-동정심은 오히려 모욕하는 것- 이라는 대화도 생각나고(니체도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크로스로드 SF 단편선에「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단편도 생각나고, 마지막 장에서는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수학자의 절규도 생각나고, 『한비자』의 '선비는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말도 생각난다.

모두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쓸쓸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것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이라면 더욱. 어차피 한 줌 먼지로 사라져갈텐데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쓸쓸하게 만드는걸까. 나도 그다지 집착이 강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을 보면 아직은 아닌 모양이다.

난 개인적으로는 죽은 뒤 화장되고 바람에 실렸으면 좋겠다. 날 찾는 사람이 있다면 창문을 열고 밤바람의 손길에 내 온기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어린왕자처럼 별을 보면서 눈을 맞추는 것이 더 로맨틱하니 우주에 흩어지면 더 좋겠지만 의미 없는 먼지보다는 위성 하나가 더 올라가는게 나을테니 선택지에서 배재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날 기억해달라는 소망이겠지 싶은 생각도 든다.

이전에 러닝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초능력자 특집을 한 적이 있었다. 등수대로 특수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술래잡기 놀이였는데 다른 것은 기억이 잘 안 나도 확실히 기억나는게 두 가지 있다. 1등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꼴등은 공간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다른 사람들도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는 것-혹은 망각이라는 시간의 힘을 거부하는 것-을 가장 소망한다는 의미일까.

병렬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마구잡이로 적어넣으니 글이 난잡하네. 내일 아침 정리해야겠다.

『무연사회』 감상의 조각이랄까? 어떻게 보면 위의 고양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영도 작가님의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가 떠오르는 기사네요. 뉴욕이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해 다양한 언어가 번창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사라지는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가 남겨지는 일종의 '언어의 무덤'이라는군요. 그러면서 한 언어로 남겨진 지식이 다른 언어에 완벽히 번역되기 힘들어 사라져가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고 합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말기 환자의 모르핀 투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읽다 보니 예전에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 소설 속 상황이 생각나네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에는 소마(soma)라는 일종의 환각제가 등장합니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담배 피듯이 이 환각제를 투여하곤 하죠. 그리고 담배처럼 독성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주인공인 존이 자기 어머니가 소마에 빠져 살자 왜 그것을 놔두냐고 의사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의사는 쿨하게 어차피 여생도 얼마 안 남았으니 짧더라도 고통없는 삶을 사는 것이 고통스럽게 조금 더 연명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하죠.

안락사 개념도 이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죽음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반사체(半死體)로 연명할 것인지 결정하는 행위니까요. 일반적으로 안락사를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로 구분하는데, 가망이 없는 치료의 중단으로 인한 죽음을 소극적 안락사로, 더 이상 치료의 희망이 없으므로 죽음을 유도하는 약물 등을 투여하는 것을 적극적 안락사로 분류합니다. 많은 국가에서 소극적 안락사는 인정하는 한편 적극적 안락사에는 살인방조죄와 비슷한 항목을 적용하여 처벌하고 있죠.

한편 안락사라는 개념은 자살하고도 이어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의미있는 삶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혹은 오히려 생존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 삶을 지속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니까요. 알베르 카뮈가 『시지프 신화』에서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자살이라고 선언했었지요.

한편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기도 한 니체의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즐거운 지식』에 실린 말이죠. Wir aber wollen die Dichter unseres Lebens sein. 우리는 우리 삶의 시인이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의 시를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할까요. 그 시 한줄 한줄을 읊어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겠지요.


사람은 죽기 위해 살아가는 법이다. 어떻게 죽느냐를 고민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운명. 누구나 자신이 좀 더 괜찮은 시로 맺어지기를 바라는 법 아니겠는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낸 다큐. 개인적으로는 민족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지라 아무래도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 효과가 있네.(그것보다는 내가 안티테제적인 성격만 남아있는것도 한 몫 할듯...-_-;;)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이 미국이 주도한 것이며 박정희는 경제성장 전략을 짠 장본인이 아니라는 내용.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게 저 당시 미국의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는 공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경계했다. 독일과 일본이 이차대전 패전국이었어도 빠르게 회복한 이유이기도 하고.

중간의 박정희가 일본에서 한 말은 관계가 없지만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넣은 듯한 느낌이다. 현 한국정치에서 양쪽이 제일 크게 내세우는 인물이 각각 박정희하고 노무현인데, 일단 민족문제연구소라면 어느 쪽 성향을 가지고 있을 지 빤히 보이지 않는가.

내용 자체는 생각해 볼 것이 있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정책을 짠 것이 박정희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책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박정희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 정책에 반대를 하고 반항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행했다는 것.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저 당시 군사독재를 했지만 대한민국처럼 미친듯이 경제성장을 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 아프리카의 저 당시 군부독재만 봐도 그 사람들은 자기 뱃속 채우기 급급하느라 쿠데타에 연이은 쿠데타에 시달렸지, 경제발전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까.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내세운 명분이 "혼란에 빠진 국가를 재건한다"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그 명분에 발목이 잡혀서 실제로 재건을 넘어서 발전까지 이루었다.

물론 반론이 가능한 부분은 있다. 당시 아프리카는 미국에게는 관심 밖의 제3지대였고, 한반도는 자칫 잘못하면 소련으로부터 직접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는 최전방이었으니 대한민국에 지원을 해 주었을 것이고 아프리카는 그런 것 없이 홀로서야 했다는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사실도 박정희가 경제발전같은건 쌩까고 자기 뱃속만 채우려 했다면 경제발전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긴 전혀 경제발전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CIA 요원이 쿠데타를 유도해서 다른 누군가로 지도부를 갈아치웠겠다만 그건 언제까지나 가정이고.

이렇게 말하면 내가 박정희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 같아 덧붙이자면, 난 박정희 대통령으로 안 본다. 대한민국은 90년대 초까지 전제군주정이었잖아. 윗동네는 아직도 하고 있고.


회색분자의 등장. 대선 전에 올린 글일듯? 그리고 난 대선 투표에서 진짜 회색분자가 되었다 -_-;; 누가 되든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던 것. 그런데 투표 끝나고 대선 결과 나오니까 기분이 급 나빠진 건 함정...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데, 내가 봐도 민주당 대북정책은 뒤통수 한데 후려갈기면서 정신차리라고 일갈을 넣고 싶을 정도로 병맛이지만 그게 종북이란 라벨이 붙을 정도로 국가를 팔아먹는 행위냐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대선 전에 페이스북 공개로 돌려놨어야 했나...-_-;; 대북정책이 일관적이지 못한 이유는 국민적 합의가 딱히 없다는 것이라는게 내 지론. 헌법상에야 통일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일단 나부터도 그렇고 의외로 통일 해야 하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전에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안 5호 로켓이 비싸다고 까면서 혜성같이(?) 등장한 SpaceX사의 팰컨9 로켓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 이번에는 반격에 나설지도 모르는 유럽우주국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유럽우주국이 민간 기업 Reaction Engine Ltd.에 새로운 추진체 개발을 의뢰한 모양인데, 이 추진체는 대기권에서는 대기의 산소를 이용하다가(제트기의 제트엔진과 같은 방식이라는군요. 항공기처럼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착륙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대기가 옅은 고도에 도달하면 그때서야 내장된 산화제를 이용하는 방식이랍니다. 이렇게 하면 대기에서부터 산화제를 쓸 필요가 없으므로 필요한 연료의 양을 줄일 수 있게 되지요.

이런 추진체가 완전히 개발된 것은 아니고, 다만 그 첫 단계인 고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대기를 급냉시킬 수 있는 가벼운 열교환기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속으로 날 때는 공기가 매우 차가운 대기 상층부일텐데(영하 70도까지도 떨어지죠) 왜 냉각장치가 필요한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공기를 냉각시켜야 하는 이유는 그 공기를 압축하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공기를 압축하려면 일을 해야 합니다. 다들 풍선 속에 공기를 집어 넣는 일은 해 보셨으니 이게 꽤 힘이 든다는 것은 아시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공기를 압축하는데 쓴 일은 어딘가에는 저장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에너지 보존 법칙이고요. 그러면 이 에너지는 어떻게 저장되느냐 하면 다 열에너지로 저장됩니다. 그래서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지요.(여담입니다만 매우 고속으로 날아가는 물체가 엄청난 온도로 상승하는 것이 공기와의 마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 물체가 날아가면서 그 앞에 놓인 공기를 압축하면서 생기는 현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성층권을 날아다니는 여객기는 외부 온도가 매우 낮아도 항공기 내부에 승객들이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의 압력으로 압축하면서 온도가 너무 크게 상승해서 에어콘을 돌리고 있지요.

냉각이 어려운 이유는 겨울날 자고 일어나면 창문에 성에가 서리는 것처럼 냉각되고 있는 입구에 얼음이 껴서 공기가 들어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연에서는 그런 위험 없이 잘만 냉각하더라 보였다고 하네요.

일단은 훨씬 싼 가격에 우주로 나가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보다는 냉각장치에 더 관심이 갑니다. 이런 급냉장치가요즘 연구되는 램제트나 스크램제트에(이런 추진기관들은 기본 운용 속도가 마하수 5 근처입니다. 전투기들도 일시적으로만 낼 수 있는 최대속도가 마하수 2.5 정도밖에 안되는데 기본적으로 그런 속도에서만 운용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빠른지 그려지시나요? 참고로 오래 전 예산문제로 퇴역한 SR-71이 기본 운항속도 마하수 3인 괴물이었지요. 블랙버드란 별명을 가진 딱 봐도 아 얜 빠르게 생겼다라는 말이 나오는 그 비행기입니다. 초고고도 정찰기인 U-2기가 미사일에 맞고 추락해서-사실 미사일이 안 닿는 고도에서 날아다니는 비행기인데 고도가 너무 높으면 산소가 없어서 엔진이 꺼진다는군요. 하필 그 때 고도가 제일 낮았는데 미사일에 맞았다고...-홧김에 그러면 초고고도에서 총알같이 날아다니는 녀석을 만들자는 생각에 개발되었다고 합니다.)응용되면 이런 추진기관들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나저나 나로호...ㅠㅠ


나로호 ㅠㅠ 나중에 은하3호 보고 어떻게 윗동네 따위한테 질 수가 있는거지 욕을 한 바가지로 했던 기억이 난다. 애꿎은 하늘아 미안하다 ㅠㅠ

모두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티벳 이야기입니다. 과연 이번에 새로 구성된 중국 정부가 티벳의 자유를 인정할 것이냐는 질문과 닿아 있죠.

약간 곁다리 이야기를 하자면, 예전 영국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문제가 있었죠. 아마 8-90년대의 일일텐데 밀려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살던 사회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다문화정책을 실행했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따로 놀도록 놔둔 이질적인 문화들 사이에 충돌과 슬럼이 크게 증가해서 동화정책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지요.

영국이 취했던 다문화정책을 샐러드 그릇으로 표현한다면 중국이 취하고 있는 다문화정책은 용광로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 문화정책은 하나죠. 하나된 중국. 서로 가능한 다문화정책의 양 극단을 이루고 있는 셈인데, 양쪽 다 적잖은 문제가 있는 듯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근래에 급격히 다문화국가로 변해가는 중이죠. 어떤 다문화정책을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당한 중용의 지점은 어디일까요?

제가 어릴 적 배우던 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점에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곁다리지만 중국이 계속 그 '중화사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언젠가 한번 쓴 대로 무차별적인 융합이 중화사상의 핵심인데 개인의 독립 요구가 갈수록 심해지면 중국으로선 "버틸수가 ㅇ벗다!!"를 외치는 시점이 나타나게 될 테니 말이다. 그 이전에 점차 자유국가로 이전이 일어나려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출간이 50년이 지났답니다. 본 소설은 스탈린 시절 강제수용소의 삶을 다루었고 그 때문에 작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소련에서 추방당했다고 하네요. 찾아보니 고향에서는 쫓겨났지만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는 말이 있군요.

모스코바의 외곽에는 1km에 걸쳐 13개의 공동묘지가 있다고 합니다. 37년 8월부터 38년 10월까지 20,760명에 달하는 과학자, 농노, 회계원 등이 여기에서 총살당했다고 하네요. 거기다가 이건 전 소련에 걸쳐 스탈린이 벌인 일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네요.

그러면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60여년이 지난 지금,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48%가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단 22%만 스탈린 시대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하는군요.

무언가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입니다.


대통령만 봐도 낯설지 않지...-_-;;

예전에 X prize라고 민간 우주관광을 실현시키는 사람에게 건 상금이 있었죠. 결국 그 상은 SpaceShipOne이 타갔습니다. 그렇다고 우주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가 하면 아직 우주여행은 억만장자를 넘어선 조만장자나 가능한 일로 여겨지고 있죠.

이번 기사는 미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SpaceX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Falcon 9 추진체 이야기입니다. 여기 주인장이 유럽우주국(ESA-European Space Agency)의 아리안 5 추진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답니다. 건방진 건지는 좀 두고봐야 알겠지만 확실히 우주는 우리에게 한발 한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누가 그 개발 힘들다는 추진체 기술을 민간 기업에서 갖추리라 상상을 했겠어요. 우주왕복선의 마지막 비행으로 저물 것 같았던 우주 개척기는 국가에 의한 우주개발의 황혼이었나 봅니다. 황혼을 지나 밤을 견디고 나면 여명이 찾아오기 마련이겠죠.

그나저나 어릴 적 아리안 로켓이라는 이름을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아리랑과 닮았다고(-_-;;) 좋았더랍니다. 지금 보면 아리안이란 이름으로 꽤 큰 삽질을 한 집단이 있어서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안 드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여간, 아름다운 별들과 함께 좋은 밤 되세요. 꿈 속에서 별들의 바다를 소요하는 즐거움 만끽하시고요.


우주는 언제나 옳습니다. 나로호 좀 제대로 쏴 보자 ㅠㅠ




글은 만족하지 못한 자들이 쓰는 것이다. 내 절규에 물든 절망을 남들도 이해해주었으면 싶은 마음이든, 감당할 수 없는 풍요에서 진공처럼 비어버린 허무를 이야기하고 싶은 감정이든, 넘처 흘러서 남들에게 퍼주지 않고서는 주체할 수 없는 덕 때문이든 글을 쓴다는 행위는 그 동기가 없어서는 유지될 수 없다. 말은 싸지만 글은 비싼 법이다.(그런데 words면 말과 글 둘 다 해당될텐데?)


지금 내 상황? 글을 쓰고는 싶은데 그 감정보다는 귀찮음이 더 크다고 해야 하나? 글 쓸 거리는 많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박정희 시대의 역사적 재평가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생각되어서 언젠가 쓰기는 쓸 거다. 언젠가...


그러고보니 물리 블로그를 표명하면서 근래에 물리에 대해서는 전혀 쓴 것이 없네...-_-;;; 다음학기부터 물리 전공만 신나게 들을 예정인지라 많이 올라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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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현대경제의 이해 최종과제로 낸 꽁트. 요즘은 미디어가 발달해서 꽁트하면 상황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래는 단편이라 부르기엔 짧은 소설을 의미한다. 새벽 5시까지 신나게 쓰느라(쓰는 도중 목감기 걸림 -_-) 글 자체는 많이 우울한 편. 원래 새벽은 조울증의 시간 아니던가. 아주 즐겁거나 아주 우울하거나. 혹자는 센티멘탈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는 듯 싶다만.

모티브(?)는 『갑각나비』의 3장, 사전. 발표를 해야 한다고 해서 사족으로 덧붙인 맺음말도 첨부. 실제 발표는 '가격'항목만 하고 맺음말 세번째 문단부터 했던 것 같다.



경제학 용어 사전


가격

1)물건의 교환 가치를 화폐를 기준으로 나타낸 것.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생산과 수요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미시경제이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 지표이다.

2)

수업이 끝났다. 가방을 챙기고 교실 문 밖을 나서려는 데 친구가 보였다. 얘도 아직 졸업 안 했었지. 불러 세웠다.

"저녁 약속 없냐? 같이 먹자."

"아 미안, 선약이 있어서."

"넌 맨날 바쁘냐?"

"미안, 미안. 다음에 꼭 같이 먹자. 미안~!"

결국 오늘도 혼자 식당에 들어섰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학교 식당의 싼 메뉴는 맛이 없고 맛있어 보이는 메뉴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재정 정책' 항목에서 계속)


가정

1)이론의 토대가 되는 명제. 경제학에서는 모든 사람을 경제인으로 가정한다.

2)

눈을 뜨니 어슴푸레한 여명으로 뒤덮인 방이 덮쳤다. 어두운 빛이 장식 하나 없는 검소한 방의 모든 생명이 살균된듯한 우울한 분위기를 더욱 도드라지게 비치고 있었다. 건너편 작은 선반 위의 반 정도 말라버린 선인장이 그나마 남은 미약한 생기를 애처롭게 대변하고 있었다.

또 다시 병실에서 깨었다. 이번에도 목을 졸린 모양이다. 링거액이 꽂힌 오른팔이 따끔하다.

무슨 꿈을 꾸다가 일어났더라? 다소 평범한 꿈을 꾸었던 것 같다.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삶을 사는 평범한 꿈. 아니, 평범한 삶이란 불가능한 나에게 그 꿈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것이려나. 잡힐 듯 눈 앞에 아른거리지만 팔을 뻗어 쥐고자 하는 순간 얼마나 멀리 있는지 깨닫는 것. 꿈이란 그런 것이다.

그 꿈이 현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의미 없는 가정이겠지.

('시장' 항목에서 계속)


경제인

1)Homo Economicus.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 행동경제학 등 일부 비주류 경제학에서는 다른 가정으로 이 가정을 대체하기도 한다.

2)

요란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또 책상에서 잠이 들었다. 과제를 다 하고 잠이 들었던가? 과제를 다 했으면 책상이 아니라 침대에서 깨었으리라는 당연한 결론에 생각이 미치자 조금 우울해졌다. 어제도 책상에서 깼던 것 같은데.

우선 알람을 끄고 세수를 했다. 화장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수도꼭지를 통해 쏟아지는 차가운 물이 졸음을 쫓아주었다. 정신이 들고 나니 더욱 우울하다. 제대로 자지도 못 하면서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등교하기 위해 가방을 챙겼다. 책상에 널려있는 종이들이 보인다. 그래도 조금은 정리를 해 놓고 등교하는 것이 맞겠지. 종이를 집었다. 뒷면에는 빽빽하게 글씨가 들어 차 있었다. 오늘 내야 할 과제였다.

이걸 언제 한 거지?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한 의문이 내 마음을 휘저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등교할 때도 못 했던 것 같았던 과제가 책상 위에 놓여있었지. 의문은 더욱 거세게 내 마음을 휘둘렀다.

또 다른 알람. 방을 나서야만 한다. 모든 의문을 억누르고 종이를 정리해 가방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책상에 반만 쓰다 만 일기장을 책장에 다시 넣으며 문을 나섰다. 문을 닫기 전 책장에 꽂힌 붉은 일기장이 배웅해주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멍하니 있을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통화 정책' 항목에서 계속)


노동력

1)생산요소시장에서 가계가 제공하고 기업이 구매하는 것으로 자본, 기술과 함께 총생산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더 많은 노동을 투입 할 때마다 투입되는 노동 당 생산량의 증가는 감소하며 이를 한계생산체감이라 부른다.

2)

'너는 내가 제공한 노동력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적이 없어'

글씨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효용' 항목에서 계속)


독점

1)시장에 하나의 공급자만 존재하는 것. 이 경우 시장이 왜곡되어 완전경쟁시장에서와 같은 파레토 효율이 달성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개입이 정당화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만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경우(규모의 경제) 자연적으로 독점시장이 형성되는데 이를 자연독점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사례로 항공기 시장이 있다.

2)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나무』 중에는 노르베르 프티롤랭이라는 이름의 형사가 등장하는 소설 「조종」이 있다. 형사에게는 원래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던 왼손이 있었는데 이 왼손이 갈수록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상당히 과격한 방법으로 파업을 일으킨다. 어쩔 수 없이 프티롤랭은 왼손의 요구에 굴복하고 협력관계를 맺기로 합의한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침대 위에서 뒹굴며 얼마나 멋진 상상인가 감탄했다. 내 몸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니! 언제나 그랬듯이 이 프랑스 작가의 경이로운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며 책을 덮었었지. 침대 위에서 누워 읽어서 그런지 왼팔이 저렸다. 오른팔로 책을 대충 책상 위로 던지고는 저린 왼팔을 주무르며 다시 한번 이 작가의 기발한 생각에 찬사를 보내고는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내 몸의 독점적인 소유주였고, 왼손이 파업을 일으킨 남자의 이야기는 기가 막힐 소설일 뿐이었다.

('탄력성' 항목에서 계속)


루카스

1)Robert Lucas Jr. 합리적기대이론(rational expectation hypothesis)을 주장한 미국의 경제학자. 합리적기대이론이란 정부 정책에 대해 각각의 경제 주체가 그에 맞추어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는 이론으로 극단적인 경우 정부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못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2)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오늘 나온 과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담배가 비탄력적('탄력성' 항목 참조)인 재화라 할 때 담배의 세금 인상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 논평하시오".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꾸역 꾸역 써내려 가면 완료는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오늘 밤을 뜬 눈으로 보내야겠지.

어차피 교수님께서는 아주 잘 쓰거나 아주 못 쓰지 않는 이상 평범한 점수를 주신다. 그리고 내가 제대로 된 글을 쓴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해법은 과제는 대충 쓰고 내일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해서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이려나.

집에 돌아와서 책상 앞에 앉았는데도 과제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런 때에는 일기라도 쓰면 좀 기분이 나아진다. 일기장을 꺼내고 근래에 쓴 적이 없었던 만년필을 꺼냈다. 파란 배럴이 아름답게 빛났다. 다행히 잉크가 마르지는 않았다.

일단 날짜를 적었다. 더 쓸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눈꺼풀은 무거웠고, 난 눈꺼풀이 중력을 따라 흐르도록 내버려두었다.

('경제인' 항목에서 계속)


민영화

1)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기업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민간 기업으로 그 기능을 이전하는 것. 많은 정부에서 케인즈 이론 이후 시카고 학파가 주장한 신자유주의를 기본 경제정책으로 채택하면서 크게 증가하였다.

2)

학교 식당을 나서는데 출입구의 한 공지사항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먹고 나온 식당이 다음 학기부터는 더 이상 생활협동조합이 아닌 외부업체에서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생활협동조합의 적자가 너무 심해서 운영하는 식당의 수를 줄이겠다는 말은 있었는데 실제로 그럴 줄이야.

교내의 외부업체가 운영하는 식당은 전부 밥값이 살짝 비싸다. 다음 학기에 들어오는 외부업체도 그러겠지. 그러면 다음 학기에는 어디서 밥을 먹지. 우울해졌다.

('처분가능소득' 항목에서 계속)


보이지 않는 손

1)아담 스미스가 그의 책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생산과 수요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 현대 경제학에서는 가격이 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

TV를 보면서 하나 둘 귤을 까먹다가 오랜만에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을 뒤져 먼지를 뒤집어쓴 자그마한 책 하나를 꺼냈다. 필통에서 놀고 있는 만년필에게 일을 시킬 때가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고 펜을 들었다. 우선은 날짜를 써야지. 그 다음엔 무엇을 쓰지?

펜을 놓았다. 붉은 일기장 위에 차분히 놓인 푸른 만년필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항상 그럴 때가 있다. 쓰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정작 쓸 말은 하나도 없는 막막한 상태. 답답한 마음에 잠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일기를 쓰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아침에 링거액이 꽂혀있었던 곳이 살짝 저려왔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 주사 바늘이 계속 얇아진다고 해도 사람의 피부에 아무런 흔적도 안 남기기는 힘든가 보다. 오른팔 팔꿈치 안쪽이 수많은 붉은 점들로 가득하다. 팔이 좀 더 아파져서 더 이상 아무것도 못 쓰게 되기 전에 빨리 일기를 마무리해야겠다. 눈길을 다시 책상 위로 옮겼다.

종이 위에는 내가 쓴 적이 없었던 글이 적혀있었다.

'나비는 갑옷을 입고 왼팔로 날개를 뜯어내지'

보이지 않는 손이 적고 간 문장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보고 싶지 않았던 손이 적고 간 문장이었다.

('독점' 항목에서 계속)


시장

1)교환이 일어나는 곳. 물리적인 공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경제학자들은 완전경쟁시장을 가장 이상적인 시장의 형태로 보며 이 경우 파레토 효율을 달성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2)

병실의 깨끗하다 못해 결벽적인 공기로부터 벗어나니 조금은 살 것 같다. 오른팔의 링거액 주사 바늘 자국들이 살짝 저렸다. 룸메이트로부터 전화.

"응. 괜찮아. 자주 그러는거 알잖아.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 그래, 그래. 너무 늦지는 말고. 그럼 잘 들어와."

조금 우울해졌다. 나도 애인이 있으면 저렇게 밝게 살 수 있을까? 무거운 발길을 계속 옮겼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전 먹거리나 조금 사서 들어가야겠다. 길을 가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조금 큰 가게로 들어섰다. 이런 때에는 과일을 먹어야 한다.

"아니, 사과가 왜 이렇게 비싸요?"

"제철도 아닌데 어떻게 싸게 나와. 거기다가 뉴스 봤지? 요새는 전염병 때문에 먹을만한 사과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귤은 어때 귤. 한창 제철이라 양도 많고 값도 싼데."

"...그러면 귤 이천 원 어치 주세요."

('보이지 않는 손' 항목에서 계속)


인적 자본

1)각 근로자에 내재된 기술 및 지식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교육 등으로 축적이 가능하다. 내생적 성장이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성장요인 중 하나이며 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급속한 성장의 원인을 인적 자본의 축적에서 찾기도 한다.

2)

교실에 들어선다. 교재를 펼친다. 칠판을 본다. 노트에 옮긴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는다.

성장 회계, 기술 발전, 자본 축적, 노동 투입, 인적 자본.

그래, 나는 지금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중이다.

수업이 끝나고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이 또한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일이리라.

('가격' 항목에서 계속)


임금

1)생산요소시장에서 가계가 제공하는 노동력에 대해 기업이 지불하는 금액.

2)

"이미 네가 달라는 대로 임금을 주고 있잖아!"

'겨우 그 정도가 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는 거지?'

간담이 서늘해졌다.

('노동력' 항목에서 계속)


재정 정책

1)정부가 그 해 돈을 어떻게 지출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 정부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이다. 케인즈는 불황에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쳐 더 많은 정부지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 해법을 채택하고 있다. 08-09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통화정책을 쓸 수 없었던 일부 유로존 국가에서 과다한 재정정책을 펼쳐 국가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되었고 결국 유로존 위기로 이어졌다.

2)

지갑을 열어보았다. 천 원 지폐 두 장이 보인다. 혹시나 해서 온 지갑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백 원 동전 하나만 나올 뿐이다. 오백 원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오늘의 재정 정책도 긴축 재정이다. 그냥 밥만 먹고 바로 집에 가야겠다.

('민영화' 항목에서 계속)


정부 개입

1)완전경쟁시장에서 벗어난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 정부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 규제를 이용하거나 국책사업을 벌여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케인즈 이론에서는 불황일 때 재정 정책을 통한 정부 개입을 중요시한다.

2)

교실로 가던 도중 게시판에 붙은 한 자보가 눈길을 끌었다.

'학교본부는 더 이상 신성한 상아탑을 저잣거리로 만들지 말라'

훑어보니 대략 학생을 돈주머니로만 보는 외부업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과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생활협동조합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어야 한다 두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일 뿐.

('인적 자본' 항목에서 계속)


GDP

1)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으로 번역되며 한 국가 내에서 생산한 모든 최종재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화폐단위로 계산하며 생산된 물건은 모두 소비되기 때문에 소비된 최종재의 값을 합치는 것으로도 계산할 수 있다. 또한 생산하면서 번 돈은 각 경제 주체에게 분배되므로 이 분배되는 금액을 이용해서 계산하기도 한다.

2)

"이번 달 수입이 없어서 그래. 뉴스에서 올해 GDP 떨어져서 난리 났다 하잖니."

"네..."

다 과도한 욕심이란 것을 알면서도 서운한 감정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파레토 효율' 항목에서 계속)


처분가능소득

1)가계에서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 소득에서 세금을 제한 값이다. 일반적으로 전부 소비에 사용하지는 않고 일부는 미래의 소비를 위해 저축한다. 케인즈 이론에서는 처분가능소득에서 저축하는 비율을 1에서 뺀 값을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이라 부르며, 이 값이 1보다 작기 때문에 균형재정을 하더라도 정부 지출을 늘이면 국내총생산은 상승하게 된다.

2)

셔틀에서 내리니 깡통 하나를 두고 구걸하는 남자가 보였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어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400원. 씁쓸하다. 쓸 수 있는 돈이 이것뿐이라니.

동전 네 개가 깡통을 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내 마음도 저렇게 경쾌하면 좋으련만.

('루카스' 항목에서 계속)


케인즈

1)John Maynard Keynes. 1930년대에 『일반 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을 집필하여 불황은 유효수요가 공급을 충당하지 못하여 생기는 일이며 이 때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집행해 유효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아직 많은 정부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2)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길 건너편에 휘날리는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를 노예로 만들려는 거대국제자본은 모두 자폭하라!'

얼마 전 과도한 국가부채로 구제금융을 신청했었지. 모든 케인지안은 공직에서 쫓아내고 다시는 얼씬대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소주만 연거푸 들이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요즘은 취직한 곳에 적응 잘 했으려나. 내심 졸업한 애들이 부러워졌다.

셔틀버스가 현수막을 가리며 멈추었다.

('정부 개입' 항목에서 계속)


탄력성

1)수요량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에 변화가 있을 때 수요량이 얼마나 민감하게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어느 재화의 가격탄력성이 1보다 크면 탄력적이라고 하고 가격이 내릴수록 가격과 소비량의 곱은 증가한다. 1보다 작은 경우에는 비탄력적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역으로 가격을 올릴수록 가격과 소비량의 곱이 증가한다. 담배는 비탄력적 재화로 여겨지고 있다.

2)

왼손에 얹힌 만년필이 경쾌하게 움직인다. 한 장 한 장 종이는 글씨로 뒤덮이고 그 종이들을 수용할 자리가 부족했던 책상은 덮여가기 시작한다. 탄력 있게 휘어지는 만년필 촉이 마치 종이와 마찰하며 내는 사각이는 소리에 탭댄스를 추는 듯 했다.

왼손이 쓴 글은 정교하게 짜여진 에세이였다. 그것도 해당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교수가 쓴 글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정신없이 글을 읽다가 왼손이 옆구리를 찌르고 나서야 일기장에 남겨진 글을 보았다.

'이런 읽을 만한 글도 주고 온갖 잡다한 일을 해주는 왼손한테 보상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임금' 항목에서 계속)


통화 정책

1)정부가 시장에 도는 화폐의 양을 조절하는 것. 재정 정책과 함께 정부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다. 경제 전체의 통화량이 인플레이션 및 이자율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 예로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을 이용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조절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루카스의 합리적기대이론의 등장으로 그 가능성이 의심되었다. 케인즈는 통화량을 늘여 이자율을 낮추고 이것이 확대된 기업투자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그 결과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을 선호하였다.

2)

"엄마, 저 돈 좀 주세요"

"그런 거 없다"

"아 제발요. 밥 먹을 돈도 없어요."

"... 오천원."

"이거 교통비 하면 밥값도 안 나와요."

"셔틀 타면 되잖니?"

어머니는 항상 타이트한 통화 정책을 추구하신다.

('GDP' 항목에서 계속)


파레토 효율

1)Pareto efficiency. 한 주체의 효용을 늘이기 위해서는 다른 주체의 효용을 줄여야만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 경우 전체의 효용이 최대가 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파레토 효율이 달성된다.

2)

오천 원. 집 앞에서 지하철까지 버스를 타고 환승하면 학교 앞 역에서 내릴 때 추가운임이 발생한다. 지하철까지 걸어가지 않는다면 내가 밥을 굶거나 어머니한테 용돈을 더 받아야 한다. 결국 잠이 덜 깬 몸을 이끌고 지하철까지 걸어간다.

('케인즈' 항목에서 계속)


효용

1)소비자가 무언가를 소비하면서 얻는 만족.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사람인 경제인은 이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소비하는 양이 많을수록 한 단위의 소비를 늘일 때 증가하는 효용의 양은 감소하며 이를 한계효용체감이라 부른다.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가 일어나면 한계효용체감을 피할 수 있어 전체 효용은 증가하는 결과를 얻는다.

2)

"이런다고 너한테 좋을 것 하나 없다고! 이게 너한테 무슨 효용이 있어!"

필사적으로 오른손을 움직였다.

"내가 없으면 너도 없어! 이건 전혀 합리적('경제인' 항목 참조)이지 못한 일이라고!"

더 이상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 눈이 감겨온다.

('가정' 항목에서 계속)




참고자료

이준구, 이창용, 『경제학 들어가기』, 2판, 법문사, 2009




맺는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 중에는 수능에 나온 자기 시에 대한 문제를 다 틀린 최승호 시인의 인터뷰 기사도 있다. 한국의 언어교육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서 보면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만들어간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조물주의 손을 떠난 인간의 자유의지로 조물주의 속을 자주 썩이지 않던가.(조물주가 있는가라는 신학적인 질문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그래서 난 내 작품의 독립적인 삶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구체적인 해설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래도 글을 무책임하게 던져놓고 알아서 읽으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최소한의 설명은 하려고 한다.


점성술이나 사주팔자와 같이 인간이 태어난 시각을 기준으로 그 인간의 특성을 분류하는 일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이 쓴 글은 조금 다르다. 사람이 쓴 글은 그 글이 태어난 시각의 분위기를 담는다. 이런 말을 쓰는 이유는 이 글이 우울한 분위기를 담은 이유가 작가가 우울한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작가가 우울한 시각에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 위해서다. 글을 다 친 것은 감기기운에 부은 목을 축이던 새벽 5시 경이었는데, 모두들 알다시피 새벽 3시는 인간이 가장 감정적인 시각이다. 원래 이 글의 모티브가 되는 소설이 괴기소설인데다가 태어난 시각 또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시간이었으니 우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우울한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 다시 한 번 밝힌다.


다만 약간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과제가 ‘현대경제의 이해’를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 내가 한 것은 ‘현대경제’를 표현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맺는말에서는 조금은 더 현대경제의 이해 수업을 표현한 것에 알맞은 개인적인 바람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헛소리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헛소리를 할까 두려워 침묵하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언을 하기 마련이며 실수는 인간적(errare humanum est)이다. 미래의 산업 또한 헛소리 위주로 재편될 것이다. 기계가 발달하면 사람의 노동은 육체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혹은 기계적인 것에서 인간적인 것으로 옮겨갈 것이고, 가장 인간다운 행위는 문학과 예술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지어낸 이야기 또한 실체 없는 헛소리 아니던가. 결국 우리 모두 헛소리를 하는 것으로 먹고 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사는 동안 이 미래가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 이 선언 또한 헛소리인 것 같긴 하지만.


‘헛소리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나 자신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다. 나서서 말을 하고 싶지 않은 이면에는 헛소리를 할까 두려운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언을 하더라도 다 같이 한 번 크게 웃고 잊어버리면 되는데 왜 그러지 못하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좀 더 자유로운 헛소리를 위하여. 헛소리가 좀 더 많은 사회가 좀 더 유쾌한 사회 아니겠는가. 한 번 뿐인 인생, 즐겁게 살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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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피로사회 - 8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이주일인가 전 쯤 강연으로 조한혜정 교수님을 만났다. 거기에서 추천해 준 책이 이 『피로사회』였다. 평소에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집히는 읽을거리가 있으면 일단 잡고 보는 성격인지라 이런저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은데, 거기에서도 추천된 책이었어서 한번 읽어는 볼까 생각중이었는데 마침 이렇게도 추천을 받으니 읽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해서 받고보니 웬걸, 매우 얇다.


책 자체는 쉬운 편은 아니다. 현대 철학의 세세한 흐름을 알고 있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듯 싶은데, 애석하게도 난 후기근대 철학은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어서 저자가 비판하는 그 수많은 철학자들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세세한 비판을 굳이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철학자들을 위한 논문집으로서의 성격은 철학자들을 위한 것이고, 나와 같은 일반인들을 위한 에세이집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처럼 자세하게 읽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정의하는 질병은 무엇일까? 책은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근대 이전에는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들이 그 사회를 뒤흔들었다. 지금은? 우울증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OECD국가 중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을 모두들 무심하게 받아들인다. 너무 오래 전부터 그랬으니까. 절규하다 우는 힘도 잃어버렸다. 그 옆에서는 이른바 『시크릿』으로 대표되는, "하면 된다!"의 눈부시도록 찬란한 구호가 귀를 어지럽힌다. 쌍팔년도도 아니고 안되면 되게하라는 이런 무책임한 말들이 언제부터 넘처흐르게 된 것일까.


전염병과 같은 질병들은 나와 다른 이물질에서 기원한다. 이것이 부정성이다. 저자는 이 부정성이 근대까지의 역사를 특징지어왔다고 서술한다. 이민족, 이단, 야만인 등 우리와 이질적인 것들은 우리가 배척해야 할 대상이었다. 체내에 우리와 다른 것들, 예컨데 바이러스, 박테리아, 독소 따위가 들어오게 되면 면역체계는 그들에 대항하고 배척한다. 이런 의미에서 근대 이전은 면역학적이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떠한가? 우리는 다른 것들을 포용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는 긍정성으로 가득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책 안에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책이 묘사하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폭력의 주체가 부정성에서 긍정성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근대 이전의 사회는 해야 한다(Sollen)의 시대였다. 현대 사회는 할 수 있다(Koennen)의 시대이다.[각주:1] 과거가 제한, 금지, 검열과 같은 방식으로 당신을 억눌렀다면, 현재는 가능성, 비전, 독려를 통해 그대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비틀어 말하면, "칭찬으로 고래를 춤추게 한다"가 된다.


여기에서 우울증이 찾아온다. 우울증이란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 없다(Nicht-Mehr-Koennen-Koennen)'의 상태로, '아무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외치는 사회에서나 병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어떤 사회는 몽정을 생기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간주해 중대한 질병으로 보았다. 그들의 무지함이 우스워 보이는가? 그들에게는 조금 드물기는 해도 '태생적으로 우울한 성격인 사람'이 환자가 되는 현대가 희극일 것이다. 실제로 우울증이 정신질환으로 인정된 것은 현대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도록 만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를 들추어내었다고 즐거워하는 듯 하다. 하긴, 이런 책을 읽을 사람이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 혹은 저쪽의 말을 빌리자면 종북 좌빨들 말고 누가 있겠는가. 지금 사회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찾아내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에게 이런 글은 좋은 자기합리화가 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현대 사회의 억압은 자기검열으로 이루어진다는 류의 해석은 그다지 적절한 독해가 아니다. 그것은 현상을 관찰한 것 뿐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부정성이 긍정성으로 바뀌어 사회를 휩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망해야 한다!"식의 해석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긍정-"우리의 희망찬 미래!"-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유토피아는 지금의 디스토피아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참고로 내가 군대에 있을 척 처음 자대에 배치받았던 그 우울했던 시절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울고싶으면 울어도 괜찮아"였다. 그래, 방 구석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눈물을 훔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다. 당신은 당신으로서 빛난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건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버거운 긍정성을 자신있게 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니까.


우리는, 그저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까짓 거, 내가 쓸모없는게 어때서?


피로사회 - 8점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1. Sollen은 영어의 should, Koennen은 영어의 could와 같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1. 얼마 전 과제로 "대통령 보좌관으로 빙의해 가계부채 대책을 세워와라"는 다소 답이 없는 질문을 떠넘겨받았다. 현대경제의 중요한 문제이긴 한데 나한테 뭘 바라는거야(...)


여튼 그래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그 중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이자상한제(?)라 할 수 있는     해법이 눈에 들어왔다. 찾아본 자료와는 많이 상충되는 점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랄까. 일단 다음은 한국은행에서 찾아본 통계들을 대충 정리한 것들이다. 한낱 과제로만 쓰기에는 좀 아까워서 여기에 올린다. 그래프는 귀찮으니 생략.


-가계신용은 2004년 이후 계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12’ 2/4분기에는 922.0조원(11’ 국민처분가능소득(개인) 대비 137%)으로 상승하였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06’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한국은행, ECOS)


-2012년 8월 가계대출금액은 649.8조원, 그중 61.4%가 주택대출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415.2조원으로 전채 가계대출액의 63.9%를 차지, 그 중 269.0조원이 주택대출액으로 전체 가계대출금액의 41.4%에 이른다.(한국은행, 2012.10.9. 보도자료) 주택대출액은 07’ 4/4 이후 전체 가계대출금액의 61%선에서 유지되고 있다.(한국은행, ECOS)


-평균 가계대출금리는 5%에 표준편차 1.4%로-여신 중 금리 12%이상은 제외하였다.(12%이상의 비율은 2003년 2/4분기 이후 2%대 내외를 유지)- 08’-09’ 금융위기 이전의 기준금리와 보이던 차이로 수렴하고 있다.(원자료 한국은행, ECOS)


-주택담보대출의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액은 예금은행 대출액 대비 21%(07’ 4/4)에서 27%(12’ 2/4)로 증가 추세에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총 주택대출액의 91.6%(07’ 4/4)에서 99.5%(12’ 4/4)로 주택담보대출이 주택대출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다.(한국은행, ECOS)


-가계대출 중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액이 2003년 이후 21%에서 29%로 증가 추세이다. 전체 가계대출은 매년 약 45조원씩 상승중이다.(한국은행, ECOS)


-주택매매가격은 08’-09’ 경제위기 이후 다시 상승하는 중이나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안정화되는 추세에 있다.(한국은행, ECOS)


-시간당명목임금상승률은 08’-09’ 경제위기 동안 감소하였다가 회복하였으나 유로존 위기와 맞물리면서 다시 하락하였다.(11’ 신분류 1.20%) 소비자물가등락률과 근원인플레이션률은 2011년 4.00%와 3.20%를 기록하였다.(한국은행, ECOS)


-현 통화금융지표 중 M2는 말잔 1,749,9조원 평잔 1,709.0조원(2011)이다. 가계대출금액의 대 M2 비율은 약 37%이며, 주택대출금액은 약 22%, 수도권의 주택대출금액은 약 15%이다.(한국은행, ECOS)


그렇다. 예상보다 평균가계대출금리는 매우 낮았다. 5%라니...[각주:1] 물론 이 값은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높은 소득분위의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더 적은 금리에 빌리니 당연히 실제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견뎌야 하는 금리는 더 높을 것이다. 그런데 금리 표준편차가 1.4%라는 것은 모든 대출액의 약 90%가 7% 이내의 이자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푸아송 분포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 듯 싶다. 이 대출액 90%가 전부 고소득층의 대출일 가능성도 있지만 이건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이고. 물론 가계신용의 70%만 가계대출이고, 나머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금리이다. 여기는 신용대출 등이 해당될 듯 싶은데 얘네들의 이자는 대출금리보다는 다소 높을 것이 뻔하고, 따라서 이자를 상한하는 정책이 소용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효용성에 의문이 가는 것은 사실.


다시 과제로 돌아와서, 가계대출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가계부채는 가계신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멘붕하고는 하루 밤 꼬박 새 가며 통계자료 새로 찾는 수고를 했다. 의외였던 것은 시간당명목임금상승률. 평균적으로 9%를 유지하는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보여주었는데[각주:2], 이건 좀 비틀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위쪽의 임금 많이 나가는 짬찬(...) 직원들을 내보내고 신입사원의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높은 임금상승률을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무한야근(...)을 이용한 것이라던가 등 통계를 왜곡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많다. 실제 국민처분가능소득(개인)의 증감률은 6%대에 머물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 신기한 것은 국민처분가능소득(개인)의 경우 경제위기에 영향을 그리 많이 받지 않으며 성장했다는 것. 임금상승률은 경제위기동안 거의 0에 가까웠다. 경제위기동안 사장님들이 월급 대신 개인용돈을 늘이셨던 건가...


참고로 쓸모없어 보이는 M2와의 비교는 부동산 버블로 수도권 집값이 폭락한다면 대공황때처럼 은행 예금에 타격이 생길 것인가를 헤아려보려고 한 짓이다. M1은 너무 작고, M3는 은행 아닌 다른 경제 주체가 끼어드는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순수하게 은행 전체 예금의 크기라 추정해볼 수 있는 M2를 도입한 것. 15%면 작은 것은 아닌듯 싶다. 주식에서는 3%만 흔들려도 대격변이지 않던가.


다음은 대책. 대책을 세우라고 해서 세웠는데 너무 개판으로 세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다음은 분석 및 대책에 해당하는 내용.


-가계대출금리는 5%대로 소비자물가등락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보다 약 1% 높으며, 시간당명목임금증감률은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현재 매우 낮은 1.20%이다. 경제위기가 해소될 경우 시간당명목임금증감률이 다시 이전 수치를 회복할 것으로 보이나 가계신용이 개인 국민처분가능소득을 상당히 상회하고 있으며(137%)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가계대출이 전체 가계신용의 70% 정도만 차지하고 인플레이션이 4%로 상당히 높아 8%대 이상의 증가율을 회복하더라도 이 상태에서는 가계부채가 줄어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격상승이 거의 멈추어 버블붕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도권의 주택대출금액이 M2 대비 약 15%이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은행 예금의 15%정도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전도시주택매매가격등락률은 경제성장률과 큰 편차를 보이지 않아 버블 위험성은 적다고 판단된다.


-소비자물가등락률과 근원인플레이션률이 금융위기 동안 일시적으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는 정책은 가계대출금리를 높이는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부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04’-06’년 부동산 붐이 불었을 때 가계대출이 급격히 상승하였다.(한국은행, ECOS) 가계신용중 가계대출의 비중이 이 기간에 가장 컸으며 가계부채 해법을 위해서는 버블을 키우지 않으면서 가격의 폭락을 막을 방법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많은 부동산을 가진 경제 주체에게만 구입을 억제하게 할 정책이 주문된다.


-기준금리와 가계대출금리의 차이가 아직 금융위기 이전의 값으로 완전히 수렴하지는 않아 가계대출이자 부담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의 표준편차가 1.4%로 분산이 커 이자가 부담되는 가계의 대출금리가 감소할지는 불확실하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증가 추세에 있어 금리가 금융위기 이전의 차이로 돌아가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나머지 가계신용의 30%에 해당하는 부문의 금리에 대한 자료와 소득분위별 평균가계대출금리에 대한 통계를 수집해 중산층 이하의 전체금리를 인하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시간당명목임금증감률은 가계대출금리를 상회하나 가계대출의 대국민처분가능소득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산층 이하 가계소득의 증가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되지 않도록 하고 소득분위별 전체명목임금증감률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말 그대로 원론적인 대책. 쉽게 정리하자면 첫째, 부동산 버블이 터지지 않도록 받치되 커지지 못하도록 억제해야 함. 둘째, 이자로 인한 부채상승률이 임금상승률보다 크니 이자율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함. 셋째, 임금상승률을 높여 가계에서 스스로 갚을 수 있을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함. 누구는 저걸 해야 하는걸 모르나? 그리고 대책보다는 자료요구가 더 많다는게 함정. 현재 한국은행에서 소득분위별 대출액과 대출금리에 대한 자료는 수집하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에게 물어보라는 것이 QNA 답변으로 달리는 상황. 기초적인 통계자료 자체가 부족하니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러고보니 '난 그러니 남들 발표하는거 엄청난 통계자료로 까 줘야지!' 생각하고서는 주 내내 잠이 부족했던지라 깔 건 안 까고 헛소리만 신나게 한 듯.




2. 페이스북이 워낙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까 무언가를 읽으면 페이스북으로는 공유하기 편한데 정작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내 블로그에도 바리케이트(?)가 쳐 지는 것이려나. 그냥 페이스북에 찌끄린 글 중 일부만 떼 오는 식으로 블로그 땜빵을 해야겠다. 간단하게 다섯 가지만.


느낌상으로는 geek가 덕후에, nerd는 오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타쿠라는 아직도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비해 거기서 파생된 위 두 단어는 그런 색채가 많이 빠졌지요. 특히 덕후의 경우 중립적인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아져서 딱히 부정적인 인상과 연관되어있다 하기 애매해졌구요. 물론 무슨 글자가 앞에 붙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요(역덕-역사덕후-과 밀덕-밀리터리 덕후-의 느낌은 좀 다르죠)


이번 특집은 geek와 nerd의 어원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Dr. Seuss에서 처음 등장한 nerd라는 단어는 실제로는 털많은 작은 동물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Dr. Seuss는 Peter Rabbit처럼 엄청 유명한 동화 시리즈입니다. 대충 한국의 태권브이 수준의 인지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전 모든 일러스트가 한 톤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책이었다는 기억밖에 없네요. 푸른 계열의 그림이었죠.


geek란 단어는 그보다 오래 된 단어인데, 닭머리를 물어뜯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묘기를 하던 사람을 지칭했다고 해요. 물론 현대 기준에서야 그렇고, 그 당시 기준은 좀 다르겠죠. 당시 추하다고 여겨지던 것들이 지금은 아름답게 여겨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난 물리덕후란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리고 딱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_-;;;


"시험을 보는 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없는데 왜 우리는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가"

동영상 중간에 나오는 말. 시험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 어떤 능력이든 그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평가 기준이 정확해지면 그 능력을 잘 반영하다가 어느 선을 넘어서면 오히려 그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중간쯤에 최고점이 있는 정규분포 곡선을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 그 이유는 평가 기준이 명확할수록 편법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영어시험 점수는 잘 받아가면서 정작 외국인 앞에서는 벙어리가 되는 사람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예전에는 수능이 고등학교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가'를 측정하는 시험이었다는 말이 기억나서 94년 수리탐구영역2 문제지를 한번 뒤적거려봤는데(2차) 수능 볼 일이 없다 보니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문제 13번-물 분자가 이산화탄소 분자처럼 직선일 경우 무엇이 변하겠는가-, 19번-주어진 순록 개체수 그래프를 해석하기-, 28번-주어진 지문을 읽고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기-, 35번-경제 지표 변화 그래프로 행해진 경제 정책 추론하기(수리탐구영역이 맞다)-, 59번-칸트의 정언명령/가언명령 구분하기-이 눈에 들어오는데 확실히 내가 봤던 수능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네.


교육 이야기가 나와서 그냥 덧붙이는 말이긴 한데, 난 사실 주입식 교육이 그렇게까지 문제가 크다고 보지는 않는 편이다. 주입식 교육이 창의성을 억압한다는 주장은 사실 다른 방법으로 상상해보기 싫은 사람들의 변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야 하려나. 사실 창의적인, 또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생각은 머리에 들어가 있는 것이 더 많을 때 더 등장하기 쉽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새로운 생각이란 사실 새로운 생각의 '조합'인 경우가 많은데, 이 조합의 수는 기본적으로 조합할 것이 많아야 늘어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머리에 지식을 우겨넣었기 때문에 새로운 조합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문제가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배운 것이 있으면 그걸 이용해서 나름대로 세계를 재단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예전에 돌아다니던 짤방 중 칠판에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그려놓고 당시 한창 유행했던 원더걸즈의 텔미를 국어 교과서에서 고전시 분석하듯 분석해놓은 사진이 있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사람들 눈에는 그거 할 시간에 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이 더욱 생산적으로 보인다. 사실은 그런 일련의 행위가 문화적 토양이 되고 사고력의 기반이 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것이 오래 이어지면서 버릇이 되면 흔히 개탄하는 창의성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난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특목고에 갔기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겁도 없이 마음대로 세계를 재량하는 특권(고등학생 지위를 생각해보면 이건 진짜 특권이다)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운을 다 소진한 덕분에 요즘은 깡통만 차는 것 같지만.


http://quantumfrontiers.com/2012/11/14/the-future-of-education/


참고로 위 글은 나중에 좀 더 긴 글로 정리해서 올릴 생각이다. 교육이 중요하긴 하고,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방법도 교육밖에 없기는 한데, 지금은 과잉교육이자 과소교육이 이루어지는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등학생의 80%가 넘는 비율이 대학을 진학하여 쓰지도 않을 지식을 배우는 데 올인하는 것에서 과잉교육이고, 다양한 문화적 토양의 배경이 되어주어야 하는 기본교육이 주입식으로 이루어지는 바람에 거름이 되기는 커녕 시험치고 나면 잊어버리는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부분에서 과소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지식을 우겨넣는 교육은 별로 문제가 없지만, 그 교육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오는 교육 현장의 구조에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 참 애매하다. 상상력을 발휘할 숨통을 트여 주면 주입식 교육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주입식 교육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생각하지 못하는 기계로 만들어주어야 하고. 적절한 균형이란게 존재하기는 하려나?


빅데이터란 말 그대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자료를 그대로 다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컴퓨터 계산능력이 발달해서 이제야 그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겠다 싶은거죠. 다만 문제는 데이터들의 형식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서 그걸 정리해주느라 손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통계를 낼 때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가 표준을 정하는 것이 빅 데이터를 제대로 쓰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겠지요. 이와 관련된 정책이 구상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네요.


THE SCIENCE : [기고/김성태]세상을 바꾸는 신(新)무기, 빅데이터


다음 글도 얼추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듯 싶다. 아이추판다님의 프로젝트인: 

오픈 데이터베이스, 팁포레스트


‎"뒷동네 할아버지가 대통령이래요"

"아가야 그런 이상한 사람 말은 믿는게 아니란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문제가 아니라 초소비(hyperconsumption)가 문제라고. Affluenza라는 단어를 쓰며 소비에 대한 욕망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고 깐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그런데 인도의 모든 사람들이 독일 사람들처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대기중에 산소가 남아나겠느냐는 말은 산소를 안 쓰는 자동차를 만들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해법이 있다. 그런 기술이 있는가와 그 기술이 도입될 수 있는가라는 난제가 남아있지만. 분명히 그런 기술이 있으면 석유회사들의 신나는 로비가 시작될거거든.


여튼, 앞으로 기술은 얼마나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맞추어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소비 자체는 줄어들기 힘드니 같은 오염을 두고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집중해야겠지. 그것보다 누군가가 문명을 에너지 소비량으로 분류했었던 것 같은데(별이 생산하는 에너지를 단위로 썼다) 그게 누구였더라...??


The world's poorest president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다!'라는 대책없는 낙관주의는 대책없는 예비 기술자인(예비 헛소리꾼일수도 있겠다만...) 나도 문제가 있다고 보긴 하는데, 기술은 계속 발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는 에너지를 더 많이 쓸 것이다. 기술이란 마약과 같아서 한번 쓰면 더 강한 것을 써야만 하는 법이니까. 최악인 것은, 기술을 끊으면 그 금단증상으로 죽는다는 것. 이제서야 '자연으로 귀화하라' 이딴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소로우가 월든에서 자연과 함께 잘 살았다고 하더라도 도시에서 지속적인 수혈을 못 받았더라면 늑대밥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삼시세끼'라는 개념이 상대적으로 최근에 만들어졌다는 내용입니다. 산업화 이후 오전부터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버틸만 하도록 먹기 시작한 것이 아침이고 점심은 양차대전에 배급이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거기에서 영향을 받았다네요. lunch가 nuncheon이라는 끼니 사이에 먹는 간단한 음식으로부터 파생되었다는 말도 나오는데, 원래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는 간단한 식사였다는 것도 생각납니다. 그리고 역시 헷깔리는 dinner의 사용법도 언급됩니다. supper라는 저녁식사를 의미하는 단어가 있어서 dinner는 점심을 의미하기도 하고, 저녁을 의미할 땐 lunch가 점심이 되죠. dinner는 만찬에 가까운 의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The myth of breakfast, lunch and dinner


BBC 앱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동일 종류의 앱은 하나만 깐다는 암묵적인 규칙으로 스마트폰을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신문사를 좀 균형있게 보려면 두세가지는 깔아야 할텐데 그건 규칙에서 벗어나니까. 왜 하필 BBC냐 하면 영국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검색하니까 제일 먼저 튀어나와서(...)가 크다. 특집 기사 위주로 보게 되는데 만족할만한 수준의 특집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기도 하고.




3. 스웨터 사고 싶다. 상의의 80%가 셔츠인데 지금 가진 모자가 스웨터에만 어울려서 겨울에 따뜻하게 다니질 못하고 있다. 원래 추위 잘 안 타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따뜻하게 다니면서 스타일 살릴 수 있으면 더 좋잖아? 그런데 난 돈이 없네. 난 안될꺼야 아마 ㅠㅠ


이렇게 된 이상 모자를 산다!...는 따뜻한 모자도 비쌈 ㅠㅠ

  1. 얼마나 낮은거냐면, 인플레이션이 4%대이다. [본문으로]
  2. 경제위기 기간 동안은 예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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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이전에 쓴 글 중 양자역학의 유래라는 글이 있었다. 현대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파동방정식 풀이법과 행렬을 이용한 선형대수 연산 및 고유값을 사용하게 된 기원 등을 다룬 글인데,[각주:1] 오랜만에 덧붙일만한 내용이 생각나서 새로운 글을 쓰기로 했다.

 

저번 글에서 양자역학이 형성되어 온 두가지 갈래길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그 두 갈래길이 남아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묘사(picture)에 대해 살펴보자.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께서 에너지나 운동량 등의 측정값이 양자화되는 이유를 질문하셨다. 누군가가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으로 고유값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했고 교수님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칭찬하시고는 넘어가셨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반만 맞는 답이었다. 하지만 타과생인지라 물리학과에 반기를 들기보다는 조용히 넘어갔다. 어째서 반만 맞는 답일까?

 

양자역학은 두 경로를 통해 발전했다. 하나는 슈뢰딩거(Erwin R. Schrödinger)의 '파동성을 핵심으로 하는 파동역학'이고, 나머지 하나는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의 '양자성을 핵심으로 하는 행렬역학'이다. 파동역학을 양자역학의 원류로 본다면 물리량이 양자화되는 이유는 경계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이 맞다. 하지만 행렬역학을 양자역학의 원류로 본다면 물리량의 양자화는 공리(postulate)가 된다. 실제 양자역학은 두 원류가 합쳐진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 그 답은 반만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 관점은 어떻게 남아있을까?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전자파(electron wave-electromagnetic wave가 아니다!)와 같이 물체에게 파동성이 존재하므로 이미 존재하는 파동광학 등의 결과를 물질로 확장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때문에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은 물질의 상태(state)가 되고, 이것이 반영되어 측정하는 물리량(operator를 말한다)은 시간에 불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빛이 화면에 닿아 상을 만들 때 화면의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화면에 그려지는 상이 변화한다고 보기보다는 빛의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상이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이 변화한다고 보는 것보다는 그 공간에 놓인 물질이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아무래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부 양자역학 교재에서는 슈뢰딩거 묘사(Schrödinger picture)를 쓰는 경우가 많다. 슈뢰딩거 묘사를 쓸 경우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잘 보면 고전적인 파동방정식과 닮았다.

 

$$\dot{\left|\psi\right>}=\frac{\mathbf{H}}{i\hbar}\left|\psi\right>$$

 

이번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을 따라가 보자.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전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물리량을 측정할 경우 그 값이 양자성을 가진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수소원자스펙트럼은 불연속적으로 분포되어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하이젠베르크에게 변화하는 것은 물질의 상태가 아닌 물질의 측정값, 즉 물리량이 변화하게 된다. 같은 물질을 다른 시간에 측정하면 다른 물리량을 내놓는 것이므로 물질은 그대로 있고 물리량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안을 알 수 없는 기계장치가 들어있는 상자가 있고 그 상자의 벽에 화면이 설치되어 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숫자를 보여준다고 상상해보자. 이 경우 상자 자체가 변화한다기 보다는 상자의 화면에 찍히는 숫자가 변화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이젠베르크 묘사(Heisenberg picture)를 쓸 경우 운동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해밀토니안 역학에서 이런 방정식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dot{\mathbf{A}}=\frac1{i\hbar}\left[\mathbf{A},\mathbf{H}\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A}$$

 

마지막으로 흔히 상호작용 묘사(interaction picture) 혹은 폴 아드리엔 모리스 디락(Paul Adrien Maurice Dirac)의 이름을 딴 디락 묘사(Dirac picture)를 생각해보자. 이 묘사방법은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 등장하면서 입자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니 특정한 상태를 규정짓기가 힘들어지자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리적인 계(system)의 진화를 규정짓는 것이 해밀토니안(Hamiltonian)인데 이 묘사에서는 해밀토니안을 두가지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측정하는 '입자'를 만들어주는 자유장 해밀토니안(free field Hamiltonian)과[각주:2] 이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상호작용 해밀토니안(interaction Hamiltonian)으로 나누고, 각각 H_0와 H_int로 이름붙인다. 우리가 측정하는 모든 물리량은 자유장 해밀토니안에 따라 변화하고, 우리가 측정할 대상이 되는 상태들은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에 따라 변화한다. 하이젠베르크 묘사를 설명하면서 쓴 예제를 사용해 본다면 상자의 화면에 등장하는 숫자가 변화하는데, 상자 자체도 조금씩은 모양을 바꾼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상자의 모양에 따라 화면에 등장하는 숫자 또한 영향을 받는다면 1. 상자의 모양마다 숫자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2. 상자의 모양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편리하다. 때문에 상호작용 묘사에서는 운동방정식이 조금 복잡하다.

 

$$\mathbf{H}=\mathbf{H_0}+\mathbf{H_{int}}\\ \dot{\mathbf{A}}=\frac1{i\hbar}\left[\mathbf{A},\mathbf{H_0}\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A}\\ \dot{\left|\psi\right>}=\frac{\mathbf{H_I}}{i\hbar}\left|\psi\right>\\\\ \text{where }\mathbf{H_I}\text{ is the solution of}\\ \dot{\mathbf{H_I}}=\frac1{i\hbar}\left[\mathbf{H_I},\mathbf{H_0}\right]+\frac\partial{\partial{t}}\mathbf{H_I}\\ \mathbf{H_I}(t=t_0)=\mathbf{H_{int}}$$

 

물리 덕후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곳 저곳 다 파고 들어가며 닥치는대로 공부하다 보니 물리학 개념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서도 이것 저것 알게 된 것이 많다. 아무래도 이런 이해가 있다 보니까 정리가 좀 잘 되는듯. 다음 학기 학부 졸업논문이나 잘 써야 할텐데...

  1. 엄청나게 많은 깨져있는 수식을 복구하느라 조금 힘들었다. 이런 글 엄청 많을텐데...ㅠㅠ [본문으로]
  2. 이 '입자들'로 상태공간을 확장(span)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알기 쉬운 것들로 공간을 나타내는 것이 더 보기 좋으니까.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12. 10. 27. 18:55 Daily lives

이런 저런 이야기

화요일에 받은 라미 2000에 잉크를 가득 채우고 닷새 정도 썼는데 그 사이에 잉크를 다 써버렸다. 세척해주고 라미 만년필이니 라미 잉크를 채우자 해서 라미 진청색을 채운 상태. 시험기간이라 공부한다고 펜으로 끄적거린 종이가 두께로 손가락 정도 되는 것 같긴 해도(잡다한 종이라서 A4로만 썼다고 하면 7mm정도 되려나?) 벌써 잉크가 바닥나다니... 일부러 많은 용량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한건데 별 소용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잉크가 원래 많이 나오는 녀석이라 그런 것일지도.


물리 이야기를 안 쓴지 너무 오래된 듯 싶어서 헛소리나 좀 하려고 끄적거렸는데 중간에 흥미가 떨어져서 쓰다가 그만두고 말았다. 마하의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이것 저것 찾다 보니 내가 왜 이걸 쓰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듯. 대략적인 글의 내용은 이런 거였다. 천동설에 홀린 어리석은 대중들에 맞서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종교재판으로 산화한 갈릴레이의 명제 '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런데 이거 어쩌나. 소수로서 진리를 지켰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아니란다. 관심이 생기는 사람은 아무래도 없을 듯 싶으니 시험기간이 끝나면 이어서 쓰는 것을 고려해봐야겠다.


경제학자 랩배틀 Keynes vs Hayek. 얼마 전 수업 과제로 이 동영상을 보고 입장을 정리해오라는 것이 나왔는데, 결론적으로는 둘 다 그다지 끌리지 않더라. 둘 다 헛발질을 한게 많아서. 케인즈를 따라서 월스트리트 1%에 돈을 부어주었고, 하약을 따라서 IMF 구제금융때 수많은 사람들이 쪽박찼지(안 차도 됬을 사람들까지).


매일 조금씩이라도 청소를 하는데 이놈의 먼지는 어디에서 날아오는건지 청소를 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먼지가 나온다. 요즘 알레르기가 심해진 이유가 여기 있었나? 재채기를 삼연속 해 주면 정신이 대략 멍해지는데 왜 재채기를 할 때마다 bless you라는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진짜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잖아?


그러고보니 말은 물리블로그라고 해 놓고 정작 물리에 대한 글은 거의 안 적었네. 요즘 그 수많은 입자들의 질량과 스핀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좀 봐주세요. 얼마 전 의심하던 오일러각과 각운동량 사이의 관계식을 증명했으니 시험이 끝나면 그거나 올려야겠다. 뭐 다른거라면 사원수도 있긴 한데, 그건 아직 공부중인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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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반 달 정도 최저가를 찾으며 인터넷을 헤매다 eBay에서 주문한(덕분에 최소 3만원 이상 아꼈더라지요)[각주:1] Lamy 2000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우체부 아저씨께서 집에 방문하셨으나 전 평일이면 학교에서 사는지라(...) 받질 못했죠. 결국 전화로 연락, 제 3자(?)를 거쳐 수령했습니다. 지름신이 지나고 나면 개봉기부터...


Air mail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걸리는구나... 싱가폴이라 그런가?

중량이 200g이 채 안되네요.


편지 보내듯이 보내줍니다. 서류봉투에 들어갈 것을 상자를 구해 택배로 부치면 돈이 배는 깨지니까 그것보다는 낫겠지요. 하지만 덕분에 도착 시간은 꽤 늘어난다는거.

무게는 0.17kg이라고 적혀 있네요. 가격을 20.00USD로 적어놨는데 이건 왜 그런거지...-.-;; 오타로 1을 빼먹었나 봅니다. 어차피 15만원 이하면 관세면제라 세관에 걸릴 이유도 없으니까요.


뜯으니 뽁뽁이로 정성스레 포장된 상자 등장


택배의 감초, 뽁뽁이. 전 하나 하나 터뜨리는 것 보다는 한번에 비틀어 우두둑 터뜨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탕을 깨물어 먹는건 당연하고요.


서류봉투와 뽁뽁이는 집어치우고 상자를 꺼냅니다.


상자가 나옵니다. 테이프로 잘 밀봉해 두어서 뜯기 좀 힘들었죠.


물론 상자도 페이크. 라미는 포장을 공산품스럽게(?) 하는 버릇이 있죠.


예전에 CP1을 살 때도 이런 상자에 들어있었죠. 공산품스러운 포장입니다. 물론 공장에서 찍어내는 모든 물건이 공산품이긴 하다만, 건물에 비유한다면 외벽에 페인트칠 안하고 내부에 벽지를 안 바른 콘크리트가 다 드러나는 그런 종류의 건물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참, 이런 종류의 디자인에도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꽤 많은 건물이 이 디자인을 채용했죠. 전 아주미술관이 기억에 남네요.) 기억이 안 나네요.


상자 측면에 붙어있는 스티커. CP1을 샀을 때에도 저런 스티커가 붙어있었죠.


EF 닙으로 샀습니다. 그런데 가진 펜 중 제일 두껍다는게 함정(...) 잉크가 많이 나오니까 부드럽게 써지는 것이겠지만...


낯이 익은 라미 포장. 생각해보니 가진 만년필 절반이 라미네요.


저 가운데 LAMY라 써진 은빛 물체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알루미늄인가?


라미의 광고지...-_-;; L2K는[각주:2] 피스톤 방식이라 펜만 넣어 보내줍니다.


저 광고지는 라미 펜 살 때마다 주더군요.


사파리와 CP1은 저 스티커가 펜 본체에 붙어있었던 것 같은데 얜 비닐에 붙어있네요.


사파리나 CP1과는 다르게 비닐에 담고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아무래도 2000부터 라미의 고급라인일테니까요.


개봉은 여기까지, 이제 펜을 살펴봅시다.


CP1처럼 클립에만 간소하게 쓰인 LAMY


CP1과 비슷한 디자인의 클립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CP1의 디자인을 L2K에서 따왔다고 봐야죠. 66년에 L2K가 대박을 치자 그 후속 디자인으로 나온 것이 CP1이니까요. L2K가 남성적인 디자인이어서 CP1(Cylinderical Pen 1에서 따왔다고 합니다...쿨럭;;)은 여성적인 디자인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얇은 편이죠.


EF촉의 자태


L2K처럼 촉의 대부분이 펜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를 hooded nib이라고 부릅니다. 잉크가 덜 마르는 장점이 있다고 하네요. 사실 별 상관 없는게 잉크가 살짝 말라서 처음 쓰려고 할 때 안 써지면 펜촉에 살짝 힘을 주면 다시 잉크가 잘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을 주면 촉이 벌어지면서 잉크가 흘러들어가기 때문이지요. 힘을 준 상태에서 쓰면 촉이 매우 빨리 길들여지는 효과가 있으니 글을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기 전 잠깐 눌러준다는 느낌으로만 하세요. 제 Platinum Standard 14k EF는 길들인다고 신나게 긁어댔더니 굵기가 라미 EF-CP1-의 80%까지 불어났습니다. 덕분에 종이를 '파서' 기록한다는 느낌은 엄청 개선되었지만요.


검은 플라스틱 사이의 경계면이 보이시나요? 저 부분의 경계는 잘 드러나는 편인데, 뒤쪽의 실린더를 조작하는 부분은 경계가 거의 드러나질 않습니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마무리가 잘 되어 있어요.


만년필이라면 항상 취하는 자세 1


배럴의 촉감은 나무같은데 무광인지라 지문이 묻질 안아서 참 좋습니다. 광택이 있으면 예쁘긴 한데 손을 타다 보면 지문이 남고 그 지문이 남은 부분에 빛이 비치면 별로 보기 안 좋더군요. 제가 은근히 이런 것들에 민감하다 보니 광이 있는 Standard 14k의 경우 생각날 때마다 손으로 닦아주곤 합니다. 물론 노트필기 정신없일 할 때에는 그런거 신경 쓸 시간이 없지만요.


쓰는 느낌은... 매끄럽습니다. 이전에 학교에서 Lamy 판촉을 벌일 때 카탈로그에서 본 펜촉의 가격이 14만원정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가격이 절대 헛되게 매겨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성잉크를 사용하는 볼펜 중 흐름이 좋은 녀석이[각주:3] 굴러갈 때 내는 마찰과 비슷한 마찰을 내는데다가 힘을 살짝만 주어도 벌어지면서 선 두께가 세배는 증가합니다. 원래 라미 촉들은 경성이라 힘 주어 쓰는게 아니라는 건 알긴 하지만 예상외로 유연하네요. 역시 금촉...[각주:4] 비슷한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펜은 파카 벡터 F촉이 있긴 한데 이건 스틸이라 촉을 벌리려면 힘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종이를 긁는 느낌이 나기 시작하죠.


아, 그리고 저 귀(?)가 신경쓰인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제가 딱 그 꼴이 나 버렸네요. 제가 가장 편하게 잡는 위치가 딱 저 자리입니다.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크진 않지만 인지하면 신경은 쓰이는 그런 위치네요. 제가 펜을 길게 편이니(CP1도 손잡이가 끝나고 본체가 시작되는 그 경계면을 잡습니다) 보통 신경쓰실 일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결론:

1. 부드럽다.(사각이는 소리가 없습니다. 그 소리도 나름대로 쓰는 맛이지만 아무래도 덜 부드럽죠.)

2. 두껍다.(0.5mm정도 됩니다. Platinum의 EF는 0.3mm정도, Lamy 철촉 EF는 0.4mm정도.)

3. 비싸다.(만년필 평균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만년필 자체가...)


노트필기용으로 쓰기는 힘들고(세필로 많은 것을 우겨넣는 성격이다 보니 얇은 촉들을 무시할 수가 없네요) 아무래도 연습문제 풀이, 답안지 작성, 연습장 낙서할 때 정도 사용할 것 같습니다. 이제 한동안 긴축재정 들어가야죠...ㅠㅠ

  1. 환율도 한창 떨어져 있을때 사서 배송비 및 카드수수료 포함 144천원에 끊었습니다. 주문 당시 국내에서 가장 싼 가격이 183천원 정도로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은 200천원을 넘겼나? 정가는 288천원입니다. [본문으로]
  2. Lamy 2000 = L2K [본문으로]
  3. 한동안 기다려야 잉크가 마를 정도로 흐름이 좋은 볼펜을 말합니다. 보통 두께가 0.7mm정도 되죠. [본문으로]
  4. 14k에 백금(platinum) 도금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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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집 대청소 중 만년필 하나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에 만년필 쓰는 사람이 나 혼자라서 자연스럽게 소유권 이전. 일제인거 같다는 아버지의 말에 기대했는데, 받고 나서 잘 보니 옛날 마이크로라는 필기구 회사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물건이었다. 만년필-볼펜 세트로 나온 Miko브랜드의 Neo Morbido. 그러면 나 초등학교때 물건이잖아?


펜촉에 선명한 'MICRO'. 하트홀은 장식?


플라스틱 재질인데 의외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화강암같은 느낌을 구현 잘 한듯. 시가형인데 끝 부분은 사각형으로 처리해서 독특하다. 그래도 뚜껑을 안 꽃으면 책상 위를 데굴데굴 잘만 굴러다니긴 하지만. 그립부는 좀 얇은 편인데 뚜껑 안쪽도 저 그립부에 맞추어 좁아져 있어서 캡의 두께(?)는 좀 두꺼운 편이다. 덕분인지 펜 뒷부분이 캡에 잘 안들어가 글을 쓰다 보면 뚜껑이 날아가는 불상사가 종종 발생하는 편.


뭐, 일단 써보자는 생각에 같이 들어있던 카트리지를 넣고 써봤다. 예상하지 못했던 필기감에 놀랐다.  잉크가 다르긴 하지만 어째서 내 플라티넘 스탠다드 14k와 비슷한 두께의 글씨가 더 부드럽게 나오는거냐 -.-;;[각주:1] 이건 철촉의 반란! 그런데 알아보니 morbido는 이태리어로 '부드럽다'란 뜻 이란다. 이름을 그렇게 붙인 이유가 다 있었구나... 여튼 기대하지조차 않았던 만족스러운 필기감을 제공해주었고 그래서 주력펜이 되려나 싶었는데...


커다란 문제점 발견. 카트리지 외에는 쓸 수가 없다. 저 배럴 안에 스프링이 있어서 조금 큰 컨버터를 넣으려고 하면 들어가지를 않는다. 스프링을 젓가락같은걸로 뽑아내야 하나... 다행인지 카트리지는 국제공용 카트리지라 잉크 구하기는 힘들지 않을 듯 싶지만 난 병잉크를 선호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할 듯.


그보다 세관에 들어섰을 내 라미 2k는 언제 집에 오는거지 ㅠㅠ

  1. 그런데 스탠다드 14k의 사각사각거리는 필기감이 나쁘지는 않다. 연필 사각사각하는 그런 기분좋은 소리를 좋아해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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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얼마 전 Lamy 2000을 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진짜 만년필 덕후 되었네요 -_-;;) 신나게 가격비교를 하던 중, eBay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싸게 파는 곳보다 무려 3만원 가까이 싸더군요. 해외배송비 포함해서(...;;). 이야 신난다 하고 페이팔도 가입하고 언제 긁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지냈습니다. 이건 수요일까지의 이야기.


목요일. 결제. 에러.


...-_-;;


페이팔 내부 알고리즘이 이 결제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해서 중간에서 잘랐다고 합니다. 하필 유일하게 해외결제가 되는 s20카드(체크입니다.)가 막혀버리니 답이 없더군요. 그래서 한번 더 긁었습니다. 에러.


아 놔 -_-;;;


페이팔에 문의하니 24에서 48시간 뒤에 다시 결제해보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24시간이 지나 다시 긁었습니다. 또 에러. 뭐 아직 못 사는 것 정도는 괜찮으니까(진짜 필요한지 고민할 시간도 주고-무조건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 기다려보자 했지요.


문제는 인터넷뱅킹을 확인하면서 생겼습니다. 제 통장에서 무려 45만원이 지급정지가 걸려버렸더군요. 결제가 취소되었는데 취소된 것이 은행에서 확인이 안 된 겁니다. 내 45만원!! 하며 페이팔에 연락하고(해외전화는 차마 못 해서 이메일만 세통 보냈네요 -_-;;) 은행에 전화하고 난리 부르스를 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30일정도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풀릴겁니다'. 뭐라고요?


덕분에 은행 잔고는 사반토막이 나 버렸습니다. 뭐 결제는 이제 풀릴 것 같긴 한데 당장 다음주가 문제네요. 이베이 경매에서 낙찰될 것 같은 물건이 있어서 그걸 사고 나면 은행잔고는 팔반토막이 납니다. 이번 달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거지 ㅠㅠ 덕분에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생겼네요 ㅠㅠ





10월 7일 13시 20분


페이팔이 결제를 막아준 덕분(?)에 환율이 훨씬 내렸을 때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의 2% 가까이 환율이 내렸는데 이정도면 만원에 가까운 절약이죠. 이제 한국은행이 기준이자율을 늦게 내려주기만 하면 되는데 과연...


17시 00분


다시 한번 결제 시도 후 장렬히 전사. 60만원 묶임. OTL. 다행히 그중 하나는 취소된거 확인했다고 메일이 왔으니 내일 은행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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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라미 CP1을 지른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지갑을 열었습니다.


정말 정말 금촉을 써 보고 싶다! 해서 금촉 중 제일 싼(...) 플래티넘 14k 스탠다드를 골랐습니다. 52천원에 나왔던 것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데 갑자기 혜성같이 등장한 2천원 할인쿠폰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결제는 끝난 뒤...-.-;;


화요일에 도착했는데 이틀 정도 써 보고 리뷰를 올리네요.


좀 쓰고 나니 쓸만해진 Platinum 14k Standard


외관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사은품같은 것으로 많이 주는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볼펜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래도 싸구려라는 느낌이 나지는 않게 잘 만들었어요. 유광인 것이 조금 불만이기는 한데(지문 묻는걸 싫어해서) 금촉을 쓰게 해준다는데 이 정도는 용인해야죠. 캡은 그냥 넣고 빼는 방식인데 닫을 때 힘이 살짝 걸리고는 빨려들어갑니다. 라미 CP1은 찰칵 이런 느낌이지 빨려들어가는 느낌은 아니거든요. 나사식을 원하긴 했지만 꽤 튼튼합니다.


사실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실망했었습니다. 촉에 긁힌 자국이 있는데다가, 종이를 긁어대는 느낌이 불쾌했거든요. 그런데 근 이틀간 미친듯이 촉을 마모시켜 주니 좀 쓸만해 졌습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오른손이 아플 정도로 필기를 해 봤네요. 컨버터의 2/3정도가 사라졌으니 얼마나 써 댔는지 감이 오시나요? 얇다는 일본산 EF라 그런지 글씨는 무지 얇게 나옵니다. 그리고 금촉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정도의 연성은 있어서, 누르면 눌립니다(!). 이로서 사파리는 당분간 바이바이...인가;;


이런 종이도 주더군요. 연습장 Get!


왼쪽은 라미 사파리 EF닙이고 오른쪽은 플래티넘 14k 스탠다드 EF닙입니다. 가운데는 잉크가 다르긴 하지만 라미 CP1에 EF닙이죠. 사파리는 아무래도 쓴지 꽤 되어서(첫 만년필이라 필압도 좀 들어갔겠지요) 많이 닳은 편입니다. 엄청 부드럽죠. CP1은 약간의 사각사각한 느낌이 있고 연필로 필기할 때에나 들릴법한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납니다. 단점은 잉크가 좀 빠르게 마르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지만 만족합니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간지나거든요. 플래티넘은 이틀만에 좀 쓸만하게 길들여 놓은 상태입니다. 매우 얇죠.


네모낳게 둘러쌓인 부분(힘을 주면)은 펜에 힘을 주고 쓴 부분입니다. 라미는 다 철닙이라 굵기가 변하지는 않죠. 보시다시피 플래티넘만 유일하게 힘을 주면 더 두껍게 나오지요. 밝은 곳에서 펜촉을 보면서 힘을 주고 빼고를 반복해 보면 펜촉이 휘어 반영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스프링같은 금촉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 이래서 연성 만년필을 쓰는구나...


금촉 맛보기에는 참 좋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EF라서 너무 얇아 생긴 문제인지 펜촉을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나오는 잉크의 양이 다릅니다. 아래로 내리면 잘 나오는데 위로 올리거나 좌우로 움직이면 선이 얇아지고 연해집니다. 잉크가 잘 안 나오는 거죠. 이건 필압을 살짝만 넣어도 해결되긴 하는데, 그러면 EF의 의미가 사라져서요.


현재는 노트에 필기할 때 플래티넘을, 연습장에 필기할 때 라미를 주로 씁니다. 확실히 얇으니 노트에 필기할 때 편하지만 아무래도 잉크 양 때문인지 라미가 부드럽게 써져서 막 쓰는 연습장 필기는 라미 위주로 갑니다. F촉은 꽤 쓸만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EF촉이 '사지 마라'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 취향 좀 탈 수 있겠다는 거죠.


현재 인터넷에서 찾은 최저가는 펀샵이었습니다. 링크 걸어둘께요.

http://www.funshop.co.kr/vs/detail.aspx?itemno=13355

Posted by 덱스터

일단은 이벤트 페이지부터...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20913_crema#


먼저 킨들터치와의 비교 동영상을 퍼왔다.




분간 안됨 -_-;;; 두개 중 뭐가 뭐인지 알게 뭐야 -_-;; 그것보다도 이벤트 페이지에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내가 처음 응모할때도 이랬는데 전혀 안 변하는 것으로 봐서는 무언가 심리학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왼쪽을 고르면 나도 왼쪽을 고르고 싶어지니까. 그리고 나도 왼쪽을 골랐다(...). 하지만 답은 오른쪽이라는거.


왼쪽을 고른 이유가 글씨가 약간 더 선명해 보여서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엄청 탐나는 리더이다. 노트북 앞에서 공부하기보다는 이북리더를 옆에 두고 공부하는게 아무래도 효율이 더 높을테니 말이다. 어둠의 경로(...)에서 구한 갖가지 책들(심지어 전공서적까지도 있다)이 있어서 그걸 이런 리더 하나 들고다니면서 공부할때 쓰면 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컴터로 할 수 있는 갖가지 잡다한 일들이 사라지니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고. 하지만 난 거지잖아? 안될꺼야 아마(...)


감기나 낫도록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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