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 6점
빈센조 나탈리
나는 3.5점을 주고 싶었는데 없네

스플라이스란 유전공학의 DNA Splicing이라는 기법에서 유래한 제목일 것이다. 말 그대로 유전자를 잘라서 이어붙이는 것을 말하는데, 유전공학에서 사용되는 기초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내가 본 것은 조금 다르지만 아무래도 감독이 원했던 것은 윤리와 도덕 없이 폭주하는 기술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었을 터이다. 중간에 칠성사이다를 너무 많이 마셔서 세수하러 가느라 화제(?)가 된 남자주인공과 생명체가 교감을 나누는 부분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리뷰를 진행하는데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리뷰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접어놓는다. 리뷰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종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지루하지만(영화 자체도 살짝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감독이 보라는 것은 안 보고 다른것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부분을 찝어낼 수 있는 영화이다.


  1. 일부는 사실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가치는 인간의 것이다. 인간이 없는 사실은 차가운 명제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본문으로]
  2. 감독은 전 세계의 nerd들을 향해 '괴물들아 조카 크레파스 18색이야'를 외치고 싶었던 것일까...-_- [본문으로]
  3. 양력은 단면적에 비례한다.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한다고 가정해도 인간의 날개는 4m가 넘는 너비를 가져야 한다는 결론은 피하기 어렵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 8점
이영도.듀나 외 지음/해토

소설은 금방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난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선호하지만.

이번 책은 크로스로드에서 기고된 SF 단편들 중 엄선(?)한 것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이전 글에서 말한 것처럼 표지가 좀 에러이긴 한데 그래도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다. 이영도씨의 단편이 실려있다는 것으로 소장가치 상승(?).

아침에 트위터에 올린 것처럼 SF를 읽다보면 이론을 잘못 이해한 부분이 눈에 너무 크게 들어온다. 너무 크게 들어와서 정작 소설의 내용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게 문제. 이전에 Murray Gell-Mann이 TED 강연에서 '양자역학에 대해 잘못 설명하는 교양책이 시중에 넘쳐난다'는 말을 했는데, 내가 이전에 이 글에서 정확하게 그 예를 지적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동영상의 유일하게 볼 만한 부분. 나머지는 말 그대로 헛소리.

정확히 똑같은 잘못된 이해가 단편 「0과 1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의 측정'이 세계의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 말이다. 상당히 지독한 인간중심주의가 느껴지는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이 그랬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달이 내가 쳐다보고 있어서 존재한다는게 말이 되냐'라는 말로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주류(?) 물리학의 입장은 '물질의 존재는 물질이 서로 반응하기 때문에 드러나는 것'에 더 가깝다.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을 묘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과 비슷하다. 닮음보다는 차이가 그 사람을 드러내는 법이다.[각주:1] 이렇게 신나게 까 놓고 이런 말 하기는 좀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소설 내용은 마음에 들었다.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소설을 쓰다가 때려치운 경험도 있고, 더불어 시간여행에 대한 시각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기타 각 작품별로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들은:
-이영도, 「별뜨기에 관하여」: 별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명불허전.[각주:2] 그런데 예전에 인터넷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듀나,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20세기의 재림을 보는 기분
간판격 단편. '기술에 대한 불신'이 간간히 내비치는게 특징이다. 이영도가 전 단편 중 하나인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에서 말했던 문화가 문화를 집어삼키는 시대에 대한 우려가 보이기는 하지만 소설의 중심에 놓인 그 불신이 점수를 까먹었다. 기술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기술을 잡아먹어야 한다는게 신념이라서.

-임태운, 「채널」: 채널 사이의 숨겨진 채널에 감춰진 음모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진짜 따로 할 말이 없다.

-송경아, 「하나를 위한 하루」: 아버지냐 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뒤끝이 좀 많이 남아서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중. 강풀의 만화 『26년』의 결말이 생각난다.

-설인효, 「진짜 죽음」: 속설에 진리를 본 자는 미쳐버린다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나름대로 내용은 참신했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이다. 일단 각종 실험의 결과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그 발표를 규제하는 기구가 있다는 것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독한 엘리트주의, 선민의식이 느껴져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다.[각주:3] 핵무기에 대한 지식을 예로 들면서 아예 모르는 것이 나은 것도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역으로 핵무기에 대한 지식이 있기에 다른 지식(수소폭탄 등)에 대해서 쓰면 안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과 알지 못해 쓰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노기욱, 「소울메이트」: 기계가 운명의 상대를 점지해주는 시대의 비극
왜 나는 '사람의 감정을 확인해주는 기계'들이 등장하면 제대로 테스트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일까? 진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기계가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려준 커플들의 말로와 기계가 반응을 일으켰다는 거짓말을 한 커플들의 말로,[각주:4] 그리고 반응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커플들의 말로를 전부 조사해야 할텐데 그걸 전부 조사한 통계가 사용되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봐도 난 다른 사람과 무언가 다른듯.

-김보영, 「0과 1 사이」: 시간여행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꼬여만 가고...
위에서도 말했듯 오개념 때문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글 속에 녹아든 분위기가 재미있었지만. 과거에 매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부분은 이영도의 전 작품 『퓨처 워커』가 생각나게 한다.

-김몽, 「차이니스 와이너리」: 중국은 언제까지 악의 축이려나
내가 '아시아 연합' 방면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해서 그런 배경이 깔려있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중국에 대해 좀 많이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기분이 드는데(마치 냉전시대 소련을 비난하던 미국처럼) 내 이력 탓일듯 싶다. 그 외에는 평범.

-김선우, 「양치기의 달」: 타 행성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인간은 언제라도 인간성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기분이 드는 단편.

-백상준, 「우주복」: 인간 외계인 몰라요 외계인도 인간 몰라요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 물론 나는 읽은 후 페르미온과 보존을 떠올리면서 물질과 원하는 경우에만 반응하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물질 사이의 반발은 전자가 페르미온이기 때문에 파울리 배타원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페르미온과 보존 사이를 진동할 수 있는 입자가 존재한다면 가능할지도라는 결론을 내리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난 역시 무언가 달라.

위에 있는 소설들은 전부 크로스로드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활자는 모니터보다는 종이 위에서 더 잘 읽히는 것이 현실이다.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 8점
이영도.듀나 외 지음/해토

  1. 비록 신영복 교수님께서는 『강의』에서 이렇게 작은 차이를 부각하는 서양적 사고방식이 가져온 반인간성에 대해 통탄하셨지만 우리가 가진 그나마 쓸만한 몇 안되는 도구 중 하나인 것을 어쩌겠는가? [본문으로]
  2. 그런데 딱히 악평할 거리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3. 엘리트주의와 선민의식을 딱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의식이 자기 자신을 규제하는데 쓰이면 발전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을 규제하는 순간 선민의식은 온갖 죄악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소설에서 나온 '국제문명보호연대'는 후자의 너무도 모범적인(?) 예이다. [본문으로]
  4. 플라시보 효과는 의외로 강력하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2010. 6. 27. 02:39 Daily lives

트위터나 해볼까

사실 블로그도 버려놓는 일이 일상다반사라 트위터 만들어봤자 연단위로 글을 올릴 것 같은데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 내 아스트랄성(?)은 단문으로 더 잘 드러낼 수 있는데...

그런데 한 2~3년 아무것도 안 올려도 트위터 계정 안 짤리나요?



덧.

죽은 자들에게 고하라
이영도.듀나 외 지음/해토

소설은 SF를 자주 읽는 편인데 한번 질러봤다. 90년대식 커버는 좀 에러 -_- 차라리 이전의 『얼터너티브 드림』이나 『U, Robot』처럼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하지...

얼터너티브 드림
복거일 외 지음/황금가지

U, Robot 유, 로봇
이영수(듀나) 외 지음/황금가지

그냥 출판사 특징인가...-_- 황금가지가 환상문학 쪽을 좀 많이 내놓기는 하지만...

혁명을 팝니다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마티

이 녀석은 아직도 다 못 읽었다 OTL 반년동안 읽은 것 같은데...

재미있기는 한데(특히나 동양쪽의 문화에 대해 환상을 가진 서구인들에게 일침을 놓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동서양 서로가 서로에 대해 환상을 가진듯.) 책을 이것 저것 너무 많이 사 놓아서 전부 조금씩 읽느라 감당을 못하고 있는건가...

어릴 때 세워둔 원칙 중 하나가 '읽기 시작한 책은 끝을 본다' 였는데 지금은 '그런거 업ㅋ성ㅋ'처럼 되어버려서 읽다 만 책이 너무 많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88만원 세대』, 『삼성을 생각한다』, 『월든투』 정도가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  사놓고 건드리지도 않은 책은 더 많아서 문제. 책 사기 중독자인가 -_-;;

그런데 덧이 본문보다 더 기네 OTL



결국 만들었다. @astraldex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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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0. 6. 27. 00:56 Daily lives

생각대로 T?

아까 낮에 우유를 사러 나가면서 연장전 끝에 2:1로 끝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진짜 2:1로 끝났네 -_-;;

연장전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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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c언어로 세포가 점차 퍼저나가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 짜는게 과제이다. 전체 공간의 크기는 50x50개.

세포 주변의 4칸 이상이 다른 세포로 차 있으면 그 세포는 과잉밀집으로 사망.
세포 주변의 1칸 이하만 세포가 있으면 그 세포는 고립으로 사망.
세포 주변의 2~3칸에 이웃하는 세포가 있으면 그 세포는 그대로 살아간다.
세포 주변의 3칸에 이웃하는 세포가 있으면 그 지점에 세포가 자라난다.

ex>
▒▒▒▒▒
▒▦▦▒
▒▦▦▒
▒▒▒▒▒
 
상태에서

▒▒▦▒▒
▒▦▒▦▒
▒▦▒▦▒
▒▒▦▒▒

빨간 애들은 인구밀도가 높아서 사망. 아래 녀석은 주변에 무언가 닿지 않는 한 그대로 무한정 살아간다.[각주:1]

뭐 이런 프로그램을 짜란다. 인터넷 뒤져보니 Conway's Game of Life라는 시뮬레이션인듯. 이런 종류를 가리켜 Cellular Automaton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흥미가 생겨서 이것 저것 찾아보았는데, 70년대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유명했던 시뮬레이션인 모양이다.

단, 이렇게 세포가 배치된 모양은 세개의 외부파일로부터 불러들여오거나 무작위로 생성하도록 하는 것이 조건.

외부파일 세개를 지정하는게 귀찮아서 어떤 파일이든 주소를 입력만 하면 불러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space>가 포함된 string을 받아오게 하는게 좀 힘들긴 했지만 어쨌든 성공... 무작위생성은 인터넷에서 난수생성 알고리즘을 참고해가며 만들었다.

마지막 상태를 파일로 출력하는 기능도 추가했는데, 돌리면서 장난치다 보니까 자기가 출력한 파일을 제대로 못 읽는 상황이 발생해서 부랴부랴 디버깅을 했다. 문제는 그랬더니 입력을 조금 이상하게 받더라는 것(...) 이번에는 문제없을거다. 한줄이 50글자가 넘어가지 않는 한...

다 제작한 뒤에 한 나흘정도 잡고 장난치고 놀면서 최대한 메모리를 적게 잡아먹고 계산이 빠르도록개선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잘못 알고 있었던 진화조건(?)때문에 부랴부랴 알고리즘을 바꾼 것도 있고.(그래도 비슷한 알고리즘들 중에서는 계산이 빠른 편일듯)




전 적절한 카피레프트를 지지합니다.

완벽하게 최적화되었다고는 못 하니까 알아서 고쳐 쓰세요 -.-;;
  1. 전에 썼던 글에서 조건을 잘못 달았다 OTL. 어쩐지 예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더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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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0. 6. 25. 08:33 Report

쇠고기 수입 현황?

원래 아침은 씨리얼 한 컵 정도로 엄청 검소하게 먹는 편인데 아버지가 아침을 사주신다고 해서 나가게 되었다. 이른 시각이라 벌써 운영하는 식당은 없을 거랬더니 일단 가보자고 하시길레 해장국 파는 곳이 하나 기억나서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해장국은 없고 설렁탕집이 하나만 운영하고 있어서 결국 거기서 먹게 되었다. 그런데 원산지표시가 안 되어있네? 신고하면 돈 주나요?

그런데 난 신고하기 귀찮아하잖아? 난 안될꺼야 아마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가 느닷없에 설렁탕 두 그릇을 주문하시는 아버지. 어어??

순식간에 벌어진 참극(?)

결국 강철위장을 자랑하며 전부 씹어먹긴(?) 했지만 꽁깃꽁깃한 기분이 아직도 남아서 검색좀 해봤다. 미국산 쇠고기는 일단 무시하고(이미 신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니까-어느 음식점에서 팔리는지는 의문이지만) 얼마 전에(?)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서. 그런데 맙소사, 자료가 하나도 없다니...

인터넷 이녀석 하하하!

일단 찾은 첫 번째 자료는 이거다.

http://www.cbef.com/pdfs/Stats1990-2015(2008).pdf

보면 2007년까지의 자료만 남아있다. 상당히 오래된 자료인듯.(이후는 추정치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자료(?)도 어떻게 찾아냈다. 역시 구글신...

http://www.cbef.co.kr/newsletter/pdf/2010_newletter_newyear.pdf

8쪽을 확인해보면 2009년까지는 캐나다에서 수입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자료가 없었던 것인 셈이다. 지금도 분쟁중이려나...

뭐 대충 안심(?)은 하지만 아직도 꽁깃꽁깃한 기분은 가시지가 않는다 OTL.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BGM 하나 깔고 글을 끝내자. 빈속이 날기 편해요~


아침은 원래 새 모이만큼 먹는거에요 -_-;;

p.s. 돌려막기라는 단어가 느닷없이 떠오른건 기분탓이겠지.
Posted by 덱스터

2010. 6. 24. 13:44 Daily lives

근황

1. 그냥 이것저것 읽고 있다.

즐거운 지식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권영숙 옮김/청하

니체씨 사상 중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분이 책을 아포리즘(aphorism-잠언(箴言)) 형식으로 쓰는지라 보다보면 심장을 관통하는 말들이 간간히 나온다. 얼마 전에 읽다가 제대로 꽂혔던 구 하나.
A: 그는 서서 듣고 있다: 무엇을 그는 듣고 있는가?
    그의 귀에 울리는 소리는 무엇?
    무엇이 이토록 그를 상심케 하였는가?

B: 한때 쇠사슬에 묶였던 모든 사람은 항상 생각한다.
    그는 가는 곳마다 듣는다-쇠사슬 소리를.
너무나도 간결하게 트라우마를 설명하는 그의 글을 보라! 우오오오오오
사실 잠언 형식이 제대로 터지는건 『우상의 황혼』일텐데, 그건 천천히 읽으려고 한다.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책세상

이전에 폴라니가 대세를 이룰때(정대세!) 사 두고 그냥 버려둔 상태였다가 슬슬 읽고 있다. 아직 첫 장의 절반만 읽다 말아서 뭐라 비평하기는 애매하지만 일단 현재까지 느낀 점을 적어보자면 살짝 구멍이 있는 것 같다. 원시시대의 경제구조는 사회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는 그의 지적은 적확하기는 하지만 물건의 가치에 생산을 염두에 둔다는 것에서 마르크스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가치는 수요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는 것(쉽게 말하면 똑같다는 소리)이 개인적인 믿음이라서 그다지 동의하지는 않는 부분.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폴라니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누가 그랬더라? 고전은 유행이 지난 다음에 읽는 거라고...


2. 서평을 쓰다가 말다가...

미학 오디세이 3권 세트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서평을 거의 다 썼는데 3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감을 못 잡았다. 3권이 마지막에 나와서 그런지 전의 두 권과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서 둘을 나누어 쓰고 있는데, 그 미묘함이 정확히 무엇인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달까?


The Annotated Alice: The Denfinitive Edition (hardcover)
루이스 캐롤. 마틴 가드너 지음/W. W. Norton & Company

마틴 가드너가 주석을 달은 앨리스. 어느새 다 읽었는데 이 녀석의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수학자가 보는 수학자의 소설?

수학이나 논리 쪽으로 관심이 있으면 주석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닌 경우도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지만 그러면 그냥 penguin classics에서 나오는 앨리스를 읽는 편이 주머니 경제에 도움이 되어서 말이다.

책은 산업혁명 시대에 브루조아들이 서재에 두었을법한 책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 특징. 물론 겉 커버가 그렇게 생겼다는 말이고(사진은 그 겉 커버이다) 안쪽은 심플하게 적색으로 도배했다. 가죽의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만져보면 종이 -_-;;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라 들고 다니며 읽을 생각은 말아야 한다.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동아시아

다른 말 필요없이 강추. 구어체로 써서 쉽고 내용도 재미있다. 나중에 제대로 된 서평을 써야할텐데 아직 『미학 오디세이』시리즈도 제대로 완결을 내지 못해서...


3. 과학자가 보는 세상(?)

2010/06/12 - 과학자가 보는 세상

이 글을 올렸는데 어느새 '이과생이 보는 세상'으로 이름이 바뀌더니 급기야는...


미대생과 월드컵이 좀 압박 -_-;;;

그런데 오늘 이동하면서 산에 삐죽삐죽 솟은 나무 몇그루가 보이길레 자연스럽게 양수림이 음수림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떠올린 나는 뭐가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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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블록을 움직여서 구멍에 집어넣기.

현제 30탄에서 살짝 헤매는중...

33탄 전부 정ㅋ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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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0. 6. 20. 03:24 Daily lives

근황

완전한 종강입니다. 덕분에 잉여스러운 하루를 지내고 있네요.

학점은 보아하니 다른걸 몰라도 실험이 B-가 나왔네요. 하긴 총 네번의 실험 중에서 한 실험은 99'등'을 했으니... 적절한 파울리 효과이군요 OTL.

책은 아직 『군주론』을 전부 못 읽어서(300쪽도 안 되는데 말이죠 - 한자가 많아서 그런가) 최근에 사 놓은 니체를 못 읽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다 말았는데 말이죠...-_-;; 마틴 가드너 주석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거의 다 읽고 이제 미출간된 부분만 남았네요. 가장 저질인 유머가 말장난이라고 하는데('본인이 한 경우를 제외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었긴 하지만) 앨리스는 사실 그 맛으로 읽는 것이라...-_-;;

그리고 어쩌다가 『갑각나비』란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거 흡입력이 장난 아니네요.

앞뒤없는 글의 마무리는 전혀 관련없는 광고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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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카우보이 비밥 - 기념판 (7DISC)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노바미디어

오랜만에 스파이크 형님을 뵙고 싶어서 다음 TV팟을 뒤적거리다가, 화질에 짜증이 나서 질러버린 물건. 만들어진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지금 보아도 잘 만든 CG가 많다. 그것보다도 나사빠진 음울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말을 했으니 no comment.


밑에 깔린 니체씨의 『즐거운 지식』에게 애도를. 생각보다 작았다. DVD가 원래 그렇게 작았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난 높이가 30cm는 될 줄 알았는데 실제 높이는 19.5cm로 20cm조차 안 되는 작은 책 크기이다.(영문판 penguin classics와 높이가 같다. 너비는 살짝 넓지만.) 물론 두께는 내 전공서적중에 따라가는 녀석이 없지만... 처음 사는 DVD라 그럴지도.


7장의 디스크가 각각 저런 사진 비슷한게 그려진 종이팩에 들어있다. 종이라서 살짝 실망. 그런데 작품의 빈티지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이쪽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반대편은 경찰청 구석의 커다란 캐비넷에 들어있음직한 사건 파일 느낌으로 구성해놓았다.


그리고 열어보면 충실한 빈티지 느낌.


화질은 생각보다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 DVD에서 블루레이급 화질을 기대한 내가 이상한 거기는 하지만 -_- 영상 원본 크기는 가로 720픽셀정도 되는듯.(TV시리즈로 기획된 거라 화면 비율은 4:3이다.)

DVD마다 랜덤으로 스페셜 피쳐(audio commentary)가 들어있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탓이겠지...

처음으로 산 DVD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만족. 5점 만점에 4.3 정도? 일단 원작이 4점을 먹고 들어가는 거지만 -_-;;

카우보이 비밥 - 기념판 (7DISC)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노바미디어

p.s. 전 오덕은 아닙니다. SF물을 좋아할뿐.


덕까지마
Posted by 덱스터

2010. 6. 16. 23:05 Daily lives

뻥튀기

저녁을 좀 허술하게 먹은 뒤라 떡볶이나 사다먹을까 고민하다가 먹으러 나가는 김에 운동도 조금 하자 싶어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챙겨 자취방을 나섰다.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서(가깝다고 해도 5분은 족히 걸리긴 하지만) 모래주머니를 다시 꽉 잡아 매고 오랜만에 달리기를 좀 해 보았는데 두바퀴 돌 시점에 점차 다리에 힘이 풀려가는게 느껴져서 그만두었다. 모래주머니가 좀 오래되어서 모래가 한 쪽으로 몰리면서 너덜너덜거리는 상태로 발목에 달려있던 것이 짜증난다는 이유로. 이 악물고 달리면 반바퀴는 더 돌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독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아서... 한 반년 전에만 해도 다섯바퀴는 무리없이 뛰었을텐데 모래주머니를 찼다고 해도 두바퀴 돌고 힘풀리는건 체력이 진짜 저질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여튼 다시 모래주머니를 고쳐매고 한 바퀴 걸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오면서 뻥튀기 한 봉지를 샀다. 커다란 봉투에 넣은 다음 큰 검은 봉지에 담고 거기에 서비스(?)로 뻥튀기 몇개를 더 넣어주었는데, 그냥 이것저것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덕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방으로 돌아오는 길을 좀 헤맸는데(1년도 넘게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아직 지리가 덜 익숙하다), 그래도 어떻게 방까지 잘 돌아오기는 했다.

어릴 적 20층 아파트에서 살 때에는 방까지 뻥뻥 들려오던 뻥튀기 소리가 오늘은 왜 바로 옆에서 들어도 힘이 없었는지 조금은 착잡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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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0. 6. 16. 06:43 Daily lives

짜증

튜터비도 들어오고 해서 무얼 할까 하다가 DVD 지르려다가(스파이크 형님좀 보고 싶었다) 여태 마음만 먹고 안 했던 일이 있어서 그거나 하기로 했다. 기부하기.

그냥 생각나는대로 유니세프에 들어갔는데(국내 단체보다는 국제가 좀 더 믿을만할 것 같아서라는 별 근거없는 믿음 때문에) 크롬에서 후원하려니까 안된다네. 알라딘이 좀 우월하게 앞서나간다고는 하지만(마이너 배려를 참 잘해줌) 그냥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뭐 기부 하려고 해도 이렇게 막아놓냐 -_- 그리고 기부한다는데 뭐 이리 요구하는 개인정보는 많은거야...(난 주민등록번호 남기는 것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결국 IE 틀어서 기부하기는 했다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 싫어하는 ActiveX도 두어개는 더 깔았고 -_-

그런데 갑자기 통장잔고 15만원이 비어버렸네. 돈 나갈일 아직 많이 남았는데...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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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대충 인터넷 뒤져가면서 만든 녀석. 그럭저럭 잘 작동하는듯...

#include "time.h"

unsigned long random(unsigned long i)//do not use 0 as seed
{
if(i && time(0)%2)
return (unsigned long)(i>>1)|(((i^(i>>10)^(i>>30)^(i>>31))&1)<<31);
else return (unsigned long)(i*1103515245+12345)%0x100000000;
}

주의할 점은 첫 seed value로 0을 넣지는 말라는 것. 위쪽 알고리즘(LCG)은 문제없이 작동하더라도 아래쪽 알고리즘(LFSR)은 0이 들어가면 0만 나온다. -_-;;

seed value로 0이 들어가도 되도록 수정. 대신에 순서가 바뀌었네...

Mersenne  twister는 써보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서 포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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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몰라도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_-;;

쓰지 말라는 goto문을 활용하려는 중이고(쓰지 않아도 되지만 20byte도 안될 용량을 줄인다고...-_-;;)

절대로 쓰지 말라는 gets 함수를 string 입력에 사용하고 있고(그런데 이거 아니면 <space>가 포함된 string을 받을 방법이 없다. 확실히 불안정한 함수이긴 한데 입력문제는 루프로 해결했음.).



그것보다 좀 좋은 난수생성기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500개 정도의 난수를 만들어서 50x50 grid에 찍어봤더니 무늬가 보인다. 점 분포가 균일하기는 한데 무늬가 보이면 난수생성기로는 낙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안 좋은 것 아닌가...-.-;;

int random(int i)//somehow successful, but seems to have patterns
{
srand(time(0));
if(i%2)i=(i*1103515245+12345);
else i=(i*1103515245+rand());
return (unsigned int)(i/65536)%32768;
}

지금 쓰는 난수생성기인데(인터넷에서 찾은 난수생성함수에 추가적인 난수가 들어가도록 살짝 손봤다.) 이 녀석만으로는 무늬가 너무 잘 나와서 경우를 나누어 난수생성기에 난수생성기를 두번 쓰거나 그대로 쓰거나 소수를 좀 더 더해서 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도 무늬가 보이는게 문제.

다음주 금요일까지 프로젝트 기간이니까 중간결과를 공개하기는 그렇고(어차피 오픈소스로 돌릴거지만 흔히 말하는 뉴스 엠바고라고 생각해 주시길..)[각주:1] 문제는 공개한다.



c언어로 세포가 점차 퍼저나가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 짜라. 전체 공간의 크기는 50x50개.

세포 주변의 4칸 이상이 다른 세포로 차 있으면 그 세포는 과잉밀집으로 사망.
세포 주변의 1칸 이하만 세포가 있으면 그 세포는 고립으로 사망.
세포 주변의 2~3칸에 이웃하는 세포가 있으면 그 지점에 세포가 자라난다.(살아있던 세포는 생존)

ex>

   ***
   ***

 
상태에서

   ***
  ** **
  ** **
   ***

빨간 애들은 인구밀도가 높아져서 사망. 다음에 죽을 애들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이웃이 넷 이상인 녀석들)

단, 이렇게 세포가 배치된 모양은 세개의 외부파일로부터 불러들여오거나 무작위로 생성하도록.
  1. 이미 프로그램의 틀은 다 짜였고 디버깅과 계산 알고리즘 개선, 용량 줄이는 작업을 수행중이다. 사실 140kb밖에 안 되는 용량이라 줄일 것도 없긴 하지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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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가 아래 그림처럼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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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그리고 나로호에 올라탔던 인공위성과 함께 8:45 하늘나라로~

불꽃놀이 하는건 좋은데(적어도 삽질보다는 생산적이니까)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_-




참고글: http://blog.daum.net/goodking/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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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8. 02:43 Daily lives

꿈꾸는 공대생

이번학기 설계수업을 들었던 김종원 교수님의 글.


종강할 때가 되면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 중에서 꽤 예전에도 읽어보았던 글을 하나 가져다 놓는다.

수업을 듣고 나니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런 고통스러운 세월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꿈을 가지라는 말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평범하게 읽었던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책에서 평범한 사람은 고난 앞에서 무너지지만 될 사람은 고난을 통해 한결 단단한 사람이 된다는 말을 읽었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사기를 썼던 사마천은 당시에는 사형보다도 치욕이라는 형벌을 받았다고 하지 않던가.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사기를 써야만 한다'는 집념에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참 재미있는 아이러니 아닐까 싶다. 예술가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기술은 가장 우울한 시대에 가장 빠르게 발전하며, 철학은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에꽃을 피웠고,[각주:1] 신의 구원은 가장 타락한 시기에 온다고 하지 않는가. 마지막 말은 사실상 교회 나가기 그만둔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가끔 살아간다는 것은 심장에 박힌 수많은 못과 바늘들 사이에 바늘 하나를 더 꽂아넣는 일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뭐 어쩌겠는가. 왼손에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쓰여있다는 페르시아 왕의 반지를 끼고, 오른손에는 니체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라고 적었다는 『우상의 황혼』을 들고, 오른발을 내딛을때는 왼발에 기대고, 왼발을 내딛을때는 오른발로 지탱하고,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야지.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지 않겠어?





p.s. 『젊음의 탄생』에서 이어령 교수는 젊은 때의 방황은 먹이를 탐색하는 개미의 움직임처럼 의미있는 방황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심리학개론에서 발달과정에 대해 배울 때 이 시기에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하면 엉뚱한 시기에 딴짓을 하게 되는 경우(예를 들어 어떤 의사가 40대에 갑자기 하던 일을 때려치고 색소폰을 불겠다고 떠나간다거나)가 생긴다고도 하고 말이다. 무엇을 해야 할 지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한 번은 가지는게 좋다는 거다.

p.s.2 자주 하는 말이긴 한데 이 사회에는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 일단 나부터 나를 끝으로 내모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지만.(그런데 벌써 세시네. 난 안될꺼야 아마 -_-)
  1. 춘추전국시대를 말하는거니 동양철학이긴 하다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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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Don't try to solve serious matters in the middle of the night.

Philip K. Dick, What the Dead Men Say, 1954
US science fiction author (1928 - 1982)

오늘 문제는 일단 내일 아침으로 미루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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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0. 6. 4. 00:00 Daily lives

근황

1. CFD(Computational Fluid Dynamics)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중에 CFD 프로그램 관련된 것이 하나 있다. 교수님이 그 랩을 주도하시는지라 종강했는데 이 녀석을 프로젝트로 잡고있는중. 저런 거 하나 계산하는데 4시간 넘게 걸리니 해탈의 경지에 다다를 정도.

참, 그림은 Karman vortex라고 부르는 거다. 원통 주위에 꽤 빠른 속도로 바람이 불 때(밧줄 같은거 생각하면 좋다) 그 원통이 주기적으로 진동하게 되는데 그 현상을 보여주는 중. 휭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2. 실험
실험은 끝났지만...


점수보기가 두렵다.....

이대로라면 재수강 확정 OTL(그렇지만 재수강 귀찮아서 안할 것 같다)

왜 난 실험은 항상 학점이...-_-;;; 유서깊은 파울리 라인을 타는건가... 장학금 안 짤리겠지...?



3. 선거
어제(오늘?) 세시 반까지 개표하는거 보다 잤는데, 뭐가 이렇게 재밌지 -_-;;;

서울시장 선거 엎치락 뒤치락... 덕분에 과제하느라 오늘 이리저리 휘둘리고 다녔다.



4. 시험
다음주부터는 시험. 공부 틈틈히 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하긴 쉬운 게 어디 있겠느냐만...



덧. 한명숙 아쉽게 졌다고 노회찬 까는 사람들 있던데, 그건 토론 말아먹은 한명숙 잘못이지 완주한 노회찬 잘못은 아니지 않나 -_- 민주당에서도 좀 준비 좀 시켜서 내보내지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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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2010. 6. 2. 22:51 Daily lives

개표중

http://vote2010.imbc.com/voteFlash/mbc2010.htm

초박빙...-_-;;;

과제해야 하는데 왜 이걸 보고 있는거지...


p.s. 이거 embed 하는법 아시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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