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 Swan (Paperback, 영국판) - 10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Penguin Books

꽤 예전 일인데, 밥을 먹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난 사기꾼이 될 거야."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난 이렇게 말했더랬다. "일단 내 특성상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은 못 하겠고, 다른거를 포장하거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그게 없는 것 가지고 만들어내는건데 그게 사기치는거지 뭐야." 거기에 덧붙인 말은 "그리고 대부분의 직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니까 전부 다 사기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당시에 염두를 두고 있던 일은 소설가(말 그대로 거짓말을 팔아 먹고 사는 사람)와 이론물리학자(역시 물리적 실체가 없는 것을 팔아 먹고 산다), 정 안되면 금융공학자(설명이 필요한지?) 정도였다. 그리고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마지막 예시가 정말로 사기꾼-그것도 자기 자신마저 속인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블랙 스완, 혹은 검은 백조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을 상징한다. "여태까지 발견된 백조는 흰 색이었다 → 그러므로 모든 백조는 흴 것이다"라는 명제를 호주에서 발견된 흑색 백조가 갈아엎어 버린 사건에서 끌어 온 상징으로, 저자는 이 검은 백조가 왜 만들어지는지 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마치 이야기를 해 주듯 설명한다. 저자는 차가운 논리를 이용해서는 가슴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설명하는데, 더 없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많은 내용을 차가운 논리로만 설명하려 했다면 그렇지 않아도 내용이 어려운 책이 더 읽기 어려워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는 어째서 사람들이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들을 제시한다. 첫째, 사람들은 과거의 정보로부터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귀납의 오류를 저지르고, 둘째로 사람들은 과거의 사건을 합리화하는데는 똑똑하지만 그 똑똑함은 미래에 대해 완전히 무능하며, 셋째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론에 맞는 증거들만 모으려는 성향이 있고, 넷째로 사람들이 현재를 분석할 때 쓰는 창은 심각하게 치우쳐있는 것이다.[각주:1]


2부에서는 흔히들 말하는 "전문가들"이 얼마나 무능력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또, 제 아무리 법칙이 간단하다고 하더라도 처음 조건에서 나타나는 작은 차이가 나중에는 얼마나 크게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흔히들 말하는 카오스 이론이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각주:4] 그렇기 때문에 예측하는 것이 일인 이른바 "전문가들"은 전문 사기꾼이라고 단언한다. 2040년의 예측 에너지 소요량과 같은 맞지도 않는 쓸데없는 예측을(만) 하기 때문이다.[각주:5]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각종 근거를 제시해가며 금융상품의 위험도를 측정할 방법이 부재한다고 확신하는 저자는 주식시장에서 벌고 싶으면 다음과 같이 투자할 것을 주문한다. 85% 정도는 절대로 잃을 수 없는 안전한 곳에, 나머지는 높은 위험도의 고수익 상품에 분배하여 전체적인 위험도를 평준화할 것. 분배하는 이유는 어떤 고수익 상품이 대박을 터뜨릴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경우도 있고 나쁜 경우도 있을테니, '검은 백조'와 맞닥드릴 확률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후 3부에서는 보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정규분포의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 정규분포는 일반적인 값에서 벗어나는 검은 백조들이 훨씬 적게 나타난다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분포들은 80:20의 법칙(파레토 분포)을 따르는데 정규분포를 사용함으로서 1부에서 제시한 마지막 오류, 잘못 낸 창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며 책을 훈훈히 마무리한다.


앞서 말했듯이 저자는 논리보다는 이야기책처럼 많은 일화(anecdote)들로 구성해 보다 읽기 쉽도록 독자들을 배려하였다. 내용이 쉽지는 않기에 취한 조치인데, 더 없이 적절한 선택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말 그대로 책에 빨려들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쓰여있고 글씨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서 육체가 피로를 견디지 못했던 적은 자주 있었지만 말이다.[각주:6] 3부는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별로 필요없는 내용이 되겠지만 1부와 2부의 경우에는 논리와 그 오류에 대한 내용인 만큼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누구나 경제나 그 관련 분야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 정도는 읽으면서 지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약간의 변호를 해 보자면, 원래 학문이라는 것은 이론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기에 존 박사님(Dr. John)과 같은 헛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잴 것인지는 이론이 있어야 결정할 수 있지 않은가? 또 학문은 모든 경우에 대해 맞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므로 검은 백조들에 대해 완전히 무능력하다고 해서 모든 경제학 서적을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대로 검은 백조들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나, 포퍼의 반증가능성이라는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학문을 쓰레기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포퍼의 논리에 너무 매몰되면 책꽂이의 고전역학 책들은 초등학생의 실험만으로도 내다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하지만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흔히들 말하는 그 "전문가들"의 일반인과 하등 나을 것 없는 예측력은 좀 너무하긴 하다.


블랙 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동녘사이언스

번역본은 번역이 개판이라는 말이 있는데, 읽어보지 못한고로 평점은 생략하겠다.
  1. "감정에 치우쳐 현실을 제대로 못 바라보는 오류"도 존재하지만, 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뺐다. 사람들은 끔찍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암으로 죽는 사람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인데, 이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소식을 더 많이 듣는 것에서도 유래하지만 암보다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감정을 더욱 자극하는 데에서도 기인한다. [본문으로]
  2. 게르트 기거렌처의 책『생각이 직관에 묻다』 Gut feelings를 보면 이는 오류로 처리될 수 있는 사소한 원인들에 너무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소한 원인들은 나중에 오류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그래서 제대로 된 예측을 하려면 사소한 원인들까지 따지기보다는 중요한 요인들만 골라내어 거기에 기반을 둔 예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직관이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는 논리보다 유용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거렌처는 과도한 정보는 오히려 좋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탈렙 또한 여기에 동의한다. [본문으로]
  3. 의역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본문으로]
  4. R. Feynman이 "고전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운명지워져 있다"는 명제에 대해 반대했던 이유와도 같다. 초기조건 측정의 오류는 지나는 시간에 대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p.178쪽에는 당구공의 충돌로 인한 움직임을 계산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는데, 9번째 충돌만 되어도 당구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중력이 고려되어야 하며, 56번째 충돌에 이르러서는 우주 끝의 전자가 미치는 영향마저 고려되어야 한다. 파인만은 고전역학이 운명론적인 패러다임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모든 것을 무한히 정확히 측정할 수 없기에 자유의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 The definitive edition vol.3, 2-9~2-10 [본문으로]
  5. 내 생각에 가장 쓸데 없는 예측은 "미래에 떠오를 유망한 직업"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직업들의 리스트는 변하지 않았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암울하다는 것은 동일하지 않은가? 오늘도 밤을 새며 생명공학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피펫을 만지는 이들을 위해 맥주를 들자. [본문으로]
  6. 좀 쉽게 말한다면, 졸았다. 하지만 책이 지루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가도 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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