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등록금 싸면 좋지만 교육 질 떨어져” (데일리안)

가끔 헛소리 속에서도 무언가를 건져낼 때가 있다. 가끔씩 웃는게 웃는게 아닌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도 그 중 하나이려나.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어쨌든 기사를 읽다보면(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접속불량이었다) 무언가 건저낼만한 논리는 존재한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린다는 것. 중학교 공부만 제대로 해도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조절된다는 사실을 배운다. 전체의 80%가 넘는 고등학생이 대학으로 진학한다는데 이건 당연히 고학력자의 초과공급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부제목, '사람이 적게 필요한 분야에서 많은 학생 공부하면 안돼'가 틀린 말은 아니다.[각주:1] 예컨데 제대로 따진다면 공대생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난 이유는(그리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생겨난 이유는) R&D에 투자하는 비용이 적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관련 직업군에서 일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 GDP 대비 R&D투자 세계 4위 (사이언스타임즈)

하지만 진단이 맞더라도 처방전이 영 아니면 환자는 한방에 훅 간다. 요즘들어 계속 등록금상한제가 등장하는데 언제까지나 고름을 잠시 짜는 것이 될 뿐 환부가 낫지 못하면 고름은 언젠가 다시 차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입에 올린 직업학교는 언제까지나 실업대책일 뿐 등록금 대책은 아니다. 더군다나 대학생보다는 실업자 위주로 개편해서 실업자 구제대책을 활성화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대학생만 직업을 구하는 것은 아니니까.

초장기적인 대책이지만[각주:2]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학을 진짜 가고싶어하는 사람들만 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구의 30% 정도만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한다면 등록금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인구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하는가?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한다면 복지를 강화해서 대학에 가야만 하는 필사적인 이유를 제거한다면 등록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여유로운 사회가 되어야 해결된다는 말이다.

물론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라진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좋은 뜻'만 가진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방식으로 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라진다면 계급이 고착된다 즉 개천에서 용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각주:3] 언제까지나 최상의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한다는 가정에서의 이야기이지만, 이전에는 비좁은 개천에서 말라죽지 않기 위해 용이 되려 죽음을 각오하고 애쓰던 잉어들이 이제는 개천을 마음껏 휘젓고 다녀 용이 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설명하면 될 것이다. 공자시대부터 내려오는 태평성대의 현대적인 모습이다. 귀족은 자애롭게 통치하고, 농민은 풍년을 즐긴다에서 귀족을 정치인 가문으로, 농민을 일반 노동자로 바꾸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간혹 농민이 귀족으로 상승하고 귀족이 농민이 되는 일은 현대에나 존재하지만.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잉어가 말라죽지 않으려 용이 되려 해도 개천 위에 쳐저 있는 그물 때문에 용이 되지 못하는 사회이다. 자본이 사실상의 권력인 현대에는 워킹푸어(working poor) 즉 일해도 가난에서 못 벗어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사회이며 마이크로크레딧(micro credit)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얼핏 흐름을 보아서는 이쪽 방향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복지를 삭감하면서까지 세금을 줄인다면[각주:4] 그 세금은 투자로 이어져서 생활수준을 전체적으로 높여야 하는데 부동산이라는 매력적인 투기처를 제끼고[각주:5] 설비에 투자할 사람이 과연 그렇게 많을까?


어떻게 해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으려나. 뭐 이 나라가 잘못된 투표 한두번에 쫄딱 망할 정도로 허약한 체질은 아닌 것 같고 이런 고민을 나보다 깊게 하는 고민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만, 가끔씩은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심심해서 사회란으로 발행.
  1. 때문에 사실상 수요가 증발해가는 학문을 할지 말지를 더욱 고민하고 있다. 과연 내가 이 적은 수요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능력있을까? [본문으로]
  2. 하지만 아무리 길어도 두 세대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다. [본문으로]
  3. 이것도 뒤집어 말한다면 아직 계급이 굳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본주의가 정착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본문으로]
  4. 복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면 그 많은 세수는 어디서 빵꾸난 것일까? 그리고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도 고려해야 한다. [본문으로]
  5. 아직도 매력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가 매력적이라고 믿는다면 부동산은 매력적인 투기대상이다. 버블의 구조와도 유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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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arotte.egloos.com BlogIcon Carro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일단은 '대학 안 가도 사회적으로 도태되지 않게 하자'라는 모토가 해결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한 때 나돌던 아래 짤방을 보면 사람들이 과연 그런 의지를 갖게 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좀 골치 아프긴 합니다.

    http://gongsin.com/zbxe/?mid=data&sort_index=voted_count&order_type=desc&document_srl=10585285

    2010.02.03 16:09
    • Favicon of https://dexterstory.tistory.com BlogIcon 덱스터 2010.02.03 16: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빙 둘러 말했지만 그 말이죠. 대학 안 나와도 사람답게 사는 사회.

      물론 대학등록금이 지금처럼 무개념하게 오르고 유리천장이 두꺼워지게 되어도 공부 올인 분위기는 사라지겠지만 이게 과연 좋은 사회인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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