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뻘글

Daily lives 2009.06.15 05:45
1.
정상적이지 않은 상대에 대해 정상적인 대응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다른 말로 바꾸어 보자면, K-1 링 위에서 단도를 든 사람을 이겨야 할 때에도 주먹만 사용할 수 밖에 없는걸까? 물론 주먹만 써서 제압한다면 되는 일이긴 한데 그럴 정도로 강했으면 단도와 붙을 일 자체가 없었겠지...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악명높은 하민혁님의 블로그를 구독중이다.[각주:1] 최근에 올라온 글을 읽고 그런 느낌이 든다. 비열하지 않은 방법으로 비열한 상대를 이길 수 있는가? 이긴다면 그야말로 최상이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공평하지 못하더라. 생각보다라기보다는 매우 공평하지 못하다고 하는 것이 옳으려나...

사견으로 확실히 독재는 아니다.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독재라는 막장테크를 타지는 않았다는 반증이니까.[각주:2] 하지만 또 민주사회냐 그렇게 물으면 아닌데(오래 전 이 글에 입장을 정리해 두었다), 그래서 얼마나 민주적임에 다가섰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뭐, 지금 심정을 정확히 나타내고 있는 글은 capcold님의 글이 되겠다.



2.
어릴 때 '남들이 농땡이칠 때에는 나도 농땡이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더불어 채근담에는[각주:3]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던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와 비슷한 맥락의 말들이라고 생각은 하는데(그래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각주:4] 글쎄. 요즘 들어서는 다시 예전의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가려는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어릴적부터 좀 강박적인 자세가 있는 것 같다. 물리공부를 하면서 실제로 이 식이 그렇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까지는 절대 그렇구나 했던 적이 없으니까(수학도 그런 면이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갈수록 엄밀한 증명을 요구했던 것 같기도 하다.[각주:5]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숙제를 하면 웬만해서는 솔루션을 안 보려고 하고, 보더라도 무조건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그런 성격이 확실히 성적은 보답해 주니까.

다시 예전의 입장으로 돌아갈 것 같다. 나에겐 더없이 엄격하더라도 남에게는 그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그런 입장. 노예근성이라면 노예근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긋는 선을 안 넘을 수 있으려나.... 넘을 때 잠깐 괴로와하고 다시 넘어가는 선은 무의미한데 말이다.



3.
차라투스트라를 요즘 조금씩 읽고 있는데(절판이라는 백석현 번역. 도서관에서 어떻게 찾기는 했다. 번역이 조금 속악하기는 한데 그것도 하나의 매력.) 니체는 확실히 반민주적 인사이란게 느껴진다. 글 전체에 모여서 아둥바둥대는 사람들을 싸그리 모아다가 무가치하게 취급하는 그런 분위기가 흐른다.

그 뭐랄까, 아Q의 정신승리법 같은 느낌도 묻어있고...[각주:6] 그래도 새겨둘 말은 많은 책이다. 이전에 비슷한 책으로 르 봉의 군중심리가 있겠다. 하지만 대중을 무시하는 니체의 입장이 꼭 틀렸다고 찝어서 말할 수는 없다. 사람은 사람을 떠나 생각할 수 없지만, 너무 사람들과 가까이 있으면 저열해지니까. 사람이 본능적으로 너무 다가오는 타인을 피하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겠지.

어차피 신은 죽었다. 기준이 없으면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서 나아가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겠지. 어떻게 보니까 자기정당화 같기도 하다.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려는 태도의 자기정당화.





여명의 뻘글은 여기서 스탑. 차라투스트라는 좀 다양한 번역을 읽어 볼 생각이다.(물론 지금은 백석현 번역도 읽기 벅차다. 두께가 두께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제일 처음 읽었던 번역은 비추하게 될 것 같다. 2/3이나 잘라먹어서 그런가 연결이 잘 안 될 때가 많으니까.
  1. 원래는 비판적인 관점을 기르려고 일부러 반대 성향의 블로그를 찾아나선 것이었는데, 꼭 그렇다고 볼 블로그는 아닌 것 같다. 약간은 덜 중요한 부분을 걸고 넘어진다는 인상을 받기는 하지만. [본문으로]
  2. 독재라는 막장테크를 탔으면 대한민국은 그냥 답이 없는 상태가 되는거다. 지금은 돌파구가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답은 있으리라는 희망은 존재하는 상태니까. 그리고 반증 하니까 기억난건데, 원래 반증은 '틀림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느새 증명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하고 있는데 철학을 가르치던 교수님이 불평했던 기억이 난다. 뭐, 그냥저냥 잡담. [본문으로]
  3. 채근담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닌 것 같다. [본문으로]
  4.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말은 그래도 새겨두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어차피 인간 사회에 발 붙이고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타인과 엮일 수 밖에 없으니까. [본문으로]
  5. 가장 기억나는 사례는 물리학실험 퀴즈에서 무한솔레노이드의 자기장을 구하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걸 어째서 외부의 자기장은 0이 될 수 밖에 없는가까지 강박적으로 증명하려고 했었던 것이 있겠다. 사실 맥스웰방정식이나 앙페르의 법칙, 비오-사바르의 법칙은 자기장이 기준에 비해 얼마나 더 큰가를 나타내어줄 뿐이니까. [본문으로]
  6. 뭐 그러니까 '후훗 너희들 비천한 녀석들은 나의 높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런 류의 오만함을 말한다. 니체의 글 전반에는(그래봤자 차라투스트라) 그런 분위기가 흐른다. 인간이 넘어서야 할 존재이기 때문에 일부러 부정적으로 찔러주는 건가? 뭐 그래도 재미있는 아이러니는 이런 구제불능들이 넘어서서 니체가 그렇게 바라던 초인이 된다는 것에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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