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NM에 관련해서 말이 많습니다. 저야 별 상관이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TNM에 들어갈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몇가지 눈에 거슬리는 주장이 보여서 잠깐 끄적거립니다.


2.
결국에는 논쟁이 '자유'라는 주제로 수렴하게 될 듯 싶습니다. 블로그에 뭘 써내느냐는 것은 자유이다 자유가 아니다 등등.

이 즈음 해서 조선일보 등 일명 보수언론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댓글에서도 밝혔듯이, 전 조중동의 논조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습니다(싫어하기는 하지만). 단지 그 논조의 비합리성에 비해 너무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는 부류이지요.

물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누구도 사실을 곡해할 권리 따위는 없습니다. 이건 신의 할아버지가 와도 없는 겁니다.(이는 그 아래의 댓글에 대한 답으로 달아드립니다.) 사실을 창조해 내는 것은, 특히 그것이 영향력 있는 사람이 그랬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 처벌의 수준은 그 제조된 사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가에 의해서 정해져야겠지만요.

이제 제 입장을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 듯 합니다. 전 기본적으로 '누가 뭘 써 내든 상관하지 않는다' 입니다. 전단지로 도배가 된 휴게실 게시판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든, 아무것도 없이 글만 나오는 담백한 블로그를 운영하든 그건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입니다.


3.
자, 이 즈음 해서 '자유는 그런 놈들 똥 싸라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 인간들이 보기엔 당신네 글들이 똥일 수도 있다는 것 말입니다.

자유를 쉽게 제한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전 신나치주의자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신경 안 쓸 겁니다. 입이 있는 한, 무엇을 토해내든 그것은 제한할 거리가 되지 못하니 말이지요.

'블로고스피어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분들은 '길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점상을 쓸어버릴 수 있다'는 말과 둘 사이에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그러면 절 양비론적 입장이라고 비판하실 분이 나올 듯 해서 덧붙입니다. 전 자유는 누구라도 제한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가지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남의 자유를 제한하게 될 경우입니다.

전 비폭력주의자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한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남의 폭력이 자신의 존재를 위협할 경우, 그에 대한 방어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폭력은 용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직후 적은 단상에서도 폭력적인 방식으로 나온 것 자체는 잘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위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결국 자기 방어를 위한 마지막 선택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지요. 제 견해는 공권력의 대응이 너무나도 비인간적이고 비합리적이기에 비판의 화살은 공권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간 삼천포로 흘렀습니다. ㅈㅅ)

그들이 삼성을 찬양하고(제가 대기업에 적대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요) 광고질을 하는 것이 당신의 존재에 위협적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키보드를 뺏을 권리를 주장하지는 마십시오.


5.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놔두어라'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비판할 권리는 있습니다. 대기업에 대해 찬양만 늘어놓는 것이 왜 나쁜가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권장되어야지요. 비판에서 발전이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비판의 단계를 넘어선 억압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길을 깔끔히 하고 싶다면 노점상을 밀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노점상에게 번듯한 가게를 차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 정도로 썼으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이해하셨으리라 믿겠습니다.



Posted by 덱스터
바쁜 하루가 지나고 나서 너무나도 심심해서(...) 정치적 성향 테스트도 좀 해보고 그러면서 아나키즘 검색도 좀 해보고 하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놈 촘스키로 흘러들어가게 되었습니다.(촘스키 교수는 잘 알려진 아나키스트중 하나입니다 ^^;) 그중에 이런 글이 외부 링크로 걸려있더군요.

촘스키가 비싸게 팔리는 한국 (동아)

그냥 읽고서 누군가가 싸지른 말이겠거니 싶어 넘어가려고 하는데,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생각이 나길레 그냥 끄적거리고 갑니다.

첫 째, 네 번째 문단에서 언급한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의 공산화 과정에서 있었던 대학살을 사회혁명이라고 칭찬하고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허구라고 주장한 촘스키"라는 부분에 대해서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네요.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서 놈 촘스키는 분명히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을 뿐이라고[각주:1] 주장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주장이 무엇이든지간에 자신의 주장을 표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입니다.[각주:2] 이를 근거로 판단해 보건대 위의 글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는 것을 근거로 그 주장을 지지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둘 째, 다섯 번째 문단에서는 촘스키의 사상을 그의 행동을 근거로 비판하는 듯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장자의 행동은 주장자를 공격하는 논리가 될 수는 있지만 주장 자체의 허구성을 나타내지는 못한다 입니다. 앨 고어는 환경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앨 고어가 말로만 환경운동을 외쳤던 사람이라는 비판이 많은 것은 아시나요? 네, 그런데 이렇게 앨 고어가 말로만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고 외쳤다고 하더라도,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허구라는 증거는 되어주지 않습니다. 주장자의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주장자의 행동은 주장자만 공격할 수 있을 뿐 주장 자체는 공격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촘스키 교수가 이처럼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촘스키 교수의 주장을 공격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셋 째, 여섯 번째 문단이 참 거슬리는군요. 분단 국가이기 때문에, 전쟁중이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는 침해될 수 있는 건가요? 전 이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아무래도 국가의 정의가 차이나서 그런가 봅니다.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태초에 개인이 있었다. 개인들은 모여 국가를 만들었다.

루소사회계약론과 어딘가 비슷하게 보이는군요. 그런데 이 글을 쓴 허문명 논설위원은 이게 아닌가 봅니다. 오히려 이쪽에 가까워 보이는군요.

태초에 국가가 있었다. 국가는 지배할 개인을 만들었다.

음... 뭐 사상적 기반이 그렇다면 전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상당히 이상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취향은 존중해 드리기로 하겠습니다만, 전 이후 제 논리로 이 주장을 까보겠습니다. 님도 제 취향을 존중해 주셔야지요.

대한민국은 분단 국가이고, 전쟁중(비록 휴전이기는 하지만)입니다. 당연히 이런 상태에서는 적을 이길 수 있도록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 지기는 해야 하지요. 그런데 그 통제가 사상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이라면 곤란합니다.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왜냐고요? 개인들이 국가를 만들었기 때문에, 국가는 언제까지나 개인을 위한 종으로 역할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국가가 우선이 아니라 개인이 우선이니까요.

그러면 있는 적을 이겨야 하는데 어쩔꺼냐? 사상의 자유는 보장하되, 그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통제하는 것이라면 저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J. S. 밀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므로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각주:3] 말이지요. 그 주장이 국가에 대해 피해를 끼치지만 않도록 힘을 빼앗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국가는 자유 자체에 대해서는 제한할 권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국에서 사상의 자유가 의미하는 바는 미국이든 아마존 밀림 속 오지이든 어디이든간에 거기에서 사상의 자유가 의미하는 바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아나키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고,[각주:4] 촘스키 교수의 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 글에 대한 반박의 근거가 되나요? 어디 한번 답변을 들어보고 싶네요, 논설위원님. 논설지도 하셨을테니 이정도 글에 대한 반박은 쉽게 기대해도 좋겠지요? 더군다나 요즘 '표현의 자유 침해'로 방송통신법 개정안이 욕 많이 먹고 있는데, 이 쯤의 주장에 대한 반론의 근거는 충분히 준비해 두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닌가요?

  1. 놈 촘스키 저 강주헌 역,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시대의 창, 2008, p 41 [본문으로]
  2. 전 사실 조중동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 일명 보수언론이라는 언론사들이 너무나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을 뿐이지요. [본문으로]
  3. John Stuart Mill, 'On Liberty' ed. Gertrude Himmelfarb, Penguin Books Ltd. , 1985, p 71 [본문으로]
  4. 사실 검사 결과는 사민주의와 아나키즘의 경계면에 걸리더군요. 그리고 생각보다 사회주의적인 면이 강하고 자유주의적인 면이 약하게 나타나더군요. 제 생각엔 이것이 제가 어느 정도 보수적인 면(일례로 '자유의 방어를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경우(조커와 같은 -_-)에 사형을 실행할 수 있다'라거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라면 전통은 존중해야 한다(고리타분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래봬도 저, 혼전순결주의자입니다 -_-)'와 같은 부분) 때문에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A theorist takes on the world
덱스터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