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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08 [BBC] '게이 프로파간다' 법안으로 러시아 분열

'Gay propaganda' bill proves divisive in Russia


러시아에서 게이 차별법안 초안이 통과되었다고. 법안 옹호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게이는 "일하지 않고, 게으르며, 수상한 예술 공연으로 수입을 얻"고 소아성애자로 취급하는 정치인들도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가정을 무너뜨린다가 주된 반대 논거인듯 싶다.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핫한(?) 유언비어가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푼다" 였다지?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책임을 물 대상을 물색하는 건 보편적인 현상이긴 하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1933년 나치 독일과 아우슈비츠이고, 먼 과거의 왕(제사장도 겸하던 시절-단군왕검이라는 이름이 그 시절을 반영한다.)이라는 존재도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견해도 있다. 큰 가뭄이 내리거나 큰 홍수에 많은 재산이 떠내려가면 하늘의 뜻을 거스른 책임을 제사장에게 물어 그의 피를 바쳤다고.


한편으로는 그 적대할 대상에 이상한 죄목까지 덧붙여지는 것을 보면 악마의 준전지전능함이 연상된다.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그런데 난 청소년을 위한 문학전집으로 심각하게 압축된 판본으로만 읽어본 것 같다)에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능력은 신에 한없이 다다르지 않던가. 물론 신과 대적해야 하는 악마가 신에 비해 너무 비실비실하면 그 약한 악마가 가장 큰 적인 신의 위엄이 살지 않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 한 대상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우고 자기의 책임은 회피하려는 동기도 분명 존재한다. 내 실수와 실패는 저 전지전능에 한없이 가까운 악마의 계략이라는 것. 음모론의 느낌이 들지만 중세의 마녀사냥과(진짜 별의 별 죄목이 다 나온다) 은나라의 주왕을 보면 (『논어』에도 은나라의 주왕의 죄목이 말이 안될 정도로 심하다는 구절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있었던 현상인 셈이다.


그리고 여태 들어온 예시들을 잘 보면 모두 사회가 혼란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어떤 사이트의 이상하리만큼 심한 적대감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겠지.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하나의 적을 만들어놓고 나면 사람들이 뭉치게 되며 (그것이 옳은 처방이든 그른 처방이든간에) 위기의 타개책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 "외부의 큰 불길이 꺼지면 내부의 작은 불길이 드러난다"와 비슷한 말이 나오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걸 뒤집으면 내부의 작은 불길을 가리려면 외부에 큰 불길을 내면 된다는 뜻. 영화 <왓치맨Watchmen>은 외계인의 침공을 구심점으로 삼아 인류평화를 이룬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난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있는거지?) 정확히 들어맞는 예시 아닌가. 참고로 우리의 반일감정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전'을 붙이니 무언가 생소하다...-.-;;)이 독도에 방문하며 일본에 대놓고 디스를 걸었을 때 지지율이 폭등했지 않던가.(군부독재 시절의 학생운동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다양한 정치관으로 갈라선 사람들이 그 방증이다. 대표적으로 보수로 여겨지는 조갑제씨는 원래 좌빨 기자였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무언가라도 해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특성 때문에 모든 문명이 버릴 수 없는 성질(광기라고 하기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성질이라고 썼다. 하지만 미친 사람은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하니 광기라고 표현해야 하나?)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돌이켜보면 르 봉이 그렇게 군중심리를 깐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치던, 파쇼던, 매카시즘이던, 근본주의던 다 넓게 보면 군중심리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때 집단지성이 발휘된다는 뜻이겠지. 찾아보면 『대중의 지혜』라는 책에서 제임스 서로위키는 구성원 사이의 독립성을 집단지성의 조건으로 들고 있다.


그리고 잡담: 푸코의 『광기의 역사』나 한번 읽어볼까. 시간이 되련지는 모르겠다만.




2월 27일에 Facebook에 올린 글.


『광기의 역사』는 포기해야할듯...ㅠㅠ 너무 길다.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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