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3.01 박자는 생명!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게
오늘 오후 세시 즈음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용산 참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지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용산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모습을 촉구합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자유게시판)


예전에 제 입장은 몇몇 글에서 이미 드러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철거민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공권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꼭 감안해야만 하며 따라서 경찰이 더 큰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이 제 주장이었지요. 빵을 훔친 아이 다리를 부러뜨려 놓는 빵집 주인이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전 이 글을 보면서 이 분이 떠올랐습니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신 분이시지요.(참으로 한탄스럽습니다만)


박근혜, 비겁하다 (MP4/13)


이런 경우에 자주 쓰는 관용어구(?)가 있습니다. '뒷북친다' 말이지요. 다른 말로는 '백드럼'이라고도 하지만, 이건 뭔가 이상하게 꼬인 영어라서 그리 호감이 가지는 않는 단어이군요.

인생은 타이밍입니다. '시대를 앞서 태어난'이라는 수식어가 천재성을 대변해주면서도 보이지 않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유는 바로 '시대를 앞섰기 때문'입니다. 즉, 적절한 시대가 아니라 너무 일찍 세상에 발을 들였다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은 보통 불행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처럼, 언제 앞에 나서느냐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겁니다. 교통카드에 일억원이 들어있으면 뭐 합니까. 이미 버스는 정류장을 지나갔는데...

비록 촘스키 교수가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서 소통의 속도보다는 그 깊이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이건 너무 늦은거 아닙니까? 두 시간짜리 중간고사를 볼 때에도 첫 한 시간이 지나면 고사장에 입장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것이 1월 20일이면, 지금은 3월 1일이니 다섯 주도 더 지났습니다. 여기서 잠깐 언론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살펴보겠습니다.

20090120~20090126 :   5,269건
20090127~20090202 :   3,624건
20090203~20090209 :   3,612건
20090210~20090216 :   3,257건
20090217~20090223 :     927건
20090224~20090228 :     520건 (5일)
      전체 기간 총합 : 17,209건
-미디어다음 기간별 검색 결과, 검색어 [용산참사]

첫 네 주 이후로 기사의 수가 급감합니다. 물론 12일,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기사가 쏟아져 나왔던 주에 이 사태를 강호순 연쇄살인마 사건으로 무마하라는 이메일을 보내었다는 사실이 보도됩니다. 절묘하게도 그에 해당하는 주가 끝나자마자 기사 수가 급감하는군요. 어찌 되었든 간에 이미 이 이슈는 시쳇말로 '죽어버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늦은 시각에 죽어버린 이슈를 좀비화시켜서 다시 벌떡 일어나게 한 것에는 충분한 이유를 대야 할 텐데, 그런 이유는 전혀 대고 있지 않으니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만 듭니다.

그리고 이 이슈가 너무 일찍 죽어버렸기 때문에, 특히나 다른 사건으로 덮어버리려는 음모(?)가 있는 것 같아 다시 살려야만 하겠다라고 생각해 이 글을 쓴 것이라면 이해는 하겠지만(비록 약간 늦기는 했습니다만 이정도 딜레이는 납득할 만 합니다.), 이 부분을 너무 비중이 낮게 다루었습니다. 마지막 하나의 제목에 단순하게 '진상조사를 요구합니다'라고 적으면 이 여론 조작 시도에 대한 비중이 너무 작게 배정되었다는 생각을 버리기 힘듭니다.

그리고 '그냥' 갑자기 용산 참사에 대해 한 마디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면 발언이 늦은 만큼 좀 더 깊이있는 화두를 제시해 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보이는 새로운(사실 새로운 것인지도 애매하군요) 화두는 세 번째 화두 뿐입니다. 그리고 이 주제가 적절한 토론 대상인지도 의문입니다. 주거 문제는 기숙사라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제가 기숙사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이런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다섯 주도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 다섯 주라는 긴 시간을 설마 생각도 없이 보내지는 않았을 것 아닙니까?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말을 하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말을 좀 빨리 할 수는 없나요?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나 이 음식점 별로 안좋아하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고 속이 터지는 사람은 저 뿐만은 아닐 겁니다.


관련 글 모음
2009/02/12 - -_-;;;;

특별히 이 포스트에는 댓글을 불허합니다.
Posted by 덱스터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A theorist takes on the world
덱스터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