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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3 Lamy 2000, A Modern Classic

반 달 정도 최저가를 찾으며 인터넷을 헤매다 eBay에서 주문한(덕분에 최소 3만원 이상 아꼈더라지요)[각주:1] Lamy 2000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우체부 아저씨께서 집에 방문하셨으나 전 평일이면 학교에서 사는지라(...) 받질 못했죠. 결국 전화로 연락, 제 3자(?)를 거쳐 수령했습니다. 지름신이 지나고 나면 개봉기부터...


Air mail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걸리는구나... 싱가폴이라 그런가?

중량이 200g이 채 안되네요.


편지 보내듯이 보내줍니다. 서류봉투에 들어갈 것을 상자를 구해 택배로 부치면 돈이 배는 깨지니까 그것보다는 낫겠지요. 하지만 덕분에 도착 시간은 꽤 늘어난다는거.

무게는 0.17kg이라고 적혀 있네요. 가격을 20.00USD로 적어놨는데 이건 왜 그런거지...-.-;; 오타로 1을 빼먹었나 봅니다. 어차피 15만원 이하면 관세면제라 세관에 걸릴 이유도 없으니까요.


뜯으니 뽁뽁이로 정성스레 포장된 상자 등장


택배의 감초, 뽁뽁이. 전 하나 하나 터뜨리는 것 보다는 한번에 비틀어 우두둑 터뜨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탕을 깨물어 먹는건 당연하고요.


서류봉투와 뽁뽁이는 집어치우고 상자를 꺼냅니다.


상자가 나옵니다. 테이프로 잘 밀봉해 두어서 뜯기 좀 힘들었죠.


물론 상자도 페이크. 라미는 포장을 공산품스럽게(?) 하는 버릇이 있죠.


예전에 CP1을 살 때도 이런 상자에 들어있었죠. 공산품스러운 포장입니다. 물론 공장에서 찍어내는 모든 물건이 공산품이긴 하다만, 건물에 비유한다면 외벽에 페인트칠 안하고 내부에 벽지를 안 바른 콘크리트가 다 드러나는 그런 종류의 건물과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참, 이런 종류의 디자인에도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꽤 많은 건물이 이 디자인을 채용했죠. 전 아주미술관이 기억에 남네요.) 기억이 안 나네요.


상자 측면에 붙어있는 스티커. CP1을 샀을 때에도 저런 스티커가 붙어있었죠.


EF 닙으로 샀습니다. 그런데 가진 펜 중 제일 두껍다는게 함정(...) 잉크가 많이 나오니까 부드럽게 써지는 것이겠지만...


낯이 익은 라미 포장. 생각해보니 가진 만년필 절반이 라미네요.


저 가운데 LAMY라 써진 은빛 물체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알루미늄인가?


라미의 광고지...-_-;; L2K는[각주:2] 피스톤 방식이라 펜만 넣어 보내줍니다.


저 광고지는 라미 펜 살 때마다 주더군요.


사파리와 CP1은 저 스티커가 펜 본체에 붙어있었던 것 같은데 얜 비닐에 붙어있네요.


사파리나 CP1과는 다르게 비닐에 담고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아무래도 2000부터 라미의 고급라인일테니까요.


개봉은 여기까지, 이제 펜을 살펴봅시다.


CP1처럼 클립에만 간소하게 쓰인 LAMY


CP1과 비슷한 디자인의 클립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CP1의 디자인을 L2K에서 따왔다고 봐야죠. 66년에 L2K가 대박을 치자 그 후속 디자인으로 나온 것이 CP1이니까요. L2K가 남성적인 디자인이어서 CP1(Cylinderical Pen 1에서 따왔다고 합니다...쿨럭;;)은 여성적인 디자인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얇은 편이죠.


EF촉의 자태


L2K처럼 촉의 대부분이 펜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를 hooded nib이라고 부릅니다. 잉크가 덜 마르는 장점이 있다고 하네요. 사실 별 상관 없는게 잉크가 살짝 말라서 처음 쓰려고 할 때 안 써지면 펜촉에 살짝 힘을 주면 다시 잉크가 잘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을 주면 촉이 벌어지면서 잉크가 흘러들어가기 때문이지요. 힘을 준 상태에서 쓰면 촉이 매우 빨리 길들여지는 효과가 있으니 글을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기 전 잠깐 눌러준다는 느낌으로만 하세요. 제 Platinum Standard 14k EF는 길들인다고 신나게 긁어댔더니 굵기가 라미 EF-CP1-의 80%까지 불어났습니다. 덕분에 종이를 '파서' 기록한다는 느낌은 엄청 개선되었지만요.


검은 플라스틱 사이의 경계면이 보이시나요? 저 부분의 경계는 잘 드러나는 편인데, 뒤쪽의 실린더를 조작하는 부분은 경계가 거의 드러나질 않습니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마무리가 잘 되어 있어요.


만년필이라면 항상 취하는 자세 1


배럴의 촉감은 나무같은데 무광인지라 지문이 묻질 안아서 참 좋습니다. 광택이 있으면 예쁘긴 한데 손을 타다 보면 지문이 남고 그 지문이 남은 부분에 빛이 비치면 별로 보기 안 좋더군요. 제가 은근히 이런 것들에 민감하다 보니 광이 있는 Standard 14k의 경우 생각날 때마다 손으로 닦아주곤 합니다. 물론 노트필기 정신없일 할 때에는 그런거 신경 쓸 시간이 없지만요.


쓰는 느낌은... 매끄럽습니다. 이전에 학교에서 Lamy 판촉을 벌일 때 카탈로그에서 본 펜촉의 가격이 14만원정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가격이 절대 헛되게 매겨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성잉크를 사용하는 볼펜 중 흐름이 좋은 녀석이[각주:3] 굴러갈 때 내는 마찰과 비슷한 마찰을 내는데다가 힘을 살짝만 주어도 벌어지면서 선 두께가 세배는 증가합니다. 원래 라미 촉들은 경성이라 힘 주어 쓰는게 아니라는 건 알긴 하지만 예상외로 유연하네요. 역시 금촉...[각주:4] 비슷한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펜은 파카 벡터 F촉이 있긴 한데 이건 스틸이라 촉을 벌리려면 힘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종이를 긁는 느낌이 나기 시작하죠.


아, 그리고 저 귀(?)가 신경쓰인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제가 딱 그 꼴이 나 버렸네요. 제가 가장 편하게 잡는 위치가 딱 저 자리입니다.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크진 않지만 인지하면 신경은 쓰이는 그런 위치네요. 제가 펜을 길게 편이니(CP1도 손잡이가 끝나고 본체가 시작되는 그 경계면을 잡습니다) 보통 신경쓰실 일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결론:

1. 부드럽다.(사각이는 소리가 없습니다. 그 소리도 나름대로 쓰는 맛이지만 아무래도 덜 부드럽죠.)

2. 두껍다.(0.5mm정도 됩니다. Platinum의 EF는 0.3mm정도, Lamy 철촉 EF는 0.4mm정도.)

3. 비싸다.(만년필 평균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만년필 자체가...)


노트필기용으로 쓰기는 힘들고(세필로 많은 것을 우겨넣는 성격이다 보니 얇은 촉들을 무시할 수가 없네요) 아무래도 연습문제 풀이, 답안지 작성, 연습장 낙서할 때 정도 사용할 것 같습니다. 이제 한동안 긴축재정 들어가야죠...ㅠㅠ

  1. 환율도 한창 떨어져 있을때 사서 배송비 및 카드수수료 포함 144천원에 끊었습니다. 주문 당시 국내에서 가장 싼 가격이 183천원 정도로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은 200천원을 넘겼나? 정가는 288천원입니다. [본문으로]
  2. Lamy 2000 = L2K [본문으로]
  3. 한동안 기다려야 잉크가 마를 정도로 흐름이 좋은 볼펜을 말합니다. 보통 두께가 0.7mm정도 되죠. [본문으로]
  4. 14k에 백금(platinum) 도금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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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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