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단지 관심과 그에 맞는 시간을 요구할 뿐...

특별기획 물리의 벽을 깨라!-제 2회 기획글입니다.

먼저 연당선생의 홈페이지에는 실체진실의 장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적을 하면서 반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먼저, 특수상대론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으니 잘 모르시는 분은 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물벽깨-1] 특수상대론은 무엇인가



동시성의 상대성 - 나에게 동시에 일어난 일은 남에게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다?


특수상대론이 상식을 야멸차게 배신하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는 동시성의 문제입니다. 동시성의 문제란 쉽게 말하면 "나에게는 동시에 일어났는데, 왜 너한테는 다르게 일어났냐"라고 할 수 있지요. 일단 그 이전에 물리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사건"에 대해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사건"이란 "하나의 점(공간을 지정합니다)에서 하나의 시간에 일어난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서울, 2008년 11월 20일. 덱스터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가 사건의 일례입니다.('대한민국 서울'이라는 공간을 지정하는 점과 '2008년 11월 20일'이라는 시간을 지정하는 점, 그리고 이때 '덱스터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라는 일까지 전부 합친 것이 사건이지요.) 물리에서는 이 사건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물리는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서 일어날 사건들을 예측하는 학문"이거든요. 또, "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같게" 일어나야 합니다.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르게 보았다고 한다면(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가 싸우는 사건[각주:1]이 일어났는데 A는 개가 이기는 사건으로 끝났다고 하고 B는 고양이가 이기는 사건으로 끝났다고 한다면), A와 B는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란 말입니까?(평행우주? 생각해 보니 재밌네요 -_-;;) 당연히 일이 일어났으면 일어난 거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은 것이지요.

이제 동시성의 상대성이란 말은 여기서 등장하는 말입니다.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게 동시에 일어나지 않은 사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제가 기차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기차가 자기를 막 지나 가는거예요. 편의상 이 기차는 제가 보기에 일정한 속도로 가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기차의 한가운데에는 기차의 양 끝 벽으로 빛을 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갑자기 이 장치가 빛을 쏘게 된다면 기차 안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되겠지요.

File:Traincar Relativity1.svg

당연하지요. 빛의 속도는 일정하니까, 한 가운데에 있으면 장치가 빛을 쏘기 시작하는 점에서부터 양 끝까지의 거리가 같으니까 둘 다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같을 것입니다. 당연히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문제는 제가 보고 있는 현상입니다. 전 플랫폼에 서 있어요. 제가 보는 현상은 이렇습니다.

File:Traincar Relativity2.svg

뒤에 먼저 빛이 도달합니다. 왜냐하면, 기차의 뒷 벽은 다가오는 빛을 '마중나가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앞쪽 벽은 도망갑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지요. 결국, 기차 안에서는 빛이 벽에 도달하는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지만, 제가 보기엔 벽 뒤에 도달하는 것이 먼저 일어난 것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보기에는 동시에 일어났던 사건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다른 시각에 시작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동시성의 상대성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에는 특수상대론의 첫 가정인, 모든 관성계는 동등한 물리 법칙을 갖는다가 놓여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실 줄 아시는 분들을 위해 깜짝 준비한 선물입니다 ^^(사실 위키피디아에 가면 있긴 하지만...-_-;;) 민코프스키 다이어그램이라는 그래프입니다. 이 그래프는 특수상대론에서 여러 사건들을 다루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 고안된 그래프이며, 보통 가로축에 공간상의 좌표를 세로축에 시간상의 좌표를 놓습니다. 이 그래프의 가장 큰 특징은 축의 기울기를 일정하게 바꾸어 주면 다른 이동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건을 보고 있는지 서술해준다는 것입니다. 이 변형 방식은 조금 독특해서, 축을 한 방향으로 몰아주는 형태를 취하지요. 자 그러면 그래프 나갑니다 ^^

File:Relativity of Simultaneity Animation.gif

아래 쓰인 숫자가 변하는 것 보이시죠?? ^^ v는 속도를 나타내는데(velocity의 첫 글자), c는 잘 아시다시피 빛의 속도입니다(어원은 불분명하다고 하지요.). 처음에 속도가 0이었다가(정지한 입장이었다가) 0.3c(+ 방향으로 광속의 30%로 이동하는 사람이 보는 좌표), -0.5c(-방향으로 광속의 50%로 이동하는 사람이 보는 좌표) 이렇게 변하는 것을 보시면 그래프가 특이하게 변하시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사건 자체는 그대로 있는데, 왜냐하면 관측자가 움직이면서 변하는 것은 그 관측자가 측정할 때 쓰는 자이기 때문이지요(이것이 축이 저렇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원인입니다). 잘 보시면 속도가 0일 때에는 동시에 일어났던 일들이(즉, 같은 시간값을 갖던 사건들이) 보기에 따라서 다른 시간값을 갖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게 물리학에서 말하는 동시성의 상대성입니다.




실체진실의 장 1 - 동시성의 상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 이제 실체진실의 장 1에 대해 반론해 봅시다. 먼저 연당선생의 글을 보도록 하지요.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두대의 로켓 문제가 되겠습니다.[각주:2] 상황 설명에 대한 것은 자세히 하지 않고, 여기서 오류만 지적하려고 합니다. 아니, 오류라기보다는 빼먹은 논의를 지적해야겠군요. 위에서 말한대로 당연히 K'이 보는 빛은 동시가 아니며, 이건 고전역학적인 범위에서도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K'이 보는 빛이 동시가 아니라면 K'은 빛이 동시에 발사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K'이 보는 원점과 광원 사이의 거리는 K에서 보고 있는 원점과 광원 사이의 거리와 똑같거든요. 그러니까, 빛이 발사되는 사건이 K에서는 동시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K'에서는 동시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시 말하다시피) 빛의 속도는 누가 어떤 속도로 이동하고 있어도 보기에 똑같고, 거리가 같다면 그 거리를 빛이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같기 때문이지요.

그냥 제가 보기엔 연당선생께서는 특수상대론에 대해 완전한 이해를 못 하신 것 같습니다.



덧1. 어익후.. 벌서 해를 넘겼네요;;; ㄷㄷㄷ 앞으로도 쓸 말이 많은데...
덧2. 특별기획이 이거 아무리 비정기포스팅이라고 해도...-_-;;; 다음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1. 이때는 엄밀히 말해 사건'들'이 맞겠지요. 개가 앞발을 휘두르는 사건 하나, 고양이가 꼬리로 후려치는 사건 하나, 뭐 이런 식으로 여러 사건들을 전부 일컫는 것이니까요. [본문으로]
  2. 일반물리학을 공부하는데 기본 지침서중 하나로 애용되는 Halliday의 Fundamentals of Physics에 잘 나와 있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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