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7. 14:20 Physics/Special
개념원리 양자중력
Amplitudes 2025 학회도 대충 끝났고 하니 백만년만의 블로그 업데이트. 생각외로 '양자중력'이 어떤 의미에서 열린 문제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여 (예컨대 Carlo Rovelli의 scholarpedia 리뷰의 경우 '왜 사람들은 "중력자"란 개념을 이용해 계산하는데 거리낌이 없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본업이 양자와 고전 사이에 끼인 중력을 다루고 있으니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여기서 이야기할 내용은 John Donoghue의 1scholarpedia 리뷰에서 다루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 이 쪽을 보아도 좋고, 트위터에서 실컷 떠들었던 적도 있으니 이쪽을 보아도 좋을 것이다.
'양자중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은 '모든 에너지 스케일에서 일관적인 예측을 주는 양자역학적 중력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적용 범위를 적당히 한정짓는다고 한다면 (이를 유효장론이라 부릅니다) 중력을 양자역학적으로 기술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5, 2021
이 때 중력자가 등장하게 되는데, 중력자는 질량이 없는 스핀-2 입자로 자기 자신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이 조건을 만족하는 스핀-2 입자는 질량이 없는 입자들이 상호작용할때 만족해야 할 조건을 만족한다고 가정하면 일반상대론에 의해 기술되도록 강제됩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5, 2021
다르게 표현한다면 양자역학과 (특수상대론과) 중력을 섞으려는 시도는 좋든 싫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5, 2021
중력이 양자역학을 따르는 힘이라면 중력자가 존재해야 하고, 중력자가 스핀이 2여야 한다는 조건은 중력이 1) 항상 당기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인력) 2) 빛이 중력에 의해 휜다는 두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양자역학을 따른다면'이란 가정이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요.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6, 2021
중력이 양자역학을 따르지 않고 통계역학적인 현상일거란 관점도 실제로 존재하고 이를 엔트로피 중력(entropic gravity)이라고 부릅니다.https://t.co/3y9hX1GIbv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6, 2021
여튼, 수정뉴턴역학(MOND)으로 돌아오면 암흑물질이 실존한다는 근거로 해석되는 천문현상이 있기는 합니다. 총알 은하단(bullet cluster)의 적색편이 관찰 결과죠. 다만 MOND쪽에서도 반론이 있다고는 알고 있습니다.https://t.co/szZ0fhgDVh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6, 2021
한국어 페이지도 있었군요. 이상하게 입자물리/끈이론/우주론 계열 한국어 위키백과 항목들은 다른 계열보다 충실하다는 느낌이 있단 말이죠...https://t.co/JPEUSsndzZ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6, 2021
다시 양자중력으로 돌아오면, 가장 단순한 양자역학적 중력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이 되어야 한다는 결과는 꽤 다양한 방향으로 증명되어 있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레퍼런스는 <파인만 중력 강의록>이랑 와인버그의 65년 논문 그리고 Benincasa-Cachazo의 07년 논문이 있군요.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6, 2021
inSPIRE 링크:https://t.co/u1zXib4cVYhttps://t.co/OpO790pn4Dhttps://t.co/UcDzunyU05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6, 2021
여튼 이런 이유에서 입자물리(요즘은 고에너지물리라고 하죠)에서 아인슈타인의 중력을 넘어서는 중력이론을 쉽게 못 찾고 있기도 합니다. 뭘 해도 첫번째 근사는 아인슈타인 중력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해야 하려나요.
— Dexter Kim (@AstralDexter) January 16, 2021
이 주제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강의로는 이번 Amplitudes Summer School에서 Parra-Martinez의 강의가 있다. 그러면 시작해 보자. 2
---
'양자(quantised)'란 서술어는 어떤 현상이 이산적(discrete)으로 일어남을 지칭한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은 광양자 가설로 전자기파로부터 금속 내부의 자유전자에게 에너지가 전달되는 과정이 이산적임을 가정하여 광전효과를 설명하고자 했다. 현상의 '단위'를 현대물리에서는 '입자'라는 용어로 기술하며,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입자물리가 이론물리의 동의어로 취급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4
양자중력이란 이산적으로 전파되는 중력의 효과를 기술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때 중력 효과의 전파 단위를 중력의 양자, 혹은 중력자(graviton)라 부를 수 있다. (민코프스키 공간(Minkowski space)에서의) 중력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성질들이 알려져 있다.
1. 일반상대론을 양자화하여 얻는 중력자는 질량이 없는 스핀-2 입자이다.
2. 역으로, 질량이 없는 스핀-2 입자의 존재를 가정할 경우 (편의상 중력자라고 부르자) 다음과 같은 성질을 만족해야만 한다.
- 중력자의 원천(source)으로 기능할 수 있는 물리량은 에너지-운동량 텐서(stress-energy tensor) 뿐이며 중력자에 대응되는 장 방정식을 정리하면 일반상대론을 얻는다(Weinberg 1965). 5
- 모든 입자는 중력자에 대해 동일하게 반응하며, 이를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의 일종으로 이해할 수 있다(Weinberg 1964).
- 중력자는 유일하다. 혹은, 여러 종류(flavour)의 중력자가 존재한다면 각 중력자는 자신만의 우주로 갈라져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Boulanger-Damour-Gualtieri-Henneaux 2000, Benincasa-Cachazo 2007).
이런 연구들로부터 낮은 에너지/먼 거리(low energy/long distance)에서의 중력을 기술하는 이론은 일반상대론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Arkani-Hamed의 강의를 참조하는 것도 한 방법.
---
그리고 이 접근법의 연장선상에서 일반상대론을 유효장론(effective field theory)으로 취급하여 고전적인 중력에 대한 중력의 양자역학적인 효과에 의한 보정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종류의 계산들을 유효장론으로서의 일반상대론 (general relativity as an effective field theory) 혹은 적외 양자중력(infrared quantum gravity)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중력자가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두 원천 사이의 중력적 상호작용을 매개하며 그 과정은 일반상대론으로 기술될 수 있다는 것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한다면, 어떤 양자중력 이론에서 출발하더라도 먼 거리에서는 일반상대론의 예측을 재생산(reproduce)해야 하므로 궁극적인 양자중력 이론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 예측들은 유효하다. 이 방향의 계산에 대한 몇가지 예시로는 다음 연구가 있다.
- 뉴턴 중력에 대한 양자역학적인 보정(Donoghue 1994). 6
- 양자역학적 효과에 의한 블랙홀 시공간의 보정(Bjerrum-Bohr---Donoghue 2003, Holstein-Ross 2008).
- 중력에 의한 빛 경로의 휘어짐에서 양자중력적 효과에 의한 등가원리의 (표면적apparant) 위배(Bjerrum-Bohr---Donoghue---Holstein---Planté---Vanhove 2014).
- 틀끌림 효과에 의한 전자기파와 중력파의 편광 회전에서 양자중력적 효과에 의한 등가원리의 (표면적) 위배(Kim 2022). 7
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수많은 연구가 있긴 한데 리뷰를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므로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관심이 있다면 처음 언급한 Donoghue의 scholarpedia 항목이나 인용해둔 inspire 링크를 통해 다른 연구들이 뭐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왜 양자중력이 현대물리의 열린 문제라고 하는 것일까? 비밀(?)은 재규격화(renormalisation)에 있다.
현재 자연을 가장 작은 길이 단위(smallest length scale)에서 기술함이 실험적으로 확인된 이론은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며, 대부분의 양자장론 계산에서는 발산하는 무한대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이 무한대를 규제(regulate)하는 재규격화라는 절차를 필요로 한다. 무한대로는 어떤 예측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한한 값에서 무한한 값을 빼서 유한한 예측을 하는 방법은 무한히 많은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이론으로부터 유효한 예측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무한한 값에서 유한한 값을 얻어내는 절차 또한 규정해야 한다. 이를 재규격화 조건(renormalisation scheme)이라 한다. 재규격화시 이미 이론에 존재하고 있는 8 작용자(operator)에 붙은 계수의 값만을 조정하는 것으로 재규격화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경우를 두고 재규격화 가능(renormalisable)하다고 하며, 끝없이 새로운 작용자를 도입해야 하는 경우를 두고 재규격화 불가능(nonrenormalisable)하다고 한다. 9
재규격화 가능한 이론은 몇가지 값만 고정해주면 추가적인 정보 없이 무한히 많은 예측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예측성(predictability)을 가진 물리 이론으로 평가되며, 재규격화 불가능한 이론은 예측을 위해서는 무한히 많은 정보(모든 작용자들의 계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유효이론(effective theory)으로 취급되지 않는 이상) 예측성이 없다고 평가된다. 일반상대론은 재규격화 불가능한 이론의 대표적인 예시이고, 이런 의미에서 현대물리의 열린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완전한 이론으로서의 양자중력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문제로 다음을 들 수 있다. 10
- 블랙홀 정보 문제(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 정확히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에 의해 증발하는 블랙홀에 엔트로피의 형태로 저장된 정보가 어떻게 증발하면서 발생하는 복사선으로 이동하는가의 문제. 11
- 블랙홀의 미시상태(black hole microstate). 다양한 준고전적(semiclassical)인 방법으로 계산된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정확히 어떤 자유도의 다른 상태를 세는지에 대한 이해. 이 문제에 대해 제한적으로나마 정량적인 답변을 제공하는데 성공하여 유명한 이론으로 끈이론이 있다(Strominger-Vafa 1996).
- 중력 특이점(gravitational singularity) 부근에서의 물리학. 빅뱅 초기나 블랙홀의 특이점이 12 여기에 대응된다. 13
이보다 더 다양한 문제가 완전한 양자중력 이론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14
---
다르게 말한다면 중력과 양자효과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 중 지금의 제한적(?)인 양자중력에 대한 이해만 가지고도 풀 수 있는 문제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직전에 언급한 문제들이 양자역학 도입 이전 자성의 설명에 대응된다면 이번에 언급하는 문제들은 완전한 양자역학이 없더라도 고전역학에 몇가지 가정을 덧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소 원자 스펙트럼에 15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16 이런 범주에 속하는 문제의 하나로 초플랑크 산란(transplanckian/super-planckian scattering; 17't Hooft 1987) 문제를 들 수 있고, 큰 틀에서 입자물리 계산의 범주로 취급되는 후민코프스키(post-Minkowskian; PM) 계산이 이 연장선상에 있다.
일반적인 유효장론 접근에서는 고려하는 현상에 수반되는 에너지 수준이 그 유효장론이 유효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계(보통 자외 차단(UV cutoff)이라고 한다)를 넘어서면 그 유효장론으로는 유효한 예측을 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소박한(naive) 관점을 일반상대론에 적용하게 되면 일반상대론의 그 어떤 예측도 믿을 수 없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일반상대론의 자외 차단은 뉴턴 상수 $G$로 결정되는 플랑크 질량(Planck mass; $m_{\text{Pl}}$)이며 입자물리 수준에서는 황당할 정도로 큰 에너지($1.2209 \times 10^{19}$ GeV)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질량의 단위로는 상당히 작은 질량(22 ug = $2.2 \times 10^{-5}$ g)이며 천체물리에서 사용하는 질량의 단위인 태양질량(solar mass)으로 셀 경우 황당할 적오로 작기($1.1 \times 10^{-38} M_{\odot}$) 때문이다. 실제로는 일반상대론이 실험과 가장 자주 비교되는 영역이 천체물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소박한 예측에는 다소 문제가 있음이 명확해진다. 18
초플랑크 산란은 이런 표면적인 모순을 해소해준다. 에너지 수준이 $E$인 현상을 뉴턴상수 $G = (m_{\text{Pl}})^{-2}$로 대표되는 일반상대론으로 기술할 경우, 일반적인 유효장론이라면 섭동이론(perturbation theory)의 전개변수(expansion parameter)로 $GE^2 = (E / m_{\text{Pl}})^2$를 이용하며, 이 조합이 1보다 매우 작아야 유효장론을 이용한 섭동이론적 기술이 유효하다. 일반상대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천체물리에서는 이 조합이 $(M_{\odot} / m_{\text{Pl}})^2 \sim 10^{76}$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언가 놓친 부분이 있음이 명백해진다. 19
여기서 빠진 정보는 '상호작용하는 두 물체 사이의 거리'다. 고전역학에서 일반상대론을 섭동이론(후민코프스키 전개)으로 다룰 때 전개변수는 $GE/R$의 꼴을 가지며, 앞서 언급한 전개변수를 두 물체 사이의 각운동량으로 나눈 값으로 취급할 수 있다($GE/R \sim GE^2 / J$). 첫 번째 전개변수 $GE^2 \gg 1$가 매우 크고 두 번째 전개변수 $GE/R \ll 1$이 매우 작은 경우(이때 $R$을 충격매개변수(impact parameter)로 취급한다)에는 준고전적인 근사가 잘 작동하고 두 전개변수가 매우 큰 경우에는 블랙홀 생성이 최종 상태를 결정하므로(고리 가설hoop conjecture; Thorne 1972) 20 양자중력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해도 플랑크 질량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에서도 믿을 수 있는 예측을 내리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의 초플랑크 산란에 대한 활발한 연구는 이 깨달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21
---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지만 현재 양자중력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문제들에 대한 정리 및 인상비평으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순서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떠오른 대로 적어보았다.
- $\mathcal{N} = 8$ 초중력의 유한성(재규격화 가능성). 처음으로 초대칭을 위배하지 않는 상쇄항(counterterm)은 7-loop 수준에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UCLA 그룹에서 보다 높은 loop에서의 integrand를 적을 방법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NSF 펀딩이 잘려서 당분간 계산 클러스터를 못 돌린다고 하니 다음 loop 차수인 6-loop 계산은 한동안 기다려야 할 듯.
- 적외 양자중력 문제로 4 중력자 산란진폭(scattering amplitude)의 산란행렬 부트스트랩(S-matrix bootstrap)을 통한 일반상대론의 고미분보정항(higher-derivative corrections)의 결정. 양수제약(positivity constraint)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접근에서 아직 열린 문제는 중력자의 질량이 없기 때문에 만델스탐 변수(Mandelstam variable) 평면에서 원점까지 닿는 분지점(branch cut)을 비섭동적으로 다루는 것과 흔히 $t$-채널 극($t$-channel pole)이라고 부르는 기여분을 적외 차단(infrared cutoff) 없이 다루는 것. 22
- 고리양자중력(loop quantum gravity) 접근에서는 아직 민코프스키 공간(Minkowski space)을 이론의 진공(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으로서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고 있다. 참고할 수 있는 Ashtekar의 리뷰.
- 끈이론 방면의 접근에서는 블랙홀 정보 문제에 대한 얽힘섬(entanglement island) 풀이. 다만 몇달 전 AdS/CFT를 주 연구분야로 하는 사람에게 들은 인상비평으로는 이 방향의 연구가 (약간의 외교적 수사를 더한다면) 뜸해졌다고.
여기 적어둔 문제 외에도 다른 열린 문제들이 많지만 완전한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니 여기까지만.
---
[2025Jul04] 글을 처음 올릴 때 빼먹은 몇가지가 있어서 추가.
- 최신 연구 경향에서 끈이론 방면의 접근 중 늪지대(swampland)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은게 생각나서 추가. 늪지대란 (적외IR에서만 유효한) 유효장론 중 양자중력이 포함된 자외 완성(UV completion)이 존재하지 않는 이론들의 공간을 말한다. 보통은 자외 완성에 중력이 존재하는 끈이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효장론들의 공간을 살펴보고 공통점을 찾은 뒤 '이 공통점이 없다면 중력이 포함된 자외 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은 가설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편.
- 양자중력의 열린 문제들을 정리한 좀 더 완전한 목록을 찾는다면 Nordita에서 진행된 양자중력 워크샵의 리포트를 참조하는 것도 좋겠다.
- 휴가에서 돌아온 기념으로 브라우저 탭을 정리하다가 Rocci와 Van Riet의 양자중력 물리학사 리뷰를 발견했다. 역사적 맥락은 이쪽이 훨씬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 충분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일독을 권함.
---
[2025Jul04B] Nordita 워크샵 리포트를 보다가 중력자에 대해 한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서 추가 코멘트. 23
간혹 '중력파가 존재한다고 해서 중력자가 존재해야 할 절대적인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예시로 수면파나 공기중의 소리의 양자화가 말이 안 되는 것을 비유로 드는 경우가 있는데, 중력을 통계역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entropic gravity)가 아니라면 이 비유는 틀렸다. 수면파나 공기중의 소리는 유한한 온도를 갖는 매질에서의 파동이기 때문에 양자화의 당위성이 부족하지만, 중력파는 (해당 이론에 진공(vacuum)이 존재한다면) 절대영도 진공에서의 파동을 양자화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으며, 절대영도 진공이라면 파동과 같이 집합적 운동(collective motion)에 대응되는 자유도라도 양자화해야 한다. 당장 고체나 초유체(superfluid)에서의 포논(phonon)이 그 예시. 양자중력 이론에서 중력자가 근본 자유도(fundamental degrees of freedom)일 필요는 없지만, 적외(IR)에서 중력자가 등장할 수 없다면 24 아무래도 우리 우주를 기술하는 이론은 아닐 것이다. 25
---
- '중력자'는 중력장의 양자로 이해되는 개념이니 중력에 대한 양자역학적 기술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 정확히는 첫번째와 두번째 강의에 걸쳐서 설명. [본문으로]
- 등각장론(conformal field theory)에서는 산란행렬(S-matrix)가 정의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등각대칭(conformal symmetry)이 연속성(continuity)을 강제하기 때문에 입자를 정의할 수 없는 것. 보다 엄밀하게 산란행렬을 정의하려면 이론에 질량 간극(mass gap)이 존재해야 하지만 여기서 다루기엔 너무 기술적인 문제이므로 대충 넘어가기로 하자. [본문으로]
- 이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는 입자물리 활동가practitioner의 근자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본문으로]
- 파인만 중력 강의록도 이 방향의 접근을 취하고 있다. [본문으로]
- 가장 유명한 Donoghue의 논문만 링크를 걸어두었다. 해당 계산은 상당히 많은 그룹에서 달라붙었고 처음에는 서로 다양한 방향에서 불일치했다고 알고 있다. Mathematica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전의 계산이니 중력 계산은 손으로 할 짓이 못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 [본문으로]
- 이런 때가 아니면 내 논문을 광고(...)할 틈이 없다. [본문으로]
- 차원 규제(dimensional regularisation) 등을 가리키는 규제 체계(regularisation scheme)와는 다른 개념이다. 재규격화 군에 대한 포스트 작성을 마치게 되면 거기서 다루기로... [본문으로]
- 양자장론 용어로 이미 라그랑지안(Lagrangian)에 존재하고 있는 [본문으로]
- 이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점근 안정(asymptotic safety; Weinberg 1976)으로, 재규격화를 거치다 보면 이론이 자외 고정점(ultraviolet fixed-point)으로 수렴하여 더 이상 새로운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일반상대론의 극초대칭적(maximally supersymmetric) 사촌인 $\mathcal{N} = 8$ 초중력(supergravity; SUGRA)이 이런 경우인지에 대해서는 UCLA 그룹에서 계산을 진행하고 있다(현재 계산은 5-loop 수준). 다만 $\mathcal{N}=8$의 경우 이론이 갖고 있는 $E_{7(7)}$ 전역 대칭(global symmetry)이 swampland 가설 중 가장 근거가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전역 대칭 없음 가설(no global symmetry conjecture)'에 위배되기 때문에 우리가 중력 이론에 기대하는 모든 성질을 갖고 있는지는 논란이 있는 편이다(Banks 2012). [본문으로]
- 블랙홀이 정보를 보존한다(unitary evolution)고 가정할 경우. 입자물리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중력물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이 문제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링크는 중력물리 배경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본문으로]
- Steven Weinberg의 ≪최초의 3분 The First Three Minutes≫에서 가장 최초의 1/100초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 사람에 따라서는 블랙홀 정보 문제와 불가분한 문제로 취급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 예컨대 (다소 사변적speculative이지만)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의 power spectrum에서 low-l mode의 분포를 들 수 있다. 이 주제를 다룬 Craig Hogan의 톡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본문으로]
- 고전역학에 기반한 통계역학으로는 자성을 설명할 수 없다(Bohr-Van Leeuwen). [본문으로]
- 보어 원자 모형 [본문으로]
- 최근 활발했던 블랙홀 정보 문제에 대한 얽힘섬 (entanglement island) 관련 연구를 여기에 유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답에 계산을 끼워맞추는 듯한 인상을 받지만, 보어 원자 모형의 수소 스펙트럼 계산에서도 그런 인상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본문으로]
- 아무래도 좋은 TMI지만 대학원생 시절 WiFi 비밀번호였다. 참고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인 CERN의 HL-LHC의 에너지는 14 TeV = $1.4 \times 10^{4}$ GeV. [본문으로]
- 태양은 우주에서는 작은 편에 속하는 천체임을 기억하자. [본문으로]
- $\hbar = 1$을 택하는 자연단위계(natural units)에서 각운동량은 단위가 없는 숫자이다. [본문으로]
- 인터넷에서 원 레퍼런스를 찾지 못했다. 고리 가설을 다룬 논문들의 레퍼런스를 보면 휠러의 환갑 기념 에세이집에 있는 듯. [본문으로]
- 고에너지물리에서 꽤 잘 알려진 블로그의 이름이 이 문제에서 유래했다. [본문으로]
- 학술적인 이야기를 SNS에서 할 때는 마스토돈을 주로 쓰고 있다. 현재 쓰는 마스토돈 계정은 한번 옮긴 것. [본문으로]
- 앞서 언급했듯 고리양자중력(loop quantum gravity)의 열린 문제 중 하나는 민코프스키 공간에 대응되는 해를 찾는 것이다. [본문으로]
- 계산상의 한계로 중력자에 대응되는 자유도를 찾지 못할 수는 있다. 당장 상당히 잘 이해된 표준모형에서조차 자외(UV)에서 양자색역학(QCD)을 출발점으로 삼아 적외(IR)에서 파이 중간자(pion)의 자유도를 계산해내는 것을 못 하고 있으니. [본문으로]
'Physics > Speci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을 찾아서 (1) | 2025.04.19 |
---|---|
중력과 자기회전비율 (0) | 2018.12.31 |
Long distance propagation in open string disk amplitudes (5) | 2018.03.26 |
비전공자를 위한 끈이론 개론 (1) - 산란실험의 도입 (4) | 2018.03.19 |
Angular momentum in charge-monopole configuration (0) | 2018.03.03 |